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6
** 白雲俠(낭만백작)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6 **
제 26 장. 혼란한 개전대회(開展大會) 1.
높은 담장이 둘러져 있고 웅장하게 서 있는 대 저택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연무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거드름을 피우고 단상에 높이앉아 밀려드는 군웅(君雄)들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세가
(南宮世家)의 가주 남궁휘(南宮輝)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그치지를 않았다.
자신의 초청에 이렇게 많은 강호인(江湖人)이 개파대전(開派大展)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을 보고는, 아직 자신의 명성(名聲)이 녹은 슬지 않았구나 기쁨에 들떠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휘(南宮輝)의 눈동자는 상하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대문을 앞으로 들어오는
군웅(群雄)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듯 초조함이 깃든 눈동자였다.
(그들이 꼭 와주어야 할 텐데..!)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순간,
- 휘 익..!
허공(虛空)에서 파공음이 들리며 우루루.. 한 무리의 인영이 남궁휘(南宮輝)의 면전(面前)에
내려앉았다.
「남궁(南宮) 형님.. 저희들 왔습니다.」
반가움에 남궁휘(南宮輝)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들 오시게..!」
「예, 형님.. 아직 그년은 나타나지를 않았지요..?」
이들도 역시 남궁휘(南宮輝)가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함께 느끼며,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는
그 여인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달려온 것이었다.
남궁휘(南宮輝)가 눈동자를 굴려가며 기다린 이 사람들..!
청해성 서녕(西寧)의 서쪽 청해호(靑海湖)부근에 근거지를 두고 명성을 떨치고 있는
청해쌍웅(靑海雙雄) 검웅(劍毒)과 도웅(刀雄)..!
그리고,
중원의 남쪽 광동성(廣東省) 동남부로 흐르는 주강(珠江)의 삼각주(三角洲) 중산(中山)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중산이괴(中山이怪) 투괴(偸怪) 그리고 아괴(啞怪)..!
강호에서는 남궁휘(南宮輝)를 포함해 이들을 일기(一寄) 쌍웅(雙雄) 이괴(二怪)라 부르며
아예 한 수를 접고는 그들과의 시비를 피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는가..? 모두들 완벽히 익혔는가..?」
「예.. 그 비경의 내용을 철저히 파악해 다행히 모두 연공을 마쳤습니다.」
「잘됐다. 이제는 안심이구나..!」
남궁휘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흘러 지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투괴(偸怪)가 안쓰러운 듯
남궁휘(南宮輝)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남궁 큰 형님.. 이번 기회에 큰 형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칠대문파의 비전절공을 연마하는 것
이 어떻겠습니까..? 저희들이 도우겠습니다.」
투괴의 말에 남궁휘(南宮輝)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흘렀다.
「그 비경들을 지금 가지고 있는가..?」
각 문파의 장경각에 고이 보관되어 있어야 할 비전절공(秘傳絶功)의 비경(秘經), 그 책자를
강호 제일의 신투라 불리는 투괴(偸怪)가 제집 드나들 듯 침입해 훔쳐내 오래 전부터 연마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 큰 형님.. 혹시나 하여 지니고 왔습니다. 빨리 무공(武功)을 성취시켜야 광봉황(狂鳳凰)
이라는 그 미친 여인을 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알았네. 그러나 아우님들이 혼신을 다하여 터득한 무공을 어찌 내가 얻을 수가 있겠는가..?
우선은 여기 온 손님들 접대부터 치르고 난 후 자세한 의논을 하세..!」
남궁휘(南宮輝)는 세가를 찾아드는 무림인(武林人)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가리키며 쌍웅(雙雄)
이괴(二怪)를 향해 자랑스럽게 말했다.
* * * * * * * * * *
많은 무림인(武林人)들이 무리를 지어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대문을 들어서는 그 시각..!
세가(世家)의 본전(本殿)건물의 지붕꼭대기 위에 자색경장(紫色輕裝)의 여인이 몸을 숨겨 사람
들이 모여들고 있는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린(秀璘)이었다..! 수린(秀璘)은 오래전 이미 이곳에 당도해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휘(南宮輝)의 면전에 내려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저들.. 하나.. 둘.. 셋.. 넷..!
장주의 곁에 서있는 네 사람..! 혹시 저들이 나머지 네 명들은 아닐까..? 아무래도 저들의 움직
임이 수상하다. 내가 남궁휘(南宮輝)의 임,독 양맥을 뚫어 장진도의 무공을 완벽히 터득 하도록
도움을 준 이유는, 물론 비급의 무공이 얼마나 극강(極剛)한가 비무(比武)를 해 보고 싶은 호승
심(好勝心)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그 일곱 흉수들 중 한사람인 남
궁휘(南宮輝)의 무공이 갑자기 높아진 이유를 장진도의 비급을 혼자 차지해 연마한 것이라는 소
문을 내려는 것이었다.)
지붕위의 수린(秀璘)은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마당을 내려다보며 스스로 여러 생각을 궁리하고
있었다.
천산(天山)의 설봉(雪峰)까지 쫒아간 일곱 명의 흉수들..!
그중 한사람이 은밀히 장진도를 습득 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들의 태도는 어떻게 변할까..?
(그러한 소문이 퍼지면 일곱 흉수들이 서로 반목을 할 것이고 남궁휘(南宮輝)의 무공이 갑자기
높아진 것을 수상히 여겨 추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끼리 서로를 믿지 못해 의심
이 깊어질 것이고 서로 반목하여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일에 혈안이 될 것이다. 사정이 그
러할때 남궁휘(南宮輝)의 주변을 자세히 살피면 분명 나머지 흉수들의 꼬투리를 찾아낼 수가 있
을 것이다.)
자신이 터득한 무공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 그리고 부모의 목숨을 앗아간 장진도의 비급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무공인가 비교해 보고픈 호승심..!
상식을 벗어나 원수에게 무공의 증진을 도와준 수린(秀璘)이 마음속에는 이런 깊은 복안이 숨겨
져 있었던 것이었다.
* * * * * * * * * *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마당은 강호 각지에서 모여든 군웅들에 의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그
중 배분이 높은 무림명숙(武林名宿)들은 남궁휘(南宮輝)의 안내를 받아 본전(本殿)의 실내에
들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한층 낮은 배문의 무림인들은 연무장 아래에 마련된 임시 접객실에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 들을 나누고 있었다.
「자.. 자.. 여러 진객(珍客)들 조금 조용히 해 주십시오..! 장주님께서 나오십니다.」
모두 서로 강호의 정세들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는 그때..!
시끌시끌 혼잡하게 뒤엉켜 있는 장중의 무림인들을 향해 세가의 총관이 남궁휘의 출현(出現)을
알렸다.
「여러분.. 불초 본인의 가문(家門)이 강호에 헌신을 하려는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것을 진심
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모두 자리에 앉아 소찬이나마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니 많이들 드시도
록 하십시오..!」
남궁휘(南宮輝)가 앞으로 나서서 무림인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세가(世家)의 개전(開展)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웅성거리던 군웅들이 남궁휘(南宮輝)의 인사에 답하며 모두들 자리를 해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
며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어느 듯 시간이 흘러 술과 안주에 취한 일부의 군웅(君雄)들은 점차 호
기(豪氣)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군웅(君雄)들 중 하나가 술잔을 손에 들고 비틀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장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남궁휘(南宮輝)의 앞으로 다가갔다.
「남궁(南宮)대협.. 이렇게 우리들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가의 개전을 축하하기 위
해 이 많은 군웅이 참석한 이 기회에 강남일기(江南一奇)란 명성을 얻게 된 그 무공(武功)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한번 시연(試演)해주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어흑..! 이.. 이놈이..!」
단상위에 앉아 다가오는 그 무인을 바라보던 남궁휘의 얼굴이 꿈틀하며 순간 긴장을 했다.
강호무림이 흥겨워 할 잔칫집에서 이리도 무례하게 나서는 이놈..! 과연 무슨 목적으로 시비를
거는 것인가..!
그러나 자신은 손님들을 초청한 주인의 입장이 아닌가..!
남궁휘(南宮輝)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웃음 띤 표정으로, 사립을 얼굴 아래까지
내려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도인(道人)차림의 무림인(武林人)를을 향해 점잖게 물었다.
「귀하는 뉘신지..? 이 자리는 본 세가의 개전을 축하의 자리지 무공(武功)을 논 할 자리는
아닌 듯 하외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그래도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를 하는 남궁휘를 우습
다는 듯 바라보며 술이 취해 비틀 비틀 다가선 도인(道人)은 흐릿한 눈으로 남궁휘(南宮輝)가
내뱉은 말을 빈정거리고 있었다.
「푸흐흐.. 남궁(南宮)장주, 그대는 어디서 어쭙잖은 무공을 얻어 제법 행세를 하며 강호(江湖)
의 실권을 쥐어 보겠다고 이 많은 무림인을 초청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군웅(君雄)들
앞에서 그 실력을 보이는 게 당연한 일이지..!」
점잖은 미소를 얼굴에 나타내 보이며 애써 다가서는 무인의 말을 무시하려던 남궁휘(南宮輝)의
입에서 드디어 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놈.. 네놈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서 밝히지 못하겠느냐..!」
그냥두면 그의 입에서 자신을 음해하려는 무슨 말이 더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지금 군웅들 앞에서 떠들고 있는 저 말도 남궁휘가 어디서 뜻밖의 무공을 얻어, 그 무공의 위세
로 무림을 지배하려는 음모로 몰고 가려는 듯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어허.. 내가 누군가를 밝혀라..? 그래 밝혀드리지..!」
그 머리에 사립을 쓴 도인(道人)이 천천히 방향을 돌려 웅성거리는 군웅들을 향해 뒤 돌아서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허허허.. 여러분, 나는 청성(靑城)의 환중(喚重)이라 하외다. 우리 모두가 남궁휘(南宮輝)의
청첩을 받아 이곳에 왔으나 그가 우리를 초청한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있소이다. 이제 남궁장주
가 우리들의 앞에 있으니 그에게 사유(事由)를 들어야 하지 않겠소..?」
청성(靑城)의 환중(喚重)이라면 그래도 청성파의 삼 장로 중의 한사람..! 무림에 제법 그 이름
이 알려진 인물이 아닌가..?
그런 환중(喚重)도인이 저토록 말을 하고 있다면 그 말 또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 군웅들
이 좌우로 돌아보며 웅성웅성 수군거리고 있었다.
「누.. 누구..? 청성(靑城)의 환중(喚重)이라고..?」
그 사립도인이 자신을 환중이라 밝히는 순간 남궁휘(南宮輝)의 입에서 당황한 음성이 다급히 터
져 나왔다.
그 순간..! 휘이익.. 휙.. 휙..!
네 명의 시커먼 그림자가 환중(喚重)의 앞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