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ental Matrix - 序 -
the Oriental Matrix
序章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스승을 모시고 다회(茶會)를 나온 제자는
익숙한 솜씨로
한 잔,
두 잔,
차를 담가내다,
코 끝을 간지럽히던 꽃내음에 취하고
소매 사이로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바람결에 취해서
계곡 옆 정자의 기둥에 기댄 채 잠들고 말았다.
익숙한 솜씨로
한 잔,
두 잔,
차를 담가내다,
코 끝을 간지럽히던 꽃내음에 취하고
소매 사이로 가슴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바람결에 취해서
계곡 옆 정자의 기둥에 기댄 채 잠들고 말았다.
정자 아래 계곡을 노니는 꽃잎을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던 스승은
제자가 내미는 찻잔을
한 잔,
두 잔,
조금씩 넘겨내다,
어느새 곤히 잠든 제자를 보며
아련한 회상에 젖어들었다.
제자가 내미는 찻잔을
한 잔,
두 잔,
조금씩 넘겨내다,
어느새 곤히 잠든 제자를 보며
아련한 회상에 젖어들었다.
어느 순간 제자가 잠에서 깨어
세상 그 누구보다 슬프게 울고 있자,
스승이 물었다.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가 답했다.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이 다시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제자가 다시 답했다.
"아닙니다."
스승이 또 다시 물었다.
"슬픈 꿈을 꾼 것이냐?"
제자가 또 다시 답했다.
"아닙니다. 실은 아주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이 따뜻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가 눈가를 소매로 훔치며 답하였다.
"그 꿈은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승은 말 없이 미소지를 뿐이었다.
나는 어릴 적 부터 밖의 세계와 어울리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그 증상이 자폐나 대인기피, 외톨이 등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어서, 그저 내가 "지각할 수 있는" 범위의 세계가 아닌 "모험 그 자체인" 세상을 남보다 덜 선호하였을 뿐이다. 보통의 아이들이 자극적인 놀이를 좋아했다면, 나는 최대한 결과물을 남길 수 있는 것들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만든다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을 한다거나, 무언가 큰 작업에 도전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의 목적이 성취감을 얻는 것이라거나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을 해내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믿을 수 없었던 것이 내 앞에 존재하고 그것이 내가 파괴하지 않는 이상 계속되는 것에 훨씬 큰 흥미를 얻었다.
쉽게 말하면, 나는 장난감을 사서 노는 아이들과 다르게, 혹은 "만드는" 형식의 장난감과 그것을 "만드는" 그리고 "완성한 직후의 성취감"에서 만족을 느끼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난 내가 원하는 맞춤, 내가 원하는 무엇에 관한 주관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뚜렸해서, 보통의 것에는 만족을 하지 못하고, 직접 내가 시도하는 수고를 거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혹시 내가 형제라도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정도가 덜했으리라. 나와 비슷한 위치에서 나의 것을 파괴하거나, 내 의지로 통제되는 공간이 적어도 내 집 안에서도 거의 없었다면 나의 이 증상은 훨씬 덜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쉽게 좌절되는 어떤 것 보다 더 확실하고 강렬한 만족을 누릴 수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형제가 없는 외동이었고, 나의 부모님은 적어도 내 공간에 있어서 만큼은 아주 관대하셔서 나는 자라는 내내 "나만의" 공간을 다른 또래들 보다 훨씬 많이 가질 수 있었다.
나의 괴상한 성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여기에 이상할 정도의 집착벽과 소유벽을 심어주어 나의 것을 철저하게 가리려는 습관을 만들고 말았다. 점점 친구들에게 나의 방을 공개하는 것이 싫어졌고, 친구들을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적응해야할 것들"로 받아들여지게 까지 하였다. 물론, 그 범주를 넘어서는 몇몇이 있긴 하였지만 그건 아주 소수였을 뿐, 나의 영역은 마치 성역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하루하루 자라가던 어느 날, 나는 한가지 큰 사실을 깨닫고 만다. 나의 공간은 아무리 완벽하게 차단해도 나만의 공간일 수 없었고, 내가 욕망한 것들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만드는 것을 즐기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손재주에 천재가 부여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가끔은 외부 세계에서 나의 욕망과 아주 흡사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하였지만, 부모님에게 그 욕구를 표출하는 것 보다는 그 욕구를 안으로 갈무리하고, 영상매체나 간접경험으로 대리만족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바로 나의 사유, 나의 정신적 공간이었다.
정신적 공간에서의 나는 거의 모든 욕망을 모든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무언가가 가득찬 공간도 만들 수 있었고(이런 생각을 한 것 보면 나도 본능적인 외로움에 찌들어 있긴 하였나보다. 나도 사람이니까), 남이 생각한 2% 부족한 무언가가 아닌 완벽하게 내 취향에 맞는 무언가로 가득 채울 수도 있었다. 그 공간은 시간의 제악을 받지도 않으며, 공간의 제악도 받지 않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남들과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 공간에서의 나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 또한 내가 정신적으로 틈을 낼 수 있는 어떤 순간에라도, 물리적 제악 없이 욕망이 이는 순간 그 곳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욕망하고 얻기 위해 아무런 대가도 필요없다.
어느 순간 부터 이 매력적인 공간에 빠져들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사실은, 적어도 그 공간은 원초적이고, 이기적이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데다, 색정과 음탕함이 가득한. "철저히 타락한"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미우면, 그 공간에서 그 사람의 고통소리와 비명소리를 천천히 즐기면서 살을 만갈래로 저며내고(물론 내가 충분히 만족스럽도록 고통을 주기 전에 상대가 기절하거나 죽는 허무함이나, 보기 싫은 분비물, 배설물 같은 지저분함 따위는 없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그 즉시 나에게 맞춰 만들어지며, 내가 범하고 싶은 여인은 차 한잔 마실 시간이면 내 공간에서 처절하도록 음탕한 색녀가 되어 있었다.
내가 정신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과 비례해서 내 현실세계에서의 욕망은 점점 삭막해져 갔다. 내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나만의" 욕망 이외의 그 어떤 것도 나의 관심이 될 수 없었다. 꼭 갖고 싶었던 것도 내 사유속에서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지겨워지곤 했으니까.
문제는 내가 그렇게 변해갈 수록 나의 사유 속 공간의 변태성과 야만성은 더욱 극렬해져갔고, 이것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다거나, 실제 물리적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은 역으로 커져만 갔다. 그 좋은 예로 나는 아주 어린 시점에 자위를 시도하였다. 몽정이라는 것을 평생 해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몽정이 될 만한 나이 이전에 이미 내 스스로를 물리적으로 달래는 법을 알아버린 것이다.
내 스스로를 지각하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흘러가고, 내가 나를 지각할 수 있을 때 즈음에는 내가 나를 여유있게 지각할 틈이 주어지지 않았다. 나도 대학에 가야했고, 내 상상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위해서는 부모님을 만족시켜야 했고, 그러자면 성적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여야만 했으니까(성적에 관해서는 내 과시욕도 한몫 하였음은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나도 남들이 널리 알고있는 유명 대학이란 곳에 진학하였고, 남들이 모두 하는 것들에 관심을 어느정도는 보였다. 고등학교 때의 피폐해진 나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곳(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다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었으니까)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이미 괴수가 되어 나의 무의식을 점령해 버린 내 사유의 공간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거의 모든 시간에는 나는 이 세상이 아닌 그 공간에서 살았다.
살다보면, 가끔은 악마적인 기회가 내 눈 앞에 올 때가 있다. 아니, 가끔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그것은 이 세상을 갈갈히 찢는 것 이상의 고통을 동반하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자의든 타의든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무언가를 상으로 내 건다.
이 이야기는 내가 겪은 아주 기이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그 순간의 출발은, 어김없이 악마적인 제안에서 시작된다.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달콤함으로 포장한 제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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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약속대로라면 지난 주에 업로드 했었어야 하는데,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올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글을 써 나가기에 앞서 몇 가지 양해 말씀 올립니다.
1. 글은 순전히 제 취향입니다. 취향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으시는 성숙한 네이버3회원님들이시라 믿습니다.
만약 이 글에 서술된 내용을 가지고 폄하 혹은 폭언을 하시는 분은 저의 무관심을 용서하셔야 할 겁니다.
2. 인터넷이란 공간이 보안이네 뭐네 해도 내돌리자면 쉽게 내돌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글은 네이버3에 독점적으로 업로드됩니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커뮤니티에 이 글이 게시된다면ㅡ
그것은 절대로 제가 올리는 것이 아니므로 그 점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이야기의 큰 뼈대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최대한 많은 분들과 함께 상상을 공유하며 즐기고 싶습니다.
글을 읽으시다가 특별히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주저없이 말씀하세요.
그것이 이야기 내용에 관한 것이던, 등장했으면 하는 사건에 관한 것이던...
4. 이 글은 매 회 H씬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여주인공들이 갖추어 지면 충분히 시도해 보겠습니다만...
일단 어느 정도의 이야기 진행까지는 아쉽게도 H씬이 없습니다.
그리고 발닿는 곳마나 눈맞는 여자마다 건드리는 경우도 없습니다.
산길을 가면 왠지 음약에 취한 여자가 있을 것 같지만... 제 소설에선 없을 겁니다.
(물론 원하시면 엮어야 보겠지만 이야기의 큰 흐름에는 전혀 상관이 없겠죠)
아무쪼록 졸필이지만 곱게 보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털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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