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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MC물] 1부 5, 6화

5화 제목 : 뒤틀리는 운명(上)


"비켜 주세요! 위급한 환자입니다. 길을 비켜주세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의 상태가 어떤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들려오는 외침 속에는 절박함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리세츠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던 간호사는 점점 가까워지는 외침소리를 들으며
누군가 큰 사고를 당해 일분 일초의 시간을 다투며 응급실 안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드르르르르... 드르르르르...


환자를 싣고 쏜살처럼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침대의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응급실 밖에서 대기중이던 리세츠는 곧이어 자신이 이곳에 부임한 이래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첫 환자를 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정리하며 긴장을 풀기 위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순간 자신의 눈앞에 그토록 기다렸던 이송용 침대와 간호사들, 환자와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리세츠는 서둘러 응급실 문을 활짝 열며 환자와 간호사들을 받아들였고, 그 때까지 열심히 따라와주었던
환자의 보호자와 친인척들은 그 이후의 일을 그들에게 떠맡기며 응급실 앞에 배치되어 있는 긴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연락을 취하거나 하고 있었다.


리세츠는 새내기 간호사였기에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환자의 수술 경과를 살펴보는 일 같은 건 아직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환자못지 않게 약해져있는
환자의 친인척들을 돌봐주는 것이었다.


좀더 설명하자면, 환자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 극도로 긴장된 마음이 한꺼번에
풀려 의식을 잃고 졸도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보이기 때문에 그럴 징조를 보이는 사람들을
미리 파악해서 그들을 응급실에서 떨어진 휴식 장소에 옮겨 쉬게 하거나 말로써 안정시켜주는 것이
그녀에게 맡겨진 일 중 하나였다.


사고가 터지자마자 급하게 이송되어서 그런지 환자의 친인척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꽤 적었다.
담담하게 그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던 리세츠는 그들의 눈빛과 표정 속에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자의 안부를 걱정하기보다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품거나 혹은 무언가에 대해
악의에 찬 눈빛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시선을 좇아 눈을 돌려보자 그곳에는 흑발을 한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한 채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 사람 나서서 그녀를 위로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녀가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원흉이라도 되는 듯 소녀에게 거리를 두며 매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리세츠는 지금의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왜 사람들은 이 소녀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병원에 실려와 응급실에 들어갈 때까지 사이쇼는 의식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간호사의 날카로운 외침과 웅성대는 병원 안의 사람들 소리...
그 소리들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한 가지 소리에 사이쇼의 의식은 집중되고 있었다.


절망으로 얼룩진 청아한 소녀의 목소리였다. (아름답지만 왠지 우울해보이는 소녀의 목소리)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소녀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는걸까...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사고 때문에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사이쇼는 소녀가 내뱉는 말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사이쇼는 소녀의 말 뜻을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그의 몸은 몹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마치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사람처럼 다량의 출혈증상과 함께 쇼크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소년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그곳에서 어느 누구도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던 흑발의 소녀였다는
것이었다. 소녀는 누구보다도 절박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왔었다.
누군가가 병원에 연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응급차가 소년을 태웠을 때 가장 먼저 소녀가 그 차에
동승하자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을 정도로 소녀는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녀를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조차 전례없는 뜻밖의
사태였다.


정신과 요양센터(과거에는 정신병원이라고 했으나 요즘에는 이런 명칭을 사용하죠) 에 수감되어 있던
 -그것도 중증장애로 취급받던 - 소녀가 응급차를 타고 센터 밖을 빠져나가려하니 센터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혼란스러워했지만, 사실 소녀가 무언가 눈에 보이는 나쁜 짓을 해서 그런 취급을 받은 것은 아니었기에 -단지 사고가 나면 그 주변에 꼭 소녀가 있었기에 그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이지만-
소녀가 응급차에 타는 것에 큰 문제를 두지 않기로 결정되어 소녀는 응급실까지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까지 -사이쇼를 응급실 안까지 배웅했던 때까지- 이 사건사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던
사람들이었지만, 머리를 식힐 여유를 갖게 되자 알게모르게 그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한 가지 두려운 사실이 그들을 잠식해오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일에도 소녀가 관계되어 있다.]


언제나 그랬다.
사이쇼라는 소년 뿐만 아니라 소녀와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되어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한 사고를 당해 죽거나 실종되어왔었다.


그 모든 사고들 사이에는 소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물질적인 증거가 없어 소녀를 범인으로 몰 수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사고들을 지켜보았던 사람들은
다음에 있을 지도 모르는 사건-사람들은 더이상 계속되는 불행한 그것을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을 미연에 막기 위해 소녀를 중증의 정신지체장애로 판명해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어놓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사이쇼에게 경고와 충고의 말을 했었지만, 그 때마다 사이쇼는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녀에게 더욱더 가깝게 접근하려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도 꽤 오래 전의 일로 치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사이쇼가 소녀에게 접근한 지 1개월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센터 관계자들도 방심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길었든 짧았든 사건은 터졌고, 소녀는 이번에도 사건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분명하게 살아숨쉬고 있는 사건의 당사자가 있었다.
이대로 사이쇼가 살아난다면 그의 증언을 통해 소녀는 살인범으로 처벌 받게 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응급실 밖에서 소녀는 누구보다도 슬프게 흐느껴 울고 있었지만...
만약 그녀가 모든 사건의 주범이었다면... 그녀는 결코 사이쇼가 살아나도록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를 두려움에 가득찬 혹은 의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증오에 가득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그러한 행동을 계획하고 있을 거라는데까지
생각해본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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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성을 다해 글을 짓는 부지런한 작가 juyung1218입니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짓는다고 해놓았는데 벌써 이틀이나 글을 쉬었네요... -_-ㆀ


요즘 일이 바빴거든요. 일도 일이지만, 같은 나이의 동료(?)라고 할만한 사람이
일 끝나고 제 방에 놀러와서 늦은 밤까지 제 컴퓨터를 써버리니
제가 컴퓨터 자리에 앉았을 때는 이미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ㅠ.ㅠ


오늘도 피곤해서 잠자려다가.... 오늘도 글을 안 써놓으면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정말 무섭게 분노를 표출할 것 같아서(작가는 그들의 무플이 정말 두렵습니다.)
어떻게든 여러분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열심히 글을 적었습니다.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또 다시 짧게 줄여졌습니다.
사실 5화의 내용은 이보다 좀 더 진도가 나가는 걸로 스토리가 잡혀있었는데......
댓글 많이 적어주시면 글을 팍팍 써 나갈테니... 제게 힘을 주십시요.
댓글 보는 재미가 사라지면 전 금방 의욕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댓글을... 댓글 구걸구걸... ㅠ.ㅠ


6화 제목 : 뒤틀리는 운명(下)


"미안... 조금 늦었지?" 소녀가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미안함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쇼의 모습이 보였다.


애초에 만나는 시간도 장소도 딱히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이쇼는 언제나 약속이라도 했었던 것처럼
소녀에게 다가와 이런 식의 말을 내뱉었다.


벌써 1개월이나 겪었던 패턴이었기 때문에 소녀 역시 이러한 만남에 익숙해져있어서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며 소극적인 의사를 표현해주었다.


단지 고개를 흔드는 정도의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사이쇼는 소녀의 그러한 반응마저도 신선한 자극이 되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녀가 그를 바라보자,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에게 다가오는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얼굴을 살짝 붉히며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소녀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로 그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그것을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몸에 열이 생겨나면서 얼굴이 확~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러한 자신의 반응을 그가 보고 있을거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녀와 소년은 서로 어색한 행동을 하며 평소답지 않게 서로를 의식해 잦은 실수를 일으켰지만,
그러한 것과는 별개로 마음만은 매우 즐겁고 편안했다.


소녀는 그와의 이런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을 할 때면, 항상 뒤따라오는 것은 두려움뿐...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느껴지는 고통의 두려움...
그것을 잘 알면서도 소녀는 그와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이러한 소망을 떠올려본다.


 


사이쇼와 헤어진 그날 밤...


그녀만의 좁은 병실에 돌아온 소녀는 얼마 전부터 생겨난 소녀의 그것을 만져보며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걸 사이쇼가 알면... " 그것은 불과 얼마 전에 그녀의 등을 꿰뚫고 생겨난 투명한 촉수였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며 누군가의 눈에 띌까 두려워 그것을 숨기기 위해 꽤 고생을 했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해 그것을 숨기고자 마음먹으면 쉽게 숨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그것을 느끼며 소녀는 생각에 잠겨들었다.
"날 무서워하게 될까? 겁에 질려서 날 떠나게 될까?"
병실 안에는 소녀 외에 아무도 없었지만, 소녀는 누군가에게 대답을 요구하듯
조심스럽게 중얼거리며 창문 밖에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녀는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이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참고하여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거 중세시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마법이라는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마녀라는 명칭과 함께 불에 태워져 죽었다고 한다.
소녀 역시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것을 들키게 되면 붙잡혀 그와 같은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소녀는 두려웠다.
사람들이 자신을 괴물이라고 부르짖으며 죽이려할 때, 그들 중에 사이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유일한 사람인 그마저도 자신을 외면하고, 배신한다면...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파왔다. 강한 두려움이 그녀를 괴롭혀왔다.
배신당하고 싶지 않아... 배신당하고 싶지 않아...


수 없이 많은 이별들을 겪어왔다.
소녀에게는 그 이별들 하나 하나가 자신에 대한 배신으로 느껴졌다.
"나를 버린 사람들.. 나를 떠난 사람들... 모두가 다 배신자야..."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그러한 사실쯤은 이미 깨우쳐버린 그녀였지만, 그것이 배신이 아니라는 것을 머릿 속으로는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마음의 상처가 많이 남아있는 그녀였기에
이 부분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사건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소녀를 향한 악의적인 소문들을 생각했을 때, 그런 소녀가 자신의 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들의 부모가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를 생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녀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사이쇼의 부모에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1개월 가까이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던 그의 어머니와 누나들이 차례차례

그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가족들이 그를 찾아오는 날이면 사이쇼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소녀는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그와의 이별이 너무나 급박하게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강한 불안과 두려움을 참아내고 있었다.

 

[가면 안돼... 가지마.. 날 두고 떠나지마... 날 버리지마... 날 배신하지마...]

 

그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 홀로 지내는 시간이 찾아오면 소녀는 밀려오는 불안에

어쩔 줄을 몰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시간이 가도 그러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소녀는 사이쇼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자신의 연약한 -상처가 낫지 않은- 마음을 다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사건의 당일날...

 

그 날따라 사이쇼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소녀를 데리고 갔다.

소녀는 그가 뿜어내는 이상한 분위기에 강한 불안을 느꼈지만, 애써 그것을 부정하며

그가 하려는 말을 기다렸다.

 

[미안해... 나.. 내일부로 이곳을 떠나게 됐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문장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변하며 땅이 울어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이쇼의 말이 귓가에 멤돌아 머릿 속에서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는 순간,

그녀를 둘러싼 현실의 모든 것이 현실성을 잃고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를 배신하고 말았어.. 나를 떠나기로 한거야... 날 버리기로 한거야...]

 

어쩔 수 없다고... 언젠가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낫지 않고 있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이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그녀에게 등을 보이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가지마.. 가지마... 가면 안 돼...] 소녀의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그에게 들렸는지

멀어져가던 그가 아주 잠깐이지만 멈칫거렸다. 그러나 이내 다시금 멀어지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그의 등을 보며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강한 절망감과 허무함이 스쳐지나가며 그 뒤를 따라 엄청나게 거대한 분노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발...나를 떠나지마... 나를 버리지마....] 목소리는 이제 중얼거리는 수준을 넘어서서

명백한 호소력을 담고 있는 외침이 되어 있었다.

 

소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모습으로 울먹이며 애원의 목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발길을 멈추기 위해서...

 

그러나 그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고, 점점 그의 모습이 작아져보이고 있었다.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소녀는 이제 이 암담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머릿 속으로 깨닫고 있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강한 분노의 마음이 그녀를 뒤흔들었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이었지만, 주최할 수 없이 터져나오는 분노의 감정에 오염되어버린 소녀에게

사이쇼라는 존재는 그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사고였다.

소녀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려 볼 때마다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머릿 속이 차갑게 정리 될수록 그것이 진정 사고였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이미 나와있는 듯 했다.

 

그 날... 소녀는 자신에게 등을 돌린 채 멀어져가는 사이쇼에게 분노한 나머지....

자신의 그것을 사용해 그의 몸을 꿰뚫어버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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