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엔 데스퍼러 #002
1 부 - 악몽의 태동
2 부 - 마신과 공중요새
3 부 - 운명의 끝에서
제 1 장 - 망령(亡靈)
예카테리나 여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잠긴 황궁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누구도 숨쉬지 않는 것처럼, 누구도 살지 않는 것처럼,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침묵만이 주변을 지배하고 있었다.
“여긴...대체 어디지.”
자신이 아는 한 황궁에 이런 장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낯선 감정이 온 몸에 돋아났다. 두려움, 공포, 슬픔, 외로움 등등... 이제는 떨쳐버렸다고 생각한 그런 감정들이 슬그머니 의식 위로 돌출했다.
- 무섭지 않아? 사랑스러운 여제여. 그대의 영혼에서 두려움이 느껴져.
“저리 가버려, 빌어먹을 망령.”
- 큭큭...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전히 자기 감정을 인정 못하는 건 여전하구나.
“헛소리 하려면 저리 비켜. 여긴 내 꿈 속일 뿐이야. 곧 꿈에서 깨어날 터. 역겨운 망령과 놀아줄 시간은 없어.”
- 호오... 언제나 자신만만한 모습. 매우 좋아. 하지만, 여기를 봐 주겠어?
“....?”
여제는 망령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의 광경에 여제는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수십 개의 꾸물 거리는 인간 반투명한 형상들이 그로테스크하게 움직이며 여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모양이었지만 색은 달랐다.
“뭐, 뭐지?”
놀라움에 주춤거리는 여제의 머리로 잊을 수 없는 수많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 억울합니다, 폐하...어찌 소인을...
- 누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살려주십시오!
- 으아아아--- 내 그대를 저주하겠다! 내 영혼을 걸고 여제 그대를 저주한다!
“뭐지....뭐야, 저리 가!”
여제는 당혹해 하며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즉위 과정에서 자신이 죽였던 사람들의 원성이 그대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한 맺힌 목소리를 들으며 달리기 시작한 여제의 앞에 갑자기 한 인간 형상이 나타났다. 처음 본 형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 나의 황녀여, 사랑하는 나의 딸이여, 내가 있는 이곳은 너무나 춥습니다. 나를...나를 내버려 두지 마세요...
- 어찌하여 어미를 그냥 내버려 두십니까. 자, 이리 오세요. 제 품으로...
충격을 받아 몸이 굳어버린 여제의 목덜미를 정체 불명의 손이 스윽 훓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여제의 귀에 속삭였다. 감미로우면서 절대 친해지고 싶지 않는 살벌한 목소리였다.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한가. 작은 밤비여.”
“헉....!”
새벽의 시간, 루넨시아 제국 황궁의 요르문간드 궁 어느 곳에서 여제는 알 수 없는 꿈으로 인해 눈을 떴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침대 옆에서 옷을 입고 있던 시녀 글로리아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여제는 빛나는 적금발을 흔들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글로리아는 곧바로 침대 옆에 놓여져 있던 물이 담겨진 컵을 내밀었고 여제는 아무 말 없이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악몽이라도 꾸신 모양입니다. 좀 더 주무시지요. 새벽 5시이옵니다.”
“아아...그래. 원래 너희들은 이 시간에 일어나는 거였지.”
“예, 몸단장도 해야 하기 때문...흡.”
글로리아는 갑자기 자신의 입술을 막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 존재가 여제라는 것을 알고 몸에 힘을 풀고 자신의 입 속으로 거칠게 들어오는 혀를 반갑게 맞아들였다.
“아아... 흡, 흐음....”
“하아아아...”
두 여성의 깊은 키스가 잠시간 이어졌다. 여제는 손에 힘을 주어 글로리아를 침대로 넘어뜨렸다.
글로리아는 어둠 속에서 난감한 느낌이 들었지만 감히 여제 앞에서 그 감정을 드러내 보일 순 없어서 순종하며 그녀의 리드에 몸을 맡겼다. 여제는 그런 글로리아의 행동을 허락의 뜻으로 알고 손을 움직여 그녀의 가슴이며 엉덩이, 은밀한 곳을 애무했다.
“아...하아....아앗.....”
“기분...좋은 게냐.”
“네...하학....”
쾌락으로 몸부림치는 글로리아를 잠시 바라보던 여제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구속하던 자신의 손에 힘을 풀었다.
“이제 가보도록 해. 좀 더 잘테니까.”
글로리아는 얼른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일어나 자신의 주인을 향해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여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곤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눈을 감아 다시 잠을 청했지만 아까 꾸었던 꿈 때문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
꿈 속에서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여제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 1597년 10월
세계에는, 여덟 나라가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홉 나라였지만 루크레시아의 멸망으로 여덟으로 줄어들었다. 2개의 제국과, 4개의 왕국, 1개의 국가연합, 그리고 1개의 신성 교국이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평형을 유지하던 3 제국의 힘의 역학 관계는 루크레시아의 침몰로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제국 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루크레시아의 빈틈을 찾아 왕국들과 국가연합이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가 이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인지는 학문 깨나 했다는 사람들이 즐겨하는 논쟁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모든 나라들은 내부를 확실하게 다지지 않으면 않되었다. 그것은 강대국인 루넨시아도 마찬가지 사정이었다.
전통적으로 루넨시아는 황제, 오블리스, 원로원 세 세력들로 균형이 맞춰진 상태였다. 이 균형잡힌 역학 관계는 서로 적절하게 견제를 하며 제국을 보다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보내며 루넨시아 제국을 지탱해 온 이 시스템은 현 황제 예카테리나 1세에 의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살벌한 황권 계승 다툼을 여자의 몸으로 거의 완벽하게 승리로 이끄면서 그녀가 하게 된 생각은 원로원과 귀족 세력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대 황제인 레멜레스 9세 때 벌어진 전무후무한 혼란이 원로원과 귀족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혼란속에 엄청난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자란 여제였기에 두 세력에 대한 적대심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루넨시아 제국 역사상 두 번째의 여 황제가 된 예카테리나의 최고 목표는 원로원과 오블리스(귀족 공동회의의 명칭) 의 약화와 황권의 강화였다.
그녀는 즉위 직후 두 세력에 정치적인 선전포고를 가했다. 무모하기 짝이없는 행동이었지만 뒷공작까지 어마어마하게 행해져 원로원과 귀족 세력은 공동의 적인 여제에게 힘을 합쳐 대항하기는커녕 스스로의 세력이 모든 헤게모니를 차지하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하여 두 세력의 연합을 막아버렸다.
이런 여제의 행동에 측근들은 매우 강력한 반대를 표시했다. 굳이 지금까지 적절하게 유지되어 온 이 시스템을 붕괴시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여제는 전대에 겪었던 혼란을 내세워 반대를 잠재웠다. 또한 강력한 황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측근 한 명 한 명을 포섭해 나갔다. 모든 일들이 여제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측근들은 여제의 논리에 넘어가면서 루넨시아 제국에 다시 없을 제왕의 탄생에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로원과 오블리스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가진 정치력을 총 동원해 자신들을 누르려는 여제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여제의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이 두 세력이 절대로 연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원로원이나 노블리스 내부에서도 반목은 멈추고 힘을 합쳐 여제의 맹공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미약한 목소리일 뿐이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세 세력들, 여제, 원로원, 오블리스 간의 치열한 정치적 다툼이 시작되는 회의가 열린다. 통칭 주 결산 회의라고 하는 불꽃 튀는 다툼을...
이 회의는 정치 세력들 간의 진검 승부나 다름없다. 그 회의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폐하, 제시하신 근거에 대해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원로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폐하의 말씀과는 정 반대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워낙 정확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사안 아닙니까. 약간의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희 귀족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는 바입니다.”
“흐음, 잘 알겠소. 어디에선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바....”
회의장에서 여제의 주요 참모로 자리하고 있던 여러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번엔 조사부가 깨지겠군.’
그 중 한 사람은 감찰조사과장 에론디 벨라메스크였다. 멋진 흰 수염을 조금 만지작 거리며 난처해 있는 에론디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눈치 챘다. 자신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 잘못 보고된 것이다.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올라가는 보고 자료를 확인 하지 않았던 게 조금 후회되었다. 에론디는 쪽지에 몇 글자 휘갈기고는 근처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종을 불렀다.
“이걸 조사부로 좀 가져다주게.”
“네, 알겠습니다.”
조심조심 회의에 누가 되지 않게 나가는 시종을 보며 에론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누가 실수했는지 뻔할 뻔자군 그래.’
에론디의 쪽지가 조사부로 전해지고 나서 몇 분 후, 조사부 회의실 안에는 난데없는 인민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확인하고 넘기라고 했지?”
인민재판(?)은 루넨시아 제국 관복을 잘 차려입은 섹시한 아가씨가 끌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리에나. 조사부장 베니스를 제외하고 조사부의 최고참인 그녀는 시종일관 조사부의 군기를 잡고 있었다. 조금의 실수라도 용서치 않고 갈굼을 날리는 그녀는 조사부 내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맏언니와 같은 푸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조사부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린다. 아쉽게도 그런 점은 ‘여자’ 에게만 통하는 점이었다. 조사부 내의 유일한 ‘남자’ 인 리넬에겐 리에나는 공포의 여왕이었다.
이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10월이지만 그녀의 치마는 동복의 긴 치마가 아닌 하복의 짧은 치마였다. ‘긴 치마를 입으면 움직이기 불편해!’ 가 그녀의 이유였고 그녀는 12월이 다 되어서야 긴 동복 치마를 입을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약간 작은 듯한 관복 상의는 그녀의 몸매를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왜 아직까지 남자친구가 없었는지가 미스테리할 정도로 멋진 몸매의 소유자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언제나 자신감있게 웃는 모습이 그녀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그런 그녀가 화가 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갈굼이 진행되기에 조사부장을 제외한 전 조사부 식구들은 그녀의 화를 정면으로 받지 않게 죽어라 노력한다. 하지만 어지간히도 실수를 많이 하는 리넬은 조사부 발령 초기만 해도 거의 매일 그녀에게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일에 익숙해지고 1년하고도 반이 지나 이제는 잔소리를 거의 듣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리넬은 자평하고 있었지만 약간의 자만심이 결국 화를 부르고야 말았다.
‘아오오! 좀 더 확인해 볼걸!!!’
잘한 것이 하나도 없기에 리넬은 그저 꼬리를 내리고 묵묵히 그녀의 갈굼을 견뎌 내는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을 지키고 있는 다른 조사부 멤버들은 리넬의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만 둬, 리에나.”
“부장님!”
구세주와 같은 인물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베니스. 조용한 카리스마로 조사부를 휘어잡으며 이끌어가는 조사부장이었다. 리넬조차도 존경해 마지않는 천사같은 성품의 그녀는 백금색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회의실 중앙 의자에 앉았다. 베니스가 온 이상, 아무리 날아다니는 악마 리에나라고 할지라도 한 수 접는 것이다.
“리에나, 넌 자리에 돌아가서 일하도록 해.”
“하...하지만 부장님!”
“쓸데없이 나서지마. 이 일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부..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과연 부장님! 악마 리에나 선배를 얌전하게 만들다니!’
리넬은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저 조용한 카리스마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그 카리스마에 눌린 리에나는 리넬을 한번 째려보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나저나, 리넬 군.”
“아...예, 옛!”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리넬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답했다. 저 상냥하게 보이는 부장이라는 사람은 도발하지 않는게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는 것을 보고 배운 탓이었다.
“오랜만에 한 건 한 거 같네.”
“....죄송합니다.”
“아냐, 어차피 사람이란 실수를 하는 법이니까.”
베니스의 말이 끝나고 잠시동안 회의실엔 침묵이 감돌았다.
“그만 가서 일 보도록 해. 어차피 에론디 과장님이 오실때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을테니, 그 동안 정리할 서류들은 다 정리하라고 해.”
“네..네. 죄송합니다, 부장님”
리넬의 사과에 베니스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처음 봤을 때와는 확실히 변했어...후후’
몇 시간 후, 주 결산 회의가 끝났다.
모든 사람들이 대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감찰조사과장 에론디를 한 시종이 불렀다.
“에론디 님, 폐하께서....”
“아...그런가.”
죽음의 칼날을 조사부에 휘두르기 위해 준비하던 에론디를 여제가 잠시 부른 것이었다. 에론디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여제에게 다가갔다.
“폐하, 부르셨나이까.”
“조사부를 한 번 뒤엎을 생각이었죠?”
‘과연...폐하시군.’
“그렇습니다, 폐하.”
“그건 하지 말아요. 그 실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으니...알겠죠?”
“네, 폐하.”
“대신에......”
스으윽.
리에나가 조사부 사무실 안에 놓여진 소파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번 훓고 바라보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에 약간의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건수를 잡은 리에나는 리넬을 바라보며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오면 내가 뭐하라고 그랬어?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라고 했지? 근데 이건 또 뭐야. 이 먼지는 대체 어디서 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우와, 정말 심하다 심해.’
리에나와 리넬을 제외한 사무실의 전원이 그렇게 생각했다.
“아...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제대로 하는게 없으면 청소라도 잘 해야 하는거 아닌가? 응?”
“네....”
“짜증나네. 저기 서류철들은 왜 저 모양이야? 얼씨구? 저 컵은 대체 뭐지? 응?”
“저..정리할게요.”
보는 사람이 측은함을 느낄 정도로 마구마구 갈굼을 당하는 리넬은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리에나는 그런 리넬의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어디서 태클을 걸어야 할지 항상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 리넬을 구원할 정의의 사도는 과연 등장할 것인가?
“하하하, 리넬을 괴롭히는데는 도가 텄군 그래, 리에나.”
별안간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감찰조사과장 에론디였다. 리넬을 향해 인상을 쓰고 있던 리에나는 에론디를 확인하자마자 인상을 펴며 에론디를 맞이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흠, 그래. 베니스 부장은, 어디 갔고?”
“아뇨, 부장실에....”
“음, 알겠네. 부장은 내 방으로 좀 오라고 하고...리넬 녀석은 폐하께 가보라고 하게.”
“네..? 하지만 그 과장님이 전하신 그 전언은...”
“아? 그건 취소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에론디는 성큼성큼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리에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사부가 뒤집어지는 것은 비켜간 것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십년 감수했네.”
“그러게요.
“어이! 리넬! 넌 출동해야지?”
“아...네, 네!”
리넬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를 느끼고 얼른 사무실을 나왔다.
주 결산 회의가 끝나는 시간인 오후 5시.
이제 햇빛은 거의 기울어 저 서쪽 하늘 너머로 사라지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리넬은 여제의 호출을 받고 황궁의 조용한 곳에 위치한 요르문간드 궁으로 왔다.
“여기는 올 때마다 오싹하단 말이야.”
해질 녘의 요르문간드 궁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피로 물든 요르문간드 궁을 보면 현 여제의 어머니였던 베스치야 황후의 쓸쓸한 원념이 깃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평생을 여식인 예카테리나 여제만을 지키며 온갖 수모를 당해야만 했던 불쌍한 황후였던 그녀는 말년까지 이 황궁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시녀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망령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소문에 불쾌함을 느낀 여제는 요르문간드 궁의 망령의 이야기는 모두 함구하도록 강력하게 지시를 내렸고 그러한 일이 있은 후 망령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암암리엔 망령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붉은 궁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리넬은 정신을 차리고 궁 안으로 들어갔다.
- 어마마마..어마마마, 이렇게 가시면 안돼요...
- 미안합니다, 황녀. 이 어미가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미안...
- 미안하시면! 약한 소리 마시고 일어나세요. 어마마마가 살아계시는게 제겐 가장 큰 힘이고 도움입니다. 일어나세요.
“폐하, 리넬 경이 왔사옵니다.”
“아....”
침대 기둥에 기대어 잠시 졸고 있던 여제는 문 밖에서 들리는 시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탐스러운 적금발이 어깨를 타고 가슴께까지 흐르며 하얀 피부를 수놓고 있었다. 졸린 듯한 눈에서는 푸른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황녀 시절 제국 최고의 미인이라는 소리를 괜히 들은 것이 아닌 것처럼.
“들어오라고 해.”
“네, 폐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리넬이 들어왔다. 리넬은 여제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런 리넬을 보며 여제는 무방비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어인 일로 부르셨나이까. 폐하.”
“그냥. 리넬 경의 차나 한 번 마셔보고 싶어서.”
“...네. 곧 대령하겠습니다.”
리넬은 그렇게 말하며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는 탁자로 갔다. 그곳에서는 황궁으로만 특별히 진상되는 델루시아나 산 차가 놓여져 있었다. 무슨 일로 불렀는지 궁금증이 앞선 리넬이었지만 차를 타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망령이란 걸...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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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왔네요 ^^;;
원래 이 1장은 그냥 가볍게 주변만 소개할려고 했는데...
그냥 처음부터 막 나가기로 했습니다...-_-;;;;
원래 1, 2장은 예전에 확정한 스토리 라인이 있어서 그걸로 밀고 나가려고 이번에 스토리 만들 때는 3장부터 만들었는데...1장부터 욕심이 좀 나네요..ㅎㅎ
쓰다보니 분량은 어마어마 해졌네요. 한글 파일로 지금 13쪽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H신은 2장 - 수도의 일요일부터 시작되오니...기다려 주세요 ^-^)a
다음 화 : 망령 - 2
다다음 화 : 수도의 일요일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