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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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14話 1년간의 유예2
36.
최후의 마왕, 리휘빌긴 투엠비.
그 힘은 신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수십년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버지가 이 세계에 불려오기 전까지 이 세계를 위협하던 마왕이다. 즉 말하자면 아버지를 이 세계에 오게 만든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힘을 가지지 못한 아버지를 무지막지하게 괴롭힌 녀석이라는 이야기다. 고로 훗날 아버지가 힘을 갖추고 동료들과 함께 마왕을 퇴치하였을 때에는 그 원한을 갚기 위해 한 방에 마왕을 날려버렸는데도 4박 5일 동안 무지막지하게 괴롭힘을 되갚아주었다고 한다. 혹자는 결계를 쳐서 그 4박 5일이 5년이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4박 5일이나 5년이나 그 기간 동안 최대치로 임한 괴롭힘으로 죽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내 아버지이긴 하지만 뒤끝있는 남자다. 세인 아슈레이라는 사람은. 그리고, 그 성질은 내가 또 물려받은 것 같다.
퍼억!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너 같은 아우둔 적 없다. 더러운 거 묻는다. 붙지마.”
그러니까, 일단 팬다.
콰득!
“살려주세요!”
“너 죽지는 않잖아. 소멸될 뿐이지.”
내 마음이 풀릴 때까지 팬다.
콰직!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나올게요.”
“부르면 나와야 하잖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말라고.”
그리고 내 마음 속의 정의감을 모두 불러일으켜 이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구 팬다.
쨍그랑?
“My egg! My egg! My egg!"
"정신체에게 그게 무슨 소용이야.“
“기, 기분이!”
“알겠으니까 좀 더 맞자.”
“잘못했습니다. 흑흑흑.”
빠바바박!
감히 내 가족들에게 음욕을 마구 표출한 녀석과 그 녀석의 소환에 응한 마왕을 마구 응징한다. 일단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패면서 약간 땀을 흘릴 정도가 되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응징을 멈춘다. 현실의 일이 머리에 떠오른 탓이다.
“…….”
“내, 내가. 내가 고X라니, 내가 고X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혀……아니 진님. 내가 고X라니!”
“닥쳐.”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는 녀석에게 잠시, 징계를 가하던 손을 멈추고는 고민에 빠진다. 적대적인 영주들이 공격해왔을 때 인질로 삼으려고 했던 녀석들은 소환진의 제물이 되어 모두 전멸했다. 조금 괘씸한데……. 내 분노를 담아 진심으로 때려주자.
“벼! 변신!”
그리고 내 눈에 떠오른 진심이 보였는지 마왕은 아름다운……내 셋째 누나로 변신했다. 그것도 만삭의 배를 어루만지는 모습으로. 설마하니 이 모습이면 때리지 않겠지라고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 모양. 실제로 내 주먹이 멈추었으니 어찌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잔머리였다. 물론 내 기분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지만.
“오호, 서큐버스 퀸에게 이야기를 못 들은 모양이구나.”
“네?”
부들부들 떨면서 일단 말을 한다. 그 말에 섞인 살기를 알아차린 마왕은 지뢰를 밟았다는 것을 깨닫고 부들부들 떨고 있지만 이 녀석의 공포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내가 말이지. 서큐버스 퀸에게 말해두었거든. 내 가족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말야. 그런데 지금 네가 내 가족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단 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일까? 살릴까? 지금 내 기분 같아서는 널 찍찍 찢어다가 마수의 먹이로 던져주고 싶은데 말야. 어떻게 할까? 응?”
어깨를 토닥이면서 녀석의 변신을 해제해주고는 싱긋 웃어주었다. 물론 진심으로. 그 진심의 정체야 모두들 짐작하고 있으리라 믿고 있으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내 진심을 100% 농축한 미소를 마주한 마왕은 그저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이 녀석,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데 말야.
“일단……그 촉수 녀석을 불러올까?”
음, 결정했다. 녀석들에게 쾌락을 주기로. 꽤나 관대한 조치라고 생각하면서 녀석을 불러낸다. 잠시 마계에 놀러갔을 때, 감히 나를 덮치려고 했던 녀석이다. 물론 지금은 내 말을 잘 따르는 강아지처럼 변해있지만.
“이 녀석들을 무척이나 기쁘게 해주겠니?”
――샤아악!
내 말을 알아듣고는 꾸물꾸물 촉수를 길게 빼는 녀석. 녀석의 촉수는 길게 자라 저 편에서 정신을 잃은 폐왕 녀석과 마왕 녀석의 사지를 속박한다. 그리고.
“제바아아아아알!”
“이런 경험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나도 못해본 경험이거든.”
녀석들의 어딘가로 촉수의 끝이 사라졌다. 그리고 시끄럽게 하소연을 해대는 녀석과 기절한 녀석의 입을 막으려는 듯 촉수는 꾸물대며 녀석들의 입 안으로 침투한다.
“참고로 그 녀석이 어디 한군데라도 다치면 여자로 바꾸어서 범하게 할테니까 말야. 정신도 산산조각 날테고. 반항하려고 하지마. 즐기라구. 우후후.”
일단 그렇게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었기 때문에 속박의 주술 정도를 걸어주고는 그 자리를 걸어 나온다. 단순한 촉수가 아닌지라 두 녀석의 몸 어딘가로 사라진 촉수외에도 앞섶을 파고든 촉수의 앞머리가 입을 여는 것을 보면서. 뭐, 죽지 않게 입 속으로 파고든 녀석이 적당히 잘 해줄테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허억!”
“흐읍!”
대강 정기가 좀 빠져나가고 속이 뒤틀려서 먹을 것을 잘 못 먹게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저 녀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크게 불행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녀석들이 갇혀있는 방을 등지고 완전히 지하감옥에서 걸어나왔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듯, 채 목소리로 되지 못한 신음들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후후후. 앞으로는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해주지. 일단 내가 내리는 벌은 기쁘게 잘 받고 있으렴. 그럼 저녁에 다시 오마. 우후후후.”
쓰걱쓰걱. 끼이익. 달칵.
“우어어어. 우웁!”
“콜록!”
다만, 지금 내 마음은 저들을 벌할 생각으로 가득하고……또한 마왕이 강림한 대지를 한시바삐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쉽게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인다. 비록 마왕이야 손가락 한 번 튕기면 소멸할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모든 일이 끝날 리가 없다. 최소한 마왕은 한 집단의 수장이며 그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으로 이런저런 반항을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계에서 빠져나간 힘 때문인가.”
절반은 내가 불러낸 셈이 되는 셈이니까 녀석이 내 행동에, 내 명령에 함부로 반항할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설마하니 저 녀석이 내 사역마가 된 건 아니겠지.’
주인의 마력을 먹고 사는 사역마. 마법사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존재이지만 필요없던 것을 여기에서 이렇게 얻는다면 조금 황당할 것이다. 마왕강림으로 혼란해진 궁성을 걸으며 왠지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37.
고작 사나흘의 시간으로 이 나라의 정권을 뒤집어버리고 안정까지 시키려고 했다면 피를 보아야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이 나라의 영주들은 알아서 몸을 납작하게 엎드리는데 능했다. 그들의 모습을 한 단어로 형용하려고 한다면, 박쥐, 쥐새끼, 철새, 간신배 등등이라는 단어들을 무수히 생각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저 녀석들의 모습을 보건데 그냥 냅다 죽이기부터 시작했다면 필시 민심이 좋지 않게 흘러갔을 것이다. 아무리 이 녀석들이 간신모리배라고는 하더라도 막 죽였다면 사람들의 피를 그다지 반기지 않을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또 그렇고 그런 인간’이 집권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아, 달리아 영주께서는 항…….”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에……그리고, 저에게 아들이 있는데 어떠…….]
돼지기름에 들기름에 참기름을 가득 혼합한 것 같은 느끼한 중년 아저씨가 갓 2차 성징기에 들어선 소녀에게 ‘우리 아들 어떻습니까.’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려니 영 속이 니글니글 뒤틀리는 것 같다. 저런 모습을 보자 저런 놈들도 언젠가는 쓸 일이 있더라도 즉각 제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까. 아예 귀신들이 나올만한 헬게이트를 저 녀석들의 저택에 만들어줄까. 아니면 악몽을 꾸게 나이트메어들을 보낼까. 혹은 잉큐버스를 저 녀석에게 보낼까. 물론 여왕은 그런 내 마음을 잘 아는 것인지 가만히 손을 들어 나를 막아섰지만.
“충성만 맹세하세요. 아들 이야기를 꺼내신다면 공격합니다. 전 재산을 내놓으시더라도 공격하겠습니다. 여기에는 마왕도 단신으로 때려눕히신 분이 계시니까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여기 뒤에 계신 분이 바로 그 분입니다. 일단 어제 머리맡에 편지를 두고 가신 분이기도 하니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이러한 동일한 인식, 피를 보면 서로간에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나라를 무사히 다스려야 할 여왕과 폐왕에게 협력했던 과거를 씻고 목숨을 살릴 겸 부귀영화를 누리는 지금의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간신배들은 속마음이야 어쨌건 평화로운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대충 이런 대화가 아침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여왕의 경우에는 속마음과는 달리 영주들을 일단은 포섭하는 절차를 밟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행정관들에게 지진, 마왕강림으로 인한 진동에 파괴된 도성을 수습하는 책무를 맡기고는 지방 영주들을 어르고 달래고 또 협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안 되어 보여서 중간에 벽곡단에 영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약물인 박카스(아버지와 내가 만들었다. 이걸 만들고 시험해본 결과 정력증진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주요 약효는 스테미나 향상에 집중되어 있었다.)까지 먹이면서까지 도와주고 힘들어 보이면 기운을 흘려서 피로를 씻어주는 식으로 나도 이 여왕이 되어버린 소녀에게 협력하는 중이다. 물론 남들이 보면 할 일이 없어서 여왕 옆에서 가만히 서 있는 걸로 보이겠지만.
부릅!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힘을 가진 자로서의 기세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네 놈들이 나보다 잘 생겼으면 여왕님과의 교제를 허락하도록 하지’라는 굉장히 재수없는 미소를 짓는데 치중하고 있으니까, 저 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데는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이 초짜 여왕님도 어떻게든 지방 영주들과의 거래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고 항복을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함은 이해득실이 확실히 갈려야 하는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주로 귀족들에게 불하되었던 사업장의 유지라거나 국유지의 회수와도 같은 일들.
[무조건 국고로 환수하겠습니다.]
“고맙군요.”
의외로 이 나라에서는 지혜로운 자가 많았다.
그들은 내어놓을 것은 미리 내어놓으면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채 ‘잘 될 것이다.’라는 말만 받기를 원했다. 국경 수비대의 장수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도성의 분위기는 현재 여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폐왕의 경우에는 신관들이 파견나와서 확인한 것이지만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이용하여 ‘최후의 마왕’을 소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마왕을 제압해버린 사람이 여왕의 근처에 있다. 일단 믿을 수는 없지만 약 1만에 달하는 수도 방위군을 혼자서 제압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남자다. 그의 무위가 확인될 때까지 숨죽이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생각들인 것 같다. 그 정도의 지혜로 그들은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아닙니다. 충성을 다하려고 함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모든 것이 괜찮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전하.]
뭐, 여왕은 그들을 살려놓으려고 해도 나는 그들을 괴롭히려고 하지만 말야.
일단 풍수지리를 이용해서 그들이 사는 곳은 음기가 모이는 곳으로 바꾸어버릴까. 음기가 모이기 시작하면 그곳에는 냉기가 돌고 저 세상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음기가 모이기 시작하면 사람의 몸에 음기가 파고들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좋지 않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다른 말로 하면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들이 자꾸 중첩되고 음기가 어느 이상 모이기 시작하면 실제로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악령들이 그 집에 들어선다. 그리고 사람을 하나하나 해치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하는 일도 잘 안될 것이고 사람들은 다친다. 완벽할 정도의 천벌이 될 것이다.
그들이 이상한 일을 당하더라도 사람들은 그저 그들이 천벌을 받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죽지는 않겠지만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자살을 한다거나 미쳐버린다거나 할 것이다. 물론 정신 꼭 붙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더라도 그 집에서는 살지 못하겠지. 거기에 악령들은 한 번 붙은 녀석은 끝까지 달라붙어서 괴롭히려고 하니 정말 괴로울 것이다. 이사를 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겠지만 이 시대에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같은 동네에서 성을 다시 쌓고 저택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낭비. 결국은 자신들의 기반을 두고 도성으로 올라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귀족들의 힘의 원천과 당사자들 간의 분리. 이것은 신권의 약화를 의미하여 동시에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씨알 굵은 녀석만 골라서 시작했는데 이제 5명 남았군요. 일단 오늘 내로 모두 끝내도록 하죠. 의외로 돌맹이가 많은 것 같지만 형태는 좋습니다.”
“응.”
지혜로운 자가 많아 5년간 나라 업무를 완전히 망쳐놓았던 폐왕의 업적은 순식간에 새로 부임한 여왕이 모두 수습했다. 그의 입장으로 보면 말아먹었다는 이야기이렷다. 귀족들에게 모든 일을 맡기면 나라가 잘 굴러간다고 믿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물론 폐왕이 쿠데타로 왕권을 찬탈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 훗날 ‘배삯이 얼마인지 아십니까?’라는 물음에 40년 전의 배삯을 이야기하다가 굉장히 지탄을 받았으니 그의 믿음은 배신당했다 보아야겠지만.
“이번에는 상단을 받았군요.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좋지도 않습니다. 기본 자본금은 침식되지 않았지만 여유있게 쓸 수 있는 자본이 없으니 또, 국고가 비게 생겼네요. 어쨌거나 이런 경우를 보시면 알겠지만 신하들이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과연 그것이 합당한지, 제대로 집행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감찰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사람을 믿는 것도 좋지만 그런 점에서는 단호해야 하지요. 그들이 횡령하는 돈을 풀면 곧 굶어죽을 아이 여럿을 살릴 수 있는 힘이 될테니까요.”
잔소리처럼 반복되는 말들. 사람을 다루는 방법과 사람과 협의하는 방법. 거래를 한다는 것의 의미 등등. 여왕은 내 말을 끝까지 들었다. 마치 지금이 지나고나면 들을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할 것처럼 열심히 가르친다.
“백성이 먹어야 내가 먹고 백성이 입어야 내가 입겠다. 백성이 등을 뉘어야 내가 뉠 것이오. 백성이 쉴 때 나는 일하겠다. 이건 미시어스 제국의 세인 황제가 내건 통치철학이지만 배우실 점이 있을 겁니다. 영주들이 투정을 한다면 이런 점을 부각시키세요. 여왕 전하의 욕심이 반드시 개인의 것이 아닌 백성들을, 그리고 그들을 넘어서 귀족들에게도 좋은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시라는 것이지요.”
“군주의 정치는 믿음입니다. 우리의 군주는 이러하다라고 신하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단호하고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때로 정책을, 거래를, 정략으로 신하들을 대할 때에 의외성을 보이시는 것도 좋지만 그럴 경우라도 그 의외성이 일관된 배경에서 나왔다고 이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하들을 공포로 통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공포가 그 군주의 본질이라고 믿게 해야 합니다. 자비로 통치하고 싶으시다면 자비가 그 군주의 본질이며 감히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셔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우리의 여왕전하께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실 수 있는 분이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분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쉽게쉽게 터득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영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 힘드시다면 제가 도와드리지요. 지금까지 잘 해오셨으니 여기에 있는 자료만 있다면 이번에도 잘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일을 모두 마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여왕도 나도 쉴 수 있었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겠는지 축 늘어진 소녀의 몸을 부축하여 침대에 눕히고는 시녀를 불렀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소화가 잘 되고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을 가져오겠다고 고개를 숙이고는 다른 시녀를 부른 후 여유롭게 식당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여왕의 곁에 앉아 잠시 지켜본다. 오늘 이상하게 이 여왕의 행동이 적극적이었던 것을 보면 무엇인가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다린다.
“이제……가야하나요?”
“죽기는 싫으니까요.”
그리고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내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어도 오늘 떠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은 없었으니 여왕은 내가 말한대로 내 정체를 밝히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약속대로 내 얼굴을 보여주어야겠지.
“어쩔 수 없겠죠?”
“네. 그래서 일단 어제 이야기했던 것을 지키려구요. 이게 제 얼굴입니다. 나중에 뵐 일이 있다면 처음 만나는 척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얼굴을 보여주자 여왕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의 눈빛이 거의 대부분 그러했으니까 거리낄 것은 없었지만 방금 전, 여왕의 눈에도 탐욕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아이에게도 내 외모는 탐욕의 대상이었다. 씁쓸하다.
“……참, 어머님이 그 분이셨죠. ”
지금 바로 떠나야 한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쓰게 웃자 여왕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독살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피독주와 그녀를 향한 공격을 수천번은 막아낼 수 있을 마법과 저주를 방어하는 마법진이 새겨진 보석과 불과 물에 의한 위협을 막아주는 정령석과 암 따위는 감기보다 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치유의 돌을 박은 팔찌를 선물한다. 참고로 신성력을 받으면 더더욱 증폭되어 몸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녀석이니까 하급신관이 하나만 있더라도 병마와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잠시 짐을 챙기러 갔다고 해주세요.”
“네.”
아무래도 살아남으려고하는 지혜로운 자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친일파도 저렇게 봐주다가 결국 암처럼 뿌리를 박아버려 처리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1년간의 유예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한마디로 일망타진을 할 생각이다. 여왕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키면서 함정도 많이 파두었으니까, 필시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한 며칠 정도 내가 준비해야 할 일도 있고 말이지. 1년 정도만에 이 나라에서 제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싶으니 어서 일을 벌여다오. 그 동안 나는 마왕에게 가르침을 빙자한 조교를 할테니까.
“생각해보면 이 녀석, 하루종일 미쳐났겠구나.”
최소한 1년 후에, 이 나라의 여왕을 지켜줄 녀석을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녀석으로 만드는 건 힘들테니까 말이지. 게다가 여왕을 덮친다거나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거나 하면 안되니까. 폐왕 녀석도 그걸 적용해볼까? 정신을 조작해서…….
38.
“허억. 역시 당신이 주인…….”
“진짜로 마왕이 사역마냐. 후아아.”
피곤한 김에 기지개를 쭉 편다. 하루종일 촉수에 괴롭힘을 당한 듯 온 몸의 관절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모습으로 축 늘어져 있던 마왕은 내가 오는 걸 겨우 발견하고는 다시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약한 모습을 보여 괴롭힐 마음을 줄이려는 것일까. 이 녀석의 얍삽한 계산에 욱해서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촉수괴물에게 명령을 내린다.
“힘이 나게 해주지. 촉수괴물 13호! 너의 촉수는 입까지 뚫을 촉수다!”
“으아아아악!”
거 봐. 당장에 힘을 내잖아.
입으로 촉수가 튀어나올리도 없고 그런 일을 시키지도 않지만 드릴처럼 자신의 몸을 돌리기 시작한 촉수의 행동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마왕과 폐왕 녀석은 온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절정에 다다른다. 어떻게 절정에 다다랐는지 아냐고? 당연하다.
“저거 짤라버리고 싶네.‘
“그, 그것만은…….”
변태적인 플레이에 당하고 있는데도 바짝 세운 그것의 끝에서 1억 마리의 원더풀 라이프가 허무하게 스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정. 거기에는 촉수를 박고 앞에서는 가라앉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시기를 할짝할짝 자극해대는 촉수라. 내가 굴복시킨 촉수이지만 무지하게 무서운 녀석이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덮칠 마음이 있는 녀석이라고 할까. 어떤 의미로는 대인배다.
“이번에는 촉수가 아니라 너희들끼리 한 번 해보자.”
“닥쳐.”
대인배 촉수괴물을 이용한 고문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꽤나 반항적인 눈빛이다. 지난밤에 두들겨 맞았던 것은 잊어버린 것인지 그런 눈빛을 한 마왕을 한 번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나를 격동시키고는 탈출할 생각인가. 그렇게는 안되지.
“그렇단 말이지? 여자로 바꾸어볼까. 정신체이니 상관없겠지?”
꼼수를 쓰려는 마왕을 여자로 바꾸어버리고 돌아선다. 나에게 감사하다는 듯 여자로 변한 마왕을 덥썩 휘감기 시작한 촉수는 촉수일생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미녀로 변한 마왕을 이리저리 탐하는 중. 촉수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가능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야애니에서 나올만한 장면이 펼쳐진다. 이건 좀 볼만하구만. 배가 급속히 부풀어오르는 것이 다소 불만이지만 말이지. 얼마나 까넣으려는 거냐. 이 녀석.
“아, 안돼! 배, 배가…….”
그리고 촉수가 한참을 즐기고 나서야 마왕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탁한 액체들 사이로 떨어진 마왕의 부푼 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산이다. 흥건한 애액들 위로 외계인을 닮은 촉수괴물 주니어들이 꿈틀거리면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약 수천. 꽤나 자그마한 녀석들이다.
“뭐, 인연이 허락한다면 이 놈들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
녀석들을 마계로 전송해버리고는 손을 탈탈 턴다. 생각해보면 이 촉수녀석. 대를 잇기 전까지는 완전히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번에 자신의 대를 이을 녀석들을 마왕의 자궁을 통해 낳았으니 아무래도 조건을 만족한 것 같다. 녀석이 완전히 나에게 굴복하였다는 것을 느끼면서 녀석에게 휴식을 명한다.
“개애새애끼이……흐윽.”
졸지에 애엄마가 된 마왕은 빙긋 웃고 있는 내 모습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시 남자 모습으로 바꾼다.
“해봐.”
“싫어.”
“그럼 이 녀석을 부르도록 하지.”
Mr. ya(미스터 야)가 나왔다. 미스터 야는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아아, 조임이 부족하더군.”
이라고 말하고 떠났다.
이번엔 여자로…….
“해볼래?”
“싫어.”
이번엔 란스(귀축왕 란스 : 아리스 소프트)를 불렀다. 녀석은 캬하하 웃으면서 리틀프린세스를 덮칠 준비라고 하면서, 마왕을 임신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마구 범해버리고 떠났다. 분홍머리의 노예가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구원은 없다. 다시 남자로…….
“리벤지다. 이 녀석이 복수하고 싶다고 하더군.”
“그런가. 하지 않겠는가.”
다시 미스터 야를 불러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는데 마왕은 굴복하지 않았다. 곤란한 일이었다. 잠시 고민.
“네가 나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녀석이 삐딱하게 웃었다.
.
.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야.”
이번엔 내가 삐딱하게 웃는다. 내 웃음에 마왕 놈의 인상이 구겨지는 것은 당연지사.
“시작해볼까?”
“끄으으윽!”
어쨌든 마왕을 굴복시킬 방법은 생각해냈다. 정신체인 마왕은 쉽게 십대초반 정도의 미소년으로 모습을 바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폐왕 녀석은 영주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 남겨두어야 했으므로 뒷골목에서 여자를 납치하려고 하던 녀석의 영혼을 넣어버리고 폐왕의 영혼은 빈민가에서 다 죽어가던 소년의 몸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 녀석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버려 마왕의 몸에서는 마기를 씻어내버리고 폐왕이 들어가 있는 소년의 몸에는 마기가 넘실거리게 만들어버렸다. 지식은 있으나 힘을 쓰지 못하는 마왕과 힘은 있는데 쓸 수 있는 숙련된 감각이 없는 폐왕은 이런 내 행동에 경악하고 절망하고 충격에 빠지고 공포에 질렸다. 이제 마왕이 마기를 되찾으려면 빌리 해링턴 형님이 도망가야 할 정도로 허리를 흔들어야 한다. SEX = 마력충전이라는 개념이다.
“왜? 죽고 싶지 않잖아? 아니면 지금 죽고 싶어?”
“크윽!”
“이봐, 마왕.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네 마기는 찾지 못할 거야.”
“제, 제길.”
마기를 찾으려면 이 녀석을 범하라. 내가 마왕에게 한 말이다.왜 그렇게 했느냐하면……바로 이 풍경을 위해서였다. 십대초반의 미소년이 마찬가지로 십대초반의 평범한 꼬맹이를 덮치고 있는 모습. 혹자는 BL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런 현실적인 광경은 부정하고 제 3의 기관이 있다고 망상해버리는 바로 그 광경. 참고로 두 녀석 모두 남자이기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한다는 것에 치욕을 느끼는 모양이다. 물론 보는 나에게도 그 광경은 별달리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지만……녀석들을 괴롭힐 수 있다면 이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도 녀석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더 녀석들의 마음을 괴롭게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 억분의 일 확률로 크리티컬을 터트리는 등, 확률 시스템까지 도입. 마치 도박판에 졸부를 빠뜨리는 것마냥 이 일에 전력으로 임하게 꼬여내는데 성공했다.
“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
물론 그렇게 하다보니 당하는 폐왕 녀석의 입장에서는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쉴 새도 없이 당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현재 폐왕 녀석에겐 간단한 정신분열증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하자면 의식은 거부하고 있는데 몸은 쾌락을 좇고 있다는 이야기지. 지금이야 몸과 마음이 불일치하는 정도로 끝나는 모양이지만 이게 심해지면 몇 개의 인격이 새로 정립되어 랜덤으로 표면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친다는 이야기다. 이미 겉보기에는 미친 것 같지만.
“흐악! 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
며칠 전까지 전세계를 정복하여 최고의 미인들만 추려서 품에 품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던 폐왕은 그렇게 저속해져간다……라고 하니 이거 어딘가 모르게 일본 야설티가 나는구만. 일단 일본 야설을 생각하는게 사람 하나 타락시키는 걸 좋아라하면서 쓰고, 읽는 녀석들이니까 말이지. 혹시나 내가 읽은 것 중에서 그런 것이 없었던가를 생각해보기는 하는데 없다. 이 상태에서 이 녀석들을 더 괴롭히려고 하면……흐음. 어쩐다. 기억나는 건 없고.
‘SM은 어떨까요. 서로를 향해 가열차게 에스컬레이트하는 SM의 향연.’
아, 저도 모르게 ‘링크’가 되어버린 모양인지 서큐버스 스바라시 아사가 이런 말을……갑자기 왜 이름이 늘어난 이유가 있는데 엉뚱하게도 그녀와 붙어있던 분신111 녀석은 그녀에게 스바라시라는 성을 주었다. 일본어로 스바라시는 영어로 good이라고 하는 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지. 스바라시 아사인가 그럼, 내가 아버지를 닮아가다니 이런 막장테크를 보았던가……가 아니라! 어쨌거나 내 생각을 저도 모르게 아사에게 말했고 아사는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녀석, 구경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듯이 혀로 입술 핥지마! 더 흥분된다는 듯이 조이지마! 어깨 깨물지마! 등판을 손톱으로 긁지마!
‘SM은 반대.’
‘그럼 인체개조는요? 저 녀석들 이를 갈고 있다가 낭군님이 돌아오시자마자 여왕을 덮쳐서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해버리면 불쌍하잖아요. 그러니까 여자로 개조…….’
내가 이 녀석들을 여왕의 옆에 두고 보좌하게 해두고는 돌아갈 생각이라는 것을 아는 아사의 말에 쓰게 웃는다. 이 녀석들이 여왕을 덮친다라. 하긴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 이런짓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것이 깨진다라……. 녀석들을 정신적으로 고자로 만들 생각, 즉 여자에게 관심이 없게 만들 정도로 괴롭힐 생각이었지만 ‘그것’이 달려있는 이상 위협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발기부전의 저주라도 걸어야 하려나? The words of impotence. 勃起不全術. 사실상 남자로서의 사형선고.
“으핫! 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
몸부림치면서 그것을 빳빳하게 세운 녀석의 모습을 보려니 눈이 다 썩을 것 같으니 걸어두자. 지금 내 눈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오, 앞으로의 위기를 예방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애초에 마왕 녀석이야 심령으로 금제만 해두면 눈앞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비비고 물고 빨고 해도 세우지 못할테니까 말이지. 이 녀석만 덮쳐. 나는 어딘가의 버려진 시스콘 황자처럼 심령을 걸어버린다. 영어로 하면 기어스일지도.
“큭, 마기를 모두 찾으면 풀리게 해두다니. 치사하군.”
“훗, 오늘 내로 5서클 흑마법사들 수준으로 마기를 빼앗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
“알고 있어. 제길. 이 녀석 소환에 응했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어쨌거나 심령으로 금제를 하면서 이 녀석만을 덮치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게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쓴 결과.
“으흑, 히익! 하악하악하악하악!”
차마 못 볼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아아, 다른 사람들이 마왕이 입술박치기를 당하고나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말이지.
‘눈 썩는다. 저 녀석들 어떻게든 해봐!’
‘아아, 뭐……내버려두었다가 폭주하면 골치가 아프니까 말이지.’
어쨌거나 마왕을 조교하는 일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훗, 리벤지를 하려고 한다는데. 저 녀석이.”
“아아, 좋은 조임이 있을 것 같군.”
“커억! 오, 오지마!”
물론 마왕 놈은 곧 정신줄을 놓아야 했으니 앞날이 순탄치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며칠 동안 마왕을 조교하고 나서, 나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수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미스터 Ya.가 굉장히 공포의 존재였나본데.
“주, 주인님! 절대로 말 잘 들을테니까. 그 사람만은 부르지 말아주세요!”
아예 여왕을 해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마왕과 폐왕 녀석들(새로운 몸에 안착시킨)을 여자로 변화시켜 여왕의 메이드로 만든 후에 들었던 이야기다.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걱정이다. 그 사람은 남자가 아니면 달려들지 않으니까.
“이것을 봐줘. 어떻다고 생각해?”
“나에게 묻지마. 오지마! 역소환!”
“하지 않겠…….”
아아, 위기 일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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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정체는 앞에 설명했고.
마왕 조교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