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세계..... 2
그 후 며칠이 흘렀다.. 며칠간의 시간동안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창문 앞에서 지냈다..
또한 지상.. 나의 세상 일이 걱정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불안이었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며 지냈다.
비록 며칠 안 된 짧은 나날들이었지만, 안제나 흐린듯한 날 들이 계속 되고 있었다..
대서양을 통과한 얇은 햇빛만이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바삐 움직이는 군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성의 맞은편 강 줄기를 따라서, 장사판이 벌어지곤 했다.
모든 것이 중세로의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들이지만 이색한 모습도 보였다.
이곳의 ‘마차’..
마차란, 말이 끌어야 하거늘..
타조도 아니고 칠면조도 아닌 커다란 새가 조그만 마차를 끌고 다녔다..
또한 사람들은 말을 타는 대신에 그 다리 튼튼한 새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몇 백년 전 이미 멸종 된 커다란 모아새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똑똑..”
“대신관님 께서 오셨습니다...”
덩치 큰 꼽추가 나에게 말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의 안내를 받아, 성의 맨 꼭대기 널따란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에게 지켜야 할 몇 가지를 말해 주고는 문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
나는 그의 말대로 대신관이라는 사람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호.. 어서와요... ”
“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듣자 하니 지상에서 왔다지?”
“네. 그렇습니다.. 배가 난파 되는 통에 이 곳으로 온 것 같습니다...”
“그랬겠지요.. 이곳으로 올 수 있는 통로는, 그 넓은 바다의, 지극히 한정된 곳 뿐이니까...”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 세계에서 살아 갈 수 있겠어요? 우리 부족의 일원으로써........”
“....음... 네....”
나는 대답했다...
“호호.. 확실한 대답인가? 어째 석연찮게 들리는데? 적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사제한테 들었겠지요?”
“네.. 제가 가진 능력이 많지는 않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흠.. 좋아요.. 당신을 임명하리다... 나가 보시오..”
“예....”
........................
........................
대신관과의 짧은 면담이 끝나자.. 며칠 전에 만났던 사제가 내방으로 찾아 왔다...
“대신관님의 표정이 좋으시오.. 당신을 괜찮게 보셨나보오..”
“다.. 다행이군요..”
그는 나에게 책 한권을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 세계의 법전이오.. 그 안에는 율법 뿐 만 아니라, 이 세계의 도덕 가치, 행정 까지 서술 되어 있소.. ”
“그렇군요... ”
“하지만, 실상과는 다른 일들이 많이 존재하며, 법전과는 맞지 않은 일들 역시 많이 있소..
그것은 직접 체험하면서 알아가야 할 것이오..”
“네....”
“아.......”
"아.. 알겠습니다..”
........................
잠시 후 잘생긴 남자 한명이 다가 왔다..
“따라 오시죠...”
‘알베르케인’
“이제부터 당신은 알베르케인입니다..”
“네.. ”
“저는 조 샴블리 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조 라고 불러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를 따라 성 밖으로 나오자, 마부?조부?가 두 마리의 덩치 큰 새를 대려 왔다..
“이.. 이걸 탑니까?”
“네.. 한번도 안타 보셨겠군요... ”
“네...”
“아주 간단합니다. 그 안장 위에 앉아서 고삐를 움직이면 되니까요....”
“예.. 해보죠...”
나는 새 안장 위에 올랐다..
“와우.. 생각보다 높네요.. 이 새의 종류는 뭐죠? 몇 세기 전에 멸종한 모아새와 비슷하게 생겼네요?”
“모아샙니다..”
“아...... ”
“그렇군요..”
..................
“자.. 이제 모아새 다루는 법을 아셨지요?”
“네..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출발 하지요...”
“네....”
“턱..턱..턱..턱턱..”
두발로 걷는 새라서 그런지 말보다는 들썩임이 심하다..
성을 빠져나와 20여분을 걸으니.. 간간히 민가가 보이고, 이곳에서도 농사 짖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저 사람들은 평민신분의 사람들입니다..”
“네..”
“우리의 계급은 대주교님을 정점으로 밑으로 세분화 되어 있어요...”
“네 간단히 계급사회라는 것이군요...”
“그렇지요.. 지상은 아니라지요?”
“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요...”
“네.. 여기 일하 농민들이 우리 부족에서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하는 평민백성 들이예요..”
“네.. 그 수가 얼마나 되나요..”
“노예요?”
“네... 율법을 세 번 이상 어겼을 경우나.. 큰 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한 계급씩 내려가게 되어 있어요...”
“아... 그럼 평민은 노예가 되는 거군요...”
“아.. 네....”
“네.. 그렇다면 학교도 있다는 것인가요?”
....................
“저기를 보십시오...”
난 조 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노예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매질을 당하고 있었다...
“저 노예들은 주인의 말에 복종하지 않았을 겁니다.. ”
“아니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백주대낮에 저럴수가... 더구나 옷을 다 벗고 있네요..”
“그래도 너무 심하군요...”
“전쟁과 치안부재의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님께서도 현실에 빨리 적응 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상 세계는 여자가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지요?”
“네. 물론이죠.. 남녀는 평등 하니까요...”
“네.. 그럼 여자들은 교육도 못 받습니까?”
“아닙니다.. 기본 교육은 여자도 받습니다.. 다만 행정 관료가 될 수 없고, 다른 차별은 좀 있지요...”
“네.....”
....................
조를 따라 하루 종일 길을 걸으며, 낮선 풍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벌써 얇은 해가 떨어지는지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장끼도 느꼈다.
“이제 날이 어두워 지네요.. 묵을 곳을 찾아야 겠습니다..”
“근처에 어디 쉬었다 갈 곳이 따로 있나보죠?”
“저 앞에 보이는 마을로 가도록 하죠...”
“네... ”
나는 다시 조를 따랐다.
..................
중세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곳곳에 희미한 가로등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곳에 전기가 들어오나 보죠?....”
“네.. 저도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요...”
“그때 그분이, 지금 이 마을의 사제님 이십니다...”
“아... 그래요.. 성에 있을 때 들은 거 같아요... 이 마을이 었군요...”
“네..... 님 께서는 한달에 걸쳐서 저와 함께, 우리 부족의 모든 마을을 시찰 하실 겁니다...”
“아.....”
“우선 배를 좀 채우지요...”
“네 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배가....”
“하하하.. 성에 계실 때 만큼 푸짐하지는 않을 꺼예요.. 어디 가서 요기나 좀 하지요..”
조는 술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나를 대리고 들어갔다..
..................
안에 들어가자 왁자기껄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그는 원탁의 구석 테이블로 나를 안내 했다..
“주인장.. 여기 술하고 먹을꺼리 내오슈....”
조가 말했다..
“이곳은 백성들이 다니는 술집입니다.. 앞으로 님께서는 이런 곳에 오실 일이 없을 껍니다.
하지만 이 세계를 알아야 하시기에 이리로 왔습니다..“
“네... 그래요..”
백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술을 기울이고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 했다.
“저 여자들은 뭐죠?”
“저들은 창녑니다.. ”
“역시 이곳에도....”
“네... 벌컥벌컥... 크윽..”
쓴 맛이 났다.
“하하.. 성에서 드시던 거랑은 다르지요? ”
“네... 좀 텁텁하기도 하고...”
“네... ”
..............
“이런 개같은년이... 짝.짝.. 퍽...”
갑자기 앞쪽에 있던 한 사내가, 창녀로 보이는 여자의 따귀를 갈기고 있었다...
“아...악.. 아니예요..... 흑흑.. 아아..”
“퍽퍽.. 짝..”
“악.. 아아...”
..............
“아.. 아니.. 왜 들 저러는 거죠?”
“음.. 저 창녀가 뭔가 실수를 한 거 같네요.. 저 남자의 주머니를 뒤진 거 같군요..”
“주.. 주머니를요? ”
“이런 도둑년을 봤나.. 개같은년.. 퍽.. 짝짝....퍽...”
...........
“마.. 말려야 되는거 아니예요?”
잠시 뒤 가게 주인이 그들 사이를 가로 막으며, 여자를 때린 남자에게 돈을 건냈다..
식식 거리며 화를 내던 남자는 다시 자리에 앉아 떠들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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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주인이 대신 배상을 한 겁니다.. 이제 보니 저 남자는 거짓말로 저 창녀를 잡고 넘어진거 같네요... ”
“아....”
“어딜 가나 저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 그럼.. 저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불공평하네요...”
“네.. 알았어요... 그.. 그렇지만...”
잠시 뒤 상의가 찢어진체 매를 맞고, 주위의 웃음꺼리가 된 창녀는 울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난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조 가 이끄는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