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엄마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다 (1)
이런 장르를 판타지 야설이라고 하나요? 저 밑에 어나더 세레모니란 작품이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한번 이런 류의 소설을 구상해봤습니다. 판타지랑은 아주 인연이 없는지라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소설을 어나더 세레모니와는 조금 다르게 네토라레류로 나가려고 합니다. 먼저번에 쓰던 소설도 시작만 해놓고 못 쓰고 있는데 다른 작품 시작하느라 욕 먹는 거 아닌가모르겠습니다. 나쁘게 보지만 말고 이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서
무려 1000천년 넘게 지속된 전쟁은 인간을 황폐화시켰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간은 점점 줄어들고 계속 이런 식이라면 모든 인간이 다 죽을 판이었다. 인간이 죽는다면 왕국이 존속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법. 이미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져 전쟁에 동원할 인구는 물론 세금도 충당하기가 힘들어진 각국들은 결국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하여 전격적으로 휴전협상에 합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시간이 흘러가면서 인간은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황폐화된 땅이 개간되고 상업이 살아나고 인구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평화일 뿐이었다. 각국의 야심에 가득찬 군주들은 호시탐탐 타국을 정복하여 욕망을 채울 궁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중에 현명한 군주들은 결국 인구가 강국의 토대임을 깨닫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인구를 늘일 방법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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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니 왕국의 어느 외진 지역.
이곳은 일찌기 인구가 강국의 기본임을 깨달은 크라시안 대공의 건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고립되어 보호받는 지역이었다. 이곳의 모든 물품은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와의 그 어떤 교류는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외딴 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 지역은 인구의 증산을 위해 다른 지역과 다른 여러 제도와 풍습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곳이었으며 이곳에서 인구증산에 효율적임이 증명된 제도나 풍습은 왕국의 전역으로 확산, 도입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사는 올해 12살의 소년 피온은 아침 일찍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의 눈에 아침햇살과 함께 온화한 인상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바로 질러트. 바로 피온의 아버지였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35세. 마을에서 용감하기로 소문난 전사였다. 특히 그는 아직도 남아있는 오크들과의 전투에서 많은 공을 세운 남자였다.
이미 오크들은 현재 이 대륙에서 거의 멸종된 상태였다. 1000년의 전쟁 동안 피해를 본 것은 인간뿐이 아니었다. 오크들 역시 엄청난 피해를 봤으며 현재에 이르러선 거의 멸종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오크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해있는 지역은 꽤 남아 있었다. 특히 브라니 왕국은 산과 숲이 많아 유독 오크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의 주민들 역시 오크들이 발견될때마다 정기적으로 오크 소탕작전을 벌이곤 했고 오크 소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바로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였던 것이다.
피온은 그런 아버지를 늘 자랑스러워했고 그 자신도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크와의 전쟁은 물론 앞으로 언젠가 있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평소 자랑스러워했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 이순간 없었다. 그곳엔 쓸쓸하고 축 처진, 초라한 모습의 아버지가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피온의 마음속에 혐오감이 치솟았다.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존경심이 한순간에 미움과 혐오, 경멸로 바뀌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이상하리만치 오크 소탕에 열을 올리곤 했다. 그 덕분에 오크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은 물론 다른 지역의 오크 소탕 작전에까지 차출되기 일쑤였다. 이곳은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일체 금지되어 있었지만 아주 제한적으로 남자에 한해서만 전쟁이나 전투가 벌어질 경우 외부로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크 소탕에 열을 올린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언젠가부터 오크 전문가로 알려지게 되었고 여기저기로 불려다니느라 그가 집에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겐 자식이 피온 하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워낙에 피온의 아버지가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으니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도 이렇게까지 둘째 아이가 안 생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장로들이 나서서 조사를 벌이게 되었고 그 결과 드러난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바로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남자였던 것이다. 물론 발기도 되고 성욕도 충분하지만 그는 씨가 없는 남자였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씨 없는 남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피온을 보면 알 수 있다. 엄연히 피온은 질러트의 아들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사건의 발단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피온이 막 태어났을 무렵이었다.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그때 마을 주변에 출몰한 오크를 소탕하기 위해 숲으로 나가 있었다. 거기서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오크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다 그만 부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을 입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위를 보면 심각했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그곳에 부상을 입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구사일생으로 치료를 받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발기는 물론 사정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상하게 아이가 생기질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질러트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오크와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그를 씨없는 남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질러트는 좌절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그의 사랑하는 아내 이실리를 잃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상황에 좌절했고 오크에 분노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자신을 이렇게 만든 오크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크만 나타났다는 말을 듣기만 하면 부리나케 오크 소탕에 앞장섰던 것이었다.
그가 오크 소탕의 전문가로 불리운 이유, 그리고 항상 오크 소탕을 하느라 집을 비운 이유가 그제서야 밝혀졌던 것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이 놀라운 소식 앞에 쑥덕쑥덕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딱하다느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가련하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의 아버지 질러트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오크 소탕 전문가로서, 그리고 뛰어난 전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오던 그로선 이런 굴욕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선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을을 속인 죄로 집에서 근신하도록 명령을 받은 처지였다.
그런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피온도 마음이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마을의 장로회의에서 피온의 가족에 대해 내려질 사항들이 결정되었다.
통상 이곳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이었다. 모든 도덕과 가치관, 윤리가 종족의 번식을 위해 정립되어 있었다. 이미 그러한 가치관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전 크라시안 대공의 계획으로 이 마을이 선택되면서 시작되었고 이제 거의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 결과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엄청난 인구증산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과 윤리에 의해 만들어진 이 마을만의 율법에 의하면 남편이 결혼 후 사고나 질병으로 남자의 구실을 못할 경우 그 남편은 의무적으로 다른 남자를 자신의 아내와 결혼을 시켜줘야만 했다. 이른바 일처다부제인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들여 그 새로운 남편으로부터 씨를 받아 아이를 출산한다. 물론 그 아이는 첫번째 남편이 모두 키워야 한다. 씨가 없는 남자는 철저히 아내가 낳은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도맡아 교육하고 양육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이 씨를 뿌려줄 남자로 선택되는 남자는 우선 독신남이어야 했다. 원칙적으로는 아내와 사별한 독신남이 대상이겠지만 이곳은 여성이 더 많은 사회라 그런 독신남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엔 대부분 새로운 남편으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총각중에서 선발된다. 그들은 의무적으로 최소한 1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해야하며 최소한 1명의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결혼상대자가 생겨 결혼을 해야하면 그때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이른바 사회를 위한 봉사로서 타인의 아내에게 씨를 뿌려주는 일을 최소한 1년 이상 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원한다면 평생 그 여자와 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연령의 여자와 교제를 하여 다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이혼을 하면 씨없는 남자의 아내는 마을회의의 결정으로 즉시 또 결혼을 해야 한다. 그렇게 결혼을 하면 또 처음의 과정이 반복되고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고 했을때 최소 10명 이상의 아이를 낳아야 그 과정은 끝이 나게 된다. 물론 아내가 원한다면 10명이 아니라 20명이라도 더 낳을 수 있으며 그때까지 아내는 계속 남편을 번갈아가며 맞이할 수 있었으며 남편은 이러한 아내의 요구를 거절하거나할 그 어떤 권리도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마을회의의 결과는 그러한 율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피온의 어머니 이실리는 새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조금 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가 적극적으로 마을을 속였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남자로서의 구실을 못한 남편은 그것을 알게되자마자 즉시 마을의 장로들에게 보고를 하여 처분을 구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아내에 대한 졸렬한 소유욕과 질투심으로 그것을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눈을 적극적으로 속이기까지 한 것이다.
이럴 경우 마을의 율법에 의하면 그는 마을회의의 직권으로 이혼을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그 동안 마을을 위해 쌓아온 공적이 매우 많았다. 오크 소탕 작전에서 그가 보여준 전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마을을 속였지만 그렇다고 이혼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처사가 마을회의의 내부에서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이전에는 없던 독특한 처분이 내려졌다.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를 이혼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아내 이실리가 결혼을 할 경우 상대 남자에 대한 거부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그의 아내가 결혼을 한 후 그가 가지고 있는 제1남편으로서의 지위는 모두 박탈된다.
이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통상 아내가 결혼을 하여 새남편을 맞이하더라도 만약 그 남자가 마음에 안 들 경우 남편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즉 보통의 경우 새남편은 마을회의에서 남자를 결정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남편은 거부를 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보면 아내의 새 남편감은 남편의 마음에도 들어야 최종적으로 아내의 새로운 남편으로 선택되는 것이다. 이는 남자들끼리 서로 마음이 안맞아 분란이 일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도 했다.
또한 이 외에도 이전의 남편은 제1남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 그는 여전히 그 집안의 가장이며 아내에 관한 사항에서 모든 우선권을 가지도록 되어 있었다. 새로 들어가는 아내의 새남편도 그를 깍듯이 「형님」으로 모셔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피온의 아버지 질러트는 이러한 권한마저도 모조리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즉, 그는 앞으로 새롭게 들어올 그의 아내 이실리의 새남편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으며 제1남편으로서의 모든 지위를 넘겨주고 그에게 가장으로서의 모든 권한도 넘겨줘야 함은 물론 이실리에 대한 어떤 권한도 행사할 수 없고, 이실리의 새남편-그것도 질러트보다 최소 10살 이상은 어릴 남편인-을 철저히 「형님」이라 부르며「형님」으로 모셔야 하는 것이다.
질러트는 아내와 이혼을 당하는 것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더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피온은 그러한 처분을 처음 들었을 당시의 그의 아버지 질러트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비참함과 굴욕, 그리고 좌절감에 휩싸인 그의 모습은 아직 12살의 어린 나이인 피온에게도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 결국 그 날짜가 된 것이다. 바로 질러트의 아내이자 피온의 엄마인 이실리가 결혼식을 올리는 그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