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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사각지대-23

어스름히 석양이 깔릴무렵 영등포 경방백화점앞은 지나다니는사람들과 백화점앞을 약속장소로 정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야외 행사장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띄엄띄엄 다른곳에 앉은 사내들중에 창민의 전화를 받은
사내들의 모습이 보였다

직접 정식의 사무실로 모이게끔 하려고 했던 창민은 사무실이 워낙 외진곳에 위치해서 찾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경방백화점앞으로일단 모이라고한것인데 특히 장경복의 커다란키와 체격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장경복 앞에서있는 강기철의 키가 앉아있는 장경복과 거의 비슷할정도로 두사람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 중에 눈에 튀어 보일수밖에 없었다.

택시에서 내리는 창민의 모습을 가정 먼저 발견한것은 도로쪽으로 앉아있던 장경복이었다
창민을 발견한 장경복은 앞에서 장난치며 자신을 건드리는 강기철을 기다란팔로 밀어버린다음
커다란 몸을 일으키더니 쿵쿵 거리며 창민쪽으로 달려갔다.

기사에게 돈을 내밀고 잔돈을 받아들던 창민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의해 공중으로 붕솟아오르자
깜짝놀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고개를 돌린 창민의 눈에는 자신의 허리를 두팔로 감아 공중으로 들어올린채 누런이빨을 드러낸체 웃고
있는 장경복의 넓적한 얼굴이 들어왔다

"형"

"경복아"

"정말 창민이 형 맞수?"

바닥에 창민을 내려놓은 장경복이 솥뚜겅만한 손으로 창민의 얼굴을 요리조리 만져가며 창민이 맞냐고 거듭물었다

"이눔아..일단 택시문부터 닫고"

창민이 택시문을 닫자 곁에 있던 강기철 역시 창민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죽은줄 알았수 형"

무뚝뚝한 강기철 역시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벤치에 앉아있던 다른사내들 역시 장경복의 쿵쿵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 택시에서 내리는 창민을바라보고는
몸을 일으켜 단숨에 창민쪽으로 뛰어왔다

창민역시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자 앞에있던 장경복과 강기철이 창민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두사람의 눈에도 몇사내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창민쪽으로 뛰어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던것이다

장경복과 강기철 사이로 빠져나간 창민이 사내들과 한사람씩 손을 마주잡고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않았다
잊고살았던 모습들을 같은장소에서 보게되자 창민은 마음이 가득차 오는것을 느꼈다
예전에 자신이 기억하고있던 그모습 그대로 전부 건강한 혈색들을 하고있던것이다
인사는 일단 나중에 다시하자며 창민은 사내들을 데리고 경방백화점과 소방서사이의 도로쪽을 돌아
정식의 사무실로 몸을 이동시켰다


창민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 혼자앉아있던 정식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사무실 계단이 쿵쿵거리자
몸을 일으켜 입구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런 자신의 눈에 창민의 모습이 아닌 거대하다고 표현할정도의
장경복과 또다른사내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자 일순 긴장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무실에 자신이 모르는 사내가 찾아올 일이없기에 혹 태성쪽과 연관된걸 알고 용창파에서 사람을 보냈나
싶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던것이다
그러나 이내 정식은 온몸에 돋아있던 긴장을 풀어버렸다
사내들 뒤쪽에 창민이 웃는얼굴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있던것이다.


창민이 자신에게 사내들을 인사시키자 어정쩡한 상태에서 인사를 받은 정식역시 고개를 숙였다
혼자 사무실에 올줄알았던 창민이 한무리의 사내들과 같이 들어서자 정식은 자리앉는 창민을
궁금한 얼굴을 하며 바라보았다

그런 정식의 표정을 읽었는지 창민은 정식에게 사내들과 자신의 관계를 짤막하게 설명하고는
사내들끼리 서로 인사를 시켰다
장경복과 강기철이야 서로 친구사이라 상관없었지만 나머지 사내들역시 서로 모르던 상태라
서먹서먹한 상태로 창민의 뒤를 따라 정식의 사무실까지 왔던것이다

대충 창민과의 관계를 뒤에서 듣던 사내들 역시 창민이 서로간의 인사를 시켜주자 금방친해졌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창민과 특별한 인연이 전부들 있었다는사실을 알자 좀전까지 가졌던 서먹함이
금방 사라진것이다

사내여섯중 다섯은 우연하게도 동갑내기였고 돋보기 안경을 쓴 김치복이 두살위였던 관계로
김치복 만 형대접을 받고 나머지는 서로 친구먹자며 두런두런 서로간의 살아온 얘기를하기 시작했다

개성들이 강해서 만나면 마찰이있을줄알았던 창민도 시골동네친구들 마냥 떠들며 이야기를 하고있는
동생들을 쳐다보며 기분이 좋아지는걸 느꼈다.
아직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창민이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사내들은 대충 정식의 허름한 사무실을
올라오며 짐작들을 하고있었다

창민의 성격에 나쁘다고생각되는 일에는 절대 자신들을 불렀을리 만무하지만 정식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어떤일이 자신들을 기다리고있는지 짐작했던것이다.

좀전의 떠들석했던 분위기의 사무실에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창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내들은 창민의 입에서 태성백화점의사정과 거기에 연관된
용창파의 이름이 나오자 긴장을 했던것이다

사내들역시 조직에 몸을 담고있지는 않지만 용창파의 소문을 들었던것이다
그러나 용창파보다 그런 조직이 개입된걸 알고 뛰어들려는 창민에대한 믿음이 사내들에게는 더욱컸다
자신들이 아는 창민이 맘먹고 달려든다면 일은 이미해결된거나 마찬가지라는생각을 가졌던것이다

강제적으로 같이 일을 하자는 말이 아니라며 도움을 주면 고맙지만 부담을 갖지는 말라는말에
사내들은 전부 눈을 부릅뜨고 창민을 쳐다보았다

"형...그런소리하면 저희가 섭섭하죠"

강기철이 창민을 쳐다보았다

"기철이 말이 맞네요..형이 우리를 그정도로 봤다면 저도 섭섭하네요"

장경복이 진짜로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형이 하라면 경찰서에 석유통가지고가서 불이라도 지를수있는 저희들입니다"

말없이 앉아있던 민복철이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한마디했다

"형아니면 제대로 사람답게 살지도 못하고 빵에 가있을텐데"

변성호 역시 민복철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용창파라면 제가 조금 알고있습니다..형한테 도움을 줄수있어 기쁘네요"

홍성태가 허리를 곧추세우며 한마디하자 사내들과 창민그리고 정식역시 홍성태를 쳐다보았다

시선들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홍성태가 쑥쓰러운 얼굴을 하며 한때 인천바닥이 좁다하고
뛰어다닐때 연관을 맺었던 용창파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을 하고는 태성백화점측일에는 용창파가아닌
뒤에 다른쪽 조직또는 개인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홍성태의 말에 창민과 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있던차에 용창파와관계가있었다는 홍성태의 말을 들으니 감이왔던것이다

"형 그 태성백화점에서 가지고왔다는 서류좀 보여줄수있지요?"

김치복이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코위로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이정도 덩어리를 그냥 삼키려고 달려들정도면 준비또한 철저했을겁니다. 어설프게 시작해서 용창파에
꼬리라도 잡히는 날이면 시작도 못해보고 무너질수있어요. 일단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표면에 드러나지
않게 일을 처리해야 이쪽 피해도 줄일수있고 빠른시간에 정리할수있지 그렇지 않으면 태성은 고사하고
우리까지 씨를 말리려고 덤빌겁니다."

컴퓨터와 해킹쪽으로 전문가인 김치복의 말은 틀린점이 하나도 없었다
창민역시 고심하고있는점을 꼭 찝어내는것이다

뒤이어 김치복은 하루정도만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며 사무실에 컴퓨터 하나 없다며 투덜거렸고
자신의 사무실에 가서 고물 컴퓨터라도 가지고온다는 김치복의 말에 정식은 밖에서 물품을 사러다니는
민수에게 다짜고짜 백화점가서 당장 최신컴퓨터 한대들고오라고하고는 전화를끊었고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있는 김치복에게 정식은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른동생들이 보기에도 정식이 하는짓이 창민과 비슷했기에 둘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보다 머리를긁적였다
이거다 싶으면 물불안가리고 바로 처리하려들고 자신이 틀렸다싶으면동생들 말에도 잘못을 시인하는
창민의 성격을 정식에게서도 본것이다.

김치복의 철두철민한 성격을 잘아는 창민은 정식에게 눈짓을 보냈고 정식은 책상서랍안에 넣어두었던
태성백화점 파일을 김치복앞으로 내밀었다.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워서 창민앞으로 내밀지 궁금했지만 일단 믿고 맡겨보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정식도 들었던것이다

뜻밖의 구원병인가?
정식은 창민과 창민의 동생들을 바라보며 운동밖에 모르는 자신의 동생들과 또다른 면을 바라보고있었다
백만대군을 얻은 느낌이랄까?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지만 아무튼 든든함이 드는건 어쩔수가없었다

파일을 꼼꼼히 읽어내려가는 김치복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본 정식과 창민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같이 담배를 피우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정식과 창민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제는 같이 똥물인지 금물인지 발을 내딛은 상황에 온것이다
아무말없이 손을 굳게 잡은 두사내는 서로에게 신뢰의 눈길을 보냈다.
시작이 반이니 이제 반만 아무탈없이 진행시키면 새로운 삶으로 한단계 전진할수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늦은시간 정식의 사무실에는 사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있었다
한명열외없이 막내철승까지 전부 모였고 거기에 창민과 창민동생들까지 함께하자 사무실내부는 사내들이 발산
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서있는 사내들 사이에 유독 이성수와 장경복이 눈에 띄였다
이성수의 덩치도 장난이 아닐진데 머리두개정도 더커보이는 장경복까지 서있자 다른사내들이 흡사 난장이처럼
보이는것이다
이성수도 자신과 동갑네기라는 창민의 말을듣고 장경복을 쳐다보고는 이내 기가질렸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껏 덩치로 한몫먹어들어가던 자신의생활도 종칠때가 왔다는 생각이들었지만 자신과 같은 눈빛을 한 장경복
에게 라이벌 의식보다는 왠지모를 정이가는걸 느끼고는 먼저 손을 내밀며인사를하는 장경복의 손을 궂게 맞잡았다
두사내가 손을 굳게 맞잡자 서있던 사내들이 갑자가 두손을 모아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기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감만은 백만대군이 부럽지 않을정도였지만 가슴한켠에 인원부족에대한 염려있었는데
창민의 동생들이 같이 자신들과 합세를 하자 염려했던 점이 일시에 불식되는 기분을 느꼈던것이다.
일을시작하기전에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단 출발이 좋다는걸 창민과 정식은 좋은쪽으로 생각을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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