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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은막의 마왕 (2-1)

“여기야, 크리스!”


 



“아델! 오랜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크리스가 잠깐 망설인 것은 아델의 변한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어제 아델이 전화해 만나자고 했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오랜 친구가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그다지 여유 있는 편이 아닌 크리스도 상당한 액수를 아델에게 빌려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환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아델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자리에 앉아 늘 주문하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한 후, 크리스는 티 안나게 노력하며 아델을 열심히 분석해보았다. 결과는 첫 인상보다도 충격적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아무리 보아도 이번 여름에 B사가 내놓은 상품이다. 그것도 상하의는 물론 구두까지 다 반짝이는 신품. 그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의 한달치 월급이 날아갈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옷깃사이로 보이는 하얀 목덜미나 머리카락 사이로 내미는 귀를 장식하고 있는 목걸이나 귀걸이도 T사의 물건이다. 그것도 일반인 대상이 아닌, 보통 사람의 연봉 수준의 가격이 들어가는 물건.


비단 옷이나 장신구 뿐만이 아니었다. 의상 뿐만이 아닌 메이크 업에도 프로인 크리스는 그녀가 최근 LA에서도 최고급의 미용실과 에스테틱에 출입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가게들은 소위 가격표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가게들로 그냥 간다고 머리 하고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단 이것부터 받아.”


 



아델이 내미는 두툼한 봉투를 얼떨결에 받고 보자, 안에 100달러 지폐가 빽빽이 들어 있었다.


 



“뭐야, 이거?”


 



“뭐냐니. 네가 빌려준 돈이잖아.”



“이렇게 많이 빌려준 기억 없어. 다해서…. 얼마였더라. 천달러쯤 하나?”


 



“1800달러였어.”


 



“이거 그 두배는 되 보이는데.”


 



“이자.”


 



“……너 은행 털었니?”


 



“하다못해 복권이라고 해 주면 안 되니?!”


 



“어쨌거나 이렇게 많은 돈은 못 받아. 원금만 받을게.”


 



“아냐, 진짜 괜찮아. 크리스 너 의상과 메이크 업 프로니까 지금 내가 얼마나 부담되는 물건들에 감싸여 있는지 잘 알잖아?”


 



“……시시한 은행은 아니고. A은행이나 T은행쯤은 털었겠는데….”


 



“아냐! 남자야!”


 



남자? 크리스의 시선이 뜨악해졌다.


아무것도 못하는 샌님같은 여자애는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헐리웃에 넘쳐나는 그렇고 그런 계집애들의 물결에 동참해 돈 많은 남자를 꼬셔 낼 아이도 아닌데.


설마 얘가 영화배우 일을 하더니 진짜 영화같은 만남이라도 가진 건가. 그렇다면야 축하할 일이긴 하지만-.


 



“너……. 보름 전까지만 해도 남자 없었잖아.”


 



“응. 열흘 전 쯤에 만났어.”


 



이건 좀 수상하다. 아무리 아델에게 반했어도 그렇지, 만난지 열흘밖에 안 된 여자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렇게 코디를 해 입을 정도의 선물을 소나기처럼 내려주다니. 게다가 아델이 자랑하려고 입고 나온게 아니라면, 다른 옷들을 버려 버릴 정도로 선물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란 것 아닐까.


남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인걸까. 하지만 그런 남자는 반하게 하기는커녕 만나기도 쉽지 않다.


결혼이나 약혼이라도 한 건가 했지만, 손가락에 반지는 없었다.


 



“너 진짜 괜찮은 거야?”


 



크리스는 머리 굴리는걸 포기하고 다짜고짜 물어 봤다.


 



“응. 나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무서워.”


 



아델은 이제껏 본적이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좀 안심이 되긴 했다. 별일은 없겠지. 무슨 사기를 치려 해도 아델에게 뺏어 먹을 만한 게 있을리도 없고.


 



“뭐야, 크리스. 걱정되?”


 



“그야 뭐.”


 



“고마워.”


 



아델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성인 크리스가 보더라도 부럽다고 생각해 버릴 정도의 미소. 저런 미소가 있으니까 영화 배우도 하는 거겠지. 자신도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 따위는 없지만, 역시 저런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은 배우감은 못된다고 느끼게 된다.


 



“…정말로 소중한 친구.”


 



“뭐야. 이제와서.”


 



쑥스럽게 웃으며 커피잔을 잡느라, 크리스는 아델의 입술이 작게 달싹이는걸 놓쳤다.


 



“그러니까- 너도 나처럼, 암컷이 되는 최고의 기쁨을 줄게….”


 



“응?”


 



“크리스. 진짜 걱정되? 만나볼래?”


 



“뭐? 네 남자친구?”


 



흥미가 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염탐하러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


 



“오늘 레스토랑 키렌티아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괜찮다면 같이 오라고 했는데.”


 



그곳은--. 크리스가 평생 단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크리스의 목적이 크게 꿀떡였다.


 



 



 



 



약속한 시간에 아델이 정확하게 모습을 나타냈다.


내가 준 1만 달러의 사용법을 아델은 망설이지 않았다. 즉각 최고급의 연기 학교와 무용, 에스테틱과 미용실, 헬스 클럽등에 등록하며 자신을 가꾸고 한편으로는 옷과 장신구를 사 들였다. 나는 아예 신용 카드 하나를 그녀에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보람이 있어서, 고작 몇일만에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워졌다.


외면 뿐만이 아니다. 불과 한달 전이었다면 감히 문을 지나치지도 못했을 최고급 레스토랑을 걸어오면서도 그녀는 티끌만한 어색함도 없었다. 나에게, 미래에서 왔다는 초월자에게(그것을 그녀가 얼마나 믿는지는 미지수지만) 충성을 바친다는 마음가짐은 아델에게 귀족과도 같은 당당함과 우아함을 가져다 주었다.


검은 스커트 밑으로 리듬감있게 움직있는 하얀 다리를 즐겁게 지켜보다, 아델의 뒤를 따라오는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크리스 라이스.


색조가 옅은 금발머리를 목 근처에서 짧게 깎은, 활동적으로 보이는 여성이다. 아델보다도 장신인 키에 매끈한 몸매, 거기다 아름다운 얼굴 덕분에 누가 봐도 모델로 보이지만 그녀의 본직은 메이크 업과 의상 전문 코디네이터였다.


직업에 걸맞게 멋지게 코디한 옷을 입은 크리스의 몸매에 나는 무심코 신음했다. 크리스는 하이 스쿨을 졸업한 후 군대에서 몇 년간 복무했다던데, 그래서인지 사슴같은 아델의 몸매와는 달리 표범같이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곡선을 크리스는 가지고 있었다.


그 몸을 보다 보니 다시금 욕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가라앉히며 나는 손을 들어 보였다.


 



“크리스. 이쪽이 미스터 저니맨. 저니맨 씨, 이쪽이 크리스에요.”


 



소개를 받은 크리스는 내게 악수를 청하면서 웃어 보였지만, 그 표정 깊숙이 의혹과 경계가 있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소중한 고교 동창에게 접근해 온 돈 많은 날파리 취급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미묘한 경계심이 오히려 내 입가를 흐뭇하게 만든다. 무너트릴 자신감이 우월감으로 변해, 비뚤어진 욕망을 쏟아 부울 기회를 즐겁게 기다렸다.


 



“일단 쓸만한 요리는 전부 주문해 보았으니까, 맘껏 드세요.”


 



그렇기에 사양 않고 허영과 사치에 물든 놈팽이 연기를 해 주었다. 한 끼에 한달 식비 이상의 돈을 펑펑 쓰는 내 모습에 크리스는 기가 막힌 듯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 보다는 언제나 고대하던 이 레스토랑의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큰 듯,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 그러다 살 찐다.”


 



“괜찮아. 요즘 ‘운동’을 많이 하거든.”


 



아델은 크리스의 말에 대꾸하며 냅킨으로 가린 입술로 내게 음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운동이라면, 어제도 몇시간이나 한껏 내 몸위에서 꿈틀댄 허리 운동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알길이 없는 크리스는 나오기 시작한 요리에 곧 정신을 빼앗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가 진행되었다.


도중 크리스가 잠시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녀가 가자마자, 아델은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아…. 주인님.”


 



나는 손을 뻗어 내 무릎에 기대며 달콤한 한숨을 내쉬는 귀여운 애완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양이같이 갸릉거리며 내 손길을 즐기는 아델. 나는 주머니에서 헤븐의 캡슐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이걸 크리스의 잔에 타라.”


 



“제가요?”


 



“그래. 이걸 먹으면 크리스는 너처럼 내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 여자가 되겠지. 친구를 그렇게 만들 각오가 있니, 아델?”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틀려요, 주인님.”


 



아델은 내 손에서 캡슐을 받아, 크리스의 샴페인 잔에 망설임 없이 넣었다. 기포를 터트리며 녹아가는 캡슐을 보며 그녀는 성녀처럼 미소지었다.


 



“전 크리스를 정말로 좋아하는 걸요…. 그러니까 그녀를 주인님의 여자로 만들어 줄거에요. 세상에 그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으니까요.”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두드렸다. 아델은 욕정한 눈으로 다리를 비볐다.


 



“시킨대로 하고 있겠지.”


 



“물론이에요.”


 



아델은 망설임없이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하얀 스타킹과 그에 맞는 가터벨트. 그리고 그 사이로 훤히 드러난 아델의 보지가 보였다. 친구를 팔아 넘긴다는 배덕적인 쾌감에 이미 보지에서는 꿀물이 한방울 흘러 내리고 있었다.


 



“주인님…. 저…….”


 



“안 돼.”


 



멀리 크리스가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아델은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자, 그럼 예정대로 하도록.”


 



“예.”


 



크리스가 돌아오고 잠시 후, 아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 묻는 크리스에게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뜬다고 말한 그녀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졸지에 둘만 남아 버린 자리는 조금 어색해 졌고, 크리스는 목이 탄 듯 샴페인을 비웠다. 나는 미소지었다.


아델의 과거 이야기를 하며 헤븐의 효과가 충분히 몸에 돌기를 기다린 나는 자리를 바꾸길 건의했다.


 



“좋은 곳을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여기 LA에 온지 얼마 안되서요. 이 레스토랑도 실은 아델이 여기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친구가 있어 와 본 것인데, 대만족이어서. 크리스양이 추천하는 다른 가게가 있다면 꼭 가보고 싶군요.”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조금 망설일만도 하지만, 크리스는 순순히 몇군데의 술집이나 클럽의 이름을 댔다.


이미 그녀가 무의식중에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확신하며, 레스토랑을 나선 나는 그녀의 팔짱을 끼었다.


 



“……아!”


 



그녀는 겨드랑이로 파고드는 내 손에 지나치게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내 시선을 받자 자신의 과민 반응이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숙였다.


멀리서 본다면 숙녀를 정중하게 에스코트하는 남자로 보이겠지만.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진 내 팔은 그녀의 조금씩 뜨거워지는 체온이나 가빠지는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팔을 움직여 내 팔을 자신의 가슴과 몸에 비벼대고 있었다.


 



“차를 탈까요?”


 



“아뇨, 가까운 거리니까 걷는게 어떨까요?”


 



사실 걸어가기엔 조금 먼 거리였다. 차를 타자고 할만도 하지만, 크리스는 내 팔을 놓기 싫은 무의식 때문에 그렇게 대답해 버렸다.



뚜벅, 뚜벅.


 



그리고 반시간 동안 우리는 상당한 거리를 걸었다.


이미 주변은 번화가를 넘었고, 크리스는 눈치채지 못한 듯 하지만 애초에 가려던 가게도 먼 옛날에 지나쳐 곳곳에 컴컴한 골목길이 입을 벌린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대체 왜 이런 곳을 걷고 있는지 화들짝 놀라겠지만 크리스는 이미 그런것에 관심을 둘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대화마저 먼 옛날에 그쳐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내쉴며 크리스는 내게 몸을 비벼왔다. 옷과 브래지어를 통해서지만 그녀의 탄력있는 유방이 내 팔에 거칠제 짓눌려왔다. 으흥, 하며 신음소리를 죽이며 그녀는 유두가 있는 곳을 내 팔에 문질러 온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걸어가면서 허리를 내 허리에 비비고, 엉덩이를 비비느니 하느라 걸음걸이가 휘청일 지경이었다.


반쯤 풀린 눈동자. 오직 내 팔과 허리에 몸을 비비며 얻는 미약한 쾌감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어두운 골목길 안으로 데려가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크리스.”


 



이름을 불러도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가 잡아 뺀 빨을 다시 잡아서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려다가, 다시금 이름을 불리자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았다. 주변은 인적이 없는 골목길. 왜 이런곳에 자신이 서 있는지를 몰라 어리둥절해하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물론 그 시도는 내 손에 잡혀 무산되었다. 내게 의해 벽에 떠밀려진 그녀는 친구를 배반할 수 없다는 마음과 당장이라도 옷을 찢어버리고 내게 안기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며 몸부림쳤다.



 

 

 

*********************************************************************

 

 여기서 끊을 생각이 아니었습니다만...

 

 지금 여족예속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런 잡글을 쓸 때가 아니잖습니까!!?!!

 

 

 

 ...그런 이유로 이번에도 야한 장면이 없는 야설이 되어 버렸습니다 ㅈ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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