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43
화요일.
회사에 출근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빨리 녹음 내용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하루해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몇 번을 화장실이라도 가서 듣고 싶었지만 억지로 꾸욱 참는다. 그 견딜 수 없이 지루한 시간...
하지만 거꾸로 가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고 했던가!
드디어 퇴근 시간이 되고 같이 식사하자는 동료를 뿌리치고 집으로 차를 향한다. 그리고 아파트단지에 차를 주차하고 녹음기를 꺼내든다.
그 손이 부르르 떨린다.
아~! 벌써부터 너무 긴장된다.
떨리는 손으로 플레이를 누른다.
“자 이거 당신꺼니까 당신이 가져가!”
녹음기에는 나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이때 내가 나름대로 그 상황에서 머리를 쓴다고 아내의 옷이 들어 있는 종이 가방에 볼펜 녹음기를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걷고 있는지 한참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다 왔어!”
“아니 왜 이런 곳에?”
“뭐 좋잖아! 사람 많은 커피숖 보다는...”
“할 얘기가 뭐죠?”
“후후 급하긴 일단, 타지”
텅! 차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난다.
“아니 어딜 가려는 거에요?”
“가긴... 그냥 여기 있을 거야!”
“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진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깬 사람은 아내였다.
“도대체 할 말이 뭐에요? 할 말 없으면 돌아갈 거에요.”
“나 참 왜 이렇게 서두르실까! 왜 내가 안 건드려줘서 그래?”
“그렇지 않아요.”
“후후 심심한가 보군.”
“앗! 하지 말아요!”
“아직도 반항할 생각이 남았나 보지?”
그리곤 잠시 또 조용해진다.
“아참 지금 브라는 하고 있나 몰라?”
“...”
“한 가지 경고해 두지. 여기서 그 상태 그대로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으면 날 거스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홀딱 벗겨놓고 난 가버릴 테니까!”
“어떻게 그런...”
“나 알지? 한다면 하는 거!”
“자 지금 노브라지?”
“... 네”
“좋아... 으음... 역시 언제 만져도 느낌이 좋아!”
“제발 이제 그만하고 절 보내 줘요!”
“무슨 소리야. 이제 시작했는데...”
“제발요.”
“아까 남편한테 30분 정도 빌린다고 한 말 못 들었어?”
“그건...”
“그리고 네 스스로 따라 왔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왜 이래?”
“정말 더 이상 남편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요.”
“후후 남편을 사랑하나?”
“네 많이요.”
“호우~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실험 한 번 해볼까!”
“무슨?”
“뭐긴. 넌 사실 음탕한 피가 흐르고 있어. 입으로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 네 보지는 아무 남자나 넣어줘도 뜨겁게 받아들이지.”
“그렇지 않아요.”
“뭐 좋아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넌 지금 남편이 저렇게 기다리고 있어도 보지를 흠뻑 적실 여자야.”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뭐 좋아 좋아 그런데 벌써 유두가 이렇게 솟아 있는데”
“아아 아파요.”
“오우 이런 미안. 네 육체만 보면 내가 너무 흥분되서 통제가 안된단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나 혼자만 만지니 재미가 없군. 너도 내꺼 꺼내서 만져 봐”
“그건...”
“내 말 듣는 게 좋다고 그랬지... 이제부터는 말로 안하고 행동으로 할 거니까!”
....
“그래... 근데 그렇게 잡고만 있지 말고 너도 나처럼 움직여.”
“그래 역시 지혜의 손은 부드럽고 좋아”
“자 이제 입에 넣어 봐”
“제발 봐주세요.”
“이런 벌써 시간이 5분이나 그냥 가 버렸잖아”
“아악 그러지 말아요. 어머 앗”
“후후 그렇게 가리지 말고 팔 내려. 내가 말했지! 이제부터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홀딱 벗고 남편에게 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라도 내말 잘 들어.”
“이 옷... 어떻 ...”
“아~ 이 옷! 후후 내가 네 상의를 이렇게 쉽게 벗겨서 놀랐나 보군. 간단해. 이 옷이 앞에만 찍찍이로 되어 있는 게 아니거든. 뒤도 목에서부터 아래 끝까지 찍찍이로 붙어 있지. 그래서 네 팔의 옷소매를 잡고 쭉 잡아당기면 이렇게 쉽게 벗겨지는 거야.”
“어떻게 그런...”
“자 다시 내 좆 잡어. 두말 하지 않겠어!”
“그래 이제야 말을 좀 듣는군. 자 이제 빨아봐!”
“아래도 벗겨줄까!” 의협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후후 그래 그렇게... 내가 어제 가르쳐준 것 기억하지? 난 느긋하게 누워 있을 테니 최선을 다해봐.”
그렇게 한 동안 빠는 소리만이 들린다.
쯥쯥쯥 하아 쯥쯥
한 10분정도 흘렀을 때
“자 이제 그만...”
“하아 하아”
“이제 잘 하는군. 말하지 않아도 잘 빨어. 아주.”
“하아 하아 하아”
“너도 흥분했지?”
“아 아니에요.”
“그래? 뭐 확인해 보면 알지. 너 아래도 노팬티인가?”
“그... 그래요.”
“음탕하군. 넌 원래 그렇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그... 그렇지 않아요.”
“근데 왜 이렇게 입고 있어?”
“그건 민혁씨가”
“후후 또 내 핑계를 대는군. 뭐 좋아! 이제 그럼 슬슬 확인해 볼까?”
“자 이쪽으로 다리 벌려”
“제발요. 그건...”
“확인만 해 볼게. 만약 네 보지가 안 젖어 있으면 그냥 널 보내주지.”
“어떻게 그런...”
“네 입으로 흥분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자꾸 시간 잡아먹지 말고”
찌이익 다시 뭔가 뜯어지는 소리가 난다.
“아악”
“후후 놀랐지? 이 치마도 마찬가지야! 왼쪽만 트인게 아니라 이렇게 오른쪽도 찍찍이로 붙어 있지...”
“음 이자세로는 나한테 보여주기 힘들지? 자 내가 도와줄게. 의자를 이렇게 제껴서... 손 치워.”
“아 이거 일일이 말로 하려니 짜증나네. 내가 손 치우라고 했을 땐 알아서 다리 벌려야 할 거 아냐”
.................
“하 이거 봐라. 이거 봐”
“이렇게 적셔놓고는 거짓말을 해.”
“거짓말 한 벌을 받아야겠는데.”
“자 의자 위로 올라가 돌아서 엎드려”
“그래 그 상태에서 엉덩이를 내쪽으로 내밀어.”
.........
“자꾸 그렇게 말 안듣지. 그 치마도 벗겨줄까?”
“역시 언제 봐도 멋져... 그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몰라!”
후르릅 쩝 할짝...
“아우~~”
쩝쩝 찔걱찔걱
“으허허 으으”
한참을 그렇게 빠는 소리가 나고 그럴 때마다 아내의 입에서는 뜨거운 신음소리가 토해져 나온다.
“아우~~ 하아 아아”
“역시 지혜 보지는 맛있다니까 후후!”
“하아 하아”
“자 어때? 하고 싶지?”
“...”
“대답해. 내 뜨거운 좆으로 넣어줬으면 하지?”
“아우~ 하아하아”
“이런 고작 클리토리스 만진 걸 가지고 이렇게 흥분해서야... 자 대답해 봐”
“아으으으 아아”
“치마도 벗고 싶은가 보군.”
“하아 하아 네 네 하 하고 으으 싶어요...”
“좋아 이제야 솔직해 지는 군. 자 우선 이걸로 만족하라구”
“아우~~~”
“이런 이런 그렇게 하고 싶었어? 내 손가락을 아예 물고 늘어지는 군”
“으으 하아 하아”
“자 자 이렇게 해주면 좋지?”
“아아~”
“이렇게 작은 걸로는 만족하기 힘들지? 내껄 넣어줄까!”
“아우 아아아”
“어때? 말해봐 그러면 넣어 줄게... 자 자”
“하아 아아 아우~ 네 네.....”
“자 그전에 클리토리스도 이렇게 만져주는 걸 좋아하지?”
“아흐 아아아 제 제발....”
“자 넣어 달라고 해봐”
“아후~ 너 넣어 주... 으으 세 하아 요...”
“역시 넌 뜨거운 여자야. 이렇게 내 손가락 하나에 음탕하게 엉덩이를 흔들다니.... 그래서 말인데... 지금 남편이랑 헤어지고 나랑 사는 건 어때?”
“네?”
“뭘 그렇게 놀래? 나와 같이 살면 매일 이렇게 네 뜨거운 몸을 시원하게 식혀줄 수가 있다구... 어때?”
“아우 아 ... 안 되요...”
“네 입은 안된다고 말하지만 네 다른 입은 이렇게 뜨겁게 내 손가락을 환영하고 있는데... 이래도 안된다고 할거야?”
“아으 하아 아우 아아아”
“자 어때? 지금 남편과 헤어지는 게?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줄게.”
“하아 아우 아 안 으으 안되.... 하아 요...”
“그럼 이렇게 남편 몰래 계속 즐기고 싶은 거야?”
“으으 그... 하아 그렇지.. 아우 않아욧~”
“후후. 뭐 어느 쪽이든 좋아! 결국 이렇게 가다보면 아마 남편이 먼저 헤어지자고 할 껄”
“안돼~~! 아흑....”
“뭘 그렇게 힘들게 고집 부리는 거야! 그냥 지금 남편과 헤어지면은 즐거운 생활이 널 기다리고 있다구!”
“아앙 안...되요. 제발...”
할짝 할짝 쩝쩝
“오우 아앗 안돼.... 거긴...”
“자 어때? 넌 뜨거운 여자야. 그러니까 나 밖에 널 만족시켜 줄 수 없다구... 뭐 기태와 같이 해도 좋구...”
“아후 아아 으윽”
“좋아 가끔은 남편하고도 하게 해 줄게... 그럼 좋지?”
“아후 으허허 아아~”
“이런 이런 대답할 상태가 아니군”
“아우 아우 하아”
“후후 잠시 쉬어 가자구... 누가 엉덩이 내리라고 했어. 그대로 가만히 있어.”
“하아 하아...”
“자 어때? 그냥 지금 남편하고 헤어지는 게?”
“안되요. 그럴 수 없어요... 하아”
“넌 뜨겁고 음란한 여자라니까!”
“으흑... 그래도 남편이랑 헤어질 수 없어요. 뭐든 다 할 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계속 이렇게 남편 몰래 나와 기태와 만날 수 있어?”
“그건....”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하아...”
쩝쩝쩝... 할짝....
“우우~~”
“역시 넌 항문을 같이 애무해주면 좋아하는 것 같아. 이렇게 쑤셔주면서 말이야...”
“아우 아아... 거긴...”
쯥쯥 쩝쩝...
“아우우우 하아.,..”
그리고 당분간 할짝이는 소리와 쑤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내 귀를 어지럽히는 아내의 달뜬 신음소리만이 들리고 있다.
“아우~ 아악 더 더는..”
“후후 가게 해 줄까?”
“아우 하아 하아 네 네...”
“아우 안돼....”
“후후 그렇게 쉽게 하면 재미 없지... 자 다시”
“아아 제발... 그러지 말아요...”
쯥쯥 쯥 쩝쩝 쑤걱쑤걱...
“으으으 하아 제... 제발...”
“아후후 으으...”
“어때? 좋아?”
“아후 아아”
후르릅 쩝쩝..
“아악 아아아 나 몰라.... ”
“자 남편과 헤어진다고 말해. 그럼 가게 해 줄게...”
“아우 그...으 아아 그 건... 아아 안되...”
“이래도..”
“아우 아우 아악 아아아아아아아”
“여기서 멈추면 싫지?”
“아우 네넵...”
“자 그럼 헤어진다고 말해...”
“아아 그것만은... 아악”
“더 이상 힘들 필요 없어. 간단해 그냥 헤어진다고만 하면 되는 거야...”
“아우 아아 아아아아”
“너도 힘들잖아.... 그냥 말해버리고 시원하게 가버려...”
“아우 아우 아악...”
“자 내껄 넣어 줄테니까 자 말해봐.”
“우우 허억... 아아아...”
“고집불통이군....”
“아우~~~ 아우 아아”
그 순간 다시 아내의 다급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우 아악 이제... 아우~~~”
“자 남편이랑 헤어지는 거야. 알았지?”
“아욱 안돼~~~~~~!”
...........................................
“하아 하아 흐윽....”
“그렇게 남편이 좋은가 보지?”
“제발요... 남편과 헤어지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요. 제발 흐흑...”
“뭐 그렇게 울거까진 없어....”
“제발요. 네? 제발....”
“흠 글쎄. 그게 나 혼자만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어차피 이 상태로 가면 너희 부부는 깨지게 되어 있어!”
“안돼요. 그것만은... 저 그러면 죽을지도 몰라요...”“휴우~!”
남자가 한숨을 쉰다.
그리고 잠시 아내의 흐느낌만 있을 뿐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남편을 사랑하나?”
“네 그래요.”
“지금 가정을 지키고 싶어?”
“네 제발....”
“흠.... 한 가지만 얘기해 주지... 기태를 조심해...”
“네에? 무슨?”
“거기까지... 이제 옷 입고 가봐.”
잠시 아내가 옷을 입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시 차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부우웅~~ 그 남자가 떠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아내가 걷는 듯 잡음이 들리고
“저기 미 미안해요."
“됐으니까 가지.”
아내가 로비로 들어와 나와 만났을 때의 소리가 들린다.
새삼 아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협박을 받으면서도 결국 나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사실들을 나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사실이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내에게서 얘기를 듣고 싶다.
녹음기를 정리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간다.
저녁이 되어 아내와 마주 앉아있다.
“여보 우리 술이나 한 잔 할까?”
“저기 평일인데 괜찮겠어요?” 아내는 조심조심 나의 안색을 살피며 그렇게 말한다.
“간단하게 한 잔만 하지.”
“네...”
술을 마시며 난 아내에게 물어본다.
“당신 나한테 무슨 할 말 없어?” 바로 어제 그리고 오늘 다시 아내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다.
“무슨...?”
“뭐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말 없냐구?”
아내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별로 밝지 않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글쎄요...” 아내는 뭔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겨우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정말 아내는 나에게 끝까지 얘기해 주지 않을 작정인가!
어차피 내가 지금 아내에게 순결을 원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벌써 아내는 기태와 몸을 섞었고 이민혁이란 이 남자와도 여러 번 몸을 섞은 듯하다. 그렇다고 그런 걸 가지고 내가 뭐라고 할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단지, 솔직하게 나에게 말을 하고 서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왜 아내는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화가 난다. 정말이지 말을 해주지 않는 아내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 다음 주에 출장가!”
“네? 언제요? 얼마나요?”
“다음 주 월, 화, 수”
“3일이나 가는 거에요?”
“음. 그래서 말인데 출장도 가고 오랜만에 기태와 소영이 불러서 주말에 한 잔하지?”
속상하고 화가난 나는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린다.
“이번 주말에요?” 아내는 다시 망설이듯 말을 한다.
“왜 주말에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럼 그렇게 하지.”
아내는 쉽게 대답하지 않고 술을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아내는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더니 슬쩍 나를 한 번 보고 말을 한다.
“저기 여보!”
“왜?”
“...” 다시 망설이는 아내...
그리고 한참 만에 다시 입을 연다.
“저기... 이번 주말에 기태씨랑 소영이 만날 거면 당신 출장 얘긴 안 했으면 하는데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의아한 듯 아내를 바라본다.
그러자 아내는 불편한 듯 내 시선을 피하더니
“그냥 굳이 당신 출장가는 거 기태씨에게 말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나에게 솔직하게 말을 하면 되잖아. 왜 말을 안하는 거야’
“왜 상관없잖아. 안 그래도 당신 혼자 놔두고 며칠 집 비우려니 불안한데 기태 녀석더러 좀 봐달라고 하지 뭐.”
난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또 해 버린다.
“아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애도 아니고...” 아내가 조금 당황을 한다.
“뭐 어때. 보통 사이도 아니고... 그 정도야 편의 봐주겠지. 후후”
나는 애써 웃음까지 지어 보인다.
그러자 아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어제 저녁부터 나는 계속 고민에 싸여 있다.
서로 다른 사람과 잠자리까지 한 우리 부부 사이에 말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대도 아내는 나에게 자신의 일을 입을 다문 채 말하지 않고 있다.
화가 난다. 그러면서도 아내 성격에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더욱 괴롭힌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아내는 협박을 받고 있고 그것을 나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다. 나와 관련된 일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혹시, 그냥 즐기기 위해’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혀 온다.
어쨌던 녹음기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된 나는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냥 아내에게 모든 것을 얘기하고 같이 해결할까도 생각했지만 애써 나에게 감추며 혼자만이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는 아내에게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한 더 이상 충격을 주고 싶지 않다. 될 수 있으면 아내에게는 계속 내가 모르는 걸로 해두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이것이 아내에게는 두고두고 죄책감으로 남겨지겠지만 나중에 정말 나중에 우리의 생활이 다시 평온해지고 이 일이 어느 정도 잊혀져갈 때쯤 그때 아내에게 말하고 싶다. 사실은 알고 있었노라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만 할까!’
문제는 기태같았다. 아니 본질적으로 따지면 내가 잘못한 것이지만...
어쨌던 펜션에 다녀온 후에 깨끗하게 기태와 끝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녹음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민혁이란 친구는 아마 기태가 일을 꾸미기 위해 불러들인 친구 같았다. 그렇다면 우선은 이민혁이란 친구부터 만나봐야될 것 같다. 처음부터 기태를 먼저 만나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민혁이란 친구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말한 한 마디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는 연락을 하였다. 이민혁이란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오늘 저녁 잠깐 만나자는 나의 연락에 이 친구는 흔쾌히 ok를 한다.
약속 장소에 나가자 이 친구가 먼저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일단, 한 잔 하고 얘기 나누죠!”
“네.. 그럼...”
자리에 앉아 술을 시키고 몇 잔을 마셨다. 이 친구는 궁금한 듯이 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인내심이 있는 친구 같았다. 하지만 그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마치 초식동물을 노리고 있는 육식동물의 끈질김이라고나 할까!
“저기...”
“네 무슨?”
“기태와는 어떤 사이세요?”
“네?”
“아니 그냥 기태와 친하신 거 같아서...”
“하하 아 네.. 그냥 뭐 잘 따르는 동생입니다.”
“네에 그러시군요.”
막상 말을 꺼내려 해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망설이고 있자 이번엔 이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낸다.
“무슨 할 말 있으신 거 같은데... 혹시 또 마사지 받고 싶으세요? 하하하”
“음.... 그게 아니라 실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아내의 일 모두 알고 있습니다.”
“네? 무슨?”
“알고 있을 텐데요? 아내가 기태와 당신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흠...” 남자는 순간 움찔하더니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씨익 웃더니
“그래서요?” 전혀 당화하지 않는 모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식이다.
솔직히 속으로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안그래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고 힘들게 내뱉은 말인데 상대방이 저렇게 태연하게 나오다니
“적당히 이쯤에서 아내에게서 손 떼 주었으면 합니다!”
“후후후 글쎄요.”
“글쎄요라니요...?”
남자는 태연하게 술잔을 들더니 한 잔 쭈욱 들이킨다.
“그게 제 맘대로 안되서 말이죠?”
“그게 무슨?”
남자가 비릿하게 웃음을 짓는다.
난 순간 욱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오늘은 아내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입장은 나인 것이다. 난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잠자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린다.
“후후 부인께서는 그러길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말도 안되는....!”
난 일단 여기서 심호흡을 한 번 하였다.
“우리 좋게 말할 때 여기까지만 합시다.”
“후후후. 웃기는군요. 부인을 이렇게 만든 건 당신 아닌가요?”
“하지만 이런 걸 원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부인을 잘 간수하셨어야죠.”
계속해서 남자는 비꼬면서 말하고 있다. 다시 욱하고 치밀어 올랐지만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꾸욱 쥐고 다시 한 번 인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긴다.
“그럼 이대로 못 물러나겠다는 거요?”
“힘들지 않겠습니까?”
“휴우~! 그럼 어떻게 하면 아내를 가만히 놔두겠소?”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나요? 부인에게 물어보셔야지! 후후후”
“당신 정말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더 이상 난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자 남자는 얼굴에 웃음을 싹 지우더니 차갑게 내뱉는 것이다.
“부인을 그렇게 내돌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런다니 참 웃기는군요.”
난 다시 한 번 안간힘을 다해 참아본다.
“이보세요. 이민혁씨!”
“네 듣고 있습니다. 후후”
“잘 들어요. 애초에 우리는 서로의 합의하에 서로가 원할 때만 이렇게 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잖소!”
“누가 아니라는 거죠? 부인이 그러던가요?”
“그건....”
“후후 부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닌가 보군요.”
남자는 뭔가를 움켜쥐었다는 듯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한다.
“내가 보기엔 부인께선 즐기고 있어요. 절대로 이 상황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최기영씨도
보셨잖아요. 부인의 반응을... 후후“
여기서 난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저 남자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요사이 보인 아내의 격한 반응들이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간다.
‘정말 아내는 싫어하지 않는데 나혼자만 이러는 것일까!’
이런 나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다시 말을 계속한다.
“사실 나도 이렇게 반응 좋은 여자는 처음봐요. 정말이지 섹스할 맛이 난다고나 할까요. 말과 육체가 따로 논다고나 할까! 하지만 뭐 그것도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모습으로 밖에 안보이지만... 정말이지 뜨거운 여자에요...”
“그만....”
난 다른 남자 입에서 아내에 대해 아내의 육체에 대해 평가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아니 내가 허락하지 않은 나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단숨에 내 앞에 있는 술잔을 들이킨다.
그 모습을 남자는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
“좋아요. 그럼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뭐죠?”
“이건 기태의 짓입니까?”
잠시 남자는 나의 얼굴을 날카롭게 쳐다본다.
“그게 지금 왜 중요하죠?”
“중요하죠. 적어도 당신은 동조한 것 뿐일 테니까!”
“후후후 글쎄요.”
“그 말은 기태가 꾸민 짓이라고 봐도 좋다는 거겠죠?”
“그게 지금 와서 왜 중요한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 보세요. 지금 당신은 한 가정을 파탄시키는데 동조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것도 내 아내를 협박해서...”
“난 협박한 적 없어요. 그저 당신 부인이 좋아서 나에게 온 것이지.”“내가 지금 추측으로만 여기 와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남자가 순간 주춤한다.
처음 내가 아내에게 모든 것을 듣고 와 이러는 줄 알다가 아내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냥 내가 추측으로만 이런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요.”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드디어...
“난 이민혁씨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기태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우리 이쯤에서 끝냅시다.”
“후후 날 언제 봤다고 그렇게 함부로 판단하세요. 넘겨짚기를 심하게 하시는 군요.”
“그럼 아내에게 기태를 조심하라고 말 한 건 무슨 이유죠?”
흔들!
이번엔 확연히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곤 이번엔 이 남자가 자신의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버린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부인을 정말 사랑합니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뭔가 의미가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난 다시 술잔을 비운다.
그리고 어렵게 나의 입을 열고 대답한다.
“물론 사랑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거구요. 그리고 아내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왠만하면 제 선에서 조용하게 끝내고 싶습니다.”
“그럼 부인을 더 소중히 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휴우~!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난 무척 후회하고 있구요.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아내에게 상처없이 해결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다물어진 나와 남자의 입은 그저 술잔만 들이키고 있다.
한참 만에 다시 남자의 입이 떨어졌다.
“당신은 부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어요!”“무슨...”
“당신은 당신의 욕망에 부인을 팔아버린 거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에 대한 댓가가 따르는 건 당연하겠죠. 나 같으면 그런 부인을 이렇게 만들지 않겠습니다만...”
이 남자의 말이 맞다.
내가 아내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잠시 말없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시작한다.
“좋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아내가 저렇게 된 건 내 잘못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 사실을 알게된 이상 더 이상은 가만있지 못하겠소. 아내를 되찾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잠시 나를 쳐다보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부인이 말해 준 거 같지도 않는데...?”
“사실대로 말하죠. 사실 최근 아내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서 아내 모르게 녹음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음....”
남자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앞에 놓인 술잔을 다시 입에 털어 넣더니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죠.”
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저만 해결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부인이 협박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최기영씨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쨌던 지금 기태를 만나 어설프게 행동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을 거에요. 기태녀석 작정을 하고 덤빈 것 같더군요.”
“작정을 하다니...?”
“뭐 부인에게 상당한 집착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무슨 짓을 할 줄 모르죠. 어쨌던 이 일을 해결하려면 박실장님께 한 번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겁니다.”
“박실장이라면 기태가 일하고 있는 그...”
“네 바로 거깁니다.”
“그러면 해결이 될까요?”
“뭐 확실하신 분이니까요. 제가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난 순간 어두운 동굴에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일단 두 명중 한 명은 해결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하는 말투로 보아 박실장에게 얘기하면 해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남자가 일어서는 것이다.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부인에게 잘 해주세요. 좋은 여자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하고 남자는 밖으로 나가려 한다.
그때 난 가슴속에 담아뒀던 궁금한 한 가지를 물어본다.
“왜 아내를 도와주는 거요?”
나의 질문에 남자는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그냥 말없이 미소 짓더니 그대로 돌아서 가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에 난 박실장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 날 저녁에 박실장과 만나 상황을 얘기를 하였다. 그러자 박실장은 확인해 보고 그게 사실이면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고 하였다. 얘기가 나온 김에 난 다음주 출장 건까지 얘기를 하자 박실장은 아무 걱정 없이 다녀오라는 것이다. 잘 하면 그 안에 모두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래서 토요일에 기태와 소영이가 우리집에 왔을 때 안심하고 출장 얘기를 할 수 가 있었다. 물론 나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아내에 대한 괘씸함도 있었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최근 몇 주간은 정말이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비록 아내가 다쳤지만 이렇게나마 아내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물론 기태에게 벌은 내려야겠지만 저렇게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기태를 보자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아니면 어제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부산에서 여기까지 운전을 하고 온 탓일까! 의자에 앉아 아내의 오른손을 꼭 쥐고 아내 옆에 머리를 묻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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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녹음기는 끝이네요.
많은 분들이 반겨주셔서 참 좋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