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2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2 회 치열한 음사(淫事)
극한의 내공겨룸이었다.
무상(無上)의 공력은 지녔으나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아이, 산전수전 다 겪어 노회한 만여궁주, 그러나 오히려 발광을 하는 쪽은 궁주였다.
“ 흐흐흑, 아... 안돼! ”
허리를 들어 올리며 전신을 뒤트는 사부를 바라보는 몽아의 시선이 예리하다.
‘ 안 되긴, 이제부터 시작인 것을! ’
어린 손을 이끌던 할아버지의 당부,
창랑원(彰朗院)과 상벽을 이루며, 벌어들인 부(富)를 백성과 나누며 중원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대상관(大商館) 제민관(除民館)!
관주인 몽아의 아비가 창랑원의 비밀을 안 것이 화근이었다.
중원의 상권을 휘어잡은 창랑원의 숨은 정체가 도원궁이며 또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축적한 재물과 막강한 도원궁의 무공을 이용해 강호쟁패를 꿈꾼다는 사실을 탐지한 몽아의 아비가 그 사실을 중원무림에 알리려는 순간 피살당하고 처절하게 유린당해 자결한 어머니, 그 후 제민관은 중원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 다시, 다시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강호의 혈겁을 막아야 한다. ’
몽아를 회염동굴에 밀어 넣으며 다짐하고 또 당부한 할아버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몽아의 귀에 숨결 허덕이는 소리가 흘러들었다.
“ 얘야 그만, 이젠 가야겠다. ”
그래도 사부라는 일말의 수치심은 있었다.
발갛게 홍조 띤 안색으로 제자의 얼굴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만여궁주의 눈에는 들뜬 열기가 가득했다.
주섬주섬 옷맵시를 고치며 일어서는 사부를 바라보는 몽아의 입가에 피식 조소가 흘렀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휘청,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부끄럽게도 제자 앞에서 달아오른 욕정의 열기를 혹시나 들키지는 않았을까? 참고 또 참은 마음속의 열망이 온몸의 감각을 흩트려 놓은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에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 어어 사부, 넘어진다. ”
비틀거리는 사부를 품안에 껴안았다.
물컹, 탐스러운 유방이 짓눌렀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며 제자를 살며시 밀어내는 만여궁주의 가슴속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않은 만여궁주는 조금 전에 벗어 놓았던 족선을 신어 고운 맨발을 숨겼다. 그러나 눈을 치뜨며 몽아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갈망이 꿈틀거렸다.
“ 미안하구나. 내가 이 무슨 꼴인고! ”
말을 하다 스스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마치 오래된 정인(情人)앞에서 투정을 부리는 표정이었다. 어린 제자 앞에 과감히 달려들지도 못하고, 치미는 육화를 다스릴 길 없어 옷자락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달아 오른 마음을 치마폭에 숨긴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것이다.
“ 후훗, 사부. 제자도 자식인데 사부가 불편하다면 당연히 돌봐 드려야지. ”
말없이 바라보는 만여궁주의 얼굴이 점점 더 발개졌다. 마치 어린 제자놈에게 놀림이라도 당하는 듯하여 곧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은 사부의 표정이었다.
“ 몽아 이놈! 그 입 다물지 못하느냐! ”
“ 이런, 사부! 사부 탓이면서 왜 역정을 내지? ”
자신의 탓이라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제자에게 처음부터 틈을 보였단 말인가?
그게 아닌데? 스스로 달아오르는 욕정을 그리도 들키지 않으려 참고 또 참아낸 것을!
“ 이놈, 그 무슨 말이냐? ”
그 순간 아이의 입에서 모성을 자극하는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 사부의 몸에서는 고향의 냄새가 나! 그 포근한 고향의 품에 안기고 싶어. 사부가 너무 좋아! ”
“ 허헉, 이놈이! 예끼, 사부를 놀리면 못써! ”
이제는 농(弄)도 입에 올린다. 이제는 서서히 긴장이 풀려가고 있었다.
만여궁주도 얼굴에 웃음이 감돌았다.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던 손은 어느새 내려져 있고 입 가까이 가져간 손이 입술을 가리며 살짝 웃는 미소가 야염하다.
길게 늘어뜨려진 하의 속에 숨겨진 다리가 움찔거렸다. 분명 아랫도리가 요동치는 증거일게다.
“ 늦었구나, 이제 가봐야겠다. ”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이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가는 스스로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했다.
“ 가려고? 안돼! 사부가 가면 몽아는 이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해! ”
일어서려는 만여궁주를 덥썩 껴안았다.
팔에 힘주어 끌어당기자 마치 잡아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 풍만한 몸이 품속에 꼭 안겨들며 그 입술은 몽아의 입을 머금어 버렸다.
그런 만여궁주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조그만 가리개를 툭 털쳤다. 짓눌려 있던 젖가슴이 부르르 떨며 눈앞에 드러났다. 가슴의 한가운데 돋아난 돌기가, 중년이 그것이 아닌 처녀의 것처럼 분홍빛이다.
손으로 넌지시 건드리는 순간 만녀궁주의 입이 화들짝 벌어졌다.
“ 흐흑! ”
겨우 견디던 마지막 숨결이었다.
궁주의 다리가 풀리며 스르르 내려앉는다. 스르르 하의가 말려 올라갔다. 어느새 다리는 양옆으로 벌어지며 겨우 한조각 가리고 있는 손바닥만한 천조각 사이로 까만 음모가 드러났다. 그 틈을 몽아의 손이 파고들었다.
“ 아학. 하지마. 이게 무슨 짓이야! ”
눈앞에 들어난 궁주의 하체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 몽아가 점점 숨은 계곡을 침범하자 만여궁주는 두 손으로 진입을 막으며 힘겨운 신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막무가내 비집고 들어 도톰한 비소에 닫는 순간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끄으으, 제발. 이런 거 해본 적 없어! ”
헉! 어린 아이 앞에 이런 말을 내뱉다니, 그러나 자신의 한마디가 스스로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걸리적거리는 하의를 발을 아래로 밀어 내린 만여궁주의 입에서 수줍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어쩌지, 이제 난 어쩌지... ”
꼭 감은 궁주의 눈꺼풀이 잔잔하게 경련하며 짧은 숨과 함께 새어 나온 열기에 들뜬 목소리였다.
훌렁 벗어던진 옷가지!
몽아의 눈앞에 중년의 아름다운 나신이 거침없이 드러났다.
몸에 걸친 것 하나 없이 발가벗은 태어날 때의 모습, 한줌 티 없이 맑고 넉넉한 만여궁주의 나체가 눈앞에 고요히 있다.
검은 수풀로 뒤덮인 계곡에는 뜨거운 애액이 흘러내리며 둔부는 조금씩 들썩거린다. 이제는 다리를 한껏 열어, 어서 침입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표정이었다. 까맣게 보이는 한 점이 눈을 자극했다. 무릎 걸음으로 만여궁주의 하반신 가까이 다가간 몽아의 그것이 검은 수풀을 헤쳤다. 그 순간 만여궁주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 하학, 아퍼, 잠깐... 잠깐만! ”
중년의 농익은 몸이기는 하나, 처음 남자를 받아들이는 절차는 마찬가진가 보다. 하문을 꿰뚫는 격통을 호소하는 만여궁주다. 입술을 깨물고 참으려 해도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제자의 하체가 자신의 벗은 몸을 뚫고 있다는 부끄러움에 차마 눈을 뜨지 못하나 욕정의 불길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헌데 그 순간 감미로움보다 몸을 관통하는 격한 아픔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사부, 아파? 그만 둬? ”
“ 아니, 아니다. 더, 더 계속해! 허, 네놈이 나이든 사부의 혼을 빼놓는구나! ”
십리 밖에서 울려오는 것 같은 아주 조그만 만여궁주의 애절한 목소리였다.
“ 처음이야! 내 속에 남자가 들어오긴 처음이야! ”
오랜 세월 닫혀있어 이처럼 열릴 날이 있으리라 생각지도 않았던 하문! 이 어린 제자에게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굳게 잠겼던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 나의 육신이 전율을 하는구나! 너무도 오랜 세월, 이 같은 기쁨을 모르고 지냈다. ”
몽아의 하물이 자신의 깊은 곳에 쉬 들여지지 않는 것이 자신의 잘못인 양 미안해하며 더욱 아랫도리를 여는 만여궁주의 행위에 어쩌면 울컥 연민이 밀려오려는 감정을 입술을 깨물며 참는 몽아다.
이제는 그 속 깊이 진입한 하물을 아프도록 조여들어 놓아주지 않는 만여궁주의 살점들이었다.
“ 어쩌나... 어쩌나... 흐흑! ”
부끄럽기는 하나 등이 활처럼 휘여 져 오르며 입에서는 저절로 신음이 흘렀다. 두 다리를 깍지를 끼어 몽아의 허리가 부러지도록 힘주던 만여궁주의 육신이 이제는 축 늘어졌다. 열락의 마지막 고비를 넘긴 것이다.
“ 휴우! ”
온몸에 맺힌 땀방울을 털쳐 내고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던 만여궁주가 몽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순간,
‘ 어어? ’
눈앞에 한줄 글자가 스쳐 지났다. 아니, ‘ 무아무심(無我無念) 혼원일체((混元一體) ’ 란 한 구절 글귀가 만여궁주의 머릿속을 파고 든 것이다.
‘ 생각도 잡념도 없고 나를 비우면 천지가 하나라? 광망기공(光茫奇功)의 비결(秘訣) 한 구절이다. 이놈의 체내에 몰아치던 극화(極火)가 드디어 나의 육신에 젖어 색정을 풀어내며, 뇌막(腦幕)의 한 부분을 열어 천년비록의 구결을 흘려 내구나. 됐다, 이제 이놈을 차츰 욕정의 노예로 만들어 단 한줄 남기지 않고 모두 드러내도록 만들어야겠다. ’
얼굴에 기쁜 표정이 넘치는 만여궁주를 바라보는 몽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 얘야, 이 사부에게 효도하느라 고생했다. 나는 가마. 이제 쉬거라. ”
몸을 일으킨 만여궁주가 재빨리 옷을 추스르고 몸을 날렸다. 순간 그 신형은 그림자처럼 연공실을 벗어나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때맞추어 순간 연공실 입구 한 귀퉁이에 바들바들 떨며 앉아있던 효원(曉媛)이 겨우 몸을 일으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보았다. 모두 보고 말았다. 사부님이 저 바보를 제자로 데려온 이유가 이것이었나? 겉으론 모두에게 근엄하고 남자보다도 더 당당한 사부님도 내심은 외로운 여자였구나! 그래서 욕정을 풀어 낼 대상으로 데려온 것인가? ”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런 욕정의 상대를 무엇 때문에 면밀히 살피라 했던가? 그 이유 또한 오리무중이었다.
“ 그래. 기회를 보아 저 멍청이 놈을 닦달해 보아야겠다. ”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를 뜨는 효원의 얼굴도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원궁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무심한 날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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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의 동쪽 언사(偃師),
수많은 과객들이 지나다니는 시정의 번화가의 중앙에 자리한 창랑원 언사분원의 점포에는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로 붐볐다.
그 분원앞에, 연록색 도포차림에 하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서생차림의 인물이 점포를 기웃거렸다.
“ 뭘 찾으시오? ”
녹의(綠衣)를 걸치고 온통 얼굴을 가린 수상한 손님, 점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이 점포의 주인이 여천(呂擅)이란 사람이냐? ”
“ 손님은 뉘 길래 주인어른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오? ”
“ 맞구나, 비켜라 이놈 ”
녹의서생은 두말 않고 언사분원을 안으로 들어섰다.
“ 어허, 멈추어라. 어디를 들어오려 하느냐? ”
그 점원이 휙 몸을 날려 녹의서생 앞을 막아섰다. 상점의 일개 점원치고는 제법 높은 무공을 지닌듯했다. 그러나!
“ 비켜라 했다. 어딜 막아서느냐! ”
녹의서생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끽소리 한마디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뒤돌아보지도 않고 휘적휘적 언사분원의 안채로 들어서던 녹의서생의 눈빛이 반짝였다.
“ 흐흠, 과연! ”
규모는 자그마하나 그곳은 마치 낙양 창랑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꾸며져 있었다.
“ 더 들어가면 도화궁의 지부가 나타나겠구나! ”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발 더 들여놓는 순간, 옆으로 길게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에 얼굴은 시커먼 수염으로 뒤덮인 장년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 누구냐? 더 다가서면 목숨을 잃는다! ”
녹의서생의 시선이 그 사내를 뚫어지게 노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얼굴에 수염하며 그 날카로운 눈꼬리, 들은바 그대로다. 네가 흑살귀(黑殺鬼) 여천이란 놈이 분명하구나! ”
“ 이 버릇없는 놈, 감히 어른의 존명을 분별없이 들먹이다니! ”
그 말 한마디가 마지막 말이었다.
녹의서생의 손끝에서 뻗어난 녹색기광이 흑살귀 여천의 사혈(死穴)을 찍어 순식간에 목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