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ESP - 전편
ESP
「그럼, 이 마약은 어디로 옮겨져서 누구에게 전해질 예정이었죠?」
금빛 머리카락의 화려한 외모의 미녀가 책상 넘어에서 마주보고 있는 남성에게 질문을 던
진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의 미모 앞에서 단지 무심한 시선으로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톰, 당신이 순순히 대답하지 않아서 내가 일부러 여기까지 불려왔다고요?」
톰이라고 불린 남자는 얼마전 마약 대량 소지로 체포된 중요 인물.
톰 본인은 작은 마피아의 하수인일 뿐이었지만, 그와 연결된 것은 큰 조직임이 틀림없다.
그가 증언만 한다면 커다란 뒷조직을 일망타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찰은 그에게 자백을 시키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톰은 아무 증언도 하지 않는다.
충성심이나 의리따위가 아니라, 만약 이야기한다면 자신은 확실히 목숨을 빼앗긴다는 사실
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너같이 요염한 여자가 교태를 부려도 나는 이야기하지 않아.」
그녀가 입고 있는 슈트의 크게 벌어진 옷깃 사이로 언뜻보이는 풍만한 가슴팍을 그는 호색
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색기를 내뿜는 목덜미를 과시하듯이 어깨까지 늘어뜨린 블론드의 머릿결을 쓸어올리며 그
를 바라보지만 톰에게 빈틈은 생기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똘마니일 뿐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는 꽤 머리가 돌아가는 남자였던
것이다.
물론 경찰도 바보가 아니다.
분명 그녀가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미녀라고 해도, 톰이 색기에 홀려 자백할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경찰측으로서는 어두운 사회 뒷편의 커다란 조직 하나를 일망타진 할 수 있을 찬스를 스스
로 포기하는 짓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불려 온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였다.
「나, 지금 휴가중이거든? 빨리 해변가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빨랑빨랑 끝내면 좋겠는데.」
「...넌 섹스할때도 언제나 그렇게 쉽게 끝나나보지?」
갑자기 금발의 미녀는 일어서서 톰의 측면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톰의 배후로부터 그의 등넘어로 손을 뻗어 그의 귓가에 달콤한 숨결을 내뿜었다.
「설마! 나는 천천히 사랑을 키워나가는 타입이야.」
「헤에.. 그럼 꼭 겪어보고 싶은 여자군.」
「유감이네. 나의 그이는 바람기는 용서해주지 않는 타입이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톰의 등에 자신의 자랑스런 거유를 꾹꾹 누른다.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강한 탄력을 가진 부드러운 구체의 감촉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있
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러운, 극상의 감촉에 톰은 무심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아.. 그렇지만 만약 직접 몸으로 묻는다면..... 생각해 보도록 하지.」
「어머나~! 정말?」
「못믿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상관없어. 취조실에서.... 정말 분별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
니니까.」
「헤에... 성급하네.」
「에에, 너야말로 그런 야시시한 얼굴에 색기흐르는 몸이라니. 상당히 밝히는 여자겠지?」
「응, 그런거... 정말로 좋아해. 자... 호의를 받아들여 몸으로 직접 들어 볼까. 톰, 당신은
언제 어디로 마약을 옮겨서 누구에게 건네줄 생각이었지?」
「훗, 모르겠는데. 하아, 겨우 등뒤로 가슴을 꽉 누르는 정도로는 대답을 듣기에는 택도 없
이 부족하군.」
톰은 무정하게 그녀의 질문을 뿌리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출구로 향한 뒤였다.
「룡비인이라...... 생각했던 것보다도 큰 마피아와 연결되어 있었군.」
문 앞에 선 그녀는 집게 손가락을 색기넘치는 새빨간 입술에 대며 툭하고 중얼거렸다.
그 혼잣말을 듣자 여유있던 톰의 얼굴에 처음으로 초조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녀는 등 뒤로 그것을 느껴 살짝 웃으며 즐겁다는 듯 말을 이었다.
「장소는 서 에리어. A-3 창고 앞. 시간은 오늘.... 뭐, 정확하게는 내일 새벽 2시..인가.」
마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정확하게 자신이 숨기던 정보를 말하는 눈앞의 미녀를 응시하며
톰은 절규한다.
더욱 더 즐거워하며 그녀는 생기넘치는 자태로 뒤돌아보며 "어때, 그렇죠?" 라고 톰에게
묻는다.
「어, 어떻게 그것을....」
「나, 지금의 당신처럼 경악한 표정을 보는거랑 지금 당신이 한 말을 듣는거... 결코 일어날
리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그런 모습을 감상하는걸 정말 좋아해. 역시 이 일은 천직인거 같다
니까?」
휴가가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기분 좋아보이는 그녀에 의해 이해 불능의 궁지에
빠져 절규하는 톰.
결국 그녀는 그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매력적인 윙크를 불쌍한 범죄자에게 보내며 그대
로 방을 뒤로 하고 나섰다.
「아아... 어땠나, 아리카. ...라는 건 바보같은 질문일까?」
「안녕하세요~ 서장님. 내용은 서류로. 그렇지 않으면 구두보고로?」
「귀찮겠지만 서류로 부탁해. 그것이 끝나면 계속 휴가를 즐겨줘. 즐거운 휴가를 보내기를
기도하고 있어.」
「후훗, 기도하더라도 신은 아무것도 해 주지 않지만요.」
빈정거리는 아리카 안제리카를 보며 서장은 쓴웃음을 띄운다.
「그렇지, ESP도 정말 힘들겠군.」
「그럴지도. 뭐, 나는 이 일을 즐거워 하고 있으니 어찌됐던 상관없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카는 서장의 어깨에 손을 뻗어 가볍게 껴안는다.
「정말... 내가 없으면 여긴 안됀다니까. 내 소중함을 알겠어?」
「음음... 물론이야.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해달라고.」
「그야.... 그렇지만, 노골적으로 가슴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건 성희롱이라구?」
「이런 곤란하게 됐군. 하하핫!」
서장이 난처한 얼굴로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을 뒤로하고 아리카는
ESP 전용실로 향한다.
통칭 ESP.
대단한 말은 아니다.
일반인과는 다른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부르는 단어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물을 흘러넘치게 하거나 두꺼운 벽 저편을 투시하는 등 그 능력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단지, 그 존재는 극비로 취급되고 있고, 일반적으로는 감추어져 알려지지 않는다.
ESP의 출생률은 극히 낮고, 어떤 알고리즘으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지 그 능력이 발현
되는 지에 대한 것은 아직까지도 완전한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아리카 안제리카=리돌도 ESP이고, 그 능력을 높이 사서 지금의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녀는 ESP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경우로, 그 능력은 "타인과 의식을 동조시키는 것".
먼저 본 것처럼 의식을 동조시키면 상대의 사고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한 능력은 이런 저런 케이스에 대해 매우 유효한 수단으로 쓰여질 수 있기에 그녀의
휴가는 방해받을 때가 많다.
편안하게 휴가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 난처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일에 종사하고 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괴롭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비록, 이 후 아무리 괴로운 일을 겪어도, 아리카는 이 일을 계속하기로 강하게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그것은 어린시절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았던 아리카를, 마음을 읽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
고 인간으로서 마치 자신의 아이와 같이 대해줬던 서장을 위해서였다.
「아, 아리카씨」
라고 한 젊은 부경이 스쳐지나가는 아리카에게 말을 건넨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지만 몇 번 안면이 있는 부경이다.
「뭐죠?」
「서장님이 즉시 자료실에 와달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서장이···?」
「예.」
「그렇지만 방금 전 만났을 때는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
「뭔가, 긴급한 일인 것 같았어요.」
「알았어요. 뭐, 자료실에도 PC는 있으니까... 그쪽으로 갈께요.」
「네, 그럼... 실례합니다.」
「수고해요.」
「네. 아리카 씨도~」
「후훗. 그럼.」
서로 생긋 미소를 주고 받으며 두 명은 그 자리를 뒤로 한다.
아리카는 서장의 갑작스러운 부름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부경이 말한 대로 자료실 앞에
겨우 도착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순간.
벼락에 직격한 듯한 충격이 온 몸을 달려나간다.
아리카는 단 한마디 비명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너무 예상외의 일격.
문이 열리는 바로 그 순간,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개조 전기쇼크건이 뻗어왔던 것이다.
설마, 경찰서 내에 적이 잠복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타인과 동조하여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
었던 것인가.
힘 없이 쓰러지는 순간, 아리카는 자신의 부주의를 후회했다.
앞으로 해야할 대처법을 일순간 뇌리에 띄웠지만, 그 어떤 것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아리카
의 의식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
「응------------?」
살짝 열린 눈꺼풀 사이로 갑작스래 강렬한 빛이 엄습한다.
그 광채에 눈을 살쩍 떴던 아리카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래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여기는.... 어디지...?」
강한 조명이 비추어지고 있는 방.
눈 앞에는 거울이 배치되어 있다.
어쩌면 매직 밀러일지도 모른다.
그 외 이 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추가로 덧붙인다면 이 방 중앙에는 자신이 딱딱한 의자에 앉혀진채 손발이 가죽벨트로 구
속되어 있다는 정도일까.
간결하게 정리한다면, 지금 자신의 상황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안제리카 씨.」
갑작스래 배후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거기에는 조금 여위어 보이는 훨친한 남자가 서있었다.
아시아... 중국인일까?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안광은, 마치 뱀처럼 느껴져 아리카를 불쾌하게 만
들었다.
「뭐, 이제 눈을 떴죠. 이런걸로 구속되어 있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 곧 구속을 제거해 드리죠. 라고 말해도... 당신이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 된 다음이
지만.」
「당신은 마피아인가요?」
「아, 자기 소개가 늦었군요. 전 "룡 비인" 이라고 합니다.」
아리카는 속으로 역시라고 생각했다.
검은 슈트로 몸을 감싸고 정중한 말투를 사용하지만, 몸을 휘감고 있는 분위기는 분명 보
통 사람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은... 그 마약?」
「아니죠. 그 따위 것들은 어찌되도 상관없어요... 어째되어도...말이죠.」
비인의 가늘게 떠진 눈동자로부터는 어떠한 감정조차 읽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리카는 그 안쪽에 숨겨진 눈빛을 보고 한기를 느꼈다. 무언가가 있다.
「그럼------」
「당신이에요. 안제리카 씨. 나의 목적은 당신입니다.」
아리카가 묻기도 전에 비인은 단호히 대답했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죠? 평소 사용하는 약이라도 사용해서 세뇌할 생각?」
「설마요. 그 쪽의 ESP들이 약물 훈련같은 걸 받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요.」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래도 당신과 당신의 힘을 갖고 싶어요.」
「죽어도 싫어. 그리고 나한테는 멋진 그이도 있으니까 당신의 차례는 없어.」
비인은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기묘한 걸음걸이로 아리카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눈 앞에서 보는 그의 얼굴, 아니 분위기는 더욱 더 아리카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저도 이능력자입니다만.... 제 능력은 매우 약하고 용도도 한정되어 있죠.」
「흐음... 어떤 능력인데?」
「당신과 정반대에요. 타인에게 자신의 의식을 주입하는 힘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약해서
부경 한사람에게 전언을 전하게 하는 것 정도의 일밖에 할 수가 없죠.」
「......과연, 저번에는 그렇게 된 일이었군.」
「네. 그렇게 된 거죠. 뭐, 당신을 방심시키기에는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만.」
「그래서, 그 약한 힘으로 뭘 할 생각이죠?」
「당신의 의식을 고쳐써 드리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비인은 아리카의 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육체를 평가하듯이 빨아들일
듯한 눈동자로 응시한다.
아리카는 눈앞에 접근한 비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불리한 자신의 입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뻔뻔스러워 보일정도로 거만한 웃음을 짓
는다.
「아하핫!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그런가요? 정말 바보같은 소립니까?」
「!」
「내 능력으로 정신이 조율되어 결국 당신은 악에 물들어버린다------오싹오싹 하지 않습니
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노노, 알고 있어요. 너무 강력한 당신의 능력은 단지 닿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의사와 상
관없이 상대와 동조해 버립니다.」
「!!」
비인은 자신의 얼굴에 묻어있는 침을 손가락으로 문지른 후,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입 안
으로 넣는다.
「매우 달콤하군요.」
「이... 변태...」
「최고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면 보일 수록 나는 기쁨을 느낍니다.」
또다시 비틀린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비인의 손이 아리카의 이마에 닿는다.
「――――――――――!!」
아리카는 소리없는 비명을 올렸다.
정체모를 무언가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마치 뱀처럼 꿈틀대는 그것은 아리카의 소중한 부분을 파고들어 가는 혀로 주변을 핥아댄
다.
그것은 악에 대한 증오심이라던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자랑스러움, 어린시절의
추억과 정의로운 가치관같은 아리카가 아리카로 존재하기 위한 소중한 것들.
「싫어.... 그만.... 그, 그만둬!!」
뱀이 아리카의 마음 속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을 파악했다.
「하, 하지마!.... 제발.... "그거"에 손대지 마.... 제발!」
두 갈래로 나뉘어진 붉고 날카로운 혀가 독니 사이로 내밀어져 마음을 핥는다.
「하아, 후으으응!」
아리카의 몸이 번민에 떨려온다.
그런 아리카의 반응을 즐기며 비인은 아리카에게 얼굴을 접근해 자신의 긴 혀로 단정한 얼
굴을 핥았다.
그것에 호응하듯이 아리카의 정신에 파고든 뱀은 흉믈스런 입을 크게 열어, 날카로운 독니
를 찔러 넣었다!
「읏....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하얗게 눈을 치뜨며, 매력적인 육체가 절정에 오른듯 거센 떨림을 보인다.
동조같은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난폭하고 격렬한 기세로 자신의 정신이 더러운 진흙과도 같은 어둠에 물들어 간
다.
「아,아,아,아...........!!」
구속도구가 삐꺽삐꺽 격렬한 비명소리를 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독이 아리카의 정신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넘쳐 속이 텅비어버린 눈동자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곧바로 머리속이 새까맣게 물들며 그가 누구인지를 강
제로 인식당한다.
「.....아.....아아.....아...」
자신의 마음 속이 강제로 고쳐쓰여지는 감각은... 괴롭고, 괴롭고도 괴롭고, 너무나도 괴
로웠지만.....
동시에 등골이 떨릴 정도로 이상한 피학적인 황홀감이 자신의 육체에 퍼져가는 것을 느끼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