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姓奴) 모으는 황태자 :: 사막 엘프 토벌대(5)
이미지가 없습니다.
▶[열람중]
성노(姓奴) 모으는 황태자 :: 사막 엘프 토벌대(5) 실시간 핫 잇슈
티엔느가 한참은 어린 주인의 손장난과 자위에 의해서 벌써 몇 번이나 느꼈을 때였다.
"키아아아!"
위기감을 감지한듯한 와이번의 울음 소리에 플립스는 물론, 와이번에 대해 모르는
티엔느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유렉시아, 왜 이래?"
"키아아아!"
이름까지 불러주며 물었지만 와이번은 다시 한번 불안한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도 유렉시아가 왜 울음 소리를 냈는지 알 수 있었다.
"젠장! 와이번 나이트다!"
시야 저 먼 곳에 자신과 같이 와이번에 탑승 했지만 무언가가 햇빛에 반짝여서 갑옷과
무기로 무장 했음을 알 수 있는 존재들이 빠르게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플립스는
유렉시아의 목줄을 길게 잡아 당겼다.
"키아아아아!"
유렉시아가 플립스의 명령을 받아서 창공에서 우는 소리가 울리도록 길게 울었다.
와이번을 조종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멈춰라.", "그만해라." 따위로 약속된 울음
이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도 대답이 왔다.
"키에에엑!"
목소리를 억누르는듯한 거친 울음 소리. "우린 너와 싸울 의사가 있다.", 혹은
"항복하라."라는 뜻이었다.
"망할!"
뜻밖에 위기에 봉착한 플립스는 목줄을 잡아 채면서 유렉시아를 선회 시켰다.
워낙 거체이다보니 급선회가 안되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키아아아!"
이번엔 저 쪽에서 멈추라는 신호를 했지만 플립스는 듣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는 창공에서 와이번 나이트를 만났다는 것은 대단한 위기였다. 야누스의 경우엔
와이번이 용과 비슷하다하여 권위를 생각해 황족만 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륙 국가도
있었다.
그들이 플립스의 출정을 엿보다가 암살을 시도하려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왜냐하면
지금 야누스는 강하고, 플립스는 야누스의 우두머리니까.
쎄에에엑!
저 쪽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아직 사정권이 아닌 탓에 한참은 빗나갔지만
번쩍이며 유렉시아보다 빠르게 앞으로 지나가는건 분명 퀘렐이었다.
"주, 주인님 어떻게 해요?"
이미 자신의 마지막 프라이드까지 버리고 플립스에게 의지하는 티엔느는 울 것 같은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천성이 겁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도망 가는게 상책이겠어. 젠장, 석궁을 가지고 왔어야 되는데. 나도 어지간히 한심하군! 군사들에겐 그리 철저히 긴장하라 일러놓고 정작 내가 전장에서 무기도 소지하지 않다니!"
쎄에에에엑!
이번에는 그들의 머리 위쪽으로 퀘릴이 날아 들었다. 빗나갔지만 첫번째보다는 조금 더
위협적이었다.
"저놈 대체 뭐지? 유렉시아는 야누스에서 아바마마의 슈팅스타 다음으로 빠르고 똑똑한 와이번인데 거리가 벌어지지 않아!"
힐끗 뒤돌아본 플립스가 말했다.
쎄에에엑!
다시 한 대의 퀘렐이 날아 들었다. 이번에는 가까스로 피했다고 할 정도였다. 분명히 적의
솜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듯 했다. 아마도 원래 실력이 좋은데 와이번 위에서 실력 발휘를
못하다가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적응력과 실력이 아닌가?
군영까지는 아직 멀었고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분명히 유렉시아나 뒤에 탄 플립스가 맞는다.
"티엔느."
"네."
"나 지금 저 녀석이랑 싸울테니까 각오해!"
"무, 무기를 가져오지 않으셨다고……."
"아니, 와이번을 조종해서 저 녀석의 와이번과 유렉시아를 육탄전을 벌이게 하겠다고."
티엔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이견을 달지 않았다. 플립스는 다시 유렉시아를 선회 시켰다.
그러자 상대방이 "키아아아아" 하고 다시 한번 멈추라는 신호를 했지만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유렉시아를 전진 시켰다.
후웅! 후웅!
유렉시아의 거대한 날개가 엄청난 기세로 공기를 내리고 눌렀고 원래부터 그랬지만 플립스와
티엔느는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고 숨을 쉬기가 조금 힘들어졌다. 플립스는 기지를
발휘해 가지고 있던 검과 지휘봉을 꺼내들었다. 와이번 위에서의 전투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었지만 활용 가치를 생각 해냈다.
플립스는 상징적인 의미의 지휘봉과 장식용에 가까운 화려한 용조각 검을 좌우로 교차시켜
+모양을 만들어서 티엔느에게 건내주었다.
"티엔느 내 말 잘 들어."
"네, 주인님."
"내가 지휘봉과 검을 교차 시켜서 석궁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어. 지휘봉은 잘 제련된 철로 되어서 은빛에 붉은 수실이 달린 막대기이고, 검 역시 내 권위를 상징하니까 화려하니 쉽게 눈에 띄일꺼야. 이걸 마치 석궁인냥 저 녀석에게 겨눠."
"제, 제가요?"
"그냥 겨누기만 하면 돼! 적이 온다. 어서!"
서로 정면으로 날고 있었기 때문에 티엔느가 해야 했다. 사실 플립스가 생각해낸 방법은
약간의 꼼수지만 이 위기에선 정말 훌륭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와이번 위에서의 싸움은
크기가 작으며 장전해서 쏠 수 있고, 화살도 조그마해서 공기의 저항도 덜 받는 퀘렐을 쓰는
석궁을 주로 이용한다. 간혹 마법을 쓰기도 하지만 와이번의 속도가 빨라 잘 맞지도 않는
데다가 주변 지형이 훽훽 지나가며 머리가 미친듯이 휘날리는 와이번 위에서 캐스팅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드물기에 마법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쪽이 도망가면 쫓으며 석궁을 발사하고, 지금처럼 서로를 향해서 날며 정면승부를 할
경우엔 서로를 거리가 좁혀지는걸 기다리면서 사정권에 들었다고 생각하면 쏜다. 이 때
내가 먼저 석궁을 발사 했는데 저 쪽이 피했다면 십중팔구는 다음턴의 적 공격에 맞는다.
왜냐하면 한번 발사한 석궁은 긴 딜레이가 있고, 그 점을 아는 상대방은 한껏 접근해와서
여유있게 발사할 수 있다. 게다가 와이번은 급선회까지 안되니 전력으로 날다가 뒤돌아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플립스는 그걸 알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들에게 석궁이 없는걸 알고 가까이 접근해서
석궁을 쏠 것을 대비해 검과 지휘봉으로 가짜 석궁을 만든 것이다. 이 쪽에서 석궁이
있는것처럼 하면 아마 적당한 거리에서 쏠 것이며, 천운으로 안 맞길 바래야 한다.
석궁이 있었다면 적의 공격을 안 맞으면 거의 승리하게 되지만 석궁이 없으므로 운이
좋게 안 맞으면 접근해 와이번끼리의 육탄전을 유도해야 한다.
"좋아, 서서히 근접한다. 긴장해, 티엔느!"
그 때 저쪽에서 빛무리가 번쩍이더니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적이 승부수를 뜨운 것이다.
퀘렐이 햇빛에 번쩍이며 길게 날아오는 장면을 와이번 위에서 구경하는건 가히 장관이지만
지금은 그 아름다울을 볼 여유가 없었다.
"악!"
플립스는 멍하니 보고 있는 티엔느의 상체를 내리 눌러서 앞으로 업드리게 했다.
퍽!
그리고 이어서 날아온 퀘렐은 재수 없게도 그대로 플립스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며 엄청난
통증을 유발했다. 그나마 다행이랄 수도 있는것이 상대방의 실력을 감안할때 머리에 맞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상대방도 애초에 머리를 노렸지만 역시 와이번 위인지라
정확히 조준은 못 한것 같았다.
"크으윽……."
"주인님!"
티엔느는 플립스가 자기 대신에 퀘렐을 맞았음을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플립스는 통증을
참으며 차분히 생각했다. 저 쪽에선 아마 퀘렐이 맞았는지 빗나간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역시도 숙련된 석궁수인 플립스는 손 끝에서 퀘렐이 떠나는 감각과 퀘렐이 날아드는
방향만 보고도 감으로 맞을지 안 맞을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저 쪽에선 이 쪽에서 맞은것을
알 것이다. 어쩌면 정확히 뒤쪽에 있는 플립스가 맞았다는 것까지 알 것이다. 어찌 되었건
한번 퀘렐을 발사한 적은 이번엔 육탄전을 준비했다.
플립스는 퀘렐을 맞은 왼쪽팔을 덜덜 떨면서 오른손으로 목줄을 움직여 유렉시아의 고도를
조금 낮게 만들었다. 티엔느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퀘렐이기 때문에 뼈까지 상했지만 박히지 않고 그대로 관통 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무기에 격중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티엔느로써는 어깨에 구멍이 타고 피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나는 플립스가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은 싸움에서 이겨야 했고, 어느새 서로를 알아볼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는
플립스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여자? 거기에 사막 엘프?"
플립스는 뒷통수가 저릿하는 충격을 받았다. 엘프가 어떻게 인간의 군대가 공격함을
알고 자신을 습격한단 말인가? 원래 엘프들은 와이번 나이트가 없다. 그것은 저 사막 엘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결코 다른 동물을 자신의 편리에 이용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할때만 동물과의
친화력을 이용해 잠시 등을 빌리는 것 뿐이다. 와이번은 동물이 아니라 몬스터였지만
엘프들은 그것마저 가능했다.
많은 의문점이 있었지만 일단 싸워야 했다.
"키에에에!
"키에엑!"
두 와이번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밑에서 날던 유렉시아가 위로 쳐올라가며
머리로 박아 버리려 했다. 와이번의 머리엔 굉장히 단단한 뿔이 있어서 좋은 무기가
되었다.
"키엑!"
하지만 와이번 발톱 역시도 황소를 갈가리 찢을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그대로 발톱을
세우며 견제하는 상대방 와이번 때문에 유렉시아가 물러났다. 둘의 싸움을 멀리서 보면
독수리 둘이서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듯 보이리라.
이번엔 사막 엘프의 와이번이 거리를 좁혀오며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공중에서 와이번은
발을 휘두른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내미는것 정도는 가능하고 그 정도만으로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유렉시아는 자신의 발을 마주 들었고 단단한 갑각(거북이 등껍질 같은)에
감싸인 두 와이번의 발톱과 다리가 충돌했다.
티이잉!
우연인지 의도적으로 된 건지 모르겠지만 와이번 둘의 발톱의 정확히 서로의 발톱에
충돌했고 발톱을 마주 대느라 접근한 탓에 가까워진 것을 노려 사막 엘프의 와이번이
연달라 뿔박치기를 시도했다. 영리한 유렉시아는 스스로 고개를 틀며 뒤로 조금 물러나
피해 버렸고 물러나기 무섭게 다시 바짝 거리를 좁히며 자신이 역으로 박치기를 시도
했다. 목을 내미는 큰 동작이 실패한 사막 엘프의 와이번은 그만큼의 공백이 생겨서
피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거의 추락하듯 몸을 밑으로 날리는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박치기를 피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유렉시아의 주 특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다른 와이번은 공중에서 쓰지 못 쓰는 기술. 히지만 유렉시아는 가능한 그
기술, 그것은…….
"유렉시아, 꼬리치기!"
플립스가 절박하게 말하며 목줄을 잡아당겨 꼬리치기를 명령했다. 아래쪽으로 떨어지던
사막 엘프의 와이번은 유렉시아의 발톱 공격이 없자 완전히 피한 줄 알고 방심하고 있었다가
갑자기 검은 꼬리가 따라오듯이 훽하니 날아오니 피할 방도가 없었다.
퍽!
공중에서 거의 몸을 뒤틀며 날린 꼬리치기는 성공이었다. 유렉시아는 곧 중심을 잃고
새가 아닌 나비처럼 허공에서 허둥대며 날개를 마구 펄럭였지만 곧 안전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엄청난 일격을 정확히 얼굴 부분에 맞은 상대방 와이번도 유렉시아처럼
미친듯이 날개짓을 하며 허공에서 비실비실거렸지만 조금씩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의식을 잃는듯 사막 엘프의 와이번이 날개짓이 느리고 힘없어지며 추락 속도는
점점 가속도를 붙기 시작했다.
"악!"
처음으로 엘프도 비명을 지른다는 것을 구경하면서 플립스는 여유있게 유렉시아에게
하강을 명령했다.
쾅!
온 몸이 갑각으로 둘러쌓인 살가죽을 가진 와이번인데다가 높이가 낮아지기 전까지 계속
날개짓을 해 속도를 줄여 놓았기 때문에 내장이 터져 죽지는 않겠지만 꽤 큰 충격을 받았을
법한 충돌음이 들렸다. 그리고 그 위에 타고 있던 사막 엘프는 힘없이 튕겨 나가려다가
하체가 밧줄로 와이번의 몸통과 묶여있기 때문에 상체만 미친듯이 덜렁거렸다. 아마도 저쪽도
의식을 잃은듯 했다.
척!
유렉시아가 굳건한 두 다리를 땅에 내딛으며 하강하자 티엔느가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은
플립스 대신에 줄을 풀어 주었고, 적을 확인하고 포획하기 위해 와이번에 내려서 비칠비칠
걸어가던 플립스는 갑자기 하늘이 돌아가는듯한 느낌의 현기증을 느꼈다. 자신이 출혈로 정신을
잃을것 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플립스는 기절하기 전 지금 가장 필요한 한마디를 가까스로 말할 수
있었다.
"저 엘프 묶어……."
털썩.
추천81 비추천 58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