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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40부.

기억의 단편(斷片) 40부.

경찰서라는 곳을 처음 오는 것도 아니지만 올 때마다 향상 느끼는 것은 재수(?) 없다는 것이다.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 사람들을 모두 죄인처럼 다루는 경찰과 검찰들........어느 것 하나 정이 가는 것이 없다. 경찰들은 나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별도의 조사실로 안내했다. 중학교 때부터 가끔 경찰서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조사실까지 끌려오는 것은 처음이다. 조사실은 탁탁한 책상과 의자, 칙칙한 조명과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경찰들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기다리라는 말만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조사실 한쪽 벽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안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창문일 것이다. 잠시 후에 양복을 차려있는 젊은 놈이 서류를 가지고 조사실로 들어왔다. 놈은 책상에 서류를 던지더니 의자에 주저앉는다.

“하일경 검사라고 한다. 넌 강태자지.”
“쩝~ 제가 대단한 놈인 모양이죠. 검사가 직접 신문을 다하고 말이죠.”
“하하하~ 자씩~ 배짱하나 두둑하구나........보통 조폭들도 조사실에 끌려오면 겁부터 집어 먹는데.......하긴 일진회 짱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검사영감이 짱이라는 말도 알아요?”
“임마~ 내가 나이가 몇인데........나도 아직 팔팔한 청춘이야. 자~ 농담은 그만하고.........조사를 시작해 볼까? 먼저 이름부터 말해봐~”
“쩝~ 이름 강태자, 나이 16살, 주민번호 000000-0000000, 태풍고교 1학년, 일진회 회장. 신상명세로 이정도면 되겠죠. 더 필요하신가요?”
“자씩........미리 대답하니 편해서 좋네........좋아........신상명세는 대충 이정도로 끝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태풍고교 일진회가 SM클럽 놈들의 사주를 받아 여자들을 상납했다고 하던데........자세한 경위를 설명해 줄래.”
“우리 아버지에 대한 질문은 안하세요.”
“너희 아버지에 대한 문제는 내가 물어본다고 대답해 주겠어. 그건 다른 사람을 통해 조사할 거야. 넌 일진회와 SM클럽 놈들의 관계만 대답해 주면 돼.”
“일진회와 SM클럽의 관계라?..........결론만 말씀드리죠.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왜냐하면 제가 일진회장이 된 이후 교감패거리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거든요. 그전의 일이 궁금하시면 전 회장인 차동철이라는 놈에게 물어보세요.”
“잘 나가다가 옆길로 세는군.........강태자. 우리 정력낭비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 네가 너희 일진회의 죄를 추궁하자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SM패거리를 잡아넣을 증거를 확보하자는 거야. 쉽게 말해 우리는 너희 같은 피리미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지 알지. 자~ 이렇게 하자. 내가 검사직을 걸고 약속하마. 네가 무슨 말을 해도........너희 일진회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해도.........너희 일진회는 건드리지 않겠다. 그 대신 너도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일종의 협상인가요?”
“참내........이 자식은 도대체 16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군. 새끼가 꼭 팔십 먹은 늙은이처럼 느물느물 하구만. 그래. 협상이다. 됐지. 이제 말해봐~”
“대답하기 전에 제가 먼저 물어보죠. SM클럽 놈들은 모두 구속됐습니까?”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아직 못 찾았다. 하지만 잡는 것은 시간문제야. 우리나라를 떠나지는 않았으니 얼마못가 잡히겠지. 왜~ 네가 너희 아버지 있는 곳이라도 알려 줄래.”
“쩝~ 그건 경찰이 할 일이죠. 하긴...........대한민국 경찰이 어련하겠어.”
“기분 나쁘네.......은근히 경찰을 무시하는 말투잖아. 자식아. 언론에서 먼저 터트리는 바람에 놈들이 날려서 그렇지. 그거만 아니었으면 벌써 잡아들었어.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놈들은 한곳에 모여 있을 거야. 한방이면 모두 잡아들인다는 말이야.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너 이야기나 해.”
“좋아요. 일진회가 교감패거리에게 여자들을 상납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교감패거리의 사주에 의한 것이지 일진회가 자발적으로 상납한 것은 아닙니다. 막말로 선생님이 아이들 목줄을 잡고 시키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합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지.”
“좋아. 그건 우리도 인정하고 있다.......그동안 상납한 여자들만 말해봐~”
“왜요? 여자들까지 잡아들여서 조사하시게요?”
“필요하면 해야지.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도 해야 하고 말이야.”
“직접 조사하세요. 전 별로 말하고 싶지 않네요.”
“왜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 우리가 여자들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서 그래.”
“제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계시잖아요. 김선생님이 이미 다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김선생에 대해서도 알고 있군. 하긴 김선생에게 너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있다. 네가 김선생을 구출했다고.........좋아. 우리 시간 끌지 말고 간단하게 끝내자. 김선생은 네가 교감패거리의 비리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그걸 우리에게 줘~ 그럼 우리도 더 이상 너나 일진회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
“김선생님의 자료가 부족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SM패거리와 여자들이 정사를 나누는 동영상, 음성, 사진밖에 없어요. 그건 김선생님도 가지고 계시지 않았나요.”
“호~ 동영상까지 있어.........대단한데........김선생은 사진밖에 없었어. 동영상과 음성자료까지 있다면 보다 확실하겠지. 그걸 우리에게 줄 수 있겠니.”
“주는 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그 빌어먹을 동영상에는 우리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그걸 전해주면 아들이 아버지를 밀고한 꼴이 되잖아요. 그건 싫어요.”
“쩝~ 까다롭군. 그게 아니라도 너희 아버지의 죄를 증명한 자료들은 많아.”
“그래요. 그럼 제가 가진 것은 필요 없다는 말이네요. 그런데 왜 달라는 거죠.”

검사는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들고 있던 볼펜을 빙글빙글 돌린다.

“내가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장난처럼 보이는 모양이지.........너 말이야.........이런 식으로 나오면 너와 일진회 모두 공범으로 잡아들이는 수가 있다.”
“검사님 마음대로 하세요.”
“휴~ 정말 할말이 없네........좋아. 어떻게 되면 수색영장을 가지고 너희 집을 수색하는 수밖에 없어. 그래도 좋아.”
“하하하~ 제가 증거자료를 집에 숨겨놓을 정도로 멍청한 줄 아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이런 십팔~..........머리뚜껑열리네.......휴~........야~ 강태자. 어떻게 하면 내 놓겠어. 내가 어떻게 해 줄까?”
“우리 아이들을 절대 보호해 주겠다는 확인서를 써주세요. 그리고 이건 그냥 해보는 부탁인데........우리 아버지........선처를 부탁합니다. 그럼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확인서를 써주기는 힘들고..........내 이름을 걸고 너희들을 보호해 주겠다고 맹세하겠다. 그리고 너희 아버지 문제는........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은 너무 덩어리가 커졌어. 무슨 말이지 알지. 일게 검사인 나로써도 어찌해볼 수 없어.”
“저도 대충 알고 있어요.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아참~ 여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SM클럽 사람들과 어울린 여자들을 말하는 거냐.........그녀들은 피해자야. 현제까지 그녀들을 처벌할 분위기는 없다.”
“그래요. 그럼 저는 그만 일어날게요. 가도 되죠.”
“쩝~ 좋아. 내일까지 시간을 주겠다. 여기 명함 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직접 연락해..........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간은 내일까지야. 내일이 지나면 수색영장을 가지고 너희집을 방문할 거야.”

나는 간단한 조사를 끝내고 경찰서를 나왔다. 검찰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한다. 나에게는 SM패거리와 여자들의 정사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음성 및 사진..........그리고 학생주임에게 빼앗은 상납장부가 있다. 일단 상납장부는 이번사건의 본질과 다른 사건이니 제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집으로 향하는데 또다시 뒤통수가 간지럽다. 누가 나를 미행하는 모양이다. 대체 누가 날 미행한단 말인가? 나는 몇 번이나 나를 미행하는 놈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먼저 피한다. 대체 누굴까?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반갑게 달려온다.

“왔구나.........난 태자까지 잡혀가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별일 없었죠.”
“응~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아줌마가 어떤 사람들이 자꾸 우리 집을 훔쳐본다고 하네.”
“예? 누가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했어.”
“지금도 있어요.”
“아니야.........태자가 오기 전에 사라졌어. 대체 누구지. 혹시 경찰 아니야.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잡으려고........”
“그럴지도 모르죠. 저는 방에서 볼일이 있어요.”

나는 내방으로 올라가서 동영상자료가 담긴 CD와 학생주임에게 빼앗은 상납장부를 가방에 챙겼다. 집에 자료를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나는 도경의 전화로 생각했다. 오늘 도경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도경이냐?”
“나다. 지금 어디야.”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바로 아버지의 목소리다.

“아버지세요. 지금 어디계세요.”
“경찰서로 가는 길이다. 넌 지금 어디야. 학교니?”
“아니요. 임시휴교라 집에 있어요.”
“태자야..........내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집에서 나와서 도망가. 시간이 없어. 어서.”
“도망을 가요. 왜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
“그놈들이 조폭들한테 너와 김선생을 죽이라고 사주했어. 나도 조금 전에 그 사실을 알고 너에게 전화하는 거야. 태자야.........아비는 자수할거야. 너까지 죽이려 하는 놈들과 함께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나는 걱정하지 말고 너도 빨리 피해. 경찰서로 가란 말이야.”
“아.........알았어요. 아버지도 조심하세요.”
“그래.......태자야.........놈들에게 잡히면 안돼. 아비는 널 사랑한단다. 알지.”

아버지의 전화가 끊어졌다. 아버지는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로 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교감패거리가 나와 김선생을 죽이라고 조폭들한테 사주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어제, 오늘 나를 미행하던 놈들은 경찰이 아니라 교감패거리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위험을 알려주시기 위해 SM클럽을 배신하고 자수를 선택하셨다. 혹시 내가 조폭들에게 당할 것을 염려하신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아버지를 궁지에 몰아넣었는데.........아버지는 나를 위해 SM클럽을 배신하고 자수를 결심하셨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가방을 챙겨서 밑으로 내려오니 엄마가 소파에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엄마..........당장 외출준비하세요. 아니다. 지금 바로 출발해요.”
“갑자기 무슨 말이야. 어딜 가자는 거야.”
“경찰서요........자세한 말은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아..........알았어. 잠깐만.........옷이라도 갈아입고 가야지.”

엄마는 집에서 입는 간단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급해도 옷은 갈아입고 가겠다는 것이다. 나는 엄마가 나올 때를 가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 창문이 박살나며 검은 양복을 입은 몇 명의 사내가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저 새끼 잡아. 저놈이 태자야.”
“너희들은 누구야.”
“알 필요 없어. 그냥 죽어.”

사내들은 품속에서 번쩍이는 물건을 꺼내 나에게 돌격했다. 대충 살펴보아도 저번에 김선생의 집을 감시하던 놈과 같은 패거리다. 나는 나의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번쩍이는 물체를 피해 자세를 굽힌 다음 상대의 공격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자 무릎을 피며 그 탈력을 이용해 주먹으로 상대의 가슴을 가격했다.

“욱~”

상대는 가슴의 통증 때문에 자세가 굽혀졌고, 나는 상대의 머리까락을 잡고 밑으로 내리며 무릎으로 얼굴을 찍어버렸다.

“퍽억~”
“...........으아악~”

상대는 얼굴을 붙잡고 바닥으로 쓰려졌다. 하지만 내가 상대해야 할 놈은 한 놈이 아니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쓰려지자 두 놈이 앞뒤에서 한번에 공격해왔다. 생각 같아서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공격을 피하고 싶지만 거실 천장이 낮기 때문에 공중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나는 급하게 바닥을 구르며 한 놈의 다리를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거실에 있는 소파에 다리가 걸리는 바람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에서 나를 공격하던 놈은 내가 잠시 주춤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발로 나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욱~ 빌어먹을.........”
“지금이다. 죽어 새끼야.”

나는 옆구리의 통증을 참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데 뒤에서 번쩍이는 물체가 날아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틀어 번쩍이는 물체를 피하는 것과 동시에 한손으로 뒤에서 공격하던 놈의 팔을 잡아당기며 나머지 한 팔로 놈의 얼굴을 가격했다. 지금의 공격은 의식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수련과 싸움으로 온몸의 세포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뒤에 있는 놈의 얼굴을 가격하는 나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체가 있었다. 뒤에 놈을 처리하느라 앞에서 공격하는 놈을 방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의 놈의 무기에 어깨가 베어진 것이다. 나는 어깨를 붙잡고 뒤로 물려나려는데 이번에는 거실에 있던 탁자가 발에 걸린다. 거실은 너무 협소하고 움직이는데 방해되는 물건이 많다. 이런 장소에서 다구리(일대 다수)를 당하게 되면 혼자인 내가 불리하다. 물론 내가 지형지물을 잘만 이용한다면 상대방들보다 효과적인 싸움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기습공격을 당해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하여 상대에게 계속해서 밀리는 것이다.

“키아아악~...........당신들 누구.........태..........태자야.”

옷을 갈아입으려 방에 들어갔던 새엄마가 시끄러운 소리에 방을 나선 모양이다. 엄마는 겁에 질린 얼굴로 사내들을 바라보다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달려오려 했다.

“도망가.........빨리 도망가란 말이야.”

나는 나에게 달려오는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질렸지만 이미 사내한명이 엄마의 복부에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욱~~”
“키아악~”

나는 엄마를 향해 달려갔지만 사내에게 이미 복부와 등을 가격당한 엄마는 바닥에 쓰려졌고, 엄마를 제압한 놈은 달려오는 나를 향해 번쩍이는 물체를 휘두른다.

“으아악~ 죽인다. 개새끼들.”

나는 어깨에서 흐르는 붉은 피와 엄마가 쓰려진 모습을 보고 이성을 상실하여 혈견(血犬)이 되었기 때문에 나를 향해 달려드는 번쩍이는 물체를 피하지 않고 한 팔로 상대의 팔목을 잡는 것과 동시에 몸을 한바퀴 회전하니 팔이 비틀어진 상대는 팔이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자동으로 한바퀴 회전하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바닥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서 일어나려는 상대의 가슴을 밟아버렸다.

“우두두둑~”
“크아아악~”

가슴이 밟힌 상대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질렸고 나는 비명을 지르는 상대의 옆구리와 사타구니를 걷어차 버렸다.

“개자식~ 죽어라.”

또 다른 동료가 쓰려지자 나머지 3명이 눈이 붉어져서 한번에 나에게 달려온다.

“태.........태자야. 도망가.........빨리. 도망가.”

새엄마는 쓰려진 상태에서도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나를 보고 도망치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도망가면 엄마가 위험하지 않는가?

“엄마를 두고 갈수는 없어.”
“바보야.........너까지 다친단 말이야. 너라도 빨리 도망가.”

나는 나에게 달려드는 세 놈의 공격을 피하며 자꾸만 뒤쪽으로 밀려났다. 사내들의 공격이 날카롭고 그들이 무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 한명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엄마의 옆구리를 걷어차니 엄마가 공처럼 벽을 향해 날아간다. 엄마는 벽면을 타고 미끄러지며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어쩌면 기절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놈들의 목표는 엄마가 아니라 바로 나다. 내가 여기서 시간을 끌면 엄마나 아줌마까지 위험해 진다. 방법은 내가 놈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놈들은 나를 잡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나를 쫒을 것이다. 나는 생각이 정리되자 놈들을 향해 무섭게 돌격했다.

“으아아아악~”

나는 고함을 지르며 소파를 밟고 놈들의 머리위로 날아갔다. 놈들은 내가 연속으로 발차기를 하자 허리를 굽혀 나의 발을 피했고 바닥에 착지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짱그랑~”
“이런 빌어먹을..........놈이 도망간다. 잡아라.”

내가 창문을 뚫고 밖으로 도망치자 놈들이 나를 잡기 위해 쫒아온다. 나는 정원을 가로질려 담을 넘은 다음 경찰서를 향해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가장 안전한 곳이 경찰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은 양복을 입은 놈들은 담을 넘어 나를 쫒아온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나를 붙잡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가 나를 향해 돌격한다. 놈들 중에 한명이 차로 나를 추격하는 것이다. 나는 뒤를 힐긋 바라보다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조폭이라고 해도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돌진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멀리 경찰서가 보이자 다리에 힘을 주고 그대로 경찰서를 향해 달려갔고 경찰서 앞에 도착해서 뒤를 돌아보니 나를 쫓아오던 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바로 경찰서로 들어갔다.

“헉~ 헉~ 헉~.............자기..........빨리........○○번지로 출동해 주세요.”

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경찰들을 붙잡고 말했다.

“이봐~ 학생........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나는 경찰들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경찰들이 바로 우리 집으로 출동했다. 나는 경찰들이 집으로 출동하는 모습을 보고 젊은 검사에게 곧바로 연락을 했다. 놈들이 나를 죽이려한 이상 나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아버지도 자수하신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강태자 입니다.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이곳으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로 보자는 거지. 그리고 왜 경찰서에 있어.”
“SM클럽 놈들이 조폭들에게 저와 김선생님을 죽이라고 사주했다고 합니다. 방금 놈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경찰서로 도망친 겁니다.”
“뭐..........뭐야. 조폭...........알았어. 바로 달려갈게.”
“참~ 아버지도 지금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로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디 경찰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아버지도 자수하실 겁니다.”
“그래?........알았다. 내가 각 경찰서에 연락해 두겠다. 넌 그곳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나는 전화를 끊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사건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갔다. 아버지의 연락을 받자마자 조폭의 공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나를 살리기 위해 자수를 결정하셨다. 아버지의 연락이 없었다면 멍하니 집에 있다가 조폭들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경찰서에 도착한지 20분이 지나자 집으로 출동했던 경찰들에게 연락이 왔다.

“강태자........집에서 연락이 왔는데........아줌마만 있다고 하네.”
“그럼 엄마는 어떻게 됐죠.”
“아줌마말로.........놈들에게 잡혀간다고 한다. 혹시 놈들의 차량번호를 아니.”
“몰라요. 어떡하죠.”
“일단 진정해라. 혹시 엄마사진 있어.”
“안방에 액자가 있을 겁니다.”
“알았어. 각 경찰서에 연락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경찰들이 너희 엄마를 찾을 거야.”
“아.........알았어요.”

엄마가 놈들에게 잡혀갔다. 놈들이 나를 대신해서 엄마를 잡아간 모양이다. 경찰들이 나섰다고 하지만 놈들에게 잡혀간 엄마가 무사할 리가 없다. 분명히 놈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할 것이다. 불쌍한 새엄마........나는 새엄마가 걱정되었다. 사실 그녀도 아버지의 재산을 보고 결혼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피해자 중 한명이다. 나는 새엄마가 걱정되어 고민하고 있는데 하일경검사가 경찰서에 도착했다.

“강태자.........무사해서 다행이다. 조금 전에 너희 아버지가 ○○경찰서에 자수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일단 아버지는 무사하니 안심해라.”
“엄마.........새엄마는 어떻게 됐어요.”
“경찰이 찾고 있으니 안심해. 그리고 방금 너희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경찰이 출발했어. SM클럽 놈들이 사주한 조폭들이 ○○파라고 하더구나. 놈들의 본부로 경찰이 출동했으니 너희 어머니도 구출할 수 있을 거야.”
“정말 이에요. 정말 구출할 수 있는 거죠.”
“우리를 믿어...........그건 그렇고..........증거자료는 가져왔니. 혹시 놈들에게 빼앗긴 건 아니겠지.”
“아버지가 미리 연락해서 챙겨왔어요.”

나는 가방에서 SM클럽 놈들과 여자들의 정사장면이 담긴 자료를 먼저 내놓았다.

“참!~.........김선생님은 어디 계시죠. 아버지 말씀으로는 김선생님도 위험할 것 같은데......”
“김선생은 우리 경찰이 보호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그게 네가 가지고 있는 자료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료를 검사에게 내밀었다. 자료를 주면 아버지가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주어야 한다.

“영감님.......자료를 주겠습니다. 하지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안전을 꼭 지켜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바로 이 자리에서 CD를 망가트리겠습니다.”
“알았어.......우리도 너희부모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그럼 됐지. 일단 아버지는 안전해.........어머니도 우리가 책임지고 구해드릴게. 대한민국 경찰.........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좋습니다..........드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정사장면이 담긴 CD를 검사에게 주었다. 학생주임에게 빼앗은 상납장부는 나도 잘못한 것이 많기 때문에 경찰에 넘겨주기 힘들다. 잘못해서 일이 불거지면 일진회 모두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는 컴퓨터로 CD를 확인했다.

“하하하~ 그래..........이것만 있으면 확실해.”

검사는 화면에 나온 여고생들을 보고 있었다. 미술, 음악선생들이야 성인이니 열외로 한다고 해도 여고생들과 정사를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미성년자 보호법으로 입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태자.........여기 나오는 여자들 누군지 알지.”
“우리학교 여학생들과 선생님들입니다.”
“여고생들이란 말이지. 일단 이것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벌여야겠군.”

검사는 바로 법원에 연락해서 압수수색연장을 신청했다.

“강태자.......지금 경찰이 SM클럽 놈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출발했으니 오늘 중으로 잡아들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놈들이 사주한 조직도 알아내서 경찰이 출동했으니 어머니도 구출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이곳에 있어라. 나는 법원에 들렸다가 바로 학교로 갈 거야.”
“알았어요.”

검사는 나에게 점심을 사주고 바로 법원으로 달려갔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경찰서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태자니.......어떻게 된 거야. 오늘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전화를 건 사람은 도경이었다. 오늘 병원에서 도경과 만나기로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약속을 잊고 있었다.

“미안해. 깜박했다.”
“지금 어디야.”
“경찰서야.”
“뭐~ 경찰서?.......무슨 일인데 경찰서에 있어.”

나는 도경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휴~ 하여튼 무사하다니 다행이다........지금 어디경찰서에 있는 거야. 내가 갈게.”
“○○경찰서에 있어. 참~ 올 때........상처에 바르는 약하고 붕대 좀 가져와라.”
“어디 다쳤어.”
“약간.........심하진 않아.”
“알았어. 바로 갈게.”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도경이 경찰서에 도착했다. 도경은 나의 몸을 살펴보더니 어깨에 있는 상처를 발견했다.

“어디 봐~ 많이 다친 거야.”

도경은 상의를 벗기고 상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정신이 없어서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막상 어깨의 상처를 보니 통증이 밀려온다. 어깨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경은 준비해온 약으로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른 다음 붕대로 감아주었다.

“일단 응급처치는 끝났어.”
“고마워~”

나는 치료가 끝나자 경찰들에게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SM패거리는 모두 검거해서 경찰서로 이동 중에 있고 태풍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압수수색하고 있어.”
“어머니는 어떻게 됐죠. 어머니도 무사하신 건가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 조폭 두목을 찾아갔으니 무사하실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는 지금 어디계시죠?”
“서울지방 검찰청으로 이동중이라는 연락을 받았어.”
“지금가면 만날 수 있나요.”
“그건 힘들어..........특별조사실로 가셨기 때문에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면화가 불가능해.”
“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참~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
“어머니가 오면 같이 가겠습니다.”
“쩝~ 알았다.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나는 경찰서에서 어머니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어도 어머니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태자야.......내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울께”

내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도경이 다시 경찰들에게 어머니의 소식을 물어본다. 나는 멀리서 도경과 경찰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과 이야기하던 도경의 입이 벌어지며 깜짝 놀란 표정이 된다. 나는 무슨 일이가 싶어 도경에게 달려갔다.

“태..........태자야. 어머니가..........어머니가”
“무슨 일인데.......어머니가 어떻게 됐어?”
“도.........돌아가셨데.”
“뭐...........뭐야. 어........엄마가 죽어. 왜 죽어.........경찰이 찾아온다고 했잖아”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경찰 아저씨.........어떻게 된 거죠. 정말 돌아가셨나요?”
“휴~...........일단 획인부터 해야 하니 나랑 함께 가보자.”

나와 도경은 경찰과 함께 ○○병원 영안실로 갔다. 영안실에 도착한 경찰은 차갑게 식어버린 엄마의 시체를 보여주었다. 엄마의 몸은 여기저기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특히 머리 부위에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나는 멍하니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 밤에도 나의 품에서 신음하던 새엄마가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너희 엄마가 확실하니”

경찰의 물음에 나는 멍하니 고개만 끄덕거렸다.

“참~ 이거야 원~..........의사 말로는 심하게 강간당한 흔적이 있다고 하더라. 아마 네가 도망가니 그 분풀이로 너희 엄마를 납치 강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야.”
“어..........어디서 발견하신 거죠.”
“조폭들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지하 창고에서 발견했어.”
“그 조폭 새끼들은 어떻게 됐죠.”
“납치 강사치사로 모두 잡아들었어. 이번 일에 가담한 놈들뿐만 아니라 조폭 두목까지 모두 잡아들었다.”
“이런.........이런 빌어먹을..........구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무사하실 거라고 하셨잖아요.”
“미안하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는데........한발 늦고 말았다. 놈들 말로는 죽일 마음은 없었고........사고라고 했어.”
“사고요........이런 개새끼들........모두 죽어버리겠어.”
“진정해........놈들을 모두 잡아들었으니 그 죄에 대한 벌을 받을 거야.”

나는 복받쳐 올려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주먹을 쥐고 벽을 내려치니 손가락이 터지며 피가 흐른다. 도경은 벽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태자야........그만 가자.”

나는 멍하니 도경을 바라보니 도경이 나의 팔을 잡아 밖으로 끌어낸다. 나는 힘없이 도경에게 이끌어 병원 앞에 있는 공원의자에 앉았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죽었어. 내가 도망치지만 않았어도........내가 엄마를 지켜드려야 하는데........나 때문에...........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어.”
“도망치지 않았으면 태자까지 죽었을 거야. 그리고 너도 놈들이 너희 어머니를 죽일 줄도 몰랐잖아.”
“내가..........내가.........도경아. 새엄마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아버지에게는 뭐라 말씀드리지. 나 어떻게 하면 좋으니.”
“아버지도 이해해 주실 거야. 태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빌어먹을...........빌어먹을........”

나는 주먹을 쥐고 복받쳐 올라오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를 내버려두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엄마와 함께 도망쳐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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