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봉화댁의 작은 병정(상)
봉화댁의 작은 병정(상)
- 청산리
<아랫도리가 허전해>
하얀 모시적삼 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지났다. 쓰르르르 울
어대는 매미의 울음도 오늘따라 반갑게 들렸고, 대문으로
나서는 봉화댁의 엉덩이도 한결 가벼웠다.
난데없이 소포라는 고함소리를 듣고나온, 곱상한 얼굴의
봉화댁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우스운지, 마음씨 좋아
보이는 우편배달부가 포장지를 건네주었다.
“아지매 앞으로 온 소포입니더.”
주소를 보니 틀림없는 자기 집 주소였고, ‘영식모’하고 쓰
인 것으로 봐서 자기 앞으로 보낸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만
보낸 사람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누가 보냈는지 궁금해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눌렀다. 안
방으로 들어 온 봉화댁이 소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피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 졌다.
조심조심 포장을 헤치고, 상자를 연 봉화댁은 눈이 휘둥그
레졌다. 남자의 물건이 댕그라니 놓여 있었고, 놀란 봉화댁
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옴마, 망칙하데이.’
참 얄궂은 물건이었다. 가슴은 벌렁벌렁, 얼굴은 화끈화끈,
손도 덜덜 떨렸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고, 남정네의 물
건을 곁눈질하면서 후다닥 포장지를 덮어버렸다.
누가 볼까봐 얼른 장롱 속으로 던져버리고 벌렁거리는 가
슴을 쓸어냈지만, 하루 종일 그 물건에 신경이 쓰였다. 좀
처럼 그 생각을 떨어낼 수 없었고 눈에 삼삼하기만 했다.
‘남정네의 그것과 똑 같이 생겼데이?’
잠자리에 누워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물건을 누가
보냈는지 영 집히지 않았고, 몸을 뒤척이며 오래도록 궁리
를 했지만 짐작이 가는 데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봉화댁은 긴장하면
서 몸을 후다닥 일으켰다.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몸을 징
그럽게 훑어보던 눈길이 생각났던 것이었다.
‘그 놈이 틀림없데이.’
그런 생각이 들자, 조신하게 몸가짐을 하지 못했던 자신을
나무랬다. 중학생인 아들 녀석 때문에, 사정사정하며 반장
댁 작은 아들에게 부탁했던 일이 있었다.
마침 방학 중이었던 반장댁 작은 아들이 처음에는 거절했
지만, 봉화댁이 직접 찾아가 부탁을 하자 이리저리 봉화댁
을 훑어보더니 선선히 승낙을 해주었다.
어쩐지 끈적끈적한 눈길에 마음이 걸렸지만, 영식이의 공
부 때문이라면 그깟 것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루하루
가 지나면서, 역시 대학생이라 다른 것 같았다.
우리 동네의 유일한 대학생이기도 했지만, 영식이 공부시
키는 것은 꽤 잘 하는 것 같았다. 선생도 열심이었지만, 무
엇보다 영식이가 열심이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수박이
랑 참외를 깎아서 무시로 들락거렸고, 처음과는 달리 점점
그 대학생이 괜찮게 생각되었다.
영식이 말고는 남편과 사별한 뒤로는 남정네라고는 그림자
도 없었던 때문이었는지, 비록 어리기는 했지만 남정네의
기척이 집안에 들리자 봉화댁은 마음이 든든했다.
그런데 꺼림칙한 일이 하나 있었다. 끈적거리는 그의 시
선, 알게 모르게 치근거리는 수작이 그것이었다. 봉화댁의
엉덩이에 눈이 늘 붙어 다니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아직 새파란 놈이 치근거리는 것에 화도 났지만, 봉화댁은
영식이의 공부 때문에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
록 대담해 지더니, 이제는 수작까지 하는 것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자, 몸이 나른해지더니 슬슬 졸음이 쏟아지
기 시작했다. 슬그머니 안방에 몸을 눕힌 봉화댁은 그 길로
눈꺼풀이 덥히며 낮잠에 달게 빠져들었다.
‘아이, 간지럽구마.’
기분 좋은 간질임이 아랫도리에서 솔솔 피어올랐다. 무성
한 덤불 속으로 한줄기 바람이 스치는 것 같더니, 이상야릇
한 쾌감이 슬슬 번지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펴지며 발가락도 꼬물거렸고, 젖꼭지가 단단하게
긴장하면서 괜스레 몸이 비틀렸다. 무언가가 닿을 듯 말
듯, 애를 태우며 간질이고 있었다.
발간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고 허벅지를 스믈스믈 기어
다니는 느낌에 몸을 움츠렸다. 말랑말랑한 곳을 살살 어르
는 것 같은 감촉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며 피어오르는 야릇한 느낌이 온 몸
을 감는 것을 느끼며, 봉화댁은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살
살 움직이던 것이 구멍을 파고들었다.
‘옴마?’
후다닥 몸을 세운 봉화댁이, 막 동굴을 비집고 들어온 손
을 잡았다. 얼굴이 벌게진 반장댁 작은 아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씨근덕거리고 있었다.
“짝!”
봉화댁의 손이 빠르게 날았다. 손바닥이 화끈거리며 봉화
댁도 씨근댔다. 가슴이 울렁거리며, 또 다시 손을 들다가
그 손가락이 동굴 속에 그대로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손 빼!”
“몬 뺍니더.”
“와 몬 빼노!”
“안 뺄랍니더.”
엉겁결에 홱 밀쳐낸 봉화댁이 엉덩이를 쑥 빼고 뒤로 물러
섰다. 숨을 씨근씨근 몰아쉬던 녀석이 멍한 표정으로 당황
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었다.
“나가라.”
“아지매.”
“나가라 안 카나?”
“아, 아지매.”
독기를 품은 봉화댁의 서슬 퍼런 표정에 기가 질렸는지,
반장댁 작은 아들이 슬금슬금 물러섰다. 생각 같아서는, 한
주먹을 갈기려던 봉화댁이 멈칫거렸다.
실실 웃으며 물러서는 녀석의 표정이 이상했다. 아랫도리
가 허전한 것을 봉화댁이 느낀 것은 그때였다. 얼른 아래를
내려다보던 봉화댁은 주저앉아버렸다.
“옴마야!”
털썩 주저앉은 봉화댁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서운 눈초리로 녀석을 꼬나보며, 손에 집히는 대로 무언
가를 집어 들고 던질 태세였다.
“아지매, 죄송합니더. 용서 하이소.”
녀석이 뒷걸음질치며 방문을 나서다 말고 고개를 꾸벅하더
니 걸걸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돌아서던 녀석이, 손가
락을 입에 넣고 쪽 빨며 음흉하게 웃는 것이었다.
녀석이 사라져버리자, 봉화댁은 방바닥에 주저앉은 채 엉
엉 울었다. 여자 혼자 산다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까지 희롱하는 것이 너무 슬프기만 했다.
밤새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간신히 아들놈 밥상을 차려
주고 그대로 방에 누워 있었다. 건넌방에서 인기척이 나더
니, 뻔뻔한 놈이 아들과 공부하는 모양이었다.
당장 달려가서 놈을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영식이를 생각하
면 말릴 엄두도 나지 않았고, 또 공부를 시키는 데야 한편
으로는 고마운 생각도 들었다.
잠간 낮잠에 빠졌던 사이였지만, 그 녀석의 손이 닿았던
곳이 아까부터 이상했다. 남정네의 손이라 그랬던지 봉화댁
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거기가 자꾸 후끈거렸다.
‘그나저나, 큰 일이데이.’
그 녀석을 볼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능글맞고 음흉
한 녀석의 얼굴을 대할 일이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허구 헌
날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럭저럭 또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마음이 놓였다. 그 녀
석을 얼굴을 안 보려고, 과일을 들이면서도 문턱에 밀어놓
았고 일부러 그 녀석을 외면했다.
그러던 차에, 생각지도 안았던 소포를 받게 되었다. 두근
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편 소포상자에는, 보기만 해도 남세
스러운 남정네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그놈이 틀림없데이. 인자 별 수작을 다하는구마.’
그렇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요상하게 생긴 물건
에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굵은 마디와 기다란 기둥이 머릿
속에 박혀서 영 지워지지 않았다.
‘우짜노, 남세스럽게.’
뒤척뒤척 하던 봉화댁이 가랑이 속으로 손을 넣은 채, 아
까부터 후끈거리는 그곳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봉화댁이 장롱 속에서 상자를 꺼내들었다.
상자를 열다말고, 봉화댁은 얼른 뚜껑을 닫아버렸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조금씩 열
었다. 큼지막한 남성이 보란 듯 놓여 있었다.
그 물건의 생김생김이 어쩌면 남정네의 그것과 같은지 봉
화댁은 숨이 멎은 것 같았다. 그것만 봐도 얼굴이 새빨개졌
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었다.
“데게 크데이.”
굵은 기둥에 질리기도 했지만, 이왕에 보기 시작한 것이니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저렇게 큰 것이 속으로 들어간다
면, 여자는 아마 죽어버릴 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만히 쥐자, 찬 기운이 손바닥을 스
치면서 굵은 기둥이 손에 가득 잡혔다. 그 기둥은 오돌토돌
했고 그것을 만지는 손이 찌리리 했다.
“옴마나?”
찬찬히 살펴보니 굵은 기둥 마디에 힘줄까지 또렷하게 보
이는 것이었다. 투명한 기둥에 박힌 힘줄이 톡톡 튀어나오
는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며 손을 놓았다.
“내가 잘못했구마. 미안합니더.”
상자 속으로 툭 떨어진 그 물건을 보며 봉화댁은 미안해서
혼자 말을 내뱉었다. 남자의 그 물건이 여자들에게는 얼마
나 귀중한 보물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지송합니더. 아프지는 않았능교?”
어느새, 봉화댁은 그 물건에 쑥 빠져들고 말았다. 하기야
남정네 물건이라고는, 남편 것 밖에는 구경 못하고 살았던
봉화댁이어서 눈이 휘둥그레 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 것하고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굵은 기둥뿌리였
고, 남정네 물건을 구경한 지도 10도 넘었다. 살며시 움켜
쥐는 것만으로도 봉화댁은 가랑이 속이 후끈 달았다.
종이자락이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얼른 주워보니, 아마 그
물건에 대한 설명서 인 모양이었다. 빨간 색으로 굵게 써진
글씨가 봉화댁의 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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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여성분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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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마? 꼭 나한테 하는 말같데이........”
<싱편 끝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