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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동침 act 03


■ 동침 ■

act.03
―― 그리고 밤, 시작하기 전 ――

Translated by bluewing





아스카가 목욕탕에서 나왔다.

그 모습에 신지는 두근거렸다.

머리카락을 모아 붉은 타월로 감았고,

몸에도 붉은 목욕타월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어깨나 허벅지의 하얀 피부는 열로 상기되어 연분홍색이 되어 있다.

그 타월을 벗기면,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된다고 생각하자, 신지는 미칠 듯한 감정에 빠져 버린다.

아스카의 모습에 눈을 빼앗긴 신지는 또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다.

그런 신지를 본 아스카는,

 

「뭐야」

 

「아, 아스카, 조금 대담한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신지, 너도 빨리 샤워하고 나와」

 

신지는 그대로 아스카를 쓰러뜨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말 없이 한걸음 한걸음 아스카에게 다가갔다.

아스카는 그것을 눈치채고,

 

「제대로 씻고 나오지 않으면, 손도 못대게 할거야!」

 

아스카는 신지를 노려보았다.

 

「으, 응. 씻고 올게」

 

신지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욕실로 향했다.

신지의 몸은 이미 전투준비 OK상태가 되고 있었다.

아스카의 앞을 통과할 때는, 무심코 허리가 뒤로 빼고 앞으로 숙인 자세가 되어 버린다.

 

「제대로 깨끗이 씻고 와. 특히 자지,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고 와야 해!」

 

아스카의 입으로부터 자지라는 말이 나오다니, 신지는 여자아이, 그것도 아스카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아스카의 기세에 밀려 도망치듯 욕실로 들어갔다.

 

아스카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아, 놀랬다. 신지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어. 자극이 좀 강했나」

 

신지를 조금만 흥분시킬 생각에 이 모습으로 나왔지만, 효과가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

 

「확실히, 신지는 남자네」

 

체격은 비슷해 보이지만 둘은 남자와 여자,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가늘고 가녀리게 보이는 신지지만 계속된 전투훈련으로 그 몸은 꽤 근육질이다.

억지로 덮치면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신지의 앞에 나온 부끄러움과 신지가 자신을 덮쳤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움으로, 심장의 고동이 두근두근 크게 울리고 있었다.

장난이 조금 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방에 들어갔다.

재빨리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브러쉬로 어루만졌다.

 

「아직 다 마르진 않았지만, 뭐 괜찮은가」

 

침대를 보면, 시트가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있고, 침대 메이크도 확실히 되어 있었다.

아마도 신지가 집에 돌아와 아스카가 없는 사이 정리해 둔 것일 것이다.

 

「정말, 이런 점에서 너무 섬세하다니까」

 

이 위에서 신지와 첫 경험을 했다.

생각해 내자 부끄러워진다.

아스카는 몸단장을 대충 마치고 자신의 방을 나왔다. 

 

신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방보다 좁은 신지의 방.

신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미사토와 아스카, 그리고 신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실은 이 사진 외에도 둘이 함께 가진 사진이 있다.

둘만이 찍혀 있는 사진.

서로 얼굴을 붉히고 팔짱을 낀채 어색하게 굳어있는 사진.

그 사진을 당당하게 내 놓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관계가 들통난다면 동거관계가 해지될 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최대한 숨기는게 좋을 것이다.

신지의 침대를 본다.

얼마 전까지 신지가 누워있던 침대. 항상 신지가 잠자는 침대.

언젠가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함께 일어나는 날이 올 것이다.

신지 이외의 남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신지의 품에 안겨서 잠든 모습을 생각하자 방금 이상으로 열이 오른다.

결국 신지의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 밤도 여기서 하는 건 그렇네. 좁기도 하고…)

 

잘 정리된 침대지만 둘이서 자기에는 좁다.

지금까지처럼 몸만 맞대고 각자의 방으로 간다면 모르지만 오늘은 아침까지 함께 있기로 했다.

그걸 생각하면 이렇게 좁은 침대는 불만스럽다.

 

「그렇지」

 

방의 이불장을 열어보았다.

예비용 이불과 담요가 있었다.

 

「좋아」

 

아스카는 이불과 담요를 안고 거실에 가져갔다.

뒤이어 침대 위의 이불과 담요도 꺼냈다.

그리고 신지의 방에 가 침대에서 시트를 벗겨서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미사토의 냉장고에서 술을 꺼냈다.

 

「이걸로, 준비만전이야」

 

아스카는 술을 갖고 방을 나왔다.

 

 

 

신지가 목욕탕에서 나왔다.

연보라색 T셔츠에 검정색 반바지라는 복장이었다.

거실로 나오자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 중앙에 깔린 큰 이불이었다.

이불 두개를 붙여 깔고 한 장의 큰 시트로 감싸고 있는 것일까, 깔끔하게 모양을 내고 있었다.

그 위에 담요가 한 장, 그리고 베개가 두개 나란히 있었다.

이불의 옆에는 타월이 몇 장 정리되어서 놓여져 있다.

 

  (오늘 밤은 여기서 하는 걸까)

 

언제나 아스카의 방에서 몰래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넓은 거실에서다.

 

  (넓은 곳에서 하는 건 어쩐지 부끄러운데)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식당 쪽에 시선을 옮기자 아스카가 있었다,

 

신지는 또 다시 아스카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우두커니 서 있게 되었다.

언제나 머리카락에 붙이고 있는 붉은 헤드 셋을 떼어내고, 머리를 풀고 있다. 그 때문에 귀가 가려져서 평소와 다른 인상을 준다. 옷은 큰 버튼이 세로로 달린 레몬 옐로우의 민소매 프런트 버튼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방금 전과는 또 다른 청초한 느낌이 든다.

아스카는 또 같은 대사를 토했다.

 

「뭐야」

 

「아니, 오늘의 아스카는 너무 예뻐서. 볼 때마다 놀라게 되」

 

「바, 바보. 이 옷은 아까도 입었단 말야. 잠에 취해서 못 봤으면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뻤다.

고심해서 선택한 옷을 칭찬받았고, 신지가 자신에게 매료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 주었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신지는 아스카의 오른손에 든 글래스가 신경이 쓰였다.

 

「뭘 마시려는 거야? 설마 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진한 초록색 병이 있었다. 술의 이름 따위는 알 리 없고, 단지 그 병의 라벨로 보아 일본주일 거라 생각했다. 그 근처에는 포트도 놓여져 있다.

신지는 아스카 옆의 의자에 앉았다.

 

「일본주?」

 

「소주에 더운 물을 탄 미즈와리」

 

「자주 마시는거야?」

 

「그럴리 없잖아. 오늘이 처음이야. 신지도 마셔 볼래?」

 

아스카는 신지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글래스에, 더운 물을 7할 정도 따랐다. 그리고 소주를 부어 머들러로 가볍게 휘저은 뒤 글래스를 신지의 앞에 두었다.

약과 비슷한 냄새가 퍼지고, 글래스 안의 투명한 액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 그렇지만 신지는 너무 마시면 안 돼.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할 수 없게 된다니……」

 

조금 전의 자지도 그렇고, 오늘의 아스카는 말하는 것이 너무 다이렉트하다.

신지는 글래스를 손에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형용하기 어려운 씁쓸한 맛이 난다. 어른은 이런 걸 맛있어 하는 것인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거의 마시지 않고, 글래스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아스카, 이거 맛있어?」

 

「···맛없어」

 

「그러면 왜 마시는 거야?」

 

아스카는,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간격을 두고

 

「신지, 우리가 몇 번이나 섹스 했는지 기억해?」

 

신지는 예상 못한 질문에 조금 놀랐지만 곧 대답할 수 있었다.

 

「···3번」

 

「왜 3번이야! 4번이잖아!!」

 

「아, 하지만 처음에는 아스카가 아프다고 못 했잖아」

 

「그, 그랬지. 어쨌거나 잘 기억하고 있네」

 

「그렇게 많이 한 건 아니니까. 그런데 그건 왜?」

 

「그게···신지, 나랑 하고서 어땠어?」

 

아스카의 진심을 알지 못해서, 대답을 헤매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불안이 스쳐지나간다.

 

「어, 어, 어떻기는, 난 아스카와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

 

「어째서?」

 

불안은 자꾸자꾸 커진다. 아스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스카, 나와 섹스한 걸 후회하는 거야?」

 

「아, 아냐. 난, 신지가 싫지 않아」

 

그 말은 아스카에게 있어 최고의 애정 표현의 하나인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지는 자신의 기분을 말했다.

 

「나는 아스카가 좋아. 아니 사랑해」

 

「···고, 고마워」

 

「정말로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스카는 신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스카는 뜻을 결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난 신지와 섹스한걸 후회하지 않아, 오히려 신지와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해.

   그···나도 흥미가 있었고, 신지와 첫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하지만 아직 기분이 좋다든가의 쾌감같은 걸 느낄 수가 없었어.

   나, 아픈 건 처음에만 그렇고 점점 좋아질거라 생각했어.

   그렇지만 아직 아파서, 아, 그렇다고 신지가 싫다던가,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든가 그런 건 아냐.

   나도 신지랑 섹스하는 건 좋아. 그렇지만 아직 기분이 좋아지질 않아서,

   그, 해버린 바로 직후에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해.

   그렇지만 그 뒤에는 또 다시 신지한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해.

   나도 그럴 나이고, 벌써 몸으로 신지를 기억해버린 걸,

   그러니까, 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

   신지에게 더 즐겁게 안기고 싶어.

   신지와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아스카는 이야기를 끝내고 신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 얼굴은 발갛고, 표정에는 부끄러움이 나타나 있었다.

 

「아스카······」

 

「난 이런 일만 생각하는 음란한 여자애야, 싫어?」

 

신지도, 아직 아스카가 섹스의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미숙한 솜씨로 열심히 애무하고 아스카를 즐겁게 해주려 하지만 결국 쾌감을 얻는 건 자신만이다.

이런 자신이 아스카를 궁지에 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 나는 아스카와 안고 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아.

   그래서 나만의 쾌감을 요구했을지도 몰라. 지금까지 아스카를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미안.」

 

「신지만의 잘못이 아냐.

   나도 무서워하고 있었을지 몰라.

   아마 그래서 좋아지지 않았을거야.

   그걸 극복하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 밤은 협력해 줘.

   부탁이야」

 

「응」

 

  (그래, 오늘 밤은 아스카를 더 소중히 하자)

 

신지의 대답에 아스카도 안심한 것 같다.

 

「고마워. 그, 저···그 다음에는 신지가 마음대로 해도 좋아」

 

신지의 귓가에『마음대로 해도 좋아』의 말이 메아리친다.

지금, 아스카를 소중히 하겠다고 가슴 속으로 맹세한 바로 직후인데, 또 아스카를 원한다는 정욕이 끓어 버렸다. 신지는 그 기분을 눌러 가라앉히려고 하지만, 그 기대에 무심코 흥분된 소리가 나와버린다.

 

「으, 응」

 

「신지는 나하고 하면 기분이 좋아?」

 

「응, 매우」

 

「그래. 그럼 나도 기분 좋게 해줘.」

 

「응」

 

「고마워」

 

신지는 흥분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술은 왜 마셨어?」

 

「책에 써 있었어. 취하면 기분이 업 되서 좋아진데.

   물론, 정말로 취해버리면 안 되니까 조금만 마셨어.

   여러가지로 공부를 했어.

   내가 아직도 아픈 건 별로 젖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젖는다니······」

 

여자아이가 사내아이에게 그런 일 말하다니, 신지의 얼굴이 다시 붉어진다.

그러나, 아스카는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젖지 않는 건 생각이나 분위기에 큰 영향이 있다고 해.

  그래서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미사토가 늦게 들어올 때만 노려서 했잖아. 그런데 언제 미사토가 돌아올지 몰라 제정신이 아

  니었던 거 같아. 그래서 젖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대로 계속해버리니까 더욱 아파지고, 섹스가 무서워졌던 거야」

 

「하하, 아스카, 열심히 조사했네」

 

열심히 설명하는 아스카에게 밀려서, 신지는 단지 맞장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미사토가 출장가는 걸 알았을 때, 좋을 기회라고 생각했어」

 

아스카는 잠깐 숨을 고르며 신지를 응시했다.

이번에는 침착하고 상냥한 어조로 바뀌었다.

 

「오늘 밤은 그런 걱정도 필요 없고, 시간도 충분해.

   욕실에서 몸을 녹이면 몸의 긴장도 풀리고, 젖기 쉬워진다고 해.

   그리고 술을 조금 마셔서 기분을 조금 고양시켰어.

   그리고······」

 

아스카는 신지의 뺨에 키스했다.

 

「나, 신지와 함께 기분 좋아지고 싶어.

   신지에게 안기고 싶어.

   신지와 행복한 기분이 되고 싶어.

   그러니까 부탁할게. 안아 줘······」

 

「아스카······」

 

  (아스카에게 언제나 끌려다녔다.

   아스카는 언제나 화내거나 웃거나 이리저리 바뀐다.

   아스카는 언제나 열심이다.

   아스카를 따라가는 건 큰일이다.

   그렇지만 아스카에게 미혹은 없다.

   아스카는 언제나 자신에게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스카에게서 내게 없는 것을 느낀다.

   아스카는 강하다.

   나는 그런 아스카의 빛에 매료된다.

   나는 그런 아스카가 좋다.

   그리고, 아스카는 언제나 나를 보아 준다.

   그러니까, 나는 아스카를 꼭 껴안고 싶다.

   아스카와 둘이서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너무 기쁘다.

   이 기쁨을 아스카와 나누고 싶다. 이 마음을 아스카에게 전하고 싶다.

   그러니까 오늘 밤은 아스카를 더욱 소중히 하고 싶다)

 

신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별로 자신은 없지만······)

 

계속

 

 

덧글. 다음 act 04부터 본편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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