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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왕 아르셀라 14


 모르테스의 왕비, 루스네의 방에는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두 소녀가 있었다. 세이키 아스모데와 루스네 모르테아. 세이키는 차에는 별 신경도 안쓰고 다과로 나온 과일만 냠냠거리고 있었고 루스네는 그런 그녀를 한없이 사랑스런 눈빛으로 내려보고 있었다.



"쩝쩝 꿀꺽. 와 정말 맛있다. 주인님 옆에 있을때는 이런 다양한 과일이 별로 없어서 안좋았는데, 역시 왕궁으로 돌아오니까 좋네~"


"후후 그런가요?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양말고 드세요."


 

14. 아르셀 건국

 

"응~ 어 어랏?"


즙이 많은 과일을 먹던 세이키가 그만 과즙을 자신의 가슴께에 흘리고 말았다. 옷이 과즙으로 얼룩지자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앗 이 옷 아끼던 건데. 이잉.."


"빨면 되죠. 일단 옷을 벗으세요."


루스네는 부드럽게 웃으며 세이키의 검은 드레스를 벗기려 했다. 갑작스런 루스네의 손길에 세이키는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앗 나 나중에 벗을게. 나 안에 아무것도 안입었단 말야."


부끄럽게도 세이키는 가슴이 빈약해서 브래지어를 잘 안하고 다녔다. 여기서 윗옷을 벗으면 루스네에게 자신의 상체를 보이게 되는게 아닌가?


"괘 괜찮아요. 저도 같은 여자인데 뭐가 부끄러워서요. 가 같이 목욕도 햇었잖아요."


세이키의 말을 듣자 루스네는 묘하게 들뜬 모습으로 더욱 세이키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세이키는 그런 루스네가 웬지 이상하고 두렵게 생각되었다.


"언니 왜그래? 아앗 잠깐 벗기면 안돼~"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루스네는 세이키의 옷을 벗겨네여 그녀의 새하얀 상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아웃 부끄럽워. 히잉. 나 가슴 작단 말야!"


"괜찮아요. 아직 세이키는 성장중인데요 뭐. 지금은 이렇게 작아도 나중에는 곧 이 언니처럼 커질테니까요. 이렇게 만져주면 성장이 빨라져요."


루스네는 열이 오른 기색으로 세이키의 작은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언니 자 잠깐. 이상하니까 만지지 마. 오늘따라 언니 왜그래?"


"에? 저만 만지는게 이상한가요? 그 그럼 저도 만지게 해줄게요."


루스네가 자신의 옷마져 벗으려 하자 세이키는 깜짝 놀라 그녀를 만류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상의마저 벗어버렸다.


"어때요 제 가슴? 세이키라면 얼마든지 만져도 좋아요."


"아우 우.."


세이키는 루스네의 풍만하고 모양좋은 젖가슴을 보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뱉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예쁜 가슴이다. 자신의 빈약한 유아체형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괜찮으니까 만져보세요."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 루스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세이키는 그녀의 재촉에 어찌해야할지 몰라 난처한 기색으로 꿈지럭 거리고 있었는데..


콰당


"에에엣?!"


"꺄아앗!"


갑작스런 방해꾼의 등장으로 백합스런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방해꾼의 정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르셀라였다.


"이봐 루스네. 당장 회의를.. 어엇? 니들 뭐하냐?"


"아 그 그게.."


아르셀라의 난입에 가장 당황한건 바로 루스네였다. 그녀는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낯으로 아르셀라를 향해 넋나간 시선을 보내왔다.


"주인님 여긴 어쩐 일이야? 과일좀 먹을래?"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키는 천진난만하게 아르셀라를 반겼다. 아르셀라는 멍하니 얼어붙은 루스네는 놔두고 세이키에게 영문을 물었다.


"왜 윗옷을 벗고 있는거지?"


"아 먹다가 좀 흘려서 빨려고 벗었어. 꺅! 그렇게 보지 마요. 정말 주인님은 엉큼하다니까~"


문득 아르셀라의 시선을 느낀 세이키가 부끄러웠는지 양팔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세이키의 빈유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너는 그렇다 치고 왜 루스네까지 벗고 있는거냐."


"응? 그러고보니 언니는 왜 벗었어?"


"...."


둘의 물음에 루스네는 한참만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저 저도 과일을 흘렸어요ㅠㅠ 그래서 빠 빨려구요."


"후후 언니도 참 세이키처럼 칠칠맞네~"


"그 그렇군."


루스네의 변명이 아르셀라를 완전히 납득시킨건 아니였지만 그는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다.

"루스네. 일단 옷부터 챙겨 입고 지금 당장 신하들을 소집해라. 중대 발표가 있다.



"주 중대발표요?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 먼저 회의실에 가 있으세요."

 루스네는 아르셀라의 명에 별 토도 안달고 즉시 옷을 추려입고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아르셀라와 세이키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루스네랑 무슨 일 있었냐?"


"별 일 없었는데 왜~ 것보다 주인님. 모처럼 왔으니 키스해줘. 요즘 안한지 오래됬잖아."


세이키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섹스보다도 키스를 더 좋아했다. 서로 혀가 감기고 타액을 나누는 그 감촉에 완전히 중독된 것이다. 하지만 아르셀라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밤에 침대에서 해줄게. 그럼 나 간다."


"아 자 잠깐! 주인님 어디가?"


이제 아르셀라도 가버리고 남은건 세이키 하나였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남은 과일을 향해 손을 뻗어갔다.

 

.

.

.


"이제부터 모르테스는 없다."


"네에엣?!"


"저 전하!!"


대뜸 내뱉은 아르셀라의 말은 중신들을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 저 젊은 왕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서방님. 무슨 말씀을 하는 건가요?"


옆에 서있던 루스네 왕비도 충격받은건 마찬가지였다. 모르테스는 없다니.. 설마 제국에 나라를 바치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크큭. 모두들 똑똑히 들어라. 내가 왜 모르테스의 국왕이지? 나는 이 나라를 점령하려 했을 뿐, 왕위를 이어받으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다들 나를 모르테스의 국왕이니 법통이니 어쩌니 하며 구속하려 하지 않은가?"


"허나 전하. 전하께선 이제 한갗 반란군의 수괴가 아닙니다. 당신은 이제 아르셀라 모르테아입니다. 왕가의 일원이란 말입니다!"


"잠깐. 내가 왜 아르셀라 모르테아야? 내 성이 언제 모르테아로 바꼈어?"


"서방님 모르셨어요? 저랑 결혼했으니 당연히 성이 모르테아가 되는거죠."


아르셀라는 어이가 없었다. 여자의 성을 따른다니, 그건 또 어느나라의 관습이란 말인가?


"야! 네가 내 성을 따라야지 왜 내가 네 성을 따르냐? 아나, 지금 장난하나 이자식들이!"


"서방님은 성도 없잖아요. 거기다 모르테스의 국왕이면 당연히 왕가의 성을 가져야죠. 갑자기 왜그래요?"


"..."


사실 아르셀라가 성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천민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 하지만 원래 용들은 성이 없다. 스승 퀴러스도 그걸 감안해서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내.. 내가 성이 왜없어? 내 성은 아.. 르세..나다. 그 그래 아르세나. 루스네 너도 루스네 모르테아가 아닌 루스네 아르세나란 말이다."


급조한 티가 나는 싸구려 성씨였지만 아르셀라는 이미 아르세나를 자신의 성으로 정했다. 하지만 루스네가 그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아 장난하세요? 왜 저의 고귀한 왕가의 성을 그런 이상한 족보도 없는 날림으로 만든 성으로 바꾸려는 거에요? 혹시 뭐 잘못 드셨나요? 정신차려요 서방님!"


"크.. 크아아아아아!!"


루스네의 말에 결국 담아둔 아르셀라의 분노가 폭발하고야 말았다. 그의 입에서 커다란 용의 분노가 터져나와 좌중을 엄청나게 압도해 갔다.


"끄 끄으응"


"커허헉"


며칠 전 회의장에서 보여준 맛뵈기 용의 분노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드래곤 피어다. 중신들중 정신력이 약한이는 혼절하는 이도 있었다.


"모르테스는 없다! 지금부터 이 나라는 아르셀이다. 그리고 나는 아르셀의 초대 국왕 아르셀라 아르세나다! 내 말을 똑똑히 새겨 듣거라!!"


용의 분노에 이어 아르셀라의 폭탄선언이 좌중들의 혼을 빼놓았다. 나라의 이름을 바꾼다는 말인가? 거기다 아르세나라는 성에 이어 자기 이름을 따서 만든, 급조한 티가 나는 저 국명은 뭐란 말인가?


아르셀라의 용의 분노가 사그라 들자 잠시 후 중신들이 하나들 정신을 되찾았다.


"전하 존나 아니될 말씀입니다. 수백년을 이어온 종묘사직의 이름은 바로 모르테스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전하의 독단으로 바꾸려 하시다니요."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그 말만은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덜덜 떨면서도 목숨을 건 간언을 하는 진정한 충신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충성은 나라에 대한 충성이지 아르셀라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그것이 무척 불쾌했다. 허수아비 왕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닥쳐! 내가 곧 법이다. 나는 모르테스에 종속된 허수아비 왕이 아니다. 새로운 나라 아르셀을 일으킨 절대군주 아르셀라 아르세나란 말이다!"


아르셀라가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신들은 이번엔 루스네 왕비에게 매달렸다.


"왕비마마. 제발 아르셀라님을 말려주십시오. 지금 전하께선 제정신이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루스네 왕비님. 부디 전하를.."


중신들의 간곡한 부탁에 루스네는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한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찬성입니다."


"?!!"


"와 왕비마마!!"


"어째서입니까?! 왜.. 왜!"


대부분의 신하들은 아르셀라의 정신나간 발언보다도 루스네가 그 발언에 찬동했다는 데 더 충격을 받았다. 루스네가 누구던가?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두 오라버니까지 처단한 그녀다. 그런데 왜?


"후우. 제 눈이 틀리지 않았어요. 역시 서방님을 택한건 정답이었군요."


"?"


솔직히 아르셀라도 루스네가 자신의 말에 찬성할 줄은 몰랐다. 여차하면 실력행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들어주세요. 나라의 뿌리는, 한낱 껍데기에 불과한 국명도, 왕가도, 다른 그 무엇도 아닙니다. 중요한건 백성이죠. 백성이 나라의 뿌리입니다."


"왕비마마.."


루스네는 낭랑한 목소리로 신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존립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의미에서, 백성들이 이미 등을 돌린 능력없고 부패한 국가 모르테스는. 죽은거나 다름없습니다."


"하 하오나 그말은.."


"전하께선 바로 이 말씀을 하고 싶은 거에요. 전하가 처음 혁명군을 일으켰을때 왜 그토록 많은 백성들이, 아니 대부분의 백성들이 전하의 편을 들어줬을까요? 그 말인 즉 이미 모르테스에 백성들의 마음은 떠났다는 걸 뜻합니다."


"...."


왕비의 말에 신하들이 곧 잠잠해졌다. 그들도 실은 이 나라에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 있었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 지방 영주들의 잔혹한 폭정과 내분으로 나라의 위기를 자처한 모르테스에 충성할 국민들은 이미 어디에도 없다.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국명부터 갈아치우는 철저한 개혁! 그래요. 모르테스는 끝난거에요. 지금부터 이 나라는 아르셀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르셀의 왕비로서 제 소임을 다 하다록 하겠습니다."


"그 그렇지만!"


"모르테스의 400년 역사는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완전히 모르테스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르셀은 모르테스를 계승했을 뿐, 그 본체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될 것입니다."


신하들이 계속 반대의사를 표했지만 루스네는 전혀 막힘없이 답을 내놓았다. 그녀가 워낙 말을 잘해서 막상 아르셀라는 할 일이 없었다.


[제길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거지?]


웬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분위기 때문에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루스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어 아르셀라는 그냥 잠자코 있을 따름이었다.


"전하의 뜻을 따라주세요. 지금으로선 이 죽어가는 나라를 구할 인물은 오직 아르셀라 전하 뿐입니다. 그분도 오죽하면 나라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겠습니까. 아내로서 저에게는 지아비의 가슴아픈 결단이 절절히 느껴지는군요."

 

"...."


"크윽. 저는 찬성입니다. 모르테스는 그동안 너무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이젠 그 저주받은 망령을 벗어버릴 때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백성들도 새로운 국가 아르셀을 열렬히 환영할 것입니다."


루스네의 달변과 아르셀라의 위압감에 넘어간 신하들이 하나 둘 찬성의사를 표해왔다. 그 수는 의외로 많아 모인 중신들의 반 이상이 아르셀라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된 것이다.


"전하. 한마디 해 주세요. 새로운 국가 아르셀의 출발을 선언하는 거에요."


어느정도 대세가 기울자 루스네가 아르셀라를 부추겼다. 아르셀라는 돌아가는 꼴이 자신의 생각과 많이 달라서 기분이 이상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후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르셀이다! 모두들 힘을 모아 제국의 위협을 극복하기로 하자!"


"와아아아!"


"아르셀 만세!!"


나이든 고지식한 중신들은 피를 토하며 계속 반대했지만 그들의 소리는 젊고 열정넘치는 신하들의 환호성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 나라는 모르테스가 아닌 아르셀이 된 것이다.


 모르테스가 신왕을 중심으로 국명까지 갈아엎으며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은 제국에도 즉시 흘러들어왔다. 황제는 모르테스, 아니 아르셀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느라 밤새도록 중신들과 회의를 가졌다.


"왕비 루스네가 주도하는 급진적인 개혁이 이루어 지는 모양입니다. 계급제도를 타파하고 각 지방 영주들을 모조리 갈아치웠습니다. 일단 민심부터 얻으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세율도 무려 50%이상 감면했다고 합니다. 왕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감히 반발하는 귀족도 없다고 합니다."


"그대들의 의견은 잘 알았다. 일단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회의가 자꾸 길어지자 황제 펠릭스 테어카나는 이쯤에서 폐회를 선언했다. 중신들이 모두 나간 후 펠릭스는 조심스럽게 회의장 안쪽의 밀실에 발을 들였다.


"저.. 스승님?"


"흥."


밀실 안쪽에는 이세상 것이 아닌듯한 미모를 지닌 요염한 미녀, 성녀 아카시아 대신관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들으신 대로 입니다. 모르테스가 총체적인 개혁을 하는 모양인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어떻게 하고 말것도 없지. 나라가 망하려고 하니 별 짓을 다하는 모양이군. 그냥 사정 보지 말고 어서 전쟁을 일으켜라."


"하지만.. 모르테스가 예상 외로 빨리 나라를 정비했습니다. 신왕 아르셀라가 워낙 걸출한 인물이라서요.. 이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아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황제는 제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어진 군주였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면 제국의 피해가 무척 클 것이다. 거기다 좀 있으면 겨울이니, 식량보급의 문제도 있다.


"꺄하하하~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말했지? 인간들 따위 수백만이 떼죽음을 당해도 내 알바 아니라고! 뭐 피해가 어쩌고 어째?!!"


아카시아는 황제의 말에 무섭게 분노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인간들의 피 맛을 보고 싶어 근질근질한 참인데 이 맹랑한 황제놈이 자꾸 뜸을 들이는 것이다.


"허나 스승님. 제국은.."


"그래. 그 핑계로 벌써 두달 가까이 출정을 미뤄왔지. 그리고 방금 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어렸다. 황제는 아카시아가 내뿜는 살기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일 당장 전쟁을 일으켜라!"


"스 스승님. 그것은 불가능 합.."


서걱


"?!!"


순간 황제의 귀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아카시아의 날카로운 손톱이 황제의 귀를 베어낸 것이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황제를 노려보며 끔찍한 분노를 토해냈다.


"닥쳐! 닥치란 말이다! 감히 인간주제에 내 말에 어디서 토를 다는거지? 허수아비면 허수아비답게 굴란 말이다!!"


"으 으읏.."


"너에게 선택권은 없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 아하하핫 네가 죽는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것도 아니야. 나는 너를 언데드로 만들어 전쟁명령을 내릴 것이다! 자 결정해라. 곱게 전쟁할래? 아니면 죽어서 전쟁할래?"


"스승님 큭.."


황제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힘없이 고개를 수그렸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자신은 도저히 저 무시무시한 마녀를 거스를 힘이 없었다.


"내일이다! 내일 병력을 일으켜! 그리고 나는 교단에서 파견된 신관으로 군사들과 동행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말을 마친 아카시아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겨진 황제는 잘려나간 자신의 귀를 들어올리며 비통한 신음소리를 흘릴 따름이었다.


"크으윽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말 전쟁을 일으키면 자칫 우리나라의 안보도 위험한데.."


거기다 마녀 아카시아가 직접 전쟁에 나선다는 것도 문제다. 그녀가 폭주하면 아군과 적군 가리지 않고 전멸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녀는 그정도로 강했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자신은 힘이 없다. 아카시아는 이미 자신이 그녀의 명을 거절하면 그를 죽인 후 언데드로 만들어서까지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제국이 아르셀에 선전포고한건 그 다음날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 1 입니다.

 


아르셀라
용족입니다. 104살 흑발의 잘생긴 미청년. 마법은 8서클의 마스터. 나이는 어리지만 용언, 용의 불꽃, 용의 분노 등 드래곤의 특징을 제법 갖추고 있죠. 외모는 이십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준수한 성인 남성이지만 실제 정신연령은 그보다 약간 낮습니다. 겉으로는 하렘왕이니 여자니 어쩌고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래도 속마음은 의외로 착한 편.



리노
서큐버스입니다. 301살 적발에 갈색 피부. 나이스 바디의 누님. 서큐버스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게으르고 싸움을 싫어해 실제 전투력은 오히려 루스네보다도 낮습니다. 잠자는걸 엄청 좋아함. 남자도 엄청 좋아함. 하지만 계약기간동안은 바람을 피지 않습니다. 다른사람의 꿈을 엿보는 능력도 있습니다.



세이키 아스모데
마족소녀입니다. 17살. 은발에 하얀 피부, 로리체형의 미소녀. 마계의 일곱군주중 아스모데의 외동딸, 마법면역체와 마스터를 상회하는 검술, 로얄급 마족의 혈계능력을 고루 갖춘 사기급 캐릭터. 하지만 개미한마리 못 죽일정도로 약한 마음때문에 힘을 제대로 발휘 못하죠.  이 아이가 마계에서 추방된 이유는 아스모데가 자신의 딸이 인간세에서 교활한 인간들의 손에 험한 일을 많이 겪어 심성이 악에 물들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루스네 모르테아
인간여성입니다. 21살. 바다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균형잡힌 아름다운 몸매를 갖춘 미녀. 모르테스 왕국의 공주였으며 현재는 아르셀의 왕비. 대륙 최고라 불리우는 미모를 가진 절세의 미녀로서 아르셀라가 자신의 하렘에 넣고자 염원했던 그 여자죠. 외모 뿐 아니라 마음도 굳세고 생각이 깊어 한 나라를 다스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 자신의 계약자 세이키에게는 동성애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용족입니다. 3045살. 흑발에 상아색 피부. 나이스 바디의 누님. 마법은 10서클의 마스터. 용언, 용의불꽃, 용의비늘, 용의분노, 용의 괴력, 용안, 현신 등 엄청난 사기급 능력을 지닌 현 대륙 최강의 먼치킨. 겉보기에는 이십대 중반정도 되 보이는 교단의 성녀이자 절세의 미녀지만 실은 인간들을 모두 멸하고자 하는 무시무시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왜 인간들에게 그런 증오심을 품고 있는지는 잘 알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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