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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19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19 부  **    [수정일. 2006 년 3 월.]



제 7 장.  옥패(玉佩)에 담겨진 연심(戀心) 1.


상관명과 구(龜)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주선진(朱仙鎭)의 한림학사원을 떠나 우왕대(禹王臺)에
있는 비연선원(秘緣仙院)을 향해 산길을 걷고 있었다.


「구(龜)야.. 내가 왜 선뜻 연환서숙(捐幻書塾)을 그들에게 내어 주었으며, 지금을 기회삼아
서문인걸이 군중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말없이 그곳을 떠나온지 아느냐..?」 


구(龜)가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을 했다.


「제가 어찌 주군(主君)의 마음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서문(西門)대인을 시험하고
있는 일이라 짐작하고는 있습니다.」


「하하하.. 짐작을 했느냐..? 지금까지 네가 정성를 담아온 서숙을 그러한 서문부녀에게 쉬
내어주는 것이 아깝지 않더냐..?」


「주군(主君).. 무슨 말씀을..! 오직 주군(主君)을 기다리기 위해 만들어 대대로 지켜왔던
서숙(書塾) 이었습니다. 그 서숙(書塾)을 던져 주군께서 더욱 큰 일을 도모하려 하시는데
아까울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런가..? 이유 한마디 묻지않고 나의 의사를 따라 준 너의 마음이 고맙구나.」


웃음을 가득 머금고 상관명을 바라보고 있는 구(龜)의 얼굴에는 무한한 신뢰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 그동안 함께 지내본 화령(華怜)낭자는 어떠하더냐..?」


「예, 저를 무척 믿고 따랐습니다. 그러나 낭자의 깊은 속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영악한 것 같았습니다.」


「나도 그 낭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욱 영민(英敏;두뇌가 뛰
어남) 할지도 모른다.」


구(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알기로는 상관명이 화령(華怜)을 본 것은 겨우 몇번..! 그 조차도 서문인걸(西門仁杰)
의 곁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화령(華怜)을 보았던 것이 전부가 아닌가..!


「주군(主君)께서 화령(華怜)낭자를 만나본 것은 잠깐 이었는데 어찌 그 성격을 잘 알고 있다
하십니까..?」


「후후.. 함께 지내며 한동안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지..!」


먼 옛날의 기억을 회상하는 듯 하늘 저편을 바라보며 말하는 상관명의 얼굴에는 회한이 스쳐
지나갔다.


「함께 지내며 말입니까..?」


「후후후.. 그렇다네..!」


쓴웃음을 웃으며 입을 닫는 상관명의 표정에 분명 곡절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구(龜)는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두사람이 환담을 나누는 사이 어느듯 비연선원(秘緣仙院)의 전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 * * * * * * * * *


비연선원(秘緣仙院)의 누각, 제궁(帝宮)안 상관명의 집무실인 무원(武院)에는 밝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호호호.. 급히 달려나가신 주군(主君)께서 두 달여 만에 돌아 오셨습니다.」


학련(鶴蓮)의 애교가 듬뿍 담긴 말과 웃음소리였다.


「하하.. 학련(鶴蓮)누님, 누님의 눈에 저는 보이지도 않는가 봅니다.」


구(龜)가 학련(鶴蓮)에게 투정부리 듯 말하고 있었으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완(婉)이 조르르 달려와 차를 따르고 있었다.


「하하하.. 완(婉)아, 너도 그 자리에 앉거라. 그래 학련(鶴蓮)누님, 그간 별일은 없었소..?」


「예, 주군(主君).. 이곳은 여전했습니다. 다만 문하평장사(門下平章事) 황보승(皇甫承)의
자제분 이라는 황보정(皇甫程) 공자가 가끔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것을 외에는 항상 평온한
날들 이었습니다.」


「허허.. 그 어리석은 인간이. 아니, 그날 잠깐 스쳐지나며 본 그의 눈동자에는 지모가 가득
담겨져 있는 청년 이었소..! 비록 권세는 많이 잃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직은 황궁의 제일가
는 관직이라고 그 아비의 위세를 등에 업고 행패를 부리다니. 그놈 또한 권력의 맛에 젖어 있
는 놈이던지 아니면 생각을 속깊이 숨기고 있는 사람일거외다. 학련(鶴蓮)누님.. 그놈이 또다
시 나타나면 잘 다독여 백성을 위해 할일이 무엇인가를 알아듣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구려.」


「알겠습니다. 주군(主君)..!」


권세를 믿고 백성위에 군림 하려는 모습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오르는 상관명의 마음
이었다.
그러나 잘만 교육하면 알아 들을 만한 소양과 학식을 간진 인물이기에 학련(鶴蓮)에게 단단히
당부를 한 것이었다.


차를 한잔 마신 후 상관명이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학련(鶴蓮)누님.. 그리고 구(龜)와 완(婉)아도 잘 들어라..! 잠깐 중원을 돌아본 결과 지금
천하의 형국(形局;형세와 국면)은 어지러워 질 대로 어지러워져 있었다. 조정은 백성을 핍박
하고 권력을 쥔 사람은 그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욱박지르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이 어지
러운 시국을 틈타 호시탐탐 천하를 손아귀에 쥐려는 간웅(奸雄)들도 서서히 그 세력을 넓히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상관명이 갑자기 심각한 어조로 강호의 정세를 말하기 시작하자 모두 긴장을 했다.


「또 하나 불안한 형세는, 이러한 움직임에 무림인(武林人)들도 편승을 하기 시작 했다는 것
이다. 이미 숭정방(崇正邦)은 조정에 붙어 기생(寄生)을 하기 시작했다.」


「주군(主君).. 그렇다면 강호의 또 다른 방파의 움직임도 파악된 것이 있습니까..?」


학련(鶴蓮)의 물음에 상관명은 고개를 끄득이며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예, 학련(鶴蓮)누님..! 강호의 다른 한 곳 진양문(眞陽門)과 산동성(山東省) 태안(泰安)의
제갈세가(諸葛世家)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소이다.」


구(龜)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


「그 문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요..?」 


「그들 문파가 조만간 소림(小林)과 합세를 할 듯 하다. 그러나 그 문파들의 연합보다 더욱
두려운 존재는 그들의 가운데 서서 그 문파들을 조종하고 있는 인물이다.」


상관명의 분석에 그 자리에 앉아 듣고 있던 학련(鶴蓮)과 구(龜) 그리고 완(婉)아 까지 긴장
을 늦추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


구(龜)가 그러한 사실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에 자책을 하며 상관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군.. 연환서숙의 일에만 매여 있다 보니 미처 강호의 정세에 소홀했습니다.」


「아니다. 너에게는 연환서숙의 일에만 치중하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구(龜)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그 조종을 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는 파악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으음.. 내 짐작이 맞다면..! 그러나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더욱 철처히 주변을 살펴볼
수 밖에..!」


구(龜)도 짐작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득였다.


「구(龜)야.. 너와 주군(主君) 두사람만 짐작하고 말 안해 줄거야..!」


상관명은 학련(鶴蓮)이 투정 부리듯 나서는 것을 만류하며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하하.. 누님, 이곳에서 서문(西門)대인과 자혜공주(慈惠公主)가 대면하던 날 내가 공주의
대답을 만류하던 일을 생각하면 짐작을 할 것이오. 그 보다 지금 조정에는 그 존재가 골치거
리인 집단이 하나 남아 있소이다.」


「조정에 공주의 세력 말고도 또 귀찮은 존재가 남아 있습니까..?」


학련(鶴蓮)의 물음에 상관명은 모두를 향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누님.. 조정안의 세력이 아니고 조정이 짐스러워 하는 단체가 하나 있지요. 백련채(白蓮菜)
입니다. 조정의 입장에서 보면 계륵이지요. 조정은 그 백련채(白蓮菜)가 혹세무민(惑世誣民)
을 하는광교(狂敎)의 집단이라 매도하며 뿌리채 없애려 하고 있으나 기실은 그것이 아닙니다.
백련채(白蓮菜)의 채주는 홍련(紅蓮)이라는 여인이며 그들은 미륵을 신앙하고 주로 천태의 교
의에 뿌리박아 보(普), 각(覺), 묘(妙), 도(道)의 네 강령을 세워 민초를 일깨우고 무지한 백
성을 교화하여 조정의 잘못을 백성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백련채(白蓮菜)의 교화
에 몽매한 백성들이 무지를 깨닫고 조정에 반기를 들까 염려하여 그들을 광교(狂敎)로 매도하
여 없애려 드는 것이지요.」


상관명의 설명을 모두가 알아 들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득이고 있었다.


「주군(主君).. 이제 강호 세력들이 합종연횡(合縱連衡)을 하는 그 윤곽이 대강은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龜)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상관명이 단호한 어조로 세사람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모두들 깊이 명심하시오. 학련(鶴蓮)누님.. 누님은 완(婉)아와
함께 이 비연선원(秘緣仙院)에 드나 드는 조정의 인물과 강호의 각 방파 무림인들의 동향을
철저히 살피 주시오. 특히 황보정(皇甫程)이라는 그 청년을 자세히 살펴 그가 어떤 생각을 품
고있는 인물인지 알아보십시오. 우군이 될지 적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 단순한 인물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구(龜)는 서문인걸(西門仁杰)과 화령(華怜)낭자와 더욱 유대를 강화하여 그
들의 움직임을 철저히 파악 하도록 하라..!」


「그럼 주군(主君)께서는 어디에 계실 것입니까..?」


급히 연락을 할 일이 생기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하는가 상관명의 위치를 묻는 물음이었다.


「당분간 나는 이 선원의 제궁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구(龜)아우도 이곳을 멀리
벗어나지 말고 항상 나와 긴밀히 소식을 주고 받아야 할 것이다.」


「예, 주군(主君)..!」


 * * * * * * * * * *


구(龜)가 비연선원(秘緣仙院)을 떠나 주선진을 향해간지 벌써 여러날이 흘렀다.


소식이 궁금한 듯 상관명은 제궁의 앞뜰에 피어있는 화초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금쯤 구(龜)가 올 때가 되었는데..!」


분명 일을 벌릴 것이라 짐작하며 상황을 살피러 보낸지가 보름 가까이 지나 이제나 소식이
올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다다다다닷..!


갑자기 상관명이 있는 제궁(帝宮)을 향해 누각의 석교(石橋)를 달려오는 발자욱 소리가 요란
하게 들려왔다.


「주군(主君).. 급한 소식 입니다.」
   
제궁(帝宮)입구의 문이 왈칵 열리며 학련(鶴蓮)이 뛰어 들었다.


「학련(鶴蓮)누님.. 무슨 급한 일이오..?」


「예, 주군(主君).. 방금 선원(仙院)의 손님인 조정관리들의 입에서 나온 소문입니다. 한림
학사원(翰林學士院)에 불이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몽땅 타 버렸답니다.」


「헉.. 방화(放火;일부러 불을 지름)구나..! 그래, 어찌 되었답니까..?」


직감적으로 누군가가 불을 지른 것이라고 느낀 것이었다.


「학사원(學士院)의 뒷채에서 불이 일어나 순식간에 학사원(學士院)의 전체로 번져 재만
남았다고 합니다. 학사원 주변에는 그 곳의 백성들이 기쁨에 들떠 춤추고 환호성을 지르며
만세를 부르고 있답니다.」


「그래요..? 더 자세한 소문은..?」


「주군(主君), 제가 들은 말은 이것 뿐입니다. 다시 나가서 더 자세히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상관명은 되돌아 나가려 하는 학련(鶴蓮)을 제지하며 말했다.


「하하.. 학련(鶴蓮)누님 잠깐만 계셔보시오. 곧 구(龜)가 자세한 소식을 가지고 이곳에 나타
날 것입니다. 오.. 왔구나..!」


상관명의 직감이 틀림 없었다.
그 순간 석교(石橋)위로 구(龜)의 신형(身形)이 휘익.. 날아 내린 것이었다.


「구(龜) 왔느냐..! 기다리고 있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 이었더냐..?」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묻는 상관명을 바라보며 구(龜)가 피식 웃는다.


「예, 주군(主君).. 짐작하신 그대로 입니다.」


구(龜)가 대답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어.. 학련(鶴蓮)누님도 여기 계셨구려.. 급한 마음에 문을 놓아두고 한걸음으로 담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래.. 수고했구나. 나도 방금 주군께 학사원(學士院)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왔단다. 그런
데 서문인걸(西門仁杰)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두사람사이 오가는 말에 궁금증이 생긴 학련(鶴蓮)이 구(龜)를 바라 보았다.


「하하.. 누님.. 구(龜)에게 차나 한잔 주시구려..! 숨이나 돌린 후 자세히 들어 봅시다.」


「호호호.. 그래, 구(龜)야.. 내 금방 차 끓여 올테니 자리에 앉거라.」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학련(鶴蓮)이 가져온 뜨거운 차를 한모금 입술에 적신 구(龜)
가 입을 열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던 중 달빛 한줄기 비추지 않는 한밤중에, 서숙을
나서는 그를 뒤 쫓았습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이 당도한 곳에는 소림의 지덕대사(智悳大師)
와 지공대사(智供大師)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세사람이 귓속말로 무엇인가 얘기를
나누더니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담을 넘어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학사원의 뒷채
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삽시간에 불길이 학사원(學士院)의 전체를 삼키고 말았지요. 그리고
그들은 신속히 그 자리를 피해 사라져 버렸습니다.」


상황의 설명을 듣고 있던 상관명은 말없이 고개만 끄득이고 있었다.


「다음날 모른 척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난 서문인걸(西門仁杰)은, 불에 모두 타버린 학사원을
구경하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든 군중들을 향해 학사원이 불탄 것은 조정의 학정을 하늘이 심
판을 한 것이라 말하며 학사원이 사라진 이상 이제부터는 연환서숙(捐幻書塾)이 인재의 양성
에 앞장을 설 것이니 자신을 믿고 도와 달라고 군중들을 선동하고 있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었겠구나..! 그리고는..?」


「예, 주군(主君).. 그 자리를 수습하기 위해 황궁(皇宮) 혈잠령(血潛領)의 무사들이 달려와
군중들을 해산시키려 했으나 서문인걸(西門仁杰)이 군중들을 앞을 막아서며 보호하고 있었습
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이 군중들의 구세주가 된 것이지요. 혈잠령두(血潛領頭)유극관(劉克
官)이 서문인걸(西門仁杰)과 대치를 하다가 많은 군중들이 서문인걸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앞
을 막아서자 어쩔 수 없이 서문인걸에게 군중들의 준동을 막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혈잠령(血
潛領)의 무사들이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뒷일을 수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군중
들이 보고는 과연 서문인걸(西門仁杰)은 황궁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큰 인물이라 여기고 박
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랬었구나..! 서문인걸(西門仁杰)은 군중들의 신망을 한층 더 받겠구나. 그러나 그사람의
진정한 복심(腹心;숨겨진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유극관과 혈잠령의 무사들도 끝내 화재의 원인은 밝혀 내지를 못한 듯 합니다.」


구(龜)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있던 상관명이 문득 깨달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 그들도 그자리에 나타나겠지. 구(龜)야, 급히 달려온다고 힘들었겠지만 지금 즉
시 나와 함께 그곳으로 다시 가야겠다..! 따르라..!」


 * * * * * * * * * *


자혜공주(慈惠公主)가 분명 그곳에 나타나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구(龜)를 재촉해 가며 절정의 경공(輕功)을 펼쳐 날고 있는 두사람의 눈아래에는 수목(樹木)
들이 휙.. 휙..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힘드느냐..?」


마음이 급한지라 구(龜)를 배려 하지도 않고 날던 상관명이 자꾸만 뒤로 쳐지는 구(龜)를 뒤
돌아 보며 앗차.. 싶은 마음에 물었다.


「괜찮습니다. 주군(主君)..!」


「내손을 잡아라..! 함께 날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구(龜)의 손을 잡아 격체전공(隔體傳功)의 수법으로 내공을 전달하며 한층 경공(輕功)에 박차
를 가하여 날았다.


오랜시간 허공을 날아 이극고 당도한 주선진(朱仙鎭)의 하늘..! 눈 아래로 보이는 언덕위로


- 휘이익.. 휙.. 펄럭..!


눈 아래로 보이는 언덕위로 두사람은 가볍게 내려 앉았다.
넓은 장원에 우뚝 서있던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 흔적도 없어지고 이
제는 잔열(殘熱)만 남아 흰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혈잠령(血潛領)의 무사들도 철수를 하고 없었고 웅성거리는 군중들 사이에
웃음띤 얼굴로 서문인걸(西門仁杰)과 화령(華怜)낭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열댓걸음 떨어진 자리에 낮익은 얼굴이 폐허가 된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을 둘러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와 있었구나..!」


낮익은 얼굴들.. 아니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그 여인.. 자혜공주(慈惠公主)와 공주의 호위
(護衛)무사인 광진(光振)이 한림학사원을 둘러 보고는 서문인걸(西門仁杰)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구(龜)야.. 가까이 가보자..!」


두사람은 휙.. 몸을 날려 그들의 앞에 내려섰다.


「노고가 많으십니다. 서문(西門)어르신..!」


인사를 하며 다가서는 상관명을 바라본 서문인걸(西門仁杰)은 의외의 출현이라는 표정으로
상관명을 맞이했다.


「공자께서 여기를 어찌 알고 오셨습니까..? 오오.. 구(龜)공자께서 모시고 오셨구먼..!」


구(龜)를 돌아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관명이 어슬렁 자혜공주(慈惠公主)의 앞으로 다가섰다.


「공주께서도 이곳의 상황을 살피러 오셨습니까..? 광진(光振) 호위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가온 상관명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공주의 곁에 서있는 광진(光振)은 이 청년이 왜 여
기에 나타 났는가..? 의아해 하면서도 인사를 나누었다. 허기야.. 기산의 위급한 순간에 나타
나 자신들을 동령석굴(同靈石窟)로 데려가 해독(解毒)을 시켜 목숨을 구해준 상관명이었으나
흰 면포로 복면을 해 얼굴을 숨기고 도움을 주었던 그를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두분 공자도 오셨습니다 그려..! 공주마마께서는 이곳의 화재 때문에 혹시나 백성들이 불안
해 하지 않을까 위무차 오신 것입니다.」


「예, 당연히 그리하셔야 겠지요. 다행히 서문(西門)대인께서 군중들을 잘 달래고 있는 것 같
습니다.」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모두 한자리로 모여 들었다.


상관명이 서문인걸(西門仁杰)의 곁으로 다가서며 한마디를 던졌다.


「서문(西門)어르신, 과연 대단 하십니다. 한순간에 이곳의 민심을 모두 얻었습니다그려..!」


이 어리석은 공자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잠시 당황한 서문인걸(西門仁杰)은 그러나
웃음을 머금고 대답을 했다.


「허허허.. 과찬입니다. 다행히 내가 화재를 먼저 발견을 해 군중들의 소란을 잠재울 수가 있
었지요..!」


상관명이 한마디를 더 던졌다.


「서문(西門)어르신..! 이제 연환서숙(捐幻書塾)이 더욱 큰 가치를 발(發)하게 되었습니다.」


「허허.. 공자께서 배려한 덕이지요. 다행히 화령(華怜)이 연환서숙을 지키고 있어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문인걸(西門仁杰)은 그렇게 대답을 하며 자혜공주(慈惠公主)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공주님.. 저 두분 공자가 연환서숙을 저에게 양보를 하여 지금 이 긴요한 순간에 백성의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이제
화재의 현장은 대강 살펴 보았을 것이니 가까이에 있는 서숙으로 가셔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연환서숙을 들먹여 오래 전 비연선원 회합에서의 제안을 공주도 받아 들이라는 무언의 압력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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