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에 충실하기 - 11부
대학생활의 시작은 괴로웠다. 원래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한 자체가 잘못된 거였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과에는 여학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경향각지에서 올라온 선머슴 같은 사내들만 득시글거렸다. 거기다가 과선배란 작자들은 왜 그렇게 무식한 티를 내는지 MT를 가서는 밤새 두들겨 패고 괴롭히더니 못 먹는 술을 강권하고 떡실신이 된 우리들을 끌고 돌아오는 길에 학익동 집창촌으로 집어넣고 총각딱지를 떼준다나 어쩐다나..
으레 촌놈들이 다 여자 근처에도 못 가본 숙맥들이라 여겼던 건지, MT장소에서 숫총각 아닌 사람 손들라 했을 때, 아무도 손들지 않는 걸 혼자 뻐기고 나서면 괜히 눈총 받을 거 같아 그냥 모른 체 그들이 이끄는 데로 집창촌에 들어서서는 닭장 같은 방으로 하나씩 배정받고 그 짓을 했다. 날 맡은 여자는 그 물에서 농익은 베테랑이었던 듯 오늘도 아다 하나 먹는다며 날 어린애 취급을 하고 갖가지 주접을 다 떠는데 난 그럴수록 정말 숙맥인양 다소 수줍어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그녀의 의도를 거슬리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서비스는 튼실했는데도 역시나 돈 주고 하는 빠구리는 제대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법, 그녀의 헐렁한 보지에 열심히 방아질을 하면서도 난 혜자 아줌마와 재금과의 행위를 떠올리며 그 기분에 젓기를 원했다.
그렇게 첫 학기를 보낼 즈음 모처럼 캠퍼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운동장 주변의 잔디밭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다가 옆에서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이 포커게임을 하고 있었다. 난 부스스한 몰골도 그렇고해서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여학생중 하나가 날 불러 세운다.
‘ 헤이 거기!!’
난 새걸음으로 잠입하다 들킨 좀도둑처럼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 거기 나 몰라요? 크크, ’
카드로 입을 가리며 웃는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난 퍼뜩 떠올려지는 기억 하나가 아른거렸지만 그저 머릿속에서 맴돌 뿐 정확히 누구라고는 끄집어낼 수 없었다.
‘ 기계과 신입생 맞죠? 크크, 가죽잠바’
그때서야 난 그녀가 지난겨울 용동 튀김골목의 어느 술집에서 만났던 디제이 혜선 인걸 기억해냈다. 긴 생머리였던 그녀는 지금 짧은 단발을 하고 있었으니 금세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 야, 여기서 만나네, 그러잖아도 한 번 볼 수 있잖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여기 들어온 거지? 그랬으면 이 선배 먼저 찾아와 인사를 했어야지, 난 이름도 기억하고 있는데, 호진이, 정호진 맞죠?’
혜선은 반말과 경어를 석어가며 날 반긴다. 반갑기는 나도 매한가지였지만 그녀 주변에 친구들을 의식하고 그냥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누구누구? 아는 사람이야? ’
혜선의 친구 몇몇이 호들갑스럽게 나와 혜선을 번갈아보며 묻는다.
‘ 응, 전에 함 만났던 신입생, 어때, 핸섬하지? 크크, ’
그녀들은 키득거리고 난 어쩔 줄 몰라 뻐금히 서있는데 혜선이 옆자리를 비우며 날 손짓으로 부른다. 난 잠시 머뭇대다가 그녀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녀들은 하던 훌라 게임을 거두고 내게 연신 이것저것을 물으며 입방정을 떨었다.
내게는 다 선배들인지라 난 그저 묻는 말에만 대답하며 얌전한 고양이처럼 눈치를 살폈는데 다들 영문학도답게 뺀질스런 인상들이다.
그날 저녁 그녀들과 어울려 예전 혜선이 디제이로 알바를 하던 용동의 그 술집을 찾았다.
혜선은 여전히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취업준비를 하느라 알바를 그만 두고 학원에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주와 맥주를 석어 튀김안주에 수다를 곁들여먹는 술자리가 마냥 즐거웠다. 왜 아니겠는가, 대학졸업반의 어엿한 숙녀인 아가씨들에 둘러싸여 청일점 대접을 받는 자리인데.. 히히,
술이 몇 순배 돌아 거나해질 쯤엔 서로가 오랜 지기처럼 자연스런 대화가 오갔고 내숭을 떨던 나도 조금은 치기가 발동해 스스럼없이 농을 석은 말을 해댔다.
혜선의 친구들 중 유난히 목소리 톤이 높은 정란은 연신 내게 추파를 던지며 접근하는데 가만히 보아하니 눈빛이며 말꼬리가 꽤나 색정을 띄어서 보지 맛도 삼삼할 거 같아 내 자지는 자꾸 꾸물대었다. 혜선이 화장실을 간 틈에 내 옆자리를 꿰찬 그녀는 내게 밀착하면서 뺨이 닿을 듯 말 듯 말을 걸어왔다.
‘ 자기 참 이쁘게 생겼네. 호호, 내 동생도 자기랑 같은 학번인데 동생처럼 대해도 되지?’
‘ 그럼요, 선배님인데, ’
‘ 아이, 선배 말고 친동생처럼 말야, 응 ’
그녀의 얼굴이 다가올 때마다 어두운 홀 내의 조명이 미끄럼을 타며 고혹스런 윤곽이 내 눈에 담기는데 그건 마치 고문처럼 내 욕정을 희롱해서 난 침을 꿀꺽 삼키며 탁자 밑으로 손을 그녀의 다리 근처까지 디밀다가 거두곤 하였다.
‘ 얘 얘 , 저것 봐 정란이 봐라 쟤 호진이한테 꽂혔나 봐 , 못 봐주겠다. 얘’
친구들 중 하나가 혜선을 바라보며 깔깔대곤 나와 정란의 행각을 이르니까 다들 시시덕거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 야 야, 오정란, 너 걔 가만 놔둬 어디서 입맛을 다시고 있어. 나도 아직 손때 묻히지 않았는데, 영계 좋은 건 알아가지고.. ’
혜선이 웃는 소리로 말리니까 정란은 더 보란 듯 내게 밀착하곤 키득거렸다.
사실 혜선과는 첨 만난 날 그녀의 자취방에서 동숙을 했고 난 마침 생리 중이던 그녀의 발가락을 빨아봤던 처지였다. 새삼 그날의 기억이 떠올려지자 어떻게 혜선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건지 스스로에게 궁금해 했다.
혜선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도 눈을 연신 찡긋거린다. 정란을 경계하라는 건지 아니면 다시 만났으니 우리의 거사를 준비하라는 건지 아무튼 난 짐짓 그녀의 안색을 즐기는 판인데 혜선이 일어나 정란에게 한마디 한다.
‘ 얘 얘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너, 일루 와. 내가 그 자리로 가야지. ’
‘ 어머 어머, 질투는 얘 호진이랑 나 누나동생하기로 했어. 정수하고 동갑이잖아. 히히, ’
혜선이 떼어 놓으려니까 정란은 내 뒷덜미를 잡으며 앙탈을 부리는 장난을 친다. 그때 나도 모르게 탁자 밑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 속을 휘젓고 보지 부근을 더듬었다.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팬티 위로 만져 본 그녀의 보지 둔덕은 살큼 젖어있는 채로 뭉실했다.
그 감촉을 느낌과 동시 난 스스로 화들짝 놀랐지만 그녀는 오히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시선을 피하며 자리를 일어선다.
술자리는 결국 혜선의 자취방까지 이어졌다. 혜선은 내게 어때, 우리 집 가서 한 잔 더할래?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앞장섰다. 다른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가는데 정란은 떨어지지 않고 따라 나선다. 혜선은 그런 정란이 싫은 내색이었지만 정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팔짱을 끼며 길을 재촉한다. 나도 혜선과 단둘이 있어야 소기의 목적이 이뤄지겠는데 정란의 존재가 방해가 될 것 같아 찜찜하였지만 내놓고 싫어라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 얘 얘, 너 그 팔짱 안 논니? 너무 노골적인 거 아냐? 그럼 너 정말 떼어놓고 간다.’
혜선이 이번엔 정말 정색을 하고 말한다. 그런 혜선을 보곤 뜨악했는지 정란은 살그머니 내게서 팔짱을 풀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분위기가 다소 서먹해졌는데 혜선의 집근처 구멍가게에 들러서 술과 안주거리를 살 때 정란이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이것저것 주워 담더니 돈을 치른다.
전에 한 번 와봤던 자취방인데도 낯설다. 여학생 집답게 깔끔하였지만 방이 좁아서였는지 책장에 다 꽂지 못한 책들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쌓여져있었다. 우린 사가지고 온 부식을 풀고 술자리를 만들었다. 이미 소맥으로 한바탕 전작이 있는지라 어지간히 취기가 있었지만 또 새롭게 좌석을 만드니 그런대로 취흥이 돋았다.
‘ 호진아, 너 입학하고 나 찾아볼 생각 안했니? 난 니 생각 종종 했는데, 사실은 니네 과에 알아보기도 했어. 니가 들어온 거 알고 어떻게 만나나 궁리했는데,’
‘ 나도 선배 생각을 했어요. 영문과인 건 알지만 워낙 내가 숫기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혜선의 물음에 난 차마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 니네들 한 번 만났다더니 설마 그 한 번에 만리장성 쌓은 건 아니지? ’
정란이 끼어든다.
‘ 왜? 아니면? ’
‘ 응, 아니, 그냥, 그러냐고, ’
‘ 얘, 너 정말 호진이가 맘에 있어서 그러는 거야? ’
‘ 응, 너만 괜찮다면 나 호진이하고 엮어지고 싶어. ’
‘ 어머 얘 좀봐, 똥물도 파도가 치는 건데 어쩜 내가 아는 후배고 나 때문에 만난 건데 내 의사는 상관없니? ’
‘ 호호, 아이 그냥 그렇다고 난 니가 그냥 후배로만 여기고 있는 거 같고 해서 그래 본거야. 그리고 넌 승남씨도 있잖아. ’
‘ 어머, 어머, 그 얘긴 여기서 왜 하니? 너 정말 페어프레이 하자 응? ’
혜선은 정란의 말에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아마 승남이라는 남자가 있는 모양인데 그걸 정란이 까발리니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 에이, 선배들 왜 그러세요, 괜히 나갖고 장난하는 거죠?’
난 분위기가 더 냉랭해질 거 같은 염려에 슬쩍 말을 돌리며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난 아무래도 정란이 여기에 있는 게 걸리었다. 원래 미팅을 할 때도 상대가 둘이 나오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것을 알았고 정란이도 물론 싫지는 않았지만 여긴 엄연히 혜선이의 방인데 내가 오늘 어떻게든 게겨서 여기에 묵어야 혜선이를 따먹든지 말든지 할 텐데 저렇게 정란이가 버티고 있으면 견제하느라 목적달성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정란이보고 대놓고 가달라는 말도 하지 못 하는 것 아닌가. 이런저런 궁리를 해봤지만 별 뾰족한 수도 없었다. 그냥 어떻게 틈이 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뿐,
‘ 선배 애인 이름이 승남씨에요? ’
‘ 응, 아냐, 애인은 무슨 ... ’
정란이는 슬쩍 앙큼하다는 듯 혜선을 바라보았다.
‘ 후훗, 애인은 아니고, 뭐랄까, 키 큰 아저씨? ’
‘ 너 정말, 이럴래? ’
정란이 또 한 번 입방정을 떨자 혜선은 정말 싫은 기색으로 정란을 바라본다. 난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혜선에게 애인이 있다한들 이상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친구랍시고 옆에서 흉이나 보는 정란이 얄미웠다. 딴에는 아까 술집에서 내가 자기의 팬티위로 손을 디밀기도 했으니 이미 통한 사이가 아니냐는 시위를 하는 건지도 몰랐다. 정란의 치켜 올려진 눈꼬리는 술기운에 보니 정말 색정적이다. 빠구리를 뜰 때 감창소리도 기가 막힐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목표가 정란이 될 수 없다. 하회로 미루는 수밖에,
‘ 선배,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되나요? 차도 떨어졌을 거 같고 ... ’
‘ 응 , 그래, 첨부터 너하고 밤새 마시려고 그랬어. 정란이 너는? ’
‘ 응 나도 자고 갈래. ’
정란은 사양도 없이 선뜻 대답한다. 난 속으로 으이구 저 고춧가루하고 정란을 원망했다.
자고 가겠다는데 혜선인들 도리가 있을까. 그냥 실쭉 눈총을 한 번 주고 날 쳐다본다.
‘ 대신 너도 밤새 마셔야 돼. ’
그런 말로 대신 핀잔을 줄 뿐이다. 술도 어느덧 바닥을 보이자 정란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더니 혜선에게 건네주며 더 사올 것을 주문한다.
‘ 난 너도 알다시피 밤에 혼자 못나가잖아. 히히, ’
얄미운 정란의 말투에 혜선은 콧잔을 한 번 들썩였다. 내가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자 혜선이 동네도 잘 알지 못하고 그래도 손님인데 하면서 돈을 들고 바깥으로 나간다. 혜선이 나가기 무섭게 정란은 샐쭉거리며 내 곁으로 엉덩이를 옮기며
‘ 승남씨는 혜선이 뒤봐주는 아저씬데 후후, 유부남이야. ’
정란은 순식간에 승남이 혜선의 학비며 방세를 도와주는 마흔이 넘은 유부남인데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내게 고자질을 하며 새끼손가락을 펴 보인다. 이를테면 세컨드란 말인 게다.
난 순간 착잡했지만 내색을 안 하고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여우 짓을 하는 정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아까처럼 보지둔덕을 움켜쥐다가 팬티 속을 뒤집고 보지구멍으로 손가락 하나를 쑤셔 넣었다. 젖어있던 보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손가락이 쑥 들어가고 만다. 혜선의 치부를 더 듣고 싶지 않은 내 깜냥이다.
‘ 헉, 얜, 너 너무 터프하다. 아이, ’
정란은 놀라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윗몸만 젖히고 피하는 척 하면서 오히려 궁둥이를 몇 번 들썩인다. 난 더 과격하게 손가락을 흔들어대었다.
‘ 헉헉, 그만 그만 이러다 혜선이 들어오면 어떡할라구.. 컥컥 ’
금방 숨 넘어 가는 정란의 표정이 날 더 흥분시켰지만 한 편 더 얄밉기도 해 찌그덕 거리던 보지 속에서 사정없이 손가락을 빼버렸다. 거기서 마치 뽕 하는 소리가 들린 듯 했다.
정란은 허물어지는 구조물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흰자위만 보이는 실눈을 뜬 채 숨을 고른다. 좀 더 해주지 하는 아쉬움이 역력했으나 그 정도로 얄미운 정란에게 손맛을 보여준 걸로도 난 통쾌했다. 잠시 후, 봉지에 먹을거리를 담고 혜선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내게 무언가 물어보려는 투로 눈짓을 한다. 난 시치미를 떼고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게 다시 벌어진 술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다들 어지간히 먹어대어서 지치기도 했지만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어쩌면 벌어질지도 모르는 수작을 기대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내가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잠시 눕는 시늉을 하자 혜선이 술판을 치우고 자리를 만든다. 방이 좁아서 셋이 멀찌감치 떨어져 잘만하지도 않아 혜선과 정란이 아랫목 쪽으로 눕고 난 윗목 쪽으로 누웠지만 혜선과 내 간격은 사람 하나 누울만한 공간뿐이다.
* 오랫동안 중단됐던 글 다시 올립니다. 재미는 여하간에 이왕 쓰던 거니 이번엔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볼려구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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