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9
** 白雲俠(낭만백작)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9 **
제 6 장.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陰謀) 2.
그 순간..!
허공으로 튕겨 오르는 장문인들의 입에서도 처절한 한탄소리가 군웅들의 귀에 들려왔다.
「으윽.. 본문의 실전 장법 현천열양장이다..!」
「아아악.. 저놈이 오뢰정인의 장법을 펼치다니..!」
「크으윽.. 사라진 줄 알았던 육합구소신장을 어찌 저놈들이 갖고 있느냐..!」
「크윽.. 이놈들..! 하오삼패(下午三悖)가 오늘을 가다려 왔다..!」
그들의 입에서 내뱉어진 말..!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향방(向方)조차 알 수 없다는 각 방파에서 실전 된 무공..!
점창파(點蒼派)의 현천열양장, 종남파(終南派)의 오뢰정인 공동파의 육합구소신장을 그리고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하오문(下午門)의 패첩탁정장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그것은 장중의 군웅들을 충분히 놀라게 할 말들이었다.
비무대로 떨어져 내린 세 방파의 장문인들이 겨우 몸을 추스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네놈들의 짓이었구나..! 역대 조사님.. 이 못난 제자가 잃어버린 본문의 무공을 이제
드디어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이놈 중산이괴(中山二怪).. 마침내 그 더러운 행각을 드러내는
구나..! 어서 본문의 비경을 내어 놓아라..!」
각파의 장문인들은 비틀거리는 자신들의 신형(身形)을 겨우 일으켜 잡아 자세를 바로하며 검을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 청해쌍웅(靑海雙雄)의 입에서는 한탄의 소리가 흘러나오며 검(劍)과 도(刀)를
손에 들고 장문인들의 앞을 막아섰다.
「에이..! 기왕 모두 드러난 것.. 어쩔 수 없구나..! 아우들은 뒤로 물러서라..!」
이제는 검(劍)과 도(刀)를 앞으로 내밀어 휘두르는 그들의 목소리조차 음산하게 들렸다.
- 휘이잉.. 우웅.. 우우웅..!
- 휘익.. 콰앙.. 크르르릉..!
청해쌍웅(靑海雙雄)이 펼쳐내는 검(劍)과 도(刀)에서 전해져 오는 가공할 강기(剛氣)..!
과연 쌍웅(雙雄)이란 별호는 허명이 아니었다. 청해쌍웅(靑海雙雄)의 무공(武功)은 이미 모든
방파의 검결을 자신들의 내공(內功)에 융화시켜 독특한 무공을 창안해 낸 자신들의 무공조차
부족하다 욕심을 부려 강호 방파의 비경까지 훔쳐 내공을 증진시켜 왔던 것이었다.
그 새로운 강기(剛氣)가 비무대위의 상대들을 향해 거대한 파도가 덮치듯 파고 들어갔다.
「으윽.. 크으으윽..!」
그들의 가공할 공력에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그 순간..!
- 번쩍.. 휘익..!
허공에 한줄기 기광(奇光)이 스쳐 지나가며 거친 파도처럼 날아들던 그들의 강기(剛氣)가 순식
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비무대위에 자색(紫色)의 경장(輕裝)의 여인이 날아들어 우뚝
서 있었다.
「호호호호.. 쌍웅.. 이괴..! 그 자리에 꼼작도 하지마라..! 이 광봉황(狂鳳凰)이 묻는 말에
추호도 거짓없이 대답을 하여야만 너희들의 목숨을 보존 할 것이다.」
「어어어..! 네.. 네년이..!」
혼신을 다해 펼쳐낸 도검(刀劍)의 강기(剛氣)..!
그 회심(會心)의 일격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무산시켜 버린 광봉황(狂鳳凰) 수린(秀璘)..!
당황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자 길이의 한옥(寒玉) 나향검(裸香劍)의 검(劍) 끝을 정안(正眼)을 향해 겨누며 한발 한발
다가서는 수린(秀璘)의 모습은 싸늘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놈.. 너희 네 놈들..! 한 놈씩 내게 장(掌)을 펼쳐 보아라..! 내 꼼짝 않고 너희 놈들이 뿌
려내는 일장(一掌)을 받아주마..!」
이게 무슨 말인가..?
정녕 대항(對抗)을 하지 않고 장풍(掌風)을 받아 내기만 하겠다는 말인가..!
(허헉.. 저 낭자가 무엇을 믿고 저놈들의 장력을 맨몸으로 받겠다고 설치는가..?)
그 말을 듣고 있던 장중의 군웅(君雄)들 마음은 조마조마 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러나 웅성웅성 움직임이 소란스러워 지는 군웅(君雄)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해쌍웅(靑海雙雄)
과 중산이괴(中山二怪)의 머리는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검웅(劍毒)이 앞
나서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진정이렸다..! 이 많은 군협(君俠)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이 여인은 알려진 대로 자신들이 뿌려내는 장흔을, 이 많은 군웅들 앞에서 한번 더 확인시
켜 자신들의 부도덕함을 알리려 하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일이 밝혀진 마당이 아닌가..! 또한
여인 스스로 손을 쓰지 않고 장을 받기만 한다 했으니 이 기회에 훔친 비경속의 무공중 가장 강
력한 절장(絶掌)으로 요절을 내려 작정을 한 것이다.
기회는 지나가면 다시 오기가 힘든 것..! 쌍웅(雙雄) 삼괴(三怪)의 잔머리가 이 순간을 놓칠리
없었다.
「호호호.. 본 낭자는 네놈들 처럼 허언(虛言)을 하지 않는다. 염려말고 장(掌)을 펼쳐라. 대신
틀림없이 장력(掌力)이어야 한다. 네놈들이 가진 가장 고강한 무공(武功)을 내게 펼쳐야 할 것
이다. 네놈들의 일장(一掌)을 받은 후 너희 놈 모두.. 한 놈의 목숨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쌍웅(雙雄) 이괴(이怪)는 내심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들의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광봉황(狂鳳凰) 수린(秀璘)의 말은 분명 자신들이 펼칠
무공(武功)에서 장(掌)의 흔적(痕跡)을 찾으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무공(武功)을 숨겨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다면 도저히 이 미친 여인을 당해낼 방법이
없는 것..! 한 순간에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후환이 닥치리라..!
쌍웅(雙雄) 이괴(二怪)는 암암리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으아앗..! 간다.. 받아랏..!」
「우와아아앗..!」
- 쿠앙..! 크르릉.. 콰아앙..!
천둥번개가 치듯 섬광이 번쩍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닌 그들 네 명이 동시에 쌍장을 내 뿜었
다.
「헉.. 흐흡..!」
- 펑.. 퍼벙.. 퍼버벅.. 퍼벅.. 크앙..!
- 슝.. 슈우웅.. 후이이잉..!
수린(秀璘)은 입을 다물며 호흡을 조절하고는 신형(身形)을 조금씩 틀어 움직이며 날아드는
장력(掌力)을 모두 몸의 한곳이 아닌 여러 곳으로 분산시켜 받아 내고 있었다.
「어.. 어어.. 아앗..! 큰일 났다..! 저 낭자를 어찌해야 하나..!」
장중에 가득한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눈에는 수린(秀璘)의 몸이 거센 장풍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는 환영이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놀란 사람들은 쌍웅(雙雄)과 이괴(二怪)였다.
자신들의 장력을 맞아, 죽거나 넘어져 있어야 할 여인이 우뚝 선 자세 그대로 겨우 몇 발자국
주르르 뒤로 밀려나 비무대의 가장자리에 멈추어 서며, 태연히 옷자락을 들추어 몸에 찍혀진
장흔(掌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음.. 역시 네놈들 이었구나..!」
수린(秀璘)의 눈가에 붉은 기운이 돌며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호(江湖)를 우습게 여기며 무림(武林)을 기만한 너희 놈들..! 일기(一寄), 쌍웅(雙雄), 이
괴(二怪)라는 허명(虛名)이 그리도 탐이 났더냐..?」
수린(秀璘)의 분노에 찬 싸늘한 목소리가 오히려 잔잔하게 군웅들의 귀에 울려왔다. 그 순간 비
무대 위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린 수린(秀璘)의 얼굴이 한껏 위엄을 뽐내며 단상위에 앉아있는
남궁휘(南宮輝)를 향했다.
「남궁휘(南宮輝)..! 무림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 강남일기(江南一奇)라는 위명(偉名;위대한 명
성)을 얻은 그대 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이제 그대는 그 위명(偉名)을 얻게 된 그대의 음
흉한 복심에 대한 처절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나지마하게 울리는 수린(秀璘)의 목소리는 한 귀절 한 귀절 회한을 담고 모든 군웅들의 귓속에
한마디 남김없이 파고들었다.
그 수린(秀璘)의 목소리가 이제는 어느듯 흐느낌으로 변했다.
「남궁휘(南宮輝)..! 무공의 비급이 그리도 탐이 났으면 그것만 뺏으면 될 것을 어찌하여 나의
부모님을 음적(淫賊)이라 모함을 하고 또한 처절하게 몸을 유린한 후 살해(殺害)를 했느냐..?
그리도 명예가 중요하다 여기는 네놈들은 단지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했을 뿐만 아니라 말로 표
현하기 조차도 어려운 모습으로 겁간(劫姦)을 저지른 것이다.」
처연하기 까지한 수린(秀璘)의 말이었다.
「아.. 아니다..! 나는 단지 장진도를 취했을 뿐 음행(淫行)에는 가담을 하지 않았다.」
다급히 말을 뱉어낸 남궁휘(南宮輝)는 앗차.. 수린(秀璘)의 추궁에 말려들었구나 하는 표정으로
그의 당황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후후후.. 실토를 하면서도 끝내 당당하지 못하구나..! 이놈.. 어서 여기 모인 모든 강호인들
에게 스스로 네 죄를 밝히고 목숨을 끊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본 낭자가 네놈을 살지도 죽
지도 못하는 지옥을 맞보게 할 것이다.」
그 순간..!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 연단에 앉아있던 남궁휘(南宮輝)가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붕.. 떠올려 비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크크크크 ..! 너 스스로 광봉황(狂鳳凰)이라 자처하여 네년이 미쳐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
고 다니지 않았느냐..? 어느 누가 너처럼 미친년의 말을 믿어줄 것 같으냐..?」
남궁휘(南宮輝)의 마음속에는 든든한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장진도의 비급인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의 무공(武功)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을 완벽히 터득
한 자신이 아닌가..!
당금 무림(武林)에 어느 누가 감히 비급의 절세무공(武功)을 능가할 고수가 있을 것인가..!
한숨에 수린(秀璘)을 처치해 버리고 그 무시무시한 비급의 무공으로 군웅(君雄)들을 휘어잡을
생각이었다.
「아우들은 내 뒤로 물러나라..! 내가 이년을 처리하겠다..!」
남궁휘(南宮輝)는 이글이글 눈동자를 불태우며 수린(秀璘)의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 * * * * * * * * *
「하하하.. 하하하하하..!」
그 순간 장중(場中)의 허공에 낭랑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흰 그림자가 비무대 위로 날아 올
랐다.
「수린낭자..! 쌍웅(雙雄) 이괴(이怪)의 장(掌)을 몸으로 받아 진기(眞氣)가 많이 소진되었을
것이외다. 잠시 물러나 쉬시도록 하십시오. 이놈들은 내가 상대하리다..!」
백의(白衣)의 청년.. 백룡검은 자신의 내력을 이용해 수린(秀璘)의 몸을 슬쩍 들어 올리는 시늉
을 했다.
그 무형공력(無形功力)에 의해 수린(秀璘)의 몸은 마치 나비가 날아오르듯 공중으로 훌쩍 떠올
라 살며시 비무대 아래로 내려 않았다.
「나는 백룡검(白龍劍) 신웅(愼雄)이라 하오. 나 또한 여러분들에게 확인할 일이 있소이다. 내
가 저 낭자를 대신해 여러분들을 상대 하겠소. 단 아래 환중(喚重)도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서 비무대 위로 오르시오..!」
오오.. 저 청년이 남해(南海)의 검후(劍侯)라 불리는 백룡검(白龍劍)이었구나..!
능공섭물(綾空攝物)의 내공으로 수린(秀璘)을 비무대 아래로 가볍게 옮겨 내리는 것은 본 군웅
(君雄)들은 이 청년이 고절한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백룡검(白龍劍)이라는 것
을 알게된 지금, 이제사 비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안심이 되는 듯 조마조마했던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어슬렁 무거운 걸음으로 비무대위로 오른 환중(喚重)도인을 향해 백룡검(白龍劍) 신웅(愼雄)이
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중(喚重)도인..! 이들이 분명 남해(南海)의 보타암(普陀庵)을 침범해 음행 혈겁을 저지른
그 다섯 사람이 맞소이까..?」
환중(喚重)도인의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의
상황..! 환중(喚重)도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중 보련신니(菩蓮神尼)를 암살한 놈들과 그 많은 보타암(普陀庵)의 비구니들을
겁탈(劫奪)하고 살해(殺害)한 인물이 누군 인지 똑바로 밝히시오..!」
환중(喚重)도인은 고개를 들어 앞에 서있는 다섯 명을 턱으로 슬쩍 가리킬 뿐이었다.
「환중(喚重).. 똑바로 말하라..! 이들 중 누구인가..?」
「저.. 저 사람들 모두..!」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하는 환중(喚重)도인을 보며 장중의 군웅(群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남해(南海) 보타암(普陀庵)의 사건이라..! 그렇다면 저 낭자는 강호(江湖)의 공적(公敵)으로
몰려 그 행방을 감추었던 백운파정(白雲破靜) 설인군(雪仁君)과 은향선녀(隱香仙女) 사혜추(嗣
惠秋) 부부의 딸이란 말인가..? 저 낭자가 말한 비급..! 진정 그들 부부가 장진도를 가지고 있
었구나. 으음.. 그 장진도 때문에 누명을 쓰고 쫒긴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저들이 이 모든 사건
들을 저지르고 강호에 엉뚱한 소문을 퍼뜨린 원흉(元兇)들이 아닌가..!」
군웅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남궁휘(南宮輝)는 이제 더 이상 변명을 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발악을 할 수 밖에 없는 궁지로 몰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좋다.. 내 모든 것을 인정하지..! 이제부터 누구든 내 앞을 가로막는 인물은
나의 무공(武功)으로 그 입을 막아 주겠다. 나설 인물이 있으면 어서 나서라..!」
남궁휘(南宮輝)는 큰소리를 치면서 고개를 뒤로 돌려 쌍웅(雙雄), 삼괴(三怪)의 얼굴을
슬며시 쳐다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남궁휘(南宮輝)원망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큰 형님.. 비급을 얻었으면 함께 연마를 하면 될 것을.. 어찌 혼자만 욕심을 부렸소..!」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자신들의 행위가 모두 밝혀진 지금.. 남궁휘(南宮輝)와 합심해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인 지금의 상황이 아닌가..!
「아우님들.. 우리들의 문제는 나중에 해결토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