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편(斷片) 41부.(에필로그)
기억의 단편(斷片) 41부.(에필로그)
다음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태풍고등학교, 태풍대학교 등 SM클럽에 관련된 인사들이 모조리 검거되었다는 뉴스가 일면 톱에 실렸다. 또한 SM클럽 놈들의 사주를 받고 새엄마를 죽인 조폭들도 일망타진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검찰은 SM클럽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한편 놈들의 죄를 증명할 증거자료와 증인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태풍재단에 속한 학교들의 압수수색을 통해 여고생들과 선생들을 집단 강간한 협의뿐만 아니라 선생들의 상납비리와 회계비리 등 많은 죄를 추가로 밝혀내었다. 즉 집단강간, 뇌물비리, 회계부정, 살인교사 등등 SM클럽 놈들의 수많은 죄가 속속들이 밝혀진 것이다.
나는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가고 새엄마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졸지에 혼자가 되었다. 아버지나 엄마의 인척들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장례식은 초라했다.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가자 평소에 찾아오던 사람도 오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모양이다. 고관대작의 마누라가 죽으니 조문객이 문전성시(門前成市)이루다가 정작 고관대작이 죽으니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고사가 있다. 아버지가 부와 권력이 있을 때는 이놈저놈 찾아오는 놈들도 많았지만 막상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가고 나니 찾아오는 놈도 없다. 나는 엄마를 화장(火葬)을 해서 고향에 뿌려주었다.
병원사람들은 아버지의 검거소식에 잠시 술렁거렸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나는 다음날 병원에 들려 의사들과 논의하여 각과별로 팀을 만들었다. 병원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며 의사와 간호사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었다.
학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가끔 선생들이 법정이나 검찰에 불려가는 경우가 있어 자습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미술, 양호, 음악선생은 SM클럽 놈들이 검거된 다음날 학교에 사표를 제출하고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들은 피해자들이지만 동료교사들이나 학생 및 학부모들의 시선을 견딜 수없었을 것이다. 교육자로써 그녀들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으니 누가 그녀들을 선생으로 인정하겠는가? 그녀들은 SM클럽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법과 언론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의해 또 다른 악몽의 수렁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도경이가 일진회 회원들 중에서 교감패거리의 끄나풀을 찾았다. 놈은 전직 회장인 차동철과 연관된 놈으로 황예빈과 더불어 차동철의 오른팔이었던 놈이다. 내가 SM클럽 사람들의 비리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도 놈이 교감패거리에게 말한 것이다. 놈은 교감패거리가 모두 구속되자 나의 보복이 두려워 학교를 자퇴하고 지방으로 도망가 버렸다. 나는 놈이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 수업이 끝나자 조용히 황예빈을 옥상으로 불렸다. 황예빈은 옥상에 올라와 내 앞에 꿇어앉았다.
“죄송합니다.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네가 그놈이 차동철의 끄나풀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는 한때는 차동철의 오른팔이었잖아.”
“정말 입니다. 믿어주세요. 차동철을 버리고 회장님을 모시기로한 후 고놈과는 만난적도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동안 차동철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자. 하지만 너는 이번에 배신한 놈이 차동철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동안 내가 몇 번이나 일진회에 배신자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어. 그런데도 너는 놈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그건..........죄송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습니다. 저도 놈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차마 놈에 대해서 회장님께 말씀드리기는 힘들었어요.”
“차동철이 사촌오빠라 그런 건가?”
“사촌오빠에 대한 마지막 배려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배려?..........너의 배려 때문에.......우리 엄마가 죽었어.........물론 새엄마를 죽인 놈들은 조폭들이야.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놈은 나에게 SM클럽에 대한 비리자료가 있다는 것을 밀고한 그놈이야. 쉽게 말해..........놈이 밀고만하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가 죽을 일도 없었다는 거야. 더구나........내가 SM클럽의 비리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 그런데 놈이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서...........설마.........회장님은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황예빈은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엎드려 떨고 있는 황예빈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요절(夭折)을 내고 싶지만 그녀가 직접 밀고한 것도 아니며 사촌오빠에 대한 의리를 생각해서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만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나는 복받치는 분노를 억누른다.
“의심.........글쎄.........”
“회장님.........전.......아닙니다. 제가 알려주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휴~ 그래. 널 원망할 수는 없겠지..........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엄마를 지켜주어야 하는 건데.........내가 잘못했어. 가라..........널 탓할 생각은 없다.”
“회장.......죄송해요. 제가 말씀만 드렸어요..........흐흐흑~ 정말 죄송해요.”
“너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거야. 후회한들 되돌릴 수도 없는 일........그래.......잊자. 잊어야지. 너도 그만 가라.”
나는 황예빈을 남겨두고 옥상을 내려왔다. 무겁다. 하늘은 푸르고 맑은데 가슴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나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학교를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 있고, 엄마는 죽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기분이다. 학교를 빠져나와 골목길에 들어섰다.
“태자야.........태자야.”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나는 멍한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니.........‘창가의 여인’........바로 친모가 그녀의 집 앞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최근 몇 일간 정신이 없다보니 친모에 관한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친모 즉 누나(?)의 겉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태자야. 요즘 무슨 일 있니.”
나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누나를 보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누나의 품에 안겨 울고 싶다. 나의 어머니인 누나의 품에 안겨보고 싶다. 하지만 누나는 내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모른다. 나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을 참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 있구나........그렇지.........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표정이 아닌데.........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들어와~”
누나는 나의 팔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간다. 나는 누나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안으로 끌려가니 누나는 나를 소파에 앉힌다.
“무슨 일이지 말해봐~ 몇 일간 학교도 오지 않았잖아. 아침에 본 척도 하지 않고 학교로 가버리고 말이야.”
아침에 나는 골목길을 그냥 지나쳐 학교로 갔다. 향상 누나가 있는 창가로 바라보며 눈인사라도 하고 가는데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서 누나와 인사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누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누나는 내가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자 나의 겉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주었다.
“태자야........우리 누나 동생하기로 했잖아. 누나에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흐...........흐흐흑~”
나는 누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더 이상 복받치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누나는 내가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자 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태자야.......요즘 힘든 일 있구나.........그래........울어. 울면 좋아 질거야.”
누나의 품은 따뜻하다.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지금까지의 고민도, 지금까지의 아픔도 누나의 품에 안겨 있으면 모두 잊혀질 것 같다. 누나는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다가 내가 울음을 멈추자 나를 살며시 일으킨다. 나는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누나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금 눈물이 울라왔기 때문이다.
“태자야........이제 말해 줄 수 있겠니.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
“휴~~~”
나는 길게 한숨을 쉬며 감정을 정리하고 소매로 눈물을 홈쳤다.
“말씀드리자면 길어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 가셨고.........엄마는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에요.”
“뭐...........뭐라고.........태자 아버님이 경찰에........어머니는 돌아가셔.......왜~ 무슨 사고라도 있었니.”
“혹시 신문이나 TV 보세요.”
“왜~”
“최근 언론에서 SM클럽에 대해서 자주 나올 겁니다. 혹시 보셨어요.”
“대충........자세히는 보지 않았어. 그런데 왜.......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 거야.”
“뉴스에 나오는 학교가 우리학교라는 것은 아시죠.”
“알아. 그래서 임시휴교를 했다는 것은 알아.”
“뉴스에서 SM클럽 한명이 자수하고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에서 한 여자가 죽었다는 뉴스도 보셨어요.”
“본 것도 같다.........서..........설마.........그 사람들이........아니겠지.”
“누님의 예상이 맞습니다. 경찰에 자수하신 분이 우리 아버지에요. 그리고 죽었다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에요.”
“세..........세상에..........어떻게 그럴 수가?”
누나는 나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연일 뉴스 일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의 당사자가 나의 아버지와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차분하게 다시 설명했다.
“사실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병원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모산병원입니다. 그리고 조폭들에게 죽은 여자가 우리 엄마에요. 그래서........그래서 이제 혼자가 됐어요.”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다시 안아준다. 나는 다시 누나의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고 누나는 나를 머리를 감싸준다.
“불쌍한 우리 태자...........어떻게 하니..........불쌍해서 어떡해.”
“흑.........흐흐흐흑~”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누나가 다시 나를 풀어주었다.
“태자야.......그럼 집에 아무도 없는 거니.”
“예~ 아버지, 엄마, 일하는 아줌마 그리고 저.........이렇게 4명이 살고 있었는데.........아버지와 엄마가 지금 계시지 않으니 혼자 있을 수밖에 없죠.”
“힘들겠구나...........아버지는 언제 나오신데.”
“모르겠어요.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언제 나오실지 몰라요.”
“그래.........그럼 계속 혼자 있어야겠구나. 혹시 갈 때라도 있어. 태자 혼자 살기는 힘들잖아.”
“힘들겠지만.........혼자 살아야죠. 친척도 없거든요.”
“세상에..........한참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에 혼자 살아야 하다니.........어떡하면 좋아.”
“힘들겠지만 적응해야죠. 그러다보며 차차 적응이 되겠죠.”
누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나의 손을 잡아준다.
“그래.........힘들고 어렵겠지만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지. 이만한 일에 좌절하면 안돼.”
“저도 알아요. 슬프기는 하지만........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습니다.......열심히 살아야죠.”
“그래.........태자는 강한 남자니까 혼자서도 잘 할 거야. 나도 옆에서 도와줄게. 우리 서로 혼자니 서로를 의지하며 살자.”
“고마워요........그나마 누나가 옆에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내가 고맙지........나도 요즘 태자 때문에 삶의 활력을 찾았는걸.........이런 미안해. 내 생각만 했구나.”
누나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나도 혼자가 되었다. 누나는 나보고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집에 가야 아무도 없으니 같이 먹자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일하는 아줌마가 돌아갔다. 이젠 집에 누나와 나만 남은 것이다.
“태자야.......내일 학교 안가지. 괜찮으면 여기서 자고가?”
“예~ 여기서요?”
“집에 가야 아무도 없잖아. 또 내일 일요일인데.........혼자서 외롭지 않겠어.”
“자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누나가 불편하시잖아요. 그냥 갈게요.”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안돼.........오늘 여기서 자고........내일 나랑 외출하자.”
“외출이요?...........우리 둘이요.”
“응~ 왜 싫어.”
“아니요. 좋아요.”
밤이 깊었다. 이제 자야할 시간이다.
“이런.........태자가 입을 만한 옷이 없네.........어떡하지.”
누나는 나에게 편한 옷을 주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누나 혼자 사는 집에 나에게 맞는 옷이 있겠는가?
“그냥 잘게요.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그럴 순 없지...........잠깐 기다려.”
누나는 안방에서 이불을 꺼내오더니 빈방에 이불을 깔았다. 그리고 방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나를 부른다. 누나의 부름에 방에 들어가 보니 방에는 이불만 깔려있다. 가구하나 없는 깨끗한 방이다.
“너무 설렁하지........그래도 밖에서 자는 것보다는 여기가 편할 거야.”
“누나는 침실에서 주무시는 거죠.”
“아니야........나도 태자 옆에서 잘 거야. 그래서 내 이불도 함께 가져왔어.”
“저........저랑 함께 주무 실거에요.”
“왜~ 싫어.........태자가 싫다면 그냥 내방에서 잘게.”
“아니에요. 누나가 편한대로 하세요.”
“그럼 같이 자자. 태자 혼자자면 외롭잖아.”
누나는 내가 외로울까봐 같이 자겠다는 뜻이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손발과 세수를 했다. 생각 같아서는 목욕을 하고 싶지만 갈아입을 옷을 없기 때문에 포기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누우라고 한다. 나는 누나의 옆에 누웠다. 누나는 옆으로 누워 나를 바라본다.
“태자야........널 보고 있으면 이상해.........너도 남자인데........이상하게 다른 남자들하고는 느낌이........동생은 아니야. 마치 친동생 같이 정감이 가?”
“저도 누나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나는........누나는.........아니다.”
나는 친모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억지로 참았다. 누나가 스스로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는 그냥 비밀로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무슨 말인데 하다가 마는 거야. 계속 해봐~”
“저도 누나가 남 같지 않아요. 아마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시 우리 전생에 부부 아니었을까?”
“예?.........부부요.”
“호호호~ 농담이야. 이상하게 태자에게는 거부감이 없어서 그래. 사실 난........세상남자들을 믿지 않거든........남자가 겉에만 다가와도 숨이 막힐 정도야. 그런데 이상하게 태자에게는 거부감이 없어. 그래서 하는 말이야.”
(바보........당신이 나의 어머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속으로 어머니를 외치며 부드럽게 웃어준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태자 피곤하겠다. 그만 자자.”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다시 이불로 들어왔다. 누나는 희미한 불빛에 비추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나는 천사 같은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수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희미한 불빛........천사 같은 누나........아니 엄마........코끝을 자극하는 여인의 향기.........새엄마나 다른 여자라면 욕정을 참지 못하고 바로 덮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나를 보고 있으면 욕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마 친모가 아니라고 해도 누나를 보고 욕정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볼 때부터 누나는 고귀하고 감히 더럽힐 수 없는 성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나의 뺨을 어루만진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잠든 척했다. 조금 있으니 따뜻함 입김이 나의 얼굴을 자극한다. 그리고 미세한 한숨소리가 들린다. 누나는 왜 한숨을 쉬는 것일까? 나는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누나가 창피할까봐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번개에 맞은 것처럼 짜릿한 전륜가 흐른다. 누나가 나의 뺨에 키스를 한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터질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왜 이렇게 떨리는 것일까? 설마 내가 누님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말도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여자를 밝히는 놈이지만 친모에게 성욕을 품을 수는 없다.
“내가 왜 이러지.........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휴~”
누나가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나는 일부러 돌아누웠다.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누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다. 육체적으로는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바로 옆에 천사 같은 누나가 잠들어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누나에게 돌아누웠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누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누........누나 안자.”
“자........자야지. 그런데 태자는 왜 안자는 거야.”
“가........가슴이 떨려서........잠이 오질 않아요.”
“태자도 그래. 나도 그래. 이상하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제가 밖에서 잘게요.”
“왜........어디 불편해.”
“저 때문에 누나가 주무시지 못하잖아요.”
“태자 때문이 아니야. 내가 이상한 거지..........그래........내가 내방으로 갈게.”
누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누나를 붙잡고 싶지만.........용기가 나질 않는다. 누나와 계속 한방에 있으면.........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나가 나가고 나는 눈을 감았다. 역시 잠이 오질 않는다. 옆방에 누나가........친모가 있다는 사실에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자 거실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 새벽을 알리는 태양이 떠오른다. 나는 태양을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친모에게 욕정을 느끼다니..........아버지는 지금도 차가운 경찰서에 있고, 새엄마의 장내식이 이틀 전에 끝났다. 그런데 나라는 놈은 친모에게 욕정을 느끼고 있다. 나는 머리를 흔들고 부엌으로 갔다. 가슴이 답답해서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서다. 그런데........부엌으로 가는 중에 누나의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나는 침대에 잠들어 있다. 나는 부엌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누나의 방문 앞에 있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 모른 척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과는 다르게 누나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누나는 하얀색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누나의 원피스 잠옷이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고 가슴이 반 이상 드려나 있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운 누나의 다리와 만지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하얀 젖가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안돼........나가야해.........강태자.......나가.........누나는 친모란 말이야.)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악마와 천사가 서로 싸우고 있다. 악마는 욕정을 참지 말라고 한다. 천사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누나의 하얀 허벅지로 향한다. 누나의 다리사이........그곳으로 손이 가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조금만 더 내밀면 욕정을 식혀줄 샘물을 발견할 것이다.
“구우우욱~”
나는 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이건 아니다. 나는 누나의 다리 사이로 향하던 손길을 돌려 이불을 잡아 누나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눈길을 돌려 방을 나왔다. 부엌에 도착한 나는 냉수를 들이 키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강태자.........진정해..........진정해야해. 냉정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고 싫어...........넌 그런 놈이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누나는 친모다. 친모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막말로 세상에 여자는 많다. 당장이라도 도경이나 예빈이를 부르면 욕정을 해소할 수 있다. 어머니의 성스럽고 고귀한 아름다움을 나의 더러운 욕정으로 더럽히면 안 되는 것이다.
“다시는..........다시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리라.”
나는 스스로에게 맹세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침이 되자 누나가 일어났다.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태자야.........어디 가고 싶어.”
“누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난 잘 몰라..........이렇게 외출하는 것도 오랜만일걸..........태자가 좋은 곳으로 가자.”
“그래요...........음~ 그럼.........우리 놀이공원에 가요.”
“놀이공원?..........그래 가자.”
나와 누나는 바로 버스를 타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누나는 옆자리에 앉은 나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나는 누나의 화사한 모습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누나는 화사한 꽃무늬 투피스 정장을 입었으며 긴 생머리를 뒤로 넘겼다. 나는 20대 아가씨처럼 상그러운 누나와 함께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놀이기구는 청룡열차였다. 누나와 나는 가장 앞에 앉았고, 열차가 출발하자 누나는 나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어린아이 같은 누나의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다음으로 바이킹을 탔다. 역시 누나를 나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마치 누나와 연인이 될 착각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화벨이 올린다. 나는 누나와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기를 꺼버렸다. 밤이 깊어 누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 들어가세요. 저도 집에 가야죠.”
“괜찮으면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아니에요. 집에 가야죠.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누나 덕분에 우울한 것이 풀렸어요.”
“다행이다..........걱정했는데.........그래 알았어. 태자도 조심해서 들어가.”
나는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누나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계속해서 집을 비워둘 수는 없지 않는가? 집이 가까워진다. 누군가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멀리서 보기에 여자인 모양이다. 집이 점점 가까워지며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 도경........바로 도경이가 집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도 받지 않고.........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날 걱정했어.”
“당연하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연락이라고 해줘야지. 나는 잘못된 것은 아닌지..........혹시 사고는 당하지 않았는지. 별별 생각을 다했단 말이야.”
“미안해.”
“휴~ 어디 있었던 거야. 밥은 먹었니.”
“허참~ 꼭 마누라 같다.”
“우이씨..........말을 예쁘게 하면 안돼. 우리 연인이잖아. 태자가 책임진다며..........”
“하하하~ 그래.........우리 도경이 내가 책임져야지.”
나는 도경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도경은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휴~ 하여튼...........남자 혼자 산다고 집안 꼴이 이게 뭐니.”
도경은 소파에 떨어진 옷가지를 정리한다. 그녀는 짧은 치마에 가슴이 파일 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욱하는 욕정이 솟구친다. 누나와 같이 있으며 참고 참았던 욕정이 한번에 폭발한 것이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도경과 함께 쓰려졌다.
“갑자기 왜 그래..........아악~ 태자야.”
“도경아.........미치겠다. 우리 한번만 하자.”
“싫어........이런 짐승..........아악~ 나쁜 놈........살살해. 찢어진다 말이야.”
내가 도경의 팬티를 잡고 잡아당기니 도경은 팬티가 찢어지지 않도록 엉덩이를 들어준다. 나는 도경의 팬티를 벗기고 다리를 벌린 다음 바지를 벗었다.
“설마........그냥.......아악~ 아파........애무도 없이.........악~ 너무해.”
나는 너무 급한 나머지 애무도 없이 도경의 보지를 쑤시니 도경은 보지 살이 말려 들어가는 통증에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도경의 티를 벗기며 좆질을 시작하니 도경은 소파를 잡고 다리를 벌려 내가 움직이게 편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도경의 보지가 질퍽하게 변하게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도경은 소파를 잡고 엎드렸고 나는 도경의 엉덩이를 벌리고 다시 자지를 쑤셔준다.
“아아아앙..........너무 거칠어........살살해..........보지가 찢어질 것 같단 말이야.”
“헉~ 헉~ 알았어.”
나는 밑에서 흔들리는 도경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천천히 움직이니 도경은 이제 쾌락의 세계로 빠져든다. 나는 몇 일간 욕정을 참았기 때문에 금방 사정할 것 같다.
“도경아........살 것 같아.”
“아아앙..........밖에...........밖에 사.”
나는 도경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니 하얀 정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도경의 등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다시 도경을 바닥에 눕혔다.
“안돼. 그 상태로 집어넣으면 위험하단 말이야.”
도경은 재빨리 일어나 자리를 깨끗하게 빨아준다. 잘못하면 자지에 고여 있는 정액 때문에 임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경은 나의 오줌구멍까지 깨끗하게 빨아주더니 다시 자리에 누워 다리를 벌려준다. 나는 도경을 안아주며 다시 자지를 쑤셔 박으니 도경은 다리와 팔로 나를 감싸주며 쾌락의 세계로 빠져든다. 도경과의 정사는 3시간동안 계속되었고..........도경은 끝내 기절해 버렸다. 나는 도경을 깨워 집으로 돌려보냈다. 도경이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그녀에게는 기다리는 부모가 있지 않는가?
다음날 학교로 향하는 길에 누나를 바라본다. 누나를 나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시간이 흐렸다. 나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누나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하지만 누나의 집에서 잠을 자는 일은 없었다. 누나는 계속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내가 내 자신을 컨트롤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누나와 함께 자는 것을 거부했다.
아버지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자수하시고 SM클럽 놈들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를 하셨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정상참작을 해주는 쪽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 상습강간.........살인방조..........불법조직 가담 등등의 죄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몇 십년동안 진행된 아버지의 죄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모두 신이 났지만 홀로 집을 지켜야하는 나는 외롭게 집에 머물고 있었다.
“띵동~ 띵동”
초인벨 소리에 나는 인터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나가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이다. 누나가 어떻게 알고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일까?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갔다.
“누나...........어떻게 아시고.........”
“학교에 연락해서 알았어. 방학이라 태자를 보지 못하니 답답해서 말이야.”
생각해보니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 동안 누나를 보지 못했다. 집안과 병원에서 정리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나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태자 집이구나..........혼자살기 너무 넓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아버지도 안 계신데 제 마음대로 집을 처분할 수는 없잖아요. 언제 돌아 오실지도 모르는데.........”
“하긴........그건 그렇고........보고 싶지 않았어.”
“예~”
“아무리 방학이라도........어떻게 일주일 동안 한번도 안 찾아오니.”
“죄송해요. 좀 바쁜 일이 많았어요.”
“그래........그럼 어쩔 수 없지........저기 태자야.......나 말이야. 일주일 동안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왜요.”
“태자가 보고 싶어서.”
“하하하~ 그래요. 누나........집도 넓은데.......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어때요. 그럼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요.”
“정말.........정말 그래도 돼.”
나는 농담으로 할 말인데.........누나는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정말 우리 집에서 사실 거에요.”
“태자만 좋다면 당장 들어올게.”
“아니 살고 계신 집은 어떻게 하시려고.........또 저랑 사시는 것이 불편하지 않으세요.”
“살고 있는 집이야........전세를 주면 간단한 문제고..........태자만 좋다면 난 불편하지 않아. 집도 넓으니까 내가 이층을 쓰면 되잖아.”
“참..........정말 같이 살고 싶으세요.”
“태자도 혼자고..........나도 혼자잖아.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잖아.”
누나의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인간의 정에 굶주린 나..........그리고 누나.........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면 좋은 일이지 않는가? 더구나 누나는 나의 친모다. 아버지도 계시지 않고.........새엄마도 죽었다. 친모와 같이 산다면.........나에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누나가 일층을 쓰세요. 전 이층을 쓸게요. 그건 그렇고.........짐은 어떻게 하실 거죠.”
“짐은 얼마 되지 않아. 옷만 가져오면 돼.”
“정말이요. 그럼 언제 이사하실 겁니까.”
“내일........옷가지만 챙기면 되니까 간단해.”
다음날 정말로 누나는 옷가지만 챙겨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날 밤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이제 누나와 한집에 살게 되었다. 누나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하다. 나는 누나에게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 계속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누나를 친모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누나에게 욕정을 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순간적으로 야수로 변하면 우린..........정말 평생을 후회하면 살지도 모른다.
다음날 누나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었다. 누나는 처음에는 믿으려하지 않았다. 내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유전자 검색 결과를 보여주었다.
“세........세상에.........내가 태자의 친모라니........거짓말 아니지.”
“여기 유전자 검색결과가 말해주고 있잖아요. 그리고 누나의 기억의 단편과 제가 가진 기억의 단편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남자의 품에 있는 아기를 바라보던 기억...........자꾸만 돌아보면 떠나는 여자에 대한 나의 기억..............또한 그 밖의 많은 기억의 단편이 누나와 제가 모자사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나는 지금까지 누나에게 들었던 누나의 기억의 단편과 내가 가진 기억의 단편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누나는 내가 말해 기억의 단편들이 퍼즐처럼 하나로 연결되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누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래.......그랬던 거야. 그래서 태자를 보면 향상 마음이 편해지고 포근해 졌던 거야. 사랑.........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부모자식간의 사랑이었던 거야. 태자야.......태자야.”
누나는 나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누나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누나는 울고 있는 나의 얼굴을 들어 뺨을 어루만진다.
“이 자식........그래.........나의 아들이야..........태자야.”
“어머니.......이제 기억이 나세요.”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은 안나........하지만 태자가 나의 아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요. 한번에 모두 기억나지는 않으시겠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많으니까요.”
“아무리 불행한 기억이라도........이젠.......태자를 위해 기억하려 노력할거야. 태자야........우리 태자.”
나와 누나 즉 엄마는 그날 밤이 깊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이야기했고, 누나는 누나의 이야기를 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내가 엄마에게 욕정을 느끼는 경우는 없었다. 엄마도 나도 서로가 모자사이라는 것을 알고 조심했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갈 때쯤 나와 엄마는 면회를 갔다. 엄마에게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이 괴롭겠지만........아버지도 아셔야 한다.
“엄마........그냥 갈까요?”
“아니야..........만나야지. 태자를 이렇게 키워주신 분이잖아.”
“엄마의 남편이었던 분이기도 해요. 비록 나쁜 남편이었지만..........”
엄마는 피식 웃음 짓는다. 나의 말대로 아버지는 나쁜 남편이었다.
“난 나의 남편이었던 사람을 만나려 온 것이 아니라........태자의 아버지를 만나려 왔어.”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잠시 후에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유리창으로 보이는 나를 보고 힘없이 미소 짓는다.
“미안하구나........못난 꼴을 보여서.”
“아닙니다. 저도 이제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병원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혼자살기 힘들지 않아.”
“혼자 살지 않아요. 여기 있는 이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야 내 옆에 있는 엄마를 보신다.
“누구시니.”
아버지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가 교통사고 이후 성형수술을 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하려 하자 엄마가 나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나섰다.
“이미나에요.”
“이미나?...........이미나?...........서..........설마...........당신.”
“그래요.........태자의 친모에요.”
“세.........세상이 당신은 죽지 않았나.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행이 죽지 않고 이렇게 태자를 만났어요.”
아버지는 엄마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당신을 볼 면목이 없구려.........미안하오..........정말 미안하오.”
“저에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 아들을..........당신의 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잖아요. 그것만으로도.......당신에게 감사해요.”
“휴~.........지금........태자와 함께 살고 있는 거요.”
“예~ 태자의 저의 아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나의 아들이기 전에.........당신의 아들이지.........염치없는 부탁이지만.........우리 태자 잘 부탁하오.”
“잘 보살필게요. 그럼 이제부터 태자랑 말씀하세요.”
엄마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나고 뒤로 물려났다.
“어떻게 된 거야.”
“우연히 만났는데........서로에게 끌렸죠. 그리고 나중에 병원에 있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혼자라서 걱정했는데..........저분이 옆에 있어 이젠 안심이다. 태자야........어머니 말씀 잘 들어라.”
“알았어요. 아버지도 건강 조심 하세요.”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나고 뒤로 물려났다. 어머니는 내가 뒤로 물려나자 다시 앞으로 나섰다.
“조심하세요. 이만 갈게요.”
“저기........당신에게는 할말이 없구려. 미안하오.”
“이미 모두 지난 일입니다. 또 전 과거를 잊었어요.”
“그........그래요. 앞으로 찾아올 필요는 없소. 대신 태자를 부탁하오.”
“태자는 걱정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그럼 이만.........”
엄마와 아버지의 만남은 마치 서로 모르는 남남이 만나는 것 같았다. 과거를 잊어버린 엄마..........엄마에게 많은 죄를 지은 아버지.........서로가 서로에게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엄마는 다시는 아버지의 면회를 가시지 않았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로써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아버지는 20년 형을 구형받았다. 그리고 나와 엄마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엄마의 뜻대로 범생이가 되었다. 물론 학교에서는 일진회 회장이다. 또한 도경을 연인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김선생과 황예빈과 시시때때로 즐기는 바람둥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가끔 미술, 양호, 음악선생과도 만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일 뿐이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킥킥킥~
“태자야. 일어나........학교 가야지.”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날께요.”
“이놈이 당장 일어나지 못해. 누가 1시에 들어오래. 대체 뭐하고 늦게까지 싸돌아 다니다 들어와서는...........당장 일어나.”
“우씨~ 알았어요.”
아침부터 나와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제 밤에 오랜만에 미술선생과 질퍽한 밤을 보내고 들어와 피곤한데.........엄마는 학교에 늦었다고 나를 깨운다.
(아~ 옛날이여~~ 옛날 좋았는데.............킥킥킥~)
- 끝 -
다음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태풍고등학교, 태풍대학교 등 SM클럽에 관련된 인사들이 모조리 검거되었다는 뉴스가 일면 톱에 실렸다. 또한 SM클럽 놈들의 사주를 받고 새엄마를 죽인 조폭들도 일망타진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검찰은 SM클럽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한편 놈들의 죄를 증명할 증거자료와 증인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태풍재단에 속한 학교들의 압수수색을 통해 여고생들과 선생들을 집단 강간한 협의뿐만 아니라 선생들의 상납비리와 회계비리 등 많은 죄를 추가로 밝혀내었다. 즉 집단강간, 뇌물비리, 회계부정, 살인교사 등등 SM클럽 놈들의 수많은 죄가 속속들이 밝혀진 것이다.
나는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가고 새엄마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졸지에 혼자가 되었다. 아버지나 엄마의 인척들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장례식은 초라했다.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가자 평소에 찾아오던 사람도 오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모양이다. 고관대작의 마누라가 죽으니 조문객이 문전성시(門前成市)이루다가 정작 고관대작이 죽으니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고사가 있다. 아버지가 부와 권력이 있을 때는 이놈저놈 찾아오는 놈들도 많았지만 막상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가고 나니 찾아오는 놈도 없다. 나는 엄마를 화장(火葬)을 해서 고향에 뿌려주었다.
병원사람들은 아버지의 검거소식에 잠시 술렁거렸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나는 다음날 병원에 들려 의사들과 논의하여 각과별로 팀을 만들었다. 병원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며 의사와 간호사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었다.
학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가끔 선생들이 법정이나 검찰에 불려가는 경우가 있어 자습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미술, 양호, 음악선생은 SM클럽 놈들이 검거된 다음날 학교에 사표를 제출하고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들은 피해자들이지만 동료교사들이나 학생 및 학부모들의 시선을 견딜 수없었을 것이다. 교육자로써 그녀들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으니 누가 그녀들을 선생으로 인정하겠는가? 그녀들은 SM클럽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법과 언론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의해 또 다른 악몽의 수렁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도경이가 일진회 회원들 중에서 교감패거리의 끄나풀을 찾았다. 놈은 전직 회장인 차동철과 연관된 놈으로 황예빈과 더불어 차동철의 오른팔이었던 놈이다. 내가 SM클럽 사람들의 비리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도 놈이 교감패거리에게 말한 것이다. 놈은 교감패거리가 모두 구속되자 나의 보복이 두려워 학교를 자퇴하고 지방으로 도망가 버렸다. 나는 놈이 도망쳤다는 말을 듣고 수업이 끝나자 조용히 황예빈을 옥상으로 불렸다. 황예빈은 옥상에 올라와 내 앞에 꿇어앉았다.
“죄송합니다.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네가 그놈이 차동철의 끄나풀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는 한때는 차동철의 오른팔이었잖아.”
“정말 입니다. 믿어주세요. 차동철을 버리고 회장님을 모시기로한 후 고놈과는 만난적도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동안 차동철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자. 하지만 너는 이번에 배신한 놈이 차동철의 오른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동안 내가 몇 번이나 일진회에 배신자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어. 그런데도 너는 놈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그건..........죄송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습니다. 저도 놈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차마 놈에 대해서 회장님께 말씀드리기는 힘들었어요.”
“차동철이 사촌오빠라 그런 건가?”
“사촌오빠에 대한 마지막 배려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배려?..........너의 배려 때문에.......우리 엄마가 죽었어.........물론 새엄마를 죽인 놈들은 조폭들이야.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놈은 나에게 SM클럽에 대한 비리자료가 있다는 것을 밀고한 그놈이야. 쉽게 말해..........놈이 밀고만하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가 죽을 일도 없었다는 거야. 더구나........내가 SM클럽의 비리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해. 그런데 놈이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서...........설마.........회장님은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황예빈은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엎드려 떨고 있는 황예빈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요절(夭折)을 내고 싶지만 그녀가 직접 밀고한 것도 아니며 사촌오빠에 대한 의리를 생각해서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만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나는 복받치는 분노를 억누른다.
“의심.........글쎄.........”
“회장님.........전.......아닙니다. 제가 알려주지 않았어요.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휴~ 그래. 널 원망할 수는 없겠지..........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엄마를 지켜주어야 하는 건데.........내가 잘못했어. 가라..........널 탓할 생각은 없다.”
“회장.......죄송해요. 제가 말씀만 드렸어요..........흐흐흑~ 정말 죄송해요.”
“너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거야. 후회한들 되돌릴 수도 없는 일........그래.......잊자. 잊어야지. 너도 그만 가라.”
나는 황예빈을 남겨두고 옥상을 내려왔다. 무겁다. 하늘은 푸르고 맑은데 가슴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나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학교를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 있고, 엄마는 죽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기분이다. 학교를 빠져나와 골목길에 들어섰다.
“태자야.........태자야.”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다. 나는 멍한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니.........‘창가의 여인’........바로 친모가 그녀의 집 앞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최근 몇 일간 정신이 없다보니 친모에 관한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친모 즉 누나(?)의 겉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태자야. 요즘 무슨 일 있니.”
나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누나를 보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누나의 품에 안겨 울고 싶다. 나의 어머니인 누나의 품에 안겨보고 싶다. 하지만 누나는 내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모른다. 나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을 참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 있구나........그렇지.........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어요.”
“표정이 아닌데.........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들어와~”
누나는 나의 팔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간다. 나는 누나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안으로 끌려가니 누나는 나를 소파에 앉힌다.
“무슨 일이지 말해봐~ 몇 일간 학교도 오지 않았잖아. 아침에 본 척도 하지 않고 학교로 가버리고 말이야.”
아침에 나는 골목길을 그냥 지나쳐 학교로 갔다. 향상 누나가 있는 창가로 바라보며 눈인사라도 하고 가는데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어서 누나와 인사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누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누나는 내가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자 나의 겉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주었다.
“태자야........우리 누나 동생하기로 했잖아. 누나에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흐...........흐흐흑~”
나는 누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더 이상 복받치는 감정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누나는 내가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자 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태자야.......요즘 힘든 일 있구나.........그래........울어. 울면 좋아 질거야.”
누나의 품은 따뜻하다. 마치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지금까지의 고민도, 지금까지의 아픔도 누나의 품에 안겨 있으면 모두 잊혀질 것 같다. 누나는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다가 내가 울음을 멈추자 나를 살며시 일으킨다. 나는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누나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금 눈물이 울라왔기 때문이다.
“태자야........이제 말해 줄 수 있겠니.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슬퍼하는 거야.”
“휴~~~”
나는 길게 한숨을 쉬며 감정을 정리하고 소매로 눈물을 홈쳤다.
“말씀드리자면 길어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 가셨고.........엄마는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혼자에요.”
“뭐...........뭐라고.........태자 아버님이 경찰에........어머니는 돌아가셔.......왜~ 무슨 사고라도 있었니.”
“혹시 신문이나 TV 보세요.”
“왜~”
“최근 언론에서 SM클럽에 대해서 자주 나올 겁니다. 혹시 보셨어요.”
“대충........자세히는 보지 않았어. 그런데 왜.......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 거야.”
“뉴스에 나오는 학교가 우리학교라는 것은 아시죠.”
“알아. 그래서 임시휴교를 했다는 것은 알아.”
“뉴스에서 SM클럽 한명이 자수하고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에서 한 여자가 죽었다는 뉴스도 보셨어요.”
“본 것도 같다.........서..........설마.........그 사람들이........아니겠지.”
“누님의 예상이 맞습니다. 경찰에 자수하신 분이 우리 아버지에요. 그리고 죽었다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에요.”
“세..........세상에..........어떻게 그럴 수가?”
누나는 나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연일 뉴스 일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의 당사자가 나의 아버지와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차분하게 다시 설명했다.
“사실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병원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모산병원입니다. 그리고 조폭들에게 죽은 여자가 우리 엄마에요. 그래서........그래서 이제 혼자가 됐어요.”
누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다시 안아준다. 나는 다시 누나의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고 누나는 나를 머리를 감싸준다.
“불쌍한 우리 태자...........어떻게 하니..........불쌍해서 어떡해.”
“흑.........흐흐흐흑~”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누나가 다시 나를 풀어주었다.
“태자야.......그럼 집에 아무도 없는 거니.”
“예~ 아버지, 엄마, 일하는 아줌마 그리고 저.........이렇게 4명이 살고 있었는데.........아버지와 엄마가 지금 계시지 않으니 혼자 있을 수밖에 없죠.”
“힘들겠구나...........아버지는 언제 나오신데.”
“모르겠어요. 아직 조사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언제 나오실지 몰라요.”
“그래.........그럼 계속 혼자 있어야겠구나. 혹시 갈 때라도 있어. 태자 혼자 살기는 힘들잖아.”
“힘들겠지만.........혼자 살아야죠. 친척도 없거든요.”
“세상에..........한참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에 혼자 살아야 하다니.........어떡하면 좋아.”
“힘들겠지만 적응해야죠. 그러다보며 차차 적응이 되겠죠.”
누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나의 손을 잡아준다.
“그래.........힘들고 어렵겠지만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지. 이만한 일에 좌절하면 안돼.”
“저도 알아요. 슬프기는 하지만........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습니다.......열심히 살아야죠.”
“그래.........태자는 강한 남자니까 혼자서도 잘 할 거야. 나도 옆에서 도와줄게. 우리 서로 혼자니 서로를 의지하며 살자.”
“고마워요........그나마 누나가 옆에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내가 고맙지........나도 요즘 태자 때문에 삶의 활력을 찾았는걸.........이런 미안해. 내 생각만 했구나.”
누나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젠 나도 혼자가 되었다. 누나는 나보고 밥을 먹고 가라고 했다. 집에 가야 아무도 없으니 같이 먹자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일하는 아줌마가 돌아갔다. 이젠 집에 누나와 나만 남은 것이다.
“태자야.......내일 학교 안가지. 괜찮으면 여기서 자고가?”
“예~ 여기서요?”
“집에 가야 아무도 없잖아. 또 내일 일요일인데.........혼자서 외롭지 않겠어.”
“자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누나가 불편하시잖아요. 그냥 갈게요.”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안돼.........오늘 여기서 자고........내일 나랑 외출하자.”
“외출이요?...........우리 둘이요.”
“응~ 왜 싫어.”
“아니요. 좋아요.”
밤이 깊었다. 이제 자야할 시간이다.
“이런.........태자가 입을 만한 옷이 없네.........어떡하지.”
누나는 나에게 편한 옷을 주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누나 혼자 사는 집에 나에게 맞는 옷이 있겠는가?
“그냥 잘게요.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그럴 순 없지...........잠깐 기다려.”
누나는 안방에서 이불을 꺼내오더니 빈방에 이불을 깔았다. 그리고 방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나를 부른다. 누나의 부름에 방에 들어가 보니 방에는 이불만 깔려있다. 가구하나 없는 깨끗한 방이다.
“너무 설렁하지........그래도 밖에서 자는 것보다는 여기가 편할 거야.”
“누나는 침실에서 주무시는 거죠.”
“아니야........나도 태자 옆에서 잘 거야. 그래서 내 이불도 함께 가져왔어.”
“저........저랑 함께 주무 실거에요.”
“왜~ 싫어.........태자가 싫다면 그냥 내방에서 잘게.”
“아니에요. 누나가 편한대로 하세요.”
“그럼 같이 자자. 태자 혼자자면 외롭잖아.”
누나는 내가 외로울까봐 같이 자겠다는 뜻이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손발과 세수를 했다. 생각 같아서는 목욕을 하고 싶지만 갈아입을 옷을 없기 때문에 포기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누우라고 한다. 나는 누나의 옆에 누웠다. 누나는 옆으로 누워 나를 바라본다.
“태자야........널 보고 있으면 이상해.........너도 남자인데........이상하게 다른 남자들하고는 느낌이........동생은 아니야. 마치 친동생 같이 정감이 가?”
“저도 누나를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나는........누나는.........아니다.”
나는 친모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억지로 참았다. 누나가 스스로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는 그냥 비밀로 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무슨 말인데 하다가 마는 거야. 계속 해봐~”
“저도 누나가 남 같지 않아요. 아마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시 우리 전생에 부부 아니었을까?”
“예?.........부부요.”
“호호호~ 농담이야. 이상하게 태자에게는 거부감이 없어서 그래. 사실 난........세상남자들을 믿지 않거든........남자가 겉에만 다가와도 숨이 막힐 정도야. 그런데 이상하게 태자에게는 거부감이 없어. 그래서 하는 말이야.”
(바보........당신이 나의 어머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속으로 어머니를 외치며 부드럽게 웃어준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태자 피곤하겠다. 그만 자자.”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다시 이불로 들어왔다. 누나는 희미한 불빛에 비추는 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나는 천사 같은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수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희미한 불빛........천사 같은 누나........아니 엄마........코끝을 자극하는 여인의 향기.........새엄마나 다른 여자라면 욕정을 참지 못하고 바로 덮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나를 보고 있으면 욕정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아마 친모가 아니라고 해도 누나를 보고 욕정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볼 때부터 누나는 고귀하고 감히 더럽힐 수 없는 성스러운 여인이었다.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나의 뺨을 어루만진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잠든 척했다. 조금 있으니 따뜻함 입김이 나의 얼굴을 자극한다. 그리고 미세한 한숨소리가 들린다. 누나는 왜 한숨을 쉬는 것일까? 나는 당장이라도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누나가 창피할까봐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번개에 맞은 것처럼 짜릿한 전륜가 흐른다. 누나가 나의 뺨에 키스를 한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터질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왜 이렇게 떨리는 것일까? 설마 내가 누님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말도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여자를 밝히는 놈이지만 친모에게 성욕을 품을 수는 없다.
“내가 왜 이러지.........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휴~”
누나가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나는 일부러 돌아누웠다.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누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겠다. 육체적으로는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바로 옆에 천사 같은 누나가 잠들어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누나에게 돌아누웠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누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누........누나 안자.”
“자........자야지. 그런데 태자는 왜 안자는 거야.”
“가........가슴이 떨려서........잠이 오질 않아요.”
“태자도 그래. 나도 그래. 이상하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제가 밖에서 잘게요.”
“왜........어디 불편해.”
“저 때문에 누나가 주무시지 못하잖아요.”
“태자 때문이 아니야. 내가 이상한 거지..........그래........내가 내방으로 갈게.”
누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누나를 붙잡고 싶지만.........용기가 나질 않는다. 누나와 계속 한방에 있으면.........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누나가 나가고 나는 눈을 감았다. 역시 잠이 오질 않는다. 옆방에 누나가........친모가 있다는 사실에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자 거실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 새벽을 알리는 태양이 떠오른다. 나는 태양을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친모에게 욕정을 느끼다니..........아버지는 지금도 차가운 경찰서에 있고, 새엄마의 장내식이 이틀 전에 끝났다. 그런데 나라는 놈은 친모에게 욕정을 느끼고 있다. 나는 머리를 흔들고 부엌으로 갔다. 가슴이 답답해서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서다. 그런데........부엌으로 가는 중에 누나의 방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나는 침대에 잠들어 있다. 나는 부엌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누나의 방문 앞에 있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 모른 척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과는 다르게 누나의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누나는 하얀색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누나의 원피스 잠옷이 허벅지까지 올라가 있고 가슴이 반 이상 드려나 있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운 누나의 다리와 만지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하얀 젖가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안돼........나가야해.........강태자.......나가.........누나는 친모란 말이야.)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악마와 천사가 서로 싸우고 있다. 악마는 욕정을 참지 말라고 한다. 천사는 절대 안 된다고 한다. 나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누나의 하얀 허벅지로 향한다. 누나의 다리사이........그곳으로 손이 가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조금만 더 내밀면 욕정을 식혀줄 샘물을 발견할 것이다.
“구우우욱~”
나는 입술이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이건 아니다. 나는 누나의 다리 사이로 향하던 손길을 돌려 이불을 잡아 누나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눈길을 돌려 방을 나왔다. 부엌에 도착한 나는 냉수를 들이 키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강태자.........진정해..........진정해야해. 냉정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고 싫어...........넌 그런 놈이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누나는 친모다. 친모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막말로 세상에 여자는 많다. 당장이라도 도경이나 예빈이를 부르면 욕정을 해소할 수 있다. 어머니의 성스럽고 고귀한 아름다움을 나의 더러운 욕정으로 더럽히면 안 되는 것이다.
“다시는..........다시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으리라.”
나는 스스로에게 맹세하며 자리에 앉았다. 아침이 되자 누나가 일어났다. 우리는 같이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태자야.........어디 가고 싶어.”
“누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난 잘 몰라..........이렇게 외출하는 것도 오랜만일걸..........태자가 좋은 곳으로 가자.”
“그래요...........음~ 그럼.........우리 놀이공원에 가요.”
“놀이공원?..........그래 가자.”
나와 누나는 바로 버스를 타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누나는 옆자리에 앉은 나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나는 누나의 화사한 모습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누나는 화사한 꽃무늬 투피스 정장을 입었으며 긴 생머리를 뒤로 넘겼다. 나는 20대 아가씨처럼 상그러운 누나와 함께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먼저 선택한 놀이기구는 청룡열차였다. 누나와 나는 가장 앞에 앉았고, 열차가 출발하자 누나는 나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어린아이 같은 누나의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다음으로 바이킹을 탔다. 역시 누나를 나를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나는 마치 누나와 연인이 될 착각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화벨이 올린다. 나는 누나와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기를 꺼버렸다. 밤이 깊어 누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 들어가세요. 저도 집에 가야죠.”
“괜찮으면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아니에요. 집에 가야죠.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누나 덕분에 우울한 것이 풀렸어요.”
“다행이다..........걱정했는데.........그래 알았어. 태자도 조심해서 들어가.”
나는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누나와 헤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계속해서 집을 비워둘 수는 없지 않는가? 집이 가까워진다. 누군가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멀리서 보기에 여자인 모양이다. 집이 점점 가까워지며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 도경........바로 도경이가 집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온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도 받지 않고.........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날 걱정했어.”
“당연하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연락이라고 해줘야지. 나는 잘못된 것은 아닌지..........혹시 사고는 당하지 않았는지. 별별 생각을 다했단 말이야.”
“미안해.”
“휴~ 어디 있었던 거야. 밥은 먹었니.”
“허참~ 꼭 마누라 같다.”
“우이씨..........말을 예쁘게 하면 안돼. 우리 연인이잖아. 태자가 책임진다며..........”
“하하하~ 그래.........우리 도경이 내가 책임져야지.”
나는 도경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도경은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휴~ 하여튼...........남자 혼자 산다고 집안 꼴이 이게 뭐니.”
도경은 소파에 떨어진 옷가지를 정리한다. 그녀는 짧은 치마에 가슴이 파일 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욱하는 욕정이 솟구친다. 누나와 같이 있으며 참고 참았던 욕정이 한번에 폭발한 것이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도경과 함께 쓰려졌다.
“갑자기 왜 그래..........아악~ 태자야.”
“도경아.........미치겠다. 우리 한번만 하자.”
“싫어........이런 짐승..........아악~ 나쁜 놈........살살해. 찢어진다 말이야.”
내가 도경의 팬티를 잡고 잡아당기니 도경은 팬티가 찢어지지 않도록 엉덩이를 들어준다. 나는 도경의 팬티를 벗기고 다리를 벌린 다음 바지를 벗었다.
“설마........그냥.......아악~ 아파........애무도 없이.........악~ 너무해.”
나는 너무 급한 나머지 애무도 없이 도경의 보지를 쑤시니 도경은 보지 살이 말려 들어가는 통증에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도경의 티를 벗기며 좆질을 시작하니 도경은 소파를 잡고 다리를 벌려 내가 움직이게 편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도경의 보지가 질퍽하게 변하게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도경은 소파를 잡고 엎드렸고 나는 도경의 엉덩이를 벌리고 다시 자지를 쑤셔준다.
“아아아앙..........너무 거칠어........살살해..........보지가 찢어질 것 같단 말이야.”
“헉~ 헉~ 알았어.”
나는 밑에서 흔들리는 도경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천천히 움직이니 도경은 이제 쾌락의 세계로 빠져든다. 나는 몇 일간 욕정을 참았기 때문에 금방 사정할 것 같다.
“도경아........살 것 같아.”
“아아앙..........밖에...........밖에 사.”
나는 도경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내니 하얀 정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도경의 등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다시 도경을 바닥에 눕혔다.
“안돼. 그 상태로 집어넣으면 위험하단 말이야.”
도경은 재빨리 일어나 자리를 깨끗하게 빨아준다. 잘못하면 자지에 고여 있는 정액 때문에 임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경은 나의 오줌구멍까지 깨끗하게 빨아주더니 다시 자리에 누워 다리를 벌려준다. 나는 도경을 안아주며 다시 자지를 쑤셔 박으니 도경은 다리와 팔로 나를 감싸주며 쾌락의 세계로 빠져든다. 도경과의 정사는 3시간동안 계속되었고..........도경은 끝내 기절해 버렸다. 나는 도경을 깨워 집으로 돌려보냈다. 도경이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그녀에게는 기다리는 부모가 있지 않는가?
다음날 학교로 향하는 길에 누나를 바라본다. 누나를 나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시간이 흐렸다. 나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누나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하지만 누나의 집에서 잠을 자는 일은 없었다. 누나는 계속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내가 내 자신을 컨트롤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누나와 함께 자는 것을 거부했다.
아버지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자수하시고 SM클럽 놈들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를 하셨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정상참작을 해주는 쪽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 상습강간.........살인방조..........불법조직 가담 등등의 죄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몇 십년동안 진행된 아버지의 죄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방학이라고 모두 신이 났지만 홀로 집을 지켜야하는 나는 외롭게 집에 머물고 있었다.
“띵동~ 띵동”
초인벨 소리에 나는 인터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나가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이다. 누나가 어떻게 알고 우리 집을 찾아온 것일까?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갔다.
“누나...........어떻게 아시고.........”
“학교에 연락해서 알았어. 방학이라 태자를 보지 못하니 답답해서 말이야.”
생각해보니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 동안 누나를 보지 못했다. 집안과 병원에서 정리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나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태자 집이구나..........혼자살기 너무 넓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아버지도 안 계신데 제 마음대로 집을 처분할 수는 없잖아요. 언제 돌아 오실지도 모르는데.........”
“하긴........그건 그렇고........보고 싶지 않았어.”
“예~”
“아무리 방학이라도........어떻게 일주일 동안 한번도 안 찾아오니.”
“죄송해요. 좀 바쁜 일이 많았어요.”
“그래........그럼 어쩔 수 없지........저기 태자야.......나 말이야. 일주일 동안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왜요.”
“태자가 보고 싶어서.”
“하하하~ 그래요. 누나........집도 넓은데.......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어때요. 그럼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요.”
“정말.........정말 그래도 돼.”
나는 농담으로 할 말인데.........누나는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정말 우리 집에서 사실 거에요.”
“태자만 좋다면 당장 들어올게.”
“아니 살고 계신 집은 어떻게 하시려고.........또 저랑 사시는 것이 불편하지 않으세요.”
“살고 있는 집이야........전세를 주면 간단한 문제고..........태자만 좋다면 난 불편하지 않아. 집도 넓으니까 내가 이층을 쓰면 되잖아.”
“참..........정말 같이 살고 싶으세요.”
“태자도 혼자고..........나도 혼자잖아.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잖아.”
누나의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인간의 정에 굶주린 나..........그리고 누나.........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면 좋은 일이지 않는가? 더구나 누나는 나의 친모다. 아버지도 계시지 않고.........새엄마도 죽었다. 친모와 같이 산다면.........나에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누나가 일층을 쓰세요. 전 이층을 쓸게요. 그건 그렇고.........짐은 어떻게 하실 거죠.”
“짐은 얼마 되지 않아. 옷만 가져오면 돼.”
“정말이요. 그럼 언제 이사하실 겁니까.”
“내일........옷가지만 챙기면 되니까 간단해.”
다음날 정말로 누나는 옷가지만 챙겨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날 밤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이제 누나와 한집에 살게 되었다. 누나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하다. 나는 누나에게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 계속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누나를 친모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누나에게 욕정을 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순간적으로 야수로 변하면 우린..........정말 평생을 후회하면 살지도 모른다.
다음날 누나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었다. 누나는 처음에는 믿으려하지 않았다. 내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유전자 검색 결과를 보여주었다.
“세........세상에.........내가 태자의 친모라니........거짓말 아니지.”
“여기 유전자 검색결과가 말해주고 있잖아요. 그리고 누나의 기억의 단편과 제가 가진 기억의 단편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남자의 품에 있는 아기를 바라보던 기억...........자꾸만 돌아보면 떠나는 여자에 대한 나의 기억..............또한 그 밖의 많은 기억의 단편이 누나와 제가 모자사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나는 지금까지 누나에게 들었던 누나의 기억의 단편과 내가 가진 기억의 단편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누나는 내가 말해 기억의 단편들이 퍼즐처럼 하나로 연결되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누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래.......그랬던 거야. 그래서 태자를 보면 향상 마음이 편해지고 포근해 졌던 거야. 사랑.........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부모자식간의 사랑이었던 거야. 태자야.......태자야.”
누나는 나를 안아주며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누나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누나는 울고 있는 나의 얼굴을 들어 뺨을 어루만진다.
“이 자식........그래.........나의 아들이야..........태자야.”
“어머니.......이제 기억이 나세요.”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기억은 안나........하지만 태자가 나의 아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요. 한번에 모두 기억나지는 않으시겠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많으니까요.”
“아무리 불행한 기억이라도........이젠.......태자를 위해 기억하려 노력할거야. 태자야........우리 태자.”
나와 누나 즉 엄마는 그날 밤이 깊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이야기했고, 누나는 누나의 이야기를 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내가 엄마에게 욕정을 느끼는 경우는 없었다. 엄마도 나도 서로가 모자사이라는 것을 알고 조심했기 때문이다.
방학이 끝나갈 때쯤 나와 엄마는 면회를 갔다. 엄마에게는 아버지를 본다는 것이 괴롭겠지만........아버지도 아셔야 한다.
“엄마........그냥 갈까요?”
“아니야..........만나야지. 태자를 이렇게 키워주신 분이잖아.”
“엄마의 남편이었던 분이기도 해요. 비록 나쁜 남편이었지만..........”
엄마는 피식 웃음 짓는다. 나의 말대로 아버지는 나쁜 남편이었다.
“난 나의 남편이었던 사람을 만나려 온 것이 아니라........태자의 아버지를 만나려 왔어.”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잠시 후에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유리창으로 보이는 나를 보고 힘없이 미소 짓는다.
“미안하구나........못난 꼴을 보여서.”
“아닙니다. 저도 이제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병원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혼자살기 힘들지 않아.”
“혼자 살지 않아요. 여기 있는 이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야 내 옆에 있는 엄마를 보신다.
“누구시니.”
아버지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가 교통사고 이후 성형수술을 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대답하려 하자 엄마가 나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나섰다.
“이미나에요.”
“이미나?...........이미나?...........서..........설마...........당신.”
“그래요.........태자의 친모에요.”
“세.........세상이 당신은 죽지 않았나.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행이 죽지 않고 이렇게 태자를 만났어요.”
아버지는 엄마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당신을 볼 면목이 없구려.........미안하오..........정말 미안하오.”
“저에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 아들을..........당신의 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잖아요. 그것만으로도.......당신에게 감사해요.”
“휴~.........지금........태자와 함께 살고 있는 거요.”
“예~ 태자의 저의 아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나의 아들이기 전에.........당신의 아들이지.........염치없는 부탁이지만.........우리 태자 잘 부탁하오.”
“잘 보살필게요. 그럼 이제부터 태자랑 말씀하세요.”
엄마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나고 뒤로 물려났다.
“어떻게 된 거야.”
“우연히 만났는데........서로에게 끌렸죠. 그리고 나중에 병원에 있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혼자라서 걱정했는데..........저분이 옆에 있어 이젠 안심이다. 태자야........어머니 말씀 잘 들어라.”
“알았어요. 아버지도 건강 조심 하세요.”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끝나고 뒤로 물려났다. 어머니는 내가 뒤로 물려나자 다시 앞으로 나섰다.
“조심하세요. 이만 갈게요.”
“저기........당신에게는 할말이 없구려. 미안하오.”
“이미 모두 지난 일입니다. 또 전 과거를 잊었어요.”
“그........그래요. 앞으로 찾아올 필요는 없소. 대신 태자를 부탁하오.”
“태자는 걱정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그럼 이만.........”
엄마와 아버지의 만남은 마치 서로 모르는 남남이 만나는 것 같았다. 과거를 잊어버린 엄마..........엄마에게 많은 죄를 지은 아버지.........서로가 서로에게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엄마는 다시는 아버지의 면회를 가시지 않았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로써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아버지는 20년 형을 구형받았다. 그리고 나와 엄마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나는 엄마의 뜻대로 범생이가 되었다. 물론 학교에서는 일진회 회장이다. 또한 도경을 연인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김선생과 황예빈과 시시때때로 즐기는 바람둥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가끔 미술, 양호, 음악선생과도 만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일 뿐이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킥킥킥~
“태자야. 일어나........학교 가야지.”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날께요.”
“이놈이 당장 일어나지 못해. 누가 1시에 들어오래. 대체 뭐하고 늦게까지 싸돌아 다니다 들어와서는...........당장 일어나.”
“우씨~ 알았어요.”
아침부터 나와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제 밤에 오랜만에 미술선생과 질퍽한 밤을 보내고 들어와 피곤한데.........엄마는 학교에 늦었다고 나를 깨운다.
(아~ 옛날이여~~ 옛날 좋았는데.............킥킥킥~)
- 끝 -
추천106 비추천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