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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부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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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부부-17

 

마침내 10월 30일이 되었다.

검은색 중형에쿠스를 조심스레 뒤따르는 날렵한 은색의 디자인이 멋진 신형 그렌저차량이 보였다. 운전대를 움켜쥔 사내는 뜻밖에도 이혁진이었다.
선이 굵은 이마 아래 짙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미간을 모은 혁진은 결의에 찬 음성을 토했다.
"강우재, 천만복, 이제 일본에 인신매매까지? 놈들이 꼼짝 못하도록 현장을 덮쳐야 돼."

해성에서부터 출발한 에쿠스는 양재동 고급빌라단지가 위치한 마을로 들어가자 혁진의 차도 뒤따랐다. 혁진의 차는 최근 그랜저로 바꾸고 선팅을 하여 밖에서는 운전자를 식별하기 곤란했다.

이윽고 에쿠스가 정차했다. 혁진도 알고 있는 바로 강우재가 살고 있는 저택이었다.

"아!"

그때 에쿠스의 운전석에서 내리는 천만복에 이어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내리는 여자들을 확인한 혁진의 눈은 거세게 물결쳤다.

하얀블라우스 바탕에 베이지 재킷, 그리고 무릎을 덮는 짙은 검은색의 스커트에 감싸인 늘씬한 정숙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 모처럼 정장다운 정장을 한 유정숙의 모습은 발군이었다. 정숙의 뒤를 따라 내리는 빨간 스커트의 은아영과 물색의 스커트의 서영은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차에서 내린 정숙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서있었다.

"정숙아!"

혁진은 열병걸린 사람처럼 낮게 불렀다.

끼리릭!

그때였다.

차고의 문이 열리며 아이보리색상의 번득이는 차량이 천천히 굴러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미후라로부터 계약금 5억을 받아 최근 구입한 일제 렉세스LS는 강우재의 포만감을 채워줄만큼 가속력도 좋고, 무엇보다 승차감에 이어 차창을 통해 바람소리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고 선전하는 최고급 차량이었다.

"자, 너희들은 뒷좌석에 타!"
운전석에서 내린 천만복이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천부장님, 어딜가는데요?"

서영은이 안경너머 눈에 가득 의문을 담아 물었다.

"그, 그게 말이다."
"하하! 너희들이 그간 근무성적이 마음에 들어서 동해안에 소풍가는 거다."
그때 저택의 현관문 옆의 쪽문을 열고 나오던 강우재가 천만복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이윽고 판교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올라탄 렉세스차량을 뒤따르던 혁진은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을 받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꼿았다.
-이사장이신가?-
"아, 예, 명과장님."
혁진에게 걸려온 전화는 유정숙의 남편인 명기남이었다.
-내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소만.-
-……!-
혁진에게 부탁하는 기남의 음성은 구구절절 간절했다. 순간 혁진은 가슴에 북받히는 감정으로 울컥했다.
"예, 과장님이 원하시면 그, 그렇게 하죠."
전화를 끊은 혁진은 강우재와 천만복, 그리고 자신들의 신세도 모른 채 동승한 서영은과 은아영 그리고, 유정숙이 함께 탄 아이보리렉세스를 추월해 삼척으로 내 달렸다.

 

한편 명기남은 그 시각 삼척 마리나 호텔의 1층에 위치한 영화정에서 임시로 서빙을 하는, 파트타임 종업원으로 위장하여 잠입한 상태였다.

원래 체구조차 왜소한데다 10년이 넘도록 연극에 미친 관계로 여종업원으로 변장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마침 피부도 뽀얀데다 겉으로 드러난 솜털까지 면도를 했다. 이어서 머리칼을 감추는 두건을 쓰고, 도수없는 안경에 소품으로 변장하자 평소의 명기남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완벽히 변신했다. 제법 이력이 붙은 여종업원티까지 보였던 것이다.

"놈들이 올 시간이 됐는데?"

약속된 시간이 다 되자 홀에 걸린 벽시계와 강우재란 이름으로 예약된 특실을 흘끔거리는 기남의 눈이 초조해졌다.

"어서오세요!"

그때 도어에 가까이 위치한 안내데스크 아가씨의 음성에 기남의 얼굴은 반사적으로 향했다.

"헉!"

천만복을 필두로 서영은과 은아영 그리고 유정숙이 강우재의 뒤를 따라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와! 비싼집 같으다."

예약한 특실로 안내되어 입실하는 은아영이 철딱서니 없는 소리를 했다.

"손님, 제일 좋은 방입니다. 호호호!"

안내하는 아가씨의 말대로 감탄할만했다. 특실은 바닷가 절벽 위에 위치한 마리나 호텔 1층 영화정에서 제일 전망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조금 있으면 손님들이 오겠지만 우리끼리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도록하자."

그러나 호기로운 강우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음성이 일동을 깨웠다.

"하하하! 강, 사장님,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오셨으므니다."

"어머!"

그때 미후라와 낯선 사내가 함께 입실하자 아영이 뾰족한 음성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하! 잘 있었나?"
미후라는 놀라는 아영과 정숙을 향해 말했다.

"예."

"하하! 강사장님, 이 분은 제가 모시는 요시다님 이십니다."

"하하! 강우재입니다."

"야마모토 요시다입니다."

미후라가 소개하는 일본인은 희끗거리는 반백의 머리를 기름으로 발라 넘긴 인물로 빈틈이라고는 없어 보였다.

"흐흠!"

"아!"

그때 그자가 여자들을 훑어보자 누군가의 옅은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요시다의 가는 은테안경너머의 눈이 매처럼 날카로와 사내의 인상을 더 한층 강렬하게 하였던 것이다.

"자, 식사부터 하실까요?"

천만복이 유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하하! 그러지요."

미후라 역시 경계의 대상이지만, 정숙은 요시다라는 일본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건 은아영도 마찬가지인 듯 평소의 활달한 모습이 사라진 상태였다.

"식사 다했으면 서팀장, 애들하고 함께 저쪽 별실에 들어가서 차 마시며 쉬고 있어!"

이윽고 식사가 끝나자 강우재가 서영은을 향해 일렀다. 식사를 한 특실은 부속실이 함께 곁에 함께 있었다.

"자, 단도직업적으로 사업 얘기를 합시다."

여직원들이 부속실로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쫓으며 강우재가 입을 열었다.

"하하! 그럽시다. PT는 조금후에 객실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따로 하기로 하고 우선 가지고 오신 자료부터 봅시다."

미후라의 말에 천만복이 가방을 열고 두툼한 자료를 탁자위에 올려 놓았다.

"우선 자료를 드리기 전에 약조한대로 저 애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 약속된 중도금 15억을 먼저 지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그러지요. 그럼 중도금 지불에 앞서 정다은에게 채웠던 키를 넘겨 주시오."

"하아! 그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미후라가 선선하게 말하며 웃도리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에 강우재가 재빨리 대답했다.

"자, 여기 액면가를 확인하시죠?"

미후라가 봉투에서 꺼내 보여주는 수표를 확인한 강우재는 숨이 가빠졌다.

"천부장, 키를 드리게."
"예? 무, 무슨 말씀이신지?"

강우재의 말에 천부장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놀란 강우재의 눈이 안경 너머에서 번뜩였다.
"이, 이사님! 유정숙에게 채운 자물쇠를 풀 키는 애초부터 이사님이 보관하신 것이 아니예요?"

그러나 오히려 천만복은 강우재를 향해 되물었다.
"아니, 난 자네가 알아서 챙긴줄 알았지."
두 사람이 설왕설래 하는 모습에 결국 미후라가 나섰다.
"그렇다면 키를 가진 사람이 누구시므니까?"
여전히 핵심을 포착하지 못한 천만복이었다.
"전 당연히 이사님이 가지고 계신줄 알았죠."
"자네가 챙기지 않았다면, 회사에 있겠지. 전화해서 당장 가져오라고 해!"
다 된밥에 코 흘린다고 강우재는 천만복에게 버럭 화를 냈다.
"예, 이사님. 나가서 전화하죠."
멀쑥해진 천만복은 특실을 나서 모퉁이에서 회사에 남은 표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종업원으로 변장한 명기남이 천만복가까이 접근했다.
"표차장, 난데."
"...."
"야! 누군 누구야? 천부장이라니까!"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다고 역정을 부리는 천부장의 뒤로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하며 기남은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
"유대리, 잠근 자물쇠 키 있잖아."

"…."
"뭐?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아, 있잖아! 그년 보지하고 젖통말야. 미후라새끼가 잠근 것 있잖아?"
천만복의 음성이 신경질적으로 높아졌다.

"…."
"그거 가지고 지금 당장 삼척으로 와!"
"….."
"뭐라고? 차가 정비들어 갔다고? 씨팔 그러면 버스라도 타고와!"

"……."

"그래, 그럼 고속버스타고 와 터미날로 내가 나갈 테니까. 지금 당장 버스표부터 예약하고 시간 알려줘."

일단 전화를 끊은 천만복은 새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

"뭐! 강릉뿐이라고? …뭐? 할 수 없지."

그러나 기남은 마지막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통화가 끝난 천만복이 특실로 향하자 과감하게 기남은 천만복의 뒤를 따라 특실로 조심스레 함께 들어섰다.

"이사님, 표차장이 강릉터미널에 아홉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오기로 되어 있으니 제가 시간 맞춰 강릉가서 키를 받아 오겠습니다."

"아, 그래. 나도 그때까지 기다리기 무료하니 함께 갔다오도록 하지. 삽십분쯤 후에 떠날까?"

강우재의 말을 확인한 기남이 탁자위의 빈 찻잔을 대충 챙겨 특실을 다시 나왔지만 완벽하게 종업원으로 변신한 기남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하! 강사장님이 그렇게 배려를 해주시면 우린 아가씨들 데리고 객실에 올라가 성능을 미리 봤으면 하오만……."

"성능?"

미후라의 말에 심사가 편치 않은 천만복의 음성이 높아졌다.

"하하! 그렇게 예민하게 생각하실 것 까지야. 정다은 계집은 위 아래로 잠겨있으니 어떻게 해 볼 수 없잖소? 뭐 그래봐야 거저로 주겠다는 계집하고 덤으로 받는 계집뿐이잖소?"

"그렇다면 아까 중도금 15억짜리 수표 있잖소?"

"그런데요?"

그때 강이사가 갑자기 돈 얘기를 하자 미후라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나 이때 강이사의 눈이 찰라 번뜩였다.

"그렇다면 정다은을 불러 그 수표를 봉투째 정조대팬티 속에 보관했으면 합니다."

"그,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무슨 이유가 따로?"

"하하!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니까. 여흥이죠. 그리고 나중에 자물쇠키로 정조대를 탈의 할 때 그것을 찾아 정식으로 저희한테 지불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난데없는 제안이었지만 결국 중도금을 지불하기 전까지는 상품성이 높은 정숙에게는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였다.

"좋소."

강우재가 생각하는 의도를 알면서도 굳이 내색하지 않고 미후라는 흔쾌하게 대답했다.

한편 별실에서 불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며 창밖으로 검푸르게 보이는 밤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정숙이 호출을 받고 특실에 들어섰다.

"정다은, 이 분들이 네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불렀다."

호명을 받고 특실에 들어서자 강우재가 정숙을 향해 말했다. 정숙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호오! 대단한 미녀구만?"

일본어로 감탄사를 뱉는 요시다의 말을 받아 천만복이 다른 소리를 했다.

"치마 벗으란다!"

"예?"

특실은 실내의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엄연히 공개적으로 식사하는 장소였다. 종업원이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식당에서, 더구나 외부인이 있는 곳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천부장의 지시에 정숙이 머뭇거렸다.

"이분들이 네년의 치마 속의 복장이 궁금하다잖아?"

"아!"

지금 구속구에 완벽하게 채워진 상태였다.

물론 흥미롭게 주시하는 미후라의 작품이라는 것은 아는 상황이었지만, 치욕에 정숙의 얼굴은 가슴까지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절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정숙은 입술을 깨물며 치마의 후크를 벗겨 스커트를 벗었다.

"미후라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라!"

이어지는 천부장의 지시였다. 

"하하! 늘씬하구만!"

자신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정숙의 하체를 들여다보는 요시다의 칭찬이 이어졌다.

정조대에 구속된 상태를 의도적으로 가리려는 시도로 볼륨감이 넘치는 히프와 사타구니 부분은 숏거들을 착용했다. 그러나 관능미를 안기는 가터에 팽팽하게 매인 커피색 밴드 롱스타킹에 감싸인 군더더기 없는 늘씬하게 뻗어내린 각선미는 일품이었다.

"내가 채워준 정조팬티는 잘 착용하고 있는 거지?"

"……!"

미후라의 질문에 정숙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팬티 속에 이걸 잠시 보관해야겠다."

미후라는 양복 안 주머니에서 꺼낸 하얀 봉투를 정숙의 허리에 걸린 가터벨트와 숏거들을 잡아 젖히고 정조대 허리벨트와 살갗 사이 간신히 벌어지는 틈으로 밀어 넣었다.

"아~"

낯선 촉감의 봉투는, 레벨4로 불리는 기물이 세로의 균열에 삽입당한 부위에 걸려 고정되었다.

"이제 다시 치마 입어!"

정숙이 바닥에 떨어진 스커트를 착용하였다.

"치마 입었으면 별실에서 대기해!"

"자, 이제 요구하시는대로 했으므니다. 그렇다면 아까 제가 얘기했던 것 해도 되겠스므니까?"

"하하! 그럼 우린 갔다 올테니 그동안 여흥을 즐기세요."

일단 목적을 달성한 강우재는 미후라의 요구에 선선히 승낙했다.

"아영아? 저치들 뭐지?"

"언니, 한 명은 특별고객 미후라고, 한명은 윗사람인 것 같지 않아요?"

"그 사람들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언니 혹시!"

"그, 그래."
서영은과 은아영이 나누는 대화에 유정숙은 소름이 돋았다.

"이제 내가 영락없는 창녀가 된 것이 아닐까?"

결국 정숙은 일본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동해안까지 출장 나왔다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속실의 도어가 열리며 강우재의 얼굴이 보였다.

"서팀장!"
"예, 이사님."

"천부장하고 난 잠시 어디좀 갔다 올테니까 여기 특별고객분들 잘 모시고 있어."

"예?"
"놀라긴!  기본 업무는 봐야지. 안 그러냐?"


한편 특실을 나선 명기남은 영화정을 나서 공터에 주차된 덤프트럭에 조심스레 올랐다.

무료한 시간이 지나간 후 이윽고 천부장과 함께 강이사가 렉서스에 오르는 모습을 눈을 쫓는 기남의 얼굴은 전의에 불타올랐다. 그러나 이때 영화정의 주차장에 진입하는 검은 승용차들이 있었지만, 명기남이나 강우재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다.

"씨팔놈들, 밝히긴, ……천부장, 몇시 차라고 했지?"

"아홉시경에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천천히 가죠.……뭐……."

렉세스 운전석에 앉아 천만복이 차를 출발시키며 마지못해 강이사에게 대답했다.

"아깐 내 흥분해서 미안하네."
"뭐, 제가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죠."

"……동해바다, 시원해서 보기 좋구먼. 하하!"

이윽고 7번 국도에 접어 들었다.

그때 뒷좌석을 넓게 차지한 강우재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입을 열었다. 강우재의 말에 천만복이 오른쪽 바닷가를 보았으나 어둠 속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강우재가 그냥 한 번 해본소리에 불과했다.

"저 새낀 운전을 저따구로 밖에 못하나?"

"뭐야? 천부장!"

"바로 뒤 따라오는 덤프말예요."

느닷없는 천부장의 가시돋힌 말에 강우재가 자신을 향한 불만을 담은 것이 아닌가 싶어 찔금했으나 그래도 몸을 돌려 뒷차창에 얼굴을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처, 천부장, 피해!"

콰~앙!

"헉! 미. 미친!"

"어어어!"

쾅!

"아악!"

"악!"

콰콰쾅~

풍덩!

고개를 넘어 언덕으로 내려서는 순간 덤프트럭은 가속을 죽이지 않고 맹렬하게 렉서스를 향해 돌진했다. 물소처럼 거침없이 돌격한 덤프는 렉서스의 후미 드렁크를 부수며 밀어 부쳤다.

탱크처럼 저돌적인 덤프의 공격에 최고급 차량을 자랑하는 렉서스의 트렁크는 종이처럼 납작하게 구겨지며 갓길의 가드레일을 타고 넘어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다.

뽀그르르!

"인과응보다."

마침 가로등으로 밝은 장소였다. 바다에 떨어진 렉서스가 가라앉으며 물속에 자취를 감추는 것을 지켜보는 명기남의 얼굴은 착잡했다.

어푸!~어푸!

"사, 살려줘!"

"헉!"

뜻밖에도 천만복이 물속에서 솟구쳐 허우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순간 입술을 질끈 깨문 명기남은 다이빙하듯 바다물로 뛰어 들었다.

첨벙~

한편 강릉터미널, 버스에서 내린 표차장은 두리번거리며 밖을 나서며 천만복의 모습을 눈으로 찾았다.

"씨팔, 시간 맞춰 온다고 해놓고 ……."

"표차장, 키는 가져왔소?"

"어! 이, 이사장? 다, 당신이 왜 여기에?"

표차장은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혁진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흥! 표차장, 당신은 2년 전에 목포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를 쳤지않소?"

"무, 무슨 소리야. 그건 정숙이년이란말야!"

"흥!  당신이 이미 사망시킨 사고자를 방치한 채 뺑소니를 한 상태에서, 네 시간이 경과 한다음 당신들이 유도하는대로 운전하던 유정숙씨는 시체를 다시 훼손하고 말았지."

"뭐, 뭐야?"

그랬다.

때마침 광주에 업무가 있었던 유정숙과 은아영은 광주에서 업무를 별도로 처리한다음 버스편으로 목포의 상가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에서부터 표차장이 강이사와 천만복 그리고, 서영은을 태워 운전하여 목포에 내려가던중 중 안개비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불의의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최초로 뺑소니를 한 승용차에 의해 치명적인 상태의 피해자였지만 표차장에 의해 그 자리에서 절명하게했던 것이다.

이윽고 표차장을 완벽하게 제압한 혁진은 마음이 급해졌다.

"저건 또 뭐야?"

다시 또 삼척을 향해 차를 운전하는 혁진이 맞은 편 차선에서 사고수습을 하는 경찰차와 견인차의 경광등 불빛이 요란하게 보이는 지점에서 도로가 정체되었던 것이다.

따르르릉!

때맞춰 핸드폰까지 울렸다. 전화는 외사과의 특수대 친구 김문수의 전화였다.

-혁진아, 더는 기다리기 곤란하다. 놈들이 마약을 하는 것을 포착했거든, 더구나 지금 유정숙씨를 제외하고 두 아가씨를 묶고 채찍질에 이어, 저러다 정말 앞 뒤로 거덜나게 생겼다.-

"뭐라고?"

-지금 막 팀장님의 지시가 덜어졌다. 현 시간부로 5분만 기다렸다 작전을 개시하겠다는 말이야.-

그때 사고지점을 지나친 혁진의 차는 쏜살같이 앞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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