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8
** 白雲俠(낭만백작)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8 **
제 28 장.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陰謀) 1.
갈수록 첩첩산중(疊疊山中)이라..!
이제는 모용가의 장주까지 나서 남궁휘를 핍박하고 나선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에 잠겨있던 남궁휘(南宮輝)가 고개를 들어 남궁세가(南宮世家)의
경내에 모여 있는 장중의 군협(君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축하를 위해 이 자리에 오신 협의지사(俠義之士), 무림명숙(武林名宿) 여러분..! 지금 여러분
들이 요구하고 있는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뜻에 따라 오늘
이 자리에 비무(比武)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정정당당한 겨룸이 있어야 할 것
이외다. 본인도 여러분의 요청에 부응하도록 본 세가의 가전무학을 당당히 펼쳐 보이지요. 곧
비무의 자리를 준비 하겠습니다.」
여기서 변명으로 일관 한다면 점점 더 군웅(君雄)들의 의심이 깊어질 것이라 판단을 한 남궁휘
(南宮輝)는 이 자리를 개전(開殿) 축하를 위해 비무(比武)를 하는 자리로 만들어 그 논쟁의 초
점을 흐리려 마음을 굳힌 것이었다.
모두들 환영하는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그중에는 이 자리를 빌어 자신의 무공(武功)을 뽐내고 싶은 인물도 있었으며 또한 무명의 강호
인(江湖人)들은 무림고인(武林高人)들 앞에서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뽐내어 기량을 인정받고자
비무를 서두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 그럼 준비들이 되셨으면 일각(一刻) 후에 비무를 시작 하겠습니다..!」
* * * * * * * * * *
남궁휘(南宮輝)에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어 시비를 걸던 모용(慕容)가의 장주(莊主) 모용환
(慕容煥)은 급히 앞으로 나서며 비무대 위로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런 모용환의 옷소매를 모용
경이 살며시 잡아 끌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아버님.. 상황이 위급하면 저도 나서겠습니다. 염려마시고 남궁장주의 가전무학이 아닌 또 다
른 무공을 필히 드러내도록 하셔야 합니다.」
아들의 말에 미소로 답하며 훌쩍 비무대 위로 뛰어오른 모용환이 남궁휘를 바라보며 재촉을 했
다.
「남궁(南宮)대협..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비무대로 오르시오..!」
세가(世家)에 가득한 무인들은 아무 말 없이 남궁휘(南宮輝)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강남일기(江南一奇)란 위명(威名)을 얻게 된 남궁휘(南宮輝)의 무공을 살펴 진정
묘령의 여인의 발설한 그 말이 사실인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었다.
눈을 부릅떠 주시하고 있는 장중의 군웅들을 둘러본 남궁휘(南宮輝)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비무
대를 향해 천천히 움직여 갔다.
「잠깐만..!」
그 순간 한발 앞서 비무대로 날아드는 그림자가 있었다.
「큰 형님(大兄).. 잠깐 물러나 계십시오. 이런 조무래기는 우리들이 상대를 하지요.」
비무대 위로 날아든 인물은 중산이괴(中山이怪), 투괴(偸怪)와 아괴(啞怪)였다.
「모용(慕容)장주..! 중산이괴(中山二怪)는 언제나 한 몸같이 움직이니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대적할 것이오. 괜찮겠소..!」
모용환(慕容煥)은 움찔 놀랐다.
중산이괴(中山二怪)는 그 한 사람 한 사람과 겨루는 것도 벅찬 괴기한 인물들, 이들 두 사람이
한꺼번에 덤벼든다면 도저히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또한 저들이 나서면 강남일기(江南一奇)의 무공(武功)을 살펴보지도 못하고 자신은 패한 채
물러나야 할 것이 아닌가..!
「하하하하.. 중산이괴(中山二怪), 내.. 남궁(南宮)대협과 겨루어 대협의 무공을 일견(一見)
하고자 했던 것이오. 그대들과는 겨루어 볼 아무런 이유가 없소이다.」
모용환(慕容煥)이 비무대 위로 오른 중산이괴(中山二怪)를 향해 대소(大笑)를 터뜨리며 한번 더
남궁휘(南宮輝)의 무공이 어떠한지 보고 싶다는 말을 장중의 군웅들에게 남기고 훌쩍 아래로 뛰
어내려 비무대를 벗어났다.
(앗차.. 이것이 아닌데..!)
중산이괴(中山二怪)의 목적은 자신들이 남궁휘(南宮輝)를 대신해 모용환과 대적을 하여 남궁휘
무공을 숨기고 싶었던 것이었다.
설혹 남궁휘가 자신들을 속여 진정 장진도를 탈취해 비급의 무공을 익혔다 하더라도 결의를 맺
은 형제가 아닌가..! 많은 군협(君俠)들 앞에서 그 사실이 밝혀지게 해서는 않될 일..! 오늘이
지난 후 천천히 남궁휘(南宮輝)를 추궁해 비급을 공유하면 될 것이 아닌가..!
쌍웅(雙雄), 이괴(二怪) 모두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이 자리를 수습하려는 꿍심이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장중에 우렁찬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 서로 밀고 당기고 잘들 하는구나..! 빈도 청성(靑城)의 환중(喚重)이 이괴(二怪)
의 연공(聯攻;연합공격)을 받아 보겠다.」
모용환(慕容煥)이 내려간 비무대 위로 환중(喚重)도인이 날아 오른 것이었다.
「어어.. 환중(喚重)... 그대는 우리와 약속 한 것이 있지 않은가..?」
가장 먼저 시비를 걸어오던 환중(喚重)도인을 겨우 구슬려 자리에 돌려보냈는데 또 다시 비무를
하자고 달려드는 것을 보며 중산이괴(中山二怪)가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 중산이괴(中山二怪), 그 말씀 잘 하셨소..! 술에 취한 척 너희들에게 끌려간 나에게
네놈들은 도난당한 청성(靑城)의 실전비경(失傳秘經)을 되찾아 주겠다고 나를 회유 하지 않았는
가..? 청성의 비경이 네놈들의 수중에 있다면 네놈들도 남궁휘(南宮輝)와 똑같은 무리들..! 빈
도가 네놈들의 무공(武功)을 시험해 볼 것이다.」
갑자기 군웅(君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군웅(君雄)들 틈 사이에서 백룡검(白龍劍) 신웅(愼雄)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신웅(愼雄)이 환중(喚重)도인에게 슬며시 다가가 `의혹을 증폭 시키면 그들의 마각이 더욱
쉽게 드러날 것이다 라고 나눈 귓속말..!
환중(喚重)도인이 큰소리로 고함을 지른 이유는 각 방파의 장경각에 보관되어 있던 무공비경
(武功秘經)도 이들이 지니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군웅들 앞에 밝히려는 것이었다.
「이.. 이놈이..! 안되겠다. 얏.. 받아랏..!」
약속이나 한 듯 중산이괴(中山二怪)가 동시에 환중(喚重)을 향해 장(掌)을 펼쳤다.
- 펑.. 펑 펑.. 크아앙..!
「컥.. 으윽..!」
- 쿵.. 털석..!
순식간에 날아든 이괴(二怪)의 장풍을 미쳐 피하지 못한 환중(喚重)은 그 장력에 밀려 비무대
한 구석에 나가 떨어졌다.
넘어져 있던 환중(喚重)이 무릎을 세워 겨우 일어서서 입가에 흐르는 선혈을 닦아내며 시익..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내입을 막겠다..? 그러나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힘겨워 하며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는 그 순간..!
- 휙.. 휙 휙.. 펄럭..!
바람에 휘날리는 도포자락 소리가 들리며 네 사람의 신형(身形)이 환중(喚重)의 곁에 내려앉았
다. 그들은 아래에서 비무대 위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공동(空同)파의 장문인을 비롯한
점창(點蒼), 종남(終南)의 장문인들이었다.
그 순간 또 한 무리의 무림인이 고함을 지르며 비무대로 날아들었다.
「으하하하하.. 여기도 있소이다. 하오문(下午門)의 하오삼패(下午三悖)도 중산이괴(中山三怪)
의 장(掌)을 받아보겠소이다..! 환중(喚重)도인.. 우선 우리의 뒤로 피해 운기(運氣)를 하십시
오. 그리고 방금 전에 한말을 한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오..!」
이들 모두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무공비경(武功秘經)을 도난당한 방파(邦派)의 장문인 들이
아닌가..! 환중(喚重)도인의 폭로가 자신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
그들의 등 뒤에서 운기를 하며 이괴(二怪)의 기습을 당한 상처를 살피고 있던 환중(喚重)이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허허참..!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이오. 여러분들이 저놈 이괴(二怪)와 겨루다 보면 저들의
가전무공이 보잘 것 없어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느낄시 당연히 저들이 익힌 각 방파의 비전무공
을 사용할 수 밖에..! 어서 겨루어 보기나 하십시오..!」
옳은 말이었다.
목숨에 위해를 느끼게 되면 저들이 가진 모든 무공을 털어낼 수 밖에..!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
은 없는 것이었다.
「옳은 말씀..! 좋은 충고에 감사드리오..! 들었느냐 중산이괴(中山二怪), 비록 우리 하오문(下
午門)은 강호잡배란 불명예스러운 비난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너희놈들 처럼 차도살인의 음흉함
은 없다. 우리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연향루(延香樓)란 주루까지 세워 진즉부터 주시해 왔었다.
이제 드디어 그 마각이 드러나는 구나..! 우리가 상대를 하겠다.. 너희들이 가진 무공(武功)을
모두 펼쳐 보아라..!」
피가 끌어 오르듯 절규하는 하오삼패(下午三悖)와 점창(點蒼), 종남(終南) 그리고 공동(空同)파
의 장문인들이 등에 맨 검(劍)을 빼어 들고 중산이괴(中山二怪)를 향했다.
비무대의 한쪽 끝에 말없이 서 있던 수린(秀璘)은 두 눈을 부릅뜨고 비무대 위의 중산이괴(中山
二怪)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산이괴(中山二怪) 저 두놈과 점창, 종남, 공동 그리고 하오삼패(下午三悖) 여섯명이라..!
그러나 이괴의 몸에서 풍겨오는 공력의 깊이가 저 여섯을 합한 것보다 더욱 강맹하다. 아마 저
들이 궁지에 몰릴 듯 하구나..!)
* * * * * * * * * *
검(劍)을 눈앞에 겨누며 한발 짝 다가서는 모습에 당황한 중산이괴(中山二怪)가 한걸음 뒤로 물
러서며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한발 한발 물러서고 있는 그들을 향해 여섯 갈래의 검광(劍光)이 번쩍였다.
- 슈.. 슈욱.. 슈우욱..!
날카로운 파공음을 울리며 중산이괴(中山二怪)를 향해 날아가는 장문인들의 검광..!
- 점창(點蒼)의 절정검 사일검법중의 일수초현..!
- 종남(終南)의 절기 천하삼십육검의 일초 천하수조..!
- 공동(空同)의 비전일검 복마검법의 위타복마..!
- 하오문(下午門)의 적비연도(赤飛演刀)..!
각 장문인들은 그들의 일검(一劍)에 혼신을 다해 검강(劍剛)을 뿌려낸 것이었다.
그 검강이 비무대 위에 한 치의 틈도 만들지 않고 중산이괴(中山二怪)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헉.. 허걱..!」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섯 갈래로 날아드는 검기를 피하려 몸을 날렸으나 그 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강(劍剛)은 그물처럼 중산이괴(中山二怪)의 전신을 조여들며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고 달
려들었다.
「얏..!」
「하앗..!」
그 다급한 순간 중산이괴(中山二怪) 입에서 동시에 기합이 터져 나오며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고
그들의 손에서는 강열한 장풍이 뿜어져 나왔다.
- 우르릉.. 쿵.. 쾅.. 크르르릉..!
검강(劍剛)과 장풍(掌風)이 그들의 세치 앞에서 서로 부딪히며 우뢰와 같은 굉음(轟音)이 장중
을 휘몰아 갔다.
- 쿵.. 쿵 쾅.. 털썩..!
그러나 검강(劍剛)에 주르르 밀린 중산이괴(中山二怪)의 신형(身形)은 더 이상 허공에서 지탱을
하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내려 비무대의 바닥에 뒹굴었다.
비록 강호를 주름잡고 있다고는 하나 중산이괴(中山二怪) 두 사람의 장력이 독을 품고 달려드는
여섯 갈래의 검기에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것이었다.
그 순간, 검을 단단히 손에 쥔 장문인들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며 그 신형들을 아래로
뒤집어 검(劍)끝을 중산이괴(中山二怪)의 몸뚱이를 향해 꽂듯이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이제 허공에서 떨어지듯 아래로 내려오는 검(劍)에 중산이괴(中山二怪) 온몸이 산산조각으로
찢어져 피를 뿜어 낼 일촉즉발의 순간..!
「아핫..! 으아아앗..!」
중산이괴(中山二怪)의 입에서 포효가 터져 나오며 바닥에 쓰러져 누운 채로 양손을 번개같이
앞으로 내밀며 검끝을 아래로 하여 떨어져 내리듯 달려드는 그들을 향해 흔들었다.
- 크아아앙.. 번쩍.. 쿠아아앙..!
- 우르르.. 쿵쾅.. 크르르르릉..!
중산이괴(中山二怪)의 손에서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가공할 장풍이 터져 나와 자신들의
몸을 향해 날아드는 검강(劍剛)을 순식간에 무력화 시키고는 오히려 도검으로 중산이괴의 신형
을 찔러오던 장문인들을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안돼.. 안된다..! 그 무공을 시전하면 안된다..! 앗차 큰일이로구나.. !」
청해쌍웅(靑海雙雄)이 다급한 소리를 지르며 비무대 위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