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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협야화(情俠冶話) 1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第 1 話 : 도원궁(桃源宮)  ▣ ▣


▣ 제 1 회  욕정(慾情)에 들뜨다

여름에 접어든 날이건만 대흑산(大黑山)의 고봉은 아직도 눈에 뒤덮여 있다.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 회염봉(晦焰峰), 그 정상에 한줄기 연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잠시 멈추어 있는 분화구, 그 내부에는 천년지령을 이어온 용암이 이글거렸다. 한쪽 곁 조그만 동굴, 회염동혈(晦焰洞穴)이다.


도저히 불가능 한 그 높고도 가파른 봉우리를 화려한 마차가 오른다. 아니, 그 마차는 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것이 아니라 석자 허공을 날아오르고 있다.  
마차의 형상을 보니 중원제일의 부호 창랑원(彰朗院) 원주의 마차가 분명하다. 그런데 마차를 호위하는 사람은 오직 한명, 여인의 몸으로 사십 후반에 중원의 상권을 모조리 휘어잡은 창랑원주의 행차치고는 너무 단촐했다.
험준한 계곡에 접어들어, 눈앞에 바위로 가려진 동굴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 멈추어라! ”


마차 안에서 중년여인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발 내려서는 여인, 풍만한 체구를 지녔으나 얼굴은 면사로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인이 호위무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려섰다.


“ 저곳이다. 찾아라! ”


손을 들어 회염동혈(晦焰洞穴)을 가리키며 호위 무인에게 명했다.


“ 예, 궁주! ”


장사꾼에게 궁주라 부른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허나 그 호위무인은 궁주라 부른 여인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순식간에 회염동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 쿵! 콰르릉!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을 울리며 화염동혈의 입구에 시뻘건 불길이 솟았다. 그리고는 동굴 속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 이, 이런. 자칫 잘못하면 천년비록이 사라진다. 어서! ”


회염동혈을 향해 신형을 날리던 호위무인이 멈칫 방향을 돌리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화염속에서 시커먼 물체 하나가 튕겨나 바닥에 뒹굴었다.
사람이다. 열 일곱, 여덟이나 됐는가? 앳되 보이는 아이다.
그 아이가 동굴을 벗어나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회염동혈은 폭염에 무너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헌데, 그 가공할 폭발과 화염 속에서도 아이의 모습은 그을린 흔적도 없었다.


“ 어허 이런, 불길이 잦아들면 동혈 속을 찾아보아라. ”


궁주라 불린 여인, 만여(慢茹)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허무했다.


“ 궁주, 동혈은 화산의 폭발에 허물어져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


만여궁주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 허사로구나! 천년의 기서진보(奇書眞寶)가 눈앞에서 사라졌구나! ”


강호무림인 염원인 천년진보(千年眞寶), 그 기서의 한 구결만 익혀도 천하를 호령할 무공이며 보물 한 가지만 손에 넣어도 한나라를 살만한 보화(寶貨)!
천신만고 끝에 그 기보가 회염동혈(晦焰洞穴)에 숨겨진 사실을 알고 겨우 이곳까지 달려와 이제 막 손에 넣으려는 찰나 화산의 폭발로 허사가 되어버렸다. 허망에 잠겨있던 만여궁주의 눈이 반짝 빛났다.


‘ 저 아이, 화산의 폭발로 산등성이 하나가 사라지는 폭렬(爆裂)속에서도 부상하나 없이 살아 나왔다. 저놈이 기서속의 모든 기공(奇功)을 익혔을지 모른다. ’


지금껏 마련해둔 재화는 무궁하니 날아간 보화는 어찌 되어도 좋았다. 회염동혈(晦焰洞穴)에 숨겨진 천하기서, 그 기서만 손에 넣으면 강호무림은 수중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허탈감에 망연자실하는 순간 눈앞에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 잡아라! 저 아이를 잡아, 끌고 오라! ”


“ 예, 궁주! ”


호위무인은 한걸음에 달려가, 땅바닥에 쓰러져 멍청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아이를 낚아채려 했다.


- 번쩍! 휘리리링!


아이의 몸에서 붉은 광선이 일었다.


“ 억! 으윽! ”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그저 손을 내밀어 움켜쥐려한 호위무인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이미 목숨을 잃은 듯하다. 그러나 아이는 그 상황조차도 모르고 멍청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 헛! 광망반탄기공(光茫反彈奇功)! 저 아이가 천년기공을 익혔구나. 헌데? ”


이상하다. 헌데 아이는 전혀 무공을 익힌 내색이 없고 자신이 반탄기공을 펼친 사실도 모르고 있다.
바닥에서 발도 떼지도 않고 스스르 신형이 미끄러져 아이의 곁에 다가선 만여궁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얘야? 네 이름이 무어냐? ”


“ 이름? 모른다. ”


조금 모자라는 아이인가?
아니면 폭발의 충격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 졌는가? 눈동자의 촛점이 흐리다.
  
 “ 이름을 모른다? 이곳에는 오래 있었느냐? ”


아이의 눈이 먼 시간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전혀 엉뚱한 대답을 했다.


“ 일곱 살, 일곱 살 때 할아버지 손잡고... ”


만여궁주의 머릿속이 계산에 바쁘다.


‘ 일곱? 지금 이 아이의 골격을 보니 그때부터 십년은 흘렀다. ’


아이의 몸을 일별하던 만여궁주가 다시 물었다.


“ 할아버지는? ”


“ 없어! ”


아이의 눈이 슬픔에 잠겼다.


“ 돌아가셨구나! 그래, 동굴에서 혼자 뭘 했니? ”


“ 읽었어! 할아버지가 글 읽어라 했어! ”


비록, 그토록 소망하던 천년비록의 구결이다. 만녀궁주의 눈이 번쩍 빛났다.


“ 어디에? 네가 읽은 그 책자가 어디에 있느냐? ”


“ 벽에, 벽에 적혀있었어. 이제는 없어졌다. ”


아차! 동혈의 벽에 새겨진 글이 비록이었다. 그리고 그 글이 모두 폭발과 함께 사라졌기에 이 아이가 없어졌다 말한다. 잠시 망연자실하던 만여궁주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 얘야, 외로웠겠구나! 이제 외롭지 않도록 내가 너를 거두어 제자로 삼으마. 나와 함께 가자. ”


“ 맞아, 심심했어. 아줌마, 어서가자! ”


먼 기억을 더듬는 소년의 표정이 아련하다.


“ 아줌마? 호호, 그래. 이 아줌마가 네 이름을 지어주지. 몽아(蒙兒)라 부르마. 네 이름은 몽아다. 자, 어서가자. ” 


오직 남은 희망, 아이를 곁에 두어 머릿속에 든 기억을 빼내려 작정한 것이다.


 * * * * * * * * * * * * * * * * * *


그날로부터 어느덧 삼년의 세월이 지나, 중원의 환도(歡都) 낙양을 한가롭게 오가는 과객들은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그 낙양 대하촌(大河村)아래 화려하게 우뚝 선 상점 창랑원(彰朗院),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낙양 제일의 상관(商館)이나 그 넓디넓은 후원 언덕을 지나 숲이 우거진 호수 곁에는, 중원의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정체조차 짐작 못하는 도원궁(桃源宮)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 도원궁의 연무장에 혼자 어슬렁거리는 아이, 무언가에 잔뜩 골몰한 모습이다.


“ 저 녀석, 대체 뭐하는 게야? ”


조금 떨어진 나무 뒤에 도원궁의 대제자 무정랑(無情郞)과 막내 효정(曉晶)이 몸을 숨기고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 대사형, 사부께서 한순간도 소홀히 말고 살펴보라 하셨어요. ”


“ 무엇 때문에 저런 바보같이 멍청한 녀석을 제자로 삼았단 말이냐? 도무지 사부님의 속을 짐작하지 못하겠구나! ”


무정랑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하다.


“ 이유가 있겠지요. 그러니 사부께서 저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말고 새겨두어라 하셨겠지요. ”


“ 사매, 네가 보기에는 어떻더냐? ”


나이 열아홉,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상큼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효정이 안타까운 듯 대답했다. 


“ 어찌, 하는 행동은 바보 같기만 합니다. 그러나 사부님의 명이니 지켜보아야지요. ”


그러나 몽아라 불린 아이는 자신을 살피는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연무장을 이리저리 거닐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 저놈, 또 연공실에 들려나 보다. 사매가 따라가 지켜보아라. ”


 * * * * * * * * * * * * * * * * * *


우연히 궁주 만여(慢茹)의 제자가 되어 이곳 도원궁의 제자로 끌려와 하는 일이라고는 연공실에서 무료하게 보낼 뿐이었다. 오늘도 그 무료함을 달래려 연무장 뜰을 걷다 다시 들어선 넓고 텅빈 연공실이 을씨년스럽다. 이것저것 귀찮아 늘어지게 잠이라도 들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늘 하던 대로 연공실 좌대에 앉아 눈을 꼭 감았다. 마치 연공수련에 열심인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


- 스르르르!


적막 같은 연공실의 문이 슬며시 열리며 뿌연 안개가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사람의 형상도 아닌 그저 그림자였다.


‘ 궁주다. 후후... 삼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감시하는구나! ’


순간, 눈도 뜨지 않고 가부좌의 자세로 정좌해있던 몽아의 몸이 불덩이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주변의 기류가 선천기공에 의해 우우웅 요동을 쳤다. 가공할 진기의 흐름이었다.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연무장 천장에 몸을 숨긴 채 그 광경을 바라보던 만여궁주의 입에서 탄식소리가 새어 나왔다.


‘ 어리석은 년, 이 스승이 그토록 저놈에게 시집을 가라 사정을 했건만! ’


이 바보 같은 아이와 혼인을 하라 강요하는 사부의 명을 거역하고 도망친 둘째제자 효림(曉琳)에게 분노하는 탄식이었다.  
지난날 회염동혈(晦焰洞穴)앞에서 경험한 몽아의 광망반탄기공(光茫反彈奇功)이 아닌가! 허면 분명 저 아이의 체내에는 천하제일의 내공이 모두 잠재해 있다.
스스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천년의 지극무공을 지녔으나 자신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또한 어린 몸이 그 무서운 폭발을 견디지 못해 주화입마에 들어 한순간 바보가 되어있을 뿐, 그 천년비록의 무공이 조화를 이루면 저절로 화경에 이르러 천하제일의 기재로 변한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여궁주인지라, 몽아가 스스로 깨닫기 전에, 그러지 않아도 행실이 바르지 않은 둘째제자 효림과 혼인시켜 욕정의 나락에 빠져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고, 암암리 그의 머릿속에 든 천년비록의 구결을 빼내려 했건만, 그런 사부의 마음도 모르고 한사코 시집가기를 꺼려하다 도망친 제자였다.     


‘ 지금 저 아이, 저토록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나 어느 순간 득공(得功)을 하면 누구도 감당 못한다. 어찌해야 저놈의 머리에 든 구결을 빼낼 수 있을까? ’


제자들에게 명하여 몽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라 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터득한 무공의 연성을 위해 몽아가 무의식중에라도 수련을 한다면 그 동작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기억하라 엄명을 내려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손 한 번 내젓는 것을 보지 못했다.


“ 으으... 끄으윽! ”


그 순간 몽아의 온몸이 열화에 벌겋게 뒤덮이며 발산하는 화기에 옷가지가 모두 찢겨져 너덜거렸다.


“ 아차 저 아이, 주화입마의 화열이 아닌가? 우선 진정시켜야 한다. ”


훌쩍 뛰어내려 가까이 다가서는 궁주를 이제 처음 발견한 것처럼 몸을 뒤척이는 몽아의 입에서 힘겨운 신음이 흘렀다.


“ 끄으, 사부구나. 사부, 나 좀 살려줘! ”


“ 오냐, 사부다. 손을 내밀어 보아라. ”


얼른 맥을 살피던 만여궁주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 흘렀다.


‘ 이상하다. 맥은 고르나 몸속의 화기가 널뛰듯 한다. ’


“ 끄으으 헉, 커윽! ”


가슴을 쥐어뜯으며 숨을 몰아쉬던 몽아가 휘휘 팔을 내저었다. 답답해 견디지 못하겠다는 몸짓이었다. 그 한쪽 손이 만여의 가슴을 스치며 봉긋한 젖무덤을 움켜쥐었다.


“ 하흐흑! ”


만여궁주의 입에서 야릇한 숨소리가 터졌다. 무심코 닿은 몽아의 손길에 뜻밖의 감미로움을 느낀 탓이었다.
궁주의 그 풍만한 육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율했다.
무공에만 혼신을 다해 강호쟁패를 꿈꾸고, 중원의 상권을 휘어잡아 치부에 진력하느라 여자의 삶을 누리기를 진즉에 포기했던 만여궁주다. 그런 궁주가 오늘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들떠있었다.


- 꿈틀!


전신에 극화기 치솟아 그 열기를 이기지 못한 몽아가 괴로운 듯 허리를 들썩였다. 이미 옷가지는 모두 몸에서 떨어져나간 건장한 나신이다.


“ 어어, 이놈이 벌써 이렇게 컸구나? ”


흠씬 커버린 제자를 보며 새삼 세월을 느끼는 그 순간, 
 
“ 어으윽, 사부! 물... 물 좀!


“ 오냐, 사부 곁에 있다. 조금만 참거라! ”


무언가에 홀린듯 했다.
급히 연공실 한구석 탁자위로 달려가 물주전자를 살폈으나 이미 한 방울의 물도 남아있지 않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이의 몸을 식힐 만한 그 어느 것도 없었다.


‘ 이 아이, 오늘따라 체내의 변화가 심하다. 혹시 나 모르게 연공수련이라도 했나? ’


잠시 상황을 유추하던 만여궁주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지금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지 않았던가? 나 몰래 수련은 하지 않았다. 아니면 머릿속에 잠재한 내공구결을 기억해 낸 건가? ’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몽아의 맥을 쥐어보던 만여궁주가 화들짝 놀랐다.


‘ 극화다. 체내에 잠재해 있던 지극지열(至極地熱)이 신정(身精)을 고갈시키려 한다. 그냥두면 목숨을 부지 못할 터, 죽고 나면 이 아이의 뇌리에 잠재한 무공구결 단 한줄 빼내지 못한다. 어쩌나 어찌해야 하나! ’


만여궁주의 생각을 훤히 읽고 있는 듯, 몽아가 괴롭게 몸을 뒤척이며 그녀의 품에 엎어졌다.


“ 흐흐흑! ”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몽아의 하체가 만여궁주의 비소를 눌렀다. 비록 옷은 입었다고는 하나 엷은 금의(錦依), 마치 맨살을 찌르는 충격이었다. 육신의 변화를 숨기려 터져 나오려는 숨결을 멈추고 몽아의 등을 토닥였다.


“ 그래, 알았다. 이 사부가 금방 고쳐주마. ”


이제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
스스로 달아오르는 육체의 변화는 차치하고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우선 이 아이를 살려야 했다. 그런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던 몽아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궁주, 이제 시작이오. 처절하게 목숨을 잃은 어머니, 어린 나의 손을 잡고 눈보라 치는 대흑설산을 회염동굴을 찾아 오르던 할아버지, 그 분들의 맺힌 한을 풀어드릴 시작일 뿐이오! 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씀 하셨지요. 지극을 다해 여인의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여인의 몸을 취해 육욕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라 말이오. ’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는 몽아는 지금 만여궁주의 음심을 북돋우기 위해 천년비록중 비희(秘戱)편을 되뇌고 있었다.
탄력 있는 둔부, 봉긋 솟은 젖가슴, 그 아래로 아랫배는 중년의 여체를 보이고 흘러내린 계곡사이에는 겉으로 보아도 굴곡이 뚜렷하다.
무르익은 중년의 넉넉한 여체다. 그러나 뜻밖에 여린 살결이었다.          


“ 사부, 사부의 몸에서 향기가 난다. ”


어리광 부리듯 슬쩍 손을 궁주의 통통한 허벅지위에 올려 스르르 어루만졌다.
점점 깊이 파고드는 몽아의 손바닥이, 잔잔히 경련하는 만여궁주의 은밀한 골짜기를 찾아 꿈틀거렸다.


‘ 으으으 하학, 아니다. 이게 아니다. 그런데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참을 수가 없다. ’


스스로 억제하지 못할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몽아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변해 다감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부의 표정은 마치 장성한 자식을 바라보듯 흐뭇함이 배어있었다.
이곳 도원궁에 끌려와 감시당하며 지낸 삼년동안 이토록 흐트러진 사부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단아한 자태로 제자들을 호령하던 사부, 그 사부가 스스로 다가오도록 참고 또 참았던 몽아였다.


꿈틀, 사부의 다리가 흔들렸다.


“ 왜? 사부, 불편해? ”


흠칫 움직임을 멈추었다.
저도 모르게 몽아의 손이 침범하기 쉽도록 무릎을 벌린 것이 알아차렸나 수치심을 느낀 탓이다.


“ 휴... 덥구나. 잠시 비켜보련! ”


겸연쩍은 목소리를 뱉으며 엉덩이를 들어 슬며시 옆으로 자리를 옮긴 만여궁주가 바닥에 들을 붙이고 반듯이 누웠다. 아니, 두 다리를 한껏 벌리는 유혹하는 자세였다. 꼭꼭 숨은 여인의 비소를 가린 조그만 천 조각이 몽아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사부! 몸이 불편하구나. 몽아가 만져 줄께! ”


“ 허헉, 얘야. 괜찮다! ”


말은 그리하면서도 못이긴 척 다리를 뻗는 만여궁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몽아의 눈에 기광이 흘렀다.


“ 호호, 제자 덕에 호강 좀 해볼까? ”


웃음으로 한순간의 어색함을 날려 버리려는 궁주의 나신이 움찔했다. 잠시 방심하는 순간 몽아의 손이 통통하고 부드러운 허벅지에 올려 져 잘근 주무른 것이다.
힘주어 꼭꼭 눌러가는 손길에 살며시 눈을 감고 손가락의 힘을 음미하는 만여의 표정이 점점 열기를 띠었다.
손놀림은 허벅지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 발을 감싼 족선(足襪)을 벗겼다. 한 번도 남 앞에 드러내지 않았던 사부의 맨발!
남정네 앞에 맨발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보이는 것보다 더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 맨발을 몽아의 눈앞에 앞에 드러낸 것이다. 만여궁주가 얼른 누운 자세를 일으켜 발이 보이지 않도록 두 손으로 감쌌다.


“ 가만, 사부. 발을 만지면 기분이 좋거든! ”


조그맣고 예쁜 발을 요리조리 만지다 조이 듯 발바닥을 꼭꼭 누르니 그 감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만여궁주의 허리가 점점 뒤틀렸다.


“ 흐헉, 얘야, 그쪽이 아냐, 발보다 아래가...! ”


만여사부의 입에서 참지 못할 비음이 터져 나왔다.
천하를 손아귀에 쥐려는 야심을 지닌 여걸이었다. 하지만 그 야욕 때문에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 사십 여년의 세월, 그 당당한 여걸이 제자의 손길에 농락당하려 한다.
아니, 만여궁주에게는 처음 맞이하는 남정네의 손길이었다. 아니 어리다고만 여겼던 이 아이가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기막힌 재주로 육신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치욕과도 같은 부끄러움에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이미 그 몸을 제자의 손길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음욕조차 제자의 탓이 아니라 스스로 달아오르는 음욕이라 여겨, 자신이 어린 제자를 능욕하려 한다는 자괴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방을 둘러 눈치를 살피며, 이제는 혹시 이 아이의 손길이 멈출까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는 만여궁주였다.
농염하고 원숙한 여체의 향기, 가슴은 분홍 천 조각 속에 가려져 있고, 하체는 길게 늘어뜨린 비단 하의 속에 감추어져 있건만 육신은 서서히 뜨거워졌다.


“ 어때 사부, 좋지? ”


대답이 없다. 몸에 전율이 일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허벅지 깊은 속으로 부터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오르는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이 손바닥을 타들어 꼭꼭 숨어있는 그 깊은 속까지 파고드는 그 감각에 오금이 저려오고, 치밀어 오르는 욕정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어 입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휴우, 그만. 이제 됐다. ”


달아오른 몸과는 다른 말이다.
겨우 숨을 몰아쉬며 가쁜 숨 속에 섞어 들릴 듯 말듯 내뱉는 만여궁주의 목소리였다.


“ 되다니, 이제 겨우 시작인데. 사부, 아프다 했잖아! ”


“ 아니다, 얘야. 이젠 아프지 않아! ”


침은 말라 잦아드는 사부의 목소리다.


“ 에이 사부, 제자가 오랜만에 효도 한번 하겠다는데! ”


“ 몽아가 이 사부에게 효도를 한다? 알았다. 그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


어느새 만여궁주는 몸을 모두 맡겨두고 있었다.
광염처럼 달아오르는 마음을 들킬까 제자의 얼굴보기 부끄러운 마음에 그냥 조용히 맡겨 두는 편이 편할 것 같아 아예 좌대에 등을 붙이며 눈을 꼭 감았다.
다리의 근육을 잘근잘근 주무르며 한 치 두 치 허벅지 속으로 다가들던 손길이 깊은 계곡을 파고들자 이를 악물고 견뎌보려는 격렬한 감각,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 욕정의 감각이 전신을 전율시키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그 오랜 세월을 여자의 느낌을 잊은 채 견뎌온 오랜 날들! 그 지난날을 보내며 한 번도 자신의 몸 가까이 해보지 않았던 남정네의 손길! 여자가 아니라 천하를 경영해야하는 여장부일 뿐이라 믿었던 자신의 육신이 제자의 손아래서 꿈틀거리고 있다.
점점 더 안쪽을 파고든 제자의 손은 더욱 깊숙한 곳 까지 건드렸다. 저절로 다리는 벌어져 제자의 손이 숨은 계곡까지 쉬 다가들도록 움직여주고 있다. 둔덕 뒤에 숨어있는 부드러운 살들을 그 손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 같았다.
위로 점점 다가오는 손길은 무성한 수풀의 끝자락을 건들며, 손이 지나는 곳마다 발갛게 익은 살점들이 움찔거렸다. 모른 척 깊은 구석까지 찾아들어 도톰하게 살찐 구릉을 쓰다듬는 손길을 도저히 참아낼 길이 없어, 살며시 하의자락을 들쳐 올려 얼굴을 가리는 만여궁주였다.
이 짧은 한순간,
그 깊은 계곡에서는 뜨거운 애액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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