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66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66 부 **
제 23 장 구은(舊恩;지난날의 은혜) 청산하다 1.
「젊은 시주.. 죄송 하외다..!」
말과 동시에 혜승대사의 손에서 가공할 손바람이 펼쳐져 나왔다.
- 펑.. 펑.. 크아앙..!
어쩔 수 없이 펼쳐내는 장력이라고는 하나 그 위력은 산을 뒤엎고 강물을 거슬러 올리는 듯한
가공할 공력으로 상관명의 신형을 덮쳐왔다.
승부는 가려야 할 일..! 서문인걸의 고함소리에 내키지는 않은 표정이었으나 소림의 무공이 무
시를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혜승대사의 손에서 쌍장이 터져 나왔다. 마치 단 한 수(手)로
결판을 내려는 듯 소림의 절정공력인 대승무상신공(大乘無想神功)을 단전으로 부터 끌어올려
두손에 모아 무시무시한 금강신장(金剛神掌)을 뿌려낸 것이었다.
동시에 상관명의 뒷편 오른쪽에 자리해 있던 서문상현의 손에서도 뇌성(雷聲)을 울리며 섬광같
은 한줄기 뇌전(雷電)의 빛이 뻗어 나왔다.
- 번쩍.. 우르르.. 쉭.. 쉬이잉..!
불가의 신공인듯 하나 서문상현의 손에서 파공음을 내며 펼쳐진 장공(掌功)은, 무림인들의 눈
에 아직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는 불가사의한 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 괴력(怪力)을 지닌
장풍이 서문상현의 손에서 출수(出手)되어 상관명의 머리 위 정수리에 있는 천령혈(天靈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천령혈(天靈穴)..! 맞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그대로 즉사를 하는 사혈(死穴)이었다. 서문상현
은 아들을 위해 일거에 상대를 제거하려 치명적인 사혈을 노린 것이었다.
「헉.. 서문대인..! 너무 잔인한 수법이 아니오..?」
상대에게 예고도 없이 한순간 급격(急擊)한 공격을 가하는 서문상현의 잔악(殘惡;잔인하고 악
독함) 손놀림을 본 혜승대사가 오히려 깜짝 놀라고 있는 사이 상관명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
전에 울렸다.
「으하하하하.. 신성한 불문의 무공에도 사공(邪功)이 있었던가..? 대인어른.. 소생의 목숨을
그리도 취하고 싶소이까..?」
이제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가..? 세 사람, 여섯 개의 눈동자가 상관명을 주시하고 있던 그 순
간 상관명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눈앞에서 사라지고 허공에서 낭랑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훗.. 내 그럴 줄 알았다..!」
서문인걸의 입에서 비웃음이 터지며 보지도 않고 두 손을 들어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오래 전
자신의 면전에서 펼쳐낸 상관명의 무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가 아닌가..! 그때 상관명의
기를 꺽어 놓으려 대승무상신공(大乘無想神功)의 절공을 펼쳤으나 상관명의 옷자락하나 건드려
보지를 못했다. 그 절정의 무공을 지닌 그가 당연히 경공을 펼쳐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해 허공
으로 솟아오르리라 짐작을 하고 있었던 서문인걸이었다.
- 우르릉.. 쿵.. 쾅.. 크아아앙..!
서문인걸의 손을 벗어난 장풍은 낙뢰(落雷)를 동반한 번개처럼 굉음(轟音)을 울리며 여덟 갈래
의 푸른 진기를 뿜어내며 허공에 떠 있는 상관명의 하초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또다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서문인걸은 소림지밀비록(小林至密秘錄)속의 지극절예인 보리신
공(菩提神功)의 내공을 십이분 손에 실어 허공으로 날린 것이었다. 동시에 불영선하등공(佛影
仙下登空)의 신법을 운용해 공중으로 둥실 날아올랐다.
절세비록(絶世秘錄)에 담긴 불문의 신법이기는 하나 이 경공을 익힌 소림의 제자가 그 누가 있
었던가..! 이정제동의 묘리를 담고 있는 신법으로 그 몸이 움직이지 않은 듯 보이며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절정의 신법 불영선하등공을 시전해 허공에 머물고 있는 상관명의 신형
가까이 다가가 또 한 번의 절공을 펼쳐내고 있는 서문인걸이었다.
- 휘이잉.. 번쩍.. 휘르르르르..!
서문인걸의 손바닥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그 손에서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한줄기 바람(掌風)이
상관명의 안면을 스쳐 지나려 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기가 만근의 공력을 내재 하
고 상대에게 은밀히 파고드는 대윤회겁륜장이었다.
- 펑.. 쿠앙..!
무심코 일장을 맞은 상관명은 그 신형이 허공에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아앗.. 오라버니..!!」
멀리서 조마조마 지켜보고 있던 자혜공주의 입에서 먼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빙글 몸
을 돌려 신형(身形)을 바로하며 바닥에 살며시 내려앉는 상관명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흐르
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공주는 상관명의 얼굴에 나타난 미소를 확인
하고는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크하하하.. 어르신..! 과연 고강한 공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려..! 소생, 천하(天下)의 기
재(奇材)라 일컫는 어르신이 펼쳐내는 무공은 어떤가 한번 받아보고 싶었소이다..!」
피할 수 없었던 게 아니었다.
무림제일의 기재가 운용하는 소림 절공을 몸소 경험해 보고 싶은 상관명의 호기가 서문인걸이
시전한 무공을 아무런 방비 없이 한번 받아본 것이었다.
서문인걸은 자신이 필사(必死)의 공력을 실어 펼쳐낸 극강(極强)의 절초를 상관명이 장난스럽
게 받아내고 있자 그 놀라움은 이미 도를 넘어 있었다.
「헛.. 천궁의 무공은 진정 대단하구나..! 상관궁주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궁주와 나.. 둘 중
한사람이 목숨을 다할 때까지 싸울 수 밖에..!」
서문인걸의 고함소리에 오히려 놀란 사람은 혜승대사와 서문상현이었다. 그 주춤한 사이, 상관
명을 향해 악독(惡毒)한 장력을 뿜어내고 있던 서문상현이 손을 멈추고 빠른 걸음으로 서문인
걸의 곁으로 다가왔다.
「천궁이라 했느냐..? 너는 저애의 신분을 소상히 알고 있으면서 그 말을 왜 우리에게 해주지
않았느냐..?」
서문상현의 질책에 서문인걸은 역정(逆情)을 왈칵 내며 언성을 높였다.
「아버님.. 저애의 신분을 안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습니까..! 어서 공격을 해 저놈의 숨통을
끊어 버리지 않고요.. 사부도 빨리 공격을 하십시오..!」
그러나 서문인걸의 고함에도 서문상현과 혜승대사는 비실비실 뒤로 물러나고만 있었다. 그들에
게는 전대(前代)부터 너무도 익히 들어온 천궁의 전설이 아니었던가..! 이제 이 난국의 결말이
서서히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두사람은 한발 뒤로 물러 선 것이었다.
「에잇.. 저리들 비키시오. 내 혼자 감당하리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 두 사람도 이미 자신을 도울 마음을 거두어들인 듯 했다. 이제 서문인걸은
혼자 스스로 모든 걸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될 순간이라 절실히 느껴 마음을 독하게 다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어르신..!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모두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혼자 더 이상은 무리인 듯 하외다..!」
상관명도 서문인걸이 스스로 깨달아 자숙(自肅)할 여유를 만들어 주려 공격을 중단하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서문인걸의 마음은 달랐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치밀하게 계획해온 이 거사를 천궁이라
는 방해물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는 다급한 마음인 것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상관궁주.. 조심하시게..!」
서문인걸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劍)을 스르릉 빼어 들었다. 서문인걸의 입에서 명(明)아라 정
겹게 부르던 호칭이 천궁의 궁주라는, 자신과 대적을 해 결말을 보아야만 할 상대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장 힘겹게 물리쳐야 할 적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서문인걸 스스로의 다짐인 것이었다.
일초(一超), 단 한수(手)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가..! 서문인걸은 이제
마지막 희망을 한 자루의 검에 걸고 무상성검(無想聖劍)을 빼어든 것이었다.
상관명도 서서히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서문인걸의 무공을 익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가 펼쳐
낼 검법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서문인걸도 천궁의 무공을 경험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강호출두이래 자신이 검을 빼어 들
었을 때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무상성검(無想聖劍)으로 마지막 일전을 가름하고 있는 것이
었다.
- 쓰으으윽..!
단지 검집에서 검을 빼어들기만 했을 뿐이었으나 무상성검(無想聖劍)의 검신(劍身)에서 투명한
검광(劍光) 수십 갈래 허공으로 뻗어나, 촘촘한 그물을 이루듯 천라지망(天羅地網)의 검망을
만들고 있었다. 그 검망(劍網)은 한 가닥 한 가닥이 모두 성검(聖劍)의 무형지기속에 보리신공
(菩提神功)의 내공를 내재해 살짝 건들리기만 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
힐 극상(極上)의 공력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하하.. 과연 서문어른이오..! 쯧쯧.. 그 뛰어난 재주를 어찌 스스로의 욕망에 현혹이 되어
썩혀 버리려 하십니까..?」
상관명은 그 자질이 아까워 안타깝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무영능공비(無影陵空飛)의 절정경공
을 펼쳐 훌쩍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품속에 손을 넣어 옥선(玉扇;옥부채)을 꺼내 설렁 설렁 부
채질을 하고 있었다.
「어어.. 이놈이..?」
단 한곳의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드리워진 천라지망의 검망..! 그 한 가닥에 스치기만 해도 목숨
을 잃을 검망이 아닌가..! 그런 검망속으로 스스로 날아오르는 상관명을 지켜보던 서문인걸은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놀라며, 즉시 불영선하등공(佛影仙下登空)의 신법을 이용해 상관명의 신
형 가까이 뛰어올랐다.
상관명은 혹시 그물처럼 널려있는 검망이 장중으로 내려앉아 우연이라도 장중에 어지럽게 움직
이고 있는 많은 무인들이 부상을 당할까 염려하여 서문인걸을 허공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훌쩍 뛰어오른 서문인걸은 마치 천라지망에 갇혀 있는 듯 꼼짝 않고 부채질만 하고 있는 상관
명을 향해 무상성검(無想聖劍)을 앞으로 내질렀다.
- 팟.. 파팍..!
- 쉭.. 쉬이익.. 휙.. 휙.. 크으응..!
번쩍.. 성검의 검광이 일직선으로 뻗어나 갈래 갈래를 이루어 상관명의 삼십육대 요혈 한군데
도 남김없이 파고들어 그 몸뚱이를 산산조각을 내려 휘몰아 들었다.
그러나 태연자약(泰然自若)..!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운 상관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부채질만 계속하고 있었다. 허나 자세히
보면 단순히 부채만 부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그 옥선(玉扇)의 주
위에는 엷은 아지랑이가 맴돌고 있으며 그 아지랑이가 서서히 번져나가 날아드는 검의 빛을 차
단하고 있으며 또한, 천라검망(天羅劍網)을 한 가닥 한 가닥 걷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어허.. 이놈 봐라.. 내 검을 피하지도 않고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더욱 초조해진 서문인걸은 선하등공(仙下登空)의 진기를 모아, 땅을 박차듯 허공 낮은 곳을 흐
르는 구름을 두 발로 구르며 상관명의 머리위로 날아 오른 후 빙글 선회를 하며 손에든 검(劍)
을 휘익..! 상관명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 우우우웅..!
서문인걸의 손을 떠난 무상성검(無想聖劍)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저절로 움직여 그 검신에
날카로운 광채를 뿜어내며 상관명의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검신(劍身)이 저절로 춤을 추는 어형기검(馭形奇劍)의 신기(神技)를 펼
쳐낸 것이었다.
「하핫.. 무극무흔 파천장(無極無痕 破天掌)..!」
그 순간 상관명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 나오며 신형이 스르르 눈앞에서 사라지고 손에 든 옥선
(玉扇)의 끝에서 연록색 기광(奇光)이 번쩍하며 서문인걸의 신형을 향해 번개같이 날아갔다.
강호에 나선 후 단 한번도 십이성 진력(眞力)을 다해 펼쳐 보인 적이 없는 천궁의 절예 무극파
천장(無極破天掌) 한초를 시전한 것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미쳐 날뛰는 서문인걸 검광에 많은 사람들이 그 뻗어나는 어형기검(馭形
奇劍)의 파광(破光)에 부상을 입을 것을 저어하여 단숨에 제압을 하려 한 것이었다.
「어윽.. 이.. 이런.. 으으으으윽.. 끄으윽..!」
옥선의 기광이 뻗어남과 동시에 허공을 선회하고 있던 서문인걸의 신형은 마치 연줄 끊긴 연처
럼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 절박한 순간..!
「아아아악.. 아버님..!」
단상위에서 여인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백영(白影) 하나가 허공을 날아 서문
인걸이 떨어져 뒹굴고 있는 장중으로 절박(絶迫)하게 날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