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임시제목-주림색야성- 9
“ 여긴 어디요? ”
쇠당마(衰當魔)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는 백화순결녀로 인한 난감한 상황에 대한 투정을 자신이 아는 한 거인에게 풀어제끼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화순결녀가 자원혜선으로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 선언은, 결국 쇠당마(衰當魔)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그것은 실질적으로는 쇠당마(衰當魔)에게 새 삶을 주기로 한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타협할 여지가 없었다.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란 자는 허용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명확한 선을 긋고 있었고, 그의 한 마디로 자신의 저항으로 변화될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쇠당마(衰當魔) 스스로 잘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백화순결녀의 의지인 양 나오는 그 고집을 쇠당마(衰當魔)로서는 꺾을 수도 없었다.
천하에서 가장 순결한 여인이 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는 언급만을 남겨주면서, 그리고 그녀의 몸에 예상외로 든 이물질이 그녀의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일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백화순결녀를 그에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사이 쇠당마(衰當魔)를 데리고 어딘가로 찾아온 곳이었다.
“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곳이 너의 새 보금자리가 될 것이니..... 아 물론, 네 새 집이자 네가 그리 알뜰히 모시는 백화순결녀란 계집의 집도 될 터이니 그녀를 위해서라도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쇠당마(衰當魔)의 반응에 내심 피식 웃었으나 외형적으로는 어떤 내색도 표현하지 않은 채 대답을 해주었다.
생을 자포자기한 것도 아니고 백화순결녀란 계집을 위해 절실히 움직이면서도 자신을 대하는 이 녀석 쇠당마(衰當魔)의 반응이 어찌보면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대게 인간이란 상대의 존재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범위에 있다면 둘 중 하나로 반응하기 마련이었다.
그 존재를 경외하거나 아니면 그 사실 자체를 믿으려 들지 않으려 한다.
물론, 쇠당마(衰當魔)는 그 둘 중 어느 곳도 아니었기에 그것이 지금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쇠당마(衰當魔)를 위해 그의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주 오랜 세월중에 찾아온 이 낯선 감정은 그로 하여금 이 장난에 매달릴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기도 했다.
“ 조금 복잡하다만, 이 곳을 중심으로 네게 주어질 힘의 다양성이 잘 갖추어져 있으니 뭐 여러모로 적합할 것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원래 대부분 몰살시켜 뒤끝이 없도록 깨끗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어찌보면 네 놈 덕에 살아남은 생명들이 많이 생기겠구나. ”
쇠당마(衰當魔)가 그의 말을 이해할 길은 없었지만, 백화순결녀를 위해서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쇠당마(衰當魔)와 백화순결녀가 봉황색마귀란 자에게 섞여버리게 된 시간동안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그가 쇠당마(衰當魔)에게 줄 준비를 나름 맞추어 재고 있었고, 그 대상을 잡은 곳이 이곳이었다.
사실 그가 이 곳에 이토록 은밀히 나타나게된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이 곳 백락장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하고 은밀한 한가지 변화 때문이기도 했다.
무림불간섭주의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그가 관심을 가질 만큼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상당한 그 배후의 어지러운 세력다툼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게는 위험요소가 있을 경우, 그는 깔끔하게 모든 것을 뒤 끝없이 해결하는 것이 그의 해결방법이었지만, 이번은 특별했다.
즉, 이번 일에 대한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 자신의 결정을 송두리째 뒤바꿔서 이 일에 쇠당마(衰當魔)를 관여시키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놀라운 경공속도였다.
쇠당마(衰當魔)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휙휙 지나가는 관목들을 뒤로하면서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을 힐끗 쳐다보던 쇠당마(衰當魔)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는 쇠당마(衰當魔)는 이내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그의 손아귀에 놓여진 힘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쇠당마(衰當魔)는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의 말을 될 수 있는 한 그저 조용히 듣고 있으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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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도착한 곳은 상당한 고지대의 산 위에 있는 커다란 성곽으로 된 하나의 집단이었다.
상당한 숫자의 무리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것은 그곳의 규모를 보아 짐작할 수 있었다.
매우 잘 닦인 도로와 곳곳에 설치된 망루로 보아 이 곳의 체제 또한 자혜선원에 비해 부족함이 없어보일 정도였다.
다만, 한가지 경비를 서는 무리들을 비롯해서 신원파악이 가능한 존재들은 대부분 젊은 여인들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 옥황환고란 귀물이 어쩌다가 그 벌레같은 놈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 수는 없다만, 그 만만치 않은 것이 네 백화순결녀란 계집의 몸에 투여된 이상 그 여아도 고생 꽤나 겪어야 할 것이다. ”
그들이 그 집단의 내부로 스며드는데 그 누구도 그 들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마치 자기 안방을 드나 들 듯 그곳을 자유롭게 누비었다.
물론, 그 자의 신위가 대단한 것은 그런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그 민첩함과 은밀함에 쇠당마(衰當魔)를 짐짝처럼 다루면서 행하기 때문이었다.
“ 그나마 괜찮은 점은 네 놈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지. 아마 네 값싼 동정심으로 살려준 봉황색마귀란 놈은 차후 네 몫, 네 책임으로 남겨두는게 옳을 테니 나중에 네 생각이 어찌 바뀌나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흐흐! 그에 대한 지식은 네가 보호해야할 네 놈의 계집년들에게 적당히 줄 터이니 어쨌든 차후 네 놈이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네 놈이 힘을 향한 필요를 느끼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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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평 공간의 넓은 시설..
각 전각들은 그 공간들은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바닥에는 발목이 잠길만큼 푹신한 융단이 깔려 있고, 사방 벽에는 십장생도(十長生圖)가 그려진 휘장이 둘러진 가운데 천정에는 한자 간격마다 보주 하나씩이 촘촘히 박혀 휘황한 빛줄기를 흘려내고 있었다.
내부에 배치된 가구며 장식들 또한 극치의 화려함을 이루고 있었다.
쇠당마(衰當魔)는 그 사이를 타인의 덕에 은밀히 스며들어 구경하는 처지였지만, 내심 그 호화로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전각 내부에 들어서자 또 하나의 독립된 정원이 존재했다.
그 한 고풍스러운 나무 뒤에 내려선 두 사내들은 잠시 뭔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 저 계집을 잘 보거라.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말에 쇠당마(衰當魔)는 말에 한 곳에서 걸어오는 한 인영에 시선을 던졌다.
사실 그 인영을 보기 전 쇠당마(衰當魔)의 시선을 끈 것은 두 명의 다른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한 사내의 곁에 착 달라붙어서는 투명한 망사의 차림으로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절세미녀에 속하는 그녀들은 이곳의 시비의 신분인듯해 보였다.
하나, 보통 어린 여인들을 시비로 쓰는 것과는 달리 그녀들의 몸매는 대지처럼 풍요롭고 탐스러웠다.
왼쪽 여인은 젖가슴이 유난히 풍만하고 둔부가 팽만하여 욕정을 자극하는 분위기였다.
오른쪽 여인은 고아한 분위기에 귀품이 흐르면서도 눈가에 요염한 기운이 흘러 색감이 물씬 느껴지는 특이한 자색이었다.
그녀들의 나이나 풍기는 분위기로는 사실 시비라고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그렇게 판단한 것은 그녀들의 복장이었다.
이곳은 특히나, 복장으로 장원내의 신분을 상징하는 듯한 것이 너무도 뚜렷해서, 누구라도 그것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었다.
사내는 느긋하게 두 여인을 다루면서 그녀들의 나의를 헤집었다.
이미 각각의 여인들의 시비의 옷들은 그 앞섶이 젖혀져 풍성한 젖가슴이 삐져나온 상태였다.
“ 크흐흐……! 탐화장원이 이런 극락인줄 내 어찌 일찍 몰랐단 말인가? ”
“ 아이, 참... 종남진인 어른신께서 종남파의 그것만 가져오시면 저희들 은락자매들 외에 금락자매들까지 거느리실 수 있게되옵..아흥! ”
종남진인이라 불린 사내는 탐스런 젖무덤을 움켜쥐었다간 돌출된 유두를 비틀며 여인을 희롱했고 그녀는 자신의 말을 채 다하지 못했다.
저 자가 종남진인이란 말인가? 무림의 정협이라고 알려진 그가 이 먼 곳에 와서 여인들을 희롱하고 있다니?
쇠당마(衰當魔)는 종남진인이란 자의 신분에 의심을 느꼈다.
“ 크흐흐흐! 너희들 연비와 귀비, 두 년들 만으로도 내 하룻밤 열 두 시진이 짧거만, 금락의 계집들까지 어찌 견딜 수 있단 말이더냐? 하나, 크흐, 듣기만 해도 상상이 되어 좋구나!! ”
가볍게 몸을 비트는 연비와 귀비의 눈에는 짙은 색정이 감돌았다.
“ 하아…… 신첩들은 몸은 언제나 나리를 위해 뜨겁사옵니다…… ”
“ 나리께서 그걸 가져오시면 신첩들도 금락의 지위에 올라 더 많은 시비들을 나리께 드릴 수…… 아아…… ”
공공연하게 들어나 있는 장소임에도 수치도 모르고 그녀들은 달뜬 비음을 흘리며 종남진인의 손들을 잡아끌어 자신들의 소중한 곳으로 이끌었다.
나의가 젖혀지고 무성한 수풀이 우거진 여체의 아찔한 부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종남진인은 그 탐욕에 어린 상상을 거두지 못하고서 더욱 흥분된 얼굴로 능숙히 손을 움직였다.
손끝에 미끈한 옥수가 느껴지며 말할 수 없는 보드라운 감촉이 전해졌다.
“ 아학! ”
“ 조, 좋아요! ”
종남진인의 손길을 느낀 두 여인은 자지러지는 교성을 지르며 발딱 고개를 젖혔다.
희열을 탄성을 지르며 사지를 비트는 그녀들의 얼굴엔 극치의 절정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 구역질 나는 짐승들 같으니…… ”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던 그 인영은 십대 후반의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전혀 얼굴에 분을 바르거나 아니면 치장을 하지 않아서 어찌보면 고운 사내라 볼 수도 있는 거친 복장의 외모였으나, 그렇다고 그녀의 타고난 미모를 감출 수는 없었다.
“ 무림의 명숙이라는 자가 이 곳에서는 전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저런 짓꺼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저 자를 믿고 따르는 무리들은 말해준다고 해도 믿으려고나 들 것인가? ”
그녀는 세상의 존재하는 삶에 대해서 상당히 냉소적인 관점으로 바뀐지 오래된 여인이었다.
종남진인이란 자는 이때 더욱 저질스럽고 더러운 짓을 자행하고 있었다.
두 여인을 그냥 그 복도 바닥에 눕히고는 나의를 허리 위로 말아올리며 하체에 얼굴을 깊숙이 박지 않는가.
그의 붉은 혀가 농익은 향기를 풍기는 여체의 비소로 스며들고 연비가 허리를 발딱 젖히며 숨넘어가는 교성을 질렀다.
“ 아흥, 나, 나으리! 신첩은…… 죽사옵니다…… 아아…… 학! ”
입으로는 연비를 녹이는 한편,
종남진인의 다른 한 손은 귀비의 나의를 젖히고 선경같은 녹음방초지를 유유히 노닐고 있었다.
연비와 귀비는 비몽사몽을 헤매며 자극적인 교성을 질렀다.
예의 그 여인은 고개를 외면하면서 화려하게 장식된 거대한 관문 앞에 서서는 그곳에 담겨진 한 기관을 건드렸다.
문이 열리고 그 여인은 기다란 금칠로 된 또 다른 화려한 통로 방향으로 발 걸음을 돌려 들어갔다.
그 곳은 이곳 장원의 장주와 고위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장원내에서도 상당한 지위에 있는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 소가주님을 뵈옵니다. ”
곳곳에 경비를 서고 있는 자들도 모두 여인이었는데 금갑을 걸친 그녀들의 미모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 내게 소가주라 부르지 말라했다!! ”
그 사내스런 복장의 여인은 갑자기 차갑게 일갈을 했고, 자신도 모르게 소가주라 칭한 금갑의 여인들은 모두 움찔했다.
“ 하나, 장주님께서... 소가주님께.. ”
그녀들이 입에서는 소가주 라는 칭호가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싸늘한 그녀의 시선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자, 장주님께서는 아가씨께 내일 오시라 하명하셨습니다. ”
소가주라는 여인은 예의 차거운 시선으로 다시 대답을 한 여인을 직시했다.
“ 그 자가 온 것이냐? ”
대답을 못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있었다.
“ 퉤에! 지옥에나 떨어질 인간들! 형이란 놈이 온 지 하루만에 동생이란 놈이 마치 경쟁하듯 어머님의 치마폭을 구걸하니라 세가의 모든 것을 가져다 받치다니, 이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 사내이지! ”
그녀는 무섭게 눈을 부릅뜨며 침을 뱉았다.
“ 네 년들 중에서도 그 형제를 번갈아 받아들인 년이 있으렸다? ”
그녀들은 신색을 붉혔으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 천녀들은 오직 장주님의 지시에 따를 뿐이옵니다. ”
답을 하는 그녀들의 눈가엔 순간 요염한 기운이 어리면서 형언할 수 없는 색정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서 다른 통로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뒤로 금갑의 무사녀들은 소곤소곤거렸다.
“ 어째서 장주님께서는 소가주님께 생의 열락을 갈켜주시지 않는 것일까? 우리 제자들에게 그걸 손수 일러주셔서 이리 행복한 삶을 주셨으면서 말이야? ”
“ 흐응, 우리가 알게 뭐니... 그나저나 어서 순번이 바뀌어서 경비직을 벗어나 며칠 참은 회포를 제대로 풀어야 하는데 말야! 억제제를 먹고 있는데도 가끔 저녁부터 못 참을 지경이야! ”
그녀들의 음탕한 소리들을 들으며 눈썹을 찌푸린 쇠당마(衰當魔)를 안고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다시금 예의 그 여인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뒤를 쫓기는 소가주란 여인은 물론이요,
그곳을 지키는 금갑의 여인들도 그들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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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저들이 우리를 보지 못하는 것이오? ”
쇠당마(衰當魔)는 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 그들의 오감이 충분히 실상과 허상의 미묘함을 깨달을 만큼 민감하게 수련되거나 타고나지 못해서이다. ”
소가주란 여인이 가는 통로는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그 통로에는 지키는 이도 그리고 다른 통로나 문도 전혀 없었다.
“ 그럼 우리가 허상이란 말이오? ”
“ 사람이 뭔가를 보는 것은 그곳에서 반사된 빛을 눈에 접촉해서이다. 하나 우리를 볼 수 있을 만한 존재들을 본좌가 정확히 파악해서 그들에게 닿을 수 있는 우리 주위의 빛을 굴절시키고 있는 것이지. 능력이 되는 자는 그 실제 빛과의 미묘한 도달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저들의 능력은 그에 너무도 미치지 못하니 그들은 자신의 감각에 닿는 것을 진실이라 여기는 것이다 ”
멈칫!
소가주란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쇠당마(衰當魔)와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도 걸음을 멈추고는 벽 쪽으로 살며시 붙는 것이었다.
(저 계집앞에서는 나처럼 전음으로 이야기를 하도록 해라!)
쇠당마(衰當魔)가 그를 쳐다보았다.
(저 아이는 아주 특이한 감지능력을 타고난 계집이지. 아직 시기가 닿지 않아서 그 능력을 모를뿐,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우리의 말을 들은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차단하는 음파의 미묘한 변화의 흐름을 느낀 것이라고 해야겠지.)
쇠당마(衰當魔)는 그제서야 다른 인물들에게와는 달리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저 여인에게는 바짝 다가서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백염화(伯艶花)란 계집이다. 이곳 장주의 외동딸이기도 하지. 천하에서 가장 요염한 여인으로 살아가야할 계집이지!)
쇠당마(衰當魔)는 그가 자신에게 줄 두 번째 여인이 바로 저 백염화(伯艶花)란 것을 깨달았다.
비록 그의 관심은 아니었지만,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칭하는 것만큼 대단한 요염함은 찾아볼 수 없어서 그는 의아함을 가졌다.
요염함으로 따지자면 그가 본 종남진인이란 자와 음탕한 짓꺼리의 두 시비나, 아니면 금갑의 여인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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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방으로 들어선 백염화(伯艶花)는 먼저 검은 머릿결을 질끈 동여맨 무명천을 풀러냈다.
화르르륵!
그러자 검은 흑발이 아래로 풀어져 흩어져 내렸고,
그 순간 마치 방안에 또 하나의 불이 켜지는 듯한 느낌으로 백염화(伯艶花)는 분명한 여인의 외형이 되었다.
“ 이 아이는 요향무체라는 특이한 천형을 타고난 계집이다. ”
백염화(伯艶花)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커다란 침대 옆쪽에 섰고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전음으로 말하라는 조금전 말과는 달리 직접 입을 열었다.
쇠당마(衰當魔)가 슬쩍 그를 쳐다보았고, 놀랍게도 백염화(伯艶花)가 확 몸을 돌려서 그들 방향을 쳐다보았다.
“ 누구 있는 건가요? 설마 아직도 엄마가 나를 감시한단 말인가? 누구냐?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자기 말을 쇠당마(衰當魔)에게 계속했다.
“ 아직 태어난 지 스무 해가 넘어서지 않아서 그렇지, 저 아이가 태어난 스무 해 그 첫 보름을 넘기는 순간 저 아이는 인간세상에 무서운 재앙으로 변하고 만다. ”
아미를 찌푸리던 백염화(伯艶花)는 막 벗으려던 외피의 끈을 다시 동여매고는 자신의 장검을 찾았다.
알 수 없지만, 단지 외부의 감시를 느끼던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백염화(伯艶花)는 자신의 모든 신경을 곤두선 채로 소리가 들리는, 아니 뭔가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을 노려보았다.
츠츠츳!
놀랍게도 그녀의 눈 앞에 두 명의 건장한 사내의 모습이 확 들어왔다.
“ 내가 전음이 아닌 말을 해도 되는 것은 저 아이를 감시하던 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걱정한 것은 이 아이가 직접 우리를 알아채는 것보다, 이 아이가 우리를 느끼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제 3자에게 알려지는 것이었지. ”
문득 쇠당마(衰當魔)는 조금전과 달리 그녀의 몸에서 뭔가 알 수 없는 향기 같은 것이 흘러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누구냐! 네놈들은? 사내 놈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인줄 알고!! 혹 엄마가 나를 타락시키라고 보낸 놈들이더냐?? ”
쇠당마(衰當魔)는 백염화(伯艶花)란 그 소가주의 칭호를 받는 여인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엄마가 딸을 타락시키려고 사내를 보내고, 감시를 하고, 그리고 그런 의심을 딸이 한다는 자체가 뭔가 어불성설이었다.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백염화(伯艶花)의 말을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쇠당마(衰當魔)에게 말을 계속했다.
그 말은 백염화(伯艶花)조차 들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 사내에게 저 계집은 어쩌면 그리 나쁜 존재가 아닐지 모른다. 설사 그 짧은 생애를 저 계집에게 죽임을 당할지언정 궁극의 쾌락을 맛볼 수 있을 터이니...! 오늘 우리의 존재를 알아챈 인지감각이 각성된 것을 보면, 저 여아도 자신의 몸의 변화 특히, 몸에서 나는 열기의 변화를 깨닫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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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염화(伯艶花)는 흠칫하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 감히 네 놈들이 나를 안중에 들지 않는다니... 설사, 네 놈들이 엄마가 보낸 자들이라고 할지라도, 내 절대로 네 놈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
그녀는 순간 침대 옆의 뭔가를 만졌고, 방 전체가 굉음을 내면서 흔들림을 보였다.
“ 이 방을 외부와 완전 차단시켜 탈출로를 없앤 것 같구나. 아이야 아주 현명한 방법이기는 한데, 상대를 가늠하는 위험인지 능력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듯하구나! 이는 오히려 네게 해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물론, 네게 우리가 해를 입히려고 하지는 않겠다만... ”
그가 소리 없이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한 손을 들어 그녀가 방금 만진 뭔가에 지풍을 날렸다.
파팟!
그그그긍..
놀랍게도 그녀가 차단한 모든 출입구가 다시 무장해제되고 다소의 진동을 통해서 그가 방금 들어온 출입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 누, 누구신가요? 다, 당신들은...? 도, 도대체 어, 언제 나를 제압... ”
쇠당마(衰當魔)가 백염화(伯艶花)를 보니 그녀는 마혈을 제압당한 듯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두 눈에는 불신의 빛이 역력했다.
하긴, 쇠당마(衰當魔) 조차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도대체 언제 그녀를 제압했는지 눈치채지도 못햇으니, 당한 그녀야 놀라움이 오죽했겠는가?
그리고 그녀를 제압한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이미 그 곳에 있지 않았다.
그녀의 방안에, 쇠당마(衰當魔) 그리고 백염화(伯艶花) 둘이서 뻘쭘하게 서로를 쳐다보다가 어느사이 사내는 시선을 돌려서 다른 곳을 보며 말을 열었다.
“ 미, 미안하게 되었소. 나, 나도 이곳에 있는 것이 내 본의가 아니오. ”
백염화(伯艶花)는 문득 자신의 방을 무례하게 침입해서 지금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놀라운 신위와 경험을 주고 있는 이 사내들중, 눈앞의 젊은 사내는 자신에게 전혀 악의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 자는 도대체 어떤 자일까?
“ 이 곳은 공자님같은 젊은 사내가 있을 곳이 못됩니다. 적어도 인간의 양심을 유지한 채로 살고 싶다면 말이죠. ”
그녀는 자신이 기관을 가동시켰고 또 그것이 어떤 경로이든 풀리던 간에 외곽을 지키던 금갑무사들이 이곳으로 달려올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장원의 최 중심부였다
아무리 아까 그자가 믿을 수 없는 신위를 보인다고 해도 일 개개인이 집단을 상대할 수는 없으리라는 점에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쇠당마(衰當魔)를 향해서 뭔가 말을 다시 하려던 순간 나직하면서 위압이 넘치는 예의 그 괴물스러운 중년인의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는 어느 사이 다시 이 젊은 사내의 옆에 와 있었다.
도대체 언제일까?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금옷을 입은 계집들은 모두 돌아가서 더 이상 이곳 일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말에 쇠당마(衰當魔)는 수긍을 하는 듯했지만, 백염화(伯艶花)는 기가 막혔다.
지금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소가주인 자신이 지금 외인에 의해서 기관까지 발동시켜 이를 외부에 알렸는데 이 비상 시국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니...
“ 당신의 그 섭혼술을 쓴 것이오? 그 분에게 사용했던? ”
쇠당마(衰當魔)가 물었다.
“ 아니다. 네 계집에게 쓴 방법은 내가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 계집아들에게 쓴 것은 좀 더 쉬운 것들이지만, 그것들로 그 애들은 충분할 것이다 ”
섭혼술?
이 자들이 나를 섭혼술을 걸려는 것이란 말인가?
백염화(伯艶花)는 잠시 극도의 놀라움 속에서도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그녀는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하나, 왠지 그의 주위는 기묘한 어둠으로 윤곽을 잘 살필 수 없었으며 백염화(伯艶花)는 순간 자신의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혹 누군가 장원내의 가장 깊은 곳이지만 그 소리를 듣고 자신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다, 당신들은 미, 미친 것인가요? 이 곳이 감히 어디인줄 알고... 그리고 본 낭자의 신분이 무엇인줄 알고 이런 무례한 짓을 저지르나요? ”
그녀는 살기를 떠올리며 독오른 독사처럼 그들을 노려보았다.
마치 추호의 두려움도 없는 태도였다.
그러나,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기이하게 웃었다.
“ 후후후, 과연, 위협을 느끼고 독기를 품어 그 얼굴에 긴장을 들어내니 평소보다 더욱 요염함이 살아나는 구나! 네 스무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
순간, 백염화(伯艶花)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 이 자는 누구길래 나를 이리 잘 아는 것이냐? 아까 몸상태에 대한 것마저... 알지 않더냐?
순간 그녀는 그의 말에서 더할 수 없는 위협감을 느끼기도 했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유부(幽府)에서 흘러나온 악마의 음성처럼 들리는 그의 음성!
일 점의 감정도 살필 수 없는 이 어둠 속의 메아리와 같은 음성이여!
백염화(伯艶花)는 전신 뿐 아니라 심장이 마비되는 전율을 느꼈다.
‘아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저, 저자는 너, 너무도 위, 위험한 자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아귀엔 흥건히 땀이 고였다.
이 순간, 그녀는 단 한 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숨막히는 공포로 질식 할 것만 같았다.
짧은 시각의 침묵이 흐른 뒤였다.
그녀의 눈앞에 한 걸음 다가서는 그 중년인의 눈이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미 그 순간 그녀의 혼백은 중년인의 맑은 눈 속으로 깊이깊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중년인에게 모아지며 한 얼굴을 떠올렸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뇌리로 순간 중년인의 옆에 있는 쇠당마(衰當魔)의 얼굴이 새겨지듯 떠오르는 것이었다.
중년인의 눈… 인간의 심성을 제압하는 마력이라고 할까?
뭔가가 그에게 있었다.
백염화(伯艶花)는 멍하니 중년인을 주시했다.
이 순간, 그녀는 어째서 중년인을 보며 옆의 젊은 사내의 영상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였다.
중년인의 두 눈에서 소름끼치는 한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자심옥연 백염화(伯艶花)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그녀는 완전히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중년인의 두 눈은 끝이 없는 깊은 동공이었다.
그녀는 마치 수렁인 양 전신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미처 그녀가 의식치 못했던 순간에 일어난 것이었다.
중년인의 넓은 소매 속에 숨겨진 손끝이 가볍게 퉁겨진 순간,
그녀의 몸을 제압시켰던 마혈이 소리없이 풀어졌다.
“ 아……! ”
그녀가 황급히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이 아이가 궁금해 하는구나! ”
중년인이 마치 자신은 관심이 없다는 듯 젊은 사내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백염화(伯艶花)는 갑작스럽게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질문이며 또한 이런 전언 형식의 질문은 또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지녔다.
하나,
그녀는 그 젊은 사내와 눈길이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가볍게 붉히면서 입을 열어 조용히 대답을 해주었다.
“ 저, 저는 백염화(伯艶花)라고 해요. 고, 공자님! ”
중년인은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오직 그녀의 관심은 그 젊은 공자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 아, 저, 저는 쇠당마(衰當魔) 라고 합니다. ”
마치 처음 가인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쇠당마(衰當魔)도 허둥지둥 자신의 성명을 밝히고 말았다.
백염화(伯艶花)는 자신이 왜 이렇게 수줍어지는지 알수가 없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그건 쇠당마(衰當魔)쪽도 마찬가지인 것이, 그는 이미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섭혼술을 자신의 순결한 그 분을 통해서 겪어 보았다.
하나,
갑작스레 수줍어하는 백염화(伯艶花)란 저 여인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자, 그는 심하게 자신의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살짝 붉어진 그러면서 수줍어하는 모습이 그토록 요염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쇠당마(衰當魔)는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자신에게 무슨 수를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획 그를 쳐다보았다.
“ 크크, 아니다! 나는 약속대로 네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셈이다! 그러니 넌 네 의지를 담보받은 만큼 얼마든지 네 삶을 앞으로 살아갈 것이다!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쇠당마(衰當魔)의 그런 반응을 알고 기다린 듯 대답을 해주었다.
그가 말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쇠당마(衰當魔)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순간 왠지 안절부절하는 것은 바로 백염화(伯艶花)였다.
자신에게서 갑자기 시선을 멀리한 젊은 그 사내의 모습에 백염화(伯艶花)는 왠지 걱정이 덜컥 들면서 그가 자신에게 안좋은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덮쳐왔기 때문이었다.
쇠당마(衰當魔)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뇌성처럼 그의 이름이 그녀의 머릿 속을 울리고 있었다.
쇠당마(衰當魔)에게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전음이 들렸다.
“ 빛에도 음양이 있고, 그 음양으로 뇌리 속에 담겨져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영혼이나 정신은 그 빛의 음양으로 존재를 하고 육신에 영향을 미쳐 움직이는 것이지! 나는 그 빛을 다룰 줄 알기에 다른 누군가의 뇌리에 담겨진 내용, 특히나 그 전달 과정의 중추를 작위적으로 내 의지를 담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
애초 어쩌면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의 이야기는 쇠당마(衰當魔)에게 아무런 의미도 이해도 불가능할 지도 몰랐다.
하나, 그가 영원할 사모하고 있는 한 소중한 존재가 그 방법으로 평소의 그녀가 아닌 변화된 존재가 되어있기에 쇠당마(衰當魔)는 그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 특히, 인간의 의지에 관여된 중심 부분을 일단 다룰 수 있다면, 나머지 빛의 음양덩어리들은 그 의지에 의해서 스스로 변화하게 되는 이치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 아이들은 섭혼이 아닌 본질 그 자체로 너를 받들게 되는 것이니라 ”
사실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이런 흔적을 될 수 있는 한 그 어떤 곳에도 남겨두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오랜 기간동안 비밀 속의 누구도 모른 존재로 남겨두려는 그의 의지와 부합되는 것이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그런 흔적을 함부로 세상에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나, 그는 그 금기의 작은 예외를 지금 또 하나 남기려는 것이었다.
쇠당마(衰當魔)는 순간 자신의 마혈과 아혈이 제압된 것을 느꼈다.
그리고,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자신의 앞을 질러 백염화(伯艶花)에게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백염화(伯艶花)의 눈에는 순간 쇠당마(衰當魔)의 존재가 사라지고,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한 순간,
그 중년인의 모습은 쇠당마(衰當魔)로 바뀌어져 있었다.
이제 방안에는 쇠당마(衰當魔)와 백염화(伯艶花) 그녀만 남아 있어 보였고, 어느 사이 그 무서운 존재인 중년인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아니, 적어도 백염화(伯艶花)의 오감에는 그렇게 보여지고 있었다.
쇠당마(衰當魔)는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이 무슨 짓을 하려는데 자신의 마혈과 아혈마저 제압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백염화(伯艶花), 너는 어서 옷을 벗어라! ”
이 무슨 뜻밖의 소리인가.
쇠당마(衰當魔)는 순간 당황했다.
백염화(伯艶花)의 얼굴에는 당혹과 공포의 빛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너무 뜻밖의 말이었다.
자신의 시선과 소개에 당황해하던 그 젊은 청년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닌 듯했다.
쇠당마(衰當魔) 이 사내는 그렇다면 자신의 몸을 탐하려는 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뛰고 얼굴이 붉어진 가운데 백염화(伯艶花)의 섬섬옥수가 한 줌도 되지 않는 그녀의 허리로 향한다는 사실이었다.
파르르 그녀의 손길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의 허리를 감았던 요대는 이내 풀어져 내렸다.
백염화(伯艶花),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기도 했다.
하나,
그녀는 그의 반말 섞인 명령에 주저함을 보이면서도 마치 무엇에 이끌리듯 옷을 벗어가고 있었다.
쇠당마(衰當魔)란 사내는 그녀의 이런 행동 하나하나를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녀는 더욱 온몸을 애처럽게 떨도록 만들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멈추지 않고 앵두 같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꼬옥 깨물면서 두 손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 앞에서도... 자신의 옷을 스스로 벗어본 적이 없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고는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 듯한 이 장원의 음탕한 세월 속에서도 그녀는 지금껏 쌓아올린 자신의 고고한 자존심을 지켜왔다.
한데,
지금 이 낯선 행동은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그것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내 앞에서 말이다!
사르르……
백색경장이 먼저 떨어져 나갔다.
그 밑에 보일 듯말 듯 그녀의 몸을 감싼 나삼도 미끄러지듯 그녀의 발밑에 떨어지고
아! 숨이 막히는 듯한 순간, 실내가 환해졌다.
완벽한 신의 작품이 여기에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보는 여인의 알몸은 실로 신비스럽고 고혹적이었다.
다만, 보이는 것은 그녀의 나이답지 않는 풍만한 두 젖무덤을 가린 붉은 젖가리개와 하복부의 얇은 속곳, 이것만 떨어지면 그녀는 완전한 알몸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듯 몸을 떨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었던 너무나 숭고하고 순결한 몸이었다.
그때, 주르륵! 한 방울의 눈물이 그녀의 창백한 뺨 위로 굴러 떨어졌다.
그녀는 망연자실했다.
이 수치스런 행동을 어찌 그녀가 이리도 거침없이 하는 것일까?
떨어지는 이 눈물과 달리.. 왜 이리 그녀의 마음은 두근두근 떨린다는 말인가?
그녀는 마치 자신이 사랑하는 정인과 첫날밤을 앞둔 새색시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 줄기 눈물이 그녀의 뺨 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도저히 다른 곳으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쇠당마(衰當魔)란 사내의 두 눈, 그리고 그의 느낌이 그녀의 모든 감각들과 신경을 휘어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중년인의 우수가 그녀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듯 조용히 뺨들 쓰다듬었다.
스르륵
그녀의 비단결 같은 검은 머리가 흔들리며서 향긋하고 어떤 신선한 내음이 풍겼다.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예상했지만, 그녀의 요기가 서서히 폭발하자 자신마저 은근히 흥분이 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위험한 여아를 과연 저 쇠당마(衰當魔)란 녀석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감당치 못하면, 그래서 이 여아의 스무 해 첫 생일 이후 보름 전에 그가 직접 이 아이와 위험을 몰살 시켜버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은 때를 놓쳤기에 그에게도 작지 않은 위험이 될 수 있었다.
“ 마저 벗으면서, 처녀임을 네 입으로 고백해봐라! ”
백염화(伯艶花)의 눈에서 비길 데 없는 슬픔과 당황함이 떠올랐다.
“ 저, 저는 사, 사내를 전혀 모르는 순결지체이옵니다. ”
수줍어 떨리는 그 말과 함께 백염화(伯艶花)의 떨고 있는 섬섬옥수가 가슴 부위를 스쳐간다 싶은 순간,
붉은 젖가리개가 떨어져 나가고 출렁이는 파도처럼 드러나는 두 개의 젖무덤,
그것은 너무도 탄력있고 너무도 탐스러운 것이었다.
두 개의 젖무덤은 너무도 놀란 충격에 부르르 떨다가 한참 후에야 본래의 평정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메마르지 않은 탐스런 수밀도였다.
그리고 태초의 신비림이 전인미답의 비경 속에 숨어서 그것은 세찬 바람에 흔들리며 한없는 쑥스럼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사내, 그것도 처음 보는 어떤 사내에게 들어내는 순간, 갑작스러운 열기를 몸에 느꼈다.
그녀의 온 몸은 붉으스레 변해가면서 갑자기 방안이 요요함으로 가득차졌다.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잠시의 수치심과 더불어 묘하게도 야릇한 전율이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것은 파도처럼 그녀의 전신을 쓸었다.
“ 음기가 발산되기 시작하는구나, 그 음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
그의 음성이 자신의 귓가에 들리자 그녀는 다시 극도의 수치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 아아……. ”
그녀의 입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신음만이 이 순간 그녀가 지닌 의지의 전부였다
(시간이 없군! 그녀의 음기가 각성이 되기 전 먼저 쇠당마(衰當魔)란 아이의 주종을 심어주어야만 한다! 다스리고 못다스리고는 그 후의 문제일지니!)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지는 지옥의 속삭임이 그녀에게 파고 들었다.
“ 백염화(伯艶花), 너는 이제 나의 여자다. ”
그러나 그녀는 이미 대답을 준비한 것처럼 응했다.
“ 네, 그래요. ”
“ 네 몸이 나의 것이듯 네 영혼과 생명 또한 나의 …… ”
“ 네 네……그래요……. ”
“ 너의 모든 삶의 가치는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느니, 네 감각과 네 의지와 네 사고마저 나의 뜻을 넘어서지 못하느니.... 너는 네 타고난 운명마저 나를 위해서 존재시켜야 할 것이니라!”
“ 네……아아……. ”
이 악마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충실히 대답하며 참을 수 없는 욕정에 교성을 터뜨렸다.
“ 아아 ”
그녀의 작은 몸은 어느새 분출을 기다리는 활화산으로 변해갔다.
“ 아아……. ”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쇠당마(衰當魔)의 우람한 동체를 쓸어 안았다.
그것은 진짜 쇠당마(衰當魔)의 몸이었다.
어느 사이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한 걸음 물러서고 그 자리에 마혈과 아혈이 제압당한 쇠당마(衰當魔)가 대신한 것이었다.
“ 그 아이가 몸으로 네 육신을 각인할 것이다. 일단 맛만 보도록 해라! 어차피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나중 후가 되어야 할터이니! ”
초월고금인(超越古今人)은 덤덤히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 본좌는 네가 그 새 아이의 소개를 받는 사이 이곳에 필요한 조치를 하러 수고 좀 해야겠다. 아혈과 마혈은 네 몸에 변화가 있으면 바로 풀릴 것이다. ”
쇠당마(衰當魔)는 그 무서운 중년의 그 자가 웃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리가 없으리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사이 백염화(伯艶花)에게 마혈이 제압당한 채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에 옥죄인 쇠당마(衰當魔)를 두고서 그 자는 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그 여아가 그리 되려면 조금 시기가 걸리겠지만, 모든 요염이 폭발케 되면 그 아이의 살결의 부드러움 만으로도 사내들은 절정에 사정케 될 것이니..! 그 천하 제일의 부드러운 살결과 향기는 오직 네 놈의 것이 될지는 네 그릇에 달린 일일 것이니라 ”
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이미 쇠당마(衰當魔)는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