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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역]세뇌전대(洗腦戰隊) 파트 A 34부

밑에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이글은 어린비님께서 대신 올려달라고 부탁하셔서 올리는 것입니다.

네이버3에서는 펌글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어린비님께서 직접 올려달라고 하셔서 펌글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글을 올렸는데...문제가 된다면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32부,33부 문장을 조금 수정하셨다고 하셔서 2편을 수정해서 올렸습니다.

 

어린비(라즈니쉬)님께 감사의 리플을~ ^^;

 

 

번역자 : 어린비(네이버3 라즈니쉬)님

원작자 : 칸탄무 님


 

=====

 

최면상태에 빠진 루피아에게서 얻어낸 정보는 실비아에게 대단히 유용한 내용이었다.
 첫째. 네메시스의 잔당이, 이 지구에 잠복해 있다. 그 총원은 3명. 총수 베릴. 장군 사파이어. ――그리고, 대장 시몬.

 둘째. 그 잔당들의 은둔지는 주택가의 싸구려 아파트 한켠의 작은 방.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이 지구로 강하할 때 사용한 우주선이, 교외 산속의 숲에 거의 파묻혀진 상태로 숨겨져 있다고 한다.

 셋째. 예전에 네메시스와의 싸우는 도중, 로즈, 루피아, 카네리아의 3명은 물론, 사파이어, 베릴까지, 시몬에 의해 세뇌되어 지배당했다. 실비아가 예측한 대로, 그곳에서는 「향연」이 벌어졌고, 루피아는 물론 로즈도, 아직까지 시몬의 지배하에 있다고 한다.
 언뜻봐선 고지식한 우등생으로 밖에 안보이는 교복 차림의 미도리--루피아의 입에서 진술된 그 「향연」의 내용은, 처음에는 흥미 진진하게 메모를 하던 실비아도, 결국엔 항복선언을 하고 중간에 멈추게 해 버릴 정도의 내용이었다.


 어쨌든 실비아의 추리는 거의 핵심을 찔렀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증언은 어디까지나 세뇌된 루피아의 입에서 나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증언을 바탕으로 조서를 작성했다간, 증거 능력이 전혀없는 것은 물론, 약물을 이용해 위법하게 자백을 강요한 실비아가 역으로 소추당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실비아가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마지막 과정은, 증언을 보강할 물적 증거를 모으는 것이었다.

 본래대로라면 베릴 클래스는, 실비아로서도 간단히 손을 댈 수가 없다. 하지만, 루피아의 정보에 따르면, 그녀는 현재 인간의 유아기 레벨로 지성이 퇴행해 있어 위험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로즈, 힐다는 물론, 바로 그 네메시스의 잔당도 모른다.
 가능하면, 그녀와 필로메아 단둘이서, 기습을 행해 잔당을 사로잡아도 되고, 아니면 최소한의 물적 증거를 모아 발키리 사령부로 가지고 돌아가 토벌대를 편성해서 차분하게 공격해도 된다. 물론, 그 토벌대의 총사령관은 자신이 맡고, 로즈는 발키리를 통괄하는 신분이 박탈당할 것이다.
 그녀의 야망 달성이 눈 앞에 왔다고 할 수 있다.


「·······님···실비아님···」
 차에 부착된 리어 스피커에서 무선 호출이 들려왔다.
「···아, 필로메아. 미안해요.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실비아가 필로메아에게 사과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 만큼 실비아가 지금 흥분해 있으면서도 매우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곧 지시하신 아파트에 도착합니다」
「그래. 내 차는 조금 있으면 도착할 테니까, 먼저 정찰을 부탁해」
「···알겠습니다.」
 잡음이 섞인 필로메아의 목소리는, 실비아가 운전하는 차의 엑조스트 노트에 섞여 지워졌다.











 먼저 도착한 필로메아가 열쇠를 비틀어 뜯고 발을 디뎠을 때, 미도리가 가르쳐 준 방은 비어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말해서 방에 산더미 같이 들어 차 있었던 잡동사니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거기에 쌓인 먼지로 보건데, 이전부터 그 방에 있는 것들일 것이다.
 미도리의 말에 의하면, 시몬이 이 지구에 돌아오고 나서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방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쓰레기통에 쑤셔진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그릇 등으로 보아, 오늘의 아침이나 낮까지는 틀림없이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방에는 잡지나 읽다 만 신문지가 펼쳐 져 있다. 다시 돌아오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필로메아가 더 안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여 방을 탐색하려고 한 순간, 약간의 기척을 느꼈다.
 오른쪽 구석, 벽지처럼 보이는 조잡한 종이로 덮인 여닫이 문 안쪽에서.

 소매 속에 숨겨 가지고 있던 나이프를 꺼내어 쥐고, 필로메아가 그 문을 힘차게 당기자, 검은 그림자가 튀어 나와, 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 필로메아의 발 아래를 뛰어갔다.

 

 바로 뒤를 쫓는 필로메아를 피하듯이 달린 그 그림자는, 이윽고 닫혀진 현관 문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자신의 도망갈 길을 막고 있는 문을 향해 마구 손톱을 휘둘렀지만, 이윽고 그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휙 작은 체구를 돌려 검은 소녀 노려보면서, 털을 세우고, 한껏 위협을 가했다.




 작은 고양이였다. 아직 어린 것 같다. 얼굴에 비해 금빛 눈동자가 커다랬다. 그 몸은 윤기있는 검은 털로 덮여 있었고 오직 방울이 달린 붉은 목걸이 단 하나만을 몸에 걸치고 있었다.
 




 필로메아는 곧바로 벽장 앞으로 되돌아왔다. 고양이를 미끼로 해, 그 틈을 타서 도망친건가--. 하지만, 그것은 기우로 끝났다. 고양이 말고는 그 벽장 안에는 누구도 숨어 있지 않았고, 이 방에서는 아무도 탈출하지 않았다.

 나이프를 치우고, 다시 필로메아는 방금 전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양이는 약간 긴장감을 풀고, 자신과 똑같이 검은 색으로 몸을 휘감은 소녀를 올려보고 있다.


 필로메아가 허리를 굽혀, 그 고양이에 손을 내밀었을 때, 고양이 뒤의 현관 문이 열렸다. 그에 놀랐는지, 고야이는 그 문을 연 사람의 다리 밑으로 파고 들어 방에서 도망갔다.

 고양이를 힐끗 관심없다는 듯 지켜 본 후, 그 여성은 블론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흥. 「도망치는 발만은 빠르다」 데이터 대로군요.」
「······실비아님」
「그들이 없다면 이런 추레한 곳에 용무는 없어. 필로메아. 당신은 여기서 네메시스의 일파가 돌아오지 않는지, 감시하세요. 나는 또 다른 「아지트」를 탐색하러 갈테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필로메아는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17)■







 그녀의 기억에는 아무도 없다. 자애가 흘러넘친 미소를 받은 기억도, 힘있는 팔에 안긴 기억도.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얀 벽에서 둘러싸인 방에서 잠에서 깨어났고, 무표정한 하얀 옷의 인물에게 링겔을 맞고 그리고, 지금의 주군인 실비아에게 전투 기술을 주입받았다.


 때때로, 자기와 별로 나이차이도 않나 보이는 아이가 부모에게 응석부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의 안쪽이 약간 둔중하게 아파오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민할 틈은 그녀에게 없다.
 자신에게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실비아의 지시에 따르는 것. 단지 그것뿐.
 그녀에게 있어, 실비아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모든 것이었다.



 실비아에게서 명을 받아 방의 어둠 속에 잠복하고, 몇시간이 지났다.

 그녀의 주인이 요구하는 네메시스의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필로메아는 전혀 그것을 고통이라고 느끼지 않고, 그냥, 계속 기다렸다.

 이윽고 날도 완전하게 저물어져 어슴푸레한 연립 주택에 갓 없는 전구가 조금씩 켜지기 시작했을 무렵, 문의 열쇠가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이음새가 나쁜 문이 삐걱거리면서 열렸다.




 사람의 그림자가 슬금, 슬금, 다다미를 밟으며 방 안으로 들어 온다.

 한 걸음, 두 걸음···.

 그 남자는 그늘에 숨어 있는 필로메아의 옆으로 오기 바로 전 발을 멈췄고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방에서 뛰어 나갔다.


 필로메아도 기다리지 않고, 그늘에서 뛰어나왔다.


 복도를 걷고 있던 가난한 연립 주택의 거주자가, 갑자기 방에서 작은 소녀가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뒤로 나자 빠졌지만, 필로메아는 그 남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시몬이라고 생각되는 남자를 쫓았다.

 
 ···.


 ······.


 ········.


 밤의 거리를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그녀는 어슴푸레한 공원에 와 있었다.

 공원. 로즈를 미행하다, 들킨 장소.
 그러나, 이제 해도 떨어진 그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에 불과한 가로등 빛을 받아, 희미하게 벤치와 놀이 기구의 윤곽이 하얗게 떠오른다.


 남자의 등을 계속 따라 왔지만, 그가 이 공원으로 뛰어든 것을 확인한 후, 필로메아는 남자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실비아에게 연락을 해도, 그녀에게서 회신이 오지 않는다.


 그녀의 주인은 자신의 부하의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다.
 만일 여기서 놓쳤다는 것을 알면, 자신은 고문을 받을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일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전에 실비아를 따르고 있던 사람들이 받았던 것과 같은.

 
 그것 조차 필로메아에게는 그다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포감 조차 들지 않는다.
 실비아가 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이 전부 받아 들여야 할 대상이며, 그것은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이나, 나이프로 피부를 찌르면 피가 나오는 것처럼, 그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흔들흔들 조금씩 흔들리는 놀이 기구--그녀는 그 이름도 모른다--를 한동안 응시한 후, 그녀는 다리를 움직였다..



 검은색 천으로 된 그녀의 의복은, 마치 위장색과도 같이 밤의 어둠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 옷 여기저기에 장식된 하얀 레이스와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만은 숨겨지지 않았고, 가볍게 나부끼며 하얗게 빛나는 선을 그렸다.
 

 파삭.


 멀리 높은 생울타리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필로메아가 아무 소리도 없이 그 생울타리로 향하자, 더욱 더 그 소리가 커진다.
 
 시퍼런 칼날을 쥐고 그녀가 가까이 가자,



 냐앙―.


하는 소리와 함께, 윤기있는 털의 평범한 검은 고양이가, 그 생울타리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목걸이에 금빛 눈동자. 그 몸 어디에도 불필요한 군살이 없다. 직선에 가깝게 곧게 자라난 수염, 긴장을 풀지 않고 주변의 기척을 둘러보는, 그 물 흐르듯한 걸음 걸이를 통해 그 작은 몸 전체에 날씬한 근육이 균형있게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고양이는 그자리에 멈춰, 금빛 눈동자를 그녀에게 향했다.
 새하얀 칼날을 가진 채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헤아리려는 것처럼 몇초동안 응시하다, 녀석은 위로 솟은 꼬리를 부드럽게 감고, 검은 스타킹에 싸인 그녀의 복사뼈에 얼굴을 대고 「냐앙」하고 울었다.


 필로메아의 눈동자의 안쪽에, 그녀로서는 흔치않은, 약간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검은 고양이는, 똑같은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소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낼름, 붉은 혀를 내밀어 그녀의 가는 다리를 살짝 핥았다.

 
 긴 침묵 뒤,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던 필로메아가, 결국 허리를 굽혀 왼손을 그 목덜미로 가져가, 슬쩍 쓰다듬자, 그 고양이는 살며시 눈을 감고 그녀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냐앙―.

 고양이는 목을 약간 빼서 그녀의 팔에 자신의 신체를 조금 기댔다.
 안아 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오른손에 꽉 쥐고 있는 나이프를 놓을 수 없는 그녀는, 그 고양이를 안아 줄 수 없었다.


「까망아∼」
 
 갑자기, 생울타리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긴장이 퍼졌고, 검은 고양이도 그런 그녀의 분위기 변화를 헤아린 건지, 생 울타리의 조그만 틈새로 잽싸게 파고 들어가, 그 소리가 난 장소로 즉시 자취를 감추었다.


「어, 까망이, 있었구나. 여기, 네가 좋아하는 꽁치 통조림 사 왔어∼」

 조금 맥풀린, 긴장감이 부족한 목소리. 그러나 그런 목소리도 필로메아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할 수는 없었다.
 울창하고 무성한 생울타리의 잎과 가지를 밀어 헤치고 저 너머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그 순간,


 빠직.


 잔디 위에 떨어져 있던 작은 가지가 필로메아의 작은 다리에 밟혀 부러지는 소리가 밤의 공원에 작게 울려 퍼졌다.


「응? 누구냐?」
 생울타리의 너머에서 사람이 가까이 오는 기색을 느낀 필로메아는 당황해서 그 생울타리를 둘러보자, 사람 한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있었다.
 필로메아는 그 틈새로, 그야말로 바로 전의 검은 고양이처럼 소리도 없이 숨어들었다.



 공원의 인공 숲 중앙에, 높은 생울타리로 차단된 공간이 있었다. 넓이로 치자면 골방 정도의 작은 공간. 하지만, 공원의 어디에서도 시야가 차단되는 장소.
 
 소풍용 비닐 돗자리를 깔려 있고 그 위에는 통조림과 우유 팩, 바구니가 놓여져 있다. 조금 전, 필로메아의 손에서 도망친 검은 고양이는 작은 접시에 따라진 우유를 핥고 있었지만, 필로메아가 다가오자 얼굴을 들고, 부르르, 수염을 털어냈다.

「어라, 오늘은 손님이 많은 날이군. 이래선 먹을 게 부족할 것 같은데」
 싼티 나는 검은 정장을 입은, 방금 전 목소리의 주인, 시몬은, 그렇게 모르는 척,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18)■





 한편, 실비아는, 미도리에게서 알아낸 네메시스 일파의 또 다른 아지트--지구 침입용 우주선--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교외에 있는, 이 근처에서는 하이킹이나 피크닉 장소로 그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작은 산.
 그 안쪽, 일반인의 하이킹 코스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의 조금 트인 장소에, 미도리가 말하는 「네메시스 우주선의 은폐 장소」가 있었다.

 야간 부비 트랩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지만, 실비아에게는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거미 줄을 걷어내는 정도의 수고도 들이지 않고, 그녀는 돌진해 갔다.


 실비아의 발키리 전투복은, 실버계통의 비지니스 슈트를 닮은 의복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군데군데에 특유의 문양이 들어가 있고, 보석같은 게 달려 있다는 점은, 로즈 등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무릎 위까지 밖에 오지 않는 타이트 스커트에서는 스타킹에 싸인 하얀 다리가 늘씬하게 뻗어나와 있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가 곧바로 그 모양 좋은 다리를 덮어 가리고 있다.
 블론드 머리카락에는 군데군데에 메탈릭한 광채와 보석으로 장식된 머리핀이 묶여져, 어둠 속에서도 얼마 안 되는 빛을 받아 그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감히 실비아가 필로메아와 헤어져 단독 행동을 취한 것은, 실비아·필로메아 개개인의 전투력이 네메시스의 개개인을 상회하므로, 선제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이다. 보충해서 말하면, 그녀가 「계책」을 써먹는데 있어서, 네메시스의 세명을 나눌 필요가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때 실비아는 갑자기 살기를 느끼고 날아 물러나자, 그녀가 방금 전 있던 장소가 폭발했다.
「열선 공격···비경제적인 무기를 사용하군요」

 숲 바닥에 쌓인 낙옆에 불이나, 캠프 파이어 비슷하게 피어오르며, 근처가 탄냄새가 가득해졌다.

「···발키리의 부하인가?」
 들려온 누군가의 말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실비아는 방어결계를 발동시키면서, 그 열선의 사수를 바라보았다.
 푸른 옷으로 몸을 간싼 여성. 그녀는 왼손에 긴 포신을 가진 검은빛을 발하는 총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둥글게 말은 채찍을 가지고 있었다. 양 갈래로 묶고 있는 머리카락은 바람을 받아 길게 휘날렸고, 파란색 짧은 스커트에선 검은 스타킹에 싸인 살집 좋은 허벅지가 늘씬하게 뻗어나와 있었다. 가는 눈썹과 길게 찢어진 큰 눈동자, 약간 턱을 쳐들고 있는 그 모습은, 오만한 성격 임을 짐작하게 했다.
 

「···네메시스의 장군, 사파이어, 인가요?」
「호오, 기특하군.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그렇게 대답한 그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엄을 갖춰 말했다.
「그렇다. 내 이름은 사파이어. 우주를 휩쓰는 종족, 네메시스 안에서도 용맹하기로 알려진 제 2 부대를 맡은 사람이다. 그대, 이름을 대라.」

 실비아가 천천히 손으로 원을 그리자, 그 자리에서 금색으로 빛나는 지팡이가 나타났다. 표면에는 여러 가지 색 보석이 여기저기에 박혀 있고 거기에 그 보석을 장식하듯 복잡한 문양이 주위에 새겨져 있다. 그 지팡이가 방대한 마력을 품은 것만은 분명했다.

 그녀는 비웃듯이, 작게 웃으며,
「남의 땅에 죽으러 온 자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어요」
 그 말에, 사파이어의 하얀 뺨이 순식간에 주홍색으로 물들었다.
「무단으로 우리 영토에 침입해놓고는 그런 대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한 놈. 이 땅에 시체를 두고 가라!」
 노성과 함께, 실비아를 향한 포신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는 열선이 아니다.

「우리 영토, 라구요. 도대체 어느 쪽의 할 말인지」
 실비아는 냉소하며, 그녀의 지팡이을 휘두르며, 주문을 짧게 영창했다.
「···라이체스·포스·스피어!」
 실비아를 중심으로 금빛 구 형태의 역장이 전개되었다. 그 역장과 접촉하자마자, 사파이어가 쏜 총알이 굉음과 빛을 내며 폭발했다.
 하지만, 그 불꽃이 실비아의 몸을 상하게 하지는 못했다. 실비아의 마력으로 펼쳐진 장벽에 튕겨나간 것이다.

「괜찮을까? 그렇게 화려한 공격을 해도. 당신, 자신들이 쫓기는 몸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나?」
 그런 실비아의 대사를 듣자, 이번은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사파이어가 조소했다.
「흥, 눈치채지 못했나 보지? 이미 여기는 네메시스가 자랑하는 과학의 결집, 물리 장벽 안쪽이다. 열핵병기를 폭발시켜도, 밖에는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물론 이 안쪽에서 외부에 연락을 할 수도 없지」

 실비아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해가 져서, 주위가 어둠에 싸이고 있지만, 본래 그 푸른 하늘에 떠올라 있어야 할 것--별과 달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랬었나. 그렇다면, 아무리 화려하게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군요. 좋아요, 나도 한동안 몸을 못 풀었으니까···. 오세요. 지금까지의 발키리와의 싸움은 장난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줄테니」
 어딘지 모르게 악역처럼 느껴지는 대담한 웃음과 함께, 실비아가 지팡이를 겨누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그 잘난 체의 대가는 비싸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마!」
 그 말과 함께 사파이어는 채찍으로 지면을 때렸다.





  
■(19)■






 산림에서 여자들간의 격렬한 싸움의 불씨가 지펴졌을 무렵, 인기척 없는 공원에서는, 조용한 남녀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색기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산림에서의 싸움과 다르지는 않았지만.

「···시몬?」
 나이프를 손에 든 검은 옷의 소녀의,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사무적인 확인에 가까운 그 음성은, 역시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아이쿠, 잘 알고 있잖아. 나도 유명해진 모양이네」
 시몬은 으ㅤㅆㅑㅤ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그쪽도 이름을 대는 게 어때. 그게 예의다」

 검은 고양이는 시몬을 따라서, 하지만, 등을 들고, 털을 거꾸로 세우고 경계하는 기색으로, 그 금빛으로 빛나는 눈으로 필로메아를 응시하고 있다.

 시몬의 요구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 작은 몸을 약간 굽혔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그 모습은 흔적도 없게 사라졌고,

「엥?」
「크앙---!」
 얼간이같은 소리를 낸 남자에게 충고하는 것처럼, 검은 고양이가 위를 향해, 위협적인 소리를 질렀다.
「위인가!」
 시몬이 왼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드는 것과 작은 무게의 그림자가 허공을 찢으며 떨어져 내리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그 그림자와 시몬의 왼팔이 교차한 찰나, 그 자리에 하얀 빛이 튀어 오르며 다시 시몬과 거리를 둔 그 그림자는 은빛 머리카락을 한 소녀의 모습이 되었다.

「위험해 위험해. 갑자기 칼을 휘두를 필요는 없잖아? 아가씨」

 투박하기 생긴, 언뜻 봐선 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하지만 그야말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선을 그와 함께 헤쳐 온 특수 경봉을 되잡으면서, 진지한 얼굴로 항의하는 시몬. 그 경봉은, 그녀의 기습을 막아 낸 영향으로, 플라스틱이 타는 듯한 냄새의 연기를 내고 있었다.

 그런 항의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소녀는 시선을 시퍼런 칼날로 향해 칼날에 이가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는, 그 나이프를 겨누며 한마디.

「······발키리·필로메아」

 뒤늦게나마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20)■



 드물게 댄디한 분위기를 내기위해 노력하는 시몬이었지만, 사실 여유따위는 전혀 없었다.


 실비아가 시몬과 네메시스에 관한 정보를 미도리에게서 얻었다는 것은, 미도리에게 달아 놓은 비밀 마이크를 이용한 도청으로 판명이 끝난 상태.
 자신들이 지구에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지트의 위치가 발각된 이상, 실비아측이 곧바로 집을 수색하러 오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기에, 우선은 아지트에서 대피한 다음, 실비아와 필로메아가 단독행동을 하도록 공작한 것이지만···.

「위험한 걸 끌어 들였군. 액션엔 서투른데」
 잠시 전의 필로메아의 공격도 검은 고양이가 울어 주었기 때문에 위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을 뿐, 전혀 그녀의 공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공격의 방향만 읽을 수 있다면, 다행히 상대가 한사람이니, 경봉으로 방어막을 구축해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공격의 방향을 읽을 수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다.

「진짜, 뭘 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서야, 수지가 안맞잖아 ···」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고, 시몬은 발밑에서 계속 소녀를 위협하는 작은 은인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 자신의 품 속에 넣었다.
「냐앙-」
「좁을 테지만 조금만 참아 줘. 네가 아니면 이 아가씨의 움직임을 모르겠으니까. 이 아가씨가 움직이면 가르쳐 줘」
 바동바동 날뛰는 검은 고양이를 달래면서, 시몬은 다시 눈앞의 소녀를 응시했다.


 필로메아에 대해서는, 세뇌 상태의 로즈를 통해서 기본적인 정보를 손에 넣었다.
 실비아의 그림자로서 시중드는 소녀. 완전히 그녀에게 세뇌당해 맹목적으로 순종하지만, 그 나이 또래의 소녀가 가질 감정이나 자발적 의사 같은 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고 한다. 그 능력이나 지식은, 실비아의 서포트--살인, 첩보, 약물 세뇌를 시작으로 각종 공작 활동에 특화되고 있고 소문에 의하면 육체 강화 수술까지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진위는 확실치 않다.

 여하튼, 그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눈을 끄는 것은 그 은빛 머리카락이다. 알비노인지, 아니면 탈색을 한건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인간이라고 하는 종족이, 게다가 아직 나이도 어린 소녀가 가질 신체적 특징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그 특징적인 은색 머리카락에는 붉은 리본이 메어져 있다. 가지런한 이목구비를 한 그 하얀 얼굴에는 모든 표정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인지, 어린 아이를 닮은 인형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천년을 살아 오며 감정이 메말라 버린 정령 같이도 보인다.

 가녀린 체구를 가리고 있는 것은, 검은색 얇은 옷감을 덧대고, 부분적으로 고급스러운 흰색 레이스가 달려 있는 원피스. 약간 짧은 듯한 검은 레이스 스커트에서, 무릎 위까지 오는 오버 하이니 삭스에 싸인 가는 다리가 뻗어 나와 있다.

 일찌기 달리아가 장난삼아 발키리들에게 입게 한 「메이드복」에 가까운 분위기가 풍기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장식이 화려하다. 분명히, 고딕 로리타 풍이라고 했던가. 시몬은 미도리를 위해서 옷을 준비했을 때에 얻은 지식을 생각해 냈다.
 결코 기능적이라고도 기동성이 풍부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게다가, 확실한 것은 은밀 활동을 주로 하는 사람이 몸에 갖춰 입을 옷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보통 이상으로 아름다운 소녀가 이런 옷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발키리가 입는 옷은 그 재봉 한땀 한땀과, 자수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어, 입고 있는 사람의 마법 능력을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고 루피아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사실, 그 때는 「그러니까 벗기면 안됩니다! 아무 때나 벗겨도 되는 게 아니라구요!! 」라고 하는 그녀의 시몬에 대한 교육적 지도의 일환이었지만.

 눈앞의 소녀가 입고 있는 복장 역시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대부분 실비아의 취미일 것이다. 기능이 아니라 자신에게 맹종하는 「인형」을 장식하고, 정신적으로 구속하는 걸 중시해 이 의상을 선택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너무나 그녀에게 딱 어울렸고, 그래서 더욱 가련해 보인다.




 달빛을 받아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이 백은색으로 빛난다. 소녀의 호리호리한 체구로부터, 하얗게 뻗어나온 작은 손에는,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연성된 것 같은 백은색 나이프가 빛난다.


 그 순간 바람이 불며, 소녀의 몸이 다시 사라졌다.


「냐앙-------」

 수염을 파르르 움직이며, 검은 고양이가 얼굴을 돌린 방향. 시몬이 그 방향으로 경봉을 휘두른 순간에, 이미 그녀는 시몬의 눈앞까지 육박 하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은의 나이프와 시몬의 경봉이 발하는 물리 장벽 사이에 튀어올랐다.
 그것과 동시에 시몬은 가슴 주머니에서 탄약을 꺼내, 발밑에 던졌다.
 지면에 부딪치자마자 섬광과 폭음, 그리고 연막이 가득찼다. 그 반박자 뒤에, 시몬이 서있던 공간을 그녀의 나이프가 베었다.
 그러나, 그 연막 공격에 순간적으로 머뭇거리느라 파고드는 게 늦은 탓인지, 그 칼날은 단지 연기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필로메아가 시선을 움직이자, 연막 너머에서,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듯 도망가는 시몬의 모습이 순식간에 작아져 가는 게 보였다.

 그녀는 소리 없이 그런 시몬의 모습을 쫓았다.



  
■(21)■




 교외에 간혹 있는 황폐한 빌딩의 한 방.


 상당히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개발하고 있던 회사가 도산했는지 어쨌는지 공사가 중단되어 있던 그 빌딩은, 외관은 완성되어 있지만, 내부는 콘크리트나 배관들이 그대로 노출대로 되어 있다.
 트윈 타워 모양의 그 빌딩은, 이 일대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20층 정도되어 보인다.


 시몬을 쫓아서 필로메아는 여기까지 왔다.



 그 빌딩의 7층. 물론 전기는 개통되지 않았고, 빛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 오는 거리의 네온사인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가 이 근처 플로어에 있다는 것을 기척으로 알수 있었다.
 페인트 냄새가 꽤나 진해, 그녀의 후각이 마비될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기척은 감지할 수 있다. 여기에 올 때까지, 빌딩의 입구 전체에 트랩을 장치하고 있었다. 시몬이 내려갔다면 반응이 있을 테지만, 그것이 없는 이상, 이 빌딩 안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실비아와의 연결된 무선기는, 조금 전부터 잡음 밖에 들리지 않는다.
 기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주군이 전파가 닿기 어려운 건물 안에 들어간 건가.

 어느 쪽이든, 필로메아는 주군이 위기에 몰렸을 거라곤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곳에 들어간 시몬을 잡는다. 생사는 상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주군은 살아 있는 쪽을 기뻐할 것이다. 그 쪽이 「물증」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리와 손의 인대를 자르면 도망갈 수도 없고. 헛수작도 부릴 수 없을 것이다.



 담담하게 그렇게 생각하면서, 필로메아는 한 걸음씩 다리를 움직였다.


 그때 갑자기 잡음이 사라지고 무선기가 작게 울렸다. 실비아에게서의 연락이었다.
「···필로메아, 그쪽은 어때?」
 의심할 여지 없이 실비아의 목소리였다. 필로메아는 담담하게,
「···시몬을 건물 안까지 추적했습니다. 현재 탐색중입니다」
「······이쪽은, 사파이어를 잡았어. 벌써 약으로 코 자고 있어. 어쨌든 지금부터 그녀를 데리고 그 쪽으로 향하겠어요. 둘이서 시몬을 정리합시다. 지금 위치가?」
「00시 교외, 공사 중단된 빌딩 8층입니다. 지도를 전송 하겠습니다」
 위성 GPS로 측정한 위치를 전송했다.
「···알았어요. 내가 움직일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
「알겠습니다.」

 필로메아는 무선을 끊고, 그늘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람의 그림자가 계단을 올라왔다.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필로메아는 바로 그것이 실비아라는 것이 알았다. 풍성한 블론드의 머리카락, 무릎 위 까지 오는 타이트 스커트에서는 눈부실 정도로 하얀 허벅지가 뻗어있다.


 실비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필로메아. 명령대로 대기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딕체로 타이핑 된 종이를 내밀었다.

"네메시스의 아지트에 남겨진 정보를 해석한 결과, 네메시스의 세뇌약은 살포형이라는 걸 판명했다. 지금부터 해독제를 들이 마시게 할테니까, 충분히 체내에 흡수할 것. 불필요한 발성은 호흡량을 증대시키니, 이후의 발언은 금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필로메아를 보고, 실비아는 주머니에서 천을 꺼내, 필로메아의 입가에 댔다.


 후읍···. 하아···. 후읍···. 하아···.


 필로메아는 심호흡을 셀 수 없이 반복했다. 조금 달콤한 냄새가 난다.


 실비아는 그런 필로메아의 모습에 만족했는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엔 다른 종이를 보여줬다.

"사파이어는 2층 아래 플로어에 묶어 놓았으니, 그녀를 감시할 것. 이후의 사항은, 그 플로어에 있는 인물에게 지시를 맡겨 놓았으니, 그 인물의 지시에 따를 것. 그것이 비록 누구라고 해도. 나는 시몬을 잡으러 간다. 원호는 필요 없음"


 필로메아는 실비아의 얼굴을 응시했다. 실비아는 말없이, 손을 들어 지시했다.
 그 손이 가리키는 곳에 계단이 있다. 거기로 내려가라는 말일 것이다.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은 있지만, 필로메아에게 있어 실비아의 지시는 절대적이다. 반문도 하지 않고, 필로메아는 작게 끄덕이곤, 안쪽을 향해 계단을 내려갔다.



 깜깜한 계단을 소리 없이 걸어간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세계.
 자신이 쭉 있었던 세계.



 페인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비아가 흡입하게 한 항세뇌약의 부작용때문일까. 머리 안쪽이 저리고, 몸 전체가 몽롱한 감각에 습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발소리도 내 않고, 실비아의 명령에 따라 필로메아는 천천히 걸음을 움직여 갔다.

 「6」이라는 숫자가 벽면에 페인트로 쓰여진 플로어에 간신히 도착했을 때, 노이즈 섞인 무선을 통해 실비아의 지시가 들려왔다.
「···필로메아. 듣고 있어?」
「······네···」
「···당신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고 있지?」
「···사파이어를···감시···합니다······」
「···그래, 그리고?」
「······이 플로어에 있는 인물의 지시에···따르는 것···그것이······설령, 누구라고 해도···」
 필로메아의 말은, 평상시 보다 약간 템포가 늦게 띄엄 띄엄 끊어졌다. 대답하는 그녀의 표정도, 어딘가 속이 텅 빈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에,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 좋아···. 그러면, 가세요, 필로메아. 당신의 새로운 주인님에게···」
 
 실비아의 마지막 말에, 필로메아는 아무 의심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발포 스티로폼을 피해서, 그녀가 나이프를 쥐고 앞으로 나아가자,



 냐앙―.


 검은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
 

 붉은 목걸이, 금빛 눈동자.

 저것은···어라, 어디서 봤을까.
 필로메아에는 갑자기 생각해 낼 수 없엇다.

 딸랑.

 그 목걸이에 달린 방울 소리를 울리며,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그녀를 올려보고는, 검은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가 달려 간 방향으로 따라가듯이 필로메아는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복도의 막다른 곳에 있는 한 방.


 그 문을 열자, 텅 빈 방 중앙에는, 두개의 소파가 나란히 놓아져 있다.

 그 한자리에는 여성이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푸른 옷을 입은 여성···.
 발키리의 데이타베이스에 실려 있던 정보와 합치한다. 그녀는 사파이어일 것이다.
 눈을 감고 전신이 묶여있기는 했지만, 가슴은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다. 생명에는 이상은 없는 것 같다.

 필로메아가 그녀 앞에 다가간 그 때,
「어이, 늦었어, 필로메아」
 그 소파 뒤켠의 어둠에서, 남자가 나타났다.

 저 자는···.

 컴퓨터·데이타베이스에서 본 적이 있다. 네메시스의 남자. 이름은 시몬.
 순간, 필로메아의 다리가 멈췄다.

 마비되어 가던 그녀의 이성이 상황을 간신히 감지하고, 단번해 도약했고, 다음 순간 필로메아는 시몬의 눈앞에 소리 없이 착지했다.
 그대로 필로메아의 나이프가 시몬의 경동맥에 닿을락 말락하는 순간, 남자는, 상냥하고, 그러면서도 단호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실비아님의 지시를 잊었냐?」

 움찔, 그녀는 몸을 떨었다.


···이 플로어에 있는 인물의 지시에 따르는 것···설령 그것이 누구일지라도.


 그것이 실비아의, 주인의 명령이었다.
 그리고, 실비아의 지시는 절대적이다.

 ···통상적으로는, 이 정도 레벨의 모순--시몬을 붙잡으라는 명령과 눈앞의 「시몬」이라 추정되는 남자의 뜻에 따르라고 말하는 두가지 상반되는 명령--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추측을 실시해 모순을 해결을 하도록 필로메아는 「포맷」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필로메아는 일종의 깊은 트랜스 상태에 빠져 있어 그 상태에 몰입하게 된 후에 주어진 「실비아」로부터의 지시는, 평소의 필로메아의 실비아에 대한 충성과 맞물려, 이미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시였다.

 남자는 침착하게 계속했다.
「필로메아. 실비아님은 뭐라고 말씀하셨지?」
「···이 플로어에 있는 인물의 지시에···따를 것···그것이······비록, 누구라고 해도···」
 망가진 레코드처럼 복창하는 필로메아에게, 그 남자, 시몬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필로메아. 나는 시몬. 네메시스의 남자다···그렇지만, 이미 실비아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상황에서도 전혀 딱딱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 필로메아를 보고, 시몬은 이런 이런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했다.

「원래 이번 작전은, 로즈가 허위 보고를 했다는 것만 알 수 있으면 되는 거였지? 네메시스의 정보와 로즈가 하고 있던 거짓말의 증거를 내가 실비아님에게 제공해서 실비아님이 내 몸의 안전을 보장해 준 거야. 서로의 이해가 일치한 거지.」
「······조금 전···공원에서···」
「아, 조금 전의 공원에서의 전투 말인가? 그건 위장이다. 조금은 싸우는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아무리 둔한 사파이어라도 내가 배반하려는 것을 눈치 챌 테니까 말야. 나는 덕분에 너한테 살해당할 뻔했지만. 실비아님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따르라고 너에게 지시하지 않았던 것도, 도청을 염려했기 때문이야.」
 시몬은 잠들어 있는 사파이어의 뺨을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속삭인다.
「여하튼, 쓸데없는 싸움을 피해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이런 멋진 책략을 내려 주시다니, 정말 실비아님은 훌륭한 분이야. ···알았지, 필로메아. 나는 이미 네메시스의 부하가 아니다. 실비아님에게 충성을 맹세한 너와 같은 동료로서 지금 네 앞에 있는 거다···」


 아아, 그런가, 그렇다면 납득할 수 있다.
 실비아님이 시몬의 명령에 따르도록, 나에게 지시한 이유도. 지금까지 뒤죽박죽이었던 명령의 이유도.
 필로메아 안에서, 조금 남아 있던 의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것은 그녀 안에서 그에 대한 최후의 방어벽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시몬은 필로메아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말을 이엇다.

「···그런데, 내가 실비아님께 받은 것이 두가지 있다. ···첫째는, 내 몸의 안전. 그리고 두번째로···실비아님에게서 너의 신병을 맡도록 지시를 받았다」

 시몬은 하나 남은 소파에 털썩 앉아서, 필로메아를 똑바로 보며 작게 웃었다.

「···내가 하는 말은 실비아님의 말과 마찬가지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 ···. 지금부터는 내가 너의 주인이다」

 남자의 말은 필로메아의 무방비 상태인 마음 속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것은, 필로메아가 사물을 분간하게 되고부터 익숙해져 온 사고방식이다. 어느새,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그 주인이 달라졌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었다.

 그녀의 하얀 손에는, 애용하는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이 거리에서 그것을 휘두르면, 남자의 목은 순식간에 벨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눈 깜박 할 사이에 손발의 인대를 모두 절단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그런 생각은 사고 범위 밖이었다.



 필로메아는, 흔들 흔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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