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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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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6話 열병



  65.
  인간이 외부세계를 관찰할 때 어떠한 현상을 발견하고 관찰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인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인지하는 방법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바뀌게 되고 내부세계에 침잠하는 대신 외부세계의 법칙을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외부세계의 구성원, 또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게 되면 그제서야 어른들은 ‘철이 들었다.’고 어린 사회구성원에게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철이 든다는 건 별다른 것이 아니다. 세상을 조금 더 잘 알고 외부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안락을 추구한다는 것이 바로 철이 든다는 것이고 그걸 다른 말로 해보면 개념이 생긴다는 것이니까.


  ‘뭐, 상황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개념이긴 하지만.’


  군대에서 병장에게 말하나 실수하면 개념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자신보다 상급자라고 해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그 조직이 살아남는다. 다만 상급자의 끈질긴 갈굼에 조금 위궤양이라거나 하는 병을 얻을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피해를 각오하고서라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암종처럼 퍼져나가는 그런 잘못, 잘못된 예산집행, 잘못된 정책추진, 잘못된 인사배정 등등에 의해 결국은 붕괴하게 될 것이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그 붕괴의 양상은 또 다르지만.


  ‘그건 그렇고.’


  내 머릿속. 수많은 ‘나’는 서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었다. 포럼이 개최되었다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강기를 난무하며 싸운다거나 심검을 날리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살벌하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가 공멸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말야.


  ‘훗, ’나‘는 ’나‘의 제어를 받지 않겠다!’


  네, 네. 그러세요. 나중에 제압해주면 되겠지. 흉포하게 자신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내’가 되겠다고 외치는 ‘나’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이미 ‘나’들은 정신을 놓고 살벌하게 대치 중. 내가 자제를 요청하더라도 듣지는 않겠지.


  ‘개념을 하나만 놓으면 편하게 살 수 있잖아!’
  ‘개념을 놓을까보냐!’
  ‘이미 쌀은 익어 밥이 되었다고!’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뭐, 애초에 제정신이 아닌 세상에 떨어져서 제정신을 놓고 살던 주제에 하는 말이 우습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들이었다. 하긴, 남매가 아이를 낳는다는 폭거를 견디다 못한 양심과 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양심이 서로 싸우게 된 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 항상 이걸로 마음을 죄이면서 살아왔으니까 말이지.


  ‘누이들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
  ‘죽인다! 그 놈은 반드시 죽인다!’
  ‘보내주기는 싫어. 절대로 안 보낼 거야.’


  그 싸움을 말리기 위해 떡밥을 투척해보았으나……이런 곳에서만큼은 의견통일을 보이는 ‘나’. 꼴사납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렇게 ‘전생의 나’라거나 ‘현생의 나’를 주장하는 녀석들이 싸우는 원인이 누이들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 것 같으니까.


  ‘오해다!’
  ‘절대로 그런게 아니니까!’


  부끄러워하는구나. ‘나’.


  ‘어쨌든 ’IYAGI‘좀 해볼까? ’나‘’
  ‘Your Pleasure."
  "핀트가 엇나갔어!‘


  곧 전력전개로 싸우기 시작하는 ‘나’들의 모습에 골머리를 썩인다. 한참 싸우다보니 이골이 난 것인지 무엇인지 약점을 찾아 치사하고도 더럽게 싸우기 시작한 것만 빼고는 전체적으로 수준이 올라간 것도 같다.


  ‘봉황각!’
  ‘월하난무!’
  ‘승룡권!’
  ‘항룡십팔장! 제 1초식!’


  어딘지 모르게 저작권이 걸릴 것 같은 기술명이라거나 유치한 기술명들이 난무하는 현장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끝을 보려는 아닌 것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긴 끝을 보려고 했다면 내 의식은 어딘가 이미 미쳐버렸을 것이니까.


  ‘이기는 편이 우리편.’


  어딘지 모르게 냉정해져있는 중추에 가까운 ‘나’는 싸우고 있는 ‘나’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냉정하고도 치사하다고 할 수 있는 응원멘트를 날렸다. 순간 ‘나’들에게서 살기가 뻗쳐올랐다는 건 달리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나’는 건드려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다시 말하자면 내가 공격받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이상을 걸고 한 번 싸워볼까?’
  ‘좋지. 덤벼라. ’나‘.’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듯, 난전에 접어들었던 ‘나’들은 각각의 진영으로 돌아가 포진하기 시작한다. 지휘자는 필요없을 정도로 모두들 냉정하고도 처절하게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살기가 최고조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무렵. 나는 양 진영의 중간에 동전을 던져넣었다. 그것은 신호. 양 진영은 격돌한다.


  ‘뭐, 적당히 싸우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승부. 그래도 어느 정도 합의점은 찾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삶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인정해준다.’
  ‘다만 누이들에게 찝적대는 녀석은.’
  ‘죽인다.’


  뭐, 바보들이니까 이런 결과가 도출될 줄은 알았지만 말이지.


  ‘이제는 싸우는 것도 무리.’
  ‘더했다가는 죽어버릴지도 몰라.’


  대체 이 참상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멀쩡한 녀석이 알아서 해줘.’
  ‘좀 쉬려고 하니까 잘 부탁해.’


  이 자식들이!


  ‘어차피 ’나‘인데 그렇게 화를 낼 것 까지야.’
  ‘훗훗훗.’


  생각해보면 이런 무대가 펼쳐진 김에 마음껏 놀아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왠지 모르게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쓰게 웃으면서 손을 한 번 휘젓는다. 복잡한 마음들이 한순간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내 눈 앞의 ‘나’들은 모두 사라졌다.


  66.
  의식이 떠오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눈에 비친 모습에 실소한다.
  의식이 둘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고 있는 내 머릿속의 어지러움에 버티지 못한 내가 갑자기 미쳐 날뛰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봉인으로 가두어놓은 것이다. 이것을 인지하고서는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이걸로 봉인하려고 하다니 날 너무 얕본게 아닐까.”


  숨구멍만 뚫어두고 온 몸을 감싼 구속구들을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세상이 부서지는 듯 커다란 굉음들이 들려왔지만 딱히 중요하지는 않다. 그나저나 하루만에 정상으로 돌아오다니 이런 것도 골치가 아프구만. 고민할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 말이지.
  문을 나서자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은 어떠냐?”
  “아버지랑 당장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배고파요.”
  “오호?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파직파직.
  두 사람 사이에서 전류가 구체화되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으로 기세싸움이 흘러가다가……멈추었다. 싸워봐야 승패도 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상황에서 또 지면 앞으로 몇십년은 계속 놀림감이 될 것도 같고…….


  “……생각해보면 네 놈이 분신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하루가 아니라 한 20년은 더 걸렸겠구나. 그 괴리감을 극복하려면.”


  아버지도 비슷한 생각이었던지 화제를 돌려버렸다. 뻘쭘해하기는, 그 마음 다 이해한다고.


  “덕분에 머릿속에서 포럼을 개최하다가 내전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고생했죠.”
  “그 덕분에 나만큼 강해지지 않았더냐?”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어쨌거나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견제하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누이들이 옆에 없었다는 것이 조금 쇼크인데. 사랑이 식은 거구나. 으흑흑흑.


  “주접은 그만 떨어라.”
  “네.”


  위험하니까 옆에 없었던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식당에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 원자력 충전! 마음속으로 이 소재를 아는 사람이 듣는다면 급히 태클을 걸어올 말을 중얼거리면서 식당에서 나온다. 황태자 궁에서 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일단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애들 밤 세웠으니까 좀 재워라.”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황태자궁으로 향한다.


  “정말이지 알아서 할텐데 왜 그렇게 걱정들인지 원.”


  어머니들까지 나와서는 걱정스런 얼굴로 간섭들을 해대니 여러 가지로 속에서 무엇인가 욱하고 치밀어 올라왔다. 왜 그리들 걱정이 많은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긴 하지만 적어도 믿어주면 안될까 싶을 정도. 아무래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거나 믿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일까 생각하면서 황태자궁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부모들이 왜 그랬는지.


  “어서와.”
  “어……으응.”


  아무래도 내 정신이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머릿속은 헝클어지고 가슴은 마구 뛰고 있고 몸은 내 통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흐느적거리고 있고 얼굴은 온통 빨개져있고……. 내가 미쳤나보다.


  “흐응. 며칠 못 봤다고 새삼 우리에게 반한 거야?”
  “아……그, 그럴리가!”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여자로 보려고 해도 여자로 보기에는 쉽지 않았던(그런 것치고는 벌인 일이 너무 많았지만) 누이들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것은……사랑의 예감? 온통 붉어진 얼굴을 가리면서 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내가 미쳤나 봐.


  “진정해라. 쿨해져라.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 새삼 두근거려봐야 모든 것이 다 끝난 내 부인들이란 말이다. 끄응.”


  내 방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쿵쾅 뛰는 가슴을 달랜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누이들을 다시 만나볼 생각을 했다. 문을 나서면서 다짐한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하면서 잘 지내면 될 것이다.


  “진! 왜 갑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간 거……어라?”
  “…….”


  죄송합니다. 무리였어요. 아무래도 진심으로 반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것도 111명 전원에게 말입니다. 전 죄많은 남자……아니, 한 여자를 사랑할 자격도 없는 녀석이었던 모양입니다. 한꺼번에 이 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다니 이건 언어도단입니다. 인간 이하입니다.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얼굴이 온통 빨간 것이……어디 아픈 건가?”
  “진이 아프면 약도 없는데 어쩌지?”
  “일단 푹 쉬게 해볼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그런 시험에 든 내 모습을 본 누이들은 저마다 걱정을 하면서 나를 끌고 우르르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주변에 빙 둘러앉아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열이 안내리는데?”
  “38도 5분. 위험한게 아닐까?”
  “


  난리가 났다. 내 옷을 벗기고 냉수마찰을 시작한 누이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에 열이 더 올라버렸다.


  “39도 5분! 이제 위험해요!”


  부,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 제발 그만 둬.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누이들의 걱정이 기분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있었다. 눈을 감고 잠이나 청해볼까. 걱정시키지 않게.


  “열이 났을 때는 빼내는 것이 최고이지요! 그래서 이것을 준비했습니다!”
  “에?”


  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그거 쓰지마.”
  “괜찮아요. 직접 몸을 식혀드릴테니까.”
  “관장 같은 거 할까보냐!”


  이런 바보 서큐버스 같으니라고! 과도한 관심에 열이 뻗쳐 머리가 얼얼했다. 그리고 순간 터져나온 마를렌 누나, 다섯 번째 누나의 말에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40도!”
  “뭐라도 좋아! 빨리 열을 내려야!”


  결국 누이들 앞에 알몸을 드러내고 억지로 관장 당했다. 반항했지만 실패하고야 말았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니 그런 것으로 열이 내릴리는 없고 나는 부끄러움에 생명의 위기까지 겪고야 말았다.


  “어,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이젠 헛소리까지. 어떻게 해!”
  “진! 죽으면 안돼!”


  가물거리는 의식을 잡으려 노력하면서 나는 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놀리는 것이 아니니 당연히 걱정하는 얼굴에 이제는 울 것 같은 얼굴들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누나들의 얼굴에도 부끄러운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
.
  “훗, 사랑의 열병이냐.”


  정신을 차렸더니 아버지의 얼굴이 있었다. 왠지 모를 살기를 느끼며 아버지의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았더니 헛기침을 하면서 말한다.


  “운혜가 말하기로는 아직 마음이 완전히 다 안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수가 있다더구나. 부끄러워서 죽을 뻔하다니. 제법 웃겼다.”


  알고 있었냐!


  “훗, 나라도 부끄러워서 죽으려고 했겠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이해해주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곧 진중한 얼굴로 나를 위로하는 그에게 조금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웃어주었다.


  “하지만 마누라들이 직접 해준다면 그것도 쾌감♡”
  “여러분! 변태가 여기에 있어요!”


  하지만 녀석이 진중해질 리가 없지. 히죽 웃는 그의 면상에 기운을 실은 베개를 집어던지고는 허둥지둥 옷을 입고는 경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분 나쁜 웃음을 히죽, 웃은 아버지는 즉각 반격을 시작했다.


  “변태의 눈에는 변태가 보인다고 하지.”
  “보통 사람들의 눈에도 네 놈은 변태로 보일 거야!”


  등등. 평상시와 같은 바보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정신을 차렸다. 열은 여전히 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한 수준은 되었다. 대체 이걸 어째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면서 냉수에 적신 천으로 얼굴을 닦았다. 정신이 확 돌아오는 것 같다.


  “바보같은 대화는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고. 기분은 어떠냐?”
  “글쎄요.”


  애매모호한 감정이다. 지금 이 상태에서 누이들을 보게 되면 어찌될지도 알 수 없다. 정말로 그녀들을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선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상관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래도 상관은 없고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으니까.


  “앓을 거라면 한꺼번에 확실히 앓아버려라. 나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에게 빙긋 웃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떨리는 팔을 들어 창문을 연다. 평상시와 같은 공기에 분위기. 하지만 어째서인지 꽤나 달라진 것 같은 느낌. 마음 속으로 기합을 넣고 누이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가슴이 떨려서 못 걷겠습니다!


  “내가 이 놈을 아들이라고 낳았으니…….”


  마음대로 비웃어! 어쩌라고!
  내 마음대로 안되는 심장이 두근반세근반 근수를 세어가며 뛰는 것에 좌절하면서 잠시 웅크리고 앉았다. 정말이지 이래서야 제대로 얼굴도 볼 수 없잖아. 투덜거리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을 한 번 퉁퉁 두들겨보다가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옮겨본다.


  “…….”


  아, 다행이다. 죽지는 않을 것 같아.
  떨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누이들이 모인 방으로 들어갔다. 백여 명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곳이라 꽤나 커다란 방. 연회장을 방불케하는 방에서 누이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집중된다. 상냥한 듯한 눈빛들이 모이는 것을 느끼면서 가만히 심호흡을 하면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할 말이 있으니 제발 할 말이 끝날 때까지만 버텨줘.
  눈을 뜬다. 여전히 나에게 시선을 모은 그녀들이 있다. 그런 그녀들의 눈빛에 떠오른 의아함을 느끼면서 힘껏 싱긋 웃어보인다.


  “진 맥세인 아슈레이입니다. 이곳에 모이신 레이디분들게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했다.
  분명히 엉뚱한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누이들과 카틀레야, 그리고 아사의 눈은 놀람으로 둥그렇게 변해있었으니까.


  “제가 감히 여러분들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무엇합니다만. 저에게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주시겠습니까? 감히 부탁드립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넷째 누나를 제외하고서는, 사랑 고백이다. 고백치고는 꽤나 꼴사납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것으로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얼굴이 붉어진 누이들을 포함한 부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싱긋 웃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떨린다. 이대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할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좋아하는 분들이었습니다만, 어찌된 것인지 어제 눈을 뜨고 여러분들을 보았을 때에는 정말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남매로서의 우애 이상, 사랑 이하였던 마음이 드디어 사랑 이상으로 올라선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열이 나버려 미리 말씀들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분들을 마음 한 구석에서 누이라고 생각하고 일말의 껄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사랑인지 확실히 알고 싶습니다. 여러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좋겠습니까? 남매가 아닌 남자와 여자로서요.”


  저질렀다. 이것으로 충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한 것 같다. 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내 뺨을 때려도 상관없다. 눈을 감고 기다린다. 내 갑작스런 고백을 닮은 이야기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굳어버린 누이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심장이 수백번은 뛴 것 같았을 때, 내 입술을 눌러오는 부드러운 느낌이 있었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넷째 누나였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사랑한다니, 순서가 잘못되었어.”


  웅성웅성, 어딘지 모르게 분한 것 같은 얼굴을 한 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얼굴을 보면 내 고백 아닌 고백을 받아들인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이대로 멍하니 있다가는 생명의 위기가 닥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쓸까?’


  등으로 흐르기 시작한 식은땀을 느끼면서 고민한 것도 잠시, 나는 재빨리 분신들을 나누어 나를 껴안고 움직일 줄 모르는 넷째 누나를 위시한 누이들과 부인들에게 각각 다가갔다.


  “드디어 우리의 사랑을 깨달았구나!”
  “늦었어.”
  “다시 시작하기 보다는 제대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얼렁뚱땅이야! 적어도 반지 정도는 가지고 와서 무릎꿇고 고백해주어야지!”
  “바보였어. 실망이야.”
  “겁쟁이.”


  넷째 누나를 향한 살기가 등등한 분위기는, 황급히 분신을 나누어 각각에게 다가간 덕분인지 순식간에 수그러들고 각각의 반응으로 내 말을 받아들여주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모든 누이들과 부인들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어간다. 어딘지 모르게 냉정한 부분이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머리에 열이 올라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열이 펄펄 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만큼이나 열이 오른 누이들과 입을 맞춘다.


  “엉뚱한 말을 했지만, 그걸 받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욕심쟁이잖아. 한꺼번에 111명이라니.”
  “어쩔 수 없잖아. 반한 게 그 정도나 되는 사람들이니까.”


  입술을 떼어놓으면서 나는 히죽, 머리를 긁으면서 웃어버렸다. 내 웃음에 누이들도, 카틀레야도, 아사도 웃어주었다. 질투 정도는 해주어도 좋으련만. 생각하면서도 이런 관계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행복하다.


  “다른 여자들은 안 볼 거지?”
  “응, 당신들만 볼 거야.”
  “정말?”
  “응.”


  그런 대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이들의 미소띤 얼굴을 바라본다. 다음 순간 몇몇 누이들은 내 가슴에 폭 안겨버리고 어떤 누이들은 생각이란 것이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아사 녀석은 자신의 방으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여관들은? 시녀들은?”
  “짝을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애초에 황태자궁에 있는 아이들은 너 아니면 평생 혼자 살겠다고 ‘신목’에 걸고 언약까지 해버렸는데?”
  “우, 우우우.”


  행복을 깨부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설마하니…….


  “그 정도 첩은 괜찮아. 애초에 그 애들에게는 진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도 있고.”
  “…….”


  아니, 자신감입니까. 대체 세상에 어느 부인이 남편에게 바람을 피우라고 말합니까.


  “게다가 외유라도 나가게 되면 필시 진에게 반하는 아가씨들이 있을 거니까, 카틀레야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어. 진이니까 말야. 카틀레야 혼자서는 힘들 거고. 필시 외유에서 돌아오고 나면 카틀레야는 필시 죽어나갈지도 몰라.”
  “…….”


  남편의 바람기보다는 동료의 건강이 더 중요합니까.


  “그러니까, 바람피우면 죽일거지만 그 정도는 괜찮아.”
  “살려주세요.”


  이왕이면 바람피지 말라고 말하는 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에 나는 그만 고개를 떨어뜨린다. 바람을 피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우리 외의 다른 여자들에게 아이를 만드는 것은 불허! 우리 외의 다른 여자를 안는다고 해도 쾌락을 주는 것도 불허! 변태적인 행위는 우리 말고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으로 참아! 물론, 시녀들이나 여관들에게는 하면 안된다?”


  그러니까 어쩌란 말입니까.


  “그건 알아서 해야지. 솔직히 이성으로는 그러라고 하고 있는데 말야.”


  간절히 해답을 원하는 내 눈에 맞서 누이들은 그런 말을 했다.


  “본능으로는 우리 진이 바람피우면 죽이고 싶다고 할까?”


  눈빛이 무서워요. 진심입니까? 어째서 등 뒤에서 손도끼라거나 식칼이라거나 톱을 들고 있는 여자의 아우라가!


  “하지만, 진은 황태자니까. 그걸 어떨 수는 없어.”


  점점 비등해가던 누이들의 살기는 그 말로 수그러들었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듯, 어딘가 포기한 것 같은 누이들의 눈빛에 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내가 어찌하는가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


  “그렇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야. 그건 변치 않을 거고. 변하게 할 리가 없어. 약속해.”


  나는 그런 말만을 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 바보들에 사람들이 좋은 것인지. 한숨을 쉬면서. 그리고 나는 그날, 누이들과 하나 둘씩, 지금까지 애매모호하던 남자와 여자로서의 관계를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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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이야기는 끝. 이제부터 바보같은 본편 시작
  +

  지금까지 무지 어색하게 이야기가 굴렀는데 어쩐지 이런 허접함에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모두 사라진게 아닌지 저어됩니다..ㅜㅜ...지금부터는 바보같은 이야기가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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