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펜슈타인 2편. (0.2버젼) 1부 5편.
그분이 원하신다.
" 허억...허억... 차라리...차라리 죽여... 죽여줘요... "
케이라는 차라리 죽음을 바랬다. 물고문과 채찍질, 자백이 이어진 후 그녀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거의 일주일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고, 그때마다 거의 똑같은 내용을 자백했다. 하지만 그 [자백]의 내용은 조금씩 계속 에스컬레이트 되었다. 클라우디아가 묻는 것에 단순히 긍정할 뿐이었지만. 마침내 그녀는 케이트까지 자신이 하고 있던 레지스탕스에 끌어들여야 했다. 자백이 끝나고 고통에서 풀려난 후, 그 정신적인 굴욕감과 죄책감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엇다.
" 흑... 흑흑... 대체 왜... 나에게 왜이러는 거야... "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틀림없이 미쳐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케이라는 눈을 감고 흐느꼈다.
부끄러운 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은회색 제복을 입은 독일군 여성 장교, 즉 클라우디아는 흐느끼고 있는 케이라에게 다가가 자신의 채찍 자루로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두려움과 수치심에 젖은 케이라의 시선이 자신감이 넘치는 클라우디아의 시선과 마주쳤다.
" 솔직하게 말해 줄까? "
" ...? "
" 난 네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 주인님을 죽이려고 이 배에 잠입했다는 사실만 따진다면 넌 내 채찍에 맞아 육편이 되어야 마땅하지. "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뱀 같은 클라우디아의 시선에 묶인 채, 케이라는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클라우디아의 박력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 ... 죽여달라고? 이 망할 영국 갈보년이... 아직 네 주제를 잘 모르는구나. 그래, 나도 널 죽이고 싶어, 누구보다도 더 그걸 원해! 하지만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한 분께서 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원하신다. 니가 살아있는 오직 하나의 이유는, 그분께서 그걸 원하시기 때문이야. 넌 거기 감사해야해. "
짜악!
케이라의 고개가 한쪽으로 꺾인 후, 다시 강제로 정면으로 돌려졌다.
" 그래도 죽여달라고 말하고 싶냐? "
짜악!
이번엔 다른 쪽 뺨에서 불꽃이 튀었다.
" 이래도? "
퍼억!
" 아으윽!... "
클라우디아는 무릎을 세워올려 케이라의 아랫배 깊숙히 박아넣었다.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낀 케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흘려냈다. 그것은 채찍과는 다른 방식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퍼억!
" 허억!.. ."
" 이래도 죽고 싶다는 헛소리가 나와? "
반대편 무릎을 케이라의 회음부에 박아 넣으며, 클라우디아는 격양된 목소리로 물었다. 격통에 몸부림치며, 케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전신을 몆차례나 휘젓고 지나갓다.
" 아니... 아닙니다!... 제발 살려줘요. 죽이지 말아줘요!... "
체면이고 명예고 하는 개념을 생각해 낼 사이가 없었다. 단순히 본능에 따라, 죽지 않기위해 다시한번 케이라는 비굴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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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
케이트는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어김없이 슈발츠의 손에 턱을 이끌려 고개를 돌려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조교실의 옆방에 와 있었다. 사방의 벽과 그녀의 전방에 장치된, 한쪽 벽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두껍고 견고한 매직미러는 완벽한 방음이었고, 바로 그때문에 이쪽에서 케이트가 아무리 한탄을 하고 비명을 질러도 유리 건너편의 케이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매직미러와 마이크로 연결된 인터폰을 통해 옆방의 소리는 이쪽으로 그대로 전달되고 있어서, 케이라가 어떤 이유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케이트는 손에 잡히기라도 하듯이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 제발... 제발 멈추어 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
" 방금 저 갈보 계집이 널 팔았어 케이트. 그 댓가는 치뤄야지. "
" 제발... 그녀는 이제 저한텐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족입니다... 자비를...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
며칠이나 계속해서, 케이트는 케이라가 고문당하는 광경을 보고 있어야 했다. 여리고 마음씨가 고운 그녀에게 있어 케이라가 고문당하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정신적인 타격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연거푸 음부와 배를 얻어맞은 케이라가 기절하는 것을 보며, 케이트는 자신이 얻어맞은 것 처럼 진저리를 치며 몆번이나 울며 애원하는 것이었다. 슈발츠는 다시 그녀의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돌려 케이트와 시선을 맞추었다. 슬픔과 공포에 질린 케이트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맞추며, 슈발츠는 조교의 다음 과정을 이어갔다.
" 너와 약속한 대로, 저 계집을 죽이지는 않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 계집이 지은 죄를 용서받기엔 충분치 않다. 그것은 잘 알고 있겠지? 적어도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도록 어디 한군데를 못쓰게 만들어야... "
" 제발! 제발, 그것만은... 대신 제가 무엇이든 할테니 케이라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
" 무엇이든? "
슈발츠가 재차 묻자 그녀는 확답의 의미로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 그럼 네가 대신 채찍에 한번 맞아 볼텐가? "
순간, 케이트의 머릿 속에는 케이라가 얻어맞던 광경이 떠올랐다. 채찍을 맞으며 똥오줌을 싸내는 시누이의 비참한 모습 때문에 육체적 고통의 공포는 그녀 안에 깊숙히 각인되어 버렸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그래야 한다면 기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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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케이라는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직도 배와 회음부를 얻어맞은 충격이 가시지 않아 아프고 얼얼했지만, 반면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잠시동안의 혼돈 후에, 그녀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새로이 눈에 눈가리개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대체 이게 무슨?... 이제 난 지쳤어요. 더 말할 것도, 더 고백할 것도 없어요. 제발... 무엇을 원하는지 가르쳐 줘요... 뭐든 할테니 제발... 더 이상의 고통은 못견디겠어요. "
고통 때문일까, 체념한 케이라는 솔직하게 굴복의 고백을 했다. 그녀는 누군가 듣기를 원했다. 더이상의 고통은 지긋지긋했고, 명예니 뭐니 하는 생각도 더이상 하기 싫었다. 다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 살고 싶을 뿐이었다. 스스로도 비굴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굴욕감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더이상 그녀로써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녀의 눈가리개 아래로 눈물이 배어 나와 빰을 적셨다.
케이라는 몰랐지만, 그녀의 얼굴과 불과 한걸음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정면에선 케이트가 눈물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이 등 뒤로 돌려진 채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입에는 볼 개그가 단단히 물려져 있어서 옴쭉딸싹하지도, 소리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 살고 싶은가? "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지만, 그녀가 슈발츠의 음성을 잊을리가 없었다. 잠시 그녀는 충격을 받은것 처럼 멍하니 있었지만,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 살고...싶어요. 아니면 적어도 고통없이...죽여 줘요. "
케이라의 눈앞에 케이트를 매단 후, 슈발츠는 다시 케이라의 등 뒤로 돌아갔다. 케이라의 등에는 시커먼 채찍 자국들이 거미줄마냥 얽혀 있었다. 슈발츠는 옆의 탁자에 놓여 있던 소독액을 들어 케이라의 등에 뿌렸다.
" 아아아아악!!! "
소독액이 상처를 소독하는 고통에, 케이라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 가만히 있어라. 상처를 소독하는 중이니. "
슈발츠의 말에는 묘한 지배력이 있었다. 이미 정신적인 가드가 풀린 케이라에게는 더없이 효과적이었다. 그녀는 고통에 몸을 뒤틀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 아으으... 윽!... 으윽!... 큭!... "
몆차례 더 소독액을 발라서 소독을 끝낸 후, 슈발츠는 고통 때문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케이라에게 다시 물었다.
"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
" 아윽... 네, 네... "
케이라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등 뒤로부터 전해져 오는 끔찍한 고통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덕에, 어느틈에 그녀의 코끝에서부터 송글송글 땀방울이 뱆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할테니... 제발 더이상 아프게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
슈발츠는 손을 뻗어 케이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손길에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무슨 일을 당하게 될 지 몰라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
" 좋아, 네 각오가 그렇다면 더이상 채찍질은 없다. "
" 아아...감, 감사합니다!... "
" 하지만, 너 대신 채찍질을 당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너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자가... 너는 누구를 너 대신으로 나에게 넘길 수 있지? "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질문이었지만,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에 가득 찬, 그리고 그 목표달성이 눈앞에 있는 케이라는 그 사실을 알아챌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오래지 않아 답은 나왔다. 케이라는 주저하지 않고 외쳤다.
" 케이트! 케이트에요! 케이트를 저 대신으로 하세요!... "
여동생처럼 여겨왔던 케이라의 타락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 케이트는 그저 눈을 감고 눈물만 줄줄 흘려낼 뿐이었다. 두 여자는 이제 서로를 의지하던 다정한 그때로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을 것이었다.
" 좋아, 잘했다. "
슈발츠는 케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녀의 눈가리개를 풀었다.
" ...!!! "
잠시 동안, 조교실의 약간 어두운 조명에 눈부셔하던 시간이 지나고, 케이라는 비로소 눈앞에 발가벗겨져 묶여 있는 케이트를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 볼 개그가 채워 졌다.
" 아우우우우!... 아우우우!... "
자신이 무슨짓을 한건지 분명하게 깨달은 케이라가 절망과 회한으로 몸부림치는 동안, 슈발츠의 손짓에 따라, 그녀가 그렇게도 무서워했던 채찍을 든 클라우디아가 케이트의 뒤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채찍이 케이트의 등을 향해 날았다.
짜아악!!
첫 일격에 의식을 잃고 속에든 모든것을 줄줄 흘려내 버리는 케이트.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케이라는 울부짖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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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의 약속대로, 더이상 채찍질은 없었다. 감금 상태인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더이상 케이라에게 클라우디아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슈발츠가 그녀를 직접 찾아왓다. 그리고 케이라는 매일 한번씩, 조교실 옆의 비밀방으로 불려갔다. 그리고 케이트가 채찍에 맞는 광경을 몆시간씩이나 봐야 했다.
쉬이익! 촤악!
" 으아아악!... 아으으으!... ."
스피커를 통해 전해져오는 케이트의 비명소리가 케이라의 가슴속에 깊숙히 파고들어왔다. 채찍이 휘둘러질 때 마다 마치 그녀 자신이 채찍을 맞은 양, 케이라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녀는 외면할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바로 옆에서 슈발츠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발츠의 힘과 그가 주는 위압감은 케이라를 절망에 빠트리고 있었다. 또한 케이트의 눈앞에서 그녀를 배신한 사실이 그녀의 마음 속에 깊숙히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의지를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줄줄줄...
몆차례의 채찍질 끝에, 뱃속에 든 모든 것을 흘려내며 기절해 버리는 케이트의 모습을 보며, 케이라는 소리없이 울었다.
" 그쳐라. 이것은 네가 바라던 것이 아닌가? "
슈발츠의 질문에, 케이라는 그를 돌아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뭔가 공허했다. 케이트를 배신한 일로 인해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그녀는 그 이후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 그녀를 구하고 싶나? "
슈발츠의 다음 질문에, 비로소 케이라의 눈은 약간 생기를 되찾는 것 같아 보였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이 눈을 크게 떴지만, 곧 다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몆번이나 거듭해서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애원한다는 표시로 두 손을 모아쥐고 슈발츠 앞에 무릎을 꿇고 몆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 그러면 [성의]를 보여라. 네가 저지른 행동을 후회한다는 표시를 분명하게 해 보여라. "
" ...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전 솔직히 이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발... 뭐든지 하겠습니다. "
비로소 입을 연 케이라. 그녀는 거듭된 육체적인 고문에 굴복했고, 이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있었다. 이전의 고백이 단순히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궁여지책이엇다면, 이번의 고백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존심과 가치관이 부서지고, 절망과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가득 찬 케이라의 마음은, 이제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상태였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치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것이 자신의 조국을 무너뜨린 원흉이라 해도... 아니 오히려 강대한 슈발츠의 비호 하에 남는것이 그녀에겐 유일한 선택지였다.
" 좋다. 따라와라. "
슈발츠의 뒤를 따라, 케이라는 다시 케이트가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조교실로 갔다. 열심히 케이트를 채찍질하고 있던 클라우디아는 슈발츠를 보고 깍듯한 경례를 했다.
" 좋아, 잠시 멈추지. 윗층에 가서 [그것]을 가져와. "
" 네 주인님. "
클라우디아는 다시 한번 경례를 붙인 후, 조교실을 나갔다.
조교실을 나가는 동안, 클라우디아의 시선과 케이라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시 얽혔다. 클라우디아의 시선 속엔 경멸이 담겨 있었다. 예전 같으면 발끈했을테지만, 이미 피폐해지고 비겁해진 케이라는 패배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였다.
슈발츠는 손수 케이라의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입에는 볼 개그를 채운 후 케이트 앞의 기둥에 매달았다. 오랜만의 구속이었지만, 오히려 육체적인 고통을 겪으며 약간은 케이트에게 속죄하는 기분이 든 케이라는 오히려 안심하고 반항하지 않았다.
두 팔에 수갑이 채워진 채 천정으로부터 내려진 쇠사슬에 매달려 있는 케이트의 상황은 비참했다. 의식을 거의 잃은 지금의 그녀는 전신이 땀에 젖은 채, 수시로 경련했다. 단정하던 밤색 머리칼은 마무렇게나 풀어져 땀에 젖은 육신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것은 마치 해초같아 보였다. 채찍이 지나간 곳엔 예외없이 시커멍 멍자욱 위로 피가 맺혀 있었고, 몆번이나 견디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들을 털어내느라 입가와 엉덩이엔 냄새가 나는 오물이 잔뜩 묻어있었다.
또한 겉으로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며칠 전까지만해도 약간 음란해진 귀부인일 뿐이던 케이트는 영혼까지 망가져 가고 있었다. 함정에 빠진 것이긴 했지만, 스스로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아득하게 강력한 채찍질의 고통은 그녀의 육신과 함께 영혼까지 발기발기 찢어놓기에 족했다. 채찍을 맞으며, 케이트는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은 케이라를 원망했다. 몆번이나 케이트가 지르는 원망 섞인 비명이 케이라의 가슴을 찢어놓았었다.
이 모든 비참한 모습을 매직미러를 건너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케이라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채찍질이 멈춘 덕에, 케이트에게 약간의 의식이 돌아왓다.
" 우... 으... "
비명을 지르느라 거의 쉬어버린 목으로, 케이트가 무엇인가 웅얼거렸다. 슈발츠는 가까이 있던 물통을 들어서 뚜껑을 열고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 주었다. 겨우 몆모금 들이킨 후, 케이트는 몆번이나 허약한 기침을 했다.
" 콜록, 콜록콜록!... 이제... 그만... "
주르륵...
말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케이트는 오줌을 조금 흘렸다. 하지만 수치심을 느낄 정신이 없었다. 기회가 있을 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듯이, 케이트는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 후회... 후... 회... 이제그만... 채찍... 충분... 케이라... 케이라 때문... "
몆번이나 버르적거리면서, 케이트는 필사적으로 모기소리만한 애원을 이어갔다. 케이라처럼 그녀 역시 고통을 알게 되었고, 이제 케이라 대신 무엇인가 당하겠다는 선량함 따위는 완전히 잊은지 오래였다. 오히려 이제 그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을 이런 지경으로까지 만든 원흉(?)인 케이라에 대한 증오만이 남아 잇을 뿐이었다.
" 좋아, 소독을 해 줄테니 참아라. "
슈발츠의 말에 케이트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라에게 했던 것 처럼, 슈발츠는 케이트의 등에 소독액을 뿌려주었다.
" 아으으으으으!!!... 아오오오오!!!... 아으아오오오!!!... "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전신을 뒤틀었지만, 소독액은 꼼꼼하게 발려졌다. 그리고 몸부림치던 케이트는 그 과정을 다 참아내지 못하고 다시 의식을 잃었다.
케이트가 의식을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 윗층으로 [그것]을 찾으러 갔던 클라우디아가 조교실로 돌아왓다. [그것]이란 하나의 서류와 최신의 필름식 카메라였다. 슈발츠는 케이라를 풀어준 후 서류를 그녀 앞에 던져놓았다.
" 읽어라. "
케이라는 서류를 들어 펼쳐보았다. 그것은 한쪽엔 영어, 한쪽은 독일어로 적힌 일종의 계약 서류였다. 케이라는 서류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계약서의 내용을 보았지만, 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용기는 낼 수 없었다. 잠시 주저한 후, 그녀는 체념했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 또박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 저... 저 [케이라 위번하트]는 [그라프 슈발츠]님의 노예... 가 되어 종신토록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주인님의 노예... 로써, 저는 저의 인간으로써의 모든 법적인 권리를 포기함과 동시에 저 자신... 을 포함하여, 제가 가지고 있거나 양도받은, 혹은 미래에 소유할 권리가 있는 모든 일체의 권리와 소유물을 주인님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양도할 것을 또한 맹세합니다. 저는 또한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그것이 자살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복종하고... 수행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이 맹세는 이 계약서에 적인 일시부터 저의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유효합니다... "
케이라에게 남아 있는 이성은 그 [계약서]가 어떠한 의미인지 알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약서를 소리내어 읽었고, 거기에 서명했다. 두번이나. 그리고 증거사진을 찍는 데도 협조했다. 그녀에겐 이성은 남아 있었지만, 더이상 항거할 의지력은 없었다.
" 이제 이걸 항시 착용하도록. "
슈발츠가 던져준 것은 가죽으로된 목테였다. 거기엔 [E-112]라고 음각된 금속제 표찰이 붙어 있었다. 아무런 말없이, 그리고 저항도 없이, 케이라는 그것을 들어 자신의 목에 채웠다.
철컥!...
쇳소리와 함게 목테가 잠궈졌다. 케이라는 이제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한 노예의 맹세 역시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도. 앞으로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에, 그녀는 잠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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