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輪 2부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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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자의 종적이 사라졌습니다. "
무림성의 임시총단. 각지로 보낸 척후들의 보고가 연이어 접수되었고, 그것은 무림성의 군사 직책에 있는 제갈현을 통해 종합되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있는 정도무림의 수뇌들에게 보고되어지고 있었다.
" 섬서로 향한 것 까지는 추적할 수 있었지만, 더이상의 정보가 없습니다. "
" 벌써 보름째 아무일도 없으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군. "
추풍신개가 어울리지 않게 엄살 비슷한 말을 늘어놓았지만 그 말에 다들 얼굴이 더 굳어졌다. 한사람의 종적조차 그가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 정보조직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한사람]은 보통 눈에 띄이는 존재가 아니었다.
" 지금까지의 방식을 바꾼 걸까요. "
마악 서류와 서찰들을 다 읽은 정화가 질문을 던졌지만 그 질문에 대답할 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다시 제갈현은 말을 이었다.
" 일단 섬서성에는 성숙문과 곤륜파가 있습니다. 성숙문의 문주 성숙선인 두예와 곤륜파의 장문인 곤륜진인 장영은 평소에 앙숙이긴 하지만 두사람 다 무림성에 속해 있지요. 그들에게 문파를 봉문하고 정예들을 조직해 방어에 힘쓰라는 지령을 내려 놓았습니다. "
" 그것으로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소. "
번서의 질문에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의 적은 사실상 완전 준비된 소림을 멸문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입니다. 하지만 소림사에서 보았듯이 그는 혼자. 산세가 험준하기로 유명한 섬서의 두 문파인 성숙문과 곤륜파는 방어에 이상적인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문파가 봉문한채 방어에 치중한다면, 아무리 그라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장문인들중 몆몆은 고개를 끄덕였다.
" 또한 그는 108나한을 상대할 때 처음으로 오랫동안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는 그정도의 전력이 맞설 경우 무적으로 보이는 이 자도 멈추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전력 중 소림의 108나한과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는 전력은 80명의 [대정금검수호대]와 1200명의 [금황철기군]입니다. 또한 그에게 멸문당한 문파의 생존자들 중 자원자들로 이루어진 [백의특공대]도 있습니다. "
" 그들의 무공은 그리 높지 않지 않소? "
회남 굴지의 문파인 회남파의 장문인 유청의 질문에, 번서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올라갔다.
" 대신, 그들에게는 목숨도 버리겠다는 복수심이 있지. "
번서의 말에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맞습니다. 모든 백의 특공대의 대원들은 [증폭광마단]과 [진천뢰]를 지급받았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증폭광마단은 내공을 폭발시켜 순식간에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 주는 희대의 신약이지만... "
" 다시는 내공을 쓸 수 없는 폐인을 만들어 버리지요. "
사천당문에서 온 장문대행인 소수랑(燒手琅) 당예령이 말을 이었다. 그녀는 병중에 있는 당문의 문주 당호를 대신해 장문인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암기나 화탄이 아닌 양강기공을 주특기로 삼고 있었고, 그녀의 불타는 손, [소수]는 사천에서 불패의 절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 소수랑 장문대행의 말씀이 맞소. 또한 진천뢰야 다들 아시는 병기라 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
다 듣고난 후, 정화가 조용히 혼잣말처럼 말을 꺼냈다.
" ... 그럼 그들의 목숨을 이용하자는 말씀이군요. 죽는다는걸 뻔히 알면서."
" 무림을 위한 희생일세. 그들도 이미 동의했고. "
송강의 말에 정화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찌 정의(正義)의 이름으로 모인 우리가 목적을 위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마외도와 같은 행위를 해야 합니까? 세상의 이치에 따라 도를 행하고, 무공을 익혀 얻은 힘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야 말로 정도의 길이거늘! 어째서 그런 사람들을 희생을 이용해 싸움에 이길 방책만 강구한단 말입니까? "
정화는 그렇게 일갈하고 그대로 막사를 나가버렸다. 번서를 제외한 정도문파 장문 전부는 정화의 그 말에 전부 안색이 흙빛이 되었다. 구구 절절히 옳은 말이었던데다, 그런 수단까지 사용해야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일의 빌미를 제공한 송강과 추풍신개의 표정은 더더욱 참담했다. 애시당초 그들이[무림을 위한 거사]를 결행하지 않았던들, 지금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었다.
" 저 역시 그런 방책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네요. 이만 실례할께요. "
당예령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나간 뒤로 한참동안, 막사 안에는 썰렁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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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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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위지량은 홀로 흑운을 추적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멈춰섰다. 일종의 [냄새]라고 해야 할까, 진한 죽음의 분위기 같은 것. 그것은 직업적인 살수가 풍기는 느낌이었다. 위지량은 추적자라는 직업상 살수와 일할 기회가 자주 있었기에 그들의 생리에 익숙했고, 살수의 움직임이나 수단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면역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그를 죽음에서 구했다.
발걸음을 마악 멈추고 나서, 안력을 집중해 바로 앞을 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는 [실]들이 보였다. 멋도 모르고 한걸음만 더 내딛었어도 순식간에 십수조각으로 토막난 고기신세가 될 뻔 한 것이었다. 위지량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어느 고인이시오? "
" 귀찮은 파리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 "
카캉!
그의 그림자 속에서 뻗어나온 은빛 검날이 급히 몸을 돌린 위지량의 소맷자락에 부딪쳐 성대한 불꽃을 피워올렸다.
" 잔월검!? 잔월문주!? 그는 죽었을텐데? "
다시 말없이 사각에서 날아오는 은빛 섬광. 위지량은 몸을 굴려 그 은빛의 죽음을 피했다. 무림인들이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워 한다는 뇌려타곤의 수법이었다.
횡으로 그어오는 일격을 피하자 비로소 상대방의 은신이 흐릿한 달빛 아래 드러났다. 검은 야행복 차림에, 손에는 하얀 백광을 뿜어내는 단검(短劍) 바로 중원 암살자들의 정점에 위치한 잔월문 살수들, 그 살수들 중의 일인자인 잔월문주를 상징하는 죽음의 하얀 광채였다.
" 이런, 잔월문주가 여자였다니. "
그 말에 야행복 아래의 눈이 반짝였다.
" 눈썰미가 보통이 아니군. 하지만 넌 오늘 여기서 죽는다. "
위지량은 자신의 실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잔월문주의 무공이 어떤건지도 대강은 알고 있었다. 그의 [평상시]의 실력으로는 정상적인 대결을 벌였다간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었다.
" 왜 나를 죽이려 하는거요? "
" 나를 쫒으니까. "
"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내가 쫒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흑운(黑雲)이라 알려져 있는 고구려인이요. 소림과 중원 여러 문파를 몰살시켰던. "
위지량의 말에 몽화는 검을 곧추 세웠다.
" 그를 쫒는것이 곧 나를 쫒는 것이다. "
달빛 아래, 다시 하얀 검광이 빛났다.
카카캉!!!
거친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때까지 암흑속에서 은신하고 있던 몽화의 모습이 비로소 달빛 아래 드러났다.
" ... 의외군. "
무림의 일반적인 평가로 따지자면, 금표자 위지량의 무공은 삼류, 잘해야 이류에 불과했다. 일류 중의 일류라 할 수 있는 잔월문주는 그와는 차원이 달랐다.
헌데 그 삼류의 무공으로 잔월문주였던 시절보다 훨씬 강해진 몽화의 회심의 일격을 정면에서 받아 넘긴 것이다.
위지량의 두터운 소매 아래로, 기이할 정도로 기다란 손가락의 끝이 얼핏 드러나 있었다.
" 황금조(黃金爪)... 무판관(武判官) 사마홍(四馬紅)의 전인이었군. "
무판관 사마홍은 북위 말엽에 하북에서 [무적]이라 평가받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관인으로, 본업은 포교, 하지만 또한 직업 암살자이기도 했다. 그가 직접 고안한 병기인 [황금조]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의 독특한 독문무공을 시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황금조는 착용자가 조작법을 숙지한 이상 자유자재로 길이나 각도의 변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궁극의 암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 한눈에 알아보다니 과연 잔월문주 답소. 확실히 이것은 황금조고, 본인은 무판관 조사의 진전을 이은 제자요. "
" ... "
아무리 잔월문주라도, 상대가 전설의 황금조라면 승률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는 몽화에게 위지량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이보시오 잔월문주. 무림에 몸을 담은이상 당신도 알겠지만, 싸움이란건 어차피 도박이오. 그리고 나는 잔월문주를 상대로 도박을 할 마음은 없소. "
" 그럼 우리 뒤를 밟지 말라. "
" 내가 받은 임무가 그것이라 그것만은 어쩔수 없소. "
" 그럼 말은 더이상 필요없겠군. "
스릉!...
다시 하얀 검광이 빛나고 위지량은 자신의 목을 노리는 잔월검을 간신히 피해 냈다. 그의 눈에서 섬광이 터지듯 안광이 타올랐다.
" 젠장.... 하앗! "
카카칵!...카카캉!!...
터져나오는 금빛 조광(爪光)이 반경 십수장 내를 휘황찬란하게 물들이며, 잔월검의 백광과 어우러졌다.
카캉!... 카카캉!... 채앵!...
그그그극!!...
금속끼리 부딛치고 긁히는 듣기에 좋지 못한 음향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며, 어지러운 광채와 흙더미가 사방으로 날았다. 잔월검도 천하의 보검, 황금조도 천하의 기병이었고, 그것을 다루는 자들의 손속 역시도 그 천하의 명품에 어울릴만한 솜씨였다.
수십합을 교환하고난 후, 위지량은 크게 허초를 한번 펼쳐 낸 다음 이몽화를 떨쳐 냈다. 그것을 기회로, 두 고수는 거리를 두고 잠시 숨을 돌릴 기회를 가졌다.
" 미리 말했듯이, 난 당신이나 당신이 보호하려 하는 그 흑운이라는 사람과 싸울 마음이 없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
여러군데 찢겨나간 위지량의 백색 장포의 사이사이로 피가 배어나와 번지고 있었다. 이몽화도 전신의 십수군데에 황금조가 훝고 지나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위지량과는 달리, 그녀의 결전 의지는 확고했다.
[나는 강해졌다. 전설의 황금조를 상대로 함에 있어서도 잔월검의 기세는 더더욱 간결해지고 빨라진 것을 알수가 있다.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알고 싶다.]
이몽화는 숨을 고른 후 검을 고쳐 잡았다.
" 차앗! "
위지량의 표정이 구겨졌다.
" 본인의 손속이 무정하다고 원망하지 마시오! "
카카캉!...
다시 허공에서 금은의 광채가 섞여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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