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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야.. 』
『응?? 』
『너.. 영혼이나 귀신같은거에 대해서 잘 알지? 』
『뭐.. 그럭저럭.. 인간보다야 잘 알테지.. 그런데 왜? 』
『자살한 사람은... 천국에 가지 못한다던데... 정말 그래? 』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난 귀계에는 갈 일이 없으니까.. 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별로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해.. 그러니까 자살한 영혼을 귀계에서 어떤식으로 처리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 』
『으응.. 너도 잘 모르는구나.. 』
『흐음... 하지만 보통 자살한 사람의 경우는 흔히 너희가 말하는 저승에 가기가 어려워.. 』
『왜?? 』
『일반적으로 너무 좋아서 자살하는 사람은 없잖아?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대해서 절망감을 느끼거나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니까.. 그런 영혼들의 경우는 대부분 한이나 미련.. 또는 집착이 강하게 남아서 세상을 떠도는 원귀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 』
『그럼... 은경이도... 』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럴 확율이 높지.. 』
『그럼.. 기숙사에 가보면.. 은경이를 만날 수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 』
『흐음.. 그건 불가능할거야... 』
『어째서? 』
『우선.. 자살한다고 무조건 저승으로 그 영혼이 못가는 것은 아니니까.. 은경이라는 아이의 영혼은 저승으로 갔을 수도 있고.. 그리고 이곳에 남아있다고 해도 기숙사에 그대로 남아있으라는 보장은 없지.. 더구나 여자라는 것이 음기가 강한 생물이라 여자들이 많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은 그 음기에 이끌려 귀들이 많이 모이거든.. 그곳에 남아있다고 해도 다른 귀들에게 흡수당하거나 먹혀버렸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
『귀신이 귀신을 잡아먹어?? 』
『뭐 음기를 흡수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소멸이 되니까.. 소멸되지 않으려면 음기를 흡수해야하는데 사를 품지 않으면 인간들에게서 음기를 흡수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음기가 충만한 장소에 머물거나 그렇지 못한다면 음기를 가진 령들을 흡수하는 수 밖에 없지.. 』
『아.. 그렇구나.. 』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은경이란 아이를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잖아.. 』
『그게 뭔데?? 』
『넌 귀나 영혼들을 볼 수 없잖아..? 』
『그건.. 네가 도와주면..... 』
『그것도 아마 불가능할거야.... 』
『어째서?? 』
『보통 일반적인 귀들은 도깨비를 무서워하거든... 소멸당할 수 있으니까.. 아마 내가 간다면.. 아니 너랑 같이 간다고해도 그들은 숨어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거야.. 』
『그렇...구나... 』
현지가 치우의 말을듣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현지가 술을 먹고 들어온 다음 날 현지의 방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현지가 잠에서 깨어났을때 현지는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는 치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속옷차림의 자신의 모습도 보았다. 현지는 도망다니면서 힘들게 전날 밤의 일을 설명하던 치우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결국에는 믿어주었지만 그날 이후 현지는 몇일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강의시간에도 집에서 있을때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현지가 오늘 갑자기 치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치우의 대답에 조금은 실망한듯 다시 조용히 생각에 잠겨갔다.
『왜 그렇게 해서라도 은경이란 아이를 만나고 싶은건데? 』
『처음엔.. 잊어버리려고 했어.... 아니.. 잊어버리고 싶었어.. 』
『그런데? 』
『은경이가 생각날때마다.. 그리움보다는 의문이 더 커져가니까... 왜그랬을까.. 』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해?? 』
『뭐?? 』
『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봐왔어.. 수많은 사람이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을 봤지.. 왜 같은 사람이면서 사람을 죽이는 걸까?? 처음엔 이해를하지 못했지.. 궁금했어... 그래서 나름대로 오랜시간 생각을 해봤어... 』
『누구는 돈때문에 사람을 죽여..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차피 난 돈이나 재물이라는 것이 별로 필요치 않은 존재니까.. 인간세상에서의 돈이라는게 얼마나 소중한건지 난 이해하지 못하니까... 인간세상에서 돈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면 그 돈때문에 사람을 죽이는것도 결코 이해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지..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이라는 거.. 그게 그렇게 중요한건지 난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고 얻은 돈으로 흥청거리며 술을 마시고 그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술집여자의 가슴에 꽂아넣어주지.. 』
『돈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돈때문에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일수 있을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어떻게 그 돈을 그렇게 쉽게 물쓰듯이 쓰고 그렇게 쉽게 여자의 가슴에 꽂아넣어주고 그럴 수 있는거지? 』
『결국... 인간은 돈때문에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였어.... 돈은 그저 핑계이며 매개체일뿐.. 다른 사람들 위에 서고 싶은거야.. 다른 사람들위에서 군림하면서 자신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짓밟는 거지.. 다른 사람을 발로 슬며시 짓누르고 그 사람이 꿈틀거리거나.. 살기위해 비굴하게 아부하는 모습.. 그런걸 보고 이걸 짓밟아 터트려버릴까.. 아니면 조금 더 구경해볼까.. 그런걸 즐기는거야.. 단지 그것뿐이야.. 인간은 그런 존재라고.. 돈때문에 권력때문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아닌척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위에서서 짓밟히는 누군가를 보는걸 즐기고 싶어할 뿐이야... 돈..권력..자존심.. 이런 핑계만 다를 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는.. 이유가 없어... 』
『아니야!!! 그렇지 않아!! 』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도 전부 똑같았어.. 모두 직접 누굴 죽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위에 서기위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희망을 꺽고 마음을 죽였다.. 어느세계나 별종이 있듯이 그렇지 않은 인간들도 가끔씩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 강도의 차이일뿐..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기본적으로 그런 존재야... 』
『아니야.. 아니야!! 은경이는.. 최소한 은경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
『그렇게 말하지마... 너까지... 너까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
현지가 무릎사이로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치우가 조금은 난감해진 표정으로 현지를 바라보다 현지에게 다가가 현지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잊어버려.. 어차피 은경이란 애도 너랑 별로 상관없는 아이잖아.. 』
『은경인 내 소중한 친구야..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야.. 』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
『치우 너.. 친구가 못알아봐서 서운하다고 그랬지? 그리고..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그랬지? 내가.. 은경이처럼.. 그렇게되면.. 니 친구가.. 그렇게되면.. 넌 그냥 그렇게 잊어버리고 말거야?? 』
『뭐?? 아..아니.. 그건... 』
『나도 잊어버리려고 했어.. 내가..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뭔가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
『은경이가.. 그렇게 겁많고 순한 은경이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면..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거야..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을 할만큼..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겠지.. 그런데..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은경이라고.. 그래놓구서..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어쩌면 은경이는 혼자 고민하고 앓고있으면서도 내가 물어봐주기를.. 알아주기를 바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끝내 그런 은경이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못했어.. 너무 늦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만약에 은경이가 혹시나 죽어서까지 힘들어한다면.. 그래서 마음편히 눈을 감지도 못하고 있다면.. 풀어주고 싶었어.. 마지막이라도 편안하게.. 내가.. 내가.. 할 수 있다면.... 』
말을 마친 현지가 무릎 안쪽으로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그렇게 치우와 현지는 서로 아무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현지가 조금 안정이 된듯 치우에게 말했다.
『미안해... 네게 화가 난건 아니야.. 그냥.. 내가.. 』
『알아.. 』
『그냥.. 갑자기.. 네가 도깨비란게 생각이 나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도... 그렇게 쓸쓸하게 보내야 했는데... 그 겁많은 애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어서.. 그냥.. 』
치우는 말없이 자책하는 듯이 말하는 현지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안스러운 얼굴로 현지를 바라보던 치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흐음... 한가지 방법이 있긴한데... 』
치우의 말에 현지가 고개를 들어 치우를 바라보았다.
『한가지 방법이 있긴 있어.. 네가 은경이란 아이와 만나 볼 수 있는 방법... 』
『그게 뭔데? 』
『네 몸속에 나를 봉인하는거야.. 』
『봉인?? 』
『응.. 쉽게 말해서 네 몸속에 나를 가두는 거지.. 그렇게 되면 네 안에 있는 나로인해서 너는 귀를 볼 수 있게 되고.. 난 네게 갖혀있으니 아마도 귀들이 나때문에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하는 일은 없을거야.. 』
『빙의.. 같은 그런거야? 』
『비슷하긴하지만 빙의와 봉인은 조금 다르지.. 빙의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긴하지만 일반적으로 빙의라고 하면 혼이나 귀가 인간의 육체에 스며들어 원래 육체를 소유하고 있던 영혼을 누르고 마치 스며들어간 영혼 자신이 그 육체의 소유자인것처럼 행동하는것이지만 봉인은 사람의 육체를 조정하거나 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그냥 그 사람안에 들어가 있는것 뿐이거든.. 물론... 전혀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육체를 조정하는 것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빙의의 경우 오랜시간 지속되기도 어렵고 덧씌워진 혼이나 귀가 나오고 싶으면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봉인은 일종의 계약과도 같은거라서 귀를 봉인한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 』
『음... 괜찮겠어?? 』
『뭐가?? 』
『널 가두는 거라면서.. 넌 싫을거아냐... 』
『뭐 좀 답답하긴 해도.. 잠깐인데 뭐... 대신 몇가지 약속해줬으면 하는게 있어.. 』
『뭔데? 』
『나와 합의없는 봉인은 절대 금할것.. 그리고 봉인후 내가 원하면 언제든 봉인을 풀 것..!! 』
『그게 끝이야?? 』
『음.. 그리고 만약 그 아이의 혼이 그곳에 남아있다면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다면 그 아이가 저승길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게.. 대신.. 그곳에서 그 아이를 찿지 못한다면 그 이상 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러니까.. 더이상 이 일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대로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
『신경써주는거네.. 』
『신경써주는거 아냐.. 니가 잔뜩 우울한 얼굴을 하고 다니니까 나까지 기분이 나빠져서 그러는것 뿐이야.. 』
『피이~ 거짓말.. 』
『내가 말했지.. 난 거짓말같은거 안한다고... 』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괜히 나때문에... 』
갑자기 방문의 노크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지와 치우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문쪽을 바라보았다.
『현지야.. 들어가도 되니? 』
『네.. 』
방문이 열리고 현지와 같이 사는 형사가 현지의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치우와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들었는지 조금 걱정이 되는 얼굴로 현지에게 다가온 여형사가 현지에게 말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
『네?? 아니요.. 』
『그래? 요즘 안색도 너무 안좋고.. 혼잣말 하는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
『아.. 아니에요.. 』
『그럼 다행이구.. 그리고 오늘부터 한동안 집에 못들어오니까 기다리지 말구 먼저 자.. 밥 꼭 챙겨먹고 알았지? 』
『언니 어디 가세요? 』
『아니.. 일때문에 아마 거의 못들어올 것 같아.. 아마 집에 들르게돼도 잠깐 눈이나 좀 붙였다 가거나 옷만 갈아입고 가는 정도일거야.... 』
『아.. 네... 언니도 식사 꼭 챙겨드세요.. 조심하시구요.. 』
『아.. 그리고 되도록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아.. 요즘 분위기가 안좋으니까.. 알았지? 』
『네.. 그럴게요.. 』
『그래 그럼 나 나간다~ 』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
현지가 현관까지 나가서 배웅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자 치우가 음흉하게 웃는 모습으로 두손을 비비며 말했다.
『시작하자~ 』
『응?? 뭘?? 』
현지는 치우가 무엇을 시작하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조금전까지 진지한 얼굴로 현지의 말을 들어주던 치우의 모습과는 다르게 헤죽거리며 웃고있는 모습에서 왠지 모른 불길한 느낌이 들어오고 있었다. 장난과 진실의 경계가 모호한 녀석... 현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치우의 이런 점은 현지를 언제나 편하게 웃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계약의식을 진행해야지~ 』
『계약..의식? 』
『응~!! 』
『그게 뭔데?? 왜 내가 그걸 해야하는데?? 』
『바보야.. 봉인은 빙의와는 다르게 봉인되는 자와 봉인하는 자의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거야..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봉인은 할 수 없어.. 생각해봐.. 넌 너와 전혀다른 나를 네 몸속에 받아들여야하는거고.. 나 역시 생판 모르는 네게 들어가야하는 건데... 』
『그건 아까 서로 그렇게 해도된다고 한거잖아.. 그럼 된거아냐? 』
『엥?? 아이구.. 이 순진한 아가씨야!! 돈 몇만원 빌리는데도 차용증을 쓰는 요즘 세상에 구두계약이 어딨어?? 사기당하기 딱 좋은 타입이구만...? 』
『뭐야??!! 나도 알건 다 알아!! 쳇.. 써~ 쓰면 되잖아!! 』
현지의 입이 삐죽 나와서는 치우에게 획 돌아서서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부시럭거리며 무언가를 찿던 현지가 새하얀 A4용지 한 장과 볼펜을 꺼내들고 치우앞에 떡 하니 내놓자 치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현지에게 말했다.
『너 지금 뭐하는거냐?? 』
『계약해야된다면서!! 계약서 쓰자면서~~!! 』
『으응??? 』
『자~ 종이하고 볼펜~!!! 어떻게 쓰는지 난 모르니까 니가.. 』
『푸하하하하핫!!! 』
현지가 종이와 볼펜을 치우앞으로 내밀며 말을하자 치우가 갑자기 방안을 떼구르르 굴러다니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현지는 치우가 왜 저렇게 미친듯이 웃어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왠지 자신이 뭔가.. 치우의 상식선에서 상당히 어긋난 행동을 하고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현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갔다.
『왜!! 왜 웃는건데!!! 구두계약으로는 안된다며!!! 』
『푸핫.. 푸하하핫.. 이 바보야!! 사람도 아닌 내가 이런 종이쪼가리가 무슨 필요가 있다고 푸하하하하핫... 』
『그..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건데!! 』
한참을 그렇게 떼구르르 구르면서 웃어대던 치우가 애써 웃음을 참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영혼의 계약을 맺어야하는 거야.. 』
『영혼의 계약?? 』
『그래.. 쉽게말해서 네 영혼과 내가 하나로 이어지기위한 의식이지.. 너와 난 엄연히 다른 존재이니까 네 몸속에 있으면 서로 부딪칠수 밖에 없어.. 물론..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제압이 된다면 별 문제 없지만.. 그건 내가 네 몸을 빼앗아버리거나 아니면 네가 나를 네 몸속에서 쫓아내는거랑 마찬가지니까 서로가 충돌하지않도록 둘이 하나의 연으로 맺어지는 것.. 그것이 계약의식이야.. 』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건데? 』
『내가 네 몸속에 들어가야지 그래서 네 영혼을 만나 교감하고 그 계약을 맺어야지 』
『음...... 』
『왜? 막상 내가 네 몸속으로 들어간다니까 무서운거야? 』
『조..조금..?? 』
『뭐 무리는 아니지.. 그만둬도 돼 쉽게 생각할 일도 쉬운 일도 아니니까.. 』
『하..할게... 』
『후훗~ 무섭지않아? 내가 니 몸속에 들어가서 니 몸을 지배하면 어쩌려고? 』
『조금은.. 무섭지만.. 널 믿어.. 』
『오호~ 어째서? 』
『친구니까.. 은경이처럼.. 너도 내 친구니까.. 』
현지의 말에 빙긋이 웃고있던 치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렇게 웃음기 가신 얼굴로 치우는 현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치우의 시선이 어색했는지 현지가 치우에게 말했다.
『나도 지금 막 후회하고 있거든?? 왜 너같은 녀석이랑 친구가 됐을까하구말야.. 그러니까.. 어떻게하는건지 얼른 알려주기나해.. 』
현지의 얼굴을 뻔히 바라보던 치우는 현지가 어색하게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면서 말하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옷 벗고 침대에 누워 』
『응???!!! 』
『뭘 그렇게 놀라?? 』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
『못들었어? 옷 벗고 침대에 누으.. 』
퍼억~~!!!!
『으아악!!! 』
치우의 말에 현지의 발이 그대로 치우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차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한 치우가 정강이를 잡고 방안을 떼구르르 구르면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 변태 도깨비!!! 』
『왜!! 왜 때리는건데!!! 』
『응큼한 생각만 머리에 가득한 저질 도깨비!!! 오늘은 가만 안둘테닷!! 』
현지가 침대에 있던 배게를 집어들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를 잡듯이 바닥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있는 치우를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
『야!! 야!! 오..오해야 오해!!! 』
『오해는 무슨!!! 오늘 내가 그 변태 근성을 뿌리뽑아주겠어!! 』
현지가 날을 잡았다는 듯이 팔까지 걷어부치고 나서서 바닥에 구르고 있는 치우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현지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을 굴러다니던 치우가 몸을 납작하게 하고서는 침대아래로 굴러들어갔다. 무슨 수를 썼는지 팔하나 넣기 어려운 침대아래로 치우가 굴러들어가버리자 현지는 몸을 잔뜩 낮추고 침대 안으로 팔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치우 너 당장 나와!! 안나오면!! 침대 확~ 들어버릴거야!! 』
『미..미쳤냐!!! 내가 여기서 나가게?? 』
『빨랑 나오지 않을래??!! 안나오면... 살충제 뿌린다..??!! 』
『뭐..뭐얏!! 내..내가 바퀴벌레냐!!! 그걸 왜 뿌려!! 』
『그러니까 얼릉 나와~ 좋은말 할때...!!! 』
『싫어!! 안나가!! 죽어도 안나갈거야!!! 』
『귀신 주제에!!!! 어차피 넌 죽지도 못하잖아!!! 』
『어쨌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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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룬 후.....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거야?? 』
『그렇진 않지만.. 』
빠지직~!!
현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치우의 이마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치우가 그 시선에 움찔하면서 빠르게 대답했다.
『꼭 그래야만 하는건 아니지만 안그러면 실패할 수도 있단말야!!! 』
『실패??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
『영혼끼리의 교감은 신성하면서도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라서 한번 실패하면 절대로 실패한 영혼과는 다시 교감하지 못해.. 계약이 안된다구.. 』
『그래?? 그런데 난 왜 자꾸 사기꾼 점쟁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드는거지? 』
『그야.. 멍청한 사기꾼 놈들이 어디서 줏어듣고 그걸 이용해서.. 』
『알았어 할게.. 』
절대로 자신은 그런뜻이 없었다는 것을 역설하는.. 이 모든 것이 어디선가 줏어들은 걸 여자등쳐먹는 사기에 사용하는 가짜 점쟁이들이나 퇴마사들에게 뒤집어 씌우듯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 치우의 말을 끊고 현지가 짧게 대답했다.
『뭐?? 』
치우는 현지의 말에 조금 놀라며 당황한듯 다시 묻고 있었다. 사실 치우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지만 애초부터 조금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면서 현지에게 옷을 벗으라고 이야기한 것은 현지가 이 일을 포기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몇 일동안 우울해하는 현지를 보던 치우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왜그런지 해맑던 현지를 자신이 그렇게 만든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지가 은경이란 아이를 만나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치우의 말에 또다시 힘없이 우울한 모습을 보이자 안스러운 마음에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 방법을 이야기해주긴 했지만 인간이 영혼과 접촉한다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한다구.. 친구로서 해 줄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는데.. 』
『현지야 그렇게 무리 할 필요는 없어.. 이렇게 하고 가도 그 아이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고 아주 안좋은 상황에는.. 소멸.. 시켜야할 수도 있어.. 』
『알아.. 치우 네 말 들으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아니 그럴 확율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왜..?? 』
『친구니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바보같은.. 친구니까... 』
『현...지야.. 』
『알아.. 어쩌면 내 맘편해지자고 이러는 것일수도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 맘 편해지려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는 해도.. 내가 이러고 있는거.. 은경이를 놓아주지 못하는 거잖아.. 놓아주고 싶어.... 은경이도... 나도... 』
『네가 이상한 짓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아... 네가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난 벌써 어떻게 되어도 되었을테니까.. 네가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 벌써 수십번도 넘게 그럴 기회가 있었을 테니까.. 』
『하지만.. 누구 앞에서.. 아무리 도깨비라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인적은 없으니까... 너라면.. 망설이고 부끄러운 생각을 이렇게 거칠게 풀어도.. 너라면 이해해 줄거 같았으니까... 그래서.. 미안해.. 염치없지만.. 부탁할게.... 』
『현지.. 너... 』
『그래도.. 부끄러운건 부끄러운거니까.. 돌아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
사라락...
사라락 거리며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치우의 귀로 들려왔다. 치우는 눈을 감았다. 이런 일... 예상치 못했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이 자꾸 치우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현지란 아이.. 처음엔 그저 다른 인간들보다 조금 착하고 순진한 어쩌면 약삭빠른 요즘 사람들같지않게 조금은 멍청한 그런 여자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치우가 현지란 아이를 잘못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경수란 남자와 현지가 소개팅을 하던 날..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경수란 남자를 조금은 질투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조금 장난을 친다는게 그 선을 넘기고 현지를 화나게 해버렸고 충분히 화나가 치우를 원망할 상황이었지만.. 그 때 눈물을 흘리며 치우에게 밉다고 말하던 현지의 눈에서는 슬픔이외에 원망이나 분노의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들어온 다음 날.. 치우를 잡아먹을듯이 그 난리를 치던 그 날 아침도.. 현지가 그 난리를 치며 그렇게 치우를 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현지가 아무말 없이 그냥 그렇게 조용하게 넘어갔다면.. 아마도 아직까지 치우는 그 날의 불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지를 따라다니거나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었다. 어쩌면 치우를 잘 알고있는 현지는 치우가 그렇게 현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유를..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현지는 치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각이 깊은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아이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인간과는 다를지도 모르는.. 어쩌면 지아와 같은.. 그런 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불길한 생각이 드는걸까..? 이미 한번 지아를.. 잃은 경험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이미 현지라는 아이가 잃기 싫을만큼 소중한 존재로 치우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어서 일까..?
왜... 왜 이렇게 현지를 잃을것만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는 걸까..?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
치우의 생각속으로 현지의 말이 흘러들어왔다. 치우가 고개를 돌리고 현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지는 침대위에서 이불을 목까지 덮은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난..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니가.. 알려줘.. 괘..괜찮다면.. 누..눈은 감고.. 있을게.. 』
『눈 감고 있는건 상관없는데.. 이불.. 걷어야.. 할건데.. 괜찮겠어? 』
눈을 감은 현지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치우가 천천히 현지쪽으로 다가가서 현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현지가 덮고있는 이불을 옆으로 걷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