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厚の野望 16
16
홰 치는 소리가 아련히 울리며 도성의 거리와 수로에 사람들이 통행하기 시작했다. 간밤의 유흥을 재운 소주는 새로운 날을 맞이하려는 이들로 벌써부터 활기를 띄었다. 특히 소주의 중심에서 동북부로 면한 호구로 가는 방향에 자리 잡은 심가장에는 유독 더했다.
바로 영웅대회를 위해 대남강북의 군웅들이 모인 것이다. 참가자만 해도 천 명에 이르고 이를 따라온 관계자만해도 몇 배는 불어나니 심가장에서는 이들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없기에 방명록을 만들어 선별하는 방식을 취했다.
차별을 한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지만, 어깨가 좁아질 정도로 미어터지는 상황이라 대다수의 사람이 심가장의 처우를 받아들였다. 동방견문록의 저자로 알려진 마르코 폴로가 동양의 베니스라고 찬탄한 소주인 만큼 물이 많은 특성을 이용한 심가장은 외각을 따라 폭이 넓은 수로를 해자처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경계를 만들었다. 사방의 대문을 제외하고는 쪽문 대신 여러 군데 수문을 만들었기에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면서 어중이떠중이가 처음부터 접근하려는 것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었다.
"성함과 출신은 어떻게 되시오?"
"소생은 남직례에서 비단파는 왕서방이고, 이쪽은 명월이오."
대문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자리 펴고 방명록을 작성하던 유자는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약관 전후의 서생과 경장을 한 미소녀였다. 미소녀 쪽은 삼단 같은 머리카락은 목 아래부터 한 갈래의 댕기머리 형태로 땋았다. 그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림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16세기 인물화 말고 21C의 어딘가 섬나라의 특정 취향으로.ㄱ-)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도무지 방금 언급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외양이었다. 미소녀에게 시선을 빼앗기던 유자는 덕후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자 추태를 깨닫고 헛기침을 하였다.
"커흠! 이른 시각부터 농 말고 제대로 말해주시기 바라오."
"참 나, 왕서방과 명월이라니까."
왕서방이 답답하다는 듯 쥘부채로 유사의 가슴을 툭툭 쳤다. 부아가 치밀었지만 자신이 접수하는 이들이 대부분 법보다 주먹을 신봉하는 무림인데다가 아침부터 성질을 낼 수 없어 억눌렀다.
"참가하실 분은 계시오?"
"명월이오."
왕서방은 옆을 가리켰다. 명월이라 불린 미소녀는 특출난 아름다움으로 벌써부터 주변을 사로잡고 있었다.자색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에 단아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녀는 머리카락과 어울리는 밝은 색 계통의 비단옷을 입은 채 허리와 손목을 띠로 고정시킨 상태였다.
정작 그 명월은 놀란 듯 왕서방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에 홀린 남자들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왕서방은 목소리를 깔고 은근히 말했다.
"근래에 항주에 여 권협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소?"
"금시초문이오만."
"쯧쯧, 이렇게 소문이 어두워서야. 아, 해당채를 열 주먹 만에 해체 시킨 그 이야기도 못들었소?"
왕서방이 성이 난 듯 언성을 높이자 주변에서 수근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헉? 저게 그 소문의 인물?"
"우락부락한 여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유자는 반신반의 하는 표정이었다. 해당채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수적 집단이라는 뉘앙스는 파악할 수 있다. 군소 수적집단을 적수공권으로 해체 시켰다함은 눈 앞의 미소녀도 섣불리 볼 존재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유자가 조금만 더 미소녀의 동향을 신경쓴다면 본인 역시 알송달송한 표정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건만.
"아직 수행 중이라, 영웅대회가 열린 다기에 강자들과 손속을 나눌 수 있을까하고 찾아오신 것이오. 비무초진이 목적이라하나 용봉을 마다하지 않는다기에 여협들도 꽤 참가한 것으로 아오만?"
왕서방이 진지하게 말하자 유자는 군말 없이 명월의 이름을 참가 신청서에 올렸다. 어차피 참가자는 가문빨이나 명성빨을 떠나 일괄적으로 예선을 치뤄야했다. 이는 심우진의 방침으로 철저히 실력 중심으로 뽑겠다는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유자는 옆에 수북히 쌓인 목패중 하나를 뽑아 수결을 놓았다.
"본선에 오른다면 객소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것이오. 방명첩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유의하시오."
목패를 건네 받은 서생은 고개를 까딱이고는 명월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그들이 빠진 자리는 뒤에서 기다리던 새로운 참가자와 방문인으로 매워졌다. 유자는 다음 접수를 하며 황당한 일남일녀의 등장은 금새 뇌리에서 지웠다.
심가장 근방의 객잔과 주루는 무림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기에 등록을 마친 왕서방과 명월은 적당한 자리를 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야했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오는 동안에 왕서방은 아까부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두고 침묵하고 있는 명월을 향해 물었다.
"왜 그렇게 쀼루퉁한 얼굴이오?"
"몰라서 묻습니까?"
"가명을 쓰자는데 동의한 것은 그대요."
"저는 밤 일을 하는 여자가 아닙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명월이 뭔가 명월이. 청루나 홍루에 번번히 쓰이는 이름이 아닌가? 모욕받았다고 정색하지 것은 덕후의 가명도 명월에 못지 않는 비단장수 왕서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영웅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상공이 아닌가요?"
차분한 어조 이면에 혈압 상승의 기미를 읽은 왕서방, 덕후는 내심 피식 웃었다. 둘은 태호에서 떠난 덕후와 금보옥이었다. 덕후는 간밤에 심가장에 가서 행동방침에 대해 금보옥과 대략적인 합의를 한 뒤였다.
"음, 왕서방에게는 명월이 띵호야~인지라 어쩔 수 없소. 또 대회에는 한 사람이 참가해야한다고 했지만, 그게 나라고는 정하지 않았소."
덕후가 뻔뻔하게 나오자 금보옥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덕후는 위축된 듯 어깨를 움츠렸다.
"음지에 움직이는 역할은 아무래도 그대보다는 내가 유리하지 않겠소?"
강남 일대에 알려진 금보옥보다는 덕후가 나을 것이다. 둘이 자격 상 당장 심가장주와 심주혜를 당장 만날 수 있음에도 방문하지 않고 돌아가는 이유는 오직 신중함 때문이었다. 덕후는 초고속 정보화 시대에 살았던 몸이고, 금보옥은 대리라고 하나 대상련을 이끌던 몸이었다. 전말을 모르고 나대면 인간 관계 이든 상거래 이든 망치기 십상이라는 걸 숙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무림인이라면 당장 대문부터 두들기고 보겠지만.
"그런 이유라면....허나, 선참후보를 다툴만큼 사안이 아니라면 먼저 귀뜸이라도 해주세요. 아까는 정말 기분 상했습니다."
"미안하오. 금 소저가 좋아할 것이라고 했지만, 경솔했던 것 같소."
금보옥의 지적에 덕후는 뜨끔했다. 나름 깜짝 이벤트라고 한 것이지만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가는 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할 노릇이다. 금보옥 같이 주변의 견제가 적지 않은 수장의 처지라면 침해라며 민감하게 받아들일 소지가 많았다.
금보옥의 눈치를 보니 사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런데 제가 수적을 괴멸시켰다는 건 어디서 나온 소리죠?"
"그들은 천하문에 속한 바람잡이들이오. 아무래도 무명인사면 이래저래 절차가 많아질테니까. 당분간 귀 간지러운 소리를 감내해야 할 거요."
혹시 덕후가 남모르게 한 협행(?)을 둔갑 시킨 것인가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한참 후 금보옥은 조심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소녀가 출전하게 되는 건 좀 뜻밖이지만...상공은 소녀가 배운 무공이 어떤 것인 줄 아시나요?"
"권각술이 어울릴 것 같소."
덕후의 대답에 금보옥의 눈이 일순 크게 떠졌다. 이내 쿡쿡 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울린다라....조신하지 못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금보옥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우아한 규중처녀가 팔다리를 휘두르는 격투술은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덕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노쇠하다면 모를까, 꽃다운 아가씨가 활기차게 움직이는 게 보기 좋은 건 자연의 순리요. 자연은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오."
훈도하는 듯한 말투에 금보옥은 미소를 지었다. 꾸민듯한 미소가 아닌,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서 풍기는 자못 요염함에 덕후는 불식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금보옥은 팔꿈치를 탁자에 올린 채 몸에 힘을 빼고 덕후를 바라보았다.
"기대에 부응해드리지요."
덕후의 제의는 뜻밖이긴 했지만, 자신이 배운 무공에 대한 검증을 할 요량도 있으니 나쁘진 않았다. 그녀의 지위와 신분상 실전은 물론 비무할 기회도 적었으니 좋은 경험이 될 터였다.
그녀가 배운 "열풍권"은 왕년의 천하제일권사인 모용황의 절기였다. 정확히는 열풍권의 반쪽인 "나찰열풍권"에 해당된다. 일격필살의 "수라열풍권"과 달리 연격 중심으로 여성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권공이었다. 비록 반쪽이라하나 그 자체만으로도 천하 천하십대권공에 수위를 다투는 상승절기이다. 여담으로 열풍권은 덕후가 하렘 루트(?) 이전에 주인공(덕후 아님)의 주력기로 삼았던 무공이다.
승락을 한 금보옥은 문득 짖궃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한 가지 기대만은 생각 없는걸요."
"뭐가 말이오?"
"소녀를 통해서 심 동생을 낚으려는 것 말이죠."
"으음..."
덕후는 침음했다. 금보옥은 덕후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흑룡방 탈취 건에 대해서 본인은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았지만, 회맹을 통해서 얻어들은 바가 있었다. 여자로 여자를 낚아버린 수법을 들었을 때는 천하의 금보옥도 깜짝 놀랐다.
영웅대회에 본인이 직접 출전하지 않고 자신을 넣은 것도 그런 맥락이리라.
"그런 수가 있었군!"
그러나 금보옥의 예상과 달리 덕후는 미처 생각 못했다는 듯 손바닥에 주먹을 내리치는게 아닌가.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진의를 파악할 수 없는 금보옥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필요하다면 꼭 생각해보겠소."
씩 웃으면서 금보옥의 기분을 다운 시킨 덕후는 자신들의 계획을 점검하였다.
"상황을 보아하니 본선의 인원만 추려내는 것도 고역이겠소. 금 소저는 일단 본선에 올라가는 데 집중하시오. 그동안 소생은 내막을 파악해두겠소."
금보옥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 대신 차를 마셨다. 식어버린 찻물의 씁쓰레한 맛이 입안에 유난히 감돌았다.
둘의 심정이야 어쨌든 다음 날, 영웅대회의 예선전은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참가자 만해도 천명에 육박했기 때문에 백 명으로 좁혀질 때까지, 심가장 주변에 임시로 자리를 여러 곳 빌려 조별로 예선전을 치렀다. 명월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금보옥도 그 중 한 장소에 출전하였다. 주변은 관객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데엥!
징소리가 울리면서 사회를 맡은 이가 무대 중앙에 서서 호명하였다.
"1 차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편 참가자는 비무대 위에 올라와주십시오!"
왼편에서는 금보옥이 나서고 오른편에서는 뚱뚱한 대머리 남자가 올랐다. 상의는 벗은 채 X자로 쇠사슬을 묶고 남은 줄을 팔뚝에 사슬을 감고 있었다. 그 끝에는 묵직한 동추가 달려 있었다.
"규칙은 알고 계시겠지요? 장외패와 항복만으로 승패를 가늠짓습니다. 이기더라도 사지가 멀쩡해야며 비무가 불가할 때는 비록 승자라할지라도 실격처리합니다."
마지막 말은 영웅대회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였다. 사회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다가 무대에서 물러나며 시작의 징을 울리도록 손짓하였다. 대머리 남자는 첫 상대가 미소녀이자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핏발이 선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욕정에 번들거리는 눈빛에 금보옥은 언짢아졌다.
"여기는 계집이 놀 곳이 아니다! 얌전히 물러나지 않으면...으흐흐흐."
뚱보의 음흉한 말에 금보옥은 아무말 없이 발 간격을 약간 넓은 채 기수식을 잡았다. 그리고 손끝으로 까닥까닥하였다. 그 도발에 뚱보는 콧김을 내뿜었다.
"킁! 받아라!"
왼손에 달린 동추가 회전하더니 뱀처럼 그녀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맞으면 으스러지라. 계집이고 뭐고 손을 보지 않은 비정한 심보이거나, 아니면 부끄러운 곳을 노리는 변태적 취향 둘중에 하나이다. 뚱보의 경우는 후자로 그녀가 가슴을 부여잡고 뒹구는 모습을 원했던 것이다.
-쇄애애액!
동추가 금보옥의 가슴을 쓸어갈 찰나 금보옥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뚱보는 이해불가한 빠르기로 접근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눈깜짝할 사이에 뚱보의 눈앞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불쑥 솟았다.
뚱보는 놀라 초식을 거두며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하였다. 그러나 안면까지 접근한 그림자는 그 틈을 주지 않았다. 합! 하는 짧은 기합성과 함께 뚱보의 상체에 세 차례 바람이 와닿았다. 나찰열풍권의 일식 일사삼영권이었다. 퍼퍼퍽! 하는 육타음과 함께 뚱보의 거체는 삼장이나 튕겨나가 장외 근처까지 뒹굴었다.
"커헉! 컥! 쿨럭!"
바닥에 널브러진 뚱보는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피를 게워내었다. 권격을 허용한 순간, 주먹은 타격뿐만 아니라 막강한 암경을 동반하여 내부를 진탕시킨 것이다. 뚱보의 무위는 비록 이류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지만 견식만큼은 강호의 일류무사 못지 않았다. 상승의 내가권이 아니고는 이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져..졌소..."
금보옥은 쓰러진 뚱보를 무심히 내려보다가 항복 선언이 나오자 등을 돌렸다. 그 몸짓은 우아하기 그지 없어 뚱보는 방금 전까지 싸웠다는 사실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뚱보 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그들의 눈에는 금보옥의 신형이 홀연히 사라지다가 뚱보 앞에 나타났고 뚱보가 제풀에 놀라 땅을 뒹군 것이 본 전부였다.
"명월나찰이다!"
"맞아! 해당채를 홀로 몰살시킨 여권협이시다!"
"아까 그 움직임 봤나? 난 하나도 못봤어!"
"역시 고수는 달라도 뭐가 다른가 봐!"
관중 중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와 함께 관중들의 침묵도 깨지고 함성과 소란이 찾아왔다. 비무대를 내려가던 금보옥의 눈가가 미미하게 떨렸다. 비무대 밑에서는 덕후가 수건을 든 채 금보옥을 맞이하였다. 수건으로 손을 씻던 금보옥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명월나찰은 또 뭐죠?"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슬쩍 별호로 바꾸었소."
~신녀, ~협녀, ~권화, 등등 좋은 별호가 있는데 나찰은 뭔가 나찰이! 금보옥의 불만을 읽었는지 덕후는 해명하듯 말했다.
"나찰은 불가의 호법이 아니오. 또한 그대의 미모는 주변을 이 암담한 현실을 빛내주는 밝은 달과 같으니 잘 어울리지 않소."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든 아부를 떠는 모습에 금보옥은 앙금을 털어버렸다.
"네, 왕 서방님."
"띵호와~"
흘겨보면서 비꼬는 말에 돌아온 반응은 척! 하고 부동자세에서 엄지를 내미는 해학적인 모습이었다. 금보옥은 고개를 돌리며 핏 웃고 말았다. 그 뒤로 금보옥의 진출은 순조로와 상대를 가지고 놀듯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거침없는 한 줄기의 바람처럼 연전연승을 거두는 그녀의 행보는 금새 참가자와 관중들 사이에 다크호스로 주목 받았다.
그리고 열흘 동안 벌어진 예선전의 끝에 본선의 개막이 열렸다. 본선 진출자와 관계자는 객소로 초정을 받아 심가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덕후와 보옥도 있었다.
본선 개막 당일, 심가장의 외전인 황전각 앞은 수많은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황전각 앞에는 임시로 지은 비무대가 놓여있었고 그 주위에 물이 흐르도록 도랑을 파 장외를 만들었다. 비무대와 마찬가지로 임시로 지은 관중석은 계단식으로 지어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약 2~3천명 가까이 모인 관중석을 출전 관계자석에 앉아 보던 덕후는 은근히 기가 질렸다.
-대륙의 기상은 정말 끝도 없구나. 인구 숫자부터가 판타지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방에서 북소리가 둥!둥!둥! 울렸다. 곧이어 황전각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나오더니 개 중에 한 사람이 대 위로 올라왔다. 경쾌한 신법으로 한 눈에 고수라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었다.
"이제부터 영웅대회 본선을 시작하오니 다들 정숙하시기 바랍니다!"
내공을 실어 목청을 돋궈 말하던 청년은 두 손을 맞잡고 고했다.
"본 공자는 심가장에 영웅대회의 사회자로 초빙된 하승구라고 하오! 이번 영웅대회의 진행을 담당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소! 우선 모여주신 군웅들께 장주님과 공증인 분들을 이 자리에 모시겠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전각의 문이 열리더니 다섯 명이 모습을 보였다. 무리의 가운데에 있는 초로의 노인은 심우진이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퍼지자 심우진은 두 손을 잡아보이며 답례 하였다. 관중들중 심가장 인물들과 안면이 있는 이들은 심우진 주변의 낯선 젊은이들에게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은 심가장의 주요 혈족이나 가신들이 나와야하건만 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의문을 제대로 느낄 찰나 하승구가 말했다.
"이번 영웅대회의 목적을 감안하시어 심장주님께서는 공증인들을 공자분들로 선정하셨습니다. 배우자의 자질은 또래의 남자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여 각 지방에서 문무겸전하는 공자분들을 초빙하시어 심사를 맡기신 것입니다."
보통은 나이가 지긋한 원로 고인을 초빙하는 것이 관례지만, 관중들은 이색적인 영웅대회에 나올법한 파격이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개중에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것 같아 즐거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척 보기에도 공증인들은 좋은 차림에 어울리는 헌앙하고 준주한 공자들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비무장에 떠나가라 울리는 환호성에는 휘파람 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대기석에 있던 금보옥이나 덕후의 얼굴에는 동시에 의혹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영웅대회에 온 관심이 쏠린 참가자와 군중들과 달리 둘은 사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다른 심증들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장주가 축사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이상했다. 그러나 둘의 얼굴에 핀 의구심은 가라앉는 함성과 더불어 지워졌다.
"자, 이제부터 영웅대회 본선을 시작하겠소!"
하승구의 외침과 함께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렸다. 예선전은 흥취를 돋우기 위한 이벤트였을 뿐, 영웅대회의 진정한 개막은 이제부터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물론 관중들도 저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열풍권...고전격투겜의 영원한 보스 기스 하X드가 쓰던 간판기. 주케는 김사범이나 테리 쪽인데, 익숙하지 않은 기스를 하면 더블 열풍권만 날렸습니다.(그런 의미에서 킹오파96은 사마외도!) 수라이니 나찰이니 하는건 사쇼의 선택 모드.(....)
德厚の野望의 세계관, 십패가 난립하는 무림 설정은 예전에 구상해둔 것입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틀에 벗어나 전국군웅전처럼 자유롭게 할거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는 게 그 동기였지요. 댄디 시리즈처럼 작정하고 룰북을 본게 아니라, 무협독자 내공(?)을 밑바탕 삼아 써보려니 막상 유래나 특성을 찾아 살펴보는 것이 귀찮아서 말이죠.-_-;(알고 있던 중국사는 별 도움이 못됬다는...;;)
이 습작의 일반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제목은 "열풍권"...다른 기술인 질풍권(SNK에서 공식 설정으로 인정해버린 고공낙하 구명기(...)도 고려해봤는데 유명 작가분이 쓰셨더군요.;) 사실은 본전 생각이 간절해서...흙흙! 뭐, 대신 여기에 원본은 남겨두고 싶으므로 리셋물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덕후랑 주요 히로인들 다 누락시키고 혼노지 반전도 빼고, 이고깽이 풍운아로 업글해서 역경,고난의 극복과 전형적인 출세가도기가 될 듯 합니다.
어차피 이거 완결 나고 여력이 된다면 이야기 입니다만.(현재 페이스대로라면 몇 년 후려나..;;)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성수기라서 무척 바쁩니다. 글 쓸 시간이 없어서 망상이라도 하고 있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