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18 부
** 낭만백작著/ 서검연풍록 (書劍戀風錄) 수정편 제 18 부 ** [수정일. 2006 년 3 월.]
제 6 장. 해후(邂逅), 오랜 세월의 만남 3.
개봉(開封)의 명승지 주선진(朱仙鎭)아래에 있는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마당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유희(遊戱;장난)를 벌리듯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 못된 년..! 감히 누구 앞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있느냐..?」
그 앞에서 부들부들 떨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하고 서있는 여인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는
남삼(藍衫)차림의 청년은 그 여인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년.. 내가 무엇이 궁해 너의 돈을 훔쳐 가진단 말이냐..? 이제 네년은 나를 도둑으로
몬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어야 할 것이다.」
남삼(藍衫)청년의 주변에는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학동(學童)들이 빙 둘러서서 서로
마주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이제 막 피어나는 꽂의 봉오리같은 청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여인은 한림학사원(翰林學士
院)의 앞을 지나다 남삼(藍衫)청년과 스치며 부딪힌 것이었다.
그 순간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주머니가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그 주머니를 남삼(藍衫)청년이
집어들고 모른 척 학사원(學士院)의 마당으로 뛰어 들었고 여인은 주머니를 돌려 받기 위해
그의 뒤를 쫒아 학사원으로 달려 들어간 것이었다.
종종 이곳에는 이렇게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원생(院生)들이 무고한 부녀자 들을 유인
해 학사원 마당으로 끌고 들어와 강제로 음행(淫行;음란한 짓)을 저질러 백성의 원성(怨聲)을
사는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 했다.
그러나 서슬퍼런 권력의 힘에 억울함을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그저 참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년.. 이 어른이 누군신줄 아느냐..?」
겁을 잔뜩 집어 먹고 벌벌 떨고 있는 여인을 향해 남삼(藍衫)청년의 곁에 서있던 문사(文士)
가 말했다.
「이 어른은 조정의 추밀원(樞密院)의 수장인 조평환(趙平換)어른의 아드님이신 익균(益均)
공자님 이시다. 이렇게 고귀하신 공자가 네년의 돈주머니를 강탈했을 리가 있느냐..! 어서
사죄드리고 그 죄값으로 공자께서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할까..!」
뻔한 일이었다.
올가미를 씌워 꼼짝 못하게 만들어 여인의 몸을 노리개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이 공자가 조평환(趙平換)의 아들이든 조익균(趙益均)이든 나는 그런 것은 모른다. 다만
뺏아간 나의 주머니만 돌려 받으면 된다.」
그러나 여인은 벌벌 떨면서도 굽히지 않고 조익균(趙益均)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년이..! 여러분 모두 옆으로 비켜 서시오..!」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고분거리지 않는 여인의 발악에 머리 끝까지 화가 오른 조익균(趙益均)
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빼어들며 소리쳤다.
「이얏..!」
- 휙.. 휘리릭..!
기합소리와 함께 검기(劍氣)가 여인의 앞가슴을 향해 뻗어갔다.
「악..! 아아악..!」
여인은 날아드는 칼날에 놀라 눈을 찔끔 감았다.
「어.. 어어엇..!」
직도황룡(直道黃龍;칼을 위에서 아래로 똑바로 내려치는 검법)의 초식으로 여인을 그어버린
것이었다.
주변에 둘러선 학사원(學士院)의 원생(院生)들 눈에는 여인의 몸이 수직으로 갈라져 두동강이
가 나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여인의 앞가슴을 향해 날아간 검기(劍氣)는 여인이 입고 있던 옷을 양단(兩斷)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劍)날이 여인의 가슴에 이르러 그곳에서 고간(股間;두 다리의 사이)의 아래까지 수직
으로 내려친 검기(劍氣)에 여인의 속옷까지 일직선으로 베여져 여인의 옷은 천천히 양옆
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 스르르르..!
옷자락이 양옆으로 열리며 여인의 투명한 나신이 눈앞에 드러나고 옷은 땅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크흐흐흐.. 이년..! 속살은 제법 부드럽구나..!」
여인을 바라보고 있는 조익균(趙益均)의 눈동자에는 욕정(慾情)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여보게들.. 이년을 고방(庫房;창고)로 데리고 가자.」
조익균(趙益均)의 말에 실실 웃음을 흘려가며 주변에 둘러서 있던 원생(院生)들이 여인을
질질 끌다시피 고방(庫房)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고방(庫房)의 문을 걸어 잠근 후 여인의 나신(裸身)을 고방의 한구석에 놓여진
탁자위에 누이고 양팔과 두다리를 노끈으로 묶어 탁자에 걸쳐 놓았다.
탁자위에 반듯이 뉘여져 적나라 하게 드러난 여인의 나신..!
봉긋하게 솟은 젖무덤..!
가운데 앵두처럼 돋아난 젖꼭지..!
그리고 고간 깊은 삼각의 언덕위에 하늘거리는 검은 수풀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여인의
발가벗은 몸은 아름다운 색향(色香)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나신(裸身)에는 수치심에 잔잔한 경련이 물결처럼
일고 있었다.
주변에 몰려든 원생(院生)들이 여인의 벗은 몸을 이곳 저곳을 만지고 쓰다듬으며 키득거렸다.
거친 손길이 유방을 스쳐 지나가고 억센 손아귀가 고간을 파고 들어 은밀한 계곡을 희롱할 때
마다 여인은 자지러지듯 놀라며 손길을 피하려 움찔거렸다.
그러나 겨우 몸을 조금 비틀어 피하려는 흉내만 낼뿐 팔다리가 묶여져 있어 더 이상 움직일
곳은 어느 한구석도 없었다.
「제.. 제발, 그만.. 공자님..! 저.. 저는 돈주머니를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공자님께서
주머니를 가져 가시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놓아 주십시오..!」
여인은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두려움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사정을 했다.
「크흐흐.. 잃어버린 사실이 없다고 했느냐..? 그렇다면 이 공자를 무고(誣告)한 죄를 당연히
치루어야 겠구나..!」
조익균(趙益均)이 바지자락을 아래로 내리며 만면에 희색(喜色)을 띠고 여인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천천히 다가갔다.
* * * * * * * * * *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에서 한마장 정도 떨어져 있는 연환서숙(捐幻書塾)의 앞뜰에는 세사
람의 인영(人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서숙(書塾)의 문앞으로 백의서생(白衣書生)이 한가한 걸음걸이로 휘적휘적 다가갔다.
「엇.. 주군(主君)..! 주군께서 어인 일입니까..?」
구(龜)가 다가온 서생(書生)을 알아보고는 반가움이 앞서 한걸음에 대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구(龜)아우.. 그 동안 별일 없었는가..?」
「예, 주군(主君).. 그동안 주군의 명(命)을 성실히 행(行)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렴.. 어련하겠지. 그래 서문(西門)아가씨도 이곳에 계시는가..?」
「예, 주군(主君).. 서문(西門)아가씨의 아버님도 지금 서숙(書塾)에 함께 계십니다.」
「오.. 그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두사람이 연환서숙(捐幻書塾)의 문을 들어서자 서숙의 앞뜰에서 서성이던 서문인걸(西門仁杰)
의 부녀가 상관명을 알아보고는 앞으로 다가왔다.
「서문(西門)대인도 여기 계셨습니다 그려..!」
상관명이 인사를 하며 바라보자 서문화령(西門華怜)도 아는 체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공자님..!」
「서문(西門)아가씨.. 오랜만이외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구(龜)는 상관명이 이곳을 찾은 일이 궁금한 듯 물었다.
「주군(主君).. 저에게 하명(下命)하실 일이라도 있으신지..?」
「하하하.. 구(龜)아우.. 뭣이 그리 급한가.. 우선 따뜻한 차나 한잔 주게나..!」
「이런.. 이런.. 죄송합니다 주군(主君).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도대체 서문(西門)부녀는 이들 두사람이 하는 행동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 어리숙한 청년을 향해 구(龜)공자는 지극으로 존경심(尊敬心)을 나타내고 있다.
도저히 그 연유를 알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 연환서숙(捐幻書塾)을 자신들에게
맡기라고 명(命)한 구(龜)공자의 주군이기에 고마움을 나타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서문인걸(西門仁杰)과 화령(華怜)도 구(龜)의 뒤를 따라 내실로 들어섰다.
「일전에 대인의 서문가(西門家)에 드나들던 대인의 지인(知人)들이 큰 곤욕(困辱)을 치루었
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괜찮으신지..?」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고 물끄러미 서문인걸(西門仁杰)을 바라보던 상관명이 한마디를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도 모르는 일을 말하고 있는 상관명을 서문화령(西門華怜)이 힐끗 쳐다 보았다.
(엇..! 이곳 개봉(開封)에서 멀리 떨어진 낙양(洛陽) 서문가(西門家)의 일을 이 멍청한 청년
이 어찌 알고 있는가..?)
이곳에 있는 딸 화령(華怜)도 알지 못하는 일..! 신속하게 수습을 한 후 급히 소림(小林)을
다녀 온 것이 아니었던가..!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 영문을 알 수 없어 하는 서문인걸(西門仁杰)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을 감추며 겉으로 태연한 척 대답을 했다.
「허허..!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금방 수습이 되어 안정(安定)을 되찾았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아참..! 일전에 자혜공주님과 비연선원에서 말씀을 나눈 후 대
인어른께서는 급한 볼일이 있으시다고, 화령(華怜)아가씨만 구(龜)와 동행을 하게 하시고는
다른 곳으로 행차를 하셨지요. 그때의 그 볼일은 잘 마무리 하셨는지..?」
그 순간 서문인걸의 눈에는 기이한 빛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상관명은 그러한 서문인걸의 표
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아하.. 본인이게 서숙을 쾌히 넘겨주신 공자의 면을 보아 당연히 내가 구(龜)공자와 동행을
해야 마땅했으나 그일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구(龜)공자와 동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그날의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두사람이 나누는 말에 귀를 귀울이며 마주보고 있는 구(龜)에게 상관명이 말했다.
「구(龜)야.. 이제 서문(西門)낭자에게 이 서숙(書塾)을 완전히 맡겨도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서문(西門)대인께서도 자주 오셔서 도와주고 계시니 이제 이곳 일은 모두 두분께
일임하고 나와 함께 돌아가도록 하자..!」
서문인걸(西門仁杰)이 황급히 나서며 사양을 했다.
「아닙니다 공자님.. 구(龜)공자가 우리 화령(華怜)을 도와주고 있으니 그래도 이 서숙(書塾)
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단지 인사일 뿐이라는 것이 그 표정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서문(西門)어르신.. 화령(華怜)낭자의 재능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龜)와
함께 지내며 충분히 서숙(書塾)의 사정을 파악을 했으리라 믿습니다. 구(龜)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구(龜)는 이미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고자 하는 상관명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예, 주군(主君).. 화령(華怜)낭자의 능력이라면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알았다. 그럼 이곳은 서문(西門)어른께 맡기고 우리는 서둘러 출발하도록 하자..!
서문(西門)어르신.. 그리고 화령(華怜)낭자, 이제 이 연환서숙(捐幻書塾)은 두분의 것입니다.
모쪼록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진력(盡力;있는 힘을 다함)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작별을 고(告)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서숙(書塾)의 앞 큰길이 시끄러워 지며 한무리
달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구(龜)야.. 따르라..!」
서숙(書塾)을 나서는 상관명의 뒤를 서문(西門)부녀도 뛰를 따랐다.
* * * * * * * * * *
분노한 군중(群衆)들은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 고장의 여염집 규수(閨秀)가 저자를 다녀 오다 납치되어 한림학사원으로 끌려 갔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학사원으로 우루루 몰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군중들의 뒤를 상관명과 구(龜)가 빠른 걸음으로 따르고 서문(西門)부녀 역시 무슨일인가
궁금해 하며 급히 한림학사원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아악.. 아아악..!」
한림학사원이 있는 방향에서 여인의 찢는 듯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귀를 파고 들었다.
비명을 듣자마자 땅을 박차는 상관명과 구(龜) 보다도 더욱 빠르게 서문화령(西門華怜)의
부녀가 휘익.. 몸을 날렸다.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의 정문을 지나 마당안으로 달려드는 상관명 일행의 귓속으로 또다시
여인의 비명이 울렸다.
「아악.. 악.. 끄으으윽..!」
숨이 넘어 가는 듯한 비명소리 였다.
「어디냐.. 비명이 울리는 장소가 어디냐..?」
고방(庫房;창고)의 앞에 사람들이 웅성 거리고 있는 광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음.. 저곳이구나..!」
고방(庫房)안에서 불미스러운이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모두가 생각하는 그 순간..!
화령(華怜)이 고방(庫房)을 향해 날아 들었다.
- 쿠앙.. 쿵쾅.. 우지끈..!
닫겨져 안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던 고방의 문짝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며, 고방(庫房)가까
이 다가간 사람들의 눈속에 그곳의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하복부에는 겁탈당한 흔적이 벌겋게 남아 탁자위에 거의 혼절하다시피 파김치가 되어 누워
있는 발가벗은 여인..!
그 주위에 게걸서러운 표정을 하고 여인의 나신(裸身)을 바라보고 있는 원생(院生)들..!
그 여인의 앞에서 바지를 주섬주섬 올리고 있는 남삼(藍衫)청년..!
그 어지러운 실내에서 앙칼진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뛰어든 화령(華怜)의 호통소리
였다.
「이.. 이것들이.. 무엇하는 짓이냐..!」
- 짝.. 짝.. 짝짝..!
뺨을 후려치는 소리가 고방(庫房)을 울렸다.
「어억.. 누.. 누구냐..?」
남삼(藍衫)청년의 얼굴에 벌겋게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
갑자기 날아든 화령(華怜)에 의해 순식간에 양볼에 불이 날 정도로 얻어맞은 남삼(藍衫)청년
이 혼비백산(魂飛魄散)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 백주 대낮에 그것도 학문(學問)을 익히는 이 학사원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이년이.. 네년이 나의 뺨을 때렸느냐..? 이년.. 내가 누군줄 알고..!」
옆에 놓인 검을 집어 들고 앞으로 달려드는 남삼(藍衫)청년을 향해 화령(華怜)은 한손을
앞으로 내밀며 고함을 질렀다.
「이 짐승만도 못한놈..! 내.. 너의 아랫도리를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겠다.」
가까이 다가온 서문인걸(西門仁杰)이 엉겁결에 화령(華怜)의 앞으로 달려들고 있는 남삼
(藍衫)청년을 한동안 바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화령(華怜)아, 손을 거두어라..! 허허.. 그대는 추밀사(樞密使) 조평환(趙平換)의 아들인
익균(益均)이 아닌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조익균(趙益均)이 마음의 평정을 조금은 되찾으며
앞으로 나섰다.
「대인께서 저를 알고 있습니까..? 예, 그 어른이 저의 가친(家親)입니다. 이년..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겠지..! 네년도 저 여자처럼 내가 귀여워 해주마..!」
그 사이에 마을사람 들은 우루루 이곳에 달려와 수근거리며 빙둘러 서 있었다.
조익균(趙益均)은 그 마을 사람들을 한바퀴 휘둘러 보며 화령(華怜)을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그런 조익균(趙益均)을 가여운 듯 바라보던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입에서 노호(怒號)가 터져
나왔다.
「이 실성한 놈..! 그렇지 않아도 한림학사원의 폐해(弊害) 때문에 온 백성이 치를 떨고
있건만..! 어서 돌아가지 못할까..? 가서 네놈의 아비에게 전하거라..! 이렇게 백성을 핍박
한다면 아무리 순박한 백성들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저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마치자 한손을 들어 훌쩍 앞으로 내 밀었다.
- 우우우우웅.. 펄럭..!
손에서 뻗어난 강맹한 잠력(潛力)이 조익균(趙益均)을 들어 올려 한림학사원 담밖으로 날려
꺼꾸로 팽개쳐 버렸다.
「으으윽.. 억..! 이놈.. 이놈이 나를..! 네..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서문인걸(西門仁杰)의 그 엄청난 장력(掌力)에 놀라 뒤를 돌아 보지도
않고 꽁무니를 빼며 도주해 버렸다.
「화령(華怜)아.. 저 여인에게 옷을 입히고 치료를 해 주어라..!」
서문인걸(西門仁杰)은 기진해 누워 있는 여인의 상태를 화령(華怜)에게 보살피도록 말하며
모여든 군중들을 향해 돌아섰다.
「여러분..!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일로 더 이상 소란은 피우지 마십시오. 보다
시피 도망간 저놈은 이나라 최고의 권력을 가진 사람의 자식입니다.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면
저놈이 아비에게 알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분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대신 소생(小生)이
부패의 온상인 이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을 혁파하여 더이상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을 여러분들에게 약속하겠습니다.」
군중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일장연설이었다.
군중들은 그의 말만 듣고 있어도 이 끔찍한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이 벌써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뻐하고 있었다.
- 우우우.. 와와와.. 짝짝짝짝..!
모든 군중들이 서문인걸(西門仁杰)을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그 와중에 한쪽곁에서 서문인걸(西門仁杰)을 바라보고 있던 상관명의 눈에는 순간 기광(奇光)
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으음.. 방금 서문인걸(西門仁杰)의 손에서 보인 무공(武功)은 지극(至極)한 것이었다. 찰나
에 나타난 내공(內功)은 소림에서 보인 것 보다 더욱 높은 공력(功力)이었다. 과연..!)
한발 앞으로 나선 상관명이 서문인걸(西門仁杰)을 향해 말했다.
「하하하.. 과연 대인의 풍모이십니다. 이제 이곳의 수습은 서문(西門)어르신과 화령(華怜)아
가씨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 저희들은 이만 떠나겠습니다. 구(龜)야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