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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806호 전편 (9), (10), (11), (12)

음...; 전의 글에 댓글이 20개가 될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는데...

기다리다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짓일까 싶어서 글 올립니다.

 

 

e=mc^2 말고 다른 좋은 사이트를 알고 계신분은 좀 알려주세요.

MC물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9)

 


 


「미안해요, 카오리씨. 수고를 끼쳐드려서.」


 


  차 안에서 치아키는 고개숙여 감사를 표한다.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사한 직후는 쇼핑해야 할 것들이 많은게 당연하죠. 이런 때는


차가 있으면 아무래도 편리하니까.」


 


  이사 온 뒤 첫번째 주말.


  카오리는 쇼핑하는 치아키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차를 태워주고 있었다.


  뒷자석에는 치아키가 사들인 일용품이 산처럼 실려있다.


  차는 고급 스포츠카.


  카오리의 분위기에 꼭 맞는 그런 고급스런 차였다.


  그 차를 타고 쇼핑과 식사를 마친 후, 귀가하는 도중이었다.


 


「아, 카오리씨.」


 


  대화가 끊긴 순간을 노려 치아키는 쭉 신경쓰이던 일을 꺼내들었다.


 


「왜그러죠?」


 


  앞을 향한 시선을 그대로 유지하며 카오리가 대답한다.


 


「맨션의 옥상에는 에... 오너가...」


「아... 그러고보니 아직 설명하지 않았네요. 미안해요. 원래 우리 기숙사가 있는 땅에는 오너


의 저택이 새워져 있었어요. 그걸 맨션을 세우고 오너의 집은 옥상으로 옮긴 것이에요.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 만은 공용이죠.」


「그랬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치아키는 입을 다물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대신 경쾌한 엔진 소리가 차내에 울려온다.


  핸들을 잡은 채로 카오리는 살짝 치아키를 훔쳐보았다.


 


「...엘리베이터 뿐이라도 역시 싫은가요?」


「그, 그렇지 않아요.」


 


  치아키는 당황하며 부정한다.


  사실 조금은 정곡을 찔린 기분이다.


  치아키는 남성 공포증까지는 아니지만, 본래부터 남자를 접하는 것이 서투른 성격이었다.


  특히 지금은 도시에서의 독신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안됐기에 신경도 과민하게 곤두서 있었다.


 


「하지만 집세를 싸게 책정한 것은 오너 덕분이니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게다가


내 고용주이기도 하니까요.」


「네, 넷」


 


  카오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치아키는 내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


  자신은 「여성 전용」이라는 말에 조금 신경질적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성적이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자신을 바꾸고 싶어 도쿄에 온 것이 아니었던가.


 


  두 명을 실은 차 전방에 이젠 익숙해진 자신들의 맨션이 보이기 시작했다.


 


 


 


 



(10)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치아키의 시야에 신록의 초록빛이 눈부시게 비쳐온다.
 
  그곳은 맨션 옥상이었다.


 


「와... 정말 저택이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맨션 옥상에는 우아한 일본식 가옥이 자리잡고 있었다.


  저택의 앞에는 넓은 정원이 가꾸어져 있고, 소나무 같은 것도 군데군데 심어져 있다.


  그럼에도 저택 주위에는 하늘과 빌딩의 숲이 보인다.


  마치 공중에 떠올라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갈이 전면에 깔려있는 소로를 따라 치아키는 저택으로 걸어간다.


  자세히 보니 꽤 호화로운 구조의 건축물이다.


 


「이곳이 오너의 거주지...」


 


  치아키는 쭈뼛쭈뼛 초인종에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이죠?」


 


  초인종을 누르려던 그 순간, 치아키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뜰 안쪽에서 오너가 다가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다.


  뜰의 손질을 하고 있었는지 옷은 진흙으로 조금 더러워져 있었다.


 


「아, 806호실의 오오사와입니다. 이번달 집세를...」


 


  어째서인지 이곳에서는 맨션의 집세를 무통장입금이나 자동이체로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카오리에게 건네주었지만 직접 오너에게 주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 그렇습니까.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치아키가 건네는 봉투를 받아든다.


 


「새로운 거주지는 어떻습니까?」


「네. 매우 쾌적합니다.」


 


  오너의 얼굴에 사람좋은 미소가 떠오른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관리인이나 나에게 부담없이 말해주세요.」


 


  오너와 헤어져 엘리베이터를 탈 때, 치아키는 조금 좋은 기분이 되어 있었다.


  이야기해보니 오너는 좋은 사람인 듯 하다.


  지금이라면 타마키가 오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어쩐지 모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치아키의 발걸음은 처음 이곳에 발을 내딪었을 때와는 달리 가벼워지고 있었다.


  치아키를 실은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오너는 미소를 띄운 채 조용히 전송하고 있었다.


 


 


 


(11)


 


  배치된 로커에 벗은 옷을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아넣는다.


  아직 여린 고운 피부가 드러난다.


  치아키가 있는 곳은 맨션 대목욕탕의 탈의실이였다.


  지금까지는 여러가지로 바빠서 방에 비치된 욕실에서 샤워를 할 뿐이었지만, 사실 치아키는


넓은 욕실을 매우 좋아했다.


  조금 적응도 됐고, 생활에 여유도 생겼기에 오늘은 대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


다.


 


  몇 명 선객이 있는 것일까.


  대목욕탕에서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치아키는 자신의 몸을 목욕타올로 감싸고 욕실 문을 열었다.


 


「우와......」


 


  무심코 감탄을 흘린다.


  한쪽면이 유리로 된 욕실 끝에서는 도시의 야경이 비춰지고 있었다.


  카오리의 설명에 의하면 특수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는 밖이 비추지만, 밖에서 안을 볼 걱정


은 하지 않아도 되는 듯 하다.


  치아키는 몸을 씻는 장소에 앉았다.


  수증기로 잘 보이진 않지만, 목소리는 욕조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씨는 언제나 피부가 예쁘네요.」


「실은 어제 에스테틱에 다녀왔어.」


 


  이 곳의 거주자들은 매우 사이가 좋은게 마치 친구사이처럼 보인다.


  자신도 여기의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야겠지.


  일단 몸을 씻은 후, 치아키는 욕조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어가며 거주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진한 수증기 끝에 두 여성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나, 오오사와씨. 안녕하세요.」


 


  인사해오는 쪽은 파티때에 본 기억이 있는 여성이었다.


 


「이쪽은?」


 


  다른 한사람, 본 기억이 없는 쪽의 여성이 묻는다.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지난번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었지요. 이쪽은 새로 이 곳에서 지내게


된 오오사와 씨에요.」


「어머나, 처음 뵙겠습니다. 전 402호실의 타나카입니다.」


「806호실의 오오사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치아키도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오너는 구면인가요?」


 


  타나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오너?」


 


  욕조 안쪽, 수증기 저편에 한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자신에게 보내는 온화한 미소.


  낮에 만났던 오너였다.


 


  ---두근


 


「예. 낮에도 만났었어요. 안녕하세요, 오오사와 씨.」


「아, 안녕하세요.」


 


  변함 없이 정중한 어조로 오너는 말을 건네온다.


  치아키는 마찬가지로 인사를 나누면서도 내심으론 격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목욕타올을 감고 있었다지만 나체를 보여버렸다.


  남자에게 알몸을 보인 것은 가족 외에는 처음이다.


 


  어떻게 하지...


  아니, 그 전에 어째서 오너가 여자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있는 걸까.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다른 두 거주자들은 태연하게 있는 걸까.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스쳐지나간다.


  침착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치아키는 겉으로도 보일만큼 극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무언가 세 명이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았지만 치아키는 잘 기억나지도 않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온수에 몸을 담구고 따스함을 느끼는 것도 하는 둥 마는 둥, 어느세 대목욕탕을 뛰쳐나오고 있었다.


 


 


 


 


(12)


 


 



「어머나, 치아키씨?」


 


  머리카락을 말리지도 못하고 당황하며 옷을 걸치고 복도로 뛰쳐나올때, 마침 카오리가 걸어오


는게 보인다.


 


「무슨 일 있나요? 당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변함없이 차분하게 말을 건네온다.


  그 모습에 치아키는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오너가 여탕에 들어가 있어요!」


 


  치아키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러나 카오리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치아키 씨. 여기는 특별히 여탕이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그, 그건 이 곳이 여성 전용의 맨션이니까.」


「객실은 여성 전용이지만 대목욕탕은... 혼욕 온천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 그런...」


 


  아무리 소극적이고 얌전한 치아키라도 그런건 납득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타인에게 알몸을 보인 일로 좀 패닉이 되어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항의하기 시작하는 치아키를 카오리는 손으로 제지한다.


  그리고 대목욕탕의 입구를 가리키는 카오리.


  들어갈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곳에는 「입욕중」이라고 하는 표지가 걸려있었다.


 


「오너가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을때는 이 표지가 걸려있어요. 같이 입욕하고 싶지 않다면 시간


을 늦추어주세요.」


 


  카오리는 더이상 말을 붙이지 못할 기새로 딱 끊어 말했다.


 


  아무리 항의를 해도 카오리는 양보할 기색이 없다.


  그렇게 되면 남에게 강경한 태도로 말할 수 없는 성격의 치아키는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앞에서 타마키와 만났다.


  그녀는 대목욕탕을 향하는 것인지 품 안에 갈아입을 옷과 세면도구를 들고 있었다.


 


「어라, 치아키. 대목욕탕에 다녀오는 거야?」


「예. 타마키 씨는 지금 가시는거에요?」


「응. 테니스를 했더니 땀으로 흠뻑 적셔버렸거든. 넓은 욕실이 아무래도 기분 좋으니까.」


「아, 그렇지만...」


 


  주저하면서 치아키가 말한다.


  그런 치아키의 모습에 타마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대목욕탕에는 지금, 오너가...」


「아, 그래?」


 


  태연하게 대답한다.


  역시 타마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오너가 대목욕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어쩔 수 없네. 오늘은 방에서 샤워하는 걸로 참을까.」


「이,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타마키가 치아키 쪽을 뒤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오너가 여자들과 함께 대목욕탕을 사용한다는 거요.」


「으응. 그렇지.」


 


  타마키가 시원스래 말한다.


 


「오너를 좋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여기가 만들어졌을


때부터의 관습인거 같아서, 이러쿵저러쿵 말해도 어쩔수 없는걸.」


「뭐, 에또.. 호텔에서도 그러잖아. 특정시간대에 남탕과 여탕이 바뀌는거. 이쪽에서 사용하는


시간을 늦춘다면 문제없어. 나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지만...


  치아키는 생각했다.


  조금전 만났던 이곳의 거주자들은 오너와 함께 목욕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으로.


 


「나도 처음에는 잘 몰라서 알몸을 보여버렸었어. 혹시... 치아키도?」


 


  치아키는 귀여운 얼굴을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타마키는 웃으면서 그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뭐... 신경쓰지 마. 곧 익숙해질거야.」


 


  그렇게 말하며 타마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홀로 복도에 남겨진 치아키는 한마디 툭 중얼거렸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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