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 11.2
『이쁜 형사아가씨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고... 어쩌지? 』
정말 고민이라도 하듯이 잠시 뜸을 들이던 남자가 결심했다는듯 선영에게 말했다.
능글맞은 목소리가 또다시 선영의 귀를 간지럽혔다.
『좋아.. 들어주지.. 그럼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넌 내게 뭘 해줄거지? 』
이미 상상해본적도 없는 수치심과 굴욕감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린 선영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것 하나 뿐이었다.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이 남자에게서 무엇을 알아내야겠다던지 하는 것들은 물론 지금 이 남자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결정하기 힘든 모양이네?? 그럼 내가 도와주지... 』
남자의 입이 선영의 귀로 바짝 다가와 선영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귀에 닿을듯말듯이 느껴지는 남자의 입술의 느낌..
그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뜨거운 입김이 선영의 귀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그 불쾌한 입김다음으로 선영의 귀를 파고들어온 남자의 한마디..
『자위해봐.... 』
참았던 울음이 터지면서 작은 흐느낌이 선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무리 능력있고 경험이 있는 형사라고는 하지만 직접 당하는 이런 상황에서 압박하듯 한계를 넘으며 몰려드는 수치심과 굴욕감은 아무래도 선영을 형사보다는 여자의 모습으로 있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나쁜놈들을 잡아야할 정의의 형사님께서 울음을 터트리면 어떻게하나? 』
남자의 말은 하나하나 비수처럼 선영의 가슴속에 꽂혔고 그렇게 꽂힌 비수는 곧바로 수치심이 되어 선영의 온 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예쁜 형사님의 이런 꼴을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쪽팔릴거아냐? 안그래? 』
남자의 말에 선영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후배가 문득 떠올랐다. 만약 후배가 선영이 너무 늦는다고 생각하고 찿으러 나온다면.. 그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다면....
하지만 선영은 이내 체념해야만 했다. 나온지 몇 시간이나 지난것도 아니었고 설사 그렇다고해도 잠복하고있던 상황에서 그 자리를 박차고 선영을 찿으러 나올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만약에 후배가 선영이 안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면.. 아마도 찿으로 오는것 대신 먼저 핸드폰으로 연락해보는 쪽을 선택할 것이었고 그것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요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하지않는걸 보면 역시.. 전자쪽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일까나? 』
선영의 행동을 재촉하는 남자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영이 천천히 자신의 한 손을 다리사이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선영의 손에 선영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떨어져내리면서 산산히 부셔져 흩어져버렸다. 지금 선영의 마음처럼...
부드러운 속살의 느낌이 선영의 손에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보다 아직도 소변으로 젖어있는 그 축축함이 먼저 다가왔다. 선영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스스로 가져다 댄 음부를 통해서 선영에게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 파기야~ 원래대로 할 수 밖에 없다구~ 』
남자의 말에 주저하던 선영이 하나의 손가락을 질내로 삽입했다.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삽입하면서도 선영은 그에 놀라 몸을 움찔거리며 낮은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흐윽.. 』
분명히 선영 자신의 손가락임에도 불구하고 선영의 질내부는 마치 이방인을 대하듯이 꿈틀거리는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딱히 자위를 해본 경험은 없었다. 아주 가끔씩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글때 음부를 씻어내면서 느껴져오는 느낌에 몇 번정도 그 주변을 문지르듯 손바닥으로 자극해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손가락이나 다른 도구를 질내에 삽입해본 적은 없었다.
그 첫번째 경험에 선영이 어쩔줄 몰라하며 더 이상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선영의 손위로 투박하고 거친 남자의 손이 느껴졌다.
『자위를 해 본 경험이 없는건가?? 그럼 내가 조금 도와줘야겠군.. 』
선영의 손등을 잡을듯이 선영의 손에 다가온 남자의 손이 마치 이미 선영의 손가락이 파고들어가 있는 비밀스러운 동굴을 찿듯이 선영의 음부주위를 몇 번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선영의 손가락이 있는 질내로 하나의 손가락이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왔다.
『하윽.. 』
예상치 못한 남자의 행동에 전류가 흐르듯 다리사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전율에 선영의 고개가 약간 뒤로 제쳐졌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분명히 불쾌하고 섬찟한 그런 기분임에도 간지럼을 참고있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선영의 몸은 그렇게 반응을 했고 그 반응에서 전해져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선영의 머리속으로 뚫고 들어와 버렸다.
『호오.. 조금 도와줬을 뿐인데.. 금방 느껴버리네? 』
애써 변명을 하는 선영의 말이 선영의 신음소리에 묻혀버렸다. 또다시 아무런 예고나 준비도 없이 남자의 손이 선영의 동굴속을 휘저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격렬하게 휘저어가기 시작하는 남자의 손을 피하고 시픈듯이 선영의 손도 남자의 움직임을 피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한 행동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선영의 질내에 자극을 전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었다.
분명히 좋은 느낌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남자의 손을 타지 않던 여자의 그곳은 분명한 자극을 전달하고 있었다. 평행하게 있던 선영의 무릎이 다리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자극을 이겨내지못하고 서로 맞닿아가고 있었고 남자의 손가락을 피하려는듯이 선영읭 엉덩이가 남자의 손의 움직임에따라 흔들리며 움직여가고 있었다.
선영의 음부는 간헐적으로 전류가 흐르는듯 찌릿한 느낌을 선영의 머리속으로 쏘아올려 보냈고 그 신호는 선영의 머리속에 한 명의 남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선영의 첫 남자이자 마지막이었던 남자...
선영의 첫번째 연인이자 첫번째 경험을 함께 했던 남자.. 군에서 복학한 선배였다. 선영이보다는 한 학년 아래였지만 그의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에 선영은 선배의 구애를 허락했다. 가끔씩 서로의 사랑을 나누었고 서로를 챙겨주고 도와주면서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키워나갔다. 선영이 졸업을 하고 경찰시험에 합격을 했을때만해도 같이 기뻐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미래를 꿈꿔왔다.
하지만 선영이 강력계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둘 사이에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영은 어차피 선배도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바쁜 시기인만큼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의 생각은 선영과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었다.
안그래도 둘 다 학생일때에 비해 수험생과 직장인이 되어 서로 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시도때도없이 호출해대는 강력계의 일은 그들이 만남의 시간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고 막상 선배도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자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서로 만나게 되어도 사랑보다는 불만이 많아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그 둘은 헤어져야만 했다.
그렇게 헤어진 선배가 선영과 함께 밤을 보낸 첫번째이자 마지막인 남자였다. 첫번째 남자여서일까?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남자를 모르고 살아와서 일까? 지금 자신의 질내를 휘젓고 있는 남자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느낌에서 선영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첫번째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그 남자와의 사랑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윽...하앗... 』
남자의 손가락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소리가 계속해서 선영의 입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거야? 형사아가씨? 』
『흐으윽... 』
남자의 손가락이 선영의 질내에서 뽑아져 나왔다. 남자는 또다시 그것을 선영의 얼굴앞으로 들어보였다. 달빛에 번들거리고 있는 남자의 손가락.. 또다시 수치심이 선영에게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래도 아니라고 부정할꺼야? 이건 소변이 아니라구 아가씨~ 』
남자의 목소리에 선영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남자는 선영의 애액으로 질척이는 손가락을 선영의 볼에 길게 내리 그었다. 애액의 흔적이 길게 선영의 볼을 타고 남자의 손을따라 이어져 내려갔다.
『조금 더 즐기고는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 』
남자의 말이 들리고 잠시후 헝겊조각이 선영의 입을 덮어갔다. 알코올 냄새와도 같은 냄새에 선영이 놀라며 호흡을 멈추려했지만 이미 헝겊으로 입을 막고있는 남자의 손을 잡고있는 선영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있는듯한 느낌을 느껴야만 했다.
잠시 후...
남자는 자신의 손에 매달려 늘어지듯 정신을 잃고 있는 선영을 들쳐매고 짙게 깔려있는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
.
.
.
.
.
.
.
.
.
.
.
.
.
.
.
.
.
.
.
.
.
.
선영이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무엇인가로 눈을 가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주위는 어두웠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라도 눈을 어둠에 익숙해지려는듯 선영이 손을 들어 두 눈을 비벼댔다.
『어,,?? 』
눈을 비비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올리려던 선영은 자신의 두 손이 눈을 비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라면 깨닫고 어쩌고 할 것도 없이 눈을 비비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두 손이 눈으로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선영이 깨어나면서 머리속에 떠올랐던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 그 상황과 이어서 생각해보면 누군가 선영을 기절시키고 어딘지 모를 이곳으로 데려왔고 그렇다면 도망가지 못하게 손이나 발등을 묶어놓는게 일반적인데 반해 지금 선영의 손은 그 무엇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둠속에서 눈을 비비던 선영의 손이 자신의 모을 더듬기시작했다. 다행히 옷이 벗겨지거나 한 흔적은 없어보였고 정신을 잃을때 볼 일을 보느라 무릎까지 내려와있던 바지도 허리띠까지 채워진채로 입혀져 있었다. 선영의 품안에서부터 묵직한 느낌이 드는 물건이 느껴졌다.
"권총...??"
범인은 선영을 이곳까지 납치까지 해 와놓고도 선영을 묶지도 않고 권총조차도 빼가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였다. 이 정도면 그냥 도망가라고 놔주는 것이나 다름없는것이 아닌가?
"왜일까..??"
선영의 머리속이 복잡했다. 어쩌면 선영을 그대로 놓아준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리 부자라고해도 경찰에게 직접 손을 대는것은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될테니 경고의 의미로서 선영에게 그런짓을 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도 뭔가 찜찜했다. 그런 의도였다면 정신을 잃은 선영을 구지 이런곳까지 옮겨놓을 이유도 없었지 않았을까?
선영은 품안에서 꺼낸 권총을 손에 꼭 쥐고 몸을 일으켜세웠다. 정신을 잃기전에 맡았던 마취제의 잔재가 아직도 선영의 몸속에 남아있는지 약간의 어지럼증과 두통이 느껴지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떨려왔지만 상대가 선영을 놓아줄 의도가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놓쳐서는 안되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벽에 몸을 의지하며 선영은 벽을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어둠이 눈에 익지않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벽을따라가다보면 출구나 문같은 것이 나올것이었다.
달그락..!!
순간 어디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어둠속의 정적을 깨고 선영에게 들려왔다. 거의 소리가 나는것과 동시에 선영이 소리가나는 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보였다. 조금씩 어둠에 눈이 익어가고 있는 선영이었지만 아직은 눈앞에 있는 사물의 대강적인 형태정도이상은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한줄기의 땀방울이 선영의 관자놀이를 지나 뺨으로 흘러내렸다. 온 신경을 한곳에 집중하고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잘못..들었나?"
분명 잘못 들은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잘못들었다고 생각하기에 주위는 삭막할 정도로 너무도 조용했고 그만큼 그 소리는 선영의 고막을 찢어놓을듯이 크게 들렸기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떤 소리도 어떤 움직임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라면 쥐같은 동물에의해 난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선영은 들어올린 총을 내리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기위해 몸을 돌렸다.
『 .....!!!!!! 』
타앙....!!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선영은 그대로 뒤쪽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몸을 돌린 선영의 앞에 누군가 서 있었기때문이었다. 어떤 기척도 어떤 소리도 듣지못했던데다가 온 신경을 조금 전 소리가 났던 곳에만 집중하고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긴장이 풀어지는 동시에 선영의 바로 앞에 나타났기에 소리를 지르지도 못할만큼 놀란 선영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앞에있는 인물을 향해 총을 발사해버리고 말았다.
"아차.."
뒤로 나자빠지듯 넘어져 뒤쪽으로 물러나던 선영은 놀란 가슴이 조금 진정되면서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적일 확율이 높았지만 아직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원이 확인되지도 않은 인물에게 총을 쐈다는 것은 분명 실수였다. 너무나도 가까운거리에서 총을 쐈기에 상대는 분명 중상을 입었을 것이었고 만약 이일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면 선영의 입장은 상당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을것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선영은 앞쪽을 향해 기어가듯이 다가갔다.
"제발.. 적이기를..."
한발 한발 앞으로 다가가는 선영의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뛰기 시작했다. 범인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위협을 목적으로 허공을 향해 몇 번 총을 쏴 본 경험은 있지만 사람을 직접 쏴본 경험은 없었다. 사람을 쐈다는 생각에 한발 한발 내딛는 선영의 몸도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영은 떨리는 몸으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총을 맞았을 그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어..없어...??"
분명 선영의 눈 앞에 누군가가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그리고 그를 향해 총을 쏜 것이 분명한데도 총을 맞았을 그 누군가는 그곳에 없었다. 선영의 쏜 총알을 피했을리도 없었다. 바로 코앞에서 느껴질만큼 그 존재는 가까웠으니까... 선영이 총이 있는 것을 알고 총을 쏠 것을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그 거리에서 쏜 총알을 피한다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영이 권총의 총열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총은 아직도 조금 전의 발사로 인해 뜨거웠고 매캐한 화약냄새까지도 풍겨오고 있었다. 분명 총은 발사 되었다. 그럼에도 총을 맞았어야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은......
"착각인가..?"
사람이 극한의 공포를 느끼면 환청이 들리거나 환각이 보이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더구나 마취제의 영향으로 아직도 어지럼증과 두통이 잔재해있는 선영의 상황에서 충분히 그럴수도 있었다.
"다행이다..."
사람을 쏘지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이 선영에게 일말의 안도감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선영은 두려웠다. 아직도 여기가 어디인지 적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신이 안전한 것인지 무엇하나 확신 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조금 전의 상황은 선영에게 하나의 패널티를 안겨다 주었다. 조금 전의 환각으로 인해 선영은 적이 선영의 코앞에까지 와도 상대가 적이라는 확신이 서기전에는 쉽사리 총을 쏘기가 어려울 것만 같았다. 더구나 지금 선영은 선영을 납치해온 상대의 얼굴조차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식은 땀이 계속해서 선영의 얼굴과 등을 적셔가고 있었고 선영의 손은 아직도 조금 전의 상황을 잊지못한듯 떨리고 있었다. 선영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 손으로 벽을 디디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벽을 더듬듯이 디디던 선영의 손에 스위치 같은 것이 와 닿았다. 이곳의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인듯 생각이 드는 스위치는 6개의 각각의 스위치가 따닥따닥 붙어있었다. 만약.. 이것이 이곳의 불을 켜게 하는 스위치라면 아마도 선영이 있는 곳은 꽤나 넓은 공간인듯 싶었다. 선영이 스위치위에 손을 얹고 불을 켜는게 이득일지 아니면 켜지 않는 것이 이득일지를 잠시 고민했다.
잠시 고민하던 선영이 불을 켜기로 결정했다. 만약 이 상황이 선영이 잡혀있는 상황이고 어떤 이유로 적들이 잠시 선영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면 불을 켜는 것으로 자신이 노출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었지만 어차피 조금 전 이미 커다란 총성으로 적이 주변에 있다면 선영이 정신을 차린것을 벌써 눈치챘을거란 생각에 선영이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천장에 달려있던 형광등이 켜지면서 그 불빛의 눈부심에 선영이 손으로 눈을 가렸다. 손이 선영의 얼굴에서 벗어나고 밝아진 주위의 모습이 선영의 눈에 들어왔다.
불빛에 의해 밝아진 실내를 바라보던 선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영의 얼굴에 놀라움과 당혹스러운 표정이 번져갔다..
선영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정도로 커져갔다..
『이...이게... 도...도대체.... 』
선영이 있던 곳은 회사나 학교등에서 사원이나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식당이었다. 넓은 공간에 길다란 테이블이 몇 개씩 이어져 있고 한 쪽에는 배식을 할 수 있는 주방이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선영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곳... 식당...
선영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
테이블 사이를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
테이블 위에 있는 사람...
불이 켜지고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 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마치 선영이 혼자 있는것처럼 아무소리나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선영은 온 몸이 굳어져버리는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갑자기 불이 켜져서인지 제각기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아졌고 그 모아진 시선의 중심에는 선영이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 모습에 선영의 얼굴표정이 놀람으로 가득 차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 분명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은 선영이 알고있는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칼에 찔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복부를 움켜쥐고 있는 사람...
목 윗부분이 잘려져 나간 사람... 그럼에도 몸은 움직이고 있는 사람...
다리가 없이 허공에 떠있듯이 움직이는 사람...
그들과 선영의 사이에서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들을 보고 있는 선영도....
선영을 보고 있는 그들도....
아무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리기라도한듯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선영을 바라보고 있던 그들중 한 명이 조금 움직인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
선영을 바라보고 있던 그들이 일제히 선영을 향해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몇 일을 굶은 사람들이 먹을것을 보고 일제히 달려드는듯한 그들의 모습이 놀람으로인해 크게 떠져있는 선영의 눈속으로 파고들어오고 있었다.
점점 빠르게.. 그리고 점점 크게....
『아아아악!!! 』
타앙....................!!!
타앙..............!!!
타앙.........!!!
타앙...!!!
먹을 것을 본 아귀들처럼 금방이라도 선영을 갈갈이 찢어버릴듯이 달려들던 그들을 향해 선영이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아무도 멈추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마치 총알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듯 그들은 총을 쏴대고 있는 선영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아아아악!!!!! 』
식당밖으로 나있는 복도로...
총소리에 이은 선영의 비명소리가 길게 울려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