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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MC] 은막의 마왕 (3-1)

따가운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늦잠이다.


몸이 조금 무겁다. 스위트룸의 킹 사이즈 베드 위에는 최고급 시트보다도 나긋한 이불, 두 명의 여인이 나를 양옆에서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깨끗한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두 명의 미녀의 나신은 현실이라기 보다는 옛날 그리스 신화를 그린 그림같았다.


하지만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두 여인의 입가에는 하얀 자국이 말라 붙어 있다. 간밤에 서로의 보지를 핥아 대며 묻은 애액과 정액이 말라 붙은 흔적이었다. 그 음란하기 짝이 없는 흔적에 비하면 온몸에 남아 있는 손톱 자국이나 키스 마크 정도는 애교였다.


아델의 눈부신 허벅지와 크리스의 탄력있는 허벅지가 엉켜 있는 곳에서 탈출해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간밤의 피로를 씻어내며, 어젯밤의 암컷들의 추태를 떠올리며 사랑스러움에 미소짓는다.


목욕 가운에는 손도 대지 않은 체, 알몸으로 나오자 크리스가 일어나 있었다.


 



“-- 일어나셨습니까, 주인님.”


 



누가 시킨적도 없건만 어젯밤부터 그녀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아델의 호칭을 듣고는 그것이야 말로 자신과 나의 관계를 정의하기에 알맞은 단어라고 생각한 걸까.


 



“아델은?”


 



“여기있어요, 주인님.”


 



어느새 일어나 아침 커피를 끓여 손에 들고오고 있었다.


 



“들어보세요, 주인님. 아침에 감촉이 이상해서 일어나니까, 크리스 저것이 글쎄 제 보지에서 정액을 빨아 내고 있지 뭐에요?”


 



“하지만 아델은 임신하면 여우 일을 하는데 곤란하잖아.”


 



“이게 말이나 못해야지!”


 



“아델을 미워하는거 아냐? 어제까지 크리스는 당당한 의상과 메이크 업 프로였지만, 아델의 함정에 빠트려 창녀로 전락해 버린 거잖아.”


 



내가 짖궂게 말하자 크리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주인님, 틀려요. 그럴리 없잖아요!”


 



“아닌가?”


 



“당연하지요! 물론…. 저는 일을 좋아했어요. 아니, 지금도 좋아합니다.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해 더욱 그 사람을 부각시키는 일은 마술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라 말해서.”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두 눈에 뜨거운 숭배와 사랑을 담아, 그녀는 내 발에 입맞춤했다. 눈부시게 휘어진 여성의 나신. 내 발에 얼굴을 부비며 그녀는 복종을 맹세했다.


 



“--주인님의 정액을 단 한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영원히 직업을 포기하겠어요. 아니, 인간이라도 포기 하겠어요. 맨허튼 거리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자위쇼라도 하겠어요. 주인님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제가 태어난 이유에요.


절 이렇게 만든 아델을 미워하다니요. 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델에게 깊은 감사와 우정을 느끼고 있다고요!”



“크리스…….”


 



“아델……. 늦었지만 말할게. 정말로 고마워. 감사하고 있어…. 날 네 동료로 만들어 줘서…. 나, 정말로….”


 



“으응, 말 안해도 알아. 어젯밤 내내 나를 부드럽게 애무해 줬잖아. 그런 사랑으로 가득한 손길을 받으면서 네 기분을 모를리 있니….”


 



“아델…….”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두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술을 겹쳐갔다. 서로의 입술을 부드럽게 자신의 입술로 깨무는 달콤하기 짝이 없는 농밀한 키스. 불과 몇 일 전이었다면 그런 동성애적인 행동을 할 여자들이 아니었지만 지금 그녀들에게 있어 성의 금기는 모조리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젯밤만 해도 이미 둘은 서로의 성기 모양을 눈감고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동안 상대방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박고, 대음순과 소음순. 그리고 입구 주변의 질 주름을 혀로 샅샅이 핥았다. 서로의 보지 맛을 알고 있는 둘 사이에 키스 정도는 이미 금기가 아니었다.


나라는 절대적인 주인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목적 앞에서는 어떤 타부도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으니까.


둘의 사이좋은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흐뭇해 졌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상대방의 유방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두 여자를 향해 말했다.


 



“거기까지. 오늘은 우리 모두가 바쁜 날이다. 알고 있겠지?”


 



“---예.”


 



“오늘 만남은 무척 중요하다. 실수는 곤란해. 뭐, 사실 아무리 큰 실수를 해도 힘으로 뭉게 버리면 끝이겠지만--.


그래서야 내가 꿈꿔온 계획가 거리가 멀지. 난 매 순간을 즐기고 싶단 말이다. 한 명씩을 음미하며 이 손에 넣고 싶어. 크리스를 내 물건으로 만든 것처럼.”


 



“물론이에요.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아아……. 그 여자들도 동료가 되는 건가요.”


 



배덕적인 느낌에 요사하고 음란한 웃음을 짓는 두 사람. 완전히 내 충복이 된 그 표정에 만족하며 나는 마지막 지시들을 내렸다.


 




 



저녁 나절.


시 외곽의 허름한 창고. 도저히 화려한 영화 산업과는 인연이 없을 듯한 이 렌탈 창고가 현재 아델과 그 동료들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곳이었다.


아직 이름조차 변변치 못해, 그저 패거리 중 감독의 이름을 따 라이언 프로덕션이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은 본래 역사의 흐름대로라면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그건 아직 인연이 없는 시간의 이야기고. 현재로서는 쓰러지려 해도 쓰러질 곳조차 변변치 않은 작디 작은 인디 영화 제작사일 뿐이었다.


그 라이언 프로덕션의 감독, 라이언이 오늘 밤 모임을 열었다. 용건은 간단하고도 심각했다. 끝장이란 것이다. 또 스폰서를 구하는데 실패했고, 초기의 자금은 이제 바닥나 간다. 그래서 머리를 모아 지혜를 짜 내 보자고 몇 명 안되는 스텝들을 다 불러 모은 것이다.


그 자리에 나는 크리스와 아델 두 사람과 동행해 모습을 나타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준 눈이 휘둥그래질 고가의 암캐용의 고급 스타킹이나 정장이 아닌, 평소 입던 청바지와 셔츠 차림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이 두 사람과 적절한 거리란 걸 연기할 필요가 있으니까.


 



“크리스, 아델. 오랜만이야. 눈부시게 예뻐졌--.



창고 안의 허름한 작업 테이블위에 올라 앉아 있던 청년이 이쪽을 보고 인사를 건네다 멈칫했다.


이제 20대 중-후반쯤일까. 큰 키에 여윈 체격. 조금 신경질적인 외모였다. 훗날 성공하기 시작한 뒤로는 몰라보게 뚱뚱해지는 사람이라 이 마른 모습에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잘못 알아볼리는 없었다.


라이언 B. 케슬러. 불과 20년 후면 세계는 매년 이 남자의 신작 영화를 기다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게 된다.


하지만 그 거장의 현재 모습은 옹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두 여자의 사이에 서 있는 날 보고 다시 묻는다.


 



“못 보던 사람인데. 저 분은 누구지?”


 



“안녕하십니까. 전 크리스와 아델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저니맨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동창?”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두 사람은? 오늘 모임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 모르는 건가요. 장난 기분으로 이 일을 하는 건가요?! 회의 하러 오면서 남자 따위나 데려오다니, 기가 막혀서…!”


 



앙칼진 고함이 들려 왔다. 거기 서 있는건 화려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길게 웨이브진 금발을 늘어트리고, 와인빛의 립스틱을 바른 볼륨있는 입술이 불쾌하다는 듯 비틀어져 있다. 입고 있는건 수수한 원피스지만 그래도 화려하다는 느낌을 준다.


나이는 20대 후반으로 보이지만 실은 30대 중반일 것이다. 사샤 바실리에프.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본인은 왕가의 혈통을 이어 받고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물론 그 허풍을 진짜로 믿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주장할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눈부셨다. 이제 30을 넘은 나이였음에도 미모만이라면 아델도 한수 접어줘야 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던 사샤는 일찌감치 아역 배우로 배우 일을 시작했다. 당시 히로인 역을 맡았던 스릴러 영화 ‘나쁜 도예가 (Bad potter)’ 시리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어린 소녀의 미모에 더해 우수한 연기력.


여배우로서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녀가, 20여년이 지난 오늘 이런 허름한 창고 같은 스튜디오에 처박혀 있는 이유는 얄궂게도 사랑 때문이었다. 성공의 계단을 오르는 것만 남아 있던 사샤는 어느 남자와 사랑에 빠져 버렸고, 덜컥 아기까지 임신해 버렸다.


당연히 사샤는 아기를 낙태하고 남자와 헤어지라는 압력을 받았다. 그에 반항한 사샤는 남자와 함께 도망친다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뭐, 긴 이야기를 짧게 하면. 남자는 아기가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진력이 나 도망가 버렸다. 혼자가 된 그녀는 먹고 살기 위해 다시금 영화계로 돌아오려 하지만. 5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인기와 인지도. 연기 감각. 그녀는 발바둥 쳤지만, 그녀가 놓친 기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반쯤은 도박에 가까운 심정으로, 이 라이언 프로덕션에 협력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계약도 맺지 못하는 동아리에 가까운 회사지만 사샤는 이 곳이 실력과 가능성만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뭐, 미래에서 온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 도박은 참으로 위대한 성공이었다. 그녀는 덕분에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까지 수상하며 만족스러운 노후를 보내게 되니까.



“이봐요, 듣고 있나요?”


 



비록 소녀시절의 상큼한 미모는 사라졌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대신 중년의 여인이 가지게 되는 완숙의 미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평범한 원피스 옷 사이로 페르몬이 흘러 넘치는 듯 하다. 정말로 색기가 넘쳐 흐르는 여자다.


저 고자세인 면은 성격 탓도 있지만 그녀의 위치 탓도 크다. 적어도 그녀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진 여배우였고, 이 프로덕션에는 봉사에 가깝게 협력해주고 있는 입장이니까. 라이언도 그녀의 신경질을 막지 못하고 곤란한 듯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고만 있었다.


 



“저, 조금 고정해요 사샤.”


 



“왜? 소리 질러도 곤란할 사람도 없잖아. 에디와 크루츠, 마이까지 그만두겠다고 했으면 남은 사람은 이 텅빈 창고에 우리 들 뿐 아냐?”


 



“어머나, 에디들까지 그만 두겠다고 했나요?”


 



“그래.”


 



크리스가 놀라 묻자 사샤는 약간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크리스는 엄밀히 말하자면 사샤와 같은 입장이다. 이미 프로 메이크업-의상 담당인 크리스는 고교 동창인 아델을 도와주려고 재료비 정도만 받고 이곳을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사샤도 고마워 하는 처지였다.


 



“이제 남은건… 우리 뿐이에요. 하지만 저… 포기 하진 않을거죠?”


 



이제껏 아무도 없는 것 같았던 라이언의 옆에서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나는 그녀가 이곳에 있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작은 키의 중국계 여성이었다. 아시아계가 작다지만 그 중에서도 아담한 크기였고, 체구는 이중 가장 작았지만 사실 사샤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다.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얼굴은 사샤의 귀족 아가씨 같은 오만한 아름다움은 없었지만, 작은 동물 같은 귀여움이 있었다.


펭 샤오렌.


훗날 라이언의 아내가 되는 여성으로, 지금도 그녀의 손가락에는 라이언과의 약혼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약혼자 자격으로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시나리오 담당이었다. 그것도-- 매우 뛰어난.


아니, 아마 재능만으로 따지자면 이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은 그녀일 것이다.


아델이 자살 한 후 수십 개의 대본을 썼고, 그중 절반 이상이 흥행에서 성공했다. 그 중 몇 개는 역사적인 걸작으로 남는다. 당연히 그녀의 대본은 그녀의 남편인 라이언이 독점에 가깝게 차지했고, 라이언의 성공은 절반 이상이 그녀의 덕분이라고 까지 칭해진다.



내가 이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했기에, 나는 호의를 담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샤오렌은 당황하며 꾸벅 마주 인사를 한다.


 



“포기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냐. 방법이 없잖아?”


 



사샤가 내뱉은 말에 라이언은 괴롭다는 듯 다시 머리를 긁적였지만 변변한 반론은 없었다.


 



“확실히- 돈이 없어. 스태프까지 나갔으니 그걸 보충하려면 또 쉬어야 하겠지만-. 그러자면 이제 이 창고의 임대료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가볍게 엉덩이를 툭 치자, 아델이 약속해둔 각본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선을 끌자 아델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떠밀었다.


 



“내가 월척을 물어 왔어요.”


 



“월척…?”


 



“아, 다시 소개를 하자면. 전 저니맨이라고 하고, 이 둘의 고등학교 동창인데요. 얼마전 아델을 우연히 만나서 그녀의 사정을 듣고 말이죠. 이야, 감동했달까 뭐랄까.”


 



실없는 목소리로 가벼운 젊은이를 연기하며 나는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이 남자는 뭐지, 라는 모두의 어리둥절한 눈을 보며 나는 포켓에서 봉투를 꺼내 라이언에게 건넨다. 그 봉투를 받고 열어본 라이언의 몸이 얼어 붙었다.


 



“이, 이건……?!”


 



“아델과 크리스에게는 신세를 많이 져서 말이죠. 이런거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줘야죠.”



“아, 아니, 하지만 이런 액수를…. 출자해 주시다니…….”


 



어느새 라이언은 어투마저 바뀌어 더듬대지만 나는 손을 내저었다.


 



“오, 말도 안되요, 출자라니. 그건 전부 무상입니다. 부디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세요.”


 



“뭐, 뭐라고……?!”


 



라이언은 경악해서 몸을 굳었다. 안색이 변해 달려온 사샤가 그의 손에 들린 수표를 뺏어 보더니 눈을 부릅 떴다.


 



“시, 십만 달러라고?!!”


 



“아델, 이거면 충분 한가?”


 



“음-. 글쎄. 제작비가 별로 안드는 멜로 영화 같은 거라면, 어떻게든 찍을 수 있을거야.”


 



“어떻게든이라니. 그래서야 내가 체면이 안 서잖아. 그렇다면-.”


 



아직도 굳어 있는 라이엔어게 턱, 하니 또 한 장의 10만 달러 수표를 내밀었다.


 



“자요. 이거면 꽤 괜찮은건 만들 수 있겠죠?”


 



“무, 물론이지만-. 아니, 하지만--. 이런 큰돈을 투자… 아니, 기부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 이 제작비를 회수해서 다 돌려 드릴 자신은 없소. 우리는 아직 배급망도 무엇도 없으니까-.”


 



“아니…. 대가는 바라지 않지만요. 바라는 거라면…. 뭐 없나?”


 



“저니맨. 그거 있잖아. 그거.”


 



“에? 아--. 그건 안돼.”


 



“안돼긴-. 말해봐?”


 



“아니, 말해 보세요. 뭡니까?”


 



혹시라도 이 돈을 되찾아 갈까와 라이언은 숨가쁘게 물었다. 나는 쑥스러워 못견디겠다는 듯이 머뭇거리며 이야기한다. 음, 자찬하자면 꽤 명연기다. 배우들도 속고 있다.


 



“말하기 진짜 부끄럽지만-. 제 취미가 글쓰기라서요. 제가 쓴 글을 읽게 해보기라도 하라고 저 애들이 자꾸 난리 쳤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라이언.”


 



“진짜에요. 저도 보증해요.”


 



라이언은 보여달라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긴장과 갈등이 스며 있었다.


당연하지. 그는 재능 있는 감독이지만 아무리 천재여도 시나리오가 쓰레기여서야 손쓸 도리가 없다. 그렇지만 내가 내민 대본이 재미가 없더라도 지금 욕할 수는 없다. 내가 기분이 상해 돈을 회수해 가 버리기라도 하면 모든건 끝장이니까.


하지만 재미가 없는 영화라면 어차피 만들어 봤자 소용이 없다.


최고라면 내가 내미는 시나리오가 쓸 만한 경우지만, 뜬금없이 나타나 20만 달러를 사탕 사듯 내미는 미치광이 백만장자가 훌륭한 작가일 확률? 그걸 기대하느니 복권이라도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샤오렌, 너도 읽어 봐.”


 



“아, 복사본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샤사씨도 읽겠나요?”


 



“예? 예-.”


 



내가 준비해둔 복사물을 내밀자 라이언의 표정이 더욱 굳는다.


입으로는 자신 없느니 뭐니 해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복사본까지 여러개 만들어 왔다. 그 말은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이고, 거절하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소리다. 그렇기에 라이언은 천재 시나리오 라이터인 약혼자에게 기대를 걸었다. 내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든 대본을 쓸만하게 수정할 수 있겠냐고.


 



물론.


저들의 걱정은 대본을 몇장 넘긴 순간 깨끗이 증발해 버렸다.


 



“이…… 이거…….”


 



“……대단해…….”


 



“말했죠?”


 



자기가 쓴 것인마냥 으쓱대는 아델과 크리스.


그녀들을 비웃을 틈도 없이, 샤사와 라이언, 샤오렌은 홀린 듯 연신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웃겨야 할 정면에서는 배꼽을 잡게 만들고, 차분한 전개는 어느새 드라마의 세계에 빠지게 만들며, 클라이 막스에서는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이건… 절대로 성공해…!!”


 



라이언이 단정했다. 샤오렌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천재인 그녀의 눈으로 보아도 이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손볼 곳이 없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흠모의 시선으로 날 보았다.



당연하다.


 



이건 천재 시나리오 라이터, 펭 샤오렌이 미래에서 쓴 대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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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 주인공은 비겁하고 소인배에 독점욕이 있어야 제맛. (...이라는 알수없는 논리에 따라 써 댑니다)

 

 이 글은 정통 C-급 야설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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