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mc] 이지혜: 사무실의 암캐 (1)
이지혜는 버스에서 내려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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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나성재 놈이 돈 좀 쉽게 벌어보라는 말만 안 했어도…”
며칠전, 지혜는 안지 얼마 안 된 나성재한테 소프트웨어 회사인 자-G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나성재한테 듣기로 자-G는 새로 생긴 회사였는데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자료 정리를 할 사람을 매우 급하게 찾고 있었다. 보수는 괜찮았으며 할 일도 별로 없고 관련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도 상관 없었다.
여자한테 돈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그녀가 나성재 같은 완전 호구를 하나 잡았지만, 손쉽게 버는 돈도 나쁘지는 않다는 말에 설득 당해서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직장에 다녀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그냥 괜찮다고 했어야 했는데…젠장!”
그녀는 회사 앞 보도블럭에서 머뭇거리고 있다가, 마침내 마음을 먹었다.
“그래, 난 돈이 필요해. 그리고 이 일은 당분간만 하면 되지 뭐.”
지혜가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원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혜는 고개를 들어 안내원을 보는 순간 너무나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안내원은 짙은 화장에 정성껏 손질한 긴 웨이브 파마머리를 한 채, 커다란 가슴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깊이 파인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포르노 비디오의 여주인공이지, 비즈니스 업무에 종사할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예…저…여기 인사 담당자인 김경태씨를 좀 만나러 왔거든요?”
안내원은 지혜에게 앉으라고 얘기한 후 김경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면점을 보면서, 면점에 대한 안 좋은 경험들이 많았고, 이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면접을 보려고 하면 속이 거북하고는 했다. 그녀는 이번만은 다르기를 빌었다. 그녀는 긴장을 풀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혜는 곧 자신이 면접을 보는 방이 이 건물의 다른 곳들과 매우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밖에 있는 문을 제외하고라도, 이 방에 들어오는 문은 두 개가 더 있었다. 바깥문 바로 옆에 있는 문과 참나무로 만들어진 두꺼운 문이 그것이었다.
“아, 이지혜씨, 저는 김경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혜는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된 채로 남자의 손을 잡았다. 지혜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김경태가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이 쪽으로 오시지요.”
김경태는 지혜를 데리고 평범해 보이는 문을 향해 걸어갔고, 그가 다가가자 ‘찰칵’ 하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문을 열었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지혜는 몇걸음 뒤에서 남자를 따라갔고 이어서 남자가 두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러자 소회의실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면접하기에는 딱 좋은 방이네.’
김경태는 고개를 돌려 지혜를 쳐다보았다.
“이지혜씨…죄송하지만 잠깐 서류를 좀 가지고 오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금방 올께요.”
지혜는 남자의 말대로 의자 하나를 꺼내어 앉았다.
몇분 동안 김경태를 기다리다가 지혜는 혹시 김경태가 자신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의문이 생겼다. 그녀는 면접이 정말 싫었고 이렇게 방 안에서 혼자 기다리는 건 정말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지혜는 점점 자신이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하품을 했다. 그녀는 이유는 딱히 생각이 안 났지만 왠지 졸리고 잠이 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보다 점점 더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지혜는 면접 때 대답할 예상 답안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 답안을 채 생각하기도 전에 지혜는 어느새 테이블 위로 고개를 숙이며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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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지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지혜 씨?”
“이지혜 씨?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지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자 목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렸다.
“으음…네…”
그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그녀는 집중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 했던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좋아요.”
그것은 남자 목소리였다. 매우 부드럽고 안정된 목소리였다.
지혜의 눈은 서서히 주변 사물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꼈으나, 잘 보니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하얀 가운을 걸친 중년 사내였다.
몽롱함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지혜가 제대로 알아차릴 수는 없었지만 그 남자는 눈으로 지혜를 발가벗기듯이 흩어보고 있었다. 그녀의 길다란 검은 생머리,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 순진한 표정…
‘키는 165cm 정도 되겠군.’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혜는 날씬했다. 앉은 모습이었는데도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엉덩이의 자태가 눈에 보였다.
지혜는 자신이 잠이 든 것이 이 남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사실 그녀가 기다리는 동안 남자는 지혜를 최면 상태에 빠트리는 특수 향정신성 가스를 뿌렸다. 이 때문에 지혜는 암시에 매우 잘 반응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남자는 지혜를 자신들이 의도하는대로 세뇌시키려고 하고 있었지만 지혜는 이런 사정을 전혀 할지 못 했다.
“자, 이지혜. 너는 우리가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할 거야. 하지만, 너는 내가 너한테 말한 모든 명령을 기억하고 거기에 복종하게 될 거야. 너는 이 모든 명령들이 바로 너 자신이 원한 것들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면 삶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될 거다. 알겠나?”
“예.”
“좋아. 이제 내가 너한테 몇가지 질문을 하지. 내가 너한테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니가 매우 진심으로 ‘예’ 라고 대답하리라고 생각해. 너는 매번 대답할 때마다 질문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한 다음 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심정으로 ‘예’ 라고 대답한다. 알겠지?”
“예.”
“이지혜, 너는 니가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니?”
“예.”
“너는 니가 다른 사람들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는 걸 인정하는 게 좀 당혹스러울 수도 있어. 하지만 넌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말을 쉽게 따르게 될 수밖에 없어.”
“예.”
“사실, 너는 정말 자신감이 거의 하나도 없는 수준이야.”
이런 식으로 남자는 지혜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그 때마다 지혜는 마음 속에서부터 진심으로 질문에 대해 생각하며 ‘예’ 라는 대답을 해나갔다. 남자는 자신의 논리대로 지혜를 천천히 무너뜨리면서 지혜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자신감이 없고 다른 사람의 명령을 필요로 하는 여자인지 반복해서 느끼게 했다.
“너는 자신감이 털끝만큼도 없기 때문에 너 스스로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하면 너무 힘들 거야.”
“예.”
“너는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너한테 어떻게 하라고 얘기해주는 걸 듣고 그대로 따라하는 게 훨씬 더 편할 거야.”
“예.”
“그게 바로 니가 남자에게 복종하고 싶어하는 이유야.”
“예.”
“너는 항상 남자들한테 이끌리게 될 거야. 왜냐면 여자로서, 너는 너무 자신감이 없거든. 그리고 넌 니 스스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어. 너는 니 대신 결정을 내려줄 남자들이 필요해.”
“예.”
“넌 남자들에게 이끌리기 때문에, 남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을 거야. 그리고 남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니가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거구.”
“예.”
“니가 남자들에게 매우 순종적이고 또 남자들에게 이끌리기 때문에 너한테 명령을 내리는 남자들에게 복종하는 것은 너를 매우 흥분시킬 거야. 왜냐면 넌 니가 남자들에게 복종하는 게 바로 남자들을 기쁘게 한다는 걸 아니까.”
“예.”
“그래 바로 그거야. 남자들에게 복종하고 순종하는 건 정말 기쁜 일이야. 너는 남자들에게 시중 들고 남자들을 기쁘게 하는 걸 너무나도 좋아해.”
“예.”
“남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여자답게 입고 다녀야 하겠지. 남자들은 옷을 섹시하게 입고 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즐겁거든. 예를 들면 하이힐을 신고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는 거 말야. 니 생각에도 그럴 것 같지?”
“예. 섹시하게 입고 다니는 건 정말 남자들을 즐겁게 해줄 거에요.”
“그리고 색기 있는 화장도 빼놓을 수 없지.”
“예, 색기 있는 화장…”
그녀는 머리 속으로 자신이 섹시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고 그것만으로도 매우 흥분되고 있었다. 그녀는 질문에 계속 대답할수록 점점 확신에 찬 대답을 했고 그럴 수록 더 짜릿함이 느껴졌다.
“너는 섹시하게 보이기를 원해. 그렇기 때문에 너는 섹시한 옷들을 입는 거야. 그렇지?”
“예.”
“또 너는 남자가 너를 섹시한 여자로 봐주면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될 거야. 왜냐면 너는 남자가 너를 섹시하게 보면 곧 너한테 끌리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그 남자는 니 대신 많은 결정을 대신 내려줄 거야.”
“아아…예 맞아요…”
“남자들한테 보이고 칭찬 받는 건 너한테 너무나 흥분되는 일이야. 니가 남자들한테 더 많은 관심을 받을수록 너는 점점 더 몸이 달아오르겠지.”
“아아아아…예 맞아요…”
“남자들의 칭찬이 정중한 말이던 상스러운 욕이던 남자들 니 모습을 많이 쳐다보고 니 몸에 대해 말하는 건 너를 더욱 흥분시킬 거야.”
“네에에…”
“다행히 지혜 니가 일하고 싶어하는 이 곳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있어. 이 곳 자-G는 니가 일하기에 완벽한 곳이야. 그렇지 않니 예쁜아?”
“예 맞아요!”
“니가 이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던지 간에 자-G에서 너무나 일하고 싶을 거야.”
“네에!!!”
“너는 이미 자-G의 모든 게 마음에 들어버렸구나.”
“네에!”
“좋아 지혜야. 다음 질문에 너는 더 이상 꼭 ‘예’ 라는 대답을 할 필요는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니 진심만을 얘기하면 돼. 지혜는 남자 친구 있니?”
“그게…남자친구라고 하기에는…”
“그게 무슨 뜻이지?”
“그냥 잠깐 잠깐 만나는 사이라…”
“아, 그러니까 좀 만나주면서 이용해먹고 있던 관계로구나.”
“예.”
“지혜야 넌 최근 한 달 동안 그 남자에 대한 모든 관심과 흥미가 사라졌을 거야. 때문에 넌 다시는 그 남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지. 니가 그를 대할 때의 느낌은 니가 지금까지 말한 남자들을 대할 때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를 거야. 넌 정말 그를 보기 싫을 거야. 만약 그가 너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너는 그에게 니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줄거야. 안 그래?”
“네 맞아요.”
“만약 그가 너를 보고 싶어하면 너는 정말 짜증나고 화가 나서 바로 나한테 달려와 이를 거야. 그렇지?”
“예.”
“그래 좋아. 마지막으로 혹시 여기 올 때 같이 온 사람들 있니?”
“아니요, 저 혼자 왔어요.”
“좋아. 이제 지혜 너는 몇 분 뒤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김경태가 너를 다시 데리고 가서 니가 할 일들을 알려줄 거야. 앞으로 너는 매일 아침 이 곳에 와서 나한테 보고를 하게 될 거야.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 굳이 알려고 하는 건 정말 불필요하고 이상한 생각이야. 알겠니?”
“예, 알겠습니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이지혜의 머리가 다시 숙여지는 걸 바라본 후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