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3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3 회 사부의 음행, 그리고 갈등
한참 번잡해야 할 낙양 창랑원이 의외로 조용하다.
그 안쪽을 지나 도원궁을 향하는 호수변 수림(樹林)아래에서 무정랑과 효정이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어찌 사부께서 아무말씀이 아니 계시는가? ”
한바탕 난리라도 피우던지 아니면 궁의 고수들을 언사(偃師)로 파견해 살수(殺手)의 정체를 밝혀내고 뒷수습을 해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너무나 조용한 만여궁주의 태도에 좌불안석이었다.
“ 그런데, 대사형... ”
효정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닫았다.
“ 뭐냐? 무슨 말인데 망설이느냐? ”
“ 요즈음 사부님이 조금 이상해졌어요. 지부 한곳이 풍비박산이나 사라져도 조용하고, 또... ”
얼마 전 연공실의 광경이 머리에 떠올라 머뭇거렸다.
“ 또 뭐냐? 혹시 사부님과 그 멍청이 사제가 얽혀있던 것을 말하나? ”
“ 어, 대사형도 알고 계셨어요? ”
“ 그럼, 나도 보았지! ”
“ 그 상황을 목격하고도 어찌 이리도 태연하세요? ”
“ 허면 어찌하란 말이냐? 사부님께 가서 왜 그런 행태를 저질렀나, 따지기라도 할까? ”
“ 허긴. 어쨌든 이상합니다. 그 행위나, 지금의 침묵이나 모두, 지금까지 보아온 사부님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에요. ”
효정의 눈 속에는 의아심이 가득했다.
“ 사부님이 그 멍청이를 단순히 욕정을 풀 대상으로 데려온 것은 아닐 게다. 문제는 분명 그 아이에게 있다. 아니면 사부께서 그 멍청이를 면밀히 주시하라 명하지 않았을 게다.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어있다. ”
그 말을 하는 순간 무정랑의 눈이 번득였다.
그 시각!
만녀궁주는 깊은 고뇌에 젖어있었다.
‘ 일년 새, 본 궁의 중진들조차도 아는 인물이 몇몇뿐인 강호거점이 여섯 곳이나 궤멸 당했다. 이는 분명 나의 웅지(雄志)를 방해하려는 자의 소행, 그러나 강호의 누구도 지부의 정체를 모른다. 그렇다면 분명 내부인(內部人)의 짓! ’
번쩍 고개를 든 만여궁주가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 무정랑 있느냐? 궁내의 모든 제자들을 한사람 남김없이 집결 시켜라! ”
한 사람 한 사람 살펴 기밀이 세어난 곳을 찾으려는 심산이었다.
* * * * * * * * * * * * * * * * * *
연무장 뜰에 백여 명 제자들이 모두 도열해 있다. 그들을 일별한 만여궁주가 무정랑에게 확인했다.
“ 한사람 빠짐없이 모두 모였느냐? ”
그들을 일별한 만여궁주가 무정랑에게 확인했다.
“ 예, 사부님. 연공실에 잠들어 있는 몽아 사제만 빼고 모두 모였습니다. ”
“ 알았다. 그럼 한사람씩 본 궁주의 앞으로 나서 지난 한달 간의 행적을 소상히 말하라! 그동안 만난인물, 행선지 그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자세히 일러야 한다. ”
생뚱맞은 지시에 모두들 어리둥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궁주의 시선이 무정랑을 향했다.
“ 너부터 가까이와 보고하라! ”
궁주의 다그침에 무정랑이 한발 움직이려는 바로 그때,
“ 크하하... 크하하하하! ”
도원궁 높은 지붕위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지붕위로 향하는 순간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장중에 흘러들었다.
“ 나에게 기밀을 흘린 사람을 찾으려는 겐가? 헛수고들 마시게! ”
얼굴을 백면으로 가린 녹의서생이 높은 지붕위에 우뚝 서서 연록색 도포자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저, 저놈이다. 잡아랏! ”
만녀궁주의 입에서 다급한 호통이 터졌다.
무정랑과 효정을 위시해 도원궁의 내로라하는 고수(高手) 십여 명이 지붕위로 날아올랐다.
“ 후후, 내려가라. 나는 다만 엉뚱한 고생을 하는 그대들이 한심하여 그 사실을 알려주려 했을 뿐이다. ”
녹의서생이 훌쩍 손을 흔들었다. 가벼이 펼친 그 손바람이 허공에 단단한 방어막을 이루어, 날아오른 군협들은 그의 신형에 접근조차도 못하고 도리어 바닥으로 밀려 떨어졌다. 지극한 반탄력이었다.
“ 이놈이? ”
낭패다.
저 한 놈에게 모두가 튕겨났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만여궁주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날아올랐다.
“ 후후... 궁주! 멈추시오. 궁주가 아니라 도원궁 제자가 한꺼번에 덤벼도 나의 옷자락 하나 건들 수 없소. 돌아가시오. 그리고 애먼 제자들이나 다그치지 마시오. ”
녹의서생이 허공에 원을 만들 듯 한손을 휘저었다. 가공할 기공(奇功)이었다.
만여궁주 가까이 다가든 그 손바람이 궁주의 신형을 공중에 빙글빙글 선회시키다 도원궁 뜰에 고이 내려놓았다.
“ 자... 모두들 몸 간수나 잘 하시오. 그럼! ”
녹의서생은 한마디 말을 남기고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순간 바닥에 뒹굴던 무정랑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
‘ 가만, 도원궁 제자의 집결은 갑자기 소집된 일, 외인(外人)은 모른다. 그런데 녹의를 걸친 저 놈은 이 순간에 때맞추어 나타났다. 그렇다면 궁내에 남은 사람은? ’
도원궁제자들도 방금의 궁주의 명을 받고 모였을 뿐이다. 진정 외부인이라면 모를 사실, 지금 궁내에 남아있는 인물은 오직 한사람 몽아다. 무정랑은 두말없이 연공실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드르릉... 쿨... ”
사지를 뻗고 코까지 골며 늘어지게 잠들어 있다.
사부가 지극히 호기심을 보이는 이 아이, 혹시나 하여 달려왔으나 연공실을 벗어난 흔적도 없다. 바깥의 소란도 모른 채 태평스럽게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 그 참, 궁내의 인물이 아니면 도저히 오늘의 회합을 알 수 없는데? ’
고개를 갸웃거리던 무정랑의 안색이 변했다. 연공실로 다가드는 기척을 느낀 것이다.
‘ 엇? 사부님이다. 이 혼란 중에 사부께서 어찌? ’
무정랑의 언뜻 몽아를 희롱하던 사부의 모습이 스쳐 지났다.
‘ 으음, 지켜보자. ’
급히 몸을 날려 천장 한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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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녀궁주는 또 다른 목적으로 이곳 연공실은 찾았다.
“ 모든 제자가 보는 앞에서 밀리다니, 그놈 감당 못할 무공이었다. 어서 이놈의 머릿속에 든 내공구결을 빼내야겠다. ”
제자들에게 철저히 경계에 임하라 명령하고는 한걸음에 달려온 궁주였다.
헌데, 새삼 부끄러움이 들었다.
연공실이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더욱 화끈거렸다.
당연히 천년비록 때문에 이 아이를 찾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을 해 봐도 내공습득을 핑계 삼아 자신의 욕정을 달래려 찾아가는 꼴이 아닌가 여겨져 깜짝 깜짝 놀라며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다.
“ 끄응, 으으으! 잘 잤다. 어 사부? ”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몽아가 사부를 반겼다.
간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이다. 그동안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만 몽아의 눈에 만여궁주의 새로운 모습이 신선하게 비춰졌다.
“ 우아... 사부, 무지무지 예쁘다. ”
몽아의 말에 살포시 미소를 띠며 치맛자락을 손으로 잡던 만여궁주의 표정이 아차 여기며 근엄하게 변했다.
“ 이놈 몽아야, 혹시나 아픈 곳은 없나 사부가 살피러 왔다. ”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제자를 보살피려 한다는 스승의 마음이라 강조했다. 들뜬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픈 표현이었다.
“ 피이, 내가 아니라 사부가 또 아프구나? ”
잠자다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손등으로 쓱 문지르는 몽아의 손놀림이 마치 무엇을 건드리는 모습처럼 요상스럽다.
“ 호호호... 얘야, 허긴 사부의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중원제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눈앞에서 보았던 녹의서생의 무공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혼신을 다해 덤벼들었어도 한발자욱 가까이 접근해 보지도 못한 가공할 무공, 그처럼 초절한 무공을 지닌 그놈이 강호쟁패를 위해 숨겨둔 거점을 파괴시킨 게 분명하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한시라도 빨리 천년비록의 무공을 익히는 것 뿐, 마음이 급해진 만녀궁주였다.
자신의 육체에 혹(惑)해 음욕이 머리를 뒤흔들어 꼭꼭 막혔던 뇌막 한부분이 열려 구결 한자락을 드러낸 몽아다.
어쨌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알아내 비록의 무공을 익혀야만 했다.
“ 알았어 사부, 몽아가 사부를 편하게 해줄게! ”
순간 만여궁주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 휴우, 그년이 이놈과 혼인를 했으면 내가 이 곤욕을 치루지 않을 것을! ”
허나 이미 육신의 쾌락에 젖은 몸뚱이다. 그 사실을 못내 도망친 제자를 빗대어 변명하고픈 만여궁주의 속마음이었다.
“ 예야, 몽아야! ”
“ 응... 사부, 말해! ”
“ 오늘은 몸이 뜨겁지 않니? ”
“ 후후... 뜨거워. 사부도 도와줘. ”
“ 오냐, 얼른 저리에 누워라! ”
이젠 어느새 여자가 되어 버린 만여궁주다.
전신에 욕정이 치밀어 점점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생각만으로도 속에 애액이 흘러 촉촉이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만여궁주가 살짝 눈을 흘켜 몽아를 치켜보며 훌렁훌렁 옷을 벗어 던졌다. 그 매끈한 살갗에 가만히 있어도 땀방울이 맺혔다. 아랫도리에는 열기가 머물러 깊은 곳의 살점들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더는 참고 기다릴 수 없는 음욕(淫慾)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 몽아 어서, 어서 이리로 오라. ”
손으로 젖무덤과 아래를 가리며 꾸짖듯 말했다. 그러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몽아를 보며 조그맣게 잦아드는 목소리였다.
보름달 같은 얼굴, 동그랗게 흘러내린 어깨의 선, 적당히 살 오른 몸매, 또한 하반신이 길어 늘씬하게 뻗은 다리가 늘씬하다.
“ 사부, 정말 멋진 몸이다! ”
“ 이놈이 또 사부를 놀려? ”
몸을 움츠리며 손을 앞으로 내젓는 만여궁주의 눈길은 어느덧 몽아의 허리 아래로 향했다. 그의 하체가 우람히 치솟아 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다가들어 만여궁주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헉, 짧은 숨소리가 터졌다.
흐느적 다리의 힘이 풀렸다.
“ 가만, 가만히 있어 사부, 이 몽아가 만져줄게! ”
“ 오냐, 어서! ”
만여궁주의 눈동자 속에 거역 못할 갈증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만여궁주의 가슴을 스치던 몽아의 손이 점차 아랫배를 지나 허벅지 부드러운 속살 속을 파고들었다.
손바닥에 스치던 매끄러운 감촉이 점점 안으로 움직여 무성한 숲을 지나자 만여궁주의 입속에서는 참을 수 없는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아학, 몽아... 간지러워! ”
손가락이 제집처럼 찾아들어 그 깊은 속에 숨어 버린 것이다.
은밀한 계곡의 살점들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세포 하나하나가 손가락을 움켜 쥐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만여궁주가 몸이 뒤틀었다. 그 오묘한 자극이 뇌전(雷電)처럼 온 몸을 전율시킨 것이다.
“ 어흑, 어떡해. 이러면 안 되는데! ”
혼잣말이었다. 어린 아이 앞에서 티내지 않으려 겨우 참았던 욕정이 몸속 깊이 치밀어 견디지 못할 하소연이었다.
“ 이젠 안돼. 더는 못 참아. 몽아! ”
빙글 자세를 바꾸어 품에 든 만여궁주를 거침없이 바닥에 뉘였다. 그리고는 활짝 열린 두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 아학, 하지 마. 또 그러려고? ”
허벅지를 급히 모으며 자지러졌다. 그러나 만여궁주는 오히려 몽아가 더 격렬해지기를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이제 참지 못할 격정이 치솟아 눈앞이 가물거리고 온몸을 흥분에 겨워 경련이 일었다.
“ 크헉, 사부! ”
숨이라도 막혔던가? 조여진 허벅지 사이에 끼어 운신을 않던 몽아의 머리가 꿈틀거렸다.
“ 하학, 끄으윽! ”
단말마의 외침이었다. 참고 참아 이를 악물었던 만여궁주의 입속에서 터져 나오는 숨결이었다.
“ 이놈 몽아, 이 사부 죽은 꼴을 보고픈 게야? ”
꼭꼭 숨겨져 있던 색욕(色欲)이 이제 꺼풀을 벗어 터진 봇물처럼 솟아나는 순간이었다. 늘씬한 다리는 이미 몽아의 허리를 휘감아 힘껏 당기고 있었다.
“ 하학... 아이고, 몽아! ”
사부의 체면은 이제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없었다. 오직 숨만 몰아쉬며 몽아의 얼굴을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만여궁주의 풍만한 나신에 바르르 경련이 일었다. 순간 환희에 들떠 기대에 가득 찬 눈동자가
스르르 감기며 고개가 툭 꺾였다. 어느새 점혈당한 사실도 모른 채 혼절한 것이다.
“ 하하하 천장위의 손님, 이리 내려오시지! ”
몸을 숨기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무정랑이 화들짝 놀랐다.
‘ 헉! 저 멍청이 같은 놈이 천장위에 몸을 숨긴 나를 진즉에 감지하고 있었구나! ’
깜짝 놀라 당황하는 순간 무정랑의 눈앞에 하얀 안개가 흐르며 연공실 실내가 온통 희미해 졌다.
“ 대사형, 어서 내려오시오. ”
그 순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둥실 몸이 떠올라 실내로 내려앉았다.
“ 어엇, 네놈은? ”
방금 연무장 지붕위에서 보았던 녹의서생이 눈앞에 우뚝 서있다.
“ 하하하, 대사형! 몽아외다. ”
과연 의심하여 달려온 짐작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 역시 네놈이었구나? ”
“ 맞습니다. 내가 몽아요. 대사형이 천장 한 귀퉁이에 숨어 나와 사부를 지켜보는 걸 이미 알고 있었소. ”
“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부님을 농락하고 있었더냐? ”
곁에는 벌거벗은 만여궁주가 널브러져 있다. 그녀를 곁눈질하며 몽아를 향해 호통 치는 무정랑이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 노기가 담겨있지는 않았다.
조금 전 녹의서생의 무공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 녹의서생이 몽아와 동일인이다. 무정랑은 무작정 화를 내거나 할 윽박지를 처지가 아니었다.
“ 당치 않는 말! 대사형, 내가 사부를 농락했다 여기시오? ”
“ 그럼 이 꼴이 무어란 말이냐? ”
“ 나나 사부가 뒤엉켜 서로 욕정을 해소한 거로 보이오? 아니오. 사부가 욕심이 과하여 나를 이용하려다 스스로 색화에 휘말린 게요! ”
“ 이놈, 변명 말라! 이 사형의 눈으로 직접 보고 있었다. ”
서부가 저 어린 제자의 몸을 탐한다? 허긴 조금 의외이기는 했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 두 사람이 뒤엉켜 헐떡이는 광경을 직접 목도하지 않았던가? 잠시 상황을 되새기던 무정랑이 슬쩍 물음을 던졌다.
“ 그게 아니라면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
“ 대사형, 사부의 진정한 의도를 알려드리리까? ”
“ 이놈, 뜸들이지 말고 어서 고하지 못하느냐! ”
몽아의 입에 싱긋 웃음이 흘렀다. 그의 눈 속에는 이미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이 담겨있었다.
“ 후후... 사부는 이놈의 머릿속을 통 채로 삼키려 내게 접근한 것이오. ”
“ 그게 무슨 말이냐? ”
“ 내 머릿속에는 천년비록의 구결이 모두 기억되어 있소이다. ”
“ 뭐? 무어라? ”
충격이었다.
그 말은 이 어린놈이 천년비록의 모든 무공을 터득했다는 공언이 아닌가? 과연 연무장에서의 보인 가공할 무공이 이해가 되었다.
“ 이제 짐작이 가오? 사부가 나를 제자로 삼아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천년비록 때문이오. 사부가 찾아낸 방법이 내게 음공을 시전해, 내가 음공에 젖어든 순간 해이해지는 내 머릿속에 든 비급의 구결을 빼내려 한 게요. ”
말을 하며 한손을 들어 휘 내저었다.
연공실 내의 공기가 기막(氣幕)을 만들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류(氣流)가 무정랑의 신형을 조여 왔다. 혼신을 다해 움직여 보려 해도 손가락 하나 꼼작할 수가 없었다.
‘ 흐헉, 지극한 내공. 사부님이 이놈의 행동을 면밀히 감시하라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
놀란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신형을 조여들던 기공이 스르르 사라지며 무정랑의 귀에 몽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 대사형, 이제 알겠소? 내 사형에게 제안을 하나 하지요. ”
“ .........? ”
“ 대사형은 사부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을 게요? 사부가 나의 무공을 훔치려 하는 이유는 강호쟁패를 손쉽게 이루려는 목적 때문일 거외다. ”
“ 네놈이 어찌 그 사실을 아느냐? ”
무정랑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 지금 저 사부의 몰골을 보시오. 사부조차 이 사제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았을 것이오. 어떻소, 대사형. 나와 사형이 힘을 합하고 저 사부를 꼭두각시로 앞세워 우리가 강호무림을 손에 넣으면 어떻겠소? ”
“ 네놈이 나까지 회유하려 하느냐? ”
말은 그리하면서도 무정랑의 눈빛이 흔들렸다.
“ 아니오. 이 사제는 대사형과 함께 이 중원천지를 경영해보고 싶소이다. 물론 사형께 내가지닌 천년비록의 무공도 나누어 줄 것이오. 어찌 생각하시오? ”
잠시 고심을 하던 무정랑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맙소이다, 대사형. 이 사제는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 사부는 사형이 알아서 하시오. 대사형이 지금 사부를 어찌한다 해도 사부는 기억 못하리다. 아니, 혼절에서 깨어나더라도 이 사제와 질펀하게 쾌락을 즐겼다 여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