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왕 아르셀라 13
13. 왕궁의 일상
다음날 아르셀라는 새벽 5시에 깨어났다. 원래는 9시쯤이나 느즈막히 일어나야 하지만 루스네가 옆에서 자꾸 깨워대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미친.. 잠좀 자자!"
"왕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원래 모르테스의 왕들은 대대로 새벽 네시 반이 정확한 기상시간이에요."
[크윽]
그런 말도 안돼는 전통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면 수면부족으로 오래 살기 힘들 텐데..
"어서 씻고 회의실로 가세요. 원래는 더 일찍 가서 회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네요."
"...."
일단은, 그녀의 말대로 하자. 아직 왕이 해야 할 일은 모르니까 오늘만큼은 그녀의 말 대로 하고 나중에 고칠건 고치도록 하자.
아르셀라는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대충 몸을 씻고 의관을 정비했다. 왕의 화려한 복장은 잘생긴 아르셀라에게 꽤 잘 어울렸지만 평소 르나가 만들어준 마법사용 로브를 즐겨 입던 그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옷이었다.
"멋지시네요. 역시 모르테스의 국왕 다운 위엄이 살아나요. 어서 회의실로 가죠."
"말 안해도 갈거다."
루스네는 가벼운 평상복 차림으로 아르셀라를 수행했다. 그녀의 옷차림이 의외로 화려하지 않은데 아르셀라는 의구심을 느꼈다.
"이봐. 너는 왕비잖아. 내 옷은 이렇게 요란한데 네 옷은 왜 그모양이야?"
"그런 요란한 옷은 불편하잖아요. 전 그런 옷 안좋아해요."
루스네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아르셀라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나도 이런 옷은 불편하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왕이니까 어쩔 수 없죠."
"너도 왕비잖아!"
아르셀라는 루스네만 편한 옷을 입는게 불만이었다. 이건 좀 불공평 하다.
"네 저는 왕비일 뿐 여왕이 아니에요. 제가 이런 옷 입는게 불만이시면 저랑 바꾸실래요? 제가 여왕 하고 서방님이 여왕 남편 하는거에요."
"아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새벽부터 이런식으로 귀찮게 다툴 필요는 없었다. 아르셀라가 한발 물러서자 루스네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전하. 오셨습니까?"
"아 응"
넓은 회의장에는 이미 중신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광경은 나름 장관이었다.
"전하. 이쪽으로.."
경험이 없는 아르셀라가 멀뚱멀뚱 자리에 서있자 루스네가 그를 상석으로 이끌었다.
"자 회의를 시작하겠어요. 안건은 당면한 제국의 위협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입니다."
아르셀라를 안내한 후 루스네는 그의 옆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매끄러운 진행으로 보아 이런 자리가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아군의 전력은 현재 국경에 나가있는 왕국군 4만명, 수도에 주둔한 수비병 1만명입니다. 그리고 아르셀라 전하의 마법병사가 약 5천 정도로, 이들의 실제 전력은 일반병사 2만명 수준입니다.
"흠 흠"
"그리고 타르칸 제국이 우리나라를 공격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정보부를 총괄하고 계시는 티모 자작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루스네의 호명을 받은 티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국이 현재 국경근방에 주둔시킨 병력은 8만 정도 입니다. 전황에 따라서 최대 8만정도의 병력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모두 훈련받은 정예병이라 병사의 질이 극히 우수합니다. 따라서 전황은 우리에게 무척 불리하죠."
"하지만 그정도 병력차는 전술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들에게는 우수한 지휘관이 여럿 있으므로 우리가 적들의 책략에 빠져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장수들은 어쩌고 저쩌고.."
"제가 거기에 대해서는 설명 드리겠습니다. 적장 카드모단은 수없이 많은 전장을 거친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어쩌고 저쩌고.."
"...."
아르셀라는 회의 내용이 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가 이리 복잡하단 말인가? 병사가 어떻고 전략이 어떻고, 보급이 어떻고.. 그냥 다 쓸어버리면 편한 것을.
"...."
정말 괴롭다. 오늘은 잠을 너무 못잤다. 조금만 더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텐데.. 조금만.. 조금만..
"..방님"
몽롱한 의식속에 누군가의 속삭임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다.
"서방님 저기 일어나세요. 아우.."
"..."
꼬집
"크윽."
허벅지에 달한 따끔한 고통 때문에 아르셀라는 강제로 현실에 돌아와야 했다. 제길.. 잠이 든 건가?
"허허.. 전하. 많이 피곤하신 듯 보입니다만."
"이건 조금 예의가 아닌 듯 싶습니다. 지금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상황인데 태평하게 졸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여기 저기서 중신들이 아르셀라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중신들은 이번에 왕이 된 아르셀라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다온 개뼉다구 같은놈이 공주를 꿰차 한순간에 왕까지 된 것이다. 좋게 볼래야 좋게 볼 수가 없다. 거기다 이렇게 회의시간에 졸기까지 한다면..
[이 무례한 것들이 감히 왕에게..]
아르셀라는 중신들의 비난에 꽤 기분이 나빴다. 생각같아선 자신을 욕한 놈들을 모조리 옥에 가두고 싶었지만 옆에서 부인 루스네 공주도 자신을 영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경거망동할 수는 없었다.
"흠 흠.. 이봐. 뭐가 그리 불만이야? 내가 제국을 물리치면 되잖아."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잠을 좀 깨셔야 할 듯 합니다. 회의실에서는 잠꼬대를 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맞습니다. 피곤하시면 좀 주무시고 정오로 회의를 미루시죠."
[아나 이새끼들이 날 우습게 보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꼬대라니, 왕에게 그런 말을 해도 되는건가? 루스네도 그 말이 마땅치 않았는지 잠꼬대 발언을 한 신하를 따가운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국경에 나가있는 병사가 몇이라고 했지?"
"4만입니다."
"뭐 그리 많아? 다 지방으로 돌려 보내서 치안에 신경쓰도록 해라. 요즘 민심이 흉흉해서 그런지 잡도적이 꽤 많더구나.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 봤어."
아르셀라의 말에 중신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병사들을 돌리자고?
"그 그럼 국경은 누가 지킵니까? 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제정신입니까? 전하. 아니될 말입니다."
"전쟁은 장난이 아닙니다. 정 모르시겠다면 저희에게 전권을 위임하시고 들어가 쉬십시오."
확실히 아르셀라가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중신들의 반응은 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아르셀라는 루스
네의 옆구리를 꾹꾹 찔러 이 열렬한 반응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서방님이 잘못 하셨어요. 안 그래도 신하들이 서방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정신나간 말을 하시면 안되죠."
[이런. 명색이 부인이면서 지아비의 편도 안들어주네.]
아르셀라는 이쯤에서 자신의 위엄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군림하기 위해 왕이 된 것이지 조롱당하기 위해 왕이 된 것이 아니다.
"닥쳐라!!"
아르셀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용의 분노를 담아 회의장이 떠나가라 호통을 쳤다. 순간 시끄럽게 조잘대던 중신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내가 왕이다! 내 말은 진리다! 너희들은 닥치고 내 말에 따라라!"
웬일인지 아르셀라의 말에 토를 다는 신하가 한명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회의장에 있는 인간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아르셀라의 드래곤 피어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서방님. 무서워요. 그렇게 거 겁을 주시면 어떻게 하나요."
그나마 마음이 강한 루스네 공주가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아르셀라를 제지했다. 그제서야 아르셀라는 용의 분노를 거두고 자리에 앉았다.
"후우. 내가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국경을 수비하는데는 나 혼자면 충분하지. 나는 대륙 최고의 마법사다.(사실은 트라듀스 다음이지만.) 내가 성 위에서 마법을 퍼부우면 개미새끼 한마리도 국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저 전하. 직접 전장에 나가시겠다고요?"
"왜. 안될 것 있나?"
아르셀라의 이 말은 중신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줬다. 왕이 직접 싸우다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물론 전하께서 훌륭한 마법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래도 혼자서 적들을 막는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적들에게도 틀림없이 마법사가 있을 터 파훼마법을 사용하면 전하의 마법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입니다."
방금 전의 드래곤 피어가 효과가 있었는지 중신들이 제법 진지하게 아르셀라의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논리적인 반박도 나오는 걸 보니.
"나는 특수한 체계로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8서클 이하의 파훼마법은 효과가 없다. 즉 적들의 마법사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내 마법을 파훼할 수 없다는 것이지."
아르셀라는 같은 동문들 트라듀스나 르나, 모크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일단 그는 수인을 맺지도, 주문을 외우지도 않는다. 속으로 마법을 계산해 즉시 시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용들을 마법에 있어 최강의 종족으로 만들어 주는 중대한 특성중의 하나, 용언이었다.
"파 팔서클 이하라구요?"
만약 아르셀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그의 말대로 파훼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대륙을 전부 통틀어도 8서클 급 이상의 마법사는 셋이나 넷 정도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그들의 눈 앞에 있는 국왕 아르셀라다.
"하지만 그래도, 전하의 마력이 무한하지는 않을 터, 인해전술로 밀어 붙이면 어쩧게 하실 생각입니까?"
"내 마나통은 900vf가 넘는다. 그 뿐 아니라 시간당 회복량도 20vf 정도지. 하루종일 마법을 퍼부어도 거뜬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900vf?!!]
중신들 중 마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자라면 아르셀라의 말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루스네도 마찬가지였다.
"서방님. 정말이세요? 어떻게 인간이 100vf이상의 마력을 보유할 수 있죠?"
"900vf라뇨. 90vf를 잘못 말한 거 아닙니까? 90도 존나 많은건데.."
"사실이다."
아르셀라는 짧게 한마디를 던지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더 말을 할 필요성을 못느낀 것이다. 허접한 제국따위는 자신이 막으면 되고 이 시끄러운 중신들은 좀 짜져있었느면 하는게 아르셀라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
.
.
[이 인간이 아냐.]
루스네는 아르셀라가 전혀 거짓말을 한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믿을 수 없다며 검증을 요구한 중신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아르셀라가 성 안의 연무장에 나간게 오늘 오후 1시. 그리고 아르셀라는 그로부터 두시간 동안 쉬지않고 허공에 마법을 뿌려대었다. 그러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안보이니 더이상의 검증은 무의미 하다.
"후우. 계속 이짓만 하자니 좀 짜증이 나는군. 어쨌든 이걸로 된거냐?"
"저 전하.."
"아아.."
신하들이 자신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의 눈에는 커다란 경외와 존경심이 가득했다.
[신이 모르테스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저 분은 신이 보낸 사자야. 이제 모르테스는 무사하다!]
반란군 수괴였다고 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햇는데 이건 완전 대박이었다. 혼자서 대군을 막는다는게 전혀 허언이 아니었다. 저런 무지막지한 마법을 다른 마법사의 방해도 받지않고 쉬지않고 퍼붓어 댄다면 천하에 적이 없을게 당연하지 않은가?
"서방님. 혹시 속임수를 쓴건 아니죠?"
"나는 내 여자들이 나를 의심하는걸 무척 싫어한다."
"아 아니에요. 의심하다뇨. 서방님도 참. 흐윽"
갑자기 루스네가 와락 아르셀라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녀는 예쁜 얼굴에는 눈물이 글썽했다.
"정말 최고에요 흑. 어떻게 저처럼 박복한 년이 서방님 같은 멋진 분이랑 결혼할 수 있는거죠?"
[이 여자가 갑자기 왜이러지?]
아르셀라가 당황하여 어색하게 루스네를 쓰다듬자 신하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목이 터져라 신왕 아르셀라와 왕비 루스네를 부르짖었다.
그날 이후, 아르셀라를 태하는 신하들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꼈다. 어디서 튀어나와 공주와 나라를 채간 개뼉다구 같은 놈에서 위기에 처한 왕국을 구원해줄 신의 사자로 위치가 격상된 것이다. 그들은 아르셀라를 대할때마다 두려움 반, 존경심 반 섞인 태도로 극진히 모셨다.
그렇지만 잠자는 것부터 옷차림, 밥먹는것까지 꼼꼼히 챙기던 루스네의 간섭은 그리 느슨해 지지 않았다. 솔직히 다른 신하들 중에선 혼자서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는 괴물같은 아르셀라에게 감히 토를 달 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루스네는 서방님이 무섭지 않은지 꺼떡하면 모르테스의 왕이 어째야 하느니, 뭐해야 하느니.. 심지어 궁전의 시녀들도,
"꺄악 안되요! 공주님.. 아니 왕비님께서 절대 절대 전하의 시중을 들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뭐 뭐야? 나는 왕이란 말이다. 감히 내 명을 거절하는 것이냐?"
정말 황당한 일이다. 왜 시녀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인가?
"전하. 저도 정말.. 정말 정말 멋지고 잘생기고 대단하신 전하께 안기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면 전 공주님한테 죽는다구요. 또한 역대 모르테스의 왕들은 대대로 바람을 피지 않는 성실한 남편이었습니다. 전하도 이제 왕이 됬으니 이런 전통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카라고 했던가? 이 예쁘장한 시녀가 왕 무서운줄 모르고 자꾸 수청을 거부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무서움을 좀 보여줘야 겠군.
"명령이다! 당장 내 침실로 따라와라. 내 명령이 무섭냐 아니면 루스네의 명이 무섭냐?"
"하지만 전하.."
엄밀히 말해 왕이 왕비보다 훨씬 높은게 당연하다. 리카는 뭐라 할 말이 없어 난처한 기색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명령 철회하세요!"
위기의 리카를 구해준건 바로 아르셀라의 아내 루스네였다. 아르셀라는 갑작스런 루스네의 등장에 순간 당황하여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대체.. 뭐가 부족한거죠? 저나 세이키로는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는 건가요? 우리가 그렇게 형편없어요?"
"아니 그게.."
"거기다 리노인가 뭔가 하는 이상한 계집까지 있잖아요. 리노까지는 그래도 봐줬는데 거디다 더 여자를 늘리려 하다니.. 제정신이세요?"
루스네는 그녀답지 않게 무섭게 화를 냈다. 평소 왕국을 구원해줄 대마법사이자 자신의 남편인 아르셀라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여자문제에 있어서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너희들이 S급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하렘왕으로서 더 많은 여자를 안을 의무가 있다."
"그 젠장할놈의 하렘왕 타령좀 그만 할 수 없어요?!"
[제 젠장할놈?]
루스네의 아름다운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될 말.. 즉 욕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원래 루스네가 이런 캐릭터였나?
"안된다면 안되는 거에요! 당신은 하렘왕이 아니라 모르테스의 국왕입니다. 언제까지 그런 헛소리를 할 생각이세요?"
[헛소리?!]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자신은 이런 대우를 받기 위해 왕이 된 것이 아니다. 왕이란 모름지기 모두의 위에 군림하고 또..
"만약.. 다른여자 건드려서 저보다 먼저 아기라도 생기면, 전 죽어버릴테니까.. 그리 아세요! 절대 안된다구요!"
[아 아기..?]
아기가 생겨서 아빠가 되는 일이야 말로 아르셀라가 현재 가장 두려워 하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요즘 루스네들을 안을 때도 되도록이면 밖에다 내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게 지금 문제가 아니다.
"부탁드려요. 제발 이 천첩의 얼굴을 봐서라도 모르테스의 국왕으로서 체통을 지켜 주세요."
"...."
하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대륙 최고의 미녀 루스네가 울 듯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보고 있는데 여기서 화를 내면 자신은 남자도 아니다. 결국 아르셀라는 풀이 죽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빌어먹을 이건 아니야!"
그놈의 모르테스의 국왕 타령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왕이면 그냥 왕인거지 전임 왕들의 전통이니, 국왕의 체통이니 하는게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주인님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아르셀라의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에서 꼼지락 대고있던 한 요염한 미녀가 시야에 들어왔다.
"너 거기서 뭐하냐?"
"좀 자고 있었어요."
리노는 요즘들어 잠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아르셀라의 부관으로 병력을 관리하는 일이나 여러 잡무가 많았는데 갑자기 할일이 없어지니 여가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왜 여기서 자냐?"
"그저께 주인님이랑 섹스하고 여기서 잠들었잖아요. 그리고 계속 잤죠 뭐.."
"컥 너 설마 이틀전부터 계속 자고 있었다고? 너 인간 맞냐?"
"인간이 아니라 서큐버스죠~ 서큐버스는 한달 내내 잠만 잘 수도 있어요. 사실 우리 몽마들이 남자 다음으로 좋아하는게 잠이에요."
"그 그래?"
뭐랄까 참 대단한 종족이다. 한달내내 잠을 자는게 가능한가? 자신은 스무시간만 자도 머리가 아파 더 잘수가 없는데.. 거기다 저 섹시 다이너마이트 바디라던지, 남자를 홀리는 몽롱한 눈매라던지..
[이런 갑자기 꼴리는군]
그렇지 않아도 시녀 리카를 안으려다 실패한 직후라 열이 덜 식었는데 리노의 알몸을 보고 있자니 참기가 힘들어 진다. 대체 서큐버스는 왜 잘때 알몸으로 자는거지?
"그.. 해도 괜찮냐?"
"풋 새삼스럽게 뭘 그러세요. 전 주인님의 종이잖아요. 하고 싶을때 마음껏 하셔도 좋아요."
"오오.."
여자란 이렇게 순종하는 맛이 있어야지, 루스네나 세이키처럼 자꾸 앙탈을 부리면 피곤해 지는 것이다. 아르셀라는 순식간에 자신의 옷을 집어 던지고 짐승처럼 리노를 덥쳐갔다.
"꺅~ 난폭하게 하면 싫어요~ 저 어디 안 도망가니까 느긋히 해도 괜찮아요."
"헉헉 리노~"
아르셀라는 리노의 풍만한 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며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리노는 능숙하게 혀를 감싸며 아르셀라의 움직임을 받아들인다.
"쩝~ 하읍.. 후아아. 주인님 키스가 많이 늘었는걸요?"
서로의 입이 긴 타액의 호선을 그리며 떨어진 후 리노는 생긋 웃으며 아르셀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선생님이 제자를 대하는 듯한 모습이다.
"흐흐 위에 입 스킬도 많이 늘었지만 아래는 이미 너를 능가한지 오래다."
"호호. 정말이세요? 그럼 어디 한번 보여주세요~"
아르셀라는 이미 홍수처럼 젖어있는 리노의 숲에 자신의 거북이 머리를 거칠게 가져갔다. 정확히 말하면 그 밑에..
"에엣 거 거기는?"
아르셀라의 겨냥이 평소와 다르다는걸 깨달은 리노가 당황하여 살짝 몸을 틀었지만 아르셀라는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주인님. 거기는 엉덩이 구멍.."
"안돼?"
리노는 약간 얼굴을 붉히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안될것도 없죠. 하지만 전 그쪽은 저.. 처ㅇ.."
"뭐라고?"
"으읏.. 뒤는 처 처음이라구요. 아우. 서큐버스 주제에 정말 쪽팔리게.."
솔직히 충격이었다. 섹스의 화신과도 같던 리노가 아날이 처음이라니.. 역시 이쪽으로 하는건 정상적이지 않은 걸까?
[그러고보니 세이키한테도 엉덩이에 넣으려다 뺨맞은 적도 있지.]
아르셀라가 이상한 곳에 넣으려고 하자 극도로 두려움에 빠진 세이키는 얼떨결에 그만 주인님의 뺨을 때리고 만 것이다. 물론 그 후로 때린 자신이 더 슬피 우는 통에 화도 못내고 대충 달래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날 이후 세이키의 엉덩이를 공략하는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음.. 그럼 그만 둘까?"
"아뇨. 지금이라도 이쪽에 경험을 만들어 둬야죠. 사양말고 넣어 주세요."
리노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허락의 의사를 표했다. 본인이 좋다는데 아르셀라로선 더 사양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 넣는다~"
"!!"
아르셀라의 거근이 리노의 국화를 단숨에 뚫고 들어가자 리노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역시 서큐버스라도 처음의 엉덩이는 힘든 것일까?
"아앙~ 너무 좋아."
"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노는 쾌락에 젖은 신음소리를내며 크게 몸을 틀었다.
"괜찮은거야?"
"그럼요~ 이렇게 좋은곳에 그동안 왜 안했을까~ 후아앙 주인님~ 빨리 움직여 주세요. 엉덩이로 가게 해주세요!"
"으 응"
아르셀라는 그녀의 요청대로 슬금슬금 허리를 움직여 리노의 좁은 국화를 공략해 갔다. 한번 왕복할때마다 리노가 높은 교성을 내뱉는다.
"하앗 응 엉덩이~ 하앗"
"허억 허억 허억"
엉덩이의 조임은 확실히 질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계속 하다보면 버릇이 될 정도다.
"주인님~ 좋아요? 제 엉덩이 좋나요?"
"큭 좋군. 서큐버스는 역시 아날도 극상이야!"
아르셀라는 리노의 풍만한 엉덩이를 팡팡 치며 격렬하게 허리를 놀렸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색다른 쾌감에 곧 아르셀라의 물건이 비명을 지르며 한계를 고해왔다.
"좋아 싸겠어!!"
"네~ 그 하얗고 뜨거운걸 제 안에 마음껏 싸주세요~~"
"으윽"
꿀럭꿀럭꿀럭
아르셀라는 몸을 경직시키며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폭팔시켰다.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아르셀라의 정액이 서큐버스의 안에 그대로 흘러들어간다.
"하아 하아"
"아앙~ 정말 좋았어요."
아르셀라와 리노는 서로 연결된 채 잠시 숨을 골랐다. 정말 최고다. 이곳으로 하는것도 앞에 구멍으로 하는것 못지않게 훌륭한 것이다. 아르셀라는 계속 이쪽으로 하고 싶었다.
"한번 더해도 되지?"
아르셀라는 어느새 힘을 되찾은 자신의 물건을 슬그머니 움직이며 리노의 의사를 물었다.
"네.. 그런데 이번엔 앞으로 하시면 안되요?"
"아 아니.. 것보다 뒤로 계속 하는게 어때?"
"에에? 왜요? 앞으로 하는게 더 좋지 않나요?"
"..."
"..."
둘 사이에 이상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르셀라는 계속 뒤로 하고 싶어하고 리노는 이제 앞에도 아르셀라의 물건 맛을 보고 싶어 한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후우.. 주인님. 뭐 숨기는 것 있으시죠? 솔직히 털어놓으세요."
"아 그게.."
역시 리노는 감이 좋다. 아르셀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걱정을 그녀에게 털어놨다. 사실 아르셀라에게 성 문제에 대해 상담할 사람이라면 리노밖에는 없었다.
"앞으로 하면 그.. 임신문제가 있어서. 너도 알잖아. 아기가 생기면 여러 모로 복잡하고, 또 나는 아직 아빠가 되고 싶지.."
"풋 주인님.. 큭큭 아하핳핫~~"
갑자기 리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셀라는 영문을 모르고 그녀가 배를 잡고 침대에서 뒹구는 꼴을 보고만 있었다.
"하하 주인님. 서큐버스한테 무슨 임신이에요? 제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보이나요? 아하핳 참 별걸 다 걱정하시네요."
"그.. 앞으로 해도 임신 안되냐?"
리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큐버스는 일반적인 성 관계로 번식이 이루어 지지 않아요. 걱정마시고 실컷 안에다 싸세요. 참.. 명색이 하렘왕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소심해서야~"
[으윽]
소심하다는 소리를 듣자 아르셀라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사실 그도 이런 질문을 하는 자신이 무척 구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곡을 찔리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질문은 남아있다. 부끄러운걸 무릅쓰고 이참에 확실히 물어 놔야 한다.
"저, 그럼 세이키한테도 안에 싸도 되나?"
"네? 세이키양요? 흐음 글세요.. 세이키는 좀 어려서 임신이 안될 것 같기도 한데, 혹시 그 애 생리 하나요?"
"..."
자신없는듯한 리노의 말에 아르셀라는 조금 불안했다. 사실 리노는 세이키를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세이키는 겉보기에는 어려 보여도 17살이니 충분히 한 여자의 몫은 하는 것이다.
"그럼, 루 루스네는?"
"루스네 공주야 말로 이제 한창 물이 올라가는 절정기의 암컷이죠. 아우 그 색기어린 몸매는 서큐버스인 저도 부러울 정도라니까요~"
"아니 그런건 둘째치고 임신이 되냐고."
"하하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건강한데 임신이 안될리가 없죠. 어쩌면 벌써, 후훗 회임을 하셨을수도~"
[커헉]
리노의 말은 아르셀라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벌써 임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이 이런.."
"하하 너무 그렇게 떨지 마세요. 자칭 하렘왕께서 자식이 생기는걸 두려워 하다뇨. 이건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또래 여자친구랑 불장난 한다가 무심코 실수 한 후 임신을 걱정하는것과 같이 보여요~"
"...."
"주인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당신은 왕이잖아요. 아이가 생긴다 하더라도 주인님은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잖아요. 그러니까 두려워 할 필요 없어요. 뭐가 문제에요?"
[자랑스러운 아버지?]
그녀의 말은 아르셀라에게 무언가 결심을 하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왕 아버지가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라도 되어야 한다. 자랑스러운 아버지.. 진정한 왕.
"그래. 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어!!"
"엣?"
"고맙다 리노. 네 덕에 결심이 섰다."
"아 고 고맙다뇨. 주인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ㅃ.. 앗 어디가세요?"
아르셀라는 리노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않고 급히 옷을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남겨진 리노는 그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에휴 주인님도 참 뭐가 그리 바쁜지.. 잠이나 자자."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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