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香氣) - 23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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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향기(香氣) - 23부

 

 

 

 


 


 


 


안녕하십니까.. 날림작가 캡틴 카셀입니다.


오늘..크리스 마스 이브.. 하지만 이렇게 홀로 앉아 글을 올리고 있는 제 심정..


착찹하기 그지 없습니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몇번은 챙겨 먹었는데 올해는 완전 물건너 갔네요..ㅜㅜ


휴..내년엔 일하느라 더 구하기 힘들어 질텐데..막막하고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그래도 역시 잠만 자는 것 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덜 외롭고 덜 슬프기에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혹시나 집에서 혼자 숨어서 글을 읽고 계실 독자 여러분 힘내시고 얼마안가 좋은일 생기길 예수님께 기도 드립니다.


아멘..


그럼!! 이야기를 옮겨서 몇 일만에 다시 찾아온 향기.. 하지만 아쉽게도 이벤트 씬은 없네요..


그래도 최대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려고 했으니 재밌게 읽어 주시고 간단한 설문 조사 하나 하겠습니다.


요즘 캐릭터랑 스토리 잡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어어요 독자님들의 도움을 받아 볼까 하고요..



여자가 가장 섹시해 보일때는??


그냥 느낌대로 답해주시길..


예를 들어 허리를 숙였을때 가슴계곡이 보일때 라는 것처럼요..


모두 다 재밌는 소설을 쓰는데 양분이 되고 살이 될 설문이니 부담같은거 느끼시지 말고


그냥 간단하게 라도 적어주고 가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크리스 마스 이브 잘 보내시고 조만간 빠른 시내에 찾아뵙길 약속 드리며


그럼 저 카셀은 이만 뾰로롱 사라집니다~~


 



PS.보시고 난뒤의 짧은 리플과 살포시 찍어주시는 추천은 저의 글을 기름지게하고 길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부디 잊지마시고 리플이나마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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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죠...어쩌구 저쩌구...>
<정말요?? 하하하...>


뭐가 그리 재밌는지 두 남녀가 서로 마주 본채 연신 낄낄거린다. 그리고 그 옆에서도 약속이라도 한 듯 마찬가지로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실실대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만담하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떠들고 있는 그들. 마치 각자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벽을 쳐놓은 듯 이야기에 빠져있는 그 모습, 그런 모습들을 나는 그저 한귀퉁이에 앉아 홀로 멍하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바라볼 뿐이었다.


묘한 기류 묘한 흐름 앉아 있는 의자도 같고 쓰고 있는 테이블도 같다. 하지만 뭔지 모르는 이 묘한 이질감과 어색함이 초라하게 혼자 빨대를 물고 있는 나를 강하게 엄습 해왔다.


뭐야..이거...이..넘을 수 없는 벽이 서있는 느낌은...나..지금 따 당하고 있는거야??


정오가 조금 넘은 따뜻한 오후의 어느 까페. 나는 이 어이없는 꼴에 할 말을 잃은채 허탈한 마음을 달래듯 신경질적으로 아그작 아그작 얼음을 씹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이 망할 쉐끼... 기껏 불러내더니..따 시키네..


바로 옆에서 마주앉은 여자의 손금을 봐주는 듯 손을 매만지고 있는 사내놈을 나는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남자치고는 제법 반반한 얼굴을 가진 그녀석의 이름은 성준희. 이름도 외모도 왠지 모르게 기집애 같은 이놈은 얼마 안되는 내 친구중의 한 놈이다. 눈이 부실정도는 아니지만 호감 가는 아니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외모를 가진 이 녀석은 잡다한 재주도 많아 제법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뭐 자기도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지 여러 여자 사귀면서 재밌게 지내는 놈이기도 하고.. 동광의 카사노바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말다한거지.. 그 옆에 놈은 오늘 아니면 안 나올 놈이니 패스하고..그보다..


<준희야..잠깐..나 좀 볼래??>
<응?? 왜??>
<그냥...잠깐 보자..>


애써 웃는 낯을 띄우며 말하지만 그 녀석은 여자 손바닥에 금가루라도 박힌 듯 뚫어져라 바라본 채 고개도 돌리지 않아왔다.


<나중에 봐..나 지금 손금 봐야 돼..>


미친..그게 손금보는 거냐?? 손 맛사지지!!


<잔말 말고 따라 나 와봐...>


협박하듯 음산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며 말하자 그제서야 맛사지 하던 손을 빼고 나를 따라 나왔다. 그런 그 녀석의 등 뒤로 녀석의 파트너처럼 보이는 단발에 꽤 차분해 보이는 인상의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어디가요??>
<아..이 녀석이 화장실에 같이 가자네요..하하..기집애도 아니고..잠깐 다녀올께요...>


빠직..이 쉐끼...그냥 여기서 엎어?? 간신히 치밀어 오르는 살의를 억누른 나는 녀석을 화장실 쪽으로 끌고 갔다.


<야..너 이거 뭐야..>
<응?? 뭐 냐니..미팅이잖아...>
<그니까 갑자기 웬 미팅이냐고!!>
<아...쟤네들 인터넷 까페에서 알게된 애들인데.. S대 대학생들이래...얼굴도 저만하면 괜찮고 몸매도 죽이지 않냐??>


하아..이 새끼는 하여튼 여자라면...하긴 죽이긴 한다..덕분에 이자식도 죽이고 싶어지니까..


<그래..미팅이라고 쳐..난 왜 부른거야?? 짝도 안맞잖아...>


솔직히 가장 큰 불만은 이거다..아니 뭐 짝이 맞아야 놀지.. 나만 혼자 따도 아니고..


<아..원래 딴 애가 있었는데 걔가 펑크 내가지고.. 곤란해 하고 있었는데 딱 니가 생각난거야...그래서 전화했지..어때 고맙지??>
<고맙긴..씨이..나 지금 혼자 얼음 씹어 먹는거 안보여??>
<아...그게..근데..저쪽 애가 또 갑자기 못나온다고 해 서리..하하..>


하하..그럼 뭐야..나 쭉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거네??


<하하...나 간다.>
<자..잠깐..야..>
<왜??>
<좀만.. 좀만 기다려봐..저쪽에서도 대타 온다고 했으니까...>


오호...대타끼리 만나라...망할 쉐끼...


<근데 왜 날 부른거야?? 경호도 있잖아..>
<그게..경호는 좀 그렇잖아...>
<뭐가??>
<그 자식 좀 특이해서 그렇지 잘 생겼잖아 남자답고..좀 불안하지..>


하긴..경호자식 하는 짓이 좀 별나서 그렇지 잘생기긴 했지..근데 그 말인즉 난 안심이란 얘기네?? 이런 씨이..


<하하..뭐 딱히 그런 이유만은 아니고...야...암튼...일단...빨리 가자 애들 기다린다..>


굳어지는 내 표정을 보고는 얼버무리듯 대화를 끊어버린 녀석은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망할 새끼.. 도망치네..


몇 시간 전 저놈의 급작스런 전화를 받고 나온 나는 이 황당하고 어리둥절한 상황의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일수 밨에 없었다. 기껏 나온 거 그냥 집에 갈수도 없고.. 하아.. 짜증나네...원래 이러고 있을게 아닌데.. 아이 씨...하여튼 그 아줌마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그래가지고...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부산 그러니까 큰 아버지 댁에 부모님의 제사를 지내러 가야했지만 누나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무산이 되고만 상태였다. 뭐..중요한 회사업무가 있다나.. 그래도 그렇지 부모님 제산데..휴..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하지만.. 그보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요즘 그 아줌마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


항상 출근시간 30분만을 남기고 허겁지겁 일어나 파워 콤 광속의 속도로 세면, 화장, 식사를 마치던 아줌마가 어찌된 일인지 요즘엔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밥을 챙겨먹고 나가질 않나 아님 생전 피곤하다며 술 먹는 일 아니면 죽어도 야근 따위는 안하던 그 여자가 밤 12시가 넘도록 야근을 하고 들어 오질 않나..


그래.. 뭐 여기까진 이 여자 드디어 사람 됐네 이제 집안에  돈 좀 들어 오겠구나 라고 넘어 갈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먹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그 여편네가 밥 줄까 그러면 생각 없어 라고 지방으로 들어가기까지 하니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매번 말이다..매번 생각 없이 사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가장 결정적으로 그런 그 아줌마의 변화가 그 날 그 새벽 이후를 기점으로 생긴 거였으니 나로서는 상당히 마음 쓰이고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뭔가 내가 아줌마를 화나게 한거 같은데.. 진짜로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지 떠오르질 않아.. 혹시 그 전에 있었던 그 일이 화가 안 풀린 걸까?? 막 맘대로 묶어놓고 거칠게 해서?? 에이...그래도 설마 그 여자가 어떤 여잔데.. 그걸로 화가 났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날 죽였지..그리고 그건 그쪽도 잘못이 있잖아 피차 쌤쌤 이라고.. 좀 내가 분위기에 취해서 오바 하긴 했지만.. 암튼 그건 그 여자 성격에 화낼게 못 돼.. 그 여자의 그 많은 단점 중에 몇 안되는 유일한 장점이 뒤끝이 없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냐.. 그럼 왜 그러는 거지??


몇 일째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봐도 결론은 나질 않았다. 그저 화가..무진장 난 것 같다..라는 생각 밖에는.. 아~~ 머리 아퍼..


다시금 지끈 거려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얼음을 씹어 삼킨 나는 마치 말 못하다 죽은 한이라도 있는 것 마냥 떠들고 있는 놈들에게 시선을 떼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오가 조금 넘은 오후. 사람들의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울려온다. 깔끔한 느낌의 까페 안은 확실히 젊은 애들만 오는 것 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듯 세련되고 밝은 느낌의 인테리어를 풍기고 있었다. 주말이어서 그런가.. 까페 안에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뭐..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까페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서도 가끔 가본 동네에 있는 호프집겸 식당겸 까페겸의 다성능 주제불명의 가게에서의 텅빈 공간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제법 신선한 모습이었다.


딸랑딸랑.


어느 가게에나 있을 법한 손님을 맞이하는 맑은 벨소리가 가게 안을 울리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시선을 옮겨갔다.


뭐냐..저건.. 그곳에는 한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마치 검은색으로 염색이라도 한냥 새까만 흑발을 가슴께 까지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누굴 찾나??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쥬스를 빨대로 살짝 빨아 먹으며 좀더 주의 깊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 이유는 없었지만 웬지 모르게 그곳에 서있는 그녀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묘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까페 안에 몇몇 사람들(대부분 남자지만)이 그녀를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좀 야하다..가슴께까지 늘어뜨린 새까만 흑발과 대비뇌는 새빨간 끈 나시와 보기만 해도 아찔함이 드는 짧은 진 청의 미니스커트는 마치 타이즈라도 되는 양 온몸의 딱 달라 붙어 매력적인 여성의 굴곡을 여실하게 들어내 요염한 지체만이 낼수 있는 자극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와..저런 걸 섹시하다고 하는 건가?? 가끔씩 티브이에서 섹시, 섹시 하며 입은 것 같지도 않은 옷들을 입고 나와 몸을 흔들고 부비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한번도 그런 걸 보고 흥분된다거나 섹시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뭐랄까..섹시라는 단어 하나에 안간힘을 쓰는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추해보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 저기 입구에 서있는 여자는 달랐다.


티브이에 나오는 여느 여자들처럼 옷을 입은 건지 벗은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노출이 심한 것은 아니었다. 약간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시원스럽게 어깨를 들어낸 끈 나시는 가슴이 파여 있긴 했어도 천하나만 가슴에 두르고 다니는 여자들만큼 심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였고 치마 역시 짧긴 했어도 더운 여름에 남의 눈 생각 안하고 닥치고 초 미니하며 벗은 듯 입고 다니는 여자들에 비하면 긴 편이었다. 말하자면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드러낸 그런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옷차림은 오히려 그런 것들 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햇빛에 적당히 그을린 듯 구리빛 피부는 야생마 같은 탄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뇌살적인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고 곳곳에는 남자의 눈을 미혹 시킬만한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니 그녀만이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짙고 야한 페로몬을 풍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몸 자체가 야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것 저곳에서 남자의 음심을 자극 하는 듯 에로틱함이 풍겨져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도도한 자태가 플러스 효과를 내어 그런 위험스런 에로틱함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하아..이런말 잘 안쓰는데..진짜 쌔끈하다..


그런 느낌을 갖은 것이 나만이 아닌지 까페의 곳곳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묘하게 흥분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걔 중에는 여자친구의 타박에도 상관없다는 듯 남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짧은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미끈한 다리를 노골적으로 훑으며 바라보는 놈들도 있었고 훤히 들어 낸 어깨의 살결을 보며 침을 흘리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는 놈들도 보였다.


하여튼 사내놈들이란..난리도 아니네.. 그만큼 눈앞의 미녀는 뭇 남성의 성감을 자극하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또한 그런 음흉한 시선들을 모르는지 아니면 익숙해져 있는건지 오히려 상관없다는 듯 그런 시선들 보란 듯이 당당하게 자신의 미태를 뿜어 내보내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저 여자 남자친구는 좋겠다. 아주 밤에 죽어나겠네..저 정도면 하루에 10번도 더 넘게 달려들겠다.


<어?? 왔네요..여기!! 여기야!!>


그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준희 녀석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 단발의 여성이 방금 나타난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손짓을 했고 누군가를 찾듯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던 그녀는 그런 여자를 보고 알았다는 듯 가볍게 손을 올리며 자리로 천천히 다가왔다.


<왜 이제 왔어??>
<어..미안 좀 늦었지..학교에 좀 일이 있어서..>


약간 하이 톤의 젖은 듯 촉촉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하지만 신경을 거슬리게 할 만큼 따가운 그런 류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오히려 나긋나긋 느린 듯한 말투가 묘하게 사람의 귀를 끄는 매혹적인 목소리였다.


<기다리건 우리가 아니라 이쪽이 기다리셨지..>
<아..그래?? 죄송해요..제가 좀 늦게 왔죠?? 좀 일이 있어서..>


맞은 앉은 우리를 가리키는 여자의 말에 고개를 돌린 그녀는 양해를 구하듯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갔다.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달짝이며 흑발의 머리카락을 찰랑거려오자 인사를 받은 녀석들은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급하게 고개를 모로 흔들어갔다.


<아..아뇨!! 기다리긴 뭘요..괜찮습니다.. 바쁘신일이 있으면 뭐 그럴수도 있죠..하하..안그러냐??>
<그..그렇지..사람이 중요한 일이 있으면 늦을수도 있지..>


젠장..니들이 기다렸냐?? 지금까지 나만 따돌리고 좋다고 여자랑 떠든 주제에..
표정 보니까 완전히 맛이 갔네..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눈을 떼지 못하는게 아주 헤롱헤롱이라는 표현이 절로 어울린다. 뭐..그만큼 혹할만 하긴 하다..


확실히 가까이서 보니까 더 와 닿는다. 얇은 끈만이 지나 시원스럽게 드러낸 어깨와 움푹 패여 확실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쁜 쇄골 뼈는 보기 좋게 업 된 가슴의 융기와 어우러져 시선을 자극해왔고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스커트 밑의 다리도 육감적인 전혀 군더더기 없는 각선미를 자랑하며 남자의 음흉한 시선을 이끌어 내듯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부러 태운건지 원래 체질이 그런 건지 전혀 어색함이나 위화감 없이 건강하고 요염하게 빛나고 있는 구리 빛 살결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지고 훌륭했다.


참..뭘 먹으면 저렇게 되냐?? 아주 색기가 철철 넘친다. 나이는 그렇게 안 많아 보이는데.. 그만큼 여자는 누나나 선생님 같은 성숙한 여자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농염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자의 새로운 참가 이후 미팅은 조금 더 활기차게 진행되어갔다.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만한 미녀의 참가에 흥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이런 여자와 같이 만남을 공유하고 있다는 우월감에서인지 준희 녀석은 아까보다 더욱 열성적(내 눈엔 필사적으로 보였다..)으로 미팅을 주도해 나갔고 사람들 역시 그게 싫지는 않은 듯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아..근데 나는 왜 달라진 게 없냐?? 사람이 하나 더 충원 되어 짝까지 맞았지만 나는 여전히 개밥의 도토리마냥 무리와 떨어진 느낌을 받고 있었다. 뭐..내가 준희나 다른 놈들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준희라는 놈이 방금 나타난 미혹의 여성에게 흑심이라도 있는 듯 연신 작업을 해대는 게 결정적으로 다가왔다.


망할 놈..한 여자한테만 집중하지.. 하긴 뭐 내가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니다..그리고 솔직히 여기서 즐겁게 떠들고 있을 만한 기분도 아니고.. 다시금 떠오르는 착잡한 기분에 다 마셔버린 쥬스를 의미없이 빨대로 빨아가며 딴청을 피우던 나는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미혹의 여성에게 시선을 던져갔다.


진아연이라고 했던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 역시 지금의 이 자리가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듯 권태로운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졸린 듯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준희 자식이 말을 시켜보긴 했지만 생각이 없는 건지 맘에 드는 사람이 없는 건지 눈앞의 여성은 그저 가끔씩 가벼운 미소만 보인 채 일절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끌려나왔나?? 하긴 저런 콧대 높아 보이는 여자가 이런 시시한 미팅 자리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면 이상한 일이었다. 차라리 길가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하나 물어서 하루 신나게 노는거면 모를까 저 여자 입장에서는 시시해보이고 지루해 보일지도 몰랐다. 하여튼 이쁜 것들은 저래서 안된다니까.. 지들은 뭔가 격이 다른 줄 알잖아.. 까마귀근처에는 얼씬도 안하는 백로 마냥..


근데 몸매만 좋은 줄 알았더니만 얼굴도 꽤 수준급이다. 콧대 높은걸 증명이라도 하듯 오똑하게 솟은 콧날, 보기 좋게 부풀어져 묘한 색향을 내뿜으며 번들거리고 있는 두툼한 입술은 한번 맛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워 보였다. 공허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촉촉이 비가 내린 듯한 눈망울도 묘하게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빛나고 있었다.   


얼굴에도 아주 색기가 좔좔 흐른다. 보고있는 것 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절로 야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를 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이 나와 마주쳐 왔다. 빠져버릴 듯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에 흠칫 놀라 움직임을 멈춘 나는 웬지 모를 민망함에 빨대를 입에 물며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며 딴청을 피워갔다.


아...뭐야..쪽팔리게...이상한 놈이라고 생각 했을려나?? 아냐..신경 못섰을 으도 있어..그냥 우연인가보다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고..맞아..


확인 차원에 다시 눈알을 굴려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본 나는 다시 황급하게 눈알을 원위치 시킬 수밖에 없었다.


젠장..아니잖아..뭐야..저 여자..뚫어져라 쳐다보고..확실히 눈앞의 그녀는 아까의 마주쳤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시선은 시선을 돌린 내 옆통수에도 확연하게 전달되어 왔다. 뭐야..따지는 거야?? 좀 전에 자기 쳐다봤다고.. 하여튼 이쁜 것들은..혹시 내가 자기보고 반했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어쩌냐?? 무시 할까?? 아니지 저렇게 노골적으로 쳐다 보는데..이젠 아예 턱까지 괴고 보란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네..그만 봐라 내 얼굴에 구멍나겠다..
 
<저..저기..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뇨..왜요??>
<아니..그쪽이 쳐다 보는 것 같아서요..제..제가 착각 했나 보네요..하하..>
<아뇨..착각 아닌데..나 지금 그쪽 보고 있는거 맞아요..>


피가 도는 듯한 붉은 입술로 자기 앞에 놓여진 쥬스를 가볍게 빨아 마신 그녀는 사실이라는 듯 전혀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상당히 또렷해서 주위의 무리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뭐야..너 저쪽한테 관심 있어??>


갑작스런 그녀의 말이 재밌다는 듯 옆구리를 쿡 찌르며 장난치듯 말하는 여자의 말에는 웃자고 하는 뉘앙스가 다분히 느껴져 왔다.


<어..조금..>


전혀 생각 밖의 대답을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뱉은 그녀의 말에 자리는 한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특히 옆자리에 서 턱이 주저 앉기라도 한 것 마냥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짓는 준희 녀석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어이..그게 이렇게 말문이 막힐 만큼 어이가 없는 일이야?? 나도 은근히 인기 많다고..기분 나쁘게 왜 이래.. 하긴 당사자인 나도 조금 어이가 없는데 다른 사람 들이야 오죽하겠어..근데 이 여자는 갑자기 왜 그래??


<저기요..우리 어서 본적 있어요??>
<네?? 아..그..글쎄요..잘 모르겠는데..>
<아닌가..잘못 봤나.. 어서 본 것 같은데..>


계란 마냥 갸름한 얼굴을 모로 기울인 채 골똘히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어느새 시선은 우리 둘에게 집중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하하..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봤겠죠..아니면 그냥 비슷한 얼굴을 봤거나..그런일 많잖아요..안그래??>
<어..어..그래..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비슷한 얼굴 하나 없겠냐...>


이 묘한 분위기를 타개라도 하듯 어색한 얼굴로 얼버무리는 녀석들. 다분히 견제의 의도가 느껴져 왔다. 새끼..지가 찍었다고 바로 태클 들어오네.. 아마도 자기가 마음을 두었던 여자의 관심이 나에게로 쏟아지는 것은 좀 위험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쪼잔한 놈..저건 다 좋은데 여자 앞에서는 저렇게 가끔씩 치사해지더라.. 뭐 얄밉긴해도 싫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보다..이 여자 좀 어떻게 해봐..진짜 내 얼굴에 구멍 나겠다.. 민망하게.. 자신은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한치의 흔들림 없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에 나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쁜 여자가 쳐다보면 좋은 일 아니냐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상황이 상황일 때 일이다. 거기다 저렇게 민망하게 대놓고 관찰하듯 보는데 얼굴에 철판 안 깐이상 어색한건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이렇게 사람 모인 자리에서.. 과도한 관심은 오히려 부담이다,


<저...저기..저는 그쪽 만난적 없는 것 같은데..얘 말대로 길가다 우연히 만났거나 그냥 비슷한 사람 만나셨을 거에요..>
<아닌데..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는 듯 갸름한 턱을 쓰다듬으며 약간 고심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쳐오는 여자의 모습에 나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묘하게 풀어진 얼굴로 보지마라..진짜.. 사람 두근거리게.. 생각을 더듬어 가는 듯 젖은 눈동자를 희미하게 풀어 놓은 표정이 유혹하듯 빛나는 게 상당히 내 심장을 자극해 온다.


<저기요..잠깐 저랑 자리 좀 바꿔주실래요??>
<저요?? 아..네..>


그녀의 갑작스런 요구에 반사적으로 대답한 준희 녀석은 자리를 옮겨 그녀의 자리로 갔고 그녀는 자연스레 내 옆 자리로 다가와 붙어 앉아 갔다. 진짜 이 여자 나한테 관심있나?? 왜 이래??


<왜..왜요??>
<아뇨..그냥 가까이서 보면 생각이 날까 해서요..신경 쓰지 말아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짓 하는 그녀와는 말과는 전혀 다르게 나는 가득 긴장을 한 채 경직된 자세로 몸을 움츠려 갔다. 누가 봐도 품어버리고 싶을 만큼 남자의 음흉한 성감을 자극하는 여자가 이렇게 살갗이 스칠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침이 말라오고 절로 근육이 굳어갔다. 젠장 거기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고..!!


<야..아영아 그만해..>


지금의 내 경직된 상태를 눈치 챘는지 조심스럽게 그녀를 말리는 단발의 여자. 그래..좀 어떻게 좀 해봐라..죽겠다..


<언니..내 성격 알잖아..궁금한 거 있으면 그 자리에서 풀어야 되는거..>
<야..그래도 불편해 하잖아..>
<응?? 불편해요??>


당연히 불편하지!! 지금까지 마치 모르고 있었던 것 마냥 당당한 얼굴로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뭐라 대답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못했다.


물어보며 다가온 그녀의 대리석같은 매끈한 팔 둑의 살갗이 내 맨살에 닿아왔기 때문이었다. 닿자마자 미끄러지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 신경을 타고 올라오고 가까이 내 옆으로 붙어온 그녀의 몸에서 가득 풍겨지는 자극적인 여인의 향기가 내 코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것이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그쪽 불편하게 했어요??>
<아..아뇨..그게 아니라..그냥..>
<봐봐..아니라잖아...>


이게 말을 잘라먹네.. 미쳐 뒷말을 채 있기도 전에 내 말을 잘라버린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던져갔고 앞쪽에 앉아 있던 아까의 여성은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어 갔다.


<죄송해요..얘가 외국에서만 살다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서..>
<아..그..그래요...>


그런 애가 왜 나를 안다고 설치는 거야??!! 내 얼굴이 그렇게 국제적인 거냐??


<아!! 아영씨 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 어디요?? 호주?? 미국?? 영국?? 저도 그쪽에 많이 다녀봐서 좀 알거든요..>


이제야 뭔가 말할 건수를 잡았다는 듯 이야기의 물고를 틀기위해 말을 붙여 보는 준휘 녀석. 용쓴다..용 써..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저 자식 저렇게 노골적으로 대쉬 하는 건 처음 보는데..언제나 여유를 잃지 한던 카사노바도 매혹적인 미녀 앞에선 역시 남자일 수밖에 없구나..


<방글라데시요.>
<아...방글라데시~~ 거기 참....살기 좋은 얘?? 바..방글라데시요??>


뭐?? 그 샬라들의 고향인 그곳?? 녀석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말을 던지는 그녀의 말에 장내는 다시 침묵으로 빠져갔다. 준휘 자식 방글라데시는 못 갔다 왔나 보구나.. 아무말도 못 하는거 보니..


근데..저 꼬라지 보니까 왜 이렇게 웃기냐..얼굴까지 빨개 져서..지금 이 상황이 웃긴 건 나만이 아니었는지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크크 그러게 누가 난 척 하랬냐..


<후후...흠..아영이 미국에서 살다 왔어요..아영아 너는 왜 이상한 말을 해가지고..>
<아니..좀 귀찮아서..죄송해요..>


귀찮덴다... 거기다 표정은 전혀 죄송한 표정이 아니다. 아무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 거기다 사과를 하는데 얼굴도 안 쳐다보고 인사를 하는게 정말..아주...통쾌하기 짝이 없다!! 크하하..저 동광 카사노바가 이런데서 이렇게 개쪽을 당하는 구나.. 경호 녀석도 이 광경을 봤어야 하는데.. 하하 하하..아이고 웃겨..아이고..웃...


터져 나오는 웃음을 입을 가리며 연신 킥킥 대고 있던 나의 눈이 순간 그녀의 눈과 마주쳐갔다. 렌즈라도 낀걸까?? 아까보었던 매혹적으로 빛나는 파란 빛의 눈동자가 내 시선에 부딫히자 나는 잠시 숨과 사고를 멈춘채 눈앞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냥..웃어요...참지 말고..남자가 되가지고..>


표정 없는 얼굴로 무심하게 내뱉는 한마디..


<하하...네....>


망할 여자..웃는데 남자여자 따로 있냐?? 생각하니까 기분 나빠질라그러네..어서 봤다고..아까부터.. 한번 따져??


<잠깐...>


응?? 뭐야?? 순간 그녀의 손이 내 볼을 감싸며 내 머리를 획 돌아세워 간다. 뭐..뭐야..갑자기..


<뭐..뭐예요??>


뭐야..지금 내가 인상 썻다고 그러는 거야?? 그런거면 진짜 이 여자 안되겠네..


<생각났어...생각 났어요..>


생각?? 무슨 생각..좋은생각? (죄송합니다..요즘 아이템이 떨어져서리..ㅠㅠ)


<아침...학교 앞..그리고 지하철...맞아!!>


마치 연상퀴즈라도 말하듯 뭔지 모를 말들을 나열하며 중얼거리는 여자의 행동에 나뿐만 아니라 테이블의 모든 이가 의아함을 느끼며 그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아침..학교 앞..지..하철?? 잠깐 뭔가..나도 생각 날라고 하는데..잠깐...뭐지 이 불길한 기분은??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 보니까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지하철..지하철..그때 그...>


뭔가 대단히 중요한 말이라도 하는 듯 뜸을 들이는 그녀의 입술에 좌중의 시선이 모아져 갔다.


<치한!!>


치..치한??.. 잠깐..누가..누가 치한라는 거야?? 누구..나??


<저..저기요..지...지금...>
<맞죠?? 그죠?? 그때 그 지하철 치한!!>


그러니까 누가 치한이라는 거야!! 지하철은 또 뭐고!! 그리고 어서 삿대질이야!!


<이..이봐요..!! 잠깐만요..지..지금 누가 치한이라는..>


갑작스럽게 터진 상황에 정신이 빠질 것처럼 혼란스러워 지는 머리를 간신히 정돈 시킨 나는 다급하게 그녀에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내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자신이 나를 기억했다는 사실에 놀라 소리치고 있었다.


<맞아..맞아..그때 그 지하철...아..이제야 생각 났다..하하..>


지금 웃음이 나오냐!!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을 띄우며 나를 바라보며 연신 기뻐하는 그녀. 처음으로 마주친 그녀의 웃는 모습은 도도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생각보다 어린 느낌을 주고 있었다. 소녀같은 느낌이 뭍어나온다고 할까..암튼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저..저기..이봐요..자..잠깐..내..말>
<저기..아영아..>


아..또 짤렸다.. 이번엔 맞은 편에서 언니라고 불렸던 여자가 도대체 영문인지를 모르겠다는 듯 얼굴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고 주위에 있던 무리들도 말을 하고 싶었다는 듯 같은 눈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아..언니..생각났어..이 사람 그 사람이야..전에 그 지하철...>
<지하털?? 아..그때 그.. 치한??!!>
<어!! 그 얘기..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이 뭔데 이 사람이래!! 뭐가 그리 신난걸까?? 오랜 친우라도 만나서 기쁘고 반갑기라도 한 듯 연신 웃으며 나를 가르키는 그녀의 얼굴과는 다르게 조금전 까지 영문을 몰라 하던 맞은편 여자들의 얼굴들은 조금씩 사늘하게 굳어져만 갔다. 이..이봐,,뭐야 그 눈초리는...언젠가 한번 본적 있는 그런 눈길인데...몰라..그보다 아무튼..


<잠깐!! 잠깐...잠깐만요..>


뭔가 틀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좌중을 진정시키켜 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뭐가 뭔지 영문도 모르는 나를 위험한 분위기로 몰아 세우고 있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어갔다.


<이봐요..갑자기 무슨 소리예요..치한이라뇨..장난도 정도가 있지..뭔가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그쪽..최근에 지하철 탄 적 있죠??한 4일전에>


또 말 자른다.. 심문하듯 물어오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지체 없이 대답해갔다.


<타..탔죠..>


맨날 탄다...학교 끝나고 집에 올때..근데 그게 뭐..


<그날 아침..기억 안나요??>


하하..이 여자가..난 아침에는 맨날 누나차를 타고...잠만...4일 전이면 그땐가?? 누나가 급한일 있다고 그냥 가버린 날?? 잠깐..그러면 설마..그날..


기억 깊은 곳에 파 묻었던 기억이 다시금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기어나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날의 그 지옥 같던 아침.. 젠장..다시 생각해도 열 받고 재수없는 아침 이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명의 여성. 그 망할 여자.. 그리고 기억이 떠오르는 동시에 뭔가 찝찝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잠깐....잠깐만...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천천히 조심스레 눈앞의 여성을 바라 보았다. 멋들어지게 빛나는 구리빛 피부와 몸 곳곳에서 풍겨나오는 섹시함. 거기다 이렇게 정면에서 바로 보니 어디선가 본 듯 한 얼굴이다. 아니 봤다. 머리가 약간 그때와 다르긴 했지만 확실했다. 그때 그..


<망할여자!!>
<딩동...네??!! 마..망할 여자요??!!>
<네...하..하지만..머..머리가..>
<아..염색했어요..이거..학교 때문에..근데..지금 망할,, 여자라고..했어요??>


그래..다 기억난다..그때 뺨 맞은거랑 변태로 누명 씌운거랑..죄다 기억난다..
 
<맞아..그 여자다..맞죠..나 뺨때리고 막 쫓아와서 난리치던 그 웃긴 여자..아..생각났다.>
<하...또 웃긴여자요??!!>


젠장..또 생각 하니 기분이 드럽다..근대 이 여자 표정이 왜 이렇게 삭막해져 가냐..


잠시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한 헛바람을 내뱉던 그녀는 이내 아까의 웃음기를 조금씩 지운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야..지..지금 노려보는 거야?? 지..지가 왜 노려봐?? 뭘 잘 했다고..


<아영아...진짜..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글쎄 나는 아니라니까!! 그래..그때 당사자가 있으니까 사실대로 말해주겠지..


<저기요 빨리..빨리 말해요..나는..아니..>
<응. 맞아..그 사람..지하철 남자.>


그래 나는..지하철 남자...뭐??!!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밖의 대답에 나는 할말도 잃은 채 벙찐 표정으로 내 옆의 여자를 바라보았다..아냐..누명 쓴 지하철 남자라고 말해줄거야..아니 말해야 돼..


<그..치.한!!> 


이..이...망할 여자!! 나를 뻔히 쳐다보며 뭔가 심통난 얼굴로 내뱉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 경직된 나이 얼굴 위로 여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 시선..맞아 그때 누명썻을때 사람들이 나를 보며 지었던 표정..시선... 똑같다..


<이...이봐요!!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내..내가 언제!!>
<나 기억나죠??>
<그..그거야..그렇죠..>
<나한테 뺨맞은 것도 기억 하죠??>
<그것도..기억..하죠...>


어떻게 그걸 잊냐..내 일생 일대의 치욕인데..!!


<그리고...내 가슴...만진 것도 기억...하죠??>
<내..내가 언제 만졌어요!! 안 만지고 그냥 도망갔는데!!>


이 터무니없는 상황에 흥분 했던 것일까??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던 나는 이내 아차 싶었음을 인식하고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미 내 격양된 목소리는 까페를 가득 울렸는지...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 테이블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렇죠..그럼 맞네..지하철 치.한.!!>


느린 듯 하지만 분명하게 한마디 한마디 크게 내뱉으며 나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시시각각 나에게 날카롭게 쏟아져 들어왔다. 뭐가 얼굴에 이렇게 꽃히냐...까페에 모기가 많나?? 하하...



(누명 쓴 사.람.)


마지막으로 나의 귓가에 붉은 입술을 가져오며 마치 유혹이라도 하는 듯 끈적거리고 젖은 목소리로 자그맣게 말하는 그녀의 웅얼거림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작게 나의 귓가에 울려 퍼져갔다. 그게 젤 중요한거잖아!! 크아아.. 망할~~!!


(난 확실히 말했어요..그럼 이만 망.할.여.자.는 가볼께요..)
<언니..나 먼저 갈게..>


끝났다..자기는 할말 다했다는 듯 말을 마친 여자는 더 할말이 없는 듯 들고 왔던 백을 챙기고는 자리에 일어나서 휙하니 나가 버렸고 일행이었던 그녀들도 한참을 나를 노려 보더니 변태.또라이, 사회악 이라는 아름다운 표현들(??)을 날리며 차갑게 돌아서서 나가 버렸다.


그녀가 나간뒤 한동안 흐르는 적막. 하지만 느낄수 있었다 그녀가 남기고간 말의 여파는.. 온몸으로 느껴져 왔다. 아니 느끼기 싫어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수근대며 따가운 눈초리를 활처럼 쏘아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거냐..왜 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냐고..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내 옆으로 언제 다가왔는지 준희 녀석이 내 손을 잡으며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래..얘는 내 친구니까... 믿어줄꺼야..


<준희야..>
<그래..강혁아..그래...>
<넌..나 믿지?? 난 절대 안 만졌어..정말로..>


힘이 쭉 빠져 애닲은 목소리로 진심을 다해 항변하는 나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준휘 녀석의 모습에 아까의 웃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지며 미안한 기분이 들어왔다.
그래..역시 이자식은 내 친구구나..이런 녀석을 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래..믿지..난 너 믿어..>
<고맙다..고맙다..친구야..>


역시 친구밖에 없어...근데..얘 왜 이맇게 내 손을 주물럭 거리냐..


<야..근데 너 뭐해?? 왜 이렇게 주물럭 거려..>
<아니..이 손에 아직 감촉이 남아있나 해서..>
<응?? 감촉?? 무슨 감촉..>
<뭐긴..아영 씨 엉덩이 만졌던 그 감촉 말하는 거지..아..웬지 느껴지는 것 같아..>


망할 새끼...니가 더..변태 같다.. 더 느껴보고 싶다는 듯 자신의 볼에 손을 부벼오는 준희 자식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허탈한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떨궈갔다...


미팅은...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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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직 저녁이 되기엔 시간이 남은 시내의 거리는 사람들로 붂적 거려갔고 나 역시 그틈에 끼어 정처없이 걸음을 옮겨 갔다. 마치 오갈데 없는 방랑자가 된 느낌이다.


계획에도 없이 나갔던 미팅은 갑작스러운 나의 과거사(?) 폭로에 무산이 되어 버리고 졸지에 변태 치한의 누명까지 쓰고.. 거기다 이젠 친구 녀석들에게도 버림 받아 떠돌다니..(망할 녀석들은 다른 건수 있다며 가버렸다..하긴..미팅 파토냈다고 나한테 성질 안부린 것만도 다행이지..) 아..정녕 이게 현실이란 말인가..이럴줄 알았으면 선생님 한테 전화나 해서 전에 말한 거 가겠다고 할껄...순간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이런..


꼬르륵...


그 와중에서도 배는 고픈지 연신 신호를 보내 오는 게 비참함을 더해오고 있다. 진짜 슬프다.. 아냐..아냐....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속을 든든히 해야 되..이런 걸로 이 천하의 한강혁이 기죽어 있을 순 없지. 암.. 생활비가 모잘라 적자가 찾아와도 아줌마가 보너스로 술을 퍼마시고 다써버리고 잔득 꼴아서 들어와도 언제나 굴하지 않고 집안을 이끌어 간게 누구냐!! 바로 이 한강혁이다. 이런걸로 무너질수 없지..


 작게나마 타오르는 의지의 불꽃에 얻은 힘을 낸 나는 무언가 먹을 것이 없나 주위를 둘러 보던 와중에 멀리 보이는 토스트 가게로 시선을 정하고 걸음을 옮겨 갔다.


조그마한 가게 앞에 서자 체인점인 듯 가게 로고가 그려져 있는 조리모를 쓰고 있는 인상 좋은 아줌마가 구수한 냄새와 함께 반갑게 나를 반겨준다. 


<어서오세요~~>
<아줌마..여기 불갈비 토스트 하나 주세요..>
<네~~>


호쾌한 아줌마의 대답을 뒤로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나는 빼던 도중 실수로 미끌어져 땅으로 떨어져 갔다. 젠장..되는 일이 없네.. 지갑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 하자 그보다 먼저 멋진 갈색의 가늘고 하늘하늘한 손가락이 지갑을 집어가 내 움직임을 멈추게 해온다.


뭐야?? 뜻밖의 상황에 허리를 숙인채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빨간색 하이힐에 감싸인 모양 좋은 발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세련된 블루베리색의 매니큐어를 바른 발가락을 지나 발찌를 걸친 가녀린 발목이 사진첩의 사진 마냥 자연스레 시선에 박혀오고. 또 뒤이어 생채기 하나 없는 늘씬한 종아리의 선과 적당하게 벌어지며 탄탄한 허벅지 라인으로 이어지는 다리라인이 어두운 상상을 자극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누군지 몰라도 잘 빠졌네.. 군살도 없고, 이렇다할 흔적도 없는 게 대패질 한 것 마냥 보드라워 보이는 게 갈색 살빛이 육감적이기 까지 해 섹시하기 그지없다. 누구냐..근데..


거기까지 시선을 올린 나는 혹시나 기분 나빠할 상대방을 위해서 시선을 내리며 바로 허리를 펴갔다. 그래..나는 이렇게 건전하고 착한 놈이라고.. 근데 그 여자가..나를...아..지금 또 생각하니까 뒷골 땡긴다..풍오는 것 같아..아아..


<자..여기..지갑이요..>
<예..고맙습니...엥??>


나긋 나긋 하면서도 약간 느린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지갑을 건네는 여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던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갑이 꽤 이쁘네요??..이름이..>


그..그 여자다..그..망할 여자!!


<이..이리줘요!!>


그녀에게서 뺏다 싶이 거칠게 지갑을 가져온 나는 황급히 지갑을 주머니에 넣어갔다.


<뭐예요..기껏 주워줬더니..>


누가 주워 달랬냐? 아니다...이 여자랑 말 섞지 말자.. 되는 일이 없어..따지고 화를 내볼까 하던 나였지만 이내 부질없음을 느끼고 마음을 진정 시켜갔다. 그래 사람에게 최대의 복수는 용서라고 했어..그래 나는 이 여자를 용서...할수 없어!! 젠장!! 하아...그래도 이제와서 따지기도 뭐하니까 그냥 무시하자..무시..


<근데..여기서 뭐해요??>


무시 할라고 했는데 왜 질문 질이야.. 그리고...몰라서 묻는 건지 그냥 할말이 없어서 묻는 건지..보면 모르나..아..대답하기 싫다..


<이봐요..내 말 안들려요??>
<보면 몰라요..토스트 집에 토스트 사러왔죠..>


다시금 물어오는 그녀의 물음에 그냥 있자니 너무 쪼잔해 보일 것 같아 대답은 했지만 아까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에 나의 말투는 가시가 박힌 듯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말투는 씨알도 먹히지 않은 듯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전혀 표정의 변화 없이 권태로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럼..난 쥬스 마셔야 겠네..아줌마 여기 과일쥬스 하나 더 주세요.. 체리맛으로요.>
<네~~>


아줌마의 쾌활한 대답 소리가 이어지고 한동안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불편하네..토스트는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주위는 주말의 즐거움을 알리는 듯 이곳 저곳의 가게에서 나온 기분 좋은 노래 소리와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연신 맴돌았지만 나의 마음은 옆에 떡하니 서있는 악마 같은 그녀 덕분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뭐야..이 여자는 갑자기 어서 나타난거야..


<친구들은..어디.. 갔어요??>


정적을 깨며 던져오는 물음에 그냥 씹어버릴까 생각한 나였지만 역시 착한 마음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차마 그러지 못해 귀찮은 듯이 입을 열어갔다.


<갔어요.>
<어디요??>
<집.>
<집?? 아..흩어 졌어요??>
<네.>
<왜요?? 아직 4시도 안됐는데..>
<미팅 깨졌으니 할일 없다고 갔어요.>
<아...그럼 혼자??>
<네.>
<아...근데..그쪽 원래 그렇게 단답식이예요??>
<뭐가요??>
<아니...말 하는게 한마디로 끊어지 잖아요..>
<그게 뭐요??잘못 됐어요??>
<뭐...딱히 잘못 된 건 아닌데..뭐,,그건 됐고..저기..아까는..>
<저기요..>


뭔가 말을 하려는 그녀의 말을 차갑게 자르며 그녀를 바라본 나는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죄송한데..저한테 무슨 볼일 있어요??>
<네?? 뭐...딱히 그런건 아니고..근데 왜요??>
<저..그쪽이랑 말 섞기 싫거든요..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요??>


서리가 내릴 것처럼 차가운 말투로 못을 박듯 얘기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해 갔다. 좀 심했나?? 아..진짜 나 여자한테 이런 성격 아닌데..아냐..저 여자한텐 저래도 싸..


이번엔 내말이 먹힌 듯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있었고 또다시 잠시 동안 우리 둘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자..여기 토스트랑 과일 쥬스요..>
<여기 토스트 값까지 계산이요..>


동시에 나온 음식 중 토스트를 받아들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던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행동에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는 거예요..>
<그쪽이 왜요??>
<뭐..그냥 내는 김에..> 


별일 아니라는 듯 고운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빨대를 빠는 그녀의 모습을 잠깐 바라본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정신 차려갔다. 아냐.. 저 여우같은 모습에 현혹 되면 안되..저 여잔 악마야..


<됐어요..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돈 받아가요..>
<됐어요..그거 얼마나 한다고..>
<단돈 10원 이라도 그쪽한텐 싫어요..그러니까 돈 받아가요..>


그래 잘한다!! 남자라면 이렇게 세게 나가야 돼!! 어서 토스트 하나로 어물쩡 넘어갈라고 해 내가 당한게 얼만데.. 단호하게 그녀의 호의를 뿌리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낸 나는 그녀에게 돈을 내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데..근데..이 여자 뭐냐?? 저..묘한 표정은..권태로운 듯 무표정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외국인 마냥 파랗게 빛나는 눈이 촉촉이 젖어 울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내 기억으로 저번에는 까만색 눈이었는데..잘못 봤나..암튼 뭐야..이 여자 또 무슨 수작이야..


<이..이봐요...>
<흐...흐..흑흑흑...흐흑..>
 
내가 말을 건네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쥬스 잔을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여간 그녀가 이내 흐느끼는 듯한 음성을 흘리며 울먹여 간다.


갑자기 왜이래..이 여자..영문을 모르겠네..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의아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일을 하던 가게 아줌마를 비롯 지나가던 행인들에 손님들까지 갑작스레 벌어진 이 원인모를 상황에 호기심어린 눈을 비치며 우리를 주목해왔다. 아까랑 왠지 비슷한 상황이다..


몰라..이유야 어쨌든 먼저 벗어나고 보자..


<저..저기요..잠깐만요..>
<흑흑...흑..흐흑..>


내 말이 안들리는 건지 아님 듣고도 모른척 하는 건지 이제는 본격적으로 어깨까지 떨어가며 애처로운 흐느낌을 흘려가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금씩 의아함을 넘어 당황스러움에 부딪혀갔다..진짜 이 여자가 왜이래..지금 내가 돈 줬다고 진짜로 우는거야?? 아니..돈주면 좋아해야지 왜 울어!!   


그녀의 애처로운 울음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녀가 남자를 홀릴만한 뛰어난 매력을 풍기는 미녀여서 일까 어느새 우리 주위로 몰려 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울고 있는 그녀의 흐느낌에 동화되어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젊은 처자가 왜 운데요..>
<몰라요..저 남자가 여자한테 돈 꺼내서 쥐어주니까..막 울던데..>
<정말?? 돈을 쥐어줬어요??>
<네..뭐..너 같은거 필요 없으니까 이거 먹고 가라!!..뭐..그런 식으로요..>


이봐..내가 언제 그랬어..그리고 고작 2천원에 떨어지는 여자도 있냐??!!


하지만 우리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토스트 아줌마 말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영문 모르고 서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녀에 관한 동정의 눈길을 나로 향한 책망의 눈길로 바꿔갔고 심지어는 책망을 넘어 벌레 보듯 경멸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니..어디 할 짓이 없어 여자를 울린데..>
<그러게요..울릴만한 건덕지도 안 되보이는 구만..>


누가 울렸다고 그래!! 그리고 내가 어디가 어때서!!


<참나..굴러들어온 복을 차도 유분수지.. 못생긴 놈이 저렇게 이쁜 여자를..참 세상 웃기 돌아간다..>
<집에 돈이 많은가 보지..돈 줘서 떼버릴 라고 했데 잖아..>


우리 집 지금 적자다!! 아줌마가 허구헌 날 술 퍼먹고 다녀서!! 관리세도 밀렸다고!!


<애까지 떼라고 했다면서요??>
<그래요?? 어머..어머..진짜 천벌받을 놈이네..>


하하..이제 할말이 없다..안되..어떻게든 수습을 해야되..진짜 이러다가 인간 말종 되겠다.


<저기요..이봐요..잠깐 나 좀 봐 봐요..>
<흑흑..됐어요..신경쓰지 말아요..흑흑..>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사람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는데..일단 우는 것만 달래자..


<저기요..내가...내가 잘 못했어요..좀 전에 화내서.. 그러니까..>
<됐어요..다 내가 나빠서 그런거니까 그쪽은 신경 쓰지 말아요..흑흑..>


그래도 알긴 아는 구나.. 모르면 어쩌나 싶었다..


<아뇨..아뇨..내가..내가 다 잘못 했어요..그러니까 그만..울고!!...고개좀 들어요..네??>
<흑흑...그럼 아까일...용서해 주는 거예요??>
<네??>
<아까..거기서 그런 거..용서해..주는 거예요??>


잠깐의 갈등. 하지만 생각은 길지 않았다. 우선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네..네..용서 할께요..아까 그런거 다 이해할테니까..그만..그만 울고..일어 나요..네??>
<정말...이죠??>
<네..진짜..우리 엄마랑 내 이름 걸고 맹세 할께요..그러니까...>
<흑...이름이 뭔데요..>
<강혁이요..한강혁..그러니까..>


말을 마치기도 전 내 눈 주위로 뭔지 모를 새까만 색의 흑비단이 흩어지며 진한 장미향을 뿜어갔다. 스르르 하는 느낌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의 롱 샤기의 머리가 그녀가 손 한번 쓸어 올리자 마술처럼 가라앉으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이 너무나 매혹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주는 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 나는 멍한 눈길로 그런 그녀를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약속...했어요..>
<네..네??>
<지금..아까 그 일 용서..한다고..약속했어요..맞죠??>


방금 전까지 울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멀쩡한 얼굴로 도도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딴 나라 말을 외국인 마냥 멍하니 서있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여 갔다.


<지금 고개 끄덕 인거 맞죠?? 용서 한다고..>
<아..네...네..>
<됐어요..그럼..>


자기 할말은 끝났다는 듯 몸을 돌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릴 없이 바라보던 나는 순간 스치는 생각에 정신을 차려갔다. 울고 있지..않았어..울어서 눈이 빨개지기는커녕 눈물 자국도 없었어..그럼..설마..


<이..이봐요..당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그쪽 엄마랑 이름 걸었어요..>


돌아보지도 않은 채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그녀의 어조에는 아까 울먹였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고 또 느긋해 보였다.


<뭐..뭐요??>
<그러니까..그쪽 뭐라더라..뭐라고 했는데...아..엄창..엄창깠다고요..>


엄창?? 그...그 엄창?? 여자가.. 외국에서 살다 왔다는 여자가 그 딴건 또 어서 들어가지고..


<그러니까.. 물르기 없어요..알았죠??>
<그..하아..네..>


뒤돌아 있던 그녀가 가볍게 턴을 하며 나를 바라 봐온다. 무슨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한 목소리로.. 뭔가 따지려 들던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마지못해 대답을 흘려갔다. 엄창 까지 깠는데..딴소리 할 수 있겠냐..아무리 당했다고 해도..


순간이었을까?? 나의 대답에 그녀의 도도하던 표정이 잠시 환하게 밝아진 것은..붉은 입술이 매혹적인 선을 그리며 거리위에서 매혹적으로 빛나는 모습은 착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고 또 너무나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망할여자..하지만..이쁘다..망할..더럽게..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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