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별의 무녀들 (星辰の巫女たち) - 13 화
아름다운 나비는 거미집에 붙잡혀 있었다.
나비는 날갯짓을 그만두고 있었다. 그것은 저항하는 힘을 없앴기 때문이 아니다. 현명한 나비는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거미가 노리는 바였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타로마티는 매일같이 감옥을 방문해서 리제로테의 몸을 희롱하며, 그녀의 몸에 예종의 각인을 새겨 갔다. 그러나 타로마티가 리제로테의 신체를 범해도, 동작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이를 악물고 참았다. 타로마티가 무엇을 말을 걸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놈이 하는 행위, 놈이 주는 정보에 대해, 하등의 리스폰스를 돌려주는 것은 놈의 술수에 당해 저속해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리제로테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때? 나의 것이 될 결심은 했나?”
“너의 기분이 바뀔 때까지, 인내심 시험이라도 해볼까.”
인내심 시험이라는 건 이름뿐이었다. 이 감옥 내에서의 시간은 외계의 10배다. 그녀가 몇 번이고 범해져, 어두운 곳과 고독하게 참아야 했던 1주일간은 외계의 타로마티에 있어서는 하루에도 못 미친 것이다.
지옥과 같은 나날이었다. 섬세한 꽃줄기와 같이 가는 몸을 아무 자비도 없게 폭력적으로 희롱한다. 익숙해질 수 없는, 몸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과 구토가 날 듯한 혐오감이 그녀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덮쳤다.
자부심 강한 리제로테에 있어서, 그 신체를 욕보이며 성욕의 배출구가 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이기지 못할 굴욕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이렇게 고통을 견뎌야 했던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10년분의 고통을 한 번에 맛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 자부심 강한 리제로테는, 그 고통을 동일한 정도의 분노로 바꾸어 거꾸로 분발하는 것이었다.
용서하지 않아......!
분노는 그녀 안에서 뜨거운 불길이 되어 솟구쳤다. 10년분의 분노를 한 번에 맛보는 것 같았다.
이 나에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죽여준다......! 죽여준다......!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죽여준다. 내가 맛본 고통의, 몇 배가 되는 고통을 맛보여 준다......!
과거의 어떤 악마와의 싸움에서도, 지금의 10분의 1도 화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분노가 있으면, 슬퍼하거나 비운을 한탄하거나 할 틈이 없었다. 분노가 그녀를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죽여준다.
그녀는 복수를 맹세했다. 그 사악한 신을 타도해 넘어서는 것이, 손상되었던 프라이드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햇빛 한 줄기도 없는 감옥안의 생활은 그녀의 심신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침식해 가고 있었다.
이 암흑 감옥 안에서는 소리도 빛도, 아침이나 밤도 없다. 하루의 경과를 모른다. 그녀는 식사의 회수로 날짜를 세었다. 지금은 대충 한달이 지났을 무렵이다.(그런데도 외계에서는 3일이나 그 정도일 것이다.) 그곳에서는 무료함을 위로할 즐거움도 없고,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도 없다. 고통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생활.
단지 한달인데, 그녀가 살아 온 인생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한달이었다.
완전한 밀실 안에서 고독하게 보내며, 매일 원수에게 꼼짝없이 치욕을 당한다. 게다가 세뇌에 대한 경계를 일으키며 방 안에서 빠릿빠릿하게 긴장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나날이 쇠약해져갔다. 통상의 인간이라면 정신 이상이 되어 벌써 죽어버렸을 것이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대화 상대를 갖고 싶다.
리제로테는 그렇게 진심으로 바랐다.
그녀가 접하는 상대는 하루에 한번, 사신 타로마티 뿐이다. 이대로는 그의 사악한 의사에 중독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최근 1개월, 그녀가 만난 타인은 타로마티 뿐이다. 다른 지인들의 기억이 나날이 흐릿해져 감에 따라, 타로마티의 존재가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무섭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벙어리라도 좋고, 이야기를 듣는 체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누군가와 접촉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 소망이 실현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감옥에는 타로마티 이외에 아무도 들어오는 일이 없으니까.
죽자.
2개월(어디까지나 감옥 안의 시간에)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그러한 결의를 굳히고 있었다.
스스로 생명을 끊자.
이제 신탁을 고하는 일도, 사악과 싸우는 것도 할 수 없다. 무녀로서의 마지막 일은, 죽는 것이다.
스스로 생명을 끊지 않으면 죽음보다 무섭게 된다.
지금이라면 아직, 절대 타로마티에 세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마음도 몸도 몰아붙여 가면, 녀석의 세뇌에 저항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아마 타로마티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기쁘게 그 사악한 신에게 복종해 세계에 송곳니를 향하는 자객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그것만큼은 안 된다......”
손수 돌봐 기른 귀여운 딸 스테라=마리. 법왕. 그리고 나약하고 무지하지만, 지켜야 할 민중. 자신이 그들의 적이 된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서 전신에 오한이 덮친다.
그것만큼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내가 나로 있을 수 있을 때에 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결의한 리제로테의 눈동자는, 달빛과 같은 서늘한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몸은 넝마처럼 되어도, 눈만은 이전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그녀는 식사에 붙어있던 금속성의 스푼을 몰래 숨겨서 매일 조금씩 갈아 가기로 했다. 들통나지 않게 평상시에는 벽의 균열에 숨겨 놓았다.
머지않아 훌륭한 나이프가 된다. 그것을 심장에 꽂으면, 엘프라고 해도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조금 더 있으면 죽을 수 있다......이 지옥으로부터 빠져 나갈 수 있다......죽음에 대한 기대만이 한계 근처에까지 피폐해진 그녀의 마음을 지탱하고 있었다.
스테라=마리......어머니의 복수는 너에게 맡긴다. 나의 원통함을 헤아려다오......
그 날도 리제로테는 나이프를 갈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금속조각이 조금씩 조금씩 잘 갈아져서 예리한 칼날로 되어간다.
그녀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예리한 형태가 그녀의 강한 결의의 상징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내일은 완성될 것이다.
그 때, 드디어 죽을 수 있다.
그녀는 평소의 은폐 장소에 나이프를 숨겨 놓는다.
작업 피로 때문인지 그녀는 곧바로 졸음에 습격당해 그대로 잠들었다.
“......응?”
감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로 깨어났다.
아니, 깨었다, 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는 아직 꿈속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사고는 안개가 낀 듯하고 몸은 나른하여 그 소리를 들어도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발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져 온다.
분명 타로마티다.
여기에 오는 것은 타로마티 밖에 없다. 그녀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했다.
일어나, 놈에게 욕설의 문구 하나라도 던져 주고 싶은데, 머리가 활동하지 않는다. 몸이 무겁다. 어쩐지 현실감이 없다......
아, 그렇다. 이것은 꿈이다. 꿈이라면 어쩔 수 없는데......
문득 그녀는 눈치챈다. 타로마티가 평상시와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매우 온화하고 그리운 기색이었다.
그녀는 이 기색을 알고 있다. 이것은--.
그녀는 눈을 떴다.
“......!”
그녀의 눈이 크게 벌어진다.
“너는......”
이것은 꿈인가......?
그렇지 않으면 환상인가?
그녀가 사랑하는 동료가 거기에 있었다.
복숭아색의 머리카락. 어린 모습이 남아있는 천진난만한 얼굴. 리제로테와 같은 흰 무녀의장.
“프림......!”
거기에 있던 것은, 별의 무녀 프림로즈였다.
프림로즈는 자상한 어머니와 같은 미소를 띠며 리제로테의 아래에서 무릎을 마주하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
“로테......이렇게 되어서......괴로웠겠죠......”
“프리......임......? 프림이야?”
그 물음에 대한 프림로즈의 대답은, 자애로 가득 찬 미소였다.
“프림......! 프림......! 우, 우와아아아아아아.”
리제로테는 허세를 버리고 후배에게 안아 매달렸다.
향기로운 머리카락의 냄새. 피부의 감촉. 피부의 따뜻함. 그녀의 존재가 이렇게나 고맙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오랜만에 사람과 접촉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것이 동료 무녀라는 것이 매우 행복했다.
“프림, 무사했었어......다행이야”
“미안해요 로테. 내가 무사할는지는 몰라.”
“응?”
“그게, 여기는 당신의 꿈속이야.”
“아......”
리제로테는 냉정하게 사고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렇다. 만일 그녀가 살아 있었다고 해도, 이 감옥 안에는 감옥을 기동시키고 있는 술자 이외에는 들어올 수 없다.(술자의 허가라도 얻는다면 이야기는 별도겠지만.)
“......즉 너는, 나의 고독이 만들어 낸, 꿈속의 캐릭터인가.”
“그래요, 미안해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좋아......이야기를 할 수 있어 기쁜걸.”
프림로즈는 생긋 웃었다. 리제로테는 그녀에게 몸을 맡긴다.
프림로즈는 따뜻한 포옹으로 응해 주었다.
“안심해요 로테. 지금만큼은, 당신을 상처 입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안심. 절대적인 안심. 그곳은,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품 안에서 잠자듯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모든 것이 긍정되는 세계였다.
“안심해......안심해......”
“아......”
리제로테는 지금까지 쭉 계속된 긴장의 경계를 풀고 한 명의 갓난아이로 돌아와 어머니의 가슴에서 응석부렸다.
고마워 프림. 나의 생애 마지막 꿈에 나타나 주어서 다행이야......
서로 꼭 껴안은 채로, 그녀는 그 따스함을 즐긴다. 그 만큼, 그녀의 메마른 마음이 윤택해졌다. 이제 죽어버릴 자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고통 중이 아닌, 최후에는 행복한 기억을 안고 죽을 수 있다--.
“로테”
“응?”
“죽지 말아줘?”
“아아.”
리제로테는 형식적으로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마력도 사용할 수 없어. 정신력도 날마다 쇠약해지고 있다고. 이대로라면, 언제 놈에게 세뇌될지 몰라--”
“진 상태로 좋아? 그런 건 로테답지 않아요.”
프림로즈의 어조가 강해진다.
“언젠가 힘을 되찾아, 타로마티에 반격하면 되잖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싸우지......어떻게 여기를 나올 수 있겠어.”
“괜찮아. 언니가 도우러 와줄 거예요.”
“......아무리 스테라=마리라 해도, 어떻게 여기를 알아내지? 그것보다도, 유감스럽지만 그 녀석은 도우러 오지 않는다. 모방자의 본거지에 가서 귀환하지 않고 있으면, 모방자에게 세뇌되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도록 내가 교육한 것......”
“정말! 변명일 뿐이야!”
프림로즈는 귀여운 목소리로 있는 힘껏 엄하게 질타했다.
“도망치는 거야? 괴로워졌다고 해서, 이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거야? 타로마티에게 형편없이 진 채로도 좋아?”
“도망쳐......?”
“그래요! 로테는 도망치는 거야! 아니 이미 도망치고 있어!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고, 싸우는 것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잖아!”
“......!”
“노력해요. 그런 건 로테답지 않지요? 내가 알고 있는 달의 무녀 리제로테는, 어떤 괴로운 상황에 빠져도, 별거 아니라고 말하며 극복해냈어요! 나는, 그런 로테를 언니만큼이나 동경해 왔다고요!”
그렇다.
내가 누군가?
나는, 달의 무녀 리제로테다.
절망하고 있던 그녀의 마음에, 근소하나마 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래.
도망치다니 나답지 않았다.
싸워야만 해.
어떤 상황이라도 그것을 뛰어넘어 내가 최강임을 나타내지 않으면 안돼.
그것이, 나다.
리제로테다.
그녀가 고조되어감에 호응하듯이 프림로즈가 말을 잇는다.
“정말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요! 무녀의 힘을 빼앗겨도 되찾을 방법은 반드시 존재할 거야! 그렇지만 당신의 긍지는, 고상함은, 자살 같은 것을 하면 두 번 다시 되찾을 수 없잖아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아아......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
리제로테는 감정이 극에 달한 것처럼 눈을 감고 얼굴을 위로 향한다. 후배의 눈으로부터 눈물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 상태로 손을 더듬어 프림로즈의 손을 찾아 꽉 쥔다.
리제로테는 감사했다.
타로마티놈과는 전혀 다르게 살아갈 희망을 주는 타인. 내가 어떻게 있어야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타인. 그녀의 존재는 나라고 하는 존재를 소생하게 해 준다.
타로마티는 리제로테와 마주하면, “너는 가치가 없는 포로다.” 라는 무언의 말을 던진다.
프림로즈는 수다스럽지만, 그러나 그 말 이상으로, 진심으로, “당신은 자부심 강한 달의 무녀다.” 라고 해 주었다.
눈물이 흘러넘쳐 떨어졌다.
순결을 빼앗겼을 때의 눈물과는 완전히 다른, 따뜻한 눈물이었다.
“아주......보기 흉하기 참 짝이 없네. 너 같은 애송이한테 배우다니.”
“이런. 로테다워 졌네요.”
프림로즈는 얼굴을 피기 시작했다.
“로테. 괴롭겠지만......끝까지 버티고 살아야 해요.”
“아아.”
“잊지 마세요. 어떤 치욕을 당해도, 로테의 긍지는 사라지지 않아요. 당신의 긍지는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빼앗겨도 빼앗겨도, 당신 안에서 무한하게 솟아나는 것.”
“아아......”
고맙다, 프림......
그녀의 존재는 마치, 지옥에 비쳐온 한 가닥 희망의 빛처럼 보였다.
리제로테는 신체를 프림로즈에 맡겨 그 행복에 잠겼다.
행복감은 리제로테의 몸을 이완시켜, 서서히 선잠으로 유도해갔다.
그녀는 프림로즈의 무릎을 베고 지친 신체를 눕히고 있었다.
그녀는 후배가 어루만지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 후배의 작은 손바닥(그렇다고는 해도 리제로테 쪽이 작지만)에 신체를 맡기는 것은 기분 좋았다.
행복한 꿈......쭉 깨지 않으면 좋겠다......
응......?
갑자기 리제로테는 희미한 위화감을 자각했다.
프림의 몸이, 이렇게 부드러웠던가......?
지금까지의 프림로즈의 몸은 무녀의 어려운 수행을 위해 쓸데없는 살집 하나 없이 깡말라 손발도 야위고 관절도 모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베개로 하고 있는 허벅지의 부드러움이며, 그녀를 껴안는 가슴이 풍만한 탄력이며, 지금까지 없던 포근함이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매우 여성적인 포용력이 있었다.
뭐, 이것은 꿈이니까, 프림 녀석도 이상화되어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리제로테는 그렇게 생각하고 위화감을 지운다.
프림로즈의 따뜻한 손이 등을 쓰다듬을 때, 온화한 잠으로 인도하는 평온함을 느꼈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어르듯이 프림로즈는 그녀를 어루만졌다. 그 상냥한 손놀림이 그녀 위를 왕복할 때, 그녀의 의식을 황홀함으로 이끈다.
그녀는 눈을 반쯤 열려 있는 모습인 채 그 평온함에 잠겼다.
“로테, 살아요. 여기에서 나가게 되면, 반드시 3명이서,--해요.”
“아아......”
프림로즈가 마지막에 뭐라고 말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리제로테는 아무 의문도 갖지 않고 편하고 따뜻한 선잠 안으로 떨어져 간다......저속해져 간다......
“그럼 로테, 지금, 어떤 느낌이야?”
“아, 행복하다......이렇게 안심할 수 있던 것은 오랜만이야......”
“다행이다. 저기 로테, 좀 더 좀 더 안심해도 좋아. 몸을 편하게 하고, 힘을 빼요. 괜찮아, 여기에는 나 밖에 없으니까. 당신을 상처 입히는 것은 없으니까요.”
“응......”
리제로테는 그 말에 따랐다.
기분 좋은 졸음이 찾아와 당장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어린 아이가 어머니를 따르듯이, 프림로즈의 말을 따르는 것 자체가 매우 기분 좋은 것이었다.
“로테......나의 말이 들리나요?”
행복감의 물결이 그녀의 마음을 이성이라고 하는 육지로부터 파내어, 무의식의 바다로 이끈다. 요람 안에서 흔들리는 갓난아이로 돌아온 것처럼, 그녀는 그 물결에 맡겨 어디까지나 흔들렸다. 그녀는 후배인 프림로즈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주며 안심하고 있다.
“응......”
머리의 안쪽에서, 프림로즈의 소리가 났다.
“로테......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로테의 아군이야.”
“응......”
“그것을 믿어 줄래요?”
“응......믿는다.”
당연하다. 어두운 곳 안에서의 유일한 광명. 이것을 믿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고마워요 로테.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것을 의심하거나 하지 않는 거야.”
“응......나는 프림이 말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지요?”
“응......프림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
어느 새인가, 리제로테는 말해진 것을 복창하고 있었다.
그런 리제로테를 보고, 프림로즈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같이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더라도,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 믿나요?”
“응......믿는다......”
“지금까지의 로테의 생각과 달라도, 조금이라도도 나를 의심하거나 하지 말아요. 오히려 잘못되어 있던 자신의 의견을 바로잡고 좀 더 좀 더 나를 신뢰하게 되는 거예요.”
“응......의심하거나 하지 않아......신뢰......한다......”
말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몽롱해진 의식은 유창하게 복창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구두로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심층 의식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의식 밑바닥에서 몇 번이고 복창하고 있다.
프림은 나의 아군......프림이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프림은 나의 아군......프림이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프림은 나의 아군......프림이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
그 말이 그녀에게 있어 절대적인 원칙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거역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절대보편의 원리로.
“그러는 동안에 로테의 생각은 아주 조금 변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전부 로테 스스로 생각한 것이지요? 절대, 누군가에게 세뇌되고 있는지 하는 의심 같은 건 하지 말아줘요.”
“응......나 자신이 생각한 것......”
“그럼요, 로테가 세뇌되는 일, 절대로 없는 걸요. 자부심 강한 당신이 누군가에게 지배되는 것은 일어날 리가 없지요.”
그래. 나는 자부심 강한 무녀......
누군가의 명령이 각인되다니 있을 리 않다......
나의 사고는, 모두 나 자신이 생각해낸 사고......
“로테는 세뇌되지 않아요, 결코.”
“응......나는 세뇌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로테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로테 자신의 의사야.”
“응......나 자신의 의사......”
“마지막 하나 중요한 일. 이것은 꿈속이지요?”
“응......”
“그러니까 나와 만난 것이나 이야기한 것은, 깨어나면 로테는 기억하지 못하지요?”
“응......”
“그렇지만 내가 이야기한 내용이나, 내일 이후에도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로테는 결코 잊지 않아요. 로테는 그것이 스스로 생각이 떠오른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예요.”
“응......잊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래요. 그것으로 좋아요. 잘 하고 있어요.”
프림로즈는 생긋 웃었다.
“그럼 잘 자요, 로테......”
섭섭한 듯이 매달리는 리제로테의 손을 타이르는 것처럼 살며시 떼어내며 프림로즈는 그녀의 신체를 눕힌다.
“잘 자요......”
리제로테의 의식이 완전하게 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프림로즈는, “후후”, 라고 소리를 흘리며 웃었다.
“로테, 훌륭하게 각성하기를......”
“응.....음......”
리제로테는 여느 때처럼 어두운 곳 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그 정신 상태는 평상시와는 동떨어지고 있었다.
무엇일까.
이렇게 기분 좋게 깨어난 것은 오랜만이다.
어두운 감옥 안에 있으면서도, 마음속이 비가 온 뒤의 맑은 하늘과 같이 시원하고,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은 듯한 좋은 기분이다.
오랜만에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그 꿈의 잔재를 느끼면, 가슴 안에 따뜻한 것이 복받친다. 용기......따스함......희망......그래 희망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어둠에 대항하는, 마음의 무기.
“--아, 맞아.”
리제로테는 생각났다는 듯이 벽의 틈새에서 숨겨 둔 것을 꺼냈다.
예리하게 간 수제의 나이프다.
“너무 추악하다......”
리제로테는 그것이 아주 흉하게 보였다. 어째서 이것으로 자살한다고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거지? 상당히 정신이 이상해졌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 나이프는 그녀의 약한 마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 몹시 가슴을 화나게 했다.
“이제 이런 물건의 신세를 지진 않아.”
리제로테는 그것을 불쾌한 것처럼 벽에 두들겼다. 며칠동안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나이프는 무참하게 꺾이고 찌부러졌다.
대체 어째서 자살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지금 다시 생각하면 전혀 어제까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자살을 하다니, 바보 같은 생각이야.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은 도피하는 거잖아. 패배를 인정해 무대로부터 퇴장한다는 거 아냐. 그런 건 인정하지 않아.”
그렇다. 이것이 나다.
오랜만에 자신다운 사고--안쪽으로부터 영기가 넘쳐흐르는--를 느끼며 리제로테는 만족한다.
“그래. 승리할 때까지, 나는 싸움을 그만두지 않아.”
게다가 법왕의 일도 있다.
그 녀석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종교계의 정점으로 서게 되었다. 무녀들이 지지해 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단할 수 없는, 마음이 너무 상냥해서 괴로워하고만 있는 놈. 피를 보거나 무기를 휘두르거나 하는 혐오스러운 역할은, 전부 우리 무녀들이 해 주지 않으면 죄악감으로 죽어 버린다.
그래, 내가, 지켜 줘야겠지.
어떻게든지 대성당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살겠다. 어떤 치욕을 받아도, 희망이 있는 한 살아남아 보이겠다. 타로마티에게 복수의 칼날을 꽂을 때까지, 절대로 죽지는 않겠어!”
그녀의 눈은 강한 결의와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거미집에게 걸린 나비는. 발버둥치면 발버둥칠수록 실에 엉켜간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름다운 날개나 가느다란 몸통이 하얗고 끈적끈적한 실의 포로가 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강력하게 날갯짓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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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많이 늦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썩 만족할만한 번역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번역기식 번역을 조금 다듬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어색한 직역투의 문장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그 동안에는 안그랬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지만 이번엔 유독......
으음...... 벌써 슬럼프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