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아이 [MC물] 1부 7화
7화 제목 : 마성의 아이
사이쇼가 응급실에 들어가 수술을 받은지 3시간 가량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병원에 도착했다.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여자로 사이쇼를 포함한 가족 대부분이 어머니를 닮은 듯
어딘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그들이 사이쇼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사이쇼가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저렇게 자신의 아이를 걱정하는 성격이라면 사이쇼가 자신을 만난지 1개월이 다 되도록 어째서 모습 한 번
보여주지 않았던 걸까... 소녀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의 어머니라는 사람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간호사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온 네 명의 여성 중 비교적 어려보이는 두 여성은 그녀를 뒤따라 휴게실에 들어가 버렸고,
비교적 성숙해보이는 두 여성은 응급실 문 밖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려는 듯 했다.
병원에 온 지 꽤 시간이 지나버려서 처음 이곳에 함께 왔었던 요양센터의 관계자들 중 상당 수의 사람들이
이 후의 일을 그의 가족들에게 떠맡기고 센터로 돌아가버렸다.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수술이 끝났을 무렵
그녀(소녀)를 요양센터로 데리고 가려는 사람 뿐이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소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사이쇼의 누나 중 가장 성숙해보이는 여성이 자신에게 다가와있었다.
소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소녀의 옆자리에 앉으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난 사이쇼의 누나인 노가미 쇼코라고 해, 아! 오해하지는 말아줘. 난 이미 결혼을 해서 성은 남편을 따라
바뀌었거든! ... 이름을 물어봐도 괜찮겠니?" 차분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조그맣게 대답했다. "카라다... 이오카와 카라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카라다짱도 모른단 말이구나... 그래.. 그렇구나..."
쇼코라는 여성은 소녀에게 사고의 경위를 묻고 있었다. 소녀는 차마 자신이 사이쇼를 저렇게 만들었다고는
대답할 수 없어 그저 말 없이 고개만 가로젓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 매듭이 지어지자, 응급실 밖에는 다시 한 번 고요한 침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패배하는 게임이라도 하듯이 어느 한 사람 입을 열지도 않은 지 수 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응급실 문 밖 전광판에 적혀있는 [수술중]이라는 글자의 불이 꺼지면서, 동시에 응급실 안쪽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무겁게 가라앉혀졌던 응급실 밖의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들(의사&간호사)에게 접근한 사람들은 사이쇼의 두 누나들이었다.
그녀들의 물음에 의사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내지으며 수술은 무사히 끝났으나 출혈이 심했었기에
환자의 상태를 낙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식의 대답을 해주었다.
수술은 무사히 끝맞쳐졌다. 병원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다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환자의 기력에 달렸다?] 소녀는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의사가 했던 말을 따라해보았다.
사이쇼가 이대로 눈을 뜨지 않는다면 그것은 환자 본인의 책임일 뿐이라는 말뜻이기도 했다.
그것은 이대로 사이쇼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일까, 소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불연듯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사이쇼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남겨놓고 사라지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에서 한 단어가 마음에 걸려왔다.
"사이쇼.....도...."
- 두근두근... 두근두근...
무언가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버린 것 같았다. 절대 생각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생각해버린 것 같은 느낌...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면서 자신을 떠나버린... 배신해버린 사람들을 원망하며 지냈었는데, 만약 그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된 것이 자신 때문이라면..... -사이쇼처럼 이성을 잃은 자신이 그 사람들을 죽인 거라면-
소녀는 자신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나도 마음이 괴로웠다. 책에서 보았던 [마녀... 괴물] 이라는 단어가 머릿 속에 각인되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소녀를 덮쳐왔다.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그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소녀.
혹시나 자신이 남들에게 없는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되는 것이었을까...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이었을까... 점점 복잡해져가는 생각 속에서 소녀는 생각했다.
[아아.. 나라는 존재는 어쩌면 원래부터 그런 운명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도...]
맨 처음에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가 사라졌었다.
소녀 자신은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만, 외가 친척들의 달라진 태도를 보건데 소녀가 이 사건에 전혀
관련이 없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학교에 다니던 때에도... 정신 요양센터에서 살게 된 때에도...
언제나 언제나...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모두 행방불명이 되었었다.
그 모든 사건들 속에 소녀라는 존재가 직간접적으로 끼어있었던 것은 소녀 자신도 알고 있었던 사실.
그러한 연관성 때문에 소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의심과 두려움 어린 시선을 받아왔었고,
그 시선 때문에 고통받고 괴로워했었는데... 사실은 정말로 그 사람들이 옳았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은 소녀 자신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원흉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이쇼에게 일어난 사건은 그녀가 처음으로 사건을 자각하게 된 살인사건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소녀는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이라는 존재로 사실은 정기적으로 제물을 희생시키며 살아왔던 건 아니었을까...
머릿 속에서 하나의 해답이 떠올랐다.
[떠나야 해... 사람들에게서 떠나야 해...하지만 어떻게?]
소녀에게는 일을 해서 돈을 벌 능력이 없었다. 이대로 사람들을 떠나 홀로 생활하게 된다면
당장에 밥은 어디서 얻어 먹을 것이며, 어디에서 잠을 자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소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2의 제 3의 사이쇼와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녀 스스로가 더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녀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스스로가 겪어왔던 경험을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소녀의 주변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하...하하하..."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살인을 하지 않았던 때가 자폐에 빠져 있었던 때라니....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녀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의 그것과 같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머릿 속에서 자꾸 멤도는 단어가 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 때 느꼈던 그 절망감이란...
소녀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마음 한 켠으로 자신을 보듬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졌다.
그어찌해야 할 지 몰라 그저 울고만 있는 그 순간, 그녀를 누군가가 살며시 안아주면서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사이쇼라면 분명 괜찮을테니까..."
사이쇼의 누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쇼코라는 여성이었다.
소녀는 소녀 자신의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쇼코라는 여성은 그것을 사이쇼의 일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품안이 너무나 따뜻해서 소녀는 그대로 그녀 곁에 머물고 싶어졌다.
그러한 욕망이 머릿 속에 떠오르자,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더욱 괴로웠다.
[떠나야 해... 떠나야만 해... 괜찮아.... 언젠가 분명 나를 찾아와주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자그마한 희망을 가슴에 품은 체 소녀는 다시 한 번 세상과의 단절을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사이쇼를 보고 싶어...]
소녀는 자신을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센터쪽의 사람과 병원쪽 사람들, 쇼코에게 부탁해서
잠시동안만 사이쇼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고인의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쉽게 승낙해주었고,
센터쪽 사람 역시 무언가 비장한 결의에 찬 소녀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승낙을 해주었다.
사이쇼의 어머니는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자리에 없었지만, 그 가족을 대표하는 쇼코가 대신
승낙을 해주어 소녀는 홀홀단신으로 사이쇼가 누워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이쇼는 창백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한 채 힘겹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소년...
가여우면서도 동시에 아직 살아있어 준 사실에 고마웠다.
소녀는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눈물이 입 안으로 흘러들어왔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 두근두근...
눈을 감고 있는 사이쇼는 단순히 잠이 든 것 같았다.
그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이쇼와 함께 쌓아왔던 지난 1개월간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이쇼와 이제 작별을 해야할 때가 왔다.
소녀는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다짐을 구하듯 생각을 정리했다.
"사이쇼... 이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 될거야..."
소녀의 입술이 살며시 사이쇼의 이마에 닿아 머물렀다.
그와 동시에 소녀가 입고 있던 옷의 등부분에 천천히 균열이 갔다.
- 찌지지직...
옷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솟아나와 그 위용을 뽐내었다.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
간절하게 그 무언가를 강구하고 있을 때 소녀의 머릿 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하면, 소년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그의 운명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송두리째 바꿔놓을 거라는 것 또한 확신할 수 있었다.
두려웠다. 자신이 하고자 마음먹은 그것이 눈앞의 소년에게 어떤 운명을 내릴지...
상냥하고 친절했던 순수한 소년이 그것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버릴지...
하지만...
[살리고 싶어... 죽게 놔둘 수는 없어...]
소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 하나만을 생각하며 소녀는 결심했다.
자신의 피를 소년에게 나누어주기로...
그 날... 소녀와 소년은 피의 계약을 맺게 되었다.
소년의 운명은 이 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운명에 맞닥드리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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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여기까지가 처음 계획했던 1부 2화까지의 내용이었습니다. 7화까지로 늘려져버렸군요..^^;;
피곤하네요.. 글을 많이 남기려고 했는데... 야한 장면이 없어서 그런지 댓글도 별로 없고....ㅠ.ㅠ
나중에 한꺼번에 봐야지~ 생각하며 댓글을 안 남기시는 분... ㅠ.ㅠ
지금 댓글을 남겨놔야 나중에 한꺼번에 글을 볼 수 있답니다.
나중에... 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는 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가 글을 중도포기할 가능성도 커지거든요...
-0- 맨날맨날 글 한 편 적어놓고 협박/구걸 하는 것도 괴롭군요... 후후후...
많은 댓글 바랍니다. 8화부터는 그토록 기대하던 본격적인 내용의 진행일테니까요...
이 이야기는 애초에 촉수물로 시작했던 부분을 떠올려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MC물 중에 현실적인게 얼마나 있었나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SF 적인 요소도 나올 수 있으니.. 참고해두시구요..
꽤 장편이 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관심 = 댓글) 바랍니다.
p.s nang01님의 신작이 나왔군요. ^^;; wizard09님과 함께 이 분들의 작품은 빠짐없이 읽고 있습니다.
(애독자가 다 되어갑니다. 후후..) 이 분들 작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carl님의 호색영웅은... 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겁부터 납니다. 저걸 언제 다 읽어...ㅠ.ㅠ)
p.s 헉.. wizard06 님입니다. 정정..수정...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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