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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4


**  白雲俠 著/ 패설 나향여협 (悖說 裸香女俠) 24 **  
 


제 24 장.  광봉황(狂鳳凰)..! 이름을 얻다 2.


- 휙.. 휘익..!


수린(秀璘)은 마음속으로 단단히 경계를 하며 전신요혈을 파고드는 장력을 피해 허공으로 신형
을 날렸다.      
빙글.. 날아오른 신형(身形)을 허공에서 뒤집으며 두 손을 뻗어 앞을 향해 장풍을 뿜어내고 있
는 남궁휘(南宮輝)의 등 뒤로 훌쩍 내려앉았다.
그러나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의 장력은 눈이 달린 듯 방향을 틀어 수린(秀璘)의 신형을 따라
자석처럼 날아들고 있었다.


「앗차..! 그냥 피하기만 해서는 장풍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를 못하겠구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바꾸며 찾아낸 무공비급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속의 개세무공(蓋世武功)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 과연 천하를 뒤흔들 만한 절세의 무공(武功)이었다.


- 휘익.. 펄럭.. 스르르르..!


수린(秀璘)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아 공중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크흐흐.. 겨우 그 정도로 내 장력(掌力)의 손아귀를 벗어날 성 싶으냐..? 차앗..!」


기합소리와 동시에 남궁휘(南宮輝)는 두발로 땅을 굴려 자신의 신형을 하늘 높이 날아 올리며
두 손을 서로 교차시켜 상하 좌우로 흔들었다.


- 휘이이잉.. 우르릉.. 쿵.. 크아앙..!


남궁휘가 뿌려낸 쌍장(雙掌)의 장력이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소리를 내며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
와 그 장풍(掌風)은 땅바닥의 흙먼지를 말아 올리며 거센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크윽.. 강하다..!」


그 거센 장풍은 뿌옇게 기막(氣幕)을 이루어 수린(秀璘)을 그 속에 꼼짝 못하게 가두어 놓고
날아든 파경장(乾坤破經掌)의 바람이 전신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좋다..! 얼마나 위력이 있는 절정무공(絶頂武功)인지 내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아야겠다..!)


- 휘잉.. 슈 욱..!


수린(秀璘)의 신형(身形)이 허공을 박차며 장풍(掌風)이 몰아치는 한 가운데를 향해 정면으로
뚫고 들어갔다.


부모의 목숨을 잃게 만든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의 무공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스승 삼봉아(三封兒)가 전수한 자신의 무공(武功)보다 정말로 뛰어난 무공인가 스스로
비교해 알아보고픈 호기(豪氣)가 생겨난 것이었다.
그러나 장풍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수린은 미심적은 듯 의아심이 가득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어어.. 아닌데..? 이게 아니다. 비록 남궁휘(南宮輝)의 장력(掌力)이 천지를 뒤엎을 만 하나
그 마지막 기운(氣運)이 진기를 포함하지 못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단단히 방비를 하고 장풍(掌風)의 중심으로 뛰어든 수린(秀璘)이 느낀 비급속의 절공(絶功)인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 요혈(要穴)을 노리며 집어삼킬 듯 밀려오던 그 장력이 수린(秀璘)의
가까이에 다가와서는 더 이상 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멈추고 마는 것이었다.


「호호호.. 파경장(破經掌)의 마지막 한 초식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발경의 순간에 멈추어 버리
는구나.. 그렇다면 아직은 수련이 덜 익은 것이리라. 남궁장주.. 쯧쯧 안타깝구나. 이쯤에서 끝
을 내는 것이 좋겠다. 에잇.. 받아랏..!」


수린(秀璘)입에서 날카로운 기합소리가 터져 나왔다.


- 뻔쩍.. 슉.. 슈우웅..!


그 순간 손에 든 검에서 날아간 검강(검剛)이 번쩍 빛을 발하며 남궁휘(南宮輝)의 가슴 윗부분
의 입동혈(入洞穴)을 순식간에 찍어 버렸다.
그 입동혈(入洞穴)은 점혈을 당하게 되면 극심한 통증을 견딜 수가 없으며 빠른 시간 내에 점혈
을 풀지 않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혼혈(昏穴)이었다.  


- 쿵.. 털썩..!


입동혈(入洞穴)을 격타 당한 남궁휘(南宮輝)는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 극심한 통증을 이기지 못
해 땅바닥에 떼굴떼굴 뒹굴고 있었다.


「호호호.. 이것이 무림에 그 위명(威名)을 떨치고 있는 강남일기(江南一奇)의 모습이던가..?
어떠냐..? 이제 본 낭자의 무서움을 알았느냐..?」


극통(劇痛)에 온몸이 뒤틀린 남궁휘(南宮輝)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허나 그 절
박한 순간에도 남궁휘는 수린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스스로 몸속의 공력을 운용해 점혈을 당한
입동혈(入洞穴)을 풀어보려 암암리 운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를 운행을 하면 할수록 통증은 더욱 기승을 부려 이제는 금방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참담함을 당하고 있었다.


「나.. 낭자..! 제발 이 혈(穴)을..! 혈도를 좀 풀어 주시오..!」


이제는 오직 그 통증을 벗어나기 위해 찡그린 얼굴로 사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답하라..! 그날 천산설봉(天山雪峰)에 오른 일곱 명의 이름을 모조리 말하라..!」


수린(秀璘)의 목소리는 어름장처럼 차가우며 그 속에 살기(殺氣)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모.. 모르오. 모두가 복면을 하고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채 움직였기에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오.. 제발 이 혈(穴)을 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극구 변명을 하며 혈도를 풀어줄 것 만을 사정을 하고 있는 남궁휘
(南宮輝)의 몰골은 이미 강호대협(江湖大俠)을 풍모는 사라지고 그저 힘없는 중년인(中年人)
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바른말을 하라..! 그러면 막힌 혈도를 풀어줄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네놈의 목
숨조차도 보장을 할 수 없다.」


입동혈(入洞穴)을 점혈 당한 남궁휘(南宮輝) 역시 오랜 시간이 흐르면 혈행(血行)이 정지 되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나.. 낭자..! 내 틀림없이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어 말씀드릴 테니 이 혈도부터 먼저 풀어
주시오. 낭자가 시키는 대로 그들을 찾아내겠소..!」


대협의 체면이고 무엇이고가 없었다.
우선 자신의 몸을 억압(抑壓)하고 있는 이 극통의 지옥에서 벗어나고픈 오직 한 가지 마음 뿐인
것이었다. 


「틀림없이 알아내겠다..? 좋다.. 내, 그대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지..!」


- 슈욱.. 툭..!


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입동혈(入洞穴)을 건드려 혈을 풀어 주었다.
수린(秀璘)은 더 이상 남궁휘(南宮輝)의 입에서 진실을 들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훅.. 휴우..! 고맙소 낭자, 내 필히 그들을 찾아 낭자께 알려 드리리다..!」


수린(秀璘)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호호호.. 강남일기(江南一奇)..! 그 말이 진정인가..? 강남일기(江南一奇)의 이름을 걸고
약속할 수 있겠는가..?」


「염려마시오. 낭자..! 이 강남일기란 이름을 걸고 맹세코 약속을 드리리다..!」
   
남궁휘(南宮輝) 자신은 약속의 진위(眞僞)보다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
었던가..! 그 입에서 주저 없이 약속을 하겠다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좋다. 그 약속 필히 지키도록 하라..!」


수린(秀璘)은 다짐을 하며 갑자기 손을 들어 남궁휘(南宮輝)의 단전을 향해 일장을 가했다.


- 퍼억.. 펑..!


무심코 서있다 일장을 맞은 남궁휘(南宮輝)가 주르르 뒤로 밀려가며 고함을 질렀다.


「낭자..!  내 틀림없이 알려드린다 했거늘.. 이게 무슨 짓이오..!」


갑작스러운 수린의 일장(一掌)에 혼비백산 놀라 눈이 둥그레진 남궁휘를 향해 타이르듯 조용히
입을 열어 말을 전했다.


「호호호.. 남궁휘(南宮輝)..! 그대의 마음속에는 하루라도 빨리 비급의 무공을 터득할 욕심으
로 가득 차, 기혈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아 무공의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지를 못했다. 그러나 나
의 이 일장으로 그대의 임,독 양맥이 타통되었다. 마음속의 욕심을 버리고 운공(運功)을 하면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의 무공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의 마지막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수린(秀璘)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휙.. 몸을 날려 순식간에 허공 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후후후.. 다행히 입을 열어 진실을 말하지 않고도 위기를 잘 모면 했구나..! 그러나 무슨
연유로 저 낭자가 나의 연공을 도우려 하는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광세비급의 무공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공을 익히는 과정의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는
비원록의 무공을 완벽히 터득 하도록 일깨워 주고 간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실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남궁휘(南宮輝)의 귀에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휘(南宮輝)..! 절세기공(絶世奇功)인 비급의 무공을 완벽히 터득하기 바라오..! 또한
그대의 임,독 양맥을 타통시킨 그 일장(一掌) 속에는 화독(火毒)이 숨겨져 있어 본 낭자가
그대의 체내에 주입해 두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만약 그대가 천산칠인(天山七人)의 정체를
빨리 알아내어 나에게 알리지 않는 다면 그 즉시 그대의 목숨을 거두리다..!」


건곤비원록(乾坤秘元錄)의 무공 건곤파경장(乾坤破經掌)..!
모든 무림인이 탐을 내어 살륙을 자행해 강호(江湖)를 혼란시킨 그 비급의 무공..!        
수린(秀璘)은 그 무공을 질시하기보다 누군가가 완벽한 터득을 이루어 자신의 무공과 진정
한 승부를 가려보고 싶은 호방(豪放)한 마음으로 남궁휘(南宮輝)의 진전을 도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인물됨이 간사한 것을 알고 그의 몸에게 화독(火毒)을 심어놓는 신중함을 보였던
것이었다.


 * * * * * * * * * *


연향루(延香樓)의 이층..!
동정호(洞庭湖)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자리에 앉아있는 청해쌍웅(靑海雙雄)과 중산이괴
(中山二怪)가 눈을 크게 뜨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허.. 남궁 큰형님은 왜 이리 늦으시는가..?」


중산이괴(中山二怪)는 청해쌍웅(靑海雙雄)을 힐끗 쳐다보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게..? 당도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청해쌍웅이 이괴의 말에 대답을 하는 그 순간 이층을 오르는 계단에서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남궁휘(南宮輝)가 방문을 휙.. 열고 들어섰다.


「아우님들.. 일찍들 와 계셨구먼..!」


실내로 들어오는 남궁휘(南宮輝)의 모습이 쌍웅(雙雄)과 이괴(二怪)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가 않았다.


「남궁 큰형님..! 오시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쌍웅(雙雄), 이괴(二怪)의 물음에 헉헉 거리며 자리에 앉은 남궁휘(南宮輝)는 길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우님들의 손에 있는 칠대 문파의 비경(秘經)속 무공은 완전히 익혔는가..?」


일년 만에 만난 남궁휘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눌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이 무공의 진전(進展)
부터 묻고 있었다.
이괴(二怪)중 세상 모든 집은 자기의 집이나 진배 없다는 무림 제일의 도둑 투괴(偸怪) 아적
(亞績)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남궁 큰형님.. 뜬금 없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숨넘어가듯 내뱉는 남궁휘(南宮輝)의 말에 분명 다급한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들
긴장을 하며 남궁휘(南宮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남궁휘가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말을 내뱉었다.


「우리 모두 여기앉아 한가히 이야기들을 나눌 여유가 없네..! 어서들 돌아가 무공연마에 진력
을 해야 할 것이네..!」


「허허.. 큰형님,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하겠구려..! 우선 술 한잔 드시고 목을 축
인 후 천천히 말씀해 보시오..!」


남궁휘(南宮輝)는 술잔을 들어 바짝 말라있는 목을 한모금 적시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늘 겪었던 일들을 무공비급에 관련된 부분만 제외하고는 자세히 말해 주었다.


「오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나 결국 우리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청해쌍웅(靑海雙雄)과 중산이괴(中山二怪)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맞습니다. 큰 형님.. 여기에 더 이상 머물고 있을 여유가 없을 듯 합니다. 빨리 돌아가도록
합시다.」


그들도 모두 마음이 급해진 것이었다.
이 연향루에서 오랜만에 만난 회포도 풀고 그동안 연마한 서로의 무공을 논하며 또 강호의 움직
임도 살펴 앞으로의 처신을 의논하려 했건만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대의 무공이 그토록 신묘하다면 한시라도 수련에 매진해야 할 것이 아닌가..! 모두 서둘러 연
향루(延香樓)를 나와 각자의 갈 길을 재촉했다.


문을 나서는 그들의 뒤를 연향루의 하오삼패(下午三悖)가 유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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