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MC] 은막의 마왕(3-3)
샤사와는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크리스의 경우에는 그녀가 평소 가고 싶어하던 비싼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샤사는 그런 취향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별 고민 없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한다, 라는 극히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계획을 선택했다. 그래도 샤사는 충분히 만족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저니맨씨.”
샤사가 나를 부르며 걸어온다.
몇본을 봐도 황홀해지는 몸매였다. 아델이나 크리스가 아직 싱싱함이 남은 풋사과라면, 샤사는 가만히 있어도 단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잘 익은 복숭아였다. 그녀의 금발과 잘 어울리는 새카만 드레스 밑으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몸매는 순식간에 근처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몸매 뿐만이 아니다. 요염한 미소를 띄었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고 기품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못박힌 사내들의 시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간 남자들은 반드시 뒤를 돌아보았다.
이건 무슨 향수일까. 문외한인 나로는 그저 사향같은 동물성 향이 듬뿍 쓰인 육감적인 향기라고 느끼는 향기를 뿌리며 그녀는 내게 왔다. 아니, 향수가 아니라 그녀의 체취인걸까.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의 분비물. 뭐. 그녀에게 그런 기관이 있다면, 분명 기능하고 있겠지.
샤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지극히 뻔히 들여다 보였다.
고교 동창일 뿐인 친구에게 20만 달러라는 거금을 획 던지고, 본인은 별 다섯 개의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장기 투숙중인 대부호. 그리고 기적적으로 결혼은커녕 애인조차 없다.
그런 부자와 연인, 궁극적으로는 결혼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평생 풍족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아니. 그저 물질적 풍요 뿐만이 아니라. 샤사에게 없지는 않은 배우로서의 성공욕 또한 훨씬 쉽게 충족시켜줄 수 있다. 내 부가 뒷받침 되어 준다면 그녀는 굳이 라이언 프로덕션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길은 많았으니까. 게다가 샤오렌마저 놀래킨 내 대본 실력(가짜지만). 자신을 위한 극본을 써 줄지도 모른다.
이런 신데렐라 드림이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를 라이언 프로덕션에 계속 잡아 둘 필요는 있다.
샤사의 옷차림은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30대의, 성적 욕구가 가장 왕성한 나이의 성인 여성의 매력을 숨기지 않으면서 절묘하게 나를 애태우는 거리를 취하는 솜씨에 무심코 감탄하게 된다.
최근 몇일 동안, 크리스와 아델이라는 극상의 미녀들의 보지를, 항문을, 가슴과 입을 마음껏 사용하며 성욕을 풀어놓았는데도. 그녀의 짧은 곁눈질이나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는 하얀 손가락. 몸을 돌릴 때마다 출렁이는 육중한 볼륨감의 가슴을 보면서 다시금 내 성기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오호호호. 정말이지. 재밌는 이야기를 아시네요.”
“아하하, 뭘요.”
뭐, 미래 개그에 더해서 앞으로 일어날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 이란 겁니다. 현대인에게는 조금 코드가 안 맞을까 싶었지만, 꽤나 잘 통한다는 건 이미 아델과 크리스를 웃다가 복통을 일으킬 정도까지 몰아넣어 실험했다. 이중 몇 개는 기억해두면 나중에 내 정체를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전에 이 여자랑은 결판이 날 테니까.
“그런데… 저니맨씨. 저 궁금한게 하나 있어요.”
“예, 무엇이죠?”
“저니맨씨는… 일은 언제 하시나 해서요.”
내가 주문해둔- 물론 샤사의 취향에 맞추어 무식한 가격의 샴페인과 와인을 상당히 마신 그녀의 발음은 조금 혀가 꼬이고 있었다.
나를 유혹한다는 목적을 망칠수야 없기에 정신은 유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자제심이나 조심성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그녀는 직구로 물어봤다.
“아하하. 안합니다.”
“예…?”
“실은 복권에 당첨되서요.”
거짓말은 아니다.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나는 딸랑 배낭 하나 멘, 맨몸에 가깝게 왔으니까. 아무리 미래에서 왔다지만 미래의 나는 금괴나 보석을 짊어지고 올 정도로 부자가 아니다.
대신 가져온게 우선 복권 당첨 번호들. 마침 내가 온지 몇 일 후, 시카고에서 450만 달러의 당첨금이 나오는 복권에서 나는 이겼다. 그게 내가 첫 씨앗 자금을 마련한 수단이었다.
그걸로 가볍게 주식과 투기, 복권 뽑기 놀이를 해서, 현재는 순조롭게 곱절 이상의 자금을 만들고 있었지만.
그걸 알리 없는 샤사는 술이 확 깬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내가 복권 당첨금을 신나게 탕진하고 있는 낭비광이라면 내 가치는 격하되니까. 굳이 나를 유혹할 필요도 없다.
아무래도 좋지만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나고서도 여배우냐. 술에 취했다지만 너무하잖아. 딸은 전설의 대배우가 되는데, 아무래도 그건 샤사의 재능을 물려받은건 아닌게 맞나 보다. 샤사가 단 한번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그것도 연기라기보다는 그녀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샤오렌의 맞춰 쓴 대본의 위력이겠지.
“가뜩이나 돈이 많아서 노는 판에, 심심풀이로 산 복권까지 당첨되 버리니 돈은 친구를 부른다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그때 마침 아델과 크리스를 만나서, 이게 운명이구나 하고 느꼈죠. 라이언 프로덕션에 맡긴 20만 달러는 그런 사연이 있습니다.”
농담으로 돌리며 수습하자 그때 좋은 타이밍으로 전화가 왔다. 나는 짐짓 번호를 확인하고는 샤사에게 양해를 구한다.
“여보세요.”
< 주인님, 쓸쓸해요~. >
“그런데?”
< 전화해서 아무 말이나 하라고 하셨지만. 뭐라고 하지. 아, 샤사씨는 언제 이리로 오나요? >
“글세 아직은 시기상조 같은데. 뭐 곧 떨어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
< 예. 조금 더 전화해야 하나요? 제가 일을 그르치는건 아니죠…? >
아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피식 웃었다.
“설령 잃어 버린다 해도 괜찮으니까. 알아서 해. 그럼 이만. 실례했습니다, 샤사씨. 급한 전화여서요. 일은 안한다고 했지만- 가끔 이렇게 제 허락을 구하는 일들은 있어서. 이런 전화도 일이라면 일이죠. 하루에 30분 남짓 통화하는걸 일이라 하면 화낼 사람이 많겠지만.”
“예. 그랬군요. 호호호.”
순식간에 믿는다.
이런 3류 사기꾼이나 쓸법한 트릭이지만,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양장을 입은 사람이 말하면 통하게 되는 사기지.
자, 그럼 때가 된 듯 하군.
나는 마침 소란스러워진 테이블쪽으로 눈살을 찌푸려 보였다.
“소란스럽군요.”
“그러네요.”
“조금 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이래서야 방 쪽이-. 아, 제가 이곳에 방을 잡고 묵고 있거든요. 그 쪽이 낫지 않을까요.”
노골적인 유혹. 하지만 샤사는 시치미를 떼고 새침하게 그럴까요, 라고 일어났다. 이미 식사 중 줄기차게 그녀의 미모를 찬양하며, 그녀의 연인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운을 잔뜩 떼 놓은 후다.
스위트 룸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타자 그녀가 몸을 기대온다.
뭉클.
감동했다.
풍만한 가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옷 너머로 보이는 윤곽선은 오히려 작아 보이는 것이었다. 내 팔 전체를 감싸오는 듯한 뭉클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이런 가슴을 빨고 자라다니. 아나스타샤는 어릴때부터 복을 받고 자란 아이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후에는 이 가슴의 주인이 될 것이란 생각에 뜨거워지는 고간을 애써 감춘다.
땡.
문이 열리면 곧장 내 방이었다. 이 층 전체를 빌렸으니까. 나는 엘리베이터 직통키를 빼면서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그녀는 자신의 취향 그대로인 화려한 스위트룸을 보면서 황홀하게 걸음을 옮겼고.
“샤사.”
내 부름에 고개를 돌리고, 내가 뿜어낸 수면 가스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으음…….”
샤사에게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몇 번 그 신음 소리에 속은지라 별 기대를 안했더니, 이번에는 신음소리를 계속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침내 깨어나는 건가. 예상보다도 늦었다.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도 파악이 안 된 건지. 그녀는 불편한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려 들었다. 덕분에 몸이 크게 율동친다.
“어……. 음? 어머……. 꺄악?!”
뭔지 모르겠다며 앙탈하려던 샤사는 거칠게 흔들리는 몸에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이거, 뭐야?! 이게……. 아……. 아……?”
허공에 떠 있는 자신의 몸에 샤사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 그녀의 몸은 내가 거액의 수리비를 각오하고 호텔에 멋대로 만들어낸 시설에 매달려 있었다. 바닥에 배를 향한 채로, 양 팔은 등 뒤로 묶여 있었고. 가슴만을 드러낸 가죽 재질의 본디시 슈트 상의가 천장에 몇 개나 괴는 고리에 걸린 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본디지 슈트에 뚫린 가슴 구멍은 샤사의 풍만한 가슴을 간신히 통과시켰고, 두 개의 로켓 같은 가슴은 땅으로 쳐져 젖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랫도리 쪽은 한층 더 비참했다. 숨길 수도 없게 활짝 벌려진 가랑이 사이에는 어떠한 속옷 조각도 없었다. 벌려진 다리는 절대로 오므릴 수 없도록 벌려진 채로 천장의 고리와 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인간 샹들리에 같은 위치.
하지만 그런 자신의 처지를 보고도 무심코 비명을 질러대지 않은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흑, 하아앙. 크, 크리스. 샤사씨, 일어 났, 나봐.”
“후우, 후. 몰라. 아델, 그것보다 좀더 꽉 조여봐. 내 쪽으로 자꾸 딸려 오려 하잖아.”
“큭, 우으. 그, 그건 크리스의 보지가, 쓸데없이 조임이 좋아서야. 정말이지, 앗, 이렇게 조여대다니.”
“아… 아델? 크리스…?! 지금 뭐하는 거야!!”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 본다면 알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도 그럴게 보통 사람은 평생 볼 일이 없을 테니까. 두 명의 미녀가 엎드린채로 서로 엉덩이를 마주하고 허리를 움직여대고 있는 모습 따위. 천장에 메달린 샤사의 눈 바로 앞에서는 4개의 하얀 달같은, 두 명의 엉덩이가 찰싹 찰싹 소리를 내며 부딫히고 있었다.
그냥 엉덩이만 부딫히고 있는건 물론 아니었다.
서로 키스하듯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두명의 항문 아래쪽 구멍에는, 길다란 뱀 같은 무엇인가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건 두명의 애액을 동시에 맛보고 있는 쌍두 바이브레이터였다.
두 명의 보지 사이에 걸린, 세상에서 제일 음란한 다리였다.
“다, 당신들… 레즈비언이었……. 저, 저니맨! 저니맨, 당신 짓이지?!”
“이제야 나를 기억해 냈나.”
내가 쿡쿡 웃자 샤사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등 뒤쪽에 있는 나를 볼 수는 없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당장 나를 풀어!”
“이봐…. 그런 말에 순순히 풀어줄 거면 애초에 이렇게 정성스럽게 묶어 놓았을리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샤사의 다리로 손을 가져갔다.
각선미는 아델보다도 못한 듯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 다리만 가지고도 수십번은 사정 할 수 있을 극상품이었다. 지금 그 다리는 거의 엉덩이까지 닿는 검은 가죽 부츠에 구속되어 있었다. 조명에 번들거리는 검은 광택이 다리의 곡선과 어우러져 음란하다.
“이런 옷까지 입히고--. 이, 벼, 변태! 아델, 크리스, 네 년들도 뭐하는거야! 미쳤어?! 돈- 돈이구나. 이 창녀들!”
“방금 전까지 창녀 지망생이었던 여자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구먼.”
“내려놔! 놔! 누구 없어요?! 사람살려, 도와줘---!!”
샤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스위트 룸의 방음이 그 정도로 깨질 리가 없다. 지금까지 아델과 크리스가 절정에 떨면서 몇 번이고 비명을 질러댔어도 클레임이 들어온 적도 한번 없으니까.
샤사의 비명에 더해 두명의 비명이 더해졌다. 두 여자가 절정에 오른 것이다.
“후우…….”
“좋았어, 아델.”
“으응, 나야 말로.”
언제봐도 사이가 좋은 두 암캐는 서로에게 감사의 키스를 하고는, 일어날 기운도 없는지 샤사의 얼굴 바로 밑에 벌렁 드러 주웠다.
샤사는 눈을 질끈 감고 그녀들의 모습을 외면했다. 지금 자신의 모습도 뒤떨어지지 않게 퇴폐적이었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갓 절정에 올라 달아오른 두명의 여자, 그것도 비단 스타킹과 코르셋 같은 가슴과 성기는 전혀 가리지 않는 속옷만 입은 창녀 같은 복장의 여자가 있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뭐, 크리스와 아델쪽은 킥킥대면서 샤사가 보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려 보이거나 가슴을 주물러 보이거나 해대고 있다. 이쪽은 수치심이란게 증발한지 오래니까.
“주인님. 샤사씨는 언제 안으실 건가요?”
“왜. 그 전에 안아 줬으면 좋겠냐.”
“아뇨. 그것보다도-. 저 도도하게 새침 떨고 있는 얼굴이, 쾌락에 일그러져서 헐떡이는걸 빨리 보고 싶어서요….”
아델은 실로 재미나게 타락해 버렸다. 타락의 전도사라 할까. 아니면 내 전위대라고 할까. 그 내게 모든걸 다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애석하게도. 이 여자는 너희들 같이는 만들 생각이 없는데.”
“예?”
“아델. 애완동물 하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 해본적 없어?”
크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델은 순식간에 내 말을 이해하고는 활짝 웃었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 몸을 비틀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주인님. 꼭 가지고 싶어요!”
“그래. 그럼 한 마리 장만해 볼까.”
“미쳤어……. 니들 다 미쳤어!!”
“소리 지르면 곤란한데. 목이 맛이 가면 촬영에 지장 있잖아.”
그러자 크리스가 즉각 재갈을 가져왔다. 구멍이 숭숭 뚫려 닫지 못하는 입 사이로 침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SM용의 재갈이었다. 재갈이 채워지자 샤사는 의미모를 말을 외쳐댔지만, 무슨 소린지 도저히 못알아 듣겠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까 하는데 말야.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는 말이 안통하니 불편하군.”
“왈호마ㅣ붑디!! 루뱌!! ㅗ갸3ㅈ!!”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래, 이렇게 하자.”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짐짓 엄숙하게 말했다.
“만약 샤사가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나와 내 암캐들의 애완동물로 살기를 영원히 맹세한다면. 멍멍, 하고 개짖는 소리를 내 봐. 그 정도는 재갈 너머로도 할 수 있겠지?”
“쟈ㅓㅗ댜!! 저ㅑ쟈!!”
샤사는 신경질적으로 몇마디를 외치고 침묵했다.
하지만 몸은 정직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두려워 하면서, 몸이 덜덜 떨고 있는 것이 그녀를 붙잡고 있는 손 너머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