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과 여형사 - part3(1)
주혁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는 은수였지만 누워있는 주혁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은수는 그렇게 일어나면서 주혁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줬다. 은수가 주혁의 입에 입맞춤을 해주는 동안 은수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방울이 주혁의 감긴눈을 적시고 주혁의 눈꼬리를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주혁이 그말을 듣기라도 한듯이 그래서 주혁이 울기라도 하는듯이 그렇게 눈물은 은수에게서 주혁에게로 전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혁도..은수도..그렇게 울고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
『그만하세요.. 』
혜정이었다. 은수의 집앞에서 지키고 있다가 은수가 나오는걸 보고 따라나온 혜정이 은수에게 현진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현진이 술에 취한날 혜정은 현진에게 아무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자신이 끼어들수도 끼어들어서도 안되는 문제라는건 알았지만 현진이를 저렇게 둘 수는 없었다. 현진이 망가지는건 둘째치고 저러다가 정말 죽어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수에게 이렇게 사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은수는 그런 혜정의 말을 끊었다.
은수의 말에 혜정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감돌았다. 은수를 이해한다. 자신같았어도 그럴것 같으니까.. 누군가 현진을 죽였다면 누구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죽이려 들었을 것이니까... 이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제대로 부탁도 하지 못하게 하는걸 직접 대하니 그 실망감이 더 해져만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뜻밖에 흘러나오는 은수의 말에 혜정은 놀랐다.
몸을 들썩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끌아안은 혜정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울먹이며 말을 했다.
사람이...아니 진심이 느껴진다는게.. 이런걸까..?
『혜정씨라고 했죠? 』
혜정은 흐르는 눈물에 대답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은수에게서 전해지는 진심이 그리고 현진에 대한 그리움이..그렇게 서있는 전혀 타인일 수도 있는 혜정에게 전염되듯 온 몸을 휘감고 도는 느낌에 혜정은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채 그자리에 서있어야만 했다.
.
.
.
.
.
.
.
.
.
.
.
오래전 주혁이 은수를 위하여 백성기의 집 담장을 넘는 그때처럼 오늘도 한 사람이 백성기의 집 담장을 넘어갔다.
은수는 백성기의 집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우선 가능하면 백상제약의 비밀문서들을 찿아야했다. 은수가 생각하는 "약"과 관련이 있으면 좋았고 아니면 유정회관련자료라도 찿아야했다.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있지만 주혁의 이번 사고와 관련된 무언가도 찿을 수 있으면 더 좋았고...
만약..일이 틀어지거나 잘못되면 백남근과 이 집에 있는 경호원들마저 죽일 각오를 하고 들어왔다. 되도록 죽이는 것보단 위협하거나 제압해서 묶어둔뒤 증거들을 찿아내면 더 좋겠지만.. 만약 생각대로 일이 안된다면..모두 죽일것까지 각오했다.
그리고..증거를 찿으면.. 찿지못했다 하더라도 담당검사에게 연락을 하고 검사가 도착하는 순간 자신이 가진 총으로 스스로를 쏘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어쩔수 없이 이곳은 현장이 될테고 그럼 수색이나 압수등의 절차를 진행하는데 하등의 문제도 없을테고... 백남근쪽에서도 거부할수 있는 이유는 없을테니까..
그리고 이것만이 지금 누워있는 주혁을 위해 유일하게..
은수는 2층부터 찿아보기로 했다. 1층은 아무래도 사람이 자고 있는 침실이 있을테니 사람이 없을것 같은 2층부터 뒤져보고 못찿으면 사람들 깰것을 각오하고 1층을 뒤져야할테니까..
그렇게 2층으로 향하던 은수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선배에게 지하에 무슨 실험실같은 것이 있는데 그 당시 수색은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았다. 그리고 수상한 생각이 들어 우선 지하에 그 실험실이란 곳부터 조사해보기로 마음먹고 방향을 돌렸다.
지하쪽으로 내려가자 작은 문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일반 가정집의 문처럼 목재나 이런 소재가 아닌 금속으로 된 문인걸로 보아 무언가 기밀같은 것이 숨겨져 있을 법도 해보였다. 은수는 살짝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문을 당겨보았다.
생각외로 문은 잠겨있지 않은듯했으나 무슨 은행의 금고처럼 상당히 두꺼웠고 폭파시킨다해도 부셔지지 않을것만 같은 튼튼하게 생긴 문이었다. 그리고 문뒤에는 어떤 공간이 아닌 길게 뻗은 복도가 연결이 되어있었다. 지하에 있는 개인실험실치고는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인듯 보였다.
복도의 양쪽에는 여러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는듯 각각 여러개의 문들의 손잡이가 달려있었고 그리고 각 방마다 커다란 유리창같은 것이 되어있는데 검은색으로 되어있어서 안을 직접 들여다보기는 어려웠다.
은수는 총을 빼들었다. 그리고 첫번째방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하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두번째방의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그것 역시 잠겨있었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려는 은수는 잠시 휘청거렸다. 또 그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은수는 고개를 휘저으며 다시 다음방으로 갔다. 하지만 한쪽벽에 있는 방의 문은 모두 잠겨있었고 맨 마지막방의 문에 다달아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을때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손잡이가 돌아갔다. 그리고 살며시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은수는 주머니를 뒤져 후레쉬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후레쉬의 파워버튼을 누르는 순간 방 전체가 밝아졌다. 후레쉬 전등파워를 눌렀는데 방 전체가 밝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은수가 눈부심에 눈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이 부셔서 확실히 보이진 않지만 이 방에는 특별히 실험기구라고 불릴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창고정도로 쓰이는 방인것 처럼 보였다.
『이거 오랜만이네.. 』
은수는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직 밝은 빛에 적응을 하지 못한 눈때문에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눈이 빛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을때 넓은 방 한쪽에 놓여있는 쇼파에 앉아있는 백성기를 보았다.
은수는 바로 백성기를 향해 총을 겨눴다.
『꼼짝마!! 움직이면 쏠꺼야...정말 쏠거야.. 』
그리고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들었다.
『무..무슨짓이야!!! 』
『오래만이라서...그때보다 더 맛이 좋아진거같은데? 』
백성기가 혀로 자신의 입술을 쓸어내며 말했다.
짜아악...
백성기의 볼이 붉으스레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백성기는 돌아갔던 머리를 돌려 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게 움직였는지 이번에는 약간의 현기증까지 느껴지는듯 싶었다.
은수는 그런 그를 보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원수를 알았다는건 무슨 의미이고 또 왜 여기서 그 얘기가 나와야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은수는 혹여나 백성기가 딴짓을 하지 못하게 백성기에게 신경을 집중하면서 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빠르게 뒤를 돌아보고 무엇이 있나 확인한후 다시 백성기에게 바로 고개를 돌려 백성기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은수는 백성기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놀란 눈으로 그저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은수가 돌아본 곳은 방안의 벽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방안의 벽에 붙어있는 창문이었다. 복도와 방사이에도 검은색의 창문이 있었지만 방과 방사이에도 검은색의 창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백성기가 리모콘 버튼을 누름으로서 그렇게 된것인듯 싶게 원래 검은색창이었던 창이 투명한 창으로 바뀌었고 그 창문 너머의 방에는 현진이 팬티한장을 제외한 옷이 모두 벗겨져 있는채로 묶인채 복도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은수가 알고있는 한 남자가 현진의 옆에 서서 현진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현진이 여기와있으며 이동훈은 또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다.
설마..언제나 그래왔듯이 백성기가 자신을 끌어들이기위해 현진을 납치해 온거란 생각이 들었다.
은수는 백성기를 돌아보았다. 백성기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우리 아버지와 아버지 동업자는 신경계 제품을 만들었어..처음에 만든 약은 나름 성공적이었지..그런데말야..첫번째 약을 만들다가 우연히 희안한걸 하나 발견을 했거든.....그게 뭐냐하면 말이야...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그런 화합물을 하나 우연히 발견할 수 있었거든.. 뭐 그당시야 그럴 가능성만 발견했던거였지만.. 』
『아버지와 동업자는 흥분했지.. 그리고 원래 계획했던 약은 거의 팽개쳐두다시피하고 그 일에만 매달렸어....그리고 그걸 가능성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드는데까지 성공했지...그런데.. 너무 그곳에 미쳐있다보니 회사가 개판이 되었더라고... 』
『덕분에 사채업자들에게 회사를 넘겨야할 판까지 상황이 악화되었고 신약으로 자금 확보를 좀 했어야하는데 워낙에..새로발견한것에 빠져있다보니 그러지도 못했고 당장 회사가 넘어갈판이니 처음만들었던 약도 홍보든 뭐든 해야 팔릴건데 홍보할 돈도 없고..그렇게 된거지...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아버지와 동업자는 새로운 연구의 지금까지 결과를 팔 생각을 했지.. 』
『그런데 이상훈이라는 아버지 동업자 그 작자말야 너무 정직했어.. 죽어도 정부에 그걸 넘겨야겠다고 하더군... 정부에 하이에나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야..크크 잘해야 정부에 그대로 헌납하는거고 재수없음 어느 대기업에서 개발한걸로 둔갑하겠지... 그래서 아버지와 트러블이 생겼고... 그 와중에 황태윤이란 작자가 돈을 받겠다고 아버지를 찿아왔더군.. 아버지는 몇가지 연구를 황태윤에게 보여주며 황태윤을 설득했어..결국 황태윤 그 작자는 아버지의 설득에 넘어갔고 사채빛을 미뤄주는 것은 둘째치고 자신도 투자를 하고 나서더구만..크크 재밌는 일이지... 』
『하지만 아버지 혼자 연구한것도 아니고 이상훈이란 그 동업자는 걸림돌이었어..결국 황태윤과 상의한 결과 이상훈은 저승행...이건 너도 알잖아? 조사했다면서? 』
『뭐?? 그걸 네가 어떻게...?? 』
『아..아직 모르나? 크크 뭐 그럼 됐고 어쨌든 그래서 급한데는 황태윤의 투자금으로 막고 몇군데는 황태윤이 직접 찿아가서 협박도 좀 하고.. 그러다보니 여유가 좀 생기더군 그래서 그때부터 건강보조제..집중력 강화제 같은 것들을 주력상품으로 바꿨지 물론..거기에는 우리가 만든제품의 아주 작은 부분도 들어가있어..개인적으로 파는 물건엔 마약성분도 좀 들어있고 말이지 크크 그래서 그런지 다른제품보다 비싸도 찿는 사람이 많더군.. 요즘 사람들은 비싸면 그리고 조금만 효과가 있는듯 보이면 다 좋은건줄 알거든 크크크 그래서 자금이 돌았고 회사는 다시 일어섰지.. 』
『이상훈 그사람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더군..그사람죽고 연구는 거의 진척을 보이지 못했지..다행히 어느정도는 완성단계이긴 했지만 거기서 확실하고 그나마 안전하게 얻을 수 있었던건 전에 네가 맞았던 주사..성감강화제정도였어.. 그것도 완전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말야... 조금 과용하거나 하면 바로 저승버스 탈수 있거든 크크 어쨌든 그 이외는 힘들었지.. 』
『결국 아버지는 연구의 방법을 바꿨다. 이런식으로 실험실에 박혀서 실험을 해봐야 시간은 더 오래걸릴테니까..그래서 사람에게 직접 조금씩 실험을 하기로 마음먹었어.. 하지만 실험할 사람이 있어야지 말이지... 누가 그런걸 자기몸에 실험하려 들겠으며 또한 그런 인물들이 있다고 해도 기밀이 보장이 안되면 아무 소용없거든... 』
『그런데 한가지 좋은 방법이 생각이 났지. 』
『그래..황태윤의 보스였던 서준호란사람 마약이나 이런걸 파는건 아주 질색을 했던 사람이더구만..결국은 자기도 깡패주제에..그런데 실험을하다가 잘못된 인간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자 조직내에 마약이 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그게 서준호란 인간의 귀에도 들어간거야... 그리고 서준호는 보스급 회의에서 마약을 공급하는 인물을 찿으라고 했지...물론 잘 둘러대고 마무리 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현진이 저 계집애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어.. 』
『저년 의외로 조직내에서 사람들을 많이 챙기고 다녔더구만 자신이 한번 데리고 나갔던 인물은 꽤나 잘 챙겨주고 있었던 모양이야..그래서 직접 수하에 데리고 다니는 애들은 없어도 저년을 보스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애들도 많았고..뭐 하긴 워낙 이쁘장하게 생긴 계집애니 한번 가까이해서 따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
『어쨌든 저년이 알던 녀석중하나가 실험으로 좀 잘못된 모양이고 그게 저년귀에 들어가고 결국 이것저것 알아보던 저년은 황태윤을 의심했지.. 자칫했으면 일이 다 틀어져 버렸을텐데..운이 좋았어.. 만약 서준호란 작자가 먼저 알았으면 그 작자 성격상 우리회사는 깡패들로 짓밟혔을거야 황태윤도 아작이 났을테고 크크크 그런데..저 멍청한 년이 우리에게 아주 고마운일을 해줬어.. 』
『이동훈이란 놈과 저년이 한때 애인사이였던걸 아나? 』
『그래 저 멍청한년이 이동훈에게 지 애인에게 그걸 흘려버리고 만거야.. 지딴에는 이동훈이 황태윤과 가까운 사이니 이상한 약물 투약받지말라고 조심하라고 한 말이었겠지만 이동훈은 그말을 듣고 상당히 놀랐지.... 결국 이동훈 그놈한테 잡혀서 험한꼴당하고 미쳐버리기 까지 한모양이다만..어쨌든 이동훈 저놈은 그런것보다 지 야망이 더 중요한 놈이었거든... 난 저 인간을 알지...크크 』
『이동훈은 저년이 사실을 알고있다는 이야기를 황태윤에게 했고 황태윤은 서둘러 쿠데타를 준비했지.. 물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준비에 필요한 자금을 더 많이 지원하게 되었지..아무래도 황태윤이 보스인게 더 유리하니까...그런데말야..황태윤 그 자식도 아버지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였거든... 』
은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현진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것은 사실이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현진이의 반응과 표정이 그 사실이 맞다고 말해주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대신 죽여주려고.. 』
머리도 점점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혀..현진인...죽일수 없어.. 』
은수는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앉을듯이 비틀거리며 말했다. 조금씩 피로감이 쌓여가는듯한 느낌과 함께 백성기에 의해 현진에 대한 생각이 다시 복잡하게 머리속에 마구잡이로 떠오르자 머리가 아파오고 멍해지기 시작하는게 느껴졌다. 자신의 몸이 왜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백성기의 의도대로 자신이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머..머리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아.. "
은수는 얼굴을 조금 찡그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파오고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지금 자신은 백성기의 의도대로 조금씩 말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은수는 백성기를 향하고 있던 총을 거두고 창너머의 현진이를 향해 조준했다.
그런 은수의 행동에 백성기는 조금 놀라는듯한 표정이었으나 은수는 그런 백성기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아버지 원수를 직접 쏴죽이는것도 좋은 생각이지.. 』
『현진이가 아니야.. 이동훈 저 놈을 쏠거야.. 그리고 그 다음은 너야.. 』
은수는 창너머에 있는 현진과 동훈을 봤다. 현진은 정신을 잃은듯 보였고 현진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이동훈은 현진이에게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다. 자칫하면 동훈이 아닌 현진이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맞출수 있을까..?"
은수는 지금까지 사격성적도 꽤나 좋은 편이었고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 들고 있는 총이 권총이라는 사실이다. 소총같은 것을 들면 잘 쏘는 사람들의 경우 100~200미터정도까지의 사람도 대강 얼굴,팔,다리등까지도 조준해서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권총의 경우에는 10미터정도 거리에서도 작은병하나 세워놓고 맞추는것조차 쉽지는 않은 일이란걸 은수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 현진이나 동훈 둘 중에 아무나 대충 맞춰도 상관없는 것이라면 은수는 충분히 맞출 자신도 있고 아마도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현진이는 맞추지말고 동훈이만 맞춰야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긴장감때문인지 자신에게 몰려오는 피로감에 머리까지 멍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자신이 없었다. 등에서부터 식은땀이 흘러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은수의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은수가 잘못해서 현진이를 맞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만은 아니었다.
"쏴..쏴야해..하..하지만..현진이를 쏘면.... 아냐.. 어차피 현진이도 아버지를 죽였어... 잘못된다해도...상관없자나... 아..아냐.. 아버지를 죽였지만..난 그래도.. 현진이를.... 현진이가..좋아... 아냐.. 이대로가면 백성기에게 말리는 것밖에 안돼 설마 잘못되더라도...그래..별수없는거야.. 어쩔수 없는 일일뿐이야... 모..못하겠어.... 현진이가 잘못되면...현진일 쏠수는..없어... 하지만 꼭 현진이가 맞으란 법도 없자나... "
쏜다와 쏘지않는다를 머리속에서 무한히 반복하던 현진의 손가락이 점점 떨리고 총을든 손에도 땀이 한가득 베어들기시작한 그 순간 현진의 목을 겨누고 있던 동훈의 칼이 현진의 목에서 가슴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가슴을 도려내듯 가슴주위를 한바퀴 돌더니 현진의 복부아래로 내려가 현진의 얇은 팬티와 골반사이로 칼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현진의 팬티를 칼로 잘라냈다.
은수의 외치는 소리가 동훈에게 들리지 않는건지 아니면 듣고도 무시하고 있는건지 동훈은 칼로 현진의 얇은 팬티를 잘라내었다. 팬티가 땅으로 잘려져 떨어져 내리면서 현진의 다리사이에 위치한 둔덕위의 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훈은 칼로 면도를 하는듯이 털을 조금 밀어내는듯 싶더니 다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현진의 다리사이로 칼을 세웠다.
은수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다리사이에 날카로운 칼이 느껴지는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크크크 저 칼이 저년의 보지를 뚫고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빨리 쏘라구 그렇지 않으면 저 놈이 니 아버지의 복수를 하게 될테니 크크킄 』
『저년을 살리고 싶나? 아버지를 죽인 저년을? 크크 좋아 그렇다면 저년을 살리기위해 내 노예라도 될 수 있으려나? 』
은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백성기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니 어쩌면 조금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
.
.
.
은수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자 둘을 세고 잠시 뜸을 들이던 백성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백성기가 이동훈을 바라보며 시작하라는 의미인듯 팔을 들어보이려고하자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하던 은수가 총을 든 손을 힘없이 내리며 말했다.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진이가 미워지는 마음도 드는건 사실이지만 아직 은수는 현진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현진을 죽게 만들수는 없었다. 심한 갈등의 흔적으로 보이는 땀들이 은수의 옷을 조금씩 적셔가고 있었고 은수의 두통은 점점 심해져가는듯 했다.
『크크크 이거 재밌는데? 아버지를 죽인년을 살리기위해 딸이 노예가 되는 것까지 감수하시겠다? 좋아..선물로 좋은걸 하나 알려주지.. 』
『고..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