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MC] MILK 아파트 <8-1>
28.
평소보다 일찍 맞춘 자명종 소리에 선미는 잠을 깼다. 시간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그녀를 깨우는 소리에 선미는 겨우 눈을 뜨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목걸이 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으로 그녀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선미에겐 전날 밤 일이 끝이 안 보이는 지독한 악몽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 목을 감싼 목걸이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은 그것이 꿈이 아니란 걸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전날 밤 관리주임이 나간 뒤에도 선미들은 한참동안 서로를 보내기 위해 계속 열심히 입을 놀려야 했다. 그녀들이 간신히 목표치인 5번을 끝마쳤을 때는 벌써 시간이 한밤중을 가리키고 있었다. 완전히 파김치가 된 그녀들은 간신히 몸을 추슬러 다른 생각 할 것도 없이 마치 기어가듯 각자의 방에 들어가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다.
이상한 것은 지금 비록 몸이 힘들고 피곤하긴 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하고 기분 좋다는 점이었다. 저녁 내내 그렇게 짐승같은 모습으로 명령에 따라 음란하고 추잡스러운 행동을 반복하고 그것 때문에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휩싸여 번민했으면서도 지금은 그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감정에 선미 스스로도 놀라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그렇다고 그걸 힘들게 파고들어 고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부러 무시하고 생각하지 않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녀는 잠시 침대에서 비비적거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살아있다는 듯이 통증을 전해왔다. 그 아픔에 신음소리가 절로 났던 선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은 힘이 하나도 없이 무거웠고,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전에 연주가 가르쳐준 데로 스트레칭을 하자 몸이 한결 풀리고 가볍게 느껴졌다.
그녀가 방을 나왔을 때, 거실은 전날 밤에 일어난 일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처럼 가구들이 모두 벽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정화가 소파에서 자기 옷을 덮은 채 곤히 자고 있었다. 정화는 자기 방으로 돌아갈 기운이 없었던 듯 그냥 소파에서 자기로 한 모양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 정화의 얼굴은 전날 밤의 강렬했던 시간들을 말해주듯이 수척해보였다. 그건 아마 선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미는 정화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욕실에 들어가서는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이 몸에 닿는 느낌에 서서히 감각이 돌아왔다. 그녀는 조금씩 몸 상태가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전날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몸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았다. 하지만 그녀가 사타구니를 만졌을 때 아직도 보지가 충혈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선미가 조심스레 그 부위를 매만지고 닦았다.
그녀가 사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잠에서 깬 정화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잘 잤어? 몸을 괜찮아?”
“으~응. 죽을 맛이야. 근데 선미는 왜 이리 일찍 일어났어?”
“아, 오늘 우리 관리부가 좀 바빠서 조금 일찍 출근하기로 했어. 정화도 출근준비하려면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
“그렇겠지? 하아 오늘 같은 날이면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잠깐 욕실 좀 쓸게.”
정화는 투덜대면서도 힘들게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선미도 방에 들어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녀가 새 브래지어와 팬티를 꺼내 몸에 입자마자 다시 한 번 전날 밤 내내 달아올랐던 그녀의 몸이 아직도 계속해서 민감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두 젖꼭지와 보짓살이 속옷의 천 표면에 닿자 바로 반응해서 피가 몰렸다. 그녀는 아직 출근 전부터 이러는 것에 당황해 하면서도 어떻게든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잠시 심호흡을 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을 찾은 그녀는 겉옷을 입고 몸이 자극받지 않도록 조신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부엌에서 아침준비를 했다. 시간이 많은 게 아니라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토스트와 계란, 과일 등을 준비했다. 그녀가 간단히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할 때 연주가 그제야 일어났는지 크게 하품을 하면서 방을 나왔다.
“하~암, 선미 오늘 일찍 일어났네?”
“응, 오늘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돼.”
“일이 바쁜가 보구나. 난 웬일로 잠꾸러기가 일찍 일어났나 했네.”
“이봐요, 나도 일개 말단사원일 뿐이야. 눈치 보면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
“알았다고, 이 프로 초보사원 아가씨. 근데 몸은 괜찮아?”
“응 네가 지난번 알려준 스트레칭 효과 좋더라. 몸이 많이 풀리던데.”
“그럼, 그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운동 연구 좀 했잖아. 효과는 확실하지.”
“너 은경언니 밑에 있다고 말과 행동이 점점 닮아간다. 이 운동만 연구한 아가씨야. 어서 닦고 출근준비나 하라고.”
“그래, 그렇게 말해도 내가 스트레칭 가르쳐준 게 고맙지?”
“그래, 고맙다 고마워. 나 먼저 일어날게. 너하고 정화 것도 만들어 놨으니까 알아서 챙겨먹고.”
“정화 방에 안 갔었어?”
“어제 무척 힘들었나 봐. 그냥 소파에서 자던데. 지금 욕실에 있어.”
선미는 식탁에서 일어나 자기 그릇을 치우고 큰 그릇에 물과 영양제를 타서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연주가 장난삼아 그녀의 배를 꾹꾹 눌러보는 통에 그녀는 하마터면 마시던 물을 사방에 뿜을 뻔 했다. 연주는 선미가 화내는 모습에 깔깔거리며 재미있어 하다가 정화가 욕실에서 나오자 같이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선미는 영양제를 다 마시고는 나중에 보자며 식탁 앞의 두 여자와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문을 나섰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아파트 복도는 조용한 편이었다. 그녀가 내려가는 쪽 단추를 누르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쾌한 멜로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선미는 아무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하지만 곧 그 안에 다른 두 여성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중 한 명은 아는 얼굴이었다. 선미는 재빨리 신입사원의 자세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머, 이렇게 일찍 웬일이에요? 식품관리부가 요새 바쁜가 보죠? 부회장님 때문인가?”
비서실 요정(또는 마녀) 송화연은 언제나처럼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늘 연예인처럼 멀리서 쳐보기만 할 뿐이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 좁은 공간에서 게다가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에 선미는 당황했다.
“예, 예에......그게 기획부 때문에 자료를 정리하느라......”
“아, 그러겠네요. 지금 기획부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죠. 선미씨. 아, 이름이 선미씨 맞죠?”
“예에, 맞아요.”
“지난주에 몇 번 본 기억이 나요. 선미씨 인상이 좋아서 잊어먹기도 힘들죠.”
“고맙습니다. 그런데 선배님도 일찍 출근하시네요.”
“나야 매일 이래요. 사장님이 늘 정시에 출근하자마자 일부터 챙기시는 스타일이시라 미리 준비해야 하거든요. 여기 차과장님도 마찬가지고요.”
“화연씨, 자기만 안다고 누군지 소개도 안 시켜주고 혼자 말하기야?”
“알았어요. 자, 이쪽은 구매부 차혜린 과장님이에요. 차과장님 이쪽은 이번에 새로 식품관리부에 입사한 유선미씨예요.”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니에요. 선미씨 보니 나도 선미씨같은 후배하나 받았으면 좋겠는데, 맨 날 우락부락한 남정네들만 들어오니 외롭거든요.”
“과장님 너무 엄살이 심하시네요. 혼자서 구매부에서 공주님처럼 호강하시면서 그래요?”
“화연씨도 매일 잠도 못자고 새벽부터 나와서 원재료 입고량과 품질 확인하느라 현장 뛰어다니면 그런 말 안 나올 걸.”
“현장일은 주로 남자들만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과장님은 그냥 사무실에서 집계만 하잖아요.”
“아니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어? 그럼 왜 내가 매일아침 이런 엄한 차림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나도 여잔데 사무실 공주님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다니고 싶다고.”
차과장은 그 말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정장차림이 아닌 활동하기 간편한 캐주얼 차림에 회사 직원용 점퍼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옷걸이가 꽤 좋은 듯 그런 옷차림으로도 그녀의 몸매를 멋지게 드러내고 있었다. 부드러운 질감의 청바지는 살집 좋은 엉덩이와 허벅지 위에 터질 듯이 꽉 달라붙어서는 그녀의 멋진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로 가려진 상체는 그럼에도 점퍼 아랫단 고무 띠로 감겨진 날씬한 허리하며, 부푼 점퍼 사이로 봉긋 솟은 두 언덕, 헐렁한 소매와 함께 그 속의 모습이 어떨는지 짐작이 가게 했다. 그녀는 거의 맨얼굴에 엷게 화장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짧은 웨이브 머리와 함께 그녀의 두툼하고 육감적인 입술과 작고 둥근 콧방울, 예쁜 눈매는 꾸미기만 한다면 꽤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차과장과 송화연의 말다툼을 빙자한 대화는 아파트를 나서 본사 엘리베이터에 탈 때까지 계속되었다. 송화연은 차과장에게 장난치고 놀리면서도 그 말투나 행동이 상대를 전혀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 없었다. 차과장도 악의가 없다는 걸 잘 아는지 송화연의 말을 맞받아치면서 재미있어하는 얼굴이었다.
선미는 그런 두 여자를 옆에서 쳐다보면서 따라갔다. 그녀는 두 선배 여사원의 실력 좋고 경험 많은 직장여성으로써 자부심이 드러나는 당당한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독신자 아파트 내에선 두 사람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 궁금해졌다. 귀여운 미녀 송화연과 고혹적인 매력의 차혜린 과장을 번갈아 보면서 젖소로써 그녀들의 모습을 떠올려 봤지만 도저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그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구매부 차과장. 매일 사무실에서 정과장이 전화기에 대고 악악대는 상대. 아침마다 다혈질인 정과장이 원재료 문제로 통화를 하지만 언제나 정과장의 요구를 넉살좋게 피하면서 받아치는 바람에 정과장의 혈압을 높이는 데 일등공신인 사람. 선미는 그 차과장이 자기 옆에 있는 여자와 동일인물인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송화연과 대화하는 그녀의 말솜씨는 왠지 그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편 선미는 동시에 또 다른 생각에 고민하고 있었다. 차과장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차과장이 내렸다.
“그럼, 선미씨 일 잘하고 다음에 봐요.”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선미의 말단직원으로써의 공손한 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작은 공간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송화연이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미씨, 혹시 그거 준비는 하고 있나요?”
“예?”
“어, 아직 모르나보네. 아니, 그럼 됐어요.”
“무슨 말이신지.....”
“아니에요. 전 또 관리주임이 말을 한 줄 알고. 신경 쓰지 말아요.”
난데없이 튀어나온 ‘관리주임’이란 말에 선미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송화연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선미는 아까 전 말을 물어 볼 기회를 놓쳤다. 송화연은 좀 전의 말에 대해 더 이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선미는 과연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했다. 선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송화연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궁금증이 커졌지만, 사무실에 벌써 도착한 선배들의 모습에 바짝 긴장하면서 그 고민은 한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29.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관리부의 아침은 무척 바빴다. 직원들은 각자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일찍 끝내고 전날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기획부가 요청한 기초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다들 정신없이 일하는 한가운데서 김서연 부장은 직접 서류를 작성하고 검토하면서 부하직원들을 격려 또는 질책하며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김부장의 얼굴은 티는 안내지만 왠지 모르게 전날 저녁에 이어 계속 힘들어하는 기색이 살짝 엿보였다.
물론 선미는 그런 김부장의 안색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선배들이 시키는 수많은 문서들을 작성하거나 자료들을 찾아서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느라 분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민감한 그녀의 몸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그녀에게 살금살금 자극을 전해왔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할 때나 살며시 움직일 때는 괜찮았다. 하지만 선배들이 원하는 자료들을 찾으러 서둘러 다닐 때마다 출렁이는 그녀의 젖가슴과 젖꼭지는 브래지어에 스치면서 그녀를 흥분시켰다. 게다가 굽을 딛을 때마다 그 충격이 더욱 젖가슴을 물결치게 했기 때문에 오늘따라 선미는 그녀의 하이힐을 저주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 충격은 발걸음마다 허벅지 안쪽과 얇은 팬티를 사이에 두고 스치면서 자극받는 보짓살에도 그대로 전달되면서 자극을 보다 크게 하고 있었다.
게다가 캐비닛이나 책장 아래쪽에서 서류철을 꺼내려고 허리를 숙일 때 젖가슴이 크게 흔들리거나, 많은 서류들을 나르다보니 두 팔에 가득인 서류철들이 가슴을 누를 때는 그 강하고 직접적인 자극에 절로 신음소리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일에 집중하면서 흥분이 좀 가라앉자 선미는 오히려 그 자극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루한 서류작업을 하다가 지치거나 짜증이 날 때마다 그녀는 일부러 이유를 만들어 일어나 걸어 다니면서 흔들리는 젖가슴을 느끼거나, 아니면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팬티에 보지를 문지르곤 했다. 비록 전날 밤처럼 직접적으로 짜릿하게 전해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충혈된 젖꼭지와 보지에서 올라오는 은근하면서도 꾸준하게 이어지는 적당한 자극이 그녀의 기분을 띄워주고 있었다.
그녀는 틈틈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자극하면서도 열심히 부서 선배들이 전해주는 서류들을 정리하고 모아서 새로 다듬거나 작성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 자료에서부터 현재까지 각 제품별 생산, 매출 변동을 쭉 모아서 볼 수 있었고, 비록 부분적이지만 계절이나 연도별로 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얼마나 변동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불과 4년 전까진 식품 쪽 분야는 워낙 생산하는 제품의 가짓수는 다양했지만 시장지배적인 제품은 별로 없었던지라, 말 그대로 현상유지만 하면서 마진이 적은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전까진 시장에서 항상 2~3등에 머물던 유제품 분야가 4년 전부터 승부수로 내 논 프리미엄 분유나 우유 등의 제품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하면서 식품 쪽 매출은 단숨에 몇 배로 늘어났고, 회사의 대표적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선미는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매출 현황 그래프를 보면서 과연 기획부나 개발부에서 그동안 유제품 쪽에 관심을 집중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제품 분야가 근래 2~3년 동안 매출이 일정하면서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은 것을 보면, 고객들의 만족도나 충성도도 꽤 높은 편이고, 꾸준히 신제품을 내면서 시장관리만 해주면 되는 안정된 시장인 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과자나 음료, 가공육, 가공식품 등 다른 제품들을 보면 매출은 아직 답보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유제품 분야가 독보적으로 잘나가기 때문이기도 했다. 긴급회의에서 부회장이 그렇게 식품 분야에 대해 열변을 토할 만도 하다고 선미는 생각했다.
선미는 머릿속으로 그렇게 하나하나 회사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해 가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아랫구멍은 아니나 다를까 머릿속에 가득 차 돌아다니는 자극적인 단어들로 인해 화로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언제라도 속에 가득한 꿀물을 쏟아내려고 하는 그녀의 아랫도리를 느끼면서 그녀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진 자신의 몸이 이렇게 음란해질 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러나 다리 사이의 뜨거운 기운은 이게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다행히 팬티 속에 생리대를 대고 있는 것에 안도하면서 겉으로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고 속으로는 속옷에 보지를 살살 비비면서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이런 그녀의 음란한 모습을 눈치 챘으면 엄청 창피했겠지만, 그녀가 크게 드러내지 않는 이상에는 그럴 리가 없었다.
“저기, 허대리. 구매부에서 저번 달까지 원재료 투입량 넘어왔어?”
“아니요. 아직 인데요.”
“아니, 이것 봐라. 차과장 이거 또 나 물 먹이는 거야? 내가 또 닦달하면 깜빡했다면서 나만 무안하게 만들 게 뻔하고. 허대리가 얼른 구매부 쫓아가봐.”
“저 지금 각 지역별 출고현황 다듬느라 정신없는데요. 어...... 거기 진수씨, 잠깐 다녀올 수 있어?”
“대리님 저 좀 살려 주세요. 저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차라리...... 선미씨 그건 급한 게 아니니까 잠시 시간 좀 낼 수 있지?”
정과장부터 이어지는 지시는 허대리와 진수선배를 거처 결국엔 선미에게까지 내려왔다. 한참을 모니터와 씨름하느라 피로감을 느끼던 선미는 잠시 사무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침에 차과장이 내린 3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정표를 따라 복도 오른쪽으로 걸어가자 구매부 사무실이 나왔다. 그곳에 들어갔을 때 선미가 처음 느낀 것은 다른 부서에선 느낄 수 없던 엄청 진한 남자 냄새였다. 그녀는 그 질식할 것 같은 냄새에 잠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사무실 안에는 체격 좋은 남자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곳곳에서 남자들이 전화통화를 하거나 뭔가를 작성하던가,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도 다들 가녀린 여자인 선미의 출현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당황한 선미는 주저주저하다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발걸음마다 쏟아지는 남자들의 강렬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시선들이 자기를 뚫고 지나갈 것 같았다.
걸어가면서 차과장을 찾던 선미는 곧 사무실에 가득한 남자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생산현장에 다녀온 모양인 듯 차트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온 몇몇 남자들이 더운 모양인지 훌훌 점퍼를 벗어재꼈다. 놀랍게도 반팔차림의 그들의 셔츠는 땀에 흠뻑 젖어서는 강한 땀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그 중에는 아예 셔츠까지 벗다가 선미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선미는 어느새 사무실에 충만한 남자들 냄새에 빠져들고 있었다. 평소에는 역겹다며 얼굴을 찡그리겠지만, 아까부터 계속 흥분한 상태인 그녀는 그 체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자들의 반팔차림 속에 드러나는 굵은 팔뚝이나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에 그녀는 자기 빰이 분홍빛으로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민감한 부분들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때 반팔 차림의 남자들 중 한 사람이 선미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저기 차과장님 찾는데요.”
“아, 차과장님은 아직 현장에 계신 텐데요. 아, 시간을 보니 오실 때가 됐네요. 잠시 만요. 과장님께 연락드려볼 테니까 기다려보세요. 아, 어디서 오셨죠?”
“식품관리부에서 온 유선미라고 합니다.”
“아, 예. 잠시 만요.”
남자는 곧장 옆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몇 번 울리다가 바로 연락이 되었다.
“아, 과장님, 저 하대리입니다. 관리부에서 손님 오셨는데요. 아, 오시는 중이시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하대리는 전화를 끊고 선미에게 말했다.
“과장님 한 5~10분 정도 뒤에 도착하신답니다. 그때까지 잠시 이쪽에 앉아 기다려주세요.”
선미는 하대리 안내로 사무실 안쪽에 있는 접대용 소파로 향했다. 그곳엔 탁자를 가운데 두고 푹신푹신한 쿠션을 가진 소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서 차과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그녀에겐 고문이었다. 그녀를 훔쳐보는 남자들의 시선은 애써 피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녀가 무심결에 그쪽을 쳐다보면 남자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당황해선 허둥대며 딴청을 하거나 했기에 그건 편했다. 하지만 냄새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그 수컷 냄새에 그녀의 정신이 몽롱할 정도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흥분한 자기 몸을 추스리는 데 바빴다. 그녀의 젖꼭지는 여전히 아플 정도로 일어서서는 숨 쉴 때마다 브래지어에 딱 붙어선 비벼지고 있었고, 이미 흥건했던 그녀의 뜨거운 보지는 생리대가 아니었으면 이미 그녀의 팬티를 흠뻑 적시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사방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강한 자극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극적인 남자 냄새와 그녀를 바라보는 끈적끈적한 시선들이 그녀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선미는 또다시 발정난 자기 몸을 저주하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그녀가 고군분투하고 하고 있을 때 차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선미는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차과장이 구원자처럼 느껴졌다.
“어머, 선미씨였어? 아침에 했던 말이 씨가 됐나? 하하하. 여기 남정네들만 득실거려서 좀 그렇지? 거기, 태환씨, 정운씨 창문 열고 환기 좀 시켜. 땀 냄새가 진동하잖아. 여기가 군대 내무반이야? 그리고 여준씨 손님 왔으면 멀뚱히 쳐다보지만 말고 커피나 차 좀 대접하라고. 그리고 거기 일당들 옷 좀 껴입어요. 여긴 사무실이지 자기들 집이 아니잖아. 이건 무슨 어린애들도 아니고.”
차과장의 지적에 나이 어린 남자직원들이 허둥대며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남자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킥킥거리며 웃다가도 차과장의 눈초리에 다들 찔끔하고 업무에 집중했다.
선미는 그런 차과장의 모습이 남자들에 둘러싸인 공주보다는 마치 종들을 부리는 여왕벌같이 느껴졌다. 그녀의 관능적인 외모도 그쪽이 더 어울려 보였다. 땀에 젖은 머릿결이나 더워서 더욱 빨갛게 보이는 입술, 분홍빛으로 물든 뺨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선미씨, 미안. 다들 덩치만 컸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이러니까 여직원들이 못 버티지. 기본예절은 다들 쌈 싸 먹었다나, 뭐래나. 자자, 차 한 잔 마시면서 어깨 좀 피라고.”
차과장의 당당한 모습에 선미는 안심이 되면서 긴장을 풀었다. 사실 그녀는 흥분을 참는 한편으로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홀로 앉아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위축돼서 긴장하고 있었었다.
“매번 외부 손님들께 실례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그게 안 고쳐져. 물론 현장에서 물품 검수 등 드센 일들이 많아서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쳐도 기본이라는 게 있잖아. 이러니 어쩌다 여직원들 배정받아도 얼마를 못 견뎌요. 어이 남정네들, 다들 반성들 하라고. 우리 예쁜 선미씨도 잔뜩 주눅 들어 있잖아.”
차과장의 큰소리에 남직원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뒤로 궁시렁대는 모습들이었다. 확실히 사무실 주도권은 차과장이 쥐고 있는 듯 했다.
“근데, 선미씨 웬일이야. 이 시간에 왔으면 업무일게 뻔한데. 암표범이나 투덜이한테는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
“그, 그게 정과장님이 저번 달까지 원재료 투입량을 아직 못 받았다고 해서요.”
“투덜이가 그런 말을 했었나? 가만있자, 그런 말 했던 것도 갔기도 하고. 내가 좀 잘 깜빡해서 말이야. 거기, 하대리 지난달까지 원재료 투입량 자료 좀 뽑아봐.”
그 말에 선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갑자기 아침에 안 떠올랐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차혜린’ 과장. 그냥 차과장이라고만 했을 땐 아무 느낌이 안 들었지만, 방금 그녀의 말투에서 그녀의 이름과 함께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얼마 전 관리실에서 선미가 관리주임의 손가락에 열심히 그녀의 보지를 박아대고 있을 때, 벽 맞은편에 있던 여자가 바로 차과장이었다. 그땐 하이힐을 신고 있었기에 오늘 차과장의 복장을 봤을 때 전혀 눈치 채지 못했지만, ‘깜빡해서’란 말투와 목소리는 분명히 똑같았다.
선미는 자신의 그 부끄러운 장면을 혹시나 차과장이 보거나 듣지 않았을까 걱정되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다행히 차과장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벽 너머에서 그런 짓을 한 것을 알았어도 그녀가 직접 본 게 아니어서 그게 선미가 한 것인지는 몰랐을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과장님, 그건 벌써 뽑아서 과장님께 올려드렸는데요.”
“하대리, 정말이야? 난 책상에서 본 적 없는데.”
“아, 그건 전자메일로 올려드렸는데요. 컴퓨터로 확인해 보세요.”
“어 그래? 그럼 올렸다고 말을 했어야지. 정말 못살아. 이러니 내가 주름살만 늘지.”
차과장은 소파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자료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사내메일로 정과장에게 발송했다.
“지금 정과장에게 보냈으니까 확인해보면 될 거야. 전화로 하면 될 텐데, 괜히 선미씨만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이네.”
“아니에요. 덕분에 차도 마시고 잘 쉬고 가죠.”
“무슨. 다음에도 시간되면 놀러오라고. 비록 지저분한 남자들로 득실댈 뿐이지만, 잘하면 공주대접도 받을 수 있다고. 이 사람들 덩치만 컸지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으니까 주눅들 것 없어.”
“아, 예, 그렇겠죠.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선미씨 또 보자고. 정과장한테 너무 꽥꽥대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다고 전해주고. 근데 그 옷 새로 산거야? 어디서 본 듯한데. 선미씨에게 예쁘게 잘 어울리네.”
“에이, 과장님, 과장님은 그런 옷 안 어울려요. 지난번에도 정장입은 거 보고 쏠릴 뻔 했다니까요.”
“어이, 하대리 한 대 맞고 죽을래, 그냥 죽을래? 그건 하도 안 입어서 사이즈가 달려져서 그런 거야,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데 나도 꾸미면 한 미모 한다고.”
“우~~.”
주변 남직원들의 안 어울린다는 야유에 성질내는 차과장을 뒤로하고 선미는 사무실을 나왔다. 그녀는 저런 환경에서 남자직원들을 휘어잡는 차과장의 성격에 놀라면서도, 저러니까 남자와 말싸움에서 밀릴 수가 없을 만도 하다고 생각이 들면서 괜히 정과장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선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다가 안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바로 관리실에서 음란한 짓을 할 때 입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미는 다시 한 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과연 차과장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걱정대기 시작했다.
30.
사무실로 돌아온 선미는 정과장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정과장은 메일로 자료가 도착한 걸 확인하고는 시킨 일을 잘 끝낸 선미를 관리부 보배라며 엄청 칭찬하면서도 차과장이 웬일로 고분고분하게 자료를 보냈는지 궁금해 했다. 선미는 차과장에게 쩔쩔매는 정과장이 불쌍해 보이면서 그냥 편안하게 상대하면 될 것인데 정과장이 너무 진지해서 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 바로 달려간 곳은 바로 화장실이었다. 업무시간 내내 참고 참았던 것이 구매부에서 남자들의 체취에 취해 한 방에 터지는 바람에 그녀의 생리대는 이미 한계였다. 그녀는 비어있는 칸에 들어가 팬티를 내리고 생리대를 빼냈다. 이미 만선인 생리대는 빵빵하게 부풀어서는 손 위에서 흐느적대고 있었다. 선미는 꽉 자면 자신의 꿀물이 쏟아 떨어질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는 생리대의 무게에 부끄러워하면서 얼른 휴지통에 버리고는 들고 온 손가방에서 생리대를 찾았다. 그런데 막상 손에 들려 나온 것은 전에 샀던 탐폰이었다. 한 번 써보겠다고 샀지만, 실제로 쓰기에는 겁이 나서 나중에 시도해볼 생각으로 일단 하나만 손가방에 넣어두었던 게 손에 잡힌 거였다.
선미는 물끄러미 포장지에 싸인 그걸 쳐다보다가 용기를 내서 지금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계속해서 달아올라 있던 그녀의 몸에 뭔가 들어가는 것은 보다 자극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한편에선 이런 음탕한 생각을 하는 자신이 딴사람 같이 느껴지면서도 탐폰이 그녀 속에 들어가는 상상에 기분이 들떴다. 그녀는 포장지 겉면에 있는 사용법을 살펴보고는 안에 내용물을 꺼냈다. 주사기 모양의 그것은 삽입봉으로 그 안에 탐폰이 들어있는 구조였다. 선미는 그 크기에 긴장해서 침을 한 번 꼴딱 넘기고는 설명서에 따라 변기에 앉아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설명서대로 그냥 앉아서는 삽입봉을 넣기에 좀 불편했다. 그녀는 변기 앉은 채로 두 다리를 들어 앞문에 대고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보지 위치가 높아지면서 손이 변기에 닿지 않고 보다 쉽게 삽입봉을 넣을 수 있었다. 그녀는 삽입봉을 보지구멍 위치에 맞추고는 몸에 힘을 빼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막대기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축축하고 미끈미끈한 보지 속은 삽입봉을 넣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처음 시도하는 것에도 삽입봉은 부드럽게 그 안을 미끄러져 들어갔고 곧 삽입봉 외통 대부분이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화장실에 들어오는 여자의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선미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뭔가 조심스러운지 변기 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모양새였다. 선미는 탐폰을 삽입하느라 다리를 모두 들고 있었기에 칸 아래쪽을 확인하던 발소리의 주인공은 모든 변기 칸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선미의 옆 칸으로 들어갔다. 선미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옆 칸의 여자는 뭔가를 하려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미는 차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용변을 보려면 누가 있는지 일일이 조심스레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인기척을 내면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할지 그냥 이렇게 엄한 자세로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지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옆 칸에선 여자의 입에서 소리가 새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큰 걸 보느라 힘주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리는 그 소리는 이미 선미에게 익숙한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여자는 입에 뭔가를 물었는지 신음소리는 희미했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흥분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옷감이 스치면서 나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여자는 더 이상 주체를 못하겠는지 신음소리는 콧소리와 섞여 점점 높아졌다.
옆 칸에 있는 선미는 그 상태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그 감미로운 신음소리에 자신도 몸이 달아서는 저도 모르게 스스로 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보지에 들어간 삽입봉을 서서히 넣다 뺐다 하면서 그 감각을 음미하고 있었다. 다른 한손으로는 손가락으로 그 위쪽에 있는 작고 귀여운 돌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비록 자세는 이상했고 삽입봉의 감각은 좀 딱딱해서 조심스러웠지만, 아까 전부터 민감해있던 그녀의 몸은 옆 칸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여자의 신음소리를 배경으로 금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리가 안 나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도 옆의 여자의 흥분하는 속도에 맞춰 자신의 흥분도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의 신음소리에 상상되는 그녀의 모습과 들키지 않게 조용히 숨죽이고 듣기만 하는 긴장감, 그녀 자신의 음란한 모습 모두가 그녀의 약한 자극을 보다 짜릿하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동안을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모르는 두 여자가 열심히 자신의 욕망을 채우면서 즐기고 있었다. 옆 칸의 여자는 어느새 절정에 다다랐는지 갑자기 높고 길게 이어지는 신음과 함께 그 뒤를 이어 급하게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반응에 맞춰 선미도 약한 절정을 맛보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가 안 나게 조심스럽게 숨을 헐떡이면서도 그 쾌감을 아주 감미롭게 즐기고 있었다.
몇 분 뒤에 옆 칸에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옷을 다시 차려입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좀 있다가 문을 열고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는지 물소리가 들렸다. 선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누군지를 확인한 선미의 입에선 하마터면 악소리가 나올 뻔 했다. 그녀가 본 것은 바로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는 김서연 부장이었다. 멋진 자태로 서있는 그녀의 뒷모습과 거울에 비친 앞모습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그 어디에서도 방금 전에 바로 옆에서 쾌락에 허덕이던 여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부장은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모습으로 화장실을 나갔다.
선미는 놀람과 충격에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김부장이 바로 자기 옆에서 자위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예전에 복도를 기어 다녔던 젖소복장의 모습처럼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앉아있던 선미는 차갑게 식어가는 축축한 보지의 느낌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보지 속에는 아직 삽입봉이 반쯤 박힌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녀는 여자로써 본능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다시 삽입봉을 질 속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설명서대로 삽입봉의 내통을 밀자 외통 속에서 탐폰이 밀려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선미는 탐폰이 통 밖으로 모두 나오자 삽입봉을 꺼내고는 탐폰에 달린 제거용 끈을 가볍게 잡아당겨 위치를 잡았다. 탐폰이 속에서 자리를 잡았는지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다. 탐폰이 고정된 것을 확인한 선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밖으로 보이는 건 보지 밖으로 삐져나온 제거용 끈뿐이었다. 그녀는 사타구니 주변을 휴지로 닦고 팬티를 다시 입었다. 그리고 옷을 정돈하고는 칸의 문을 열었다.
선미는 세면대에서 복장을 확인하고는 아까 빨았던 입술을 다시 칠하기 위해 립스틱을 찾아 손가방을 뒤졌다. 그런 그녀의 오른손에 가느다란 주황빛 립스틱과 함께 포장된 생리대가 잡혔다. 그녀는 어의가 없다는 눈빛으로 그 생리대를 쳐다보았다. 이미 다시 바꿔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돌아온 길이 너무 멀었다. 그녀는 괜한 신경질을 부리면서 생리대를 손가방에 쑤셔 넣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의 분주함은 점심을 지나 오후까지 계속됐다. 점심시간에 잠시 쉰 것을 빼고는 다들 일에 매달린 결과 업무시간 끝나기 전에 간신히 기획부가 요청한 기초 데이터의 기본 골격은 잡을 수 있었다.
“모두 오늘 너무 고생했어요. 힘든 고비는 다 넘긴 듯합니다. 그럼 나머지는 정리한 데이터들을 가지고 살만 붙이면 되니까 내일 완결을 짓도록 하죠. 다들 일찍 들어가시고, 내일 아침도 오늘처럼 일찍 나와주세요. 수고했어요.”
사무실을 나온 선미는 다시 한 번 화장실로 향했다.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빈칸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변기에 앉아서 팬티를 내리고 다리를 벌린 채 밖으로 나온 탐폰에 연결된 줄을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탐폰은 사무실에서 오후 내내 발정난 선미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꿀물로 탱탱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선미는 처음엔 시간이 갈수록 배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탐폰의 크기에 놀랐다가도 나중에는 슬며시 보지 속을 움츠려서 안에 있는 탐폰을 쥐어보곤 했다. 부드러운 봉이 보지 속을 채우는 느낌은 꽤 좋았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흔들면서 보짓살을 자극하고 동시에 구멍 안의 탐폰을 쥐자 아침보다 훨씬 강한 그 쾌감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는 마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일하는 틈틈이 계속 보지를 자극하면서 남들은 모르는 자기만의 쾌락에 도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