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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관능] 여고생 음란통신-제4장 음란하게 (4/5)


아라이 사호   여고생 음란통신
新井 沙保    女子高生いやらし通信


 


   제4장 『음란하게 범하다』     로리타 폭행마가 비밀스런 틈을 찌르고



        1


  지로는, 젊은 여자애 위에 그 나체를 맡기고 있었다. 여자애의 날씬하고 모양 좋은 두 다리가 감긴 지로 허리가, 들썩들썩 규칙적으로 왕복한다. 그것이 점차 속도와 강도를 더해가며, 남자와 여자를 잇는 음란한 부분이, 끈적하고 외설적인 물소리를 낸다. 남자의 짓눌린 듯한 신음과, 여자애의 안타까운 할딱임이 겹쳐진다.
  지로는 낮고 짧게 짖었다. 허리를 한층 크게 찌르고, 그대로 굳는다. 호흡조차 잊은 듯한 한 순간. 그리고 지로 몸은 폭발했다.
  그 뒤를 쫓듯, 여자애가 후우 숨을 토한다. 축 늘어져 힘을 잃은 지로 머리카락을 여자애는 살짝 어루만진다.
「……좋아해, 선생님……」
  여자애는 지로가 가르치는 번역학교 학생이다.
  미도리가와 에미(?川?美). 자기 딸과 그다지 나이차 없는 이 소녀와, 지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서로 애인이었다.
  물론, 지로도 에미도 놀이관계로 확정짓고는 있다. 지로는 젊은 여자애와의 자극적인 연애를, 그리고 에미는 처자 있는 남성과의 불륜 게임을, 각각 즐기고 있는 것이다.
  에미는, 19세 치고는 어쩐지, 눈뜬 어른 같은 부분이 있는 여자애였다.
「차가운 걸, 가져올게」
  에미는 축 큰대자로 늘어진 지로한테서 몸을 떼고, 침대에서 내려갔다. 침실에 이어진 부엌으로 상당히 큰 발소리를 내며 걸어간다.
 ──요정이나 선녀 같구나.
  지로는 입술로만 살짝 웃고, 눈을 감았다.
  지로의 하얀 셔츠를 편하게 어깨에 걸친 에미의, 파문을 그리는 듯한 상당히 발랄한 걸음걸이는, 확실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방의 불빛을 받은 셔츠가 투명하게 빛나고, 깃털옷 같이 나부낀다. 등까지 내려온 일본인형 같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눈을 감고, 거친 숨을 진정하면서, 지로는 에미를 기다렸다. 희미하게 카펫을 밟는 소리가 다가온다. 지로는 가는 눈을 뜨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가, 나체인 복부에 얼음 같은 차가움을 느끼고, 놀라 벌떡 일어났다.
「으악……뭐야. 심하다……」
  배 위에 얹힌 깡통맥주가 떼구르르 굴러 떨어진다. 에미가, 방우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웃었다.
「놀랐나봐, 선생님. 그거, 선생님 맥주. 하지만 떨어져버렸는데 괜찮을라나」
  맥주를 줍고, 지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못된 장난꾸러기 여자애구나, 뭐, 괜찮겠지. 고마워」
  뚜껑을 따자, 슉하고 꽤 큰 소리가 나며, 하얀 거품이 뿜어 나온다.
「이크, 이런. 네 방을 더럽히겠다」
  지로는 황급히, 캔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것을 손으로 막았다.
「괜찮아, 선생님. 걱정하지 마」
  에미는 자기도 콜라를 따고, 지로 옆에 앉는다.
「근데……선생님?」
「응?」
  에미가 수줍어하면서 중얼거린다.
「괜찮아? 오늘 같은 밤, 내 집에 와서……」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다.
「아직 막차가 있잖아.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게」
  지로는 어깨를 으쓱하고, 에미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니……돌아갈 생각은 없어. 오늘 밤에는 아침까지 너하고 있고 싶어」
  에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로 코 아래 수염을 어루만진다.
「몰라. 지금쯤, 부인 화내고 있지 않을까? 파티 같은 거 있잖아」
「아아. 아니, 올해는 안해.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어머, 왜? 부인하고 싸우기라도 했어?」
  에미 눈이, 놀리듯이 웃고 있다. 지로는 그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렀다.
「그렇지 않아.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어머, 나 따위는 특별히 걱정해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서로 바람을 피우면서 사이좋게 지내다니, 이상한 부부네, 선생님네도」
「넌 아직 모르겠지. 마누라도, 아마 오늘 밤에는 남자를 만나고 있을 거야. 아마 꽤 젊은 남자인 거 같은데, 요즘 화려해졌어」
  쓰게 웃는 지로를 올려다보며, 에미는 고개를 조금 갸우뚱했다.
「이상한 사람이야, 선생님도. 자기 부인이 바람난 걸,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니……하지만, 그런 선생님이 좋아」
  미끄러져 기대온 에미의 작은 머리를, 지로는 사랑스럽게 안았다. 하지만, 그 입술로부터 깊은 탄식이 샌다.
「마누라는 괜찮아……단지, 딸애가」
「고교생이라며? 비행이라도 저질렀어?」
「아니. 마누라하고 내 바람게임을 안 거 같아서, 요즘, 말도 들어주질 않아. 난처해」
  어깨를 떨어뜨리는 지로의 배 옆을, 에미는 가볍게 꼬집어 준다. 지로가 신음한다.
「선생님도 참, 딸이 알았다는 게 그렇게  쇼크였어? 어쩐지 질투나 버리네」
「어쩔 수 없잖아. 딸이란 건 부친한테는 가장 가까운 여자니까. 게다가, 결코 범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열매고」
「흐음, 그런 거야? 우리 부친 따위 별로 그런 느낌이 아니지만……하지만, 어쩌다 들켜버렸어?」
  에미는 그 경위 쪽에 흥미를 가진 듯하다.
「한 달 전쯤에, 너하고 카루이자와(?井?)에 갔잖아. 그 날, 원고를 건네기로 약속했던 걸 깜빡 잊었어. 뭐, 그래서 어쩌다가 편집자 녀석이 끼어들면서 들켜버린 거 같아」
「그 애도 쇼크였겠다, 분명. 그런 거, 빗나가는 원인이 된다고 자주 들었는데……앗」
  에미는 급히 입을 막았다.
「미안. 나, 선생님한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칠 것 같은 말을 해버렸다……」
「아니, 상관없어. 빗나갈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녀석은 최근 무단외박이 잦아. 아마, 오늘 밤에도 집에는 없는 거 아닌지 몰라」
  지로는 가볍게 혀를 차는 것과 동시에,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나──.
 지로의 억측은 빗나갔다. 메구미는, 집에 있었던 것이다.


          *


「너하고……다시 한번 이런 걸 할 수 있다니……꿈만 같다……」
  공중의 한 점을 멍하니 바라본 채, 토요타가 중얼거렸다. 그 누운 배 위에 메구미가 걸터타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격렬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엷은 수풀 그늘에, 메구미의 속살을 뚫고 도려내는 그로데스크한 토요타의 남자가 보였다 숨었다 하고 있다.
「아……아앗! 왜? 왜, 그런 걸, 생각해? 아, 난, 더, 더, 코치님하고 이런 걸 하고 싶었어……아앗!」
  메구미는, 토요타에게 안기는 듯한 자세로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대로, 흔들흔들 하반신을 좌우로 움직인다. 비대하고 포피가 벗겨지려는 클리토리스가 토요타의 억센 털을 비비고, 파르르 은밀한 기쁨의 고함을 올린다.
「게다가……아……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는걸. 이건, 그 보답……듬뿍 받아……아아……」
  천 한 조각 몸에 걸치지 않은 메구미 손목에, 가는 금제 브레이스릿(bracelet)이 빛나고 있다. 클럽활동이 시작되기 직전에 몰래 토요타가 건넨 것이다.
  메구미는 머뭇대는 토요타를 설복시켜, 억지로 오늘밤의 데이트를 약속하게 했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토요타는 사하라 집에 찾아온 것이다.
  메구미가 꼬시는대로 침대로 들어가, 지금, 그 욕정의 몸을 자기 배 위에 올리고 있다. 토요타의 남자는 메구미의 여자 깊숙이 가르고 들어가, 그 탄력 있는 점막으로 달콤하게, 그리고 가끔은 희롱하는 듯이 격렬하게 조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토요타의 가슴에 허둥거림, 아니 곤혹스러움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토요타는 엎드린 메구미의 가냘픈 등을 끌어안으면서,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다.
「보답이라니……그런 생각이 아니었어. 지난 번, 너의……그런 짓을 하고만 사죄의 뜻으로……」
「으응……싫어, 사죄라니 싫어. 하지만……하지만, 나, 그 때, 엄청나게 좋았단 말야. 진짜야…… 코치님 거 좋아. 그러니까, 오늘 밤에도 듬뿍 즐기게 해줘……」
  메구미는 등을 있는 대로 젖히고, 토요타의 배에 더욱 강하게 치골을 눌러 붙인다. 억센 털이 하나하나 민감한 돌기에 얽혀 붙는다. 지잉 하반신이 마비되는 듯한, 아픔인지 쾌감인지 모를 간지러움이 돌기 속에서 닥쳐온다.
「아아, 좋아……아, 느껴져! 어떻게 될 거 같아」
  꾸웅 하고 자궁 근처가 수축한다. 음란한 한 쌍의 입술──토요타의 딱딱한 것을 삼켜 들이고, 찢어질 듯 늘어난 그 살주름이, 쭉쭉 당겨지는 것을 느낀다. 삼키고 있는 남자 것의 굵음, 그 점막의 올록볼록, 그리고 껄떡거림까지도, 메구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 사하라군!」
  토요타가 갑자기, 메구미의 이름을 외쳤다. 다음 순간, 부웅 몸이 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짧은 사이, 메구미의 몸은 토요타의 가슴에 안긴 상태로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메구미 몸을 감싸 안은 채, 토요타는 발과 허리만을 탄력만을 써서 침대에서 내려섰던 것이다. 얼핏 보기엔 야윈 것 같아도, 근육은 충분히 단련되어 있다. 그 일련의 움직임에서 균형을 무너뜨리지도 않고, 메구미와의 결합이 풀어지는 일도 없었다.
「꺅, 싫어!」
  메구미는 반사적으로 두 손과 두 발로 토요타에게 달라붙었다. 토요타는 인왕상처럼 선 채, 메구미의 체중을 받치고 있다. 그 살로 된 칼은 비스듬히 위쪽으로 깊숙이 메구미의 비밀스런 살을 가르고 있었다.
「싫어……코치님, 내려줘」
  꽉 감고 있는 팔과 다리가 저려왔다. 조금씩, 메구미 몸은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것에 의해, 토요타의 거근은 더욱 깊숙이 메구미의 비밀스런 살을 도려내며 전진하는 것이다. 자궁 입구에 꾸욱 가해지는 묵직한 압박감이, 점점 강하져, 육중한 아픔으로 변한다.
「악, 아악, 아파! 배……배가 콱콱……안돼!」
  둔한 아픔에 이어, 몸 속 바닥으로부터 샘처럼 터져 나오는 전율과 흡사한 흥분. 메구미는 반쯤 광란하며, 몸부림쳤다.
  토요타가 그 몸을 격렬하게 꽉 끌어안는다.
「날뛰지 마. 얌전히 나한테 안겨 있어. 바닥에 떨어지고 싶지 않지?」
  메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구미의 젊은 몸은, 지금,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남자를 끝없이 탐하는 기쁨에 눈을 뜬 바로 얼마 전, 양친의 비밀을 알았다. 그것이 방아쇠가 되어, 소녀 안에 잠들어 있던 음란한 피가 단숨에 폭발해 버렸던 것이다.
  아주 사소한 계기가 눈사태로 이어지듯이, 메구미는 이제 아무도 멈출 수 없는 기세로 주르륵 주르륵 육욕의 심연으로 낙하하기 시작하고 있다──.
  메구미는 몸부림을 멈추었다. 들은 그대로 토요타에게 찰싹 달라붙는다.
  코알라 같아……하고 생각했다.
  질을 찌르는 살기둥이 직장도 자극하는지, 아누스 근처가 저리듯 아프다. 그 작은 봉오리가 오들오들 경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토요타가 갑자기 엇차 허리를 구부렸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메구미는 더욱 찰싹 달라붙는다. 그 순간, 토요타의 몸이 용수철처럼 크게 다시 튕겨 올랐다. 메구미는, 사뿐 기분 나쁘게 들려진다. 그리고──.
「아아아악, 악, 아악, 싫어!」
  쾅쾅 때리는 듯한 충격이 메구미 배 내부를 덮쳤다. 단숨에 격렬하게 찔러 올린 토요타의 칼은 메구미의 점막을 도려내고, 단단한 자궁구를 맹렬하게 후벼 팠던 것이다.
「아파! 아아앙……싫어!」
  메구미는 눈을 까뒤집고, 고함을 질러댔다. 방안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복부를 덮친 충격은, 몸을 꼬챙이로 끼우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격렬했다. 온몸의 모든 부분에 피가 차오르고, 당장에라도 피가 터질 것만 같은, 그런 착각까지 느낀다.
  그러나, 토요타의 허리는 다시, 낮아진다.
「싫어……아, 이제 그만……안돼!」
  칼은 용서 없이 메구미를 쑤신다. 흡사 힌두스쿼트(hindu squat)라도 하는 것처럼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토요타는 계속 반복하여 메구미를 찔러 올렸다.
「아악! 몸이……갈갈이 찢어져! 살려줘!」
  메구미는 무아지경으로 토요타의 등을 할퀴고,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격렬한 아픔이 덮칠 때마다, 눈앞에서 불꽃이 터졌다.
  그 프리즘같은 광채 속으로, 메구미는 끝없이 떨어져간다.
  옆집인 레이지 집으로부터일까, 메구미에게는 희미하게 크리스마스송이 들리는 것 같았다.


          *
  그것과 같은 멜로디를, 사토코는 호텔에서 듣고 있었다. 하이파이에서 흐르는 그것에 몸을 맞추면서, 유우의 나긋나긋한, 그리고 격렬한 삽입을 받아들이며 끝없이 원하고 있었다.
  지로도, 에미와의 제2라운드를 시작하고 있을 무렵이다.
  삼인삼색의 기쁨과 마음을 품은 채, 이브의 밤은 조용히 깊어갔다──.


       2


  밤의 어둠을 찢는 날카로운 비명에, 메구미는 벌떡 일어났다.
  갑작스런 각성에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조금, 현기증이 났다.
  옆에서 자고 있는 토요타 등을 흔든다. 토요타도 방금 난 비명을 듣고 눈을 뜨고 있었던 듯, 천천히 일어났다.
「뭐지? 지금 그거……」
「모르겠어. 하지만, 사람 비명이었던 거 같아. 몇 시지」
  자명종 시계를 끌어당겨 보니, 오전 두시였다. 토요타와의 행위에 마침표를 찍고, 축 늘어져 죽은 듯 잠들고 나서, 아직 30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밖이 시끄러워졌다. 옆집 현관이 열리고, 황급하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소문 좋아하는 레이지 모친이 제일 먼저 뛰어나간 거겠지. 메구미 가슴이 심하게 설레었다.
「보고 올게. 코치님도 옷 입어」
「어, 어. 나도 같이 가자고?」
「그래. 이런, 시간에 혼자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단 말야」
  토요타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그, 그렇지만……괜찮은 거야? 그, 주위 사람들의 눈이나 그런……남자하고 같이 나가거나 하면 위험한 거 아냐?」
「괜찮아. 내가 남자를 집에 끌어들였다는 게 주변에 알려져 소문이 나면, 그거야 말로, 그 두 사람에게는 쌤통이야. 자, 코치님, 빨리」
  영문을 모르는 채인 토요타를 재촉해서, 메구미는 집에서 뛰쳐나갔다.
  입구 로비까지 내려가자, 소란스런 소리가 맨션 뒤편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관리인실 옆에 있는 『비상구』라 적힌 문을 연다. 바로 비상용 계단이 있고, 그곳으로부터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다.
「저어……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숨을 할딱이며 맨션 주민인 듯한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호기심과 동정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메구미를 돌아보았다.
「중학생 남자애가 비상계단에서 떨어졌대. 지금, 관리인실에 부탁해서 구급차를 부르고 있어」
  메구미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미안합니다, 조금 보여 주세요」
  파자마 차림인 큰 남자 몸을 밀어내듯 하여, 메구미는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말을 잃었다.
 ──레이지……레이지니?
  모래밭에 몸을 웅크린 채인 작은 몸집에 뚱뚱한 중년 여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레이지 모친이 틀림없다.
「레이지! 아아, 어떡해, 레이지!」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꺽꺽 울부짖는 모친에게, 메구미는 유령 같은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아줌마. 대체 어쩌다가?」
  대답은 없었다. 얼굴은 메구미를 향했지만, 그 눈은 메구미가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메구미는, 조심스럽게 레이지를 보았다. 얼핏 보기에 레이지 몸은 아무데서도 출혈이 나지 않았다. 등 뒤에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빠르게 지껄이는 것이 들린다.
「아이고, 놀래라. 내가 택시에서 내리는데 비명이 나더니, 이 애가 떨어진 거예요. 분명, 이 근처, 삼층하고 이층 사이 정도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유일한 목격자인 듯한 그 남자는, 다른 사람이 듣도록, 벌써 몇 번이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고, 운이 좋았어요. 다행히 저 나무 큰 가지에 한번 걸리고, 그러고 나서 모래 위에 떨어졌어요. 그냥 그대로 떨어졌으면, 콘크리트 위에요. 큰일 날 뻔 했어요」
  술 마시고 귀가한 듯한 그 남자도, 지금은 완전히 술이 깨버린 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흥분하고 있다.
 ──왜, 그런 곳에서 떨어진 걸까.
  칠층 높이도 아무렇지 않게 난간을 타는 레이지의 무모함을 메구미는 떠올리고, 새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레이지는 눈을 감은 채 아픈 듯 신음하고 있다.
「레이지? 레이지군?」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 불러본다. 그러자, 의외로 레이지는 눈을 조금 떴다.
「……누나야?」
  입술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메구미는 알아챘다.
「레이지군, 괜찮아? 정신 차려! 이제 곧 구급차가 올 테니까……에? 뭐?」
  레이지가 말을 하려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메구미는 그 입술에 귀를 가까이 댔다.
「……범인, 찾았어……그 새끼……과……안……리……인……」
「뭐, 뭐라고? 잠깐, 무슨 소리야, 레이지!」
  레이지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메구미 목소리는 거칠어졌다.
「즈, 증……거, 잡았어……그, 그거 갖고 있어……누나가……바지 주머니에, 있으니까……」
  메구미는 황급히 레이지 주머니를 뒤졌다. 천 같은 것이 만져진다. 꺼내어 보니, 그것은 여아용 속옷이었다.
「이, 이거……어쩌면. 레이지, 이거, 어디서 찾았어!」
  이야기할 힘도 다했는지, 레이지는 헥헥 목을 울리기만 할뿐 대답이 없었다.
「왜 그래, 레이지! 정신 차려! 죽으면 안돼! 이거 맡아놓을 테니까, 응, 알았지?」
  반광란상태로 울부짖는 메구미에게, 레이지는 다시 한번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마지막 힘을 다 쓴 것처럼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거, 짓말……그, 그럴 리가……。
  신음조차 내지 않는 레이지 옆에서 멍하니 주저앉은 채, 메구미는 레이지의 마지막 말을 반추하고 있었다.


          *


  방에 돌아와, 메구미는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온몸에서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듯, 전혀 힘을 쓸 수 없다.
  레이지는 일단 목숨은 건졌다. 늑골이 부러지고, 그 중 하나가 폐를 찌른 중상이었지만, 간발의 차로 수술을 받았다.
 ──다행이다…….
  메구미는 크게 한숨을 토하고, 얼굴을 가렸다. 병원으로 따라가, 수술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한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이제야 댐이 터진 것처럼 넘쳐흐른다.
  이미 새벽이 밝았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메구미에게는, 이 곳으로 전학 오고 처음 맞는 종업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저히 학교에 갈 기분이 아니었다. 레이지가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꺼내 단어들이 머리에 콱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메구미는, 겨우겨우 부엌으로 기어갔다. 냉장고를 열고 우롱차(烏龍茶) 캔을 꺼냈다. 공복감은 전혀 없지만, 목이 아플 정도로 칼칼했다.
  단숨에 들이킨다. 그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메구미 손에서 알루미늄 캔이 떨어지고, 내용물이 바닥에 흐른다. 그것을 어떻게 하려고도 하지 않고, 메구미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였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울리고 있는 전화를 본다. 메구미는 뭔가에 심하게 겁을 먹고 있었다.
  몸을 끌듯이 하여 팔을 뻗어, 이윽고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와들와들 대답하는 메구미의 입가가 굳어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안도의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 오다씨? 오다씨죠? 아아, 다행이다」
  영문도 모르고, 오다가 전화에서 떠들고 있다.
「어떻게 된 거에요? 메구미씨죠? 대체, 뭐가 다행이에요?」
  눈물을 흘리면서, 메구미는 상기한 목소리로 웃었다.
「미안해요, 나……범인이 한 전화면 어쩌나 해서. 아아, 다행이다, 정말……」
「범인? 뭐에요, 그게?」
  오다는, 마침내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이 묻는다. 메구미는 수화기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배에 힘을 주어 가까스로 단어들을 짜냈다.
「제발이에요, 오다씨, 여기로 와줘요! 파파도 마마도 없어요! 빨리 와요. 나, 혼자서, 이대로 살해당하고 말아요!」
  정신이 확 드는지, 오다는 숨을 들이켜고, 잠잠해졌다.


       3


  번역가 사하라 지로의 담당편집자인, 오다 야스다카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메구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겁에 질려, 물을 틈도 주지 않고 빠르게 정신없이 쏟아내는 메구미의 설명은, 너무나도 기상천외했다.
「나……목표야, 분명. 그 남자는 분명 다음번에 날 죽이려고 할 거야. 무서워, 무서워!」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나한테는, 아직 하나 잘 모르겠는 게. 왜, 네가, 메구미가 살해당해야 하는 거지?」
  메구미는 오다를 애원하는 듯 눈으로 올려다본다.
「하지만……하지만, 그 애가 말했어」
「그 애라면, 비상계단에서 떨어진 레이지라는 중학생 말야?」
「그래……그 애, 의식을 잃기 전에 나한테 말했어」
  메구미는 말을 끊고, 꿀꺽 침을 삼켰다.
「자기는, 관리인인 노우치가 밀어서 떨어졌다고. 나도,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오다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도통 모르겠어, 아무튼, 다시 한번 처음부터 확인하자. 괜찮지?」
  메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맨션 여자애가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던 건 나도 선생님한테 들어 알고 있어. 그래서, 그 레이지란 애는, 관리인인 노우치라는 남자가 수상하다고 말했다 이거지?」
「비슷해. 꽤 오래 전부터, 가끔 그런 걸 나한테 말했어」
  이번에는 오다가 끄덕였다.
「그래서, 그는 뭔가 증거를 잡았다고 말했다. 증거라니 그게 뭐지?」
「이거」
  메구미는 오다 눈앞에, 프릴이 달린 가랑이가 긴 어린이용 팬티를 펴보였다. 오다가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거……는, 요컨대, 팬티니?」
「그래. 여자애용. 나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런 어린이용을 입었어. 아마, 이건 습격당한 여자애 팬티일 거야. 그 애, 팬티는 입고 있지 않았다고 들었는 걸」
「과연……」
  깊이 생각을 하는 듯 손을 턱에 대고, 오다는 다시 몇 번이나 끄덕였다.
「요컨대, 레이지군은, 이걸 어딘가에서 발견했다. 아마, 관리인실이나 어디에서……. 그는 몰래 들어갔을 것이다. 그래서 관리인한테 들켜서, 도망쳤다. 비상계단에서 쫓기다가, 떨어졌다, 그런 거로군」
「그래, 아마. 하지만, 그냥 떨어진 게 아냐. 떠밀려서 떨어진 거야」
  메구미 어조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입을 막기 위해 죽이려 했던 거야. 다음은, 분명 날 죽이려고 할 거야. 무서워……무서워, 나」
  메구미는 금방에라도 울 것처럼 떨고 있었다. 오다는 그런 메구미 어깨에 손을 얹고, 깊은 한숨을 쉰다.
「잠깐 가만히. 진정하고……. 너도 레이지군하고 같이 관리인이나 누구를 찾고 있었니?」
「아니. 난, 관리인이 범인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 정도야. 지난밤에, 레이지가 관리인실에 몰래 들어갔던 건 전혀 몰랐어……」
  오다가 긴장이 풀린 듯 멍청하게 웃었다.
「뭐야, 그럼, 널 노리고 있다고 걱정할 거 없잖아」
  메구미는 발끈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애는, 나한테 조심하라고 그랬단 말야! 게다가, 이거……이 팬티가 있어! 범인은, 이거, 내가 갖는 걸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단 말야」
「관리인이 그 자리에 있었니?」
「몰라.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어. 혹시 봤다 해도, 레이지가 나하고 사이가 좋았단 걸 전부터 알았다면, 여기로 찾으러 올지도 모르잖아」
  메구미는 오다에게 매달렸다.
「살려줘……. 으응, 나 좀 살려줘. 나, 범인을 잡고 싶어」
  오다는 아주 난처해서,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잡다니, 어떻게? 이 팬티를 경찰에 가지고 가려고? 무리야, 그건. 이 팬티만으로는 증거가 안 될 거야. 이게 관리인 집에 있었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고」
「알아, 그러니까, 경찰 같은 덴 안가. 레이지가 떨어진 걸 본 사람도, 레이지는 혼자서 떨어졌다고 말한 걸. 밀어서 떨어뜨린 범인을 전혀 못 본 건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하여튼 그래. 그러니까, 결정적인 증거는 아무 것도 없어. 이 쪽에서 만들지 않는 한은」
「만들어? 설마, 위험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평범한 여자애가 경찰 못지않게 활약해서 진범을 밝혀낸다, 그런 이야기는 소설에는 자주 나오지만, 그건 지어낸 이야기고, 실제로 그렇게 척척 되는 게 아냐」
  메구미는 모르겠다는 시늉을 했다.
「듣고 있는 거니?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같은 건 잊고, 아무튼, 레이지군이 회복하는 걸 기다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딸깍 하는 건조한 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혀, 현관 문이야……자물쇠를 벗기는 소리야……아, 어떡해, 왔어! 관리인이면, 스페어키를 가지고 있어!」
  찰싹 매달려 무서워하는 메구미를, 오다는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진정해. 체인록은 걸어놨니?」
「모, 모르겠어. 건 거 같은데, 하지만, 자신 없어」
「좋아, 내가 보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아, 잠깐! 혼자 두지 마. 나도 갈래!」
  메구미는 화급히 뒤를 쫓았다. 오다가 거실에서 복도로 통하는 문을 힘차게 연다. 그 바로 앞에 현관문이 있었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체인은 걸려 있었던 듯, 문은 10센티 정도만 열려있다. 그 틈으로 방문객 모습은 모이지 않고, 초인종이 위협하듯 울려 퍼졌다.
「누구야! 모습을 보여!」
  오다는 문틈에 몸을 밀어 넣듯이 하고 고함을 질렀다. 메구미가 그 등에 찰싹 달라붙는다.
  가벼운 발소리가 다가오고, 방문객이 오다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오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선생님……선생님이십니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문 밖에 서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사하라 지로였다.
「그렇군.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자네야. 그런데, 대체 왜 자기 집에 들어가는데 수하(誰何)를 받지 않으면 안 되지? 빨리, 안으로 들어가게 해줘」
  오다는, 황급히 체인을 벗겼다.
「죄송합니다. 조금 사정이 있어서」
「무슨 사정? 도대체, 왜 자네가 집에 있지? 약속은 안한 거 같은데」
「아, 저어, 그건요, 메구미씨가……」
  오다는 말을 못했다. 이를 악물고 손등의 아픔을 견딘다. 메구미가, 몰래 오다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메구미가? 메구미가 뭘? 왜, 그런데 숨어 있어?」
  지로는, 오다 등에 몸을 숨기듯 하고 있는 딸을 비로소 알아차리고, 그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메구미는 홱 고개를 돌렸고, 아주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파하곤 관계없어. 오다씨는 날 만나러 와준거야. 으응, 오다씨. 파파 따위 상대하지 말고, 내 방으로 가. 빨리」
  오다 팔을 끌어안고, 메구미는 그것을 잡아당겨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잠깐, 메구미씨, 잠깐 기다려 줘요. 저어, 선생님, 난 특별히 메구미씨와 그런 관계는……」
  황당해하면서 메구미와 지로를 번갈아 바라보며, 오다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메구미는 힘껏 자기 방으로 오다를 끌고 간다.
「대체 왜 그래……내참. 메구미도 오다군도……」
  영문을 모르는 지로만 멍하니 그 자리에 남겨졌다.


          *


「왜,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는 거니?」
  꼬집힌 손등을 문지르면서, 오다가 조금 꾸짖는 듯한 어조로 묻는다.
  메구미는, 역정을 냈다.
「말하고 싶지 않아. 나, 파파 따위 부모로 생각 안 해」
「왜, 그런……. 아……」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오다 얼굴이 어두워졌다.
「혹시, 바람기가 원인이야? 그래서 선생님을 원망하는 거야?」
「당연하지. 이제 절대 말 안할 거야. 마마도 마찬가지지만」
  오다는 자기 머리를 싸안고 말았다.
「내 참……내가 말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어……」
  눈을 들어, 메구미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후회하고 있어, 난. 그 때, 역시 거짓말이라도 해야 했는데. 사과할게. 그러니까, 날 용서하고, 이제 선생님이나 부인하고 화해해 줘」
  메구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어. 단, 나한테 협력해 주면, 응?」
  오다는 어깨가 축 처졌다.
「너무 한다……약점을 찌르다니. 하지만, 싫다고 한다면?」
「지금 여기서 고함을 지를 거야. 그리고 파파한테, 날 강간하려고 했다고 할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 모가지당할 걸」
  서슴없이 말하는 메구미를, 오다는 살인자에게 절벽까지 쫓긴 남자 같은 절망적인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메구미는 푸훅 웃음을 터뜨렸다.
「아잉, 농담이야. 그럴 리 없잖아」
  키득키득 소녀 특유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흐른다.
「심하군. 놀리는 것도 정도껏 해. 난 돌아간다」
  어린 여자애에게 놀림을 당한 것에 화가 난 듯한 오다가, 일어섰다. 당황하면서, 메구미는 그 손을 잡았다.
「잠깐, 미안해.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라도 안하면 협력해줄 거 같지 않아서……」
  메구미의 둥글고 또렷한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 고이는 것 같아서, 오다는 무의식중에 다시 앉고 말았다.
「알았어. 하지만, 아무튼, 레이지군이 회복하는 걸 기다리는 게 좋아. 그 애 입으로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응, 응, 알고 있어. 고마워」
  메구미가 몹시 기뻐하며 웃는 얼굴을 짓자, 오다는 눈부시게 바라보고 있었다.


          *


  레이지 회복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젊어서 그런지, 일주일이 지나자 완전히 건강해져서, 보통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하얀 병실에서, 메구미는 레이지를 위해 사과를 깎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손놀림은 보기에도 위태위태하다.
「누나, 됐어. 무리하지 않아도. 나중에 어머니가 오면 해달라고 할 테니까」
  차마 보고 있지 못하겠다는 듯한 레이지 충고에, 메구미는 볼을 부풀리고, 마침내 화를 냈다.
「괜찮아. 나도, 사과 정도는 깎을 수 있으니까……아, 아야야!」
  나이프가 스쳤는지, 메구미는 급히 왼손 중지를 입술에 넣었다.
「거봐. 사람 말을 무시하니까 그렇게 되지」
  바보 같다는 듯 웃는 레이지를, 메구미는 노려본다.
  한편 내내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오다가, 갑자기 일어섰다.
「됐어, 메구미. 내가 해줄 테니, 앉아」
「오다씨, 할 수 있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는 메구미에게, 오다는 한 눈을 찡끗했다.
「그런대로. 어차피 혼자 사니까, 할 수 밖에 없을 때도 있는 거야. 그 대신, 그다지 깔끔하게는 못하지만……괜찮겠지? 레이지군」
「아, 응……」
  레이지는 그다지 탐탁찮다는 어조로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메구미와 같이 나타나, 아주 친한 척 구는 듯한 오다가, 레이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메구미는 방금 전까지 오다가 앉아 있던 작은 스툴(stool)에 앉아, 비스듬하게 세워진 침대에 기대고 있는 레이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런 소리 하는 걸 보니, 이제 괜찮나 보네. 다행이다, 죽지 않아서, 정말」
  레이지는 계면쩍은 듯 웃고 있다.
「응, 하지만, 어째서, 혼자서 관리인실 같은 델 갔어? 나한테 한마디 정도는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레이지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말에 가시가 돋고, 꾸짖는 듯한 눈으로 변한다.
「그럴 생각이었어. 그래서 나, 누나 집에 갔었어, 그날 밤, 여덟시 쯤」
「여덟시쯤? 몰라 그런 거. 나, 그 날……」
  도중까지 대답하다가, 메구미는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브의 밤은, 토요타를 집에 들였던 것이다. 여덟시라고 하면, 아마 한창이었을 것이다.
  메구미는 새파랗게 질렸다. 그것을 곁눈질하며, 레이지는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나, 너무해. 그 남자, 누구야. 그야, 난 누나 연인도 아무 것도 아니고, 누나가 누구와 음탕한 짓을 한대도 상관없지만」
「자, 잠깐, 가만, 가만!」
  메구미는 오다가 신경 쓰여, 황급히 레이지 말을 막으려 했다. 그렇지만, 레이지는, 「역시 쇼크였어. 누나 만날 기대로 갔는데, 남자하고 하더라. 나, 내 방으로 와서는 실망했어」
  이렇게까지 말해버리면, 메구미는 단지 안절부절 못할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뒤를 살피자, 오다는 전혀 모르는 얼굴로 사과를 깍고 있었다.
「그, 그래서? 으응, 하지만, 그런데 어째서 관리인 방에 갔어?」
  어떻게든 이야기를 관리인 쪽으로 돌리려, 메구미는 필사적이었다.
「너무 실망하고 나니까, 무지 화가 나더라.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어. 그랬더니, 그 새끼가, 관리인실에서 나오는 게 보이는 거야. 마침 잘됐다 싶어서, 몰래 들어가 봤지」
「하지만……하지만, 어째서, 관리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야? 결정적인 게 있었어?」
「봤어」
「뭘? 뭘 봤어?」
  레이지는 얼굴을 가까이 하고, 목소리를 낮춘다.
「나, 천체망원경, 갖고 있잖아. 그걸로, 그, 또 마침 엿보고 있는데, 그 새끼가, 소학생 여자애가 두세 명 놀고 있는 곳을, 몰래 보고 있는 거야」
「어디서?」
「남쪽에 진달랜지 뭔지 심겨 있지? 거기 숨듯이 하고 있었어. 아무리 봐도 수상했어. 벌써 어두컴컴해지려고 해서, 여자애들은 금방 집으로 가버렸어. 그랬더니, 그 새끼도 돌아갔어. 음, 틀림없이, 관리인은 로리콘이라는 생각이 들지?」
  메구미는 끄덕여 보였다.
「나, 그걸 누나한테 말하려고 갔던 거야. 그런데, 누나는, 누군지 모를 놈하고……」
「알았어, 알았어! 미안」
  또 그 쪽으로 풍향이 바뀌는 것에 당황해서, 메구미는 불필요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레이지는, 아주 불만스러운 것 같다.
「누나 탓에 위험에 빠진 거니까, 나한테 조금은 좋은 거 해줘. 응, 언제나 했던 그거, 내 고추 빨아줘」
  레이지는 이불을 걷고, 파자마 구멍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는 시늉을 한다.
「무, 무슨……대, 대체 무슨 멍청한 소릴 하는 거야. 아……안돼, 그러지 말라니까!」
  메구미는 반사적으로 그곳을 이불을 덮고 눌러 가렸다. 레이지가 불만스럽게 뭔가 말하려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 먼저, 등 뒤에서 나이프를 놓는 소리가 났다.
  기겁을 하고 펄쩍 뛸 뻔한 메구미는 몸을 웅크리고,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메구미의 눈이, 아무 표정도 띠고 있지 않은 듯한 오다의 눈과 마주친다.
「난 담배 좀 피고 올게. 이건, 둘이서 먹어도 돼」
  그 말만 하고, 오다는 쑥 나갔다.
「아, 잠깐! 오다씨!」
  가로막는 목소리도 무시하고, 문이 찰칵 작은 소리를 내며 닫혀버리자, 메구미는 천천히 레이지를 돌아보았다. 화가 나서 그 눈이 타오르고 있다.
「도대체……왜 그러는 거야?」
「그렇게 화내지 마, 누나. 그 녀석이 나가줘서, 잘됐잖아. 둘만 있게 되서, 나, 기뻐」
  메구미 머리에 피가 몰린다.
「질린다, 너. 오다씨가 방해물이다 해서, 일부러 그런 얘길 한 거야? 너무 해, 날 창피하게 만들고……」
  메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쳐들고 말았다. 레이지가 놀라 양 볼을 팔꿈치로 감싼다.
「그러지마. 나, 다친 사람이야. 그리고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그 녀석도 누나 남자 중 하나야?」
  메구미 볼에 홍조가 든다.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오다씨는, 파파 일에 관계된 사람인데……」
「그럼 됐잖아. 기껏 그 녀석이 마음을 써준 거니까, 빨리, 하자」
「바, 바보. 여기, 병실이야. 그런 야한 짓, 어떻게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누나가 그럴 생각만 가져주면. 부탁이야, 누나. 나, 누나한테 빨리고 싶어서, 이제 참을 수가 없어」
  기껏 다시 덮어준 이불을 벗기고, 레이지는 파자마로부터 오똑 선 주니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움켜쥔 오른손 안에서 포피가 벗겨진다. 담홍색의 미끈하고 둥근 귀두가 낼름 얼굴을 내밀고, 남자 정기를 토해내는 그 작은 구멍을 오물오물 움직인다.
「응? 누나……보이지? 나, 정말, 못 참겠어……빨리 빨아줘. 안 그러면, 이대로 나올 거 같아……」
「못 말릴 애네, 정말로……」
  한숨을 섞어 중얼거리고, 메구미는 천천히, 레이지 몸 위에 엎드렸다.
  벗겨진 귀두를, 한번 낼름 핥았다.
「윽, 좋다……역시, 이게 최고야. 자기가 하면, 꺼림칙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더, 빨아줘……」
  매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지내고 있던 레이지는, 아마, 매일같이 자위행위에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얘도 참. 정말이지 질려버리겠네.
  보통은 『불결한 애새끼』라고도 생각하겠지만, 레이지가 말하면 어쩐지 가볍게 용서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메구미는 들었다.
  메구미는 입술을 둥글게 해서 주니어 전체를 머금었다. 훅 쉰내가 코를 자극한다. 역시 일주일이나 누워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메구미에게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뇌수를 저릿하게 간질이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욕정을 느낀다.
  오똑오똑 움직이는 가느다란 줄기 뿌리를 입술로 쭈욱 문지르고, 조이듯이 하여 강하게 빨아준다. 페니스가 팔딱 젖혀지고, 메구미 입술 위로 뛰어오른다.
「좋아, 아……아아, 좋아!」
  레이지의 여자애 같은 신음이, 메구미 아랫배를 자극한다. 그곳이 찌잉 습기를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메구미는 부들부들 떠는 페니스를 혀로 감싸며, 끈적한 애무를 더해갔다. 가느다란 줄기를 쭈욱 한바퀴 핥아 돌린다. 가느다란 대신, 자기 마음대로 애무할 수 있는 것이 아주 기쁘고,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쾌감이었다.
「아앗, 간다……아……가버려, 누, 누나! 좋아해! 나, 나……나, 누나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레이지 목소리가 상기되고, 숨 가쁘게 무의식적인 말들이 나온다. 분명, 금방 사정하고 마는 것을 사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메구미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정 순간에 목구멍을 직격하는 정액의 분사에 대비해, 조금 몸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레이지는 꽤 도달하지 못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듯, 필사적으로 떠들었다.
「미안……나, 나, 관리인한테 누나……아……이름, 말해 버렸어」
  아무래도 사건에 관계가 있는 것 같아서 메구미가 혀의 움직임을 멈춘다. 레이지는 그것에 상관없이 계속 말했다.
「죽이려고 해서, 그렇게 됐을 때, 나, 그만……날 죽인다고 해서, 누나가 알고 있다고 말해버렸어……그, 그러니까, 그 새끼, 다음번엔, 분명 누나를 노릴 거야. 앗, 아앗, 나온다!」
  파르르 귀두가 경련했다. 메구미가 대비할 틈도 없이, 뜨거운 점액의 샤워가 목구멍을 그대로 직격했다.
「웁……!」
  순간 오열한 메구미는, 그래도 조건반사적으로 레이지의 정액을 삼켜 내린다. 꾹꾹 목이 움직이는 자극에, 레이지는 두 번 세 번, 있는 대로 점액을 방출했다. 메구미는 차례로, 그것을 삼킨다. 마치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레이지가 축 처진다. 메구미도 해치웠다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든다.
  눈을 감고, 어깨로 숨을 할딱이고 있는 레이지에게 살짝 입을 맞춘다. 레이지가 눈을 뜨고, 가련하게 웃었다.
「미안, 누나……나 때문에……」
  메구미는 고개를 저어보인다.
「나, 누나 지켜줄 수는 없지만……정말 조심해. 오다하고 했어? 아까 그 사람……나, 그 사람 마음엔 안 들지만, 누나, 내 대신 지켜줄 수 있다면, 나, 참을게」
  메구미 안에서, 감정이 치솟았다. 울고 싶은 건지 웃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바보네, 너란 앤, 정말, 바보」
  메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레이지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말았다.


          *


「나, 경멸하지?」
  맨션 문에 키를 꽂으면서, 메구미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오다가,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키는 기척이 느껴진다.
「경멸하는 게 당연해. 나, 꽤 놀고 있어. 그 애하고도 그런 관계고, 그 밖에도……남자가 잔뜩 있어. 하지만, 파파와 마마 딸이니까, 어쩔 수……」
  문득 가볍게 볼을 때리는 바람에, 메구미는 눈을 휙 들었다. 그러나 때린다고는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그리고……난, 널 경멸하거나 하지 않아. 단지……」
  오다 말이 흐릿해졌다.
「단지? 단지, 뭐?」
「……놀랐을 뿐이야. 쇼크라고 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게 말하더니, 오다는 재빨리,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발 늦게 메구미가 따라 들어갔다.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아주 무거웠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기 위해, 메구미가 자기 방 방문을 연 순간, 그런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 오다씨! 와요, 빨리!」
  거실에서 달려온 오다는, 방안의 참상을 보고 말을 잃었다.
  메구미의 방은,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침입해, 온방을 심하게 휘저은 것이다.
「온 거야……드디어. 범인이 온통 뒤진 거야. 그 팬티……」
  오다는 말없이 끄덕이고, 멍하니 선 메구미 어깨를 안았다.
「다행이다……팬티, 오다씨한테 맡겨서. 하지만, 그게 여기 없다고 안 이상, 범인은 이제 어떻게 할까?」
  메구미 눈 안에, 불안한 기색이 감돈다.
「드디어, 타임아웃인지도 모르지. 어쨌든 생각을 좀 해보자」
「으응……그래」
  오다에게 몸을 맡긴 채, 메구미는 어린애처럼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4


  당장에라도 눈으로 변할 것 같은 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었다.
  노우치 카네미(野?金三)는, 관리인실의 작은 의자에 앉아, 가십 투성이 주간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톡톡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퍼뜩 눈을 들었다.
  입구 로비로 이어지는 작은 창에, 사람 기척이 있었다. 노우치는 그곳으로 느릿느릿 걸어가, 창을 열었다.
「이런, 사하라씨네……무슨 일이니?」
  그 자리에 온몸이 푹 젖은 가여운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메구미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노우치 눈이 빙글빙글 음습한 웃음을 짓는다.
  메구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 하며, 생긋 웃어보였다.
「저어……집의 스페어키를 빌리러 왔습니다. 저, 가지고 나오는 걸 잊어버려서. 아빠도 엄마도 없고 해서……」
「이런, 그러니. 그거 곤란하겠구나. 잠깐 기다려. 703호였지」
  노우치가 벽에 걸린 스페어키 가운데서, 원하는 그것을 찾기 시작한다. 그 손이 딱 멈추었다.
「그런데, 어쩐 거니, 너. 우산도 갖고 나오지 않았었니? 그렇게 푹 젖어서」
  메구미는 끄덕이면서, 팔로 자기 몸을 끌어안았다. 부들부들 몸이 크게 떨고 있다.
「열쇠, 아직입니까? 추……워……」
  메구미는,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관리인실을 들여다본다. 너무나 달콤하고 축축한, 남자를 유혹하는 냄새를 풍기는 눈이다.
 ──얘, 날 꼬시려는 건가.
  노우치의 움푹한 작은 두 눈이, 수상스럽게 어두워진다. 그렇지만, 그것은, 곧 음란한 본능을 드러내 번쩍거리는 빛을 냈다.
「추우면, 잠깐 따뜻하게 데우고 가. 그대로는 감기 걸려. 커피라도 줄게」
  노우치가 연 관리인실 문으로, 메구미는 슥 들어갔다.


          *


  관리인실레 이어지는 일본식 방 두 칸이, 노우치가 자고 일어나는 생활 장소였다. 메구미는 이 안쪽 방으로 안내받았다.
「이걸로 몸을 닦아라. 어때, 목욕이라도 하지 그러니」
  목욕수건을 던져준 노우치에게, 메구미는 요염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마워요. 그럴게요」
  노우치는 벙글벙글 웃으며, 방을 나갔다. 이윽고, 욕조에 물을 받는 듯,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어, 부엌에서 커피를 끓이는 소리가 났다.
 ──지금이야. 이 틈에…….
  메구미는 차가워진 몸을 풀듯, 두 번 세 번 어깨를 떨었다. 싸우기 직전의 긴장인지, 아니면 진짜 추운 것인지, 알 수 없다.
  방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중년남자가 혼자 사는 것 치고는 정돈되어 있는 편이다. 그것은, 메구미를 크게 낙담시켰다.
  메구미는 노우치 방이 발 들일 틈 없을 정도로 너저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노우치의 음흉한 행위에 희생되어 더럽혀진 소녀 속옷이 팽개쳐져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래선, 찾을 방법이 없어.
  내심 한숨이 나온다. 노우치가 커피를 가져오기 전에, 어떻게든 폭행마의 증거품──습격당한 소녀들의 팬티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 들어온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메구미는 마음을 다진 듯 일어섰다. 귀를 기울여, 부엌 상황을 살핀다. 노우치가 아직 그곳에 있는 것 같다.
  그다지 확신도 없이, 벽장으로 다가간다. 그런 것을 감춘다고 한다면, 역시 어쩐지 벽장이 그럴 듯 해 보인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메구미는 문을 열어보았다. 윗 단에는 일인분의 이불이 쌓여 있다. 그리고 아래 칸에는 창고처럼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메구미가 찾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더 안쪽에 있나.
  메구미는 벽장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눈을 집중시켰다. 습기를 띤 목재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불쑥 다리를 들어올리는 듯한 긴장감에, 메구미 가슴은 크게 두근거렸다.
 ──없는 거 같아……여기가 아닌가.
  포기를 하고, 머리를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메구미 몸은 엄청난 힘으로 끌려 나갔다.
「히익!」
  심장이 덜컹하고, 목구멍에서 졸아든 비명이 터졌다. 창피는 둘째로 치고, 메구미는 엎드려 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방구석까지 정신없이 마구 기어갔다.
  그 옷 등이, 팍 붙잡힌다. 메구미는 고양이처럼 들어 올려졌다가, 다음 순간, 타타미에 철푸덕 떨어졌다.
「으윽……으……」
  몸을 세게 때린 아픔과 함께, 메구미는 공중에서 몸이 돌았다. 그 두 어깨를 굵은 두 팔이 꽉 움켜잡아 누른다. 굵직한 음성이 위에서 들린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그런 거였냐. 조그만 계집애 주제에, 내 방을 뒤지다니, 배짱도 좋군」
  아픔을 참으며, 메구미는 살짝 눈을 떴다. 노우치의 추악한 얼굴이, 메구미를 내려다보고 있다. 슬쩍 오른쪽으로 늘어진 입술이, 드디어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기색을 드러냈다.
「윽……으으……놔! 싫어!」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노우치 힘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그것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 내려다보며, 노우치가 웃는다.
「찾는 건 있디? 없겠지. 그렇게 간단히 눈에 띨 거 같은데다 놓을 거 같냐」
  메구미 등골이 공포로 오싹해졌다.
「여, 역시, 당신이 폭행마였어. 게다가, 게다가……레이지를 밀어 떨어뜨린 것도. 앗, 싫어! 뭐 하는 거야!」
  메구미 몸은 억지로 끌려 세워진다. 그 몸을 노우치는 가벼이 굴리더니, 엎드린 자세인 채 타타미에 눌러대고, 그 대로 두 팔을 등 뒤로 비틀어 올리고 말았다.
「아파, 아야야! 싫어!」
「조용히 해. 얌전히 있으면, 죽이지 않아」
「싫어, 싫단 말야! 아앗, 사람 살려!」
  노우치는 바지에서 벨트를 풀더니, 그것을 버둥대는 메구미 목에 감는다. 그 끗을 한번 감아서 오른손으로 잡고, 가볍게 위로 끌어 올린다.
  턱 바로 아래, 목에 파고든 두꺼운 가죽 감촉에, 메구미는 부르르 떨었다.
「좋아, 그렇게 얌전히 있어. 그렇지만, 불에 날아드는 여름 벌레란 이걸 두고 하는 말이군. 네가 스스로 와주다니 말야」
  노우치 입술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새나온다.
「네 방을 찾아봤지만 그걸 보지 못해서, 어떻게 꼬셔서 자백을 시킬까 생각 중이었어. 자, 말해. 어디 있어」
  노우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꾸욱 벨트가 목을 교수하듯 메구미 목구멍을 끌어당긴다. 숨이 밀려 나감과 동시에 호흡곤란이 메구미를 덮친다.
「우욱. 아아, 우우윽!」
  비틀리고 있는 두 팔을 정신없이 뿌리치고, 목을 조이는 벨트를 붙잡는다. 등골을 있는대로 젖히고 몸을 들어 올리자, 이윽고 숨을 쉴 수 있었다.
「몰라……다른 사람한테 줬으니까 몰라. 날 죽여 봤자, 그 사람이 잘 가지고 있을 거야!」
  마지막 카드인 메구미 절규를, 노우치는 마구 비웃었다.
「그 얘긴, 그 애새끼도 썼던 방법이야. 그렇게 말하면 죽지 않을 줄 알았나 보지? 어리숙하기는……어차피, 애새끼나 계집애나 생각한다는 게, 뻔해, 뻔해」
  벨트가 다시 당겨진다. 아무리 손으로 감싸고 있다지만, 그것이 꾸우욱 목이 조이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등을 젖히거나 머리를 피할 수도 없었다.
  노우치가 비열한 웃음소리를 터뜨린다.
「헤헤헤……괴롭냐? 좋아, 잘 들어. 난 말야, 경찰에 잡히든 말든, 별로 신경 안 써. 그냥, 그것만 찾으면 된다 이거야. 내 귀한 수집품이니까」
  벨트는 조금씩 메구미 목에 파고든다. 호흡을 할 수 없고, 머리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죽는다, 이대로는…….
  마지막 방어본능이, 메구미로 하여금 목소리가 나오게 했다.
「줄게. 줄 테니까, 죽이지 마!」
  살짝 목구멍 조여들던 던 것이 느슨해진다. 털썩 엎어진 메구미 목에서 켁켁 괴로운 재채기와 오열이 터진다.
「좋아, 그럼, 어디 있는지 말해 보실까」
  괴롭게 숨을 쉬며, 메구미는 겨우 대답했다.
「바, 밖에, 이, 있는 사람……그 사람이……갖고 있어. 지금 받아 올 테니까……」
「농담 하냐. 그래 놓고 도망가려고」
「아, 아냐. 약속할게. 그러니까 놔줘!」
  노우치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이윽고, 메구미를 누르던 팔에서 힘을 뺐다. 메구미는 안심을 하고 그 밑에서 몸을 빼낸다. 엉덩이로 털썩 주저앉은 처량한 모습으로, 노우치로부터 도망가듯 일미터 정도 미끄러져 기었다.
「지, 지금 가져올게. 거짓말 아냐……」
  메구미는 필사적으로 힘을 짜내 일어서서,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팔을 노우치가 다시 붙잡았다.
「아야야! 정말이야. 정말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 놔!」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메구미를 노우치는 놓으려고도 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아니, 가지러 갈 거 없어. 널 죽이고 나서, 그 새끼한테서 뺏으면 되니까」
  오싹하고 메구미 전신에 소름이 끼친다.
「무, 무슨……하지만……하지만, 말하면 죽이지 않는댔잖아」
  맥이 풀려 다리가 휘청거릴 듯한 것을 메구미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노우치는, 그런 메구미를 내려다보며, 잔인하게 웃고 있다.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는데. 그리고 난 생각이 달라졌어. 수집품 한 장이나 두 장에 집착하는 거보다, 널 범하고, 죽이는 쪽이, 기분 좋을 거 같아」
  노우치의 작은 눈이 번쩍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욕정이라기보다, 광기에 가깝다.
「시, 싫어. 거짓말쟁이! 나, 날 죽이기만 해봐……너, 넌, 잡힐 테니까! 나, 바깥에 있는 사람한테 말하고 왔어. 한 시간이 지나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 110에 전화하라고……」
「과연, 그거 용의주도하군. 그렇지만, 아까도 말했지. 난 잡히건 말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니까. 그리고, 어차피 잡힐 거 같으면, 더욱 더 그전에 널 후련하게 죽고 싶은데」
  메구미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었다. 어떤 말도 이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미쳤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시, 싫어. 오다씨, 도와 줘요. 앗! 우웁」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는 메구미를, 노우치는 꽉 끌어안았다. 두툼하고 커다란 손으로, 그 입을 막는다.
「쳇! 포기 늦는 계집애 같으니. 그러나 밖에 있는 정의의 기사는, 그리 간단히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그 사이에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어」
  귓가에 즐거운 듯 중얼거리더니, 노우치는 온몸의 힘을 다해, 주먹으로 메구미의 명치를 쳤다.
「끄읍!」
  위장이 찢어지는 듯한 격렬한 충격에 메구미는 제대로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몸이 구부려지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메구미는 어디선지 멀리서 덜그럭덜그럭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오다가 메구미의 외침을 들은 것이리라. 그러나 자물쇠가 걸린 관리인실 문이 열릴 리도 없어서, 메구미는, 바랄 수도 없는 오다의 도움을 원하면서, 천천히 어두운 무의식으로 잠겨 들어 갔다.


       5


  얼어붙는 듯한 추위에, 메구미는 의식을 회복했다. 조금 눈을 뜨자, 납색 하늘이 보인다. 그리고, 짙은 회색의 작고 휘날리는 덩어리가 무수히 떨어져 내린다.
  아무래도 비는 눈으로 바뀐 것 같다.
  메구미는 멍하니 그런 것을 생각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볼에 차갑다.
 ──아, 나.
  자기가 처한 상황을 상기하고, 메구미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려 했다. 그렇지만, 꾸욱하고 커다란 힘이 몸의 움직임을 막아, 메구미는 휘청, 다시 그 자리에 눕혀지고 말았다.
「앗……아야야……아파」
  온몸이 지독하게 아프다. 살살 팔다리를 움직여본다.
 ──아…….
  메구미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손목을 뒤로 묶이고, 두 발목도 가는 끈 같은 것으로 결박당했다.
  게다가, 지금 메구미가 있는 곳은 관리인실이 아니다. 비상계단의 널찍한 부분 같은 콘크리트 위에, 메구미는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모양뿐인 지붕은 있었지만, 야외라는 사실에 차이는 없다. 가벼운 눈송이는 지붕을 살짝 벗어나듯 하여, 메구미 몸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겨우 정신이 들었냐. 더 못 기다릴 뻔 했다. 여긴 추워서 안 되겠다」
  메구미 시야로부터 벗어난 발 근처에서, 노우치 목소리가 들렸다.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버둥거린다. 그렇지만, 노우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터덕터덕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샌들을 신은 노우치 다리가 메구미 코 바로 앞에 섰다. 그 발끝이 메구미 어깨를 툭 찬다.
「여기까지 널 데려 오느라 고생했다. 그냥, 그 방에서 범해도 좋았겠지만, 네가 데려온 듯한 남자가 문 밖에서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말야. 뒤쪽 출구로 빠져 나왔지」
  메구미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래……오다씨.
  자신만만한 척, 메구미는 마지막 허세를 부렸다.
「이제 끝났어, 관리인 양반. 그 사람이 지금쯤은 110에 신고했을 거야. 이제 곧 순찰차가 올 거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고 싶었다. 그러나, 노우치는 그것에 동요하기는커녕, 기분 나쁜 웃음까지 띠고 있다.
「그래서 어쨌다고. 그 전에 해치우면 되지」
  싸아 메구미 몸에서 피가 빠져 나갔다. 그런 짓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벌레처럼 콘크리트 위를 기면서, 본능적으로 노우치로부터 도망가려고 한다. 눈물이 흘러넘쳐, 볼을 적신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노우치 눈에 묘하게 즐거워하는 듯한 웃음이 떠오른다.
「이, 이런 식으로……여자를 범하고 죽이고 했다간……그냥 끝날 거 같아? 사, 사형당할 거야!」
  무의미한 위협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뭔가 외치지 않으면 공포에 미쳐버릴 것 같다.
「아직도 그런 소리 할 기운이 있냐? 뭐, 좋아, 내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 기력도 없어질 테지」
  노우치는 검붉은 혀를 쑥 내밀어, 두툼한 윗입술을 핥았다.
「알겠냐, 잘 들어. 난 말야, 자기 딸도 범한 적이 있어. 하물며 다른 여자 범한다는 건,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다」
  메구미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믿을 수 없다.
「거, 거짓말, 그럴 리라……날 겁주려고 일부러 하는 소리야!」
  노우치가 슥 얼굴을 가까이 한다. 숨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
「거짓말이 아냐. 마누라와 헤어지기 일년 정도 전이야. 그 녀석은 중학교에 막 들어간 참이었지. 나하고 못난이 마누라 사이에 태어난 거 치고는, 예쁘장한 애였지. 몸도 좋았어……난, 그 녀석이 욕실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욕정이 마구 치솟아서, 정신이 들고 보니, 욕실에 들어가서, 그 녀석을 쓰러뜨리고 있었던 거야」
  메구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이 튀어나올 듯 크게 뜨여 있었다.
「그 녀석은 날뛰었지……그걸, 난 이 주먹으로 때려서, 얌전히 만들어선 억지로……」
  분명 정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눈빛으로, 노우치는 히히 웃었다.
「좋았지……그 녀석의 이제 모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여자 몸이 말야, 단단하고 근사했고, 보지도 말야, 내 커다란 걸 끊을 듯 조여 주었지……」
  끔찍한 행위를 황홀하게 지껄이는 노우치에게, 메구미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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