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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티타노마키아 - 1부(51)

- 51 -




미나는 절망에게 모든 힘을 빼앗겨 버린듯 힘없이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있었지만 세상과 떨어진 암흑만이 가득 차 있는 감옥같은 곳에서 갇혀있는 것같은 기분이었다. 미나가 그토록 싫어하는 어둠.. 특히나 폐쇄적인 어두움이 또다시 미나를 먹어치우기위해 달려들고 있는듯한 느낌에 미나는 마음속으로 정찬을 부르고 있었다.



지애와 놀이동산에 갔을때 귀신의 집에서 정찬은 지희의 어깨를 감싸주며 그 어둠속에서 지희를 지켜주려했었고 지희 역시 눈을 꼭 감은채 그곳에서 벗어날때까지 그런 정찬에게 모든걸 의지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비록 정찬이 능력자도 아니고 숲속의 잠자는 공주님을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도 아니었지만 정찬이라면 이 어두운 곳에서 자신을 꺼내줄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정찬을 부르고 떠올려도 지희의 머리속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지희의 머리속에서 나타나는 정찬의 모습은 순결을 잃은 지희를 떠나가듯 지희에게서 멀어져가는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그리고 정찬이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느낌에.. 그리고 그런 정찬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미안함에 목놓아 부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지희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오작동을 일으킨 동영상 플레이어가 같은 화면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듯이 지희의 머리속에서 정찬이 계속해서 멀어지는 모습만을 보고 있던 지희의 안타까움은 점점 더 커져만갔다. 그렇게 안타까움이 커져가는 것에 지희의 몸이 반응하듯 안타까움이 커져갈수록 지독한 몸살감기에라도 걸린것처럼 현기증과 같이 지희의 몸에서는 열기가 퍼져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열기는 계속해서 지희의 몸속에 쌓여가듯 더해져가고 있었고 그런 열기가 지희에게 안타까움이 더욱 더 커져가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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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신이 좀 들어? 』



부드러운 목소리... 언제나 지희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여주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목소리에 너무도 그리운 목소리에 지희가 눈을 떴다. 하얀 색으로 넓게 펼쳐져있는 구교사의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 불빛이 살짝 눈을 뜬 미나의 눈으로 내리쬐자 미나는 아직 자신이 구교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이었나?"



너무도 그리워하던 목소리에 눈을 떴지만 정신을 잃기전처럼 자신이 아직 구교사에 있다는 것을 깨닫자 조금 전 들었던 그 목소리가 꿈인것만같이 느껴져 미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켜보려했지만 독감이라도 걸린듯 꿈에서의 그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는듯한 느낌에 몸을 일으킬수가 없었다.



『애인 꿈이라도 꾸고 있었나보지? 』



또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미나가 소리가나는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순결을 빼앗아버린 남자가 여전히 가면을 쓰고있는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정신을 잃기전과 다를바없는 남자의 모습이었지만 아까처럼 변형된 기계음같은 것이 아닌 실제 가면을 쓰고있는 남자 자신의 목소리인듯한 목소리가 가면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 너무도 미안하면서도 너무도 보고싶은 정찬의 목소리였다고 생각했지만 꿈속에서 보이던 정찬의 모습에 미나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남자의 목소리가 정찬과 비슷한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이따위 남자와 정찬이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만큼 이런 남자따위를 정찬이와 비교하고 싶지 않았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큰 법이라고 했던가?

그리워하고 기대했던 정찬의 목소리가 아니란 실망감에 미나가 다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처음을 애인이 아닌 사람에게 빼앗겨서 슬퍼? 』

 

 

『 ..... 』




가면을 쓴 남자가 또다시 뒷모습만을 보이고 멀어져가는 정찬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하체를 찢어버릴듯이 밀고들어오던 그때의 고통과 멀어져가는 정찬의 뒷모습이 떠오르자 미나의 눈꼬리에 물방울이 맺혀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 놈도 똑같은 놈이야.. 그저 히로인이라 불리는 유명하고 강한 여자를 자기밑에 깔고 싶어하는 놈들중에 하나일 뿐이야 』



이 남자.. 자신을 강간한 것으로도 모자라 정찬을 모욕하고 있다는 사실에 미나의 몸이 잠시 꿈틀거리며 주먹이 움켜쥐어졌다. 감히 이따위 남자가 정찬이를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저 자신의 열등감을 풀기위해 여자를 깔아뭉개려는 생각밖에 없는 남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가면속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말 한마디할때마다 미나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하던 정찬은 주먹을 움켜쥐고 몸을 떨고 있는 미나의 모습에 미나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미나라는 이 여자가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에 미소짓고 있었다.

 


『크크크 그 남자를 믿어? 세상에 사람들이 말하는 진정한 사랑이라는건 없어.. 사랑이라는건 말이야 이성에게 다가가기위한 도구일 뿐이야 』

 

『 .... 』

 

『수컷이 짝짓기를 하기위해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듯이 인간도 섹스를 하기위해 여자에게 사랑을 물어다 주는것 뿐이야.. 그 놈도 미나라는 모든 수컷들이 탐낼만한 희귀하고 가치있는 암컷을 얻기위해 사랑이란 달콤함으로 다가간것 뿐이라고 크크크크 』

 

『아냐!!!!! 』


미나가 꼭 쥐고있던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자신을 모욕하는거라면 모르겠지만 정찬을.. 안그래도 가뜩이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정찬에게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남자를 더이상 참지못하고 미나가 외쳤다.




『호오.. 대단한 믿음인걸?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거지? 』

 

 

『저... 그... 아이는 내가 미나라는걸 몰라.. 그런 사람이 아냐..!! 』




미나는 흥분한 상태로 자기도 모르게 정찬이라는 이야기를 할뻔 한것을 겨우 막아내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정찬은 자신의 미끼를 물어버린 미나를 보며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미나를 취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분명히 미나는 신이 자신에게 준 선물임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김유식과 같이 파워형의 능력이 주어졌다면 미나와 싸워서 절대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그걸 알고있는듯이 신은 정찬에게 이런 능력을 주었고 끝을 알수 없을것 같이 너무도 강해보이던 미나라는 여자는 마치 자신에게 사로잡히기위한 신의 안배와도 같이 정신적으로 너무 순수하고 순진한 여자였다.



『그래? 그렇다면 네가 미나라는 사실을 그 친구가 알아도 상관없겠군? 』

 

 

『 .... 』


미나는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말려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에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찬이 자신이 미나라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 역시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정찬이 능력자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은 정찬의 책장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관심이 많은것과 실제로 능력자를 대하는 것..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었다.




『크크크 과연 그 남자가 너로인해 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널 사랑할 수 있을까? 』

 

 

『그건... 』




미나는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미나는 정찬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에 그런것이 사랑이라고 미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찬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정찬에 대해서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경희와 지애의 일등으로 정신적으로 피로했던 탓에 그리고 그런 피로를 풀어주는 정찬이었기에 그런것은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면 정찬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에게 달려와줄까? 자신때문에 위험해 처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도 정찬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스스로 떠오르고있는 질문에 미나는 스스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한 눈에 반해 정찬에게 빠져버린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백마 탄 왕자님처럼 자신을 구해준것도 아니고 오랜 세월 같이 지내와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져버린 연인들과 같은 경우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정찬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신이 정찬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싶은 생각이 들어왔다.



『크크크 어이가 없군 그래.. 그런 대답도 할 자신이 없으면서 그 남자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거야? 』

 

 

『아..아냐.. 분명 따뜻하고 편안한..... 』

 

『크하하하하핫!! 』


 


미친듯이 큰 소리로 웃어대는 가면을 쓴 남자의 웃음소리에 미나의 작은 목소리가 파묻혀 들어갔다. 지금껏 바닥에 누은채로 남자가 있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미나가 갑작스럽게 웃어대는 남자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너 역시 나와 별반 다를바 없는 그런 인간일 뿐이었군 그래 크크크 』

 

 

『뭐? 』

 

『따뜻하고 편안하다고? 』




가면을 쓴 남자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지금까지 고민을 상담해주는 카운셀러처럼 부드럽게 말하던 남자의 말투가 차가워졌다.



『그렇다면 결국 넌 그런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얻고 싶어서 그 남자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안그래? 』

 

 

『아..아냐.... 나..난 정말 사랑한다고... 』

 

『그건 니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고... 사랑이라고? 웃기지마 』

 

『여자들은 다 그렇게 말하지.. 잘생긴 남자를 보고 그 남자와 사귀면서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결국은 그 남자가 잘생겼기때문이잖아? 그런 잘생긴 남자가 자기 남자친구라는 우월감에 젖어들고 싶은것 뿐이야.. 』

 

『하지만 그 잘생긴 남자가 경제적인 능력이 전무하다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결혼은 그 남자랑 하지 않지.. 왜냐하면 결혼 이후에 필요한 것은 잘생긴 남자가 자기 남편이라는 우월감이 아니라 돈이 많거나 그런 능력이 좋은 남자가 자기 남편이라는 우월감이나 생활에서의 편안함이 더 필요하다는걸 알기때문에 말이야.. 』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아... 가난하고 어렵지만 소박하게 사랑을... 』

 

『그건 능력이 안되니까 그런것 뿐이야.. 어떤 여자든 잘생기고 돈 많으면서 자기한테 잘해주는 남자를 원해 안그래? 다만 그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남자를 찿지 못할 뿐인거야.. 뻔한거아냐? 』

 

『잘생기고 돈 많은 능력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많아.. 하지만 그런 남자는 흔하지 않지.. 그런 남자를 가지려면 그런 여자들 사이에서 경쟁해야하고 그럴려면 자신도 외모나 돈같은 조건이 좋아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지? 결국 그런 경쟁에서 패배한 여자들이 눈을 낮추고 패배하면 또 낮추고 그렇게 찿은 남자와 결혼하는것 뿐이야.. 』

 

『그렇게 밀리고 밀려 외모도 능력도 없는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난 패배하고 패배해서 결국 이모양 이꼴로 사는 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살기는 싫겠지? 하지만 현실은 결국 이모양이니 자신의 마인드를 바꾸는수밖에는 방법이 없지.. 』

 

『난 진정한 사랑을 찿은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위안을 삼으며 살아가는것 뿐이야 그렇게 오랜시간 생각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게 사랑이다라고 생각하지.. 』

 

『지금 니가 그런 편안한 느낌을 가지고 싶어 그 남자를 이용하면서도 이건 사랑이라고 말하는것 처럼!!!! 』

 

『아..아냐.... 』




미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정찬에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정찬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유.. 그 이유를 지금 남자가 말하고 있었다. 미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은 그런게 아니라고 세상에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미나는 지금 자신이 하고있는 사랑이라는 것에대해서도 자신이 없었기에 남자를 강하게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애써 남자의 말을 부정하고는 있었지만 미나의 눈은 남자의 말을 부정할 수없다는 듯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그 사람도 네가 능력자라는 걸 알았다면 널 두려워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할테니까... 그동안 많이 외로웠지? 』



어느새 남자는 미나에게 다가와 미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외로움이 있다. 첫번째는 아무도 없는 외딴 무인도에 홀로 갖혀지내는 사람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를 그리워하듯이 느끼는 외로움이고 그 두번째가 대중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다. 시골에서 순박하게 사는 청년을 대도시 한복판에 세워놓았을때 그 청년은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보게 될테지만 그 청년에게 그들은 TV나 영화관 스크린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를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지희의 모습일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그녀의 모습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지희라는 사람을 알고싶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지희에게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기에 지애를 만나기 이전에 지희는 딱히 친한 친구라고 부를만한 친구가 없었다.



미나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지희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그 외로움은 더 커져만갔다. 누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미나라는 비밀이 생긴데다 미나로서 고민과 생각 그리고 힘에대한 무게에 짓눌려도 누구에게 그것을 속시원히 털어놓을수도 없었기에 언제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이후 미나는 지애를 경희를 그리고 정찬을 만났다.



『나.. 난.. 』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남들과 다르다는게 어떤건지.. 그리고 외롭다는게 어떤건지 나 역시 이미 뼈저리게 느껴봤으니까... 』

 

『하지만 넌 이제부터 외로워하지 않아도 돼.. 너와 똑같이 능력을 가진 내가 니 옆에 있어줄테니까.. 너의 동료가 되어줄테니까.. 』


『동료... 』




어쩌면 미나로서 가장 바랬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 남자가 지금 미나가 바램을 들어주겠다며 미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특이한 남자..."



미나의 머리속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발톱의 끼인 때보다도 더 하찮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을 볼 때는 두렵다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지금 이 남자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부드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미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고 미나는 그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나에 대해 모든걸 알고있는듯이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것만같은 편안함이 이 남자에게서 전해져오고 있었다. 항상 지희를 편하게해준 정찬이처럼....



『하아앗.. 』



미나의 입을통해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나왔다. 남자의 손이 미나의 얼굴에서 목선을 따라 가슴까지 쓸어내리듯 내려왔다. 살짝 손만 닿아도 터져버릴듯 열기로 가득하던 미나의 몸에 남자의 손이 닿자 달아오르듯 차오르던 열기가 야릇한 흥분감으로 뒤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이 느낌..."

 


미나는 지금과 비슷한 흥분감을 느껴본 기억이 있었다. 김유식과 처음 싸우던 날 김유식의 정액과 같은 것을 먹고 급격하게 몸이 달아오른 경험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로는 정찬과 한 이불속에서 누워있을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느낌 첫번째와도 두번째와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첫번째로 김유식의 그 뱀과같은 것에 중독되듯 당했을때는 온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것만같은 열기와 함께 당장 제어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 격렬한 흥분감이었다면 한 이불속에서 정찬의 손길에서 느껴져오던 부드럽고 기분이 좋은 녹아들어갈것만 같은 그런 흥분감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나에게 느껴지고 있는 흥분감은 첫번째라고 말하기도 두번째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두가지 형태가 섞여버린듯한 느낌이었다. 팔닥팔닥거리며 뛰어나갈듯이 격렬하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느낀 흥분감처럼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남자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두번째 정찬에게서 느낀것처럼 부드럽고 녹아들어갈것만 같은 흥분감이 느껴져오고 있었다. 목을타고 내려온 손이 미나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며 덮어갔다.



『부드럽고.. 편안한... 네가 바라는 그런 기분이 들지않아? 』



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말에 대답할뻔 했다.

"네"라는 대답이 목을지나 밖으로 나가려는걸 미나는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거부할 필요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되는거야.. 그럼 너도 네가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모두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어.. 』




남자의 얼굴이 미나의 얼굴에 가까워오고 있었지만 미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마법이라도 걸린것처럼 미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이 부드러움 정찬과 함께 있을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에 자꾸만 가면을 쓴 남자와 정찬의 모습이 겹쳐가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있던 가면이 조금 들어올려지는듯하는 순간 미나의 입술위로 남자의 입이 부딪쳐갔다. 하지만 미나는 남자를 거부할 수도 밀어낼 수도 없었다.



"정찬아..."

 


미나는 마음속으로 정찬을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찬의 모습은 계속해서 가면을 쓴 남자의 모습에의해 가려지고 그렇게 가려져버린 정찬의 모습은 지워져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 들고있는 미나였지만 미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자신의 연인을 보고있는듯한 눈으로 미나는 슬프게 조금씩 지워져가는 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혀가 미나의 입속으로 파고들어오고 있었다. 비록 미나가 혀를 움직여 남자의 혀를 맞아주지는 않고 있었지만 미나는 남자의 혀를 밀어내지도 깨물지도 못한채 그렇게 입안을 남자에게 넘겨주고 있었고 남자의 혀가 빠져나갈때는 오히려 허전함과 아쉬움까지도 느껴져오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의해 미나의 검은색 상의가 벗겨져나가고 상반신이 드러났다. 투명하게 느껴질만큼 새하얗게 펼쳐진 피부위에 두개의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었고 그 정상에는 쉽게 정복을 허락하지 않은듯한 붉은빛에 가까운 유륜과 유두가 돋아나 있었다. 그 새하얀 벌판위로 이끌려간 남자의 손이 수줍게 모험가를 기다리는 봉우리의 첨단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미나는 몸이 녹아들어가버릴것만 같은 황홀함에 거부하지못하고 젖어들어가면서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정찬의 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워져버리면 다시는 못볼것만같은 기분에 미나는 정찬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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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은 미나의 반응을 보고 거의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아직 완벽하게 모든 것을 정찬에게 내맡기고 있지는 않았지만 분명 미나의 몸은 정찬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정찬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미나의 연인이라는 남자의 생각때문에 정찬에게 모든걸 내맡기지 못하고 미약하게나마 저항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정찬은 생각했다. 정찬은 미나가 놓칠듯 말듯 간신히 잡고 있는 저항의 끈을 확실하게 끊어버린다면 미나의 머리속에서 그 연인은 사라져버릴거라 생각했다. 이미 이정도까지 미나의 몸이 반응하고있는 이상 그렇게 미나의 마음속에서 그 연인이라는 남자를 지워버리면 그 다음은 물이 흐르듯 쉽고 자연스럽게 미나를 요리할 수 있을거라고 정찬은 확신했다. 정찬은 아직까지 놓지못하는 미나와 미나의 연인과의 끊을 끊기위해 미나의 다리사이로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부드러움속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흥분감과 쾌감.. 그것이면 충분히 그 끊을 놓치리라 정찬은 확신하고 있었다.



미나의 복부를 지나 허벅지와 음모가 나있는 둔덕을 부드럽게 쓸어가던 정찬의 손이 이미 팬티가 벗겨져 세로로 갈라져있는 균열위쪽의 음핵이 있는 부분으로 다가가 두개의 손가락으로 음핵주위를 포위하듯 하며 미나의 살을 잡아당기자 음핵을 덮고있던 얇은 표피가 벗겨지며 작은 음핵이 드러났다. 정찬의 손길에 간간히 낮은 신음소리를 흘려내고 있는 미나를 보며 정찬은 미소지었다. 여자의 몸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흥분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 그곳이 강한 자극을 기다리며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찬의 손이 그곳에 닿는 순간 강렬한 쾌감과 함께 미나는 미약하게나마 잡고있던 연인의 끈을 놓쳐버리고 말것이었다. 정찬의 다른 손이 모든 준비를 마친 미나의 가장 은밀한 부위로 다가갔다.



『흐아아악!!!! 』



미나의 입에서 다급히 새어나오는 비명과도 같은 신음소리를 들으며 정찬은 생각했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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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미나의 온 몸을 녹여내고있던 느낌을 뚫고 강렬한 자극이 순식간에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치는 번개와도 같이 다리사이에서부터 미나의 뇌속으로 파고들어오면서 미나는 애써 잡고있던 정찬의 모습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 안돼.. "

 


금방이라도 탄성에 젖은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미나의 입밖으로 새어나올것만 같은 느낌도 잠시 어느새 미나의 입에서는 강렬한 흥분감에 비명과도 가까운 비명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미나는 다리를 꼬을듯이 힘주어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남자가 주는 자극을 막으려는 행동이 아닌 참기 어려운 강렬한 자극에 대해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는걸 미나도 알고 있었다. 한줄기의 눈물과 함께 미나의 머리속에서 가면을 쓴 남자에게 가려지며 지워져가고 있는 정찬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가지..마..."



그렇게 미나를 떠나듯 사라져버리는 정찬을 향해 가지말라고 말을 하고 있는 미나였지만 가지말라고 말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때문에 큰소리로 부르지도 못하고 있었다. 정찬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오고 있었고 미나의 머리속에는 이제 가면을 쓴 남자만이 남아있었다.



그나마 정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마저도 흥분감과 쾌락의 물결에 모두 휩쓸려가려할때 미나의 머리속에 잠시 화면조정을 하는 TV처럼 흐릿하고 "치지직"거리는 느낌과 함께 가면을 쓴 남자가 사라져버리고 한 사람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렇게 미나의 머리속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는 동안에도 미나의 몸에서는 잔잔하고 부드럽게 감싸고 돌고있던 흥분감들이 조금전의 번개와도 같은 강렬한 자극에 동요하듯 조금씩 펄덕이며 날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점차 고조되어만가는 흥분감속에서 흐릿하게 나타난 사람의 모습은 뚜렷해져갔다.




"저..정찬아...!!"



흐릿하게 나타나 점점 뚜렷한 모습을 갖추어가는 인영.. 정찬이었다. 그렇게 미나를 떠나가버린듯한 정찬이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지워버리듯 그렇게 미나에게 나타났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몸에서 느껴지는 흥분감이 커갈수록 그에 비례해 사라지고 지워지던 정찬이었는데 지금 미나의 눈앞에 나타난 정찬은 쾌감과 흥분감이 커갈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나타난 정찬이 미나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있었다.



"고마워... "



미나는 정찬이 내민 손을 잡았다. 자신을 떠나버릴것만 같은 정찬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미나를 붙잡아주려는듯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 정찬의 모습에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흘려보내고 있던 눈물이 고마움의 눈물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미나의 얼굴은 울먹이는듯 작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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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있던 정찬의 손이 조금 밑으로 내려와 미나의 질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갔다. 정찬의 손을 보호하기라도 하려는듯이 미나의 질은 정찬의 손가락을 감싸며 조여주고 있었고 그속에서 정찬은 따뜻함과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찬은 고개를 들어 미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살짝 기분이 좋은듯한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찬은 미나가 드디어 강렬한 쾌감의 자극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했다. 정찬은 미나의 얼굴에 나타난 미소를 더 보고싶은듯이 미나의 질속으로 밀어넣은 손을 움직이며 왕복운동을 하며 미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러질지언정 쉽게 꺾이거나 휘어지지 않을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미나는 결국 자신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정찬에게 주어진 5일이라는 시간동안 미나를 굴복시키지 못하면 죽여야한다고 생각했던 정찬이었지만 막상 미나를 보자 죽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라는 이 여자... 왜 그런지 보고있으면 자꾸 지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지희가 정찬의 품에서 정찬의 작은 손길에도 몸을 떨며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정찬에게 파고들어오듯이 미나라는 여자도 이 건물을 통채로 날려버릴듯한 강렬한 기세를 내뿜으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린 아이처럼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정찬에게 그런 미나의 모습이 자꾸만 지희의 모습과 겹쳐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생각때문인지 미나가 되도록 쉽게 자신에게 굴복해 자신이 미나에게 그녀를 망가트릴만큼 모질게 대해야하거나 죽여야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찬은 문득문득 미나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오고는 있었고 그럴수록 지희에게 미안함이 커져가고 있었지만 어쩔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미나가 순수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해도 이 세상에서 정찬에게 유일한 여자는 지희하나뿐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죽여야되는 상황까지 가지 않고 쉽게 일을 끝낼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승리에대한 만족감에 정찬이 미나의 얼굴에 다가가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후후훗.. 편하게 이 기분을 즐겨... 네가 눈을 뜰 때면 너는... 』

 

 

『이겼다고 생각하나보지? 』

 

『 ...................!!!!! 』

 

『하으윽.. 네뜻대로 되진 않을거야....!! 』

 

『너...??!!! 』




정찬은 미나의 말에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 여자.. 조금 전까지만해도 자신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듯이 하고 흥분감에 반응하고 있던 이 여자가 갑자기 그것을 거부하며 태도가 뒤바뀌어 있었다. 자신에게 처녀를 잃을때부터 무너져내리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는데 그리고 거의 다 넘어온것이 확실했는데 왜그런지 지금 갑자기 처녀를 잃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렸다.



잠시 당황하고있던 정찬이 가면속에서 얼굴을 굳히며 미나의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이 여자 그냥 마음을 바꾼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미나에게 했던 말...  이겼다고 생각하느냐고 미나에게 자신이 했던말을 그대로 자신에게 반사해내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애써 저항하고 버티는 것이 아닌 심적인 안정까지 되찿았다는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어가 투망에 걸린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물을 끌어올렸는데 어딘가 나있는 그물의 구멍으로 물고기가 도망쳐버린듯한 느낌에 정찬은 맥이 풀림과 동시에 화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널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



미나가 정신을 잃고있는 사이에 이미 김유식은 미나의 입안과 질내로 많은 양의 정액을 흘려넣어놓았었다. 되도록 망가트리는 일없이 자신만을 생각하도록 자신에게 종속시키고 싶은 마음에 정찬은 육체적으로 부드러운 쾌감과 함께 애리가 결국에는 주희에게 이끌린것처럼 자신에게 이끌리도록 하고 싶었는데 거의 마지막 순간에 미나는 정찬을 거부해버리면서 정찬의 생각은 무산되어 버렸다. 이렇게되면 별수없이 미나를 철저하게 망가트려놓던지 그래도 안되면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비록 주먹이 오가는 싸움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정찬과 지희가 가면을 쓴 남자와 미나의 모습으로서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면을 쓴 남자로서 정찬은 미나의 마음속에 있는 정찬을 지워내면서 미나를 굴복시키려하고 있었고 지희는 정찬을 생각하며 가면을 쓴 남자에게서 무너져내려버릴듯한 미나가 쓰러지거나 굴복하지 않도록 중심을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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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어디를 좀 다녀와야할듯 합니다..

 

그런 이유로.. 아마 월요일까지는 떡이 되어있을듯한 불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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