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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45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제 45 부  **



제 14 장.  자혜궁(慈惠宮)의 연정(戀情) 2.


희미하게 밝아 오는 새벽의 산길을 세 그림자가 허공을 박차며 날고 있었다.
개봉의 자혜궁(慈惠宮)을 떠나 역하정(歷下亭)을 향해 촌음(寸陰)을 아껴 달려가는 상관명의
일행들이었다.
그러나 자꾸만 뒤처져 허덕이는 자혜공주를 돌아보는 상관명의 표정에는 시간이 지체되는 초
조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 학련누님.. 공주의 한쪽 팔을 잡으세요. 」


자신도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다른 한쪽의 겨드랑이 아래를 한 팔로 껴 앉으며 학련에게 공주
의 한쪽을 부축하도록 일렀다.


- 휘익..! 허공을 가르는 소리..!
 
공주를 양쪽에서 부축을 하고, 진기를 모아 허공을 박차는 상관명과 학련..!
그들의 공력을 받아 공주까지도 전광(電光)같이 빠른 비행(飛行)을 계속하고 있었다.


「 오라버니.. 학련언니.. 괜히 저 때문에 두 분이 고생을 하십니다..! 」


굳이 따라나서서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 미안함을 전하는 공주의 마음이었다.
학련이 시익.. 웃는다. 따르지 못하게 해도 동행을 고집했을 공주가 아닌가..? 주군과 함께
움직이기 위하여 그 지엄(至嚴)하다는 황제조차도 밤중에 깨우러 갔던 공주의 마음을 어찌 모
를까..?


「 호호호 공주님.. 말을 하지 마셔요. 진기가 흐트러집니다..! 」


학련이 그 마음을 모두 알고 있으니 염려 말라는 듯 말했다.


「 알았어요 언니..! 」


양쪽에서 팔을 붙들고 격체전공(隔體傳功)을 시전해 자신에게 내공진기(內功眞氣)를 주입시켜
가며 경공(輕功)을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 힘든 운공을 알기에 공주는 더 이상 입을
열 염치가 없어 말없이 날고만 있었다.


어느 듯 눈 아래에는 드넓은 대명호(大明湖) 호수의 출렁이는 물결이 보였다. 그 호반의 남쪽
오리(五里) 쯤의 거리에 있는 아담한 정자 역하정(歷下亭).. 이백(李白)이나 두보(杜甫) 같은
시인이 술을 나누며 시를 읊었다고 하는 그 역하정(歷下亭)에는 상관명을 기다리고 있는 홍련
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 학련누님.. 홍련채주가 벌써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휘 익.. 호반의 수풀위에 내려앉는 인영을 발견한 홍련은 그들이 상관명의 일행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 궁주(宮主)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주님께서도 함께 오셨습니다 그려..! 」


반갑게 인사를 하는 그녀였지만 그 표정은 긴장을 한 모습이 역력했다.


「 홍련채주.. 고생이 많았습니다. 자.. 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고 청자에 올라가 모두
앉읍시다. 」


상관명의 말에 모두 역하정(歷下亭)으로 올라가 자리를 하고 앉았다.


 * * * * * * * * * *


힘들게 달려온 몸들을 추스린 상관명을 향해 홍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궁주님.. 상황이 다급한 것 같아서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서문인걸의 뒤를 쫒았습니다. 그
는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와 대명호(大明湖) 뒤쪽의 계곡으로 사라졌으며 그를 뒤따르던 진양
문(眞陽門)과 소림(小林)의 제자들은 산서성(山西省)의 병주(幷州)로 무리지어 갔습니다. 」


보고 확인한 것을 상세히 설명하는 홍련의 말을 들은 상관명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져 갔다.


「 병주(幷州)로 갔다면 저들이 노리는 것은 국경입니다. 서문인걸이 이곳으로 온 이유도 계
곡의 무사들을 인솔해 병주에 합류하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아마 그 곳 만리장성(萬里長城)
의 뒤 국경너머에서는 이미 어떤 획책(劃策;일을 꾸밈)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산서성(山西省)의 병주(幷州).. 당나라 때는 태원(太原)이라 불리워 졌으며 동쪽은 태행산맥
(太行山脈)과 오대산맥(五臺山脈), 서쪽과 남쪽은 황하강(黃河江) 중류의 협곡, 북쪽은 만리
장성(萬里長城)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서문인걸이 그 장성의 북쪽에 있는 거란(契丹;요국)등 변방의 국가들을 방어하기 위한 요충지
병주(幷州;태원)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그곳에서의 작전이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 주군(主君).. 그렇다면 저와 홍련채주가 먼저 병주(幷州)로 갈까요..? 지금 바로 출발을
하면 어쩌면 구(龜)가 그곳에 당도하는 시간과 거의 일치할 것 같습니다. 」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젖어있는 상관명의 고심(苦心)을 짐작한 학련이 먼저 국경을 살피려는
말이었다.


「 아닙니다. 학련누님.. 여기서 서문인걸의 행동을 살펴본 후 그들이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
보도록 합시다. 여기서 은밀히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면 더욱 상황이 명료해질 것입니다.」


학련이 먼저 간다고 한들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는 대처할 방법을 정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
상관명이 이곳의 동정을 먼저 살피려 한 것이었다.


「 알았습니다. 그럼 저 계곡의 뒤를 염탐을 하겠습니다. 홍련채주님 함께 갈까요..? 」


「 예.. 학련낭자..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계곡 뒤를 살피려 하는 두 사람을 상관명이 손을 들어 말렸다.


「 잠깐만..! 조만간 그들이 계곡을 벗어나 움직일 것입니다. 여기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


여기서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
상관명의 말에 자혜공주와 홍련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상관명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을 발견
한 학련이 두 사람의 의문을 풀어주려 자세히 해명(解明)의 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 공주님.. 홍련채주.. 주군께서는 천청신공(天聽神功)의 공력을 운용해 여기서 그들의 말을
들어보려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그들의 내막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우리가 저들보다 늦게 출발을 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경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달
려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저들보다 국경에 빨리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이신 겁니다. 」


천청신공(天聽神功)이라..! 백리 밖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귀에 들을 수 있다는 절정신공이
아닌가..! 학련의 자상한 설명에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는 상관명을 바라보는 홍련채주와 공
주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혹시 그들보다 늦게 도착해 일을 그르칠까 마음이 조급하여 드린 말씀
입니다. 」


「 저도 마음이 급했습니다. 궁주님..! 궁주님의 깊은 생각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


주군을 앞에 두고 너무 서둔점이 부끄러워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학련과 홍련채주를
보며 상관명이 오히려 위로를 했다.


「 아니외다. 저 계곡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으면 나도 급히 서두를 뻔
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들의 무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


상관명의 일행이 모여 있는 이곳 역하정(歷下亭)과 계곡의 뒤까지는 어림잡아 오리(五理)가
넘는 거리..! 그 먼 곳의 조그만 소리를 듣고 말을 하는 상관명을 홍련채주와 자혜공주는 그
깊은 공력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학련의 얼굴만은 당연하다는
듯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의 시야에 드러난 저 멀리 계곡의 입구에는 한 무리 인마(人馬)가 이동을 하는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주군(主君).. 저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


주군을 향해 돌아보며 말을 하는 학련의 앞에, 눈은 고요히 감겨져 있고 귀를 곤두세운 상관
명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미 그들의 행동거지(行動擧止)를 감지한 상관명이 천청신공(天聽神
功)을 펼쳐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중이었다.


 * * * * * * * * * *


「 서문대인..! 산서성(山西省) 병주(幷州;태원)로 가서 우리들이 착용해야 할 의복은 모두
준비되어 있는 것입니까..? 」


「 예.. 일엽(一葉)문주..! 지금 이 병력들의 것은 모두 준비되어 있소이다. 또한 미리 그곳
에 도착해 있는 무사들은 그쪽과 우리 쪽을 반반씩 나누어 옷을 갈아입고 작전을 개시 했을
것 입니다. 」


서문인걸과 진양문(眞陽門)의 문주 단심도인(丹心道人) 일엽이 나누고 있는 대화였다.


「 우리가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 시작을 했다고요..? 적은 인원으로 혹시 일을 그르치면 어
찌하시려고..? 」


단심도인(丹心道人)의 걱정스러운 말에 서문인걸은 웃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 적진(敵陣)의 혼란만 부추기고 번개처럼 물러나 대기하라고 명령을 했습니다..! 」


「 혼란이라..? 어떻게 말입니까..? 」


「 화공(火攻)이지요..! 소수의 병력이 침투해 불로서 혼란을 일으키고 빠져 나오면 적들은
원인을 알 수 없어 우왕좌왕 할 것이외다. 그 순간 우리의 군력이 피아(彼我)를 동시에 공격
을 할 것이오. 」


「 그렇다면 개봉에 대기한 병력은 언제 움직이게 됩니까..? 」


「 국경을 마주하고 대치하고 있던 송과 거란이 동시에 공격을 받게 되면 양국(兩國)은 서로
를 의심해 군사를 일으킬 것이오. 그렇게 되면 국경의 대군(大軍)은 발이 묶여 쉽사리 이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 순간 항산(恒山)과 오태산(五台山)을 거쳐 태산(泰山)과
숭산(嵩山)을 잇는 봉화(烽火)가 오릅니다. 그 봉화의 수연(燧煙)을 보게 되면 소림에 대기하
고 있던 병사들이 그 순간 개봉을 향해 움직일 것입니다..! 」


 * * * * * * * * * * 


호흡까지 멈춘 듯 꼼짝 않고 앉아있던 상관명이 눈을 번쩍 떴다.


「 앗차..! 그 점을 잊고 있었다. 공주..! 공주는 지금 곧 황궁(皇宮)으로 돌아가야겠소..!」


「 왜..? 왜 그러세요.. 저와 함께 가기로 하시고는..? 」


자혜공주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바라보는 그 말에는 대답을 않고 상관명은
학련에게 급히 말했다.


「 학련누님.. 누님과 홍연채주도 공주와 함께 돌아가십시오. 개봉에 도착하면 즉시 공주는
학련누님과 홍련채주를 대동해 황궁으로 가서 황제폐하를 경호해 주세요. 광진호위에게 일러
두긴 했지만 황제의 주변에 있는 네 명의 어전시위와 광진으로는 부족합니다. 」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하는 상관명을 보며 천청신공(天聽神功)으로 들은 저들의 대
화속에서 급박한 사실을 파악했으리라 생각을 한 학련이 조용히 물었다.


「 주군.. 조정의 일이 급해졌습니까..? 」


「 예.. 학련누님..! 서문인걸은 국경과 조정(朝廷) 두 곳을 동시에 장악하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서문인걸은 국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즉 조정의 거사를 책임진 인물이 있을
것이데.. 그 책임자를 도저히 짐작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학련누님과 홍련채주가 급히
황궁으로 달려가 황제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


「 아아.. 저에게 돌아가라고 한 뜻이 그것이었군요..! 」


자혜공주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말을 하자 상관명이 공주를 돌아보며 당부를 했다.


「 공주.. 공주는 황제폐하께 전해 주십시오. 거사가 끝날 때까지 당황하지 말고 자리를 지키
고 계시되 거사 후의 일은 조급히 서두르지 마시라고 곁에서 조언을 하십시오. 학련누님과 홍
련채주는 황제와 공주의 곁을 떠나지 말고 경호를 하세요. 그리고 학련누님..!」


「 예.. 말씀 하십시오 주군..! 」


「 저들이 거사를 일으키면 추밀원(樞密院)의 수장인 추밀사(樞密使) 조평환의 목숨만은 필히
거두려 할 것입니다. 누님이 조평환을 목숨을 지켜 그를 비연선의의 밀실에 숨겨 두십시오. 」


상관명의 말에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혜공주가 한마디를 던졌다.


「 그런데 굳이 조평환을 우리가 보호해야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온갖 포악한 짓을 다해 백성들을 탄압한 그들 때문에 황궁까지 원성을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한 조정의 대신인 조평환을 살리려 한다..!! 백성에게 뿐만
이 아니라 황실에게도 눈의 가시처럼 보였던 조평환을 무엇 때문에 살리려 하는가..? 그 이유
가 궁금한 자혜공주였다.


「 하하하.. 공주.. 조평환의 부자는 나중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들 입니다. 저들도 조평환
의 세력은 경계를 하고 있지요.」


우선은 조정의 수장은 분명 황보승이 될 것..! 그 조평환을 살려두어 나중 권력의 균형을  맞
추려 하는 상관명의 복안인 것이었다.


 * * * * * * * * * *


상관명이 공주를 황궁으로 급히 돌려보내려 하고 있는 그 시각..!
숭산(嵩山) 소림사(小林寺)의 뒤편 오유봉 위에 있는 천연석굴 달마동(達磨洞)안에는 머리와
수염이 모두 하얗게 변한 한 노인이 서문인걸의 스승인 혜승대사(惠昇大師)와 마주앉아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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