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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서 못올린 글 3

인간 흉내를 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극의 태양 아래에서는 훨씬 쉽습니다.

 

주인님의 암캐가 되어, 집 밖으로는 단 한 발도 내밀지 않고 언제나 주인님의 발뒤꿈치만을 졸졸 따라다닐 수 있기만을 꿈꾸지만, 저처럼 자지가 달린 병신 암캐에게 그런 것은 당치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겨울에처럼 주인님의 저택을 지키는 경비견으로라도 데려가 주셨으면 하고 꿈꾸었지만, 저에게는 그럴 자격도 없었습니다. 그런 일은 혈통 좋은 사육견들이 할 일이지, 저같은 들개의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인간 흉내를 내면서, 살았습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인간들의 행동은 이해할수조차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다른 인간들에게 의심을 품지 않게 하기 위해선 몇 번이나 생각을 하고 몇 번이나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곳에는 저를 아는 인간이 없습니다. 남을 신경쓰는 인간도 없습니다. 이 곳이라면 편안하게...


 

- 짝!

 

따귀를 맞았습니다.

미미님의 등을 맛사지하던 손이 멎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모래밭에 머리를 처박고 사죄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개라는 것을 인간에게 들켜서는 안됩니다. 그게 주인님의 명령이시니까요.
허락 없이는 말을 할 수도 없으니 앞발을 허우적거리다 고개를 푹 숙이자, 미미님께서는 저를 무시하시고 다시 엎드리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말을 할 수도 없고, 발 밑에서 재롱을 떨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끝없이 고민하던 저는 엎드려 있는 미미님의 발을 조심스레 들어올려 키스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괜찮겠지요. 멍청한 인간들은 연인들 사이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미미님께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지요.

 

미미님께서는 제 얼굴을 걷어차셨습니다.

인간 몇 사람이 그런 제 꼴을 보고 웃었습니다.


 

미미님은 벌떡 일어나 긴 팔다리를 멋지게 움직이며 걸으십니다. 진짜 암캐는 저런 움직임 하나하나까지도 예술이 되는 것일까요. 그 뒤를 쫓아가는 제 허우적거림은 생각만 해도 창피한 꼴입니다. 들개의 피는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미미님은 선망섞인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우아하게 걸으십니다. 여기가 수많은 인간들로 가득한 해변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숲 속인 것처럼, 예전에 데려가 주셨던 그 숲 속에서 알몸으로 걸으시던 것처럼 당당하게 걸으십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간혹 홀낏홀낏 한 쪽을 곁눈질하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시선의 끝에-

 

주인님이 계십니다.

 

지금이라도 주인님께 달려가 어리광부리고 싶은 마음은 저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주인님의 애완견으로 태어난 암캐이신 만큼 그런 욕망은 저보다도 훨씬 더 크시겠지요. 하지만 미미님께서는 해변에서는 다가오지 말라는 주인님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지만, 너무나도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마치 긴 줄에 묶인 것처럼 주인님 주변을 맴들고 있는 그 마음이 손에 잡힐 듯이 마음을 찌릅니다.

그래서 저는 미미님의 앞을 인간들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암캐답게 우아히 그들을 비켜 가는 미미님을 무례한 손이 움켜쥔 뒤에야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인간 수컷들입니다. 미미님의 자태에 발정이 난 걸까요.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수컷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미미님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저는 미미님의 남편입니다.

 

허겁지겁 다가가자 역한 술냄새가 납니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서, 감히 주인님의 것에 손을 대고 있는 것입니다. 가슴 속에서 잃어버린지 오래인 느낌이 치밀어오릅니다. 저는 화가 났습니다. 분노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립니다. 저는 있는 힘껏 외쳤습니다.

 

"그... 만... 둬요..."

 

그것이 저의 한계였습니다. 인간들은 저를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저는 암캐로 되돌아가기 위해 발톱을 자르고 어금니를 뽑았습니다. 저에게는 짖을 용기조차 없습니다.

미미님의 차가운 눈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작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미미님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져서, 작아져서, 작아져서...

 

그리고 징벌의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미미님의 무릎이 미미님의 팔을 꽉 잡고 있는 수컷의 자지를 찍어버린 것입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즉시 팔을 빼내서 몸을 반바퀴 돌리며 다른 한 명의 턱을 손등치기로 날려버립니다. 적어도 한 달 동안은 스프보다 진한 것은 먹지 못할 것입니다. 마지막 한 명, 대머리 위에 얼룩덜룩한 문신을 새긴 수컷이 뜻모를 고함을 지르며 휘두른 주먹을 미미님은 가볍게 피하고, 다시 피하고, 또 피하고서 손끝으로 목을 찍었습니다. 대머리가 목을 움켜쥐고 헐떡이려는 순간 한 걸음 나서신 미미님은 대머리의 두 귀에 박수를 쳤습니다. 고막이 터져서 주저앉는 얼굴 높이가 무릎 근처로 떨어지는 타이밍을 맞춰 걷어찹니다. 여기까지 단 5초.

 

그렇습니다. 미미님은 암캐이면서, 동시에 투견인 것입니다. 저 따위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
감히 주인님의 것에 손을 댄 인간들에게 천벌을 떨어트리신 미미님은 홱 몸을 돌려 다가오셔서는 제 배를 걷어차셨습니다.

 

"캑...!"

 

숨이 막힙니다. 저는 배를 끌어안고 모래사장에 엎어졌습니다. 이 고통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주인님이나 미미님께서 즐거움을 느끼시기 위한 고통이 아닙니다. 이 멍청한 암캐가 미미님의 심기를 어지럽혔기에 받는 벌일 뿐, 관능도 쾌락도 없는 순수한 고통입니다.

미미님께서는 제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셨습니다. 엎어진 제 뒤통수를 찍어차 주셨으면 저는 단번에 기절하여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미미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미미님께서는 홀로 떠나가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버림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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